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직 랭커의 뉴비 생활-161화 (161/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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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뭘 본 거임?

-뭐 후다닥 퍽 쾅 하니까 보스가 죽냐 ㅋㅋ

-와… 이런 거 보다가 크아앙 방송 보면 눈 아플 만도 하지

시청자들도 새삼 감탄했다.

약한 몬스터를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는 도진은 또 새로운 느낌이 있었던 것이다.

하물며 화면 너머가 아니라 바로 옆에서 생생하게 직관을 했으니.

자반고등어만이 아니라 메메 그리고 크아앙도 감탄하긴 마찬가지였다.

“…미쳤다.”

아니, 크아앙에 이르러선 거의 추앙에 가까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되살아난 예수를 본 기독교 신자 같은.

-크아앙 저거 눈 보니까 악성 도슬람 하나 더 생긴 거 같은데

죽은 보스의 시체에 겹쳐 뜨는 인스턴트 던전 클리어 메시지를 보고 돌아선 도진이 말했다.

“뭐, 대충 이 정도면 1인분은 했다고 봐도 되겠네요. 정상적인 파티면 크아앙 님 말고도 딜러가 한두 명 더 있을 거고, 그 사람들 몫을 제가 지금 처리했다고 치면…….”

도진이 죽은 보스 시체를 가리켰다.

“결과는 어차피 똑같이 저렇게 됐을 테니까요. 축하해요, 크아앙 님. 딜러 1인분 해서 인던 깨신 거.”

크아앙은 그간 게임 못한다고 시청자를 비롯해 주변 지인들에게까지 놀림 받고 두들겨 맞던 세월이 떠올랐다.

그게 방송적으로 도움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 크아앙 본인은 항상 신경 써 왔던 일종의 콤플렉스였다.

‘사람이 이렇게 못할 리가 없다. 이건 방송하려고 콘셉트 잡는 거다.’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얼마나 서러웠는지.

그것들이 한 번에 떠올라 크아앙은 울음이 나올 거 같았다.

“정말 감사해요. 진짜 저도 절 못 믿고 포기했는데…….”

크아앙은 방금 전 자신이 했던 전투를 떠올렸다.

남이 보면 실수투성이에 답답하고 루스한 전투였겠지만, 크아앙 본인이 느낀 바는 전혀 달랐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늑대인간 놈은 더럽게 빨랐고, 표적이 빠르게 움직이니 더럽게 맞추기 힘들었다.

그래도 도진이 알려 준 대로 꿋꿋하게 마법을 시전했더니, 하나씩 마법이 맞기 시작했다.

빗나갈 때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하고 당황했던 예전과 달리 ‘침착하게, 침착하게’를 되뇌며 했더니 됐다.

“이게 다 도진 님 덕분이에요!”

크아앙과 함께 그녀의 시청자들도 고마워했다.

-솔직히 놀리긴 했지만, 시무룩할 때마다 마음 안 좋긴 했는데. 저러는 거 보니까 가슴 찡하네.

-이게 인간 승리지. 진짜 도진 님한테 고맙다고 절해도 모자랄 지경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정도면 도진 님한테 치과 의사 협회에서 명예 치과 의사라도 시켜 줘야 하는 거 아님? ㅋㅋ

-뭔 소리야 ㅋㅋ 앞으로 계속해서 이 망가질 사람들 다 구제한 건데. 치과 입장에선 손님 줄어드니까 손해지.

모두가 해피 하고 훈훈한 상황이었다.

도진으로서는 겨우 이 정도에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이해가 안 되었지만.

‘처음 봤을 때를 생각하면 또…….’

그 충격적인 장면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던 사람들임을 감안하면 이런 반응도 납득할 만했다.

솔직히 그런 걸 계속 보면 PTSD가 생길 만도 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그러려나?’

약간이나마 나아진 지금도 마법을 쓰다 폭발하거나 그럴지가 궁금해진 것이다.

“크아앙 님?”

“넵!”

“5성 마법 한번 써 봐요.”

“5성 마법이요?”

순진무구한 눈을 한 크아앙은 도진이 시키는 대로 5성 마법을 시전했다.

방금 도진이 쓰는 걸 봐서 그런지 그녀도 「화염포탄」을 썼다.

작은 불씨가 점점 커지며 덩치를 불리는데, 그 속도가 정말 처참하게 느렸다.

그래도 열심히 집중해서 마법을 완성해 가긴 하는데… 불덩이가 커지면 커질수록 참 불안하게 일렁인다.

