소설리스트

전직 랭커의 뉴비 생활-200화 (200/271)

200

멸망의 빛도, 창세의 빛도, 만나는 순간 동시에 소멸하고, 마나를 방출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치명적인 두 별의 기싸움은 곧 네파스의 약화를 불러왔다.

“이런… 이럼 안 되는데……!”

네파스는 급히 도진을 마무리하려 했다.

단순히 전투력이 문제가 아니라 이대로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르기에.

“너… 언제 그렇게-”

하지만 네파스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정회귀」를 통해 모든 피해를 복구한 도진이 모든 능력을 활성화하고 오히려 역공을 시도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멀쩡해졌는지 몰라도 어차피 다시 부숴 버리면 그만이잖아!”

네파스의 손과 팔이 다시금 크게 부풀어 괴물의 형상이 됐다.

이에 도진은 공격으로 응수했다.

《섬광창》

모든 힘을 해방한 지금.

도진은 4성 마법까지는 캐스팅 없는 게 아닌가 싶은 속도로 마법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것도 연속으로 말이다.

여러 개의 광점이 아주 짧은 시간차를 두고 네파스의 몸에 찍혔다.

정확한 부위는, 부피가 부풀며 괴수화가 된 신체와 인간의 신체가 만나는 연결부.

피이-

여러 개의 광점이 동시에 확장하며 청각을 마비시키는 특유의 고주파를 발산했다.

그리고 연속적으로 터지는 섬광.

“크아악!”

네파스가 처음으로 비명을 질렀다.

공격에 묻어나는 창세의 힘과 더불어, 연결부가 터지며 괴수화한 거대한 살덩이를 소실하면서 발생한 피해 때문이었다.

“이런 상처 따위에 내가 꿈쩍이나 할 거 같아!”

네파스의 상처 부위가 꿈틀댔다.

바로 새살이 돋고 순식간에 복구될 것처럼.

그러나 재생된 살은 끓어오르며 괴사했다.

「멸망의 집행자」 특성이 지닌 지속 피해 누적 및 치유 억제 능력과 네파스의 재생 능력이 서로 줄다리기를 하는 것이었다.

거기다 이 특성이 지닌 능력은 하나가 더 있다. 바로 ‘불사 속성 무시’.

‘잘리고 뜯겨 나가도 계속 돋아나니까 불사신이라도 된 기분으로 살았겠지.’

즉, 어떤 면에서 보면 도진은 네파스의 가장 확실한 천적이 될 수도 있는 존재라는 뜻이었다.

‘자기가 고통을 느낄 일도, 죽음의 공포를 느낄 일도 없으니 그만큼 포악하고 잔혹해졌을 거고.’

도진은 네파스가 갖지 못한 것들을 선물하기로 했다.

아네모네가 느꼈을 고통과 죽음이 가져오는 공포란 것을.

《뇌전의 창》

네파스의 머리를 노린 푸른 전광이 그대로 작렬했다.

순식간에 까맣게 타들어 가며 퍼억 하고 머리 한쪽이 터졌다.

뇌 일부가 완전히 작살 나며, 네파스는 육신에 대한 통제를 잃었다.

“끄이익!”

의식이 날아간 네파스의 몸뚱이는 제멋대로 팽창하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네파스의 이러한 특성을 이미 알고 있던 도진은, 머리를 공격함과 동시에 이미 거리를 벌린 상태였다.

염동력을 방출하는 방식의 고속기동 활용은 이제 도가 튼 수준이 된 도진이었다.

“이 벨라의 더러운 종놈이!”

마구 팽창하던 네파스의 육체가 안정됐다.

도트딜과 치유 감소 디버프를 어떻게든 무마하며, 1, 2초 사이에 손실을 수복한 네파스가 포효했다.

뇌를 최우선으로 복구했는지 안구를 고정해야 할 뼈가 덜 재생돼 시신경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넌 내가 꼭 죽인 다음 좀비로 되살려서 발정 난 돼지 새끼들로 가득한 돼지우리에 처박아 주마!”

광분한 네파스의 살가죽이 일제히 터져 나갔다.

안에서 튀어나온 괴수의 육신으로 땅을 갈아엎으며 돌진하는 네파스.

그런 놈을, 도진은 마안으로 훑었다.

‘가장 안정된 곳이 저놈의 약점이다.’

마나를 보는 눈이 약점을 간파했다.

괴물의 살점으로 뒤덮여 있지만, 저 안에는 결국 인간의 몸뚱이 일부가 남아 있을 터.

