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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적으로 추려낸 인원은 150명을 약간 넘겼다.
처음 계획은 100명을 계획했으나 뽑다 보니 그렇게 됐다.
하루도 안 되어 모집을 마감한 속도감은 이후 진행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모집 마감 안내]
[퀘스트 진행을 위한 인원 모집이 마감되었습니다.]
공격대원으로 뽑힌 인원에게는 집합 장소를 포함해, 30분 내로 답변이 오지 않을 시 차순위자에게 기회가 넘어간다는 내용이 적힌 메일이 발송됐다.
발송된 메일에 대한 답장이 전부 돌아오는 데는 19분이 걸렸다.
발리스 산악지대로 고레벨 유저 다수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 * *
공격대원 전부가 발리스 산악지대로 모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가까운 지역에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거리가 있는 곳에서 장거리 공간이동을 해 가며 모여야 하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붕 뜬 시간을, 도진은 작전 성공률을 올리기 위한 준비에 썼다.
[땅부자알톤: 추가 진입로 하나 더 확보했습니다.]
먼저 모인 공격대원 중 땅의 정령에 모든 걸 쏟아부은 정령사 유저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도진의 부탁으로 멸망교단 비밀거점 주변 탐색 임무를 맡은 자들 중 한 명이었다.
[프리클리: 확보한 진입로 중 한 곳에서 흰 로브를 걸친 인원이 나왔다 들어갔습니다.]
이번에는 레인저 유저의 메시지였다.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동안 멸망교단 놈들은 자주 모습을 보였다.
‘내가 죽인 놈들 때문이겠지.’
사람을 사서 돌아와야 할 두 명이 돌아오질 않으니 신경이 곤두선 것이리라.
어쩌면 이미 그들의 죽음을 인지했을 수도 있다.
흔적을 지운다고 지우긴 했지만,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않았으니 현장을 발견했다면 어렵지 않게 습격을 유추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지금 당장 뭘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저놈들은.
‘숨어서 음모 꾸미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
들키면 안 되는 짓거리를 하고 있는 놈들이 즉각적이고 능동적인 대응이 가능할 리가 있나.
‘결국에는 뭔가를 하긴 하겠지만…….’
방침을 정하고 어쩌고 하는 동안 이쪽 준비가 먼저 끝날 거다.
이후로는 무슨 선택을 할 기회 자체가 놈들에게 주어질 일이 없을 거고.
“도진아, 방금 다섯 명 추가로 도착해서 인원 다 모였어.”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정찰 및 탐색 임무를 맡은 인원을 통제하고 있는 도진에게 다가와 말을 한 건 테레사였다.
그녀는 도진 옆에 꼭 붙어 있는 소년을 힐끔 바라봤다.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는 의문의 소년.
아까 도진에게 소년에 대해 물었으나 확실한 답을 듣지는 못했다. 그냥 퀘스트와 관련된 NPC겠거니 하고 짐작할 뿐이었다.
‘도진이가 알아서 하겠지, 뭐.’
도진이 테레사를 향해 돌아섰다.
“다 모였다고? 그럼 바로 시작하면 되겠네.”
그때 도진은 자신을 잡아끄는 손길을 느꼈다.
오르펜이었다.
도진은 오르펜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너흴 힘들게 만든 놈들은 우리가 대신 혼내 줄게. 그러니까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오르펜은, 아니 아이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도진 그리고 주변을 번갈아 바라봤다.
도진은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말했다.
“시작하겠습니다.”
도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실시간 방송이 시작됐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이 약속된 대로 움직인 것이었다.
-야, 열렸다, 열렸어!
-와씨, 기다리다 목 빠지는 줄 알았네.
-근데 진짜 이번에 뭐야? 공지한 지 하루 만에 사람 모으고 집합하고 바로 시작임?
-이 정도면 실시간 시참 수준 아님? ㅋㅋ
시청자는 순식간에 10만 명을 넘겼고, 계속해서 불어났다.
이대로라면 어디까지 인원을 불릴지 알 수 없을 지경.
하지만 도진은 그쪽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정찰 나가셨던 분들까지 다 복귀하신 거죠?”
도진은 모든 집중력을 지금 이 자리, 멸망교단을 쓸어버리는 데 할애하고 있었다.
“이번 퀘스트에 쓸 소모품부터 나눠 드릴게요.”
