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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사라진 아이의 세상
등급: 일반
[어머니는 아이들의 세상이다.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를 도와주자.]
목표: 사라진 오르펜의 엄마 찾기
보상: 오르펜의 호의
오르펜의 말과 함께 뜬 일반 등급 퀘스트 창.
도진은 그걸 외면할 수 없었다.
솔직히 오르펜의 엄마를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진 않는다.
말하는 걸 보아 엄마가 사라진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닌 거 같고.
마을 어른들이 쉬쉬한다는 걸 보면…….
‘어느 방향으로 생각해도 좋은 결말이 기다릴 거 같진 않잖아.’
젠장. 속으로 욕을 한 도진은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오르펜에게 대답했다.
“그래.”
찾을 수 있을 거 같지 않아도 도와는 줘야겠다.
‘나도 저맘때였나. 제일 엄마가 궁금했을 때가.’
그립진 않았다. 부럽지도 않았고.
그런데 궁금하긴 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는 어떤 사람일까, 하고.
“정말? 정말요?”
반색하며 몇 번이나 되묻는 오르펜을 보며 도진은 간절히 기원했다.
정말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질 확률이라도 좋으니, 이 꼬마 녀석의 엄마가 멀쩡히 살아서 발견되길 말이다.
* * *
기적은 없었다.
도진은 오르펜이 이끄는 대로 숲과 산을 돌아다녔지만 꼬마의 엄마는 발견할 수 없었다.
정오쯤 시작된 엄마 찾기는 날이 저물어 가도록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
선에 걸린 주황색 해를 보는 오르펜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아저씨, 우리 엄마를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최근 들어 들은 질문 중에 가장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대답을 할 필요는 없었다.
“…하긴 아저씨가 알 수 있을 리가 없겠죠.”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그래도 감사합니다. 엄마 찾는 걸 도와주셔서. 역시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네요.”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가자. 마을까지 데려가 줄게.”
“괜찮아요. 아저씨도 바쁘잖아요. 마을에는 제가 알아서 갈게요.”
농담하냐. 이제 어두워질 텐데 애 혼자 보내면 오늘 잠 못 잔다.
“토 달지 말고 마을 가는 길이나 안내해. 나도 오늘밤은 거기서 자게.”
“어… 우리 마을 별로 안 좋은데요……?”
“작은 여관 정도는 있겠지.”
“없는데…….”
있어. 돈 주면 다 재워 줘.
도진은 오르펜을 앞세워 마을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까 너 여자애냐 남자애냐?”
나눌 말이 딱히 없어 물어본 질문에 대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저기요, 저기예요.”
오다가 꺾은 갈대를 휙휙 흔들며 가리키는 방향에 마을이 있었다.
조금 더 걸어 비탈을 내려가자 전형적인 사냥꾼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마을에 들어선 도진은 오르펜을 돌아봤다.
식당이든 여관이든 데려가서 밥이나 먹이려는 생각으로.
“어……?”
그런데 옆에는 오르펜이 없었다.
분명 마을에 들어올 때까지는 함께였는데.
그사이 집에 가 버린 걸까.
마치 그렇다는 듯이 건조한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떴다.
‘…….’
도진은 오늘 하루 종일 꼬마 하나가 있다가 휑해진 곁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마을 사람 하나를 붙잡고 여관을 찾았다.
여관 같은 거 없다더니.
마을 규모는 작지 않았고, 정식으로 영업하는 여관도 있었다.
“처음 보는 양반이구만. 마법사?”
테이블에 앉는 도진을 본 주인장이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마법사를 꺼리는 일반인들 중엔 드문 반응이다.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 붙임성이 좋은 건지도 몰랐다.
고개를 끄덕인 도진은 돈부터 내면서 말했다.
“먼저 식사부터. 잠도 자고 갈 겁니다.”
“금화 말고 잔돈은 없소? 지금 잔돈이 없는데.”
“거스름돈은 됐습니다.”
