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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랭커의 뉴비 생활-198화 (198/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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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사업’에 대한 단서를 잡은 건 아네모네 덕분이었다.

새 은신처를 기습하려는 와중에 아네모네가 은신처를 은밀히 빠져나오는 일단의 무리를 감지한 것.

추적하여 붙잡고 보니, 놈들은 대량의 마석을 어디론가 운반하는 중이었다.

마약, 술, 무기 등 모든 밀수품에 대한 이동을 멈춘 상태에서 대량의 마석을 옮기는 놈들이라니.

수상함이 이 정도면 어떤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다.

“마, 마석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어떤 물건을 옮겨야 하는데, 그게 옮기는 데만도 엄청난 마석이 필요하다고……! 중요한 사업이니까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마석이 준비되어야 한다고.”

비밀스럽고 중요한 일인 만큼 그걸 수행하는 놈도 조직 내에서 직책이 좀 되는 놈이었다.

그만큼 대략적이나마 쓸 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마석을 어디로 옮기고 있었는데?”

“그게… 아아악! 쿨라, 쿨라입니다! 중요한 물건이 내일 거길 지나칠 예정이니까 마석을 넉넉하게 준비해 두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다른 곳은?”

“으으… 저흰 쿨라랑 오데브까지만 처리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다른 곳은 진짜로 모릅니다. 저희 말고 다른 팀이 해결할 거라 전 신경 쓰지도 않았습니다.”

쿨라, 오데브.

다 도시의 이름이다.

도진은 머릿속으로 중앙대륙, 아니 제국의 지도를 그렸다.

쿨라를 거쳐 오데브로 간 뒤에… 그 방향 그대로 선을 그으면 나오는 곳은…….

‘제도잖아.’

도진은 피를 줄줄 흘리는 놈에게 질문했다.

“이런 일을 맡았을 정도면 이 조직에서 꽤 오래 일했다는 거겠지? 그럼 예상 정도는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네 말대로 내일 쿨라를 거쳐서 오데브로 향할 ‘중요한 물건’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일 거 같나?”

질문 받은 범죄자는 빨갛게 달아오르는 도진의 건틀렛을 보며 급히 답했다.

“제, 제도……! 알테루스 캐슬로 갈 거 같습니다!”

“그렇지. 거기가 제일 확률이 높지.”

“그, 그럼 이제 전 보내 주시는 거죠?”

“보내 주긴 뭘 보내 줘. 안내까진 해야지.”

절망스런 표정을 짓는 범죄자를 무시하며 도진은 생각에 빠졌다.

‘다이렉트로 제도를 노린다고?’

멸망교단이 숱한 사고를 친 미친놈들은 맞지만, 그래도 제국을 정면으로 들이받는 건 한참 나중에 벌어지는 일이다.

작은 혼란부터 차근차근 일으키다가 자신들의 힘이 충분히 강해지고, 상대해야 할 적들을 충분히 약해진 뒤에 움직이려 들 놈들인데.

‘아주 제대로 자극을 받은 모양이군.’

아니면 갈란테 부활이라는 장기 프로젝트가 실패했으니, 그에 상응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지금부터 준비하는 걸 수도 있겠다.

사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막을 거니까.

“…이거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요? 당신이 대단한 건 맞지만, 이렇게까지 총력을 기울일 정도면 그만한 전력이 따라붙을 텐데.”

바로 쿨라 쪽으로 방향을 잡고 움직이려 할 때였다.

데네브가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

그녀는 애초에 정보가 됐든 뭐가 됐든 자신이 살아남기에 충분한 무언가만 얻으면 만족할 생각이었다.

한데 도진에게 휩쓸려 이리저리 따라다니다 보니 딱 봐도 감당하기 버거운 사이즈까지 사건과 음모가 커졌다.

일개 정보원에 불과한 입장에서 당혹스러운 게 당연했다.

“걱정할 거 없어요. 당신이 싸울 일은 없을 테니까. 당신은 안전한 데서 대기하다가, 본 걸 그대로 보고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애초에 도진은 데네브에게 뭔가를 시킬 생각이 없었다.

도진이 뉴비 버전 데네브에게 바라는 역할은 딱 하나.

‘목격자’였다.

‘목격자가 NPC고, 증언을 그 NPC가 하는 방식이면 정보가 전달될 수도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도진은 놈들이 운반하고 있던 대량의 마석을 인벤토리에 챙겼다.

‘이러다 인벤토리 터지겠네.’

도진은 다음 목적지를 향해 바쁜 걸음을 옮겼다.

* * *

안내 받은 놈들의 은신처는 쿨라 외곽에 위치한 숲속에 있었다.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잠시 지켜본 바 정말 다른 곳에서 마석을 공수해 온 놈들이 나무와 수풀로 교묘히 가려진 입구를 통해 은신처로 들어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길 안내 임무를 마친 놈을 처리한 도진은 얌전히 기다렸다.