“찾았다.”

덩치가 커지면 그만큼 공격의 범위가 늘어난다.

하지만 동시에 패턴이 단순해지고 동작을 읽기 쉬워지는 단점도 존재한다.

온몸 여기저기서 돋아난 다관절 가시의 변칙적 공격은 충분히 위협이 될 만한 것이지만…….

‘결국 저걸 다루는 게 인간의 뇌면, 변칙적인 움직임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지.’

다관절 가시를 섬세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그만큼 집중을 해야 할 텐데, 저렇게 격렬하게 움직이는 와중에 그게 가능할 리는 없었다.

심지어 심적 여유를 완전히 잃고 흥분한 상태인 지금은 더더욱.

퍼버버버벙.

도진은 「염동체술」을 활용한 고속 회피기동으로 공격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고위력 마법을 난사했다.

불덩이와 얼음덩어리, 푸른 전광과 하얀 섬광, 피처럼 붉은 쐐기와 가끔 땅에서 솟아오르는 굵고 날카로운 암석이 네파스를 끊임없이 헤집고 파괴했다.

“이익!”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네파스는 순간적으로 육신을 분리해 내며 도진에게 인간 형상으로 달려들었다.

“잡았다!”

기습적으로 시도한 변칙 공격은 도진 입장에서도 대처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마치 발사되듯 일직선으로 인간형 네파스가 날아올 걸 예상하긴 쉽지 않았다.

“죽어!”

콰직- 하고 도진의 육체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렸다.

겨우 왼팔 일부를 붙잡혔는데, 얼마나 힘이 강력한지 팔꿈치 아래로 팔이 뽑혀 나갔다.

《전격 방출》

하지만 도진은 팔이 뽑히는 순간에도 공격을 고집했다.

‘어차피 조금 있으면 나도 끝장이다.’

「초월」은 사용자의 힘을 모두 불살라 버린다.

그만큼 유지되는 동안은 강력한 힘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그 후에 감당해야 할 후폭풍 또한 컸다.

힘의 소모를 최대한 조절하고 있지만, 전투를 길게 끌며 여유를 부릴 처지는 절대 아니었다.

“끄으윽……! 이 개새끼가아아아!”

몸에 달라붙은 기분 나쁜 작열통과 재생을 방해하는 저주와도 같은 불쾌감에 네파스는 구역질이 났다.

그래서 이성의 끈을 놓치고, 전기에 타들어 가는 와중에도 우격다짐으로 도진에게 손을 뻗으려 했다.

그게 도진 입장에서 얼마나 큰 기회로 보이는지도 모른 채.

완전히 무방비하게 달려드는 적을 본 도진은 「화염포」로 네파스의 머리와 가슴을 날려 버렸다.

즉시 재생되려는 걸, 손을 뻗어 전기로 구웠다.

“이젠 좀 죽어!”

도진의 손에서 화염과 스파크가 뒤섞여 튀었다.

적절한 위력을 지속적으로 쏟아붓는 식의 공격.

재생되면 태우고, 재생되면 지지고.

살이 돋는 즉시 도진의 마법이 그걸 무로 돌렸다.

네파스의 육체는 즉시 발광하며 본능적 방어 행동에 들어갔으나-

‘무조건 지금 끝내야 돼!’

그건 저 멀리 떨어진 곳에 남겨진 괴물 부분의 이야기.

지금 도진에게 붙잡혀 무방비하게 지져지는 건 네파스의 인간 파트였다.

분노와 흥분 끝에 인간인 부분과 괴물인 부분을 분리하면서 달려든 건 네파스의 치명적 실책이었다.

파지지직- 퍽.

지져지던 네파스의 몸뚱이가 가해지는 전압을 견디다 못해 폭발했다.

‘됐다……!’

도진이 그렇게 생각한 순간 완전히 벌어진 네파스의 흉곽 안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살점과 뼈가 튀어나오는 폭발이 도진을 강제로 네파스에게서 분리했다.

“젠장!”

도진을 떼어 낸 네파스의 몸뚱이는 지네 다리 같은 가시를 내뻗어 벌레처럼 기어갔다.

자신이 두고 온 괴물 파트를 향해.

다시 그것과 합쳐진 네파스의 머리통이 반쯤 수복됐다.

“우우우…….”

너무나 막심한 피해에 완벽한 수복은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여기서 조금만 더 피해를 입으면 영영 인간의 형태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가 될 것이었다.

