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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결과 도진은 자신에게 새롭게 달린 심장이 육체 스펙을 말도 안 되게 올려놓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마나 하트」도 「마나지체」와 적지 않은 시너지를 발휘하는 훌륭한 특성이었지만, 용은 마력 생명체 중에서도 최상위종이다.
그런 용의 심장을 얻게 된 도진의 몸은 엄청난 마나 복원력을 얻게 됐다. 세계의 마나를 호흡하며 흡수하는 용의 특성을 띠게 된 것이다.
이게 도진이 이미 지니고 있던 회복 특성과 만나면서 MP는 물론이고 HP의 자연 회복량이 엄청나게 올라갔다.
이전까지는 약간 도움이 되는 수준의 회복력이었다면, 이젠 전투 중에 잘만 버티면 좀비 같은 생존력을 자랑하는 수준이 됐다.
‘「염동체술」에 「한정회귀」까지 더하면…….’
‘좀비 같은’이 아니라 그냥 좀비라고 불러도 되는 거 아닌가.
자신이 뭐가 된 건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했더니 답은 좀비였다.
전생에는 유리몸에 공격력만 셌는데, 이젠 그때보다 지속적인 화력은 더 센데다 생존력은 비교 불가 수준이 됐다.
“그러니까 이 모양이겠지.”
도진은 주변을 둘러봤다.
자신이 만든 난장판을.
여기저기 흩뿌려진 육편은 150레벨을 넘기는, 현재 기준 최상위 인던의 주인이 남긴 흔적이었다.
여기만이 아니다. 테스트를 위해 돈 던전만 다섯 군데.
안정적인 조합의 파티가 도전해도 고생할 만한 던전들이었지만, 혼자서 도전해도 큰 위험 없이 클리어가 가능했다.
위험할 때 쓰려고 아껴 두었던 「초월」, 「한정회귀」 조합은 쓸 일이 끝끝내 생기질 않아서 마지막 던전 보스전에서 털어야 했을 정도.
“아… 맞다. 확인만 하려고 한 건데.”
변화에 감탄하던 도진은 순간 자신이 ‘보상 확인’만 하러 들어왔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탄식했다.
바로 쉬러 갈 계획이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실전 테스트를 하기 위해 던전 다섯 곳을 돌아다닌 뒤다.
근데 또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긴 했다.
「드래곤 하트」라는 특성을 보고 어떻게 바로 로그아웃을 할 수 있겠는가.
RPG를 즐기는 게이머라면 그럴 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나가서 쉬어야지.”
괜히 더 있다가는 누나한테 한소리 듣겠어.
도진은 도망치듯 로그아웃을 했다.
* * *
평범한 게임 생활이 돌아왔다.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일주일이 더해지고, 거기서도 시간이 계속 지났다.
그러는 동안 도진은 자신 주변에 생긴 변화를 철저히 살폈다.
정확히는 로스타니아에 어떤 변화가 생기진 않았나를.
하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갈란테 정도면 꽤 굵직한 놈인데…….’
그러면 그걸 부활시키려는 음모의 스케일도 그 정도는 되는 거고, 그걸 저지당한 멸망교단 입장에서도 아주 더럽게 걸린 셈이 된다는 소리.
필연적으로 여기저기서 반응이 올 거라고 생각했던 도진이었으나 놀랍게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창세교단이나 다른 쪽이야 세계율의 법칙이 꾹꾹 누르고 있다 쳐도, 직접 얻어맞은 멸망교단 쪽은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러면 또 어딜 들쑤셔야 하나?’
멸망교단을 추적하는 일은 도진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교인이 되는 순간 하는 맹세와 별과 맺는 계약, 그로 인해 찍히는 낙인으로 인해 멸망교단 놈들은 심문을 해도 정보를 캐낼 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놈들의 비밀스러움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도 이것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굵직한 촉수를 뽑아내도 몸통을 드러낼 생각은 없다는 건가.’