“허, 역시 마법사 양반들은 돈이 넘쳐다는 건가? 고맙소. 대신 내 제일 맛있는 식사랑 제일 좋은 방으로 대접하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도진은 주인장에게 넌지시 물었다.
“혹시 오르펜이라고 아십니까?”
작지 않은 마을이라 해도 도시 소리 들을 크기는 절대 아니다.
이런 마을은 동네 꼬마는 다 알고 지낸다고 봐야 했다.
도진은 여관 주인에게 오르펜에 대해 듣고 싶었다.
엄마를 찾는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아빠는 있는지.
그런데 여관 주인의 반응은 도진이 생각했던 어느 것에도 부합하지 않았다.
“…당신 뭐요?”
화를 내는 듯한, 아니 겁을 먹은 건가?
도진은 주인에게 왜 그러는지 물으려 했다.
“이- 개씨- 발놈이!”
그런데 구석에서 술을 마시던 털복숭이 하나가 벌떡 일어나며 잔뜩 격앙된 욕설을 날리는 게 아닌가.
반쯤 눈이 풀린 그는 도진을 정확히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뭔데 그 재수 없는 이름을 꺼내는 거야!”
여관 주인이 급히 나서서 그를 말렸다.
“진정해, 후고! 저 사람 안 보여? 마법사잖아!”
“마법사면 뭐! 뒤진 새끼 이름 꺼내서 사람 좆 같게 만들어도 된다는 거야, 뭐야! 가뜩이나 요즘 꿈에 나와서 뒤진 애미 찾는 애새끼 때문에 좆 같은데!”
여관에 있던 다른 손님들이 달려들어 후고를 말렸다.
도진을 걱정한 게 아니라 마법사한테 덤비려는 후고를 걱정해서였다.
결국 후고는 남자 손님 셋에게 연행되듯 밖으로 끌려 나갔다.
남은 손님들의 따가운 시선이 도진에게 모였다.
하지만 도진은 그런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방금 그거, 무슨 소리죠?”
“…당신이 왜 그 아이를 찾는 거요.”
“오늘 산에서 만났습니다.”
여관 주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젠장, 개소리 마시오. 방금 못 들었소? 그 아이는 죽었어.”
죽었다니. 멀쩡히 살아서 엄마를 찾아다녔는데.
마안으로 확인까지 했다. 오르펜은 정상이었다.
“하아… 겁 많은 머저리들이 헛소리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 아이가 유령이라도 돼서 나타나는가 보군.”
안타까움과 두려움이 뒤섞인 여관 주인의 말에 도진은 혼란스러움을 느껴야 했다.
거짓말을 하는 거 같지는 않다.
그런데 자신은 분명 살아 있는 오르펜을 만났다.
‘혹시 동명이인? 아니면 사칭일 수도.’
무엇이 되었든 방금 완료된 퀘스트는 뭔가 더 있다.
‘아니, 퀘스트가 문제가 아니라…….’
걱정이 되잖아.
도진은 ‘마법산데 나가 달라고 하면 화내겠지? 제기랄, 재수가 없으려니’ 하는 표정을 한 주인장에게 추가로 금화를 내밀었다.
“자세히 듣고 싶은데요.”
“…어디서부터 궁금한지는 얘기를 해 줘야지.”
돈 앞에 굴복한 주인장은 자신이 아는 사건의 전말을 자세히 알려 줬다.
사실 자세히랄 것도 없었다.
최근 몇 년간 이 마을은 물론이고 인근에서 지속적으로 행방불명 사건이 벌어졌는데, 최근 행방불명된 아이들이 사람들 꿈속에 나온다는 거였다.
행방불명. 몬스터로 가득한 이 세계에서는 흔하디흔한 일에 불과하지만, 멸망교단을 추적하는 도진 입장에서는 흘려들을 수 없는 단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죽은 자가 사람들의 꿈에 나온다고.’
스펙터. 망령이라 부르는 몬스터다.
하지만 분명히 「적야」로 봤을 때는…….
‘설마 마안까지 속일 정도로 급이 높은 망령이었다고?’
아니, 그럴 확률보단 차라리 그 아이가 행방불명 사건의 생존자일 가능성이 더 높을 거다.
