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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래서 결말은 뭐야?
-무슨 결말?
-도진 신고 당한 거. 그때 신고했다고 말만 나오고 아직 아무 소식 없잖아.
-사태파악 한다더니 별말 없는 거 보면 그냥 헛소리였던 거 아님?
-ㄴㄴ 오히려 아예 좆돼서 정신없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
한 유저의 성황청 신고 선언 이후 도진과 도진 주변 사람들 모두가 침묵에 들어가자 사람들은 이런저런 추측을 쏟아냈다.
이틀 차부터 시작된 이런 현상은 기묘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서로 자기 생각이 맞다며 편을 갈라 싸우기 시작한 것.
-병신들 ㅋㅋ 속 좁게 지랄해도 아무 소용없죠?
-그냥 시끄러우니까 방송 끄고 부유대륙 던전 싹 다 터는 중일 듯.
-도진 특: 다 깨고 영상으로 증명함.
현 사태가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던 도진의 팬들은 사방팔방 이런 글을 쓰며 시노 무용론을 펼쳤다.
테레사 방송이 꺼지면서 도진 파티의 사냥을 실시간으로 관람할 기회가 날아갔기에 그들의 분노는 상당했다.
하지만 반대파도 만만치 않았다.
-응~ 너네 도진인지 뭔지 벌써 잡혀가서 성황청 지하실에 갔어~
-정말 아무 일 없으면 벌써 괜찮다고 공지나 영상 올라왔겠지 ㅋㅋ
-진짜 좆 돼서 접속도 못 하고 집에서 소주 빨고 있는 거 아님? 헉 불쌍해 ㅠㅠ
도진의 안티들은 평소 억눌렸던 어둡고 음침한 감정을 폭발시켰다.
이제껏 음지에서만 활동했던 그들은 양지에서 으스댈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제목: 나도 열사님 하신 일에 한몫 거들고 왔다]
[성황청 본청까지 갈 것도 없다. 모든 신전은 성황청 직속이다. 어떤 신전이든 들어가서 신고하면 되더라. 사제님도 친절하게 들어주시고, 정말 뱀파이어와 관련된 자라면 엄벌을 피할 수 없을 거라며 화도 내셨다. 이왕이면 예쁜 여사제님 있는 신전으로 가면 10분 정도는 여자랑 대화도 할 수 있으니 참고 바란다.]
심지어 안티들은 신고 러시를 하겠다며 성황청 신전을 찾아가서 추가로 신고를 넣는 운동까지 했다.
최초 신고자를 투사, 열사, 영웅, 용사 등으로 부르며 열과 성을 다해 도진을 매장하려는 모습.
-진짜… 인간이란 존재에 환멸이 느껴진다. 도진이 한 명 어떻게 해 보겠다고 왜들 저러는 거야?
-나 진짜 요즘 눈물 나서 도진이 채널도 못 들어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 게 안쓰럽고 혼자서 얼마나 힘들고 그럴지 상상도 안 가.
└정말… 무슨 말이라도 해 줬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안 좋은 상황인 거 알게 되는 거 무섭고 그래서 나도 복잡하고 그래.
진심으로 도진을 걱정하는 팬들도 많았으나.
-ㅋㅋㅋ 쟤들은 뭐 걔가 인생 대신 살아 줌? 지들 인생이나 챙기지 슬프긴 개뿔.
-저런 애들 특: 존나 뚱뚱한 도태녀, 도태남들임.
-공감 능력에 인생 스탯 몰빵한 븅신들인가? 지금 이 상황이 안 재밌어? 그냥 즐겨 병신들아 ㅋㅋㅋ
그것마저도 악질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일 뿐이었다.
걱정하는 글에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며 조롱하고, 캡쳐해서 자기들 본진으로 가져가서는 2차적으로 조리돌림을 했다.
-요즘 게시판만 오면 재밌네. 왜 자기들 일도 아닌데 저렇게 열내고 싸우냐?
-그냥 둬. 자기들 인생 낭비하겠다는데 뭐.
-ㅋㅋㅋ 근데 보고만 있어도 재밌지 않냐? 어디가 이길지 솔직히 궁금해.
└신고를 당하고 그걸 해결해야 하는 건 도진인가 하는 유튜번데 왜 승패는 쟤들이 갈리는 거냐?
└이제 사실상 팬이랑 안티들 전쟁이니까 ㅋㅋ 상관없는 우리야 팝콘만 뜯으면 되는 거지만 쟤들은 진짜 인생 걸린 기분일걸? 그게 팬심이거든.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든 상관없는 중립 진영은 편안히 팝콘을 뜯으며 새로운 가십거리를 즐겼다.