자잘한 걸로 건드려 봐야 어차피 숨어 버릴 놈들이지만, 운 좋게 굵직한 촉수를 붙잡아 뽑아냈으니 실체가 드러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놈들의 참을성이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모양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지.
아니면 때가 되기를 기다리며 성장에 신경을 쓸지.
이런 고민을 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갈란테를 잡고 달성했던 위업 보상 때문이었다.
뭔가가 찾아올 거라더니, 한 달 가까이 시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라니.
언제 뭐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하고 다니는 것도 1, 2주지.
이젠 조금 지쳐 가는 도진이었다.
“하아… 밥이나 먹을까.”
던전에서 던전으로 이동 중이던 도진은 멀리 보이는 연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저 정도 연기면 적어도 작은 규모의 마을은 있을 것이다.
“마을이 아니라 여관이었네.”
도착을 해 보니 마을은 아니었다.
길을 지나치는 모험가나 상인 등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여관으로 보이는 건물이었다.
현대에 비유를 하자면 미국 고속도로 옆에 붙어 있는 모텔 정도 되는 느낌.
문을 열자 기름 맛을 본 지 오래된 경첩이 끼이익- 하는 듣기 싫은 소리를 냈다.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도진을 봤다.
손님을 본다기보다는 귀찮은 무언가를 본 듯 인상을 찌푸린다.
마법사 차림을 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모험가인가?”
도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주인이 한숨을 쉬었다.
“이런 데서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할 텐데.”
“위험한 동네긴 하죠.”
레벨 높은 몬스터가 수시로 출몰하는 지역이니까.
하지만 도진에게 위험한 수준은 아니었다.
주인은 뭘 주문할 거냐고 묻지도 않았다.
그냥 식은 스프, 빵, 삶은 고기를 툭 던지듯 내려놓았다.
“…….”
이런 식이면 그냥 인벤토리에 넣고 다니는 보존식량을 먹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도진은 별말 않고 나온 음식을 먹었다.
이왕 쉬러 왔으니 야지에서 쉬는 것보다는 천장이 있는 건물 안에서 쉬는 게 낫다.
“후우…….”
도진이 구석에서 밥을 먹는 동안 여관 주인은 독한 연초를 피우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선은 계속 입구 쪽에 고정한 채로.
‘이거 냄새가…….’
퀘스트 냄새가 난다.
저런 NPC한테 말을 걸면 뭐가 걸려도 걸린다는 걸 도진은 알고 있었다.
‘말을 걸어, 말어.’
식긴 했어도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 잡내는 안 나는 고기를 우물거리며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아주 멀리서 들리는 말발굽 소리가 가까워 오기 시작한 것은.
“……!”
그 소리를 여관 주인도 들었는지 몸을 반쯤 일으켰다.
묘한 긴장감이 여관 안을 감돌았다.
도진도 덩달아 여관 입구에 시선을 고정하게 됐다.
히이이힝! 퍼억! 털썩, 덜컹- 쾅!
여러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말이 넘어지고 타고 있던 사람이 바닥에 몸을 굴리고, 그대로 여관 문을 부술 듯이 열고 들어오는 소리였다.
“맥스!”
들어온 건 검은 생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린 여자였다.
‘뭐야, 저거 총 아냐?’
근데 총을 들었다.
현대 병기로서의 총이 아닌 마법을 응용한 마총이다.
전통적인 마법이 주를 이루는 제국 땅에서는 아직 흔히 볼 수 없는 무기다.
“데네브, 어떻게 된 거야!”
여관 주인이 묻자 데네브라 불린 여자가 버럭 소리쳤다.
“어떻게 되긴 어떻게 돼! 보면 몰라? 들킨 거지!”
우당탕- 하며 테이블을 넘어 들어간 여자가 술을 꺼내 옆구리에 붓더니, 곧 포션도 꺼내 붓는다.
“젠장, 얼마나 다친 거야?”
“별거 아냐, 그것보다 싸울 준비나-”
콰앙-!
다시금 여관 문이 부서질 듯이, 아니 그냥 부서졌다.
