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직 랭커의 뉴비 생활-160화 (160/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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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비해 오늘은 방송 시작부터 시청자가 몇 배나 많았다.

가뭄에 콩 나듯 벌어지는 이벤트인 도진의 실시간 방송 출연 소식에 그의 팬들이 몰려서였다.

-아 ㅋㅋ 이런 꿀잼 콘텐츠가 있으면 공지 좀 해 주지

-우리가, 어? 꼭 다른 채널 공지 올라왔다는 소식 로트라넷에서 보고 와야겠어?

-배가 불렀네 ㅋㅋ 한 달 넘게 잠수 타는 거 아니냐고 불안해할 땐 언제고

정확히 뭘 하는지도 모르고 일단 도진이 출연한다니까 착석부터 한 사람들은 시작부터 충격을 먹었다.

-1성 마법 캐스팅에 3초가 걸려?

-그럴 수 있긴 함. 레벨 30이하면.

-이거 저레벨 뉴비 키우기 콘텐츠였어?

도진 팬들의 어리둥절한 반응에 크아앙 팬들은 몹시 즐거워했다.

-…우리 크아앙이 레벨 120 넘었습니다.

-상황 진짜 줜나 웃기네 ㅋㅋ 우린 5번 연속 마법 시전 성공했다고 놀라고 있는데, 저쪽 애들은 3초나 걸린다고 놀라고 있네

-당연한 거 아님? 항상 개쩌는 도진 님만 보다가 우리 크아앙 보면 인지부조화 오는 게 당연한 일이잖아 ㅋㅋ

-아 ㅋㅋ 마우스피스 없이 볼 수 있는 방송만 보던 쉑들 귀엽네 ㅋㅋㅋㅋ

시청자들끼리 뒤섞여 노는 사이 도진은 기본기가 처참한 크아앙에게 마법사 튜토리얼을 속성으로 강의 중이었다.

“저기 저 표적에 대고 쏘면 돼요. 쏘는 순간 숨 참고, 시선만 제대로 고정하면 알아서 에임 보정되니까 긴장할 거 없어요.”

“넵!”

호기롭게 대답하며 마법을 쏘는 크아앙.

한데 크아앙이 쏜 「바람 화살」은 10미터 거리의 표적을 맞추지 못했다.

“…….”

표적에서 3미터쯤 어긋난 곳에 박힌 화살을 보며 도진은 암담함을 느꼈다.

-ㅋㅋㅋ 도진이 표정 좀 봐

-이제 정신이 들어? 이제 정신이 들어? 이제 정신이 들어?

-나 진짜 폐철광 영상 때부터 진 팬이었는데 저런 얼굴 처음 본다 ㅋㅋ

-귀여워

도진 팬들은 여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도진의 반응을 보며 웃고 즐거워했다.

“크아앙 님, 마법 쏠 때 왜 눈을 감아요?”

“바, 바람이 나갈 때 팡 하고 터져서 저도 모르게 그만…….”

도진도 즐거웠다.

새로운 걸 알아가는 건 신선한 일이고, 크아앙은 도진에게 있어 모든 게 새롭고 신선한 그런 생물이었던 것이다.

이젠 실망도 경악도 하지 않는다.

실망, 경악, 둘 다 ‘기대’라는 게 있어야 할 수 있는 일.

크아앙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내려놓은 도진은 이제 그냥 무슨 일이 일어나도 흥미롭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어쩌죠? 눈을 감으면 마법이 이상한 데로 날아가는데.”

“그, 그러게요. 어떻게 하죠?”

“어떻게 하긴요. 눈을 떠야죠.”

긴장해서 헛소리를 하는 크아앙도 재밌고, 만담을 하면 꺄르르 꺄르르 웃는 시청자들 보는 것도 재밌었다.

‘이런 맛에 방송을 하는 건가?’

가끔 라이브 방송을 하긴 했지만, 빡게임을 할 때는 신경도 못 썼던 부분들.

지금은 여유가 넘치니 그런 것 하나하나를 다 살필 수 있었다.

그것들이 주는 나름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고.

‘그래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는 하네.’

무엇보다 크아앙은 가르칠 맛이 나는 학생이었다.

워낙 기본적으로 저점에 처박혀 있어서 그렇지 시키면 열심히 하기도 하고 흡수율도 나쁘지 않았다.

봐라. 지금도 마법 쏠 때 눈 뜨고 쏘라고 하니까 다섯 번째부터는 실눈이나마 뜨고 쏘지 않나.

‘…….’

사람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무슨 애견 훈련 센터 소장이 된 거 같은 기분이긴 한데, 어쨌든 바뀌는 게 눈에 보이니 좋았다.