도진은 모인 사람들에게 축성부를 비롯해 마석 폭탄, 매직 스크롤, 각종 효과를 지닌 포션 등을 나눠 줬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넉넉하다 못해 오늘 다 쓸 수는 있는 건가 싶은 수량이 주어졌다.
“어… 이렇게까지 필요한가요?”
고레벨 유저들이니 만큼 적잖은 돈을 썼고, 지금도 성장에 그만한 투자를 하고 있는 유저들마저 얼떨떨해할 정도였다.
한 명당 지급되는 소모품의 금액만 대충 따져도 한화 1,000만 원 언저리가 될 정도이니 그럴 만도 했다.
-와, 미친; 도진이랑 같이 게임할 수 있는 거만 해도 돌았는데 무슨 사은품 클라스가 ㄷㄷ
-지금 하는 말 못 들었냐? 퀘스트에 쓸 거라잖아.
-저걸 어케 다 씀? ㅋㅋ 용이라도 잡냐?
-마석 폭탄 영롱한 것 좀 봐. 저 정도면 장비 만들 때 쓰기도 아까울 거 같은데 저걸 폭탄으로 가공을 했네.
물건 좀 볼 줄 아는 사람들은 물량에도 놀랐지만, 품질에 더 놀랐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엄청난 현금이 투입된 것도 있고, 한 번에 대량의 물량을 끌어오느라 엘토마기아에서 대량 구매를 한지라 마법 관련 품목의 품질은 최상급이었다.
-대체 퀘스트 하나에 얼마를 태우는 거야? 저 정도면 진짜 150만 달러는 훌쩍 넘겠는데?
-돈이 문제겠냐? 지금 방송 켜고 몇 분 되지도 않았는데 25만 명이 넘었잖아.
-맞음. 솔직히 콘텐츠 제작비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쓸 만한 금액이지. 이 채널 구독자가 지금 몇 명인데.
받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놀랄 만큼 엄청난 보급은 순식간에 끝났다.
“안에 들어가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신중하게 작전을 짜고 할 상황도 못 되고요. 그래서 무슨 상황이 벌어지든 상관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화력으로 밀어 버리기로 했습니다.”
도진은 탐색조가 표시한 진입로 위치를 공대원들에게 공유했다.
“지금 보이는 지점들이 확보한 진입로 위치입니다. 좁은 곳으로는 진입하지 않고 그쪽은 막아 버리기만 할 겁니다. 진입은 통로가 넓은 세 곳으로 할 거고요. 적과 조우하면 오늘 받은 건 오늘 다 털겠다는 생각으로 아낌없이 써 주세요.”
도진은 빠르게 공격대를 나눴다.
근접과 원거리, 보조 직업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서 나눈 뒤 각자의 위치로 보냈다.
[1공대 위치했습니다.]
[2공대 도착했어요.]
[3공대 준비 완료요.]
[폭파조 준비 끝냈습니다. 신호 주시면 터뜨리고 합류할게요.]
다들 게임 고인물이라 그런지 행동이 빠릿빠릿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된 상황에서, 도진은 공격대 메시지를 띄웠다.
[시작.]
발리스 산악지대의 외진 어느 곳에서 폭음이 울렸다.
* * *
멸망교단 사제들은 깜짝 놀랐다.
재료를 사러 나간 두 명이 돌아오지 않아 조사를 하고, 그들의 죽음을 확인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
본단에 보고를 하고 지령을 기다리며 경계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바깥으로 통하는 통로 두 곳에서 폭음이 들린 것이다.
“무슨 일이냐!”
상급 사제의 외침에 아랫것들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지금 알아보겠습니다!”
라베스의 사제와 성기사들은 폭음이 들린 쪽으로 이동했다.
“치, 침입자다!”
그때 반대쪽에서 다급한 외침이 터졌다.
“이쪽 통로에도 적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방향에서도.
“이,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냐!”
멸망교단은 오랜 세월 암중에서 멸망을 꿈꾸며 암약했다.
그러나 이 말은 곧 오랜 세월 실전 경험을 쌓을 일이 없었다는 말과 같았다.
피 튀기는 혈전을 치를 일이 없으니, 가진 힘을 제대로 쓸 기회도 없었다.
한마디로 집단으로서 멸망교단을 평가하자면 오합지졸에 가깝다는 뜻이다.
“이 우매한 것들이! 위대한 뜻이 이루어질 공간에 더러운 흙발을 들이밀어!”