본능적인 사고만 겨우 가능할 만큼 회복된 네파스는 생전 처음 느껴 보는 죽음의 공포에 질려 도주를 선택했다.

“우우우, 우욱, 아아아악!”

언어가 되지 못한 악다구니를 남긴 네파스는 덩치를 줄여 고속으로 움직일 수 있는 형태로 몸을 바꾼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거기, 커헉……!”

추적하려던 도진은 입은 피해에 더해져 밀려오는 「초월」의 후폭풍에 무릎을 꿇었다.

도진의 눈에서 절제된 분노가 일렁였다.

아네모네의 복수를 마치지 못하게 된 데 대한 분노였다.

하지만 지금은 분노에 매몰되어 이성을 잃을 때가 아니었다.

‘저것부터 해결해야 돼.’

짐칸에 실려 있는 게 무엇인지 확인하고, 조치해야 한다.

잠시 기다린 끝에 몸을 가눌 수 있게 되자마자 도진은 마차 짐칸으로 향했다.

“……!”

그리고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보고는 경악했다.

녹색, 청색, 적색 용액이 들어찬 여러 개의 수정이 복잡하게 얽힌 장치와 그 장치를 유지하기 위해 연결한 마력 공급 장치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이건 폭탄이잖아.’

그것도 엄청난 규모의 피해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마법으로 만든 대량 살상 병기였다.

더 큰 문제는 당장 터지려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원래부터 조잡하게 만들어져서 그런지, 주변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며 발생한 마력 반응에 기폭장치가 가동된 모양.

도진의 「적야」에는 격렬한 마나 반응과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과부하 현상이 적나라하게 비치고 있었다.

[퀘스트]

폭발하는 재앙

등급: 운명

[대규모 피해를 발생시키기 위해 준비된 폭발물은 상당히 넓은 범위에 즉각적인 물리적 피해를, 그보다 훨씬 넓은 범위에는 역병 및 언데드화 피해를 야기할 것입니다.

이 폭탄이 터지면 운명은 치명적인 방향으로 방향을 틀 게 분명합니다.]

목표: 폭발물 폭발 저지

보상: 바뀐 운명의 보존

뜬 창을 도진은 신경질적으로 치워 버렸다.

운명을 바꾸라더니, 이젠 바꾼 운명이 바뀌는 걸 막으라고?

말이 쉽지.

터지기 직전인 폭탄을 던져 주고는 터지지 않게 막으라니.

‘이거 노동법 위반 아냐?’

도진은 일단 폭탄의 기폭장치 앞에 섰다.

그러자 여러 개의 마법진과 도형이 복잡하게 떠올랐다.

마법적 퍼즐이다.

시간만 넉넉하다면 암호와 해답을 몰라도 풀 수는 있다.

마법사 유저에게 주어지는 자동 암호 풀이 기능을 쓰면 마법적 경지가 부족하지만 않으면 풀리긴 하니까.

하지만 그건 시간이 길게 필요했다.

즉, 수동으로 풀어야 한다는 건데…….

‘그럼 틀리는 순간 바로 터지잖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 앞에서 도진은 오른손을 펼쳤다.

이럴 때 믿을 건 하나밖에 없었다.

《진리의 서》

몸 상태가 말이 아니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진리의 서를 펼치는 수밖에.

역시 진리의 서는 발동되자마자 도진의 의지를 읽고 행동에 나섰다.

[마법적 암호를 발견. 해석 작업에-]

도진이 마법사로서 성장한 만큼 「진리의 서」 또한 성장했다. 애초에 도진 본인이 진리의 서 자체이니 당연한 말이다.

메시지가 뜨기도 전에 마법 퍼즐의 구성요소 위로 똑같은 형상이 떠오르고, 정답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도진은 바로 손을 움직여 퍼즐을 조작했다. 진리의 서가 보여 주는 해답에 따라 움직였고, 입체형 마법진을 완성했다.

“…됐다.”

빌어먹을 폭탄의 제어권을 손에 넣은 도진은 폭파 시퀀스를 정지시켰다.

키이잉- 하고 허망한 소리를 내며 안정화되는 폭탄을 보며, 도진은 극심한 피로를 느꼈다.

정말 노동청이라도 찾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 * *

같은 시각.

도진이 공대원들 보라고 열어 놓은 실시간 방송은 당연하게도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

-…….

-…….

네파스와의 전투가 시작되는 지점부터 모든 걸 지켜본 시청자들은 채팅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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