“맞았어욧!”

7번째 사격에서 겨우 명중탄을 낸 크아앙이 기뻐하며 소리쳤다.

솔직히 7발 정도면 눈 감고 대충 방향 잡고 쏘면 맞을 수도 있지 않나 싶긴 했지만, 그래도 도진은 박수를 쳐 줬다.

“7번 쏘면 눈 감고 쏴도 맞긴 하지 않을까요.”

“…….”

입으로는 본심을 말했지만.

“이제 캐스팅 안정성도 생겼고, 적을 맞출 수도 있게 됐으니까 바로 실전에서 테스트하죠.”

“엑! 벌써요?”

“원래 실전에서 굴려야 팍팍 느는 거예요.”

“구, 굴려……?”

“아, 굴러야, 라고 하는 걸 혀가 꼬였네요. 어쨌든 적당한 인던 하나 도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지금 방송 보는 분들 중에서 탱커 한 분이랑 힐러 한 분 구해서 가죠.”

즉석에서 결정된 시청자 참여 인던 공략 소식에 채팅창에선 불이 났다.

크아앙과 비슷한 레벨에 한해 모집 조건을 걸었음에도 지원자는 엄청나게 몰렸다.

방송 시스템을 이용해 굴린 룰렛에서 당첨된 두 명의 시청자는 잔뜩 상기된 상태로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도진 님, 엄청 팬입니다!”

탱커는 덩치 좋은 남자 시청자였다.

“…자반고등어 님, 제 시청자시잖아요.”

그런 그에게 크아앙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그러자 자반고등어는 쳐다보지도 않고 이렇게 대꾸했다.

“그렇긴 한데 크아앙 님은 매일 보는 사람이라…….”

“허……!”

힐러는 메메라는 닉네임을 쓰는 여자 시청자였다.

“저, 저 엄청 긴장되는데 어떻게 하죠? 뽑힐 줄 모르고 신청한 거라……!”

기쁨, 설렘, 부끄러움, 불안 등이 뒤섞인 모습으로 발을 동동 구른다.

전체적으로 들뜬 분위기의 파티는 115레벨 인스턴스 던전 <늑대 소굴>로 향했다.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 로스타니아 곳곳에 뿌려져 있는 양산형 던전 중 하나였다.

레벨별로 같은 이름을 지닌 던전만 몇 개씩 있고, 파밍만을 위해 만들어진 던전이기에 난이도도 그저 그런.

던전 몬스터보다 레벨도 높고, 장비도 준수한 편이니 정상적으로 공략하면 어려울 게 없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이 파티는 달랐다.

“꺄아악!”

멀찍이서 변이된 늑대 몇 마리가 탱커에게 접근하는 것만 보고도 비명부터 지르는 크아앙.

옆에서 도진이 딜하라고 닦달을 하니 억지로 캐스팅을 하긴 하는데, 손이 바들바들 떨려서 제대로 마법을 완성하질 못했다.

그래도 도진이 옆에서 침착하게 하라고 지속적으로 격려를 해 준 끝에 두 번째 시도는 성공했다.

다만 마법을 완성해 쏘는 것까지만 성공적이었고, 이후는 파멸적이었다.

“컥!”

멀쩡히 탱킹을 하고 있는 아군 탱커의 옆통수에 시원하게 불화살이 꽂힌 것이다. 퍼엉- 하고 작은 불꽃 폭발을 일으키는 이펙트는 참으로 절망적이었다.

“꺄아악! 어, 어떡해! 괜찮으세요!”

자신이 저지른 만행에 자기가 놀라서 비명을 지르고, 지팡이도 버리고 탱커한테 달려가려는 크아앙.

그런 그녀를 도진이 붙잡아 말렸다.

“1성 마법 맞은 정도로 안 죽어요. 잘 봐요, 멀쩡하잖아요.”

도진이 탱커를 가리켰다.

탱커인 자반고등어 본인도 엄지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크아앙 님이 저한테 쏠 거 예상하고 마방 장비로 싹 세팅하고 왔습니다.”

-ㄷㄷ 마법 쓰는 몬스터가 없는 던전에 마방 세팅을…….

-크아앙 시청자로서 올바른 판단이었다.

-근데 충격적인 장면일 텐데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통제하는 거 섹시하네.

-ㄹㅇ 도진 입장에선 그냥 상상도 못 해 본 장면일 텐데 표정 하나 안 바뀌네.

도진은 떨리는 크아앙의 팔을 잡아 주며 말했다.