“시발년, 죽여 버리겠어!”
들어온 건 남자 다섯이었다.
가장 앞에 선 놈은 왼쪽 손목이 덜렁거리고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여자가 쏜 총에 맞아서 저 꼴이 된 거 같았다.
‘이거 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구석진 자리에서 얌전히 밥을 먹으며, 도진은 상황을 지켜봤다.
뭘 알아야 개입을 하든 말든 하지.
그때.
“넌 뭐야!”
난입한 남자들 중 하나가 도진을 발견하고는 냅다 단검을 투척했다.
도진은 반사적으로 건틀렛으로 단검을 쳐내며 말했다.
“니들이 나쁜 놈 포지션이구나?”
그럼 됐어.
하고 뭔가 하려는데, 쾅 하는 소리가 났다.
그와 동시에 한 놈이 여관 밖으로 날아간다.
“네놈들 상대는 나다!”
여자가 마총을 쏜 거였다.
문제는 총신이 벌겋게 달아오른 모양새가 딱 봐도 오버히트 상태다.
저거 또 쏘면 펑 터진다. 100퍼센트.
그런데도 여자는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도진의 눈에는 여자가 총에 마나를 밀어 넣는 게 그대로 보였다.
“하아.”
짧은 한숨과 함께 도진의 마법회로가 여러 일을 동시에 하기 시작했다.
여자가 쥐고 있는 총을 향해 바람 화살을 날리고, 몸에 염동력을 주입하고, 오른손에 전격을 휘감았다.
“꺅!”
여자의 비명과 푸른 섬광이 함께 터졌다.
그걸로 상황이 끝났다.
“당신 이게 무슨 짓-”
손에 마법을 얻어맞고 총을 놓친 여자는 화를 내려 했다.
한데 그러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 위협이었던 남자들이 다 죽어서 바닥에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데네브는 상황을 순식간에 정리한 장본인을 봤다.
상황이 급박하여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도 보지 못했던 남자.
지금 보니 마법사처럼 보였다.
근데 왜 죽인 당사자가 당황한 것처럼 보이지?
그 답은 도진의 중얼거림이 알려 줬다.
“…뭐야, 대충 지졌는데 왜 다 죽었어.”
몬스터가 아니라 인간형 NPC를 상대하는 게 「드래곤 하트」를 얻고 나서 처음인지라 출력 조절에 실패해 버린 것이었다.
“…….”
그 말을 들은 데네브와 그녀의 동료 맥스는 긴장했다.
사람 다섯을 바짝 구워 놓고 하는 말이 ‘대충 지졌는데 왜 다 죽었어’라니.
데네브는 마법에 얻어맞아 피가 흐르는 손을 감쌌다.
설마 이쪽도 공격하려는 건 아니겠지.
다시 총을 줍기 위해 천천히 몸을 굽히는 데네브.
그때.
“손은 괜찮아요?”
도진이 포션을 던졌다.
헉- 하고 놀라 포션을 잡아채는 데네브.
여관 안을 터질 듯이 채워 나가던 긴장된 공기가 약간 가라앉았다.
“그거 바로 쏘면 손이 완전히 날아갔을 겁니다.”
도진은 아직도 경계심이 완전히 누그러지지 않는 기색인 데베브와 맥스를 보며 말했다.
“진정이 좀 됐으면 어떻게 된 상황인지 들어보고 싶은데요. 적어도 제가 실수로 죽인 게 뭐 하는 사람들인지 정도는 알아야 할 거 같아서.”
“…신분이 불확실한 인물에게 밝힐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당신이 죄책감을 느낄 만한 녀석들이 아니란 건 확실합니다.”
신분, 신분이라.
도진은 자신의 신분을 증명해 줄 모험가 펜던트와 엘토마기아 증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보여 주려고 여자를 다시 봤는데… 그녀의 얼굴이 낯이 익었다.
분위기가 아주 많이 달라 바로 알아보지 못했지만, 분명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