도진은 멸망교단보다 이 사건부터 파헤쳐 보기로 했다.
행방불명 사건이 멸망교단과 연관이 있을 확률도 있고.
“꺄아아아악-”
그런데 끄때였다.
어느새 새까매진 밤거리에 찢어질 듯한 비명이 울린 것은.
도진은 바로 달려나갔다.
그러자 겁에 질려 달려오는 여자가 보였다.
도진은 여자를 붙잡지 않았다.
어차피 공포에 이성이 마비된 사람 붙잡고 물어 봐야 피곤하기만 하다.
대신 도진은 여자가 달려온 방향으로 달려갔다.
확 하고 피비린내가 풍겼다.
냄새를 쫓아 골목으로 들어서자 처참히 찢긴 시체가 보였다.
우락부락한 근육을 지닌, 처음 보는 남자다.
그리고 그 곁에, 마찬가지로 처음 보는 아이가 서 있었다.
아이가 고개를 돌렸다.
창백한 아이는 도진을 보고 활짝 웃었다.
“착한 아저씨다.”
노이즈 낀 화면처럼 지직거리며, 아이의 얼굴이 뒤바뀌었다.
도진이 아는 꼬마의 얼굴이었다.
* * *
“…네가 이런 거야?”
시체를 보며 묻는 말에 오르펜이 된 무언가가 대답했다.
“맞아요. 이 아저씨가 제피네 엄마를 죽인 아저씨거든요. 드디어 이번에 대답을 해 줬어요. 그래서 죽였어요. 아, 제피는 얘예요.”
말하는 오르펜의 얼굴이 뒤바뀌었다.
주근깨가 귀여운 소녀의 얼굴이다.
그 모습을 본 도진은 오르펜, 아니 저것의 정체를 눈치챘다.
‘망령 군체.’
정확한 명칭은 아니다.
그때그때 다른 명칭으로 불리기도 하고, 네임드화 되어 고유의 이름을 갖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 본질을 꿰뚫는 단어로 ‘망령 군체’만 한 건 없다.
말 그대로 망령들의 집합체인 존재니까.
‘거기다 메모리 이터인가.’
꿈에 계속 나왔다고 했었지. 그러면서 계속 사람들의 기억을 더듬었을 거다.
그러다 기억을 지키는 방벽을 무너뜨리고 자신들에게 해를 가한 인간의 기억을 접하면…….
‘저렇게 되는 거지.’
가해자는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였던 아이들은 가해자가 된다.
‘아니길 바랐는데…….’
마안으로 본 게 맞길 바랐다.
「적야」를 속일 만큼 강력한 인식 저해 능력을 지닌 유령 따위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이었길 바랐다.
하지만 도진의 바람은 최악의 형태로 어긋났다.
“…복수는 끝난 거야?”
아이들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우린 계속 엄마를 아빠를 찾을 거예요. 나쁜 사람들도 찾을 거예요. 이 나쁜 아저씨가 말해 줬어요. 나쁜 사람은 이 아저씨만 있는 게 아니라고.”
제피라는 소녀가 우는 모습으로 말했다.
“이 아저씨는 저랑 우리 엄마를 팔았대요. 우리 엄마를 때리고 나쁜 짓도 했대요.”
말하는 걸 보아 본인의 기억에는 결손이 있는 거 같았다.
불안정한 망령이다.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며 버틴 끝에 망령 군체가 된 거다.
도진은 눈앞의 망령 군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아저씨는 착한 사람이죠?”
망령 군체가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아니.”
도진이 대답했다.
“역시. 아저씨는 착한 아저씨구나.”
망령 군체가 손을 들어 올렸다.
마치 어른에게 손을 잡아 달라고 하는 아이처럼.
“엄마 찾는 거 도와줄래요? 이 아저씨가 그랬거든요. 아직 살아 있는 엄마가 있을지도 모른대요.”
도진은 망령 군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작은 피웅덩이 위에 서 있는 아이의 손을 잡았다.
“그래, 엄마 보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