이렇듯 희비가 엇갈리는 시간은 도진이 침묵하는 시간만큼 이어졌다. 그러다 상황의 반전을 암시하는 사건이 새롭게 터졌다.
[제목: 뭐냐 시발. 뒤늦게 나도 거들려다 좆된 거 같은데?]
[미친년들아! 신고하러 가면 사제년이 친절하게 웃어 준다며! 시발 도진 그 새끼 신고하러 갔다가 개뚜들겨 맞고 신전에서 내쫓겼잖아!]
한 표 거들기 위해 투표를 하러 가는 유권자처럼 창세교단 신전에 도진을 신고하러 갔던 한 유저가 멍석말이를 당하고 문전박대를 당했다는 글이 올라온 것이다.
이에 도진 안티들은 개소리 말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응~ 아무도 안 믿어. 오늘도 신고 때릴 거야~
-도맘 년들 이젠 하다 하다 이런 유언비어까지 퍼뜨리네 ㅋㅋ
-그만큼 똥줄이 탄다는 거겠죠? ㅋㅋ
-아무리 막으려 해도 소용없어요, 아줌마. 이건 시대의 흐름이에요, 시대의 흐름.
조바심이 나서 허위 정보라도 퍼뜨려 자신들의 신고 테러를 막아 보려는 허튼수작 정도로 여긴 것.
-이렇게 된 거 오늘 신고 러시 ㄱㄱ 어떰? 날 잡고 아주 죽여 버리자.
-아예 지금까지 신고한 거 어떻게 처리되고 있냐고 문의까지 넣는 거 어때?
자기들이 위협이 되고 있다 여긴 그들은 기고만장했다.
-아예 내가 오늘 실시간 방송 켜고 신고 방송해야겠다. 얼굴 팔려도 상관없는 애들 다 모여서 같이 가자.
행동력 넘치는 관종들은 실시간 방송까지 켜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신고를 하러 갔다가 멍석말이를 당했다는 사람이 정말 골수까지 도진의 안티인 진짜배기였다는 것을.
[“인류의 공적 뱀파이어와 내통하는 자가 있어 신고를 하러 왔습니다!”]
예고대로 방송을 켜고, 신전 앞으로 우르르 몰려가 우렁차게 외치자마자.
[“…….”]
신전 앞을 지키고 있던 성기사가 싸늘한 눈초리를 보냈다.
거기서 눈치를 챘어야 하는데, 그들은 눈치가 없는 걸로는 세상에서 둘째가기 어려운 인간들만 모인 집단이었다.
[“그의 이름은 도진! 지금도 뱀파이어 계집과 히히거리며 추악한 짓을 꾸미고 있는 인류의 암적 존재요!”]
말투부터 좆 같네 라는 채팅이 올라오는 가운데 이변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우리 동지가 고발장을 적지 않게 넣었다고 알고 있는데,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부터-”]
퍼억 하고 떠벌거리던 놈의 면상에 검집이 틀어박힌 것이었다.
케흙- 하는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안티 A.
코피가 줄줄 흐르는 면상을 부여잡은 그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를 못 하는 모습이었다.
[“어어, 뭐, 뭐야? 왜 다짜고짜 사람을 치고 그래?”]
같이 몰려온 사람들은 당황해서는 항의를 하려 들었다.
그러나 신전 입구를 지키는 성기사는 듣지 않았다.
[“네놈들이구나. 최근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일삼으며 사람들의 불안을 부추긴다는 녀석들이!”]
진심으로 화가 잔뜩 난 모습이었다.
입구 쪽의 소란에 달려 나온 다른 신전 관계자들도 현장 상황을 보더니 얼굴 표정이 험악해졌다.
[“또 그놈들이냐?”]
[“예. 본청에서 주의하라 지시한 그들입니다. 뱀파이어와 관련된 소문을 퍼뜨리며 불안을 조장하려 한다는 악독한 놈들 말입니다.”]
[“허허, 형제님들. 아무리 세상에 불만이 많다 해도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목을 우득우득 꺾으며 다가오는 성기사들.
[“어어? 이러면 곤란해? 이러다 사람 치겠어, 아주- 컥!”]
성기사들에 비해 숫자가 월등히 많은 안티 집단이었으나 레벨 차이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현재 유저 레벨로는 감당 못 할 만큼 강력한 게임 속 ‘경비병’과 비슷한 존재인 신전 성기사들은 순식간에 도진의 안티들을 제압했다.
도살장에서 개와 돼지를 두들기듯 검집으로 그들을 구타해서 포박한 성기사들은 그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름.”]