“실수하는 걸 과하게 걱정하고 겁내면 오히려 역효과만 나요. 탱커가 어그로 꽉 잡고 있는 거 보이죠? 심호흡하고, 긴장 풀고, 그냥 조금 움직이는 표적이라고 생각하고 쏴요.”

“네, 해 볼게요.”

모든 감정은 감염성이 있다.

도진이 가진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은 크아앙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침착하게, 서두르지 말고… 마법이 완성되면 심호흡을 하면서 적을 정확히 보고, 발사하는 순간 숨을 참아야 돼. 그리고 최대한 눈을 떠야 하고, 명중하는 것까지 제대로 보는 거야.’

도진에게 받은 가르침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천천히 수행한 끝에 마법이 완성되어 허공을 날아갔다.

“켕!”

늑대의 옆구리에 바람으로 만들어진 화살이 박혔다.

“됐다!”

자기가 해 놓고 자기가 제일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는 크아앙.

“봐요, 되잖아요.”

“네……!”

크아앙의 대답에는 뿌듯함이 묻어나왔다.

하면 되는구나.

이번에도 재미만 챙기고, 자신은 샌드백 역할을 담당하고, 도진은 속 터지는 표정을 지어서 재미를 뽑아내는 그런 콘텐츠가 될 줄 알았다.

한데 도진은 가벼운 듯하면서도 진지하게 교육해 줬고, 눈높이에 맞춰서 할 수 있는 거만 지시해 줬다.

그 결과가 이거였다.

“제, 제 마법이 계속 명중하고 있어요!”

“네, 원래 마법은 쏘면 맞는 거예요.”

“그렇긴 한데, 전 아니었단 말이에요!”

한번 제대로 할 줄 알게 되니 크아앙은 자신감이 생겼는지 더욱 과감하게 마법을 썼다.

그러다 실수로 탱커를 몇 번 맞추긴 했지만.

“앗, 죄송해용!”

이젠 별로 미안해하지도 않았다.

-뻔뻔해진 것 좀 보소 ㄷㄷ

-맞는 쪽이나 맞힌 쪽이나 이젠 당연하게 여기네 ㅋㅋ

-와… 근데 진짜 발전이란 걸 할 수 있긴 하구나. 뭔가 뭉클할 정도네.

-진짜 크아앙 방송 오래 본 사람은 알걸? 지금 이거 말 그대로 인간승리임.

던전을 진행하는 동안 도진은 전혀 나서지 않았다.

마나 포션을 마셔 가며 마나를 보충하고, 크아앙 혼자서 딜을 전담하다 보니 던전 진행이 매우 느렸다.

그래도 탱커와 힐러 스펙이 준수하고, 던전 자체가 어려울 게 전혀 없는 던전이다 보니 위급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윽고 보스룸 앞에 도달했다.

“윽, 다시 긴장돼요.”

들떠 있던 크아앙이 보스라는 무게감 앞에 다시 긴장을 호소했다.

“여기 보스가… 웨어울프 맞나요?”

“네.”

도진의 물음에 힐러가 대답했다.

“그냥 두 발로 선 HP만 많은 늑대라고 생각해요. 움직임이 좀 빠르긴 할 텐데, 탱커님이 알아서 붙잡아 줄 거거든요. 이리저리 움직이는 거 맞추려고 하지 말고, 준비했다가 보스 몬스터가 탱커님 공격하는 순간 딱 쏘는 거예요.”

“…마법 준비해 놓고 있다가 보스가 탱커 공격할 때 공격. 알았어요.”

보스전이 시작됐다.

크아앙은 최대한 도진이 해 준 조언대로 플레이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할 수 있는 발전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애초에 마법사 혼자 딜해서 보스 몬스터를 잡는다는 거 자체가 힘든 일이기도 해서, 버티던 탱커가 그로기에 빠지는 사태가 발생해 버렸다.

일순 탱커가 무력화되자 늑대인간은 바로 힐러를 향해 돌진했다.

그때 방관하던 도진이 개입했다.

「염동체술」로 빠르게 끼어들어 보스의 공격을 쳐내고.

지근거리에서 가벼운 전격으로 마비시킨 뒤 염동력을 방출하는 발차기로 늑대인간을 멀리 차 냈다.

《화염포탄》

그리고 균형을 잃고 밀려난 보스가 다시 자세를 잡기도 전에 화염덩어리가 늑대인간을 덮쳤다.

그게 끝이었다. 그림처럼 연계된 공격에 <늑대 소굴>에 살던 늑대인간의 생명은 소각되어 버렸다.

“…와.”

그로기에서 벗어난 탱커, 자반고등어가 허탈함마저 느껴지는 감탄사를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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