괜히 먼저 건드렸다가 중요한 물건이란 게 이곳으로 오지 않고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지도 몰랐다.

‘경계가 계속 삼엄해지네.’

은신처 주변을 수색하는 인원이 갈수록 늘었다.

아마도 마석을 가져와야 할 팀 하나가 오질 않으니 습격에 대비하는 모양이었다.

이미 다른 거점이 털렸다는 소식을 접했을 테니 당연한 일이겠지.

‘설마 오지 않는 건…….’

슬슬 마음이 불안해질 때.

‘왔다.’

강철로 만들어진 작은 마차(魔車)가 나타났다.

위장색을 잔뜩 입힌, 마력을 동력으로 쓰는 차다.

거기다 호위 인력으로 보이는 조직원만 20명 가까이 되고, 은신처에서 우르르 마중을 나오기까지 하는 걸 보면 확실했다.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도망쳐서 제일 가까운 엘토마기아 지부에서 기다려요. 찾아갈 테니까.”

데네브가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도진은 적들을 향해 돌진했다.

「원시」를 이용해 감시하고 있던지라 거리는 상당히 멀었다.

그러나 거리를 좁히는 데 오래 걸리진 않았다.

“잠깐, 적이다!”

주변을 감시하던 밀수꾼들이 도진의 존재를 알렸다.

“막아!”

그러면서 도진을 막기 위해 달려든다.

이곳저곳에서 은신을 푼 도적, 화살, 단검 등이 날아들었다.

《돌풍》

하지만 대부분의 투사체는 도진이 자신 주변으로 만든 돌풍을 뚫어 내지 못했다.

뚫고 들어온 것들도 「염동강화」를 두른 도진에게 피해를 입히지 못했고.

도진은 밀수꾼들과 뒤섞였다.

난전의 시작이었다.

“물건에 붙지 못하게 해!”

“늑대랑 같이 다닌다고 했다! 주변에 있을 테니 경계 철저히 해라!”

이미 도진에 대한 정보를 아는 듯 밀수꾼들은 늑대의 존재를 경계했다.

“아네모네.”

하지만 아네모네는 현재 도진 안에 있었다.

도진의 부름에, 아네모네가 도진의 오른팔에서 잠깐 나타나 ‘늑대’를 언급한 놈을 후려치고 사라졌다.

“커-”

폐부가 뭉개지며 비명이 중간에 잘렸다.

“이익! 그래 봐야 마법사 하나다! 마법 쓸 여유만 안 주면 돼!”

사방팔방에서 칼이 짓쳐드는 상황.

이에 도진은 「회오리바람」에 인벤토리에 담긴 걸 섞어서 시전했다.

가는 곳마다 쌓여 있던 마약 ‘구울’이었다.

얼마나 아낌없이 인벤토리에서 쏟아 냈는지 바람이 초록색으로 보일 정도였다.

극소량만 인체에 들어가도 강렬한 효과를 내는 마약을 대량으로, 그것도 호흡기를 통해 마시게 되면 어떻게 될까.

“커어어억-!”

정답은 ‘죽게 된다’였다.

도진이 바람에 실어 휘몰아치게 만든 가루의 양은 평범한 인간 10만 명은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양이었다.

높은 레벨과 그에 따른 내성으로 버틴다 한들 전투 불능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자신들이 세상에 쏟아내려던 독에 자신들이 죽는다. 이게 인과응보지.’

괜히 다른 건 몰라도 구울만큼은 꽉꽉 담아서라도 가져온 게 아니었다.

“젠장- 이거 구울이잖아!”

살이 썩어 들어가는 마약은 자신들도 무서운 모양이다.

바람에 실려 소용돌이치는 것의 정체를 깨달은 밀수꾼 놈들은 두려움에 치를 떨었다.

“재미없는 짓거리를 하는구나.”

그런 와중에 바람을 뚫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대사와 함께 반월을 그리는 참격이 도진을 노렸다.

조금만 느리게 반응했으면 울대가 갈라졌을 날카로운 일격.

도진은 상대를 확인했다.

분위기부터가 잡범들과는 차원이 다른 놈이었다.

‘보스인가.’

독이나 다름없는 ‘구울’을 무시하고 달려든 것만 봐도 독 내성이 장난이 아닌 놈이다.

어쩌면 이놈들의 두목일지도 몰랐다.

도진은 마법을 준비했다.

마법회로가 빛을 내는 걸 본 놈이 재빨리 거리를 좁혔다.

“마법을 쓸 여유 따위 줄 수 없지.”

하지만 그건 실수였다.

‘내가 바보냐? 다음으로 쓸 마법은 이미 준비해 놨지.’

마법회로에는 이미 마법은 준비되어 있었다.