[“아니, 왜 이러는지는 알려 주고- 켁!”]
헛소리를 할라 치면 바로 주먹과 검집으로 주둥이부터 후려치며 진행된 심문 끝에 신고를 하려 달려온 자들은 전부 이름과 모험가 길드 등록번호를 털렸다.
[“잘들 들어라. 아무리 이세계에서 왔다 해도 허위의 사실을 유포해 광범위한 불안을 조성하려 한 죄는 크다. 앞으로 그대들은 신전 출입을 금지받을 것이며, 성황청과 관련되어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할 것이다.”]
성황청과 모험가 길드는 밀접한 협력 관계에 있다.
특히 효과 좋고 부작용이 적은 각종 축복받은 포션은 성황청을 통해서만 구할 수 있었다.
구매 자체는 모험가 길드 혹은 길드 협력 상점 등에서 한다지만, 결국 원 출처는 성황청인 것.
한마디로 지금까지 도진을 신고했던 자들 그리고 여기에 있는 자들은 성황청과 연계된 어떤 물품도 살 수 없다는 뜻이었다.
사지 결손 등 큰 부상을 입어도 신전 고위 사제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런 게 어딨어! 이러면 게임 어떻게 하라고!”]
신고 방송을 주도한 안티 A가 코뼈가 뭉개진 채로 눈물을 흘리며 꽥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도 않았고, 동정하지도 않았다.
[“시끄럽다. 너희가 이세계에서 온 리제니안이 아니라면 고문실을 거쳐 화형대에 올라도 할 말 없을 중죄란 말이다.”]
성황청은 단호했고.
-병신들 ㅋㅋ 애초에 지들도 남 좆 돼게 하려고 달려가서 고자질한 주제에 무슨 ‘게임을 오또케 하라고!’ 이 지랄 ㅋㅋ
-원래 저런 새끼들 특징이 다른 사람 불행에는 낄낄대면서 자기들은 조금만 아파도 눈물 콧물 질질 짜면서 엄살 부리는 거잖아.
대중은 싸늘했다.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려고 이를 악물고 해 왔던 그들의 행동은 결국 아무도 그들을 동정하지 않게끔 만든 것이었다.
-자업자득이네 ㅋㅋ
누군가의 말처럼 자업자득이었다.
-근데 갑자기 성황청 반응이 달라진 거야?
-모르지. 계속 같은 신고 들어오니까 짜증 난 거 아냐?
-조사하기 귀찮으니까 없는 일로 만들려고 한 걸지도.
-하긴 로스타니아에서 뱀파이어가 워낙 민감한 주제잖아.
도진이 뭔가 한 게 아닐까 하는 의견도 올라왔지만, 주류가 되진 못했다.
아직까지 성황청에 그만한 영향을 끼칠 만큼 유저의 레벨이나 영향력이 올라오지는 않았다는 의견이 더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그 말이 맞았음이 드러났다.
[성녀님과 함께 뜻깊은 시간 ^^]
도진 채널에 사진 한 장이 올라온 것이다.
-저 여자가 뭔데?
└글을 읽어 병신아. 내용은 둘째 쳐도 제목은 읽어야 할 거 아냐.
└그래서 누구냐고.
└성녀! 성녀라고 병신아! 제목에 적혀 있잖아.
└아, 성녀구나. ㄱㅅ.
-이 위에 대댓 쓴 새끼 혈압으로 실려 갔겠는데?
-근데 시발 뭔 짓을 하면 성녀랑 저렇게 나란히 사진을 찍어?
-저거 그거잖아. 이번 영상에 나온 거.
-성황청에 저거 기부하고 쇼부친 건가?
-그 정도로는 사면 정도면 몰라도 신고자들 두들겨 패고 신전 출입 금지까지 때리는 건 좀 오바 아냐?
도진이 성녀와 나란히 서서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은 여러 방향에서 사람들에게 충격을 선사했다.
-진짜 소름이네. 어떤 식으로든 도진이 성황청이랑 깊게 엮인 건 기정사실인 거잖아.
-이번에도 저쪽이랑 연관된 히든 퀘스트 진행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럴 가능성도 있겠다. 아니면 애초에 성황청에서 받은 퀘스트 때문에 부유대륙에 간 걸 수도…….
└그런 와중에 뱀파이어랑 어쩌고 하면서 신고한 거면 성황청 반응이 이해가 가네 ㅋㅋ
다른 설명 없이 그저 한 장의 사진만 올렸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각자가 각자의 생각을 쏟아내고, 그중 그럴싸한 것들을 취사선택하며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