그래도 레벨은 깡패가 맞아서, 라베스에게 힘을 받은 멸망교단의 사제들은 각자가 강한 힘을 지니고는 있었다.
그들은 방패를 앞세워 밀고 들어오는 악독한 불신자들을 향해 저주와 공격 주문을 퍼부으려 했다.
“던져, 던져, 던져!”
“저 새끼들 캐스팅한다! 투척!”
“호 안에 수류탄!”
그러나 주문을 시전하는 건 아무리 빨라 봐야 돌을 던지는 행위보다 시간을 더 잡아먹기 마련.
전방 라인을 맡은 탱커와 근접 딜러들은 멸망교단 사제들이 주문 시전에 들어가는 걸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마석 폭탄을 던졌다.
콰콰쾅-
요즘 들어 많이 가격이 내려왔고, 도진이 엘토마기아에서 재료값만 내고 가져왔다고는 해도 한 개당 수십만 원은 들인 마석 폭탄은 돈값을 톡톡히 해냈다.
“크아악! 성기사, 성기사단은 뭘 하고 있나!”
“최초 폭음이 울린 곳으로 갔습니다!”
“돌아오라고 해!”
즉사는 면했어도 저주와 공격 주문을 퍼부을 수 없는 상황에 멸망교단 사제들은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렸다.
뒤늦게 현장에 합류한 상급 사제가 그걸 보더니 눈을 까뒤집으며 분노했다.
“이 밥버러지 같은 놈들! 저런 불신자들 하나 제대로 처리 못해서 라베스 님께 누를 끼쳐!”
상급 사제는 품속에서 신물을 꺼냈다.
동시에 그의 몸 주변에서 사악한 기운이 확 하고 뿜어진다.
신물에 의해 저주의 오라를 두른 상태가 된 것이었다.
현재 히든 던전 취급을 받고 있는 이 은신처 안에서 그에게 책정된 레벨은 200 이상.
150레벨을 넘긴 사람이 도진을 포함해 10명이 안 되는 공격대 입장에서 볼 때 엄청난 레벨이다.
하지만 문제가 되진 않았다.
“네임드다!”
뭔가 강해 보이는 오라를 뿜는 게 나타나자마자 일제히 공격이 집중됐다.
마석 폭탄은 물론이고 값비싼 스크롤을 찢기며 만들어진 즉발 마법 수십 개가 상급 사제에게 쏟아졌다.
“어어어?”
그게 상급 사제의 유언이었다.
LOST만 따져도 실전 경험이 풍부하다 못해 넘쳐흐르는 게임 폐인에 고인물을 잔뜩 모아 놓은 것도 모자라 토핑으로 돈을 얹어 끔찍할 만큼의 화력까지 발라 놨더니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하긴 월드 보스 이벤트에서도 통한 게 여기서 안 통할 리가 있겠어?’
그때 나온 몬스터보다 멸망교단 애들이 레벨은 높다.
근데 때와 장소에 따라 보정되는 게 다 있는 법.
대규모 이벤트에서 수백, 수천이 몰릴 걸 가정하고 만들어진 몬스터의 피통은 당연히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그것마저도 집단 마법 일점사 앞에선 소용이 없었는데, 기본적으로 사람 몸뚱이를 한 놈들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지.
거기다 사제도 캐스터다. 주문이 완성될 때까지 무방비한 특성은 마법사와 다르지 않다는 소리.
‘즉발로 터지는 폭탄에 스크롤로 도배해서 밀고 들어가는데 답이 나올 수가 없거든.’
약점과 상성은 집단끼리 충돌할 때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법.
도진은 적의 약점을 집요하게 후벼 파는 전술을 구상했고, 이는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쉽다, 쉬워!”
“이 새끼들 근데 뭐 하는 애들임?”
“몰라요. 그냥 던져요.”
공격대원들도 일방적으로 두들기는 전투에 신이 나서 더 열심히 공격을 퍼부었다.
도진은 그들의 긴장감을 환기시켰다.
“방심하면 안 됩니다. 아직 입구 쪽 조금 뚫은 정도예요. 안쪽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 긴장은 유지해 주세요.”
그래. 멸망교단 놈들이 집단 교전에서는 삼류일지 몰라도 사고를 치는 데는 일류다.
거기다 여긴 갈란테가 부활했던 지역.
그것과 관련된 장소에 위협이 이걸로 끝일 리가 없다.
그게 도진의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