-어어어어! 크아앙한테 5성이라니! 그거 그러다 터져요!

-와, 씨. 진짜 스릴러 영화보다 더 간 떨리네.

-난 롤러코스터 탄 거 같아;

모두가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는 가운데, 드디어 마법이 완성에 가까워졌다.

그때.

번쩍.

도진이 크아앙 눈앞에 섬광을 터뜨렸다.

“꺄아악!”

깜짝 놀란 크아앙은 손을 허우적댔고, 당연히 마법은 취소… 가 아니라 폭주했다.

‘이게 문제구만.’

미리 철저히 준비하고 있던 도진은 크아앙을 걷어차 폭발 범위에서 빼냈다.

정작 도진은 폭발 범위에 휘말리게 되긴 했지만, 「염동방출」을 통한 방어로 피해를 최소화했다.

5성 마법이라고는 해도 시전자가 크아앙이고, 미완성된 마법이기까지 하면 맨몸으로 견뎌도 도진이 치명상을 입을 일은 없었다.

-또 터졌다, 또 터졌어!

-근데 저건 도진이 터뜨린 거에 가깝지 않음?

-ㅋㅋㅋ 방송 각 미쳤네. 저기서 저러면 당연히 터지지.

-원래 저래도 안 터지는 게 맞긴 해

꾸엑 하는 소리를 내며 데굴데굴 굴러간 크아앙이 억울함이 덕지덕지 묻은 얼굴로 외쳤다.

“뭐 하시는 거예요! 오랜만에 안정적으로 되고 있었는데……!”

‘안정적? 그 불안하게 꿀렁거리던 덩어리가?’ 하고 되묻고 싶긴 했지만, 참았다.

막 자신감 붙기 시작한 새싹을 짓밟을 수야 없는 일이니.

다만 방금 건 필요한 일이었다.

솔직히 실제로 보고 싶어서 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지금 보니까 왜 마법 쓰다 터지는 건지 알겠네요.”

마나를 볼 수 있는 눈을 이용한 관찰은 마법이 왜 터지는지에 대한 답을 얻게 해 줬다.

“방금처럼 돌발 상황이 발생하거나 공격을 당했을 때 마법을 통제할 수 있으면 상관이 없어요. 반대로 통제 못 해도 괜찮아요, 바로 흩어 버리면 되니까. 이걸 깔끔하게 하면 할수록 역류로 인한 피해도 경감되는 거고.”

“아, 넵.”

잔뜩 억울해하던 크아앙은 갑자기 시작된 교육에 자세를 고쳐 앉았다.

‘내가 한순간이나마 도진 님을 의심했다니. 다 이유가 있으셔서 그런 것을……!’

크아앙은 도진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근데 크아앙 님은 포기를 몰라요. 아까 보니까 이미 통제할 수 없게 된 마법을 계속 붙잡고 놓질 않던데. 그러면 통제할 수 없는 상태로 마법이 완성되고, 결국 펑 하는 거죠.”

만들고 있는 ‘마법’이 직접 공격당해 터지는 것과 마법이 스스로 터지는 건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전 이걸 놓으면 터질까 봐 무서워서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한 건데.”

“그래서 터진 거예요. 안 되겠다 싶으면 바로 흩어 버려야 돼요.”

“아하.”

“이것도 연습하면 다 되는 거니까 연습 꾸준히 하세요. 1성부터 차례대로 올라가면서요. 아래부터 숙련도를 쌓아야 해요.”

“넵! 1성부터 차례대로 새로 배운다는 느낌으로 열심히 연습할게요.”

잠시 잃었던 신앙을 되찾은 크아앙이었다.

-근데 진짜 마법사는 뭐 하는 직업임? 플레이어 간 편차는 둘째치고 마법 쓰는 것도 연습이 필요해?

-다른 클래스도 마찬가지야. 시스템적인 스킬 숙련도도 숙련도고, 그걸 쓰는 유저도 숙달돼야 제대로 된 성능이 나옴.

-다른 클래스는 저점이 비교적 높아서 티가 안 나는 거지. 칼은 대충 휘두르면 일단 딜은 들어가니까. 근데 어차피 고점 보려면 다 똑같이 노력해야 함.

-노력 X 재능 O 어차피 다 재능빨임. 너, 나, 우리가 노력한다고 저기 도진처럼 되겠냐? 택도 없지 ㅋㅋ

-이런 새끼들이 제일 병신임 ㅋㅋ 그냥 각자 노력해서 각자의 고점을 볼 생각을 해야지. 재능 없는데 노력도 안 하면 그냥 밑바닥인 거야, 븅신아.