캐스팅을 하는 척한 건 그저 놈이 다소 급하게 달려들길 바라서 건 페인트였다.

“죽어라.”

목소리를 깔며 단검을 내지르는 놈에게, 도진은 마법으로 대답했다.

‘너나 죽어라’라고.

《전격 방출》

도진 주변으로 강렬한 전격이 방출됐다.

범위를 점하는 마법이기에 회피고 뭐고 없었다.

캐스팅 시간이 길고, 사정거리가 짧지만, 두 문제만 해결하면 엄청난 충격을 선사할 수 있다.

“끄…….”

강력한 전기 충격에 순간적으로 의식이 날아간 듯 보이는 놈에게 도진은 추가로 딜을 넣었다.

죽이진 않았다.

두목이거나 간부급은 무조건 될 놈이니 살려는 둬야 했다.

《바람 칼날》

그저 팔다리 네 개만 잘랐을 뿐.

《점화》

지혈을 통해 과다출혈로 인한 사망까지 미연에 방지한 도진은 나머지 밀수꾼 놈들을 처리했다.

이미 가까이 있던 놈들은 구울이 잔뜩 가미된 공격에 취해 자신들이 좀비가 되어 경련을 하고 있었기에 처리 자체는 쉬웠다.

“더러운 새끼들…….”

과하게 취해서 토를 하고 똥오줌을 지려서 비위가 상했을 뿐.

멀찍이서 사태를 지켜보던 놈들은 일시적 후퇴를 선택한 건지 아니면 두려움에 진짜 도망을 선택한 건지 멀리 벗어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게 우선이다.’

뿔뿔이 흩어져 도망가는 놈들을 하나하나 추적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도진은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이놈들이 애지중지하며 옮기던 물건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잠겨 있군.’

사실상 이동식 금고처럼 생긴 짐칸은 굳게 잠겨 있었다.

힘으로 열 수 있고 없고를 떠나 이런 건 괜히 잘못 건드리면 안에 있는 게 상할 수도 있기에, 도진은 팔다리 잘린 놈의 품을 뒤져 봤다.

“이건 열쇠가 맞고, 이건…….”

가죽 커버가 다 닳은 수첩이 추가로 발견됐다.

‘장부잖아.’

영화에서나 볼 법한 구린내가 풀풀 나는 장부였다.

‘이건 또 예상외의 수확이네.’

수첩을 인벤토리에 넣은 도진은 열쇠를 들고 마차의 짐칸 앞에 섰다.

호기심과 긴장감이 비슷한 비율로 일어난다.

도대체 멸망교단이 제도로 옮기고 싶어 한 물건은 뭘까.

‘위험할지도 모르니 일단 준비는 해 두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비를 두르고, 도진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아아! 자는데 왜 열고 지랄이야!”

열자마자 안에 무엇이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기도 전에 앳된 목소리와 함께 엄청난 충격이 도진을 덮쳤다.

퍼억- 하는 타격음이 골을 뒤흔들며 도진을 멀리 날려 보냈다.

짐칸에 들어 있던, 아니 타고 있던 인물이 주먹질을 한 것이었다.

‘젠장!’

그나마 방어 준비를 해 둔 덕에 꼴사납게 바닥을 뒹구는 신세는 면했다.

공중에서 염동력을 이용해 충격을 줄이고, 자세를 바로잡아 착지한 도진은 전방을 주시했다.

자신을 공격한 자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설마 벌써 도착한 거야? 이거 엄청 섬세한 물건이니까 바깥 공기 쐬면 안 좋다고 말했어, 안 했어? 어?”

신경질을 내며 주섬주섬 짐칸에서 내려서는 건 중성적인 외모를 지닌 왜소한 인물이었다.

미소년과 미소녀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한번 보면 잊기 힘든 인상을 지닌 자.

그를 본 도진의 표정이 굳었다.

‘…저 괴물이 왜 여기 있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건 라베스의 자식이라 불리는.

‘네파스.’

멸망교단의 여섯 성자(星子) 중 하나였다.

네파스가 짐승을 닮은 눈동자로 도진을 봤다.

“어어… 내 날카로운 감이 말하는데? 요즘 들리는 잡음의 원흉이 눈앞에 있는 거 같다고.”

네파스의 오른팔이 꿈틀거렸다. 사람의 껍질 안에 담긴 괴물이 탈출을 하려는 것처럼.

“역시 내 말이 맞잖아. 혹시 모르니까 조심하자고? 웅크려? 그런 개소리나 하고. 봐, 노력하니 별께서 답을 주시잖아! 나이만 먹은 병신들!”

광기 어린 중얼거림을 들으며 도진은 생각했다.

‘반응이 있길 바라면서 멸망교단 놈들을 건드리긴 했는데…….’

이 정도까지 진심으로 발작을 하길 바란 건 아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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