훈훈하던 채팅창에 몇몇 빌런이 등장하면서 투기장이 열리려 했다.

“어허. 지금 싸우는 사람 싹 다 목 잘라 버려.”

하지만 사태는 순식간에 진압됐다.

크아앙이 게임은 못 하지만, 그래도 방송에 대해서는 프로였다.

바로 분란을 일으킨 시청자들이 숙청됐다.

“그럼 한 바퀴 더 돌까요?”

다시 텐션이 오른 크아앙은 의욕을 불태웠으나.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어차피 내일 레사 누나랑 합방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여기서 더 하면 내일 쓸 집중력도 없을걸요.”

“그, 그런가요?”

도진은 아니었다.

어차피 여기서부터는 시간을 들여 숙련도를 쌓아 가는 단계인데, 그건 도진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구경할 건 다 구경하기도 했고.’

크아앙은 아쉬워하긴 했지만, 도진을 더 붙잡지 않았다.

“갑자기 부탁드린 건데 이렇게 자세히 알려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정말 항상 대기하고 있을 테니까 필요할 때 부르세요. 도진 님 부탁이면 뭐든 다 열심히 할게요.”

“아… 네, 뭐. 그렇게까지 하실 건 없긴 한데.”

“지금 쓸모없을 거 같다고 생각했죠.”

눈치가 빠른 여자다.

도진은 말을 돌렸다.

“내일 합방도 힘내세요. 파이팅.”

“…….”

* * *

다음 날.

“안녕하세요!”

크아앙 방송에 테레사가 왔다.

방긋방긋 웃으며 인사하는 그녀를 크아앙과 시청자들이 반겼다.

서로 소개도 하고, 이런저런 토크도 하고.

크아앙이 어제 있었던 일을 자랑하면서 시간을 보낸 둘은 드디어 던전 공략에 나섰다.

오늘도 시청자 두 명이 함께했다.

그리고 테레사는 시작부터 뒤통수에 아군이 쏜 마법을 얻어맞았다.

“……?”

범인은 당연히 크아앙이었다.

“꺄아악! 테레사 님 괜찮으세요?”

“무, 물론이죠. 겨우 이 정도로는 기스도 안 나요!”

“죄송해요! 제가 건방지게 더 빠르게 써 보려다가……! 이제부턴 정말 조심조심 쓸게요.”

빠르게 쓰려다 실수했다고? 캐스팅은 충분히 느렸던 거 같은데…….

이후로 크아앙과 진행한 던전 공략은 테레사에게 있어 충격의 연속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몬스터는 심하게 죽지 않았고, 사고는 심심하면 일어났다.

심지어 이게 도진의 교육으로 많이 나아진 거라니.

‘난 참 행복한 거였구나.’

테레사는 지금 결심했다.

사냥할 때 마법사랑은 파티하지 말아야지 하고.

자신의 인생에서 마법사는 도진 하나로 충분할 거 같았다.

* * *

도진은 천지현과 밥을 먹으며 테레사와 크아앙의 합방을 보고 있었다.

시작부터 거하게 사고를 치긴 했어도 이후로는 그나마 봐 줄 만하긴 했다.

크아앙 수준에선.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는 표정을 한 테레사를 보니, 헛웃음이 나와서 볼 맛이 났다.

“도진아, 그런데 앞으로는 라이브 방송도 하는 거야?”

실소하는 도진에게 천지현이 물었다.

“응? 내가?”

“아니, 웬일로 네가 처음 보는 사람이랑 방송도 같이 하고, 지금까지 안 하던 걸 하니까.”

“회사에서 궁금하대?”

“응. 나도 궁금하기도 하고, 네 일이니까.”

“음… 재밌긴 했는데, 가끔이면 몰라도 계속하면 피곤할 거 같아.”

천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콘텐츠 팀장은 그녀에게 은근히 도진을 설득해 볼 수 없냐는 듯이 말하긴 했지만, 천지현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도진이가 편한 게 제일이지.’

이게 천지현이 일을 하는 기본적인 마인드이기에.

“더 먹을래?”

“더 먹으면 살찔 거 같은데.”

“넌 좀 쪄도 돼.”

나흘 뒤 명절에나 볼 법한 한우 세트가 선물로 왔다.

보낸 사람은 크아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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