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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랭커의 뉴비 생활-62화 (63/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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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를 대동한 테레사가 라브르 마을에 들어섰다.

“인기 사냥터라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사람이 많을 줄은 몰랐어.”

최근 라브르 마을 인근은 흉포한 정령 몬스터가 엄청나게 발생하고 있었다.

모험가 길드에서 이 주변을 토벌 권장 지역으로 지정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토벌 권장이 붙었다는 건 같은 마릿수를 잡아도 다른 곳보다 더 큰 보상을 준다는 뜻.

거기에 더해 마을 NPC들도 사냥 퀘스트를 쏟아 내고 있는 상황이라 50~60레벨대 유저 사이에서는 레벨업 맛집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나도 50레벨 딱 넘기면 여기 오려고 했는데. 그 사람도 나랑 같은 생각이었구나.”

테레사는 도진과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게 괜히 뿌듯했다.

자신의 쌀먹 인생이 빛을 볼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러나 그녀가 뿌듯해하든 말든 소소는 그냥 사람 많은 곳이 싫었다.

“너무 일찍 온 거 아냐? 괜히 시끄럽고 사람 많은 데서 기다리게 생겼잖아.”

“그래 봐야 약속 시간까지 20분 정도밖에 안 남았어.”

테레사가 친구의 징징거림을 차단하며 마을을 구경할 때였다.

익숙한 체형에 걸음걸이도 뭔가 눈에 익는다 싶은 사람이 눈에 띄었다.

그 사람은 직선으로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빨리 왔네요?”

아니나 다를까 푸른색 후드를 눌러쓴 남자는 도진이었다.

“마법사님?”

도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둘에게 말했다.

“가죠. 준비는 끝냈으니까.”

“네?”

이에 테레사가 당황했다.

“자, 잠깐만요. 저랑 소소는 아직 퀘스트 못 받았어요. 마을 안에서 조금만 돌아다니면 금방 받을 수 있으니까 챙겨 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필요 없습니다. 우린 그거 하러 가는 게 아니니까. 퀘스트는 제가 벌써 받아 놨으니까 바로 가면 돼요.”

도진의 말에 테레사가 헉 하고 숨을 삼켰다.

‘설마…….’

약속 장소가 이미 유명한 사냥터여서 ‘이번에는 그냥 사냥하자고 부른 거구나’ 생각했던 테레사였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 다 하는 퀘스트는 마다하고, 본인 입으로 다른 걸 하려고 왔다고 하는 건…….

‘온 거야? 또 온 거야!’

테레사의 눈이 기대로 반짝였다.

* * *

테레사, 소소와 만나기 몇 시간 전.

도진은 이미 라브르 마을을 샅샅이 뒤지는 중이었다.

「모험가님, 모험가님. 제발 저희 좀 도와주세요. 숲이 사나운 정령으로 가득해져서 저희 아빠가 사냥을 나갈 때마다 엄마가 집에서 울어요.」

안타깝게 매달리는 대여섯은 됐을까 싶은 어린 소년.

도진은 소년에게 말했다.

「나도 여기서 일어나는 일을 해결하러 왔어. 하지만 정령 몇몇을 퇴치하는 걸로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을 거 같구나.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를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뒤에 이어지는 말은 혼잣말과 같았다.

물론 연기였다. 도진은 벌써 이 연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는 중이었다.

실마리를 가진 NPC를 찾기 위해서.

「…저 이유를 알고 있어요.」

「정말이니?」

소년이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밤이 돼도 아빠가 돌아오지 않아서 몰래 숲속으로 찾으러 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봤어요. 라브르 호수 가운데에 엄청 거대한 빛 같은 게 꿈틀거리는 걸. 물 아래에 있었지만, 엄청 커다랬어요. 엄청난 괴수가 숨어 있는 게 분명해요!」

「그 말을 왜 다른 사람들한테 안 했어?」

「…했어요. 하지만 다들 믿어 주지 않았어요. 다시 갔을 때는 아무것도 안 보였거든요. 하지만 전 정말로 봤어요! 어른들은 달이 호수에 비친 걸 잘못 본 걸 거라고 했지만, 정말 저는……!」

여기까지가 도진이 퀘스트를 얻기 위해 나눈 대화였다.

퀘스트

수상한 호수를 조사해 보자.

등급: 일반

[라브르 마을 소년이 호수 아래에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걸 보았다고 한다.

라브르 숲 정령 사태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니 조사를 해 보도록 하자.]

이런 식으로 별도의 보상 표기가 없는 퀘스트는 거의 대부분은 정말 헛고생을 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하지만 아주 가끔. 진짜 대박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이번 건 그런 부류였다.

* * *

도진이 일행을 이끈 곳은 숲속에 있는 거대한 호수 한편이었다.

“예? 뭐라고요?”

그곳에서 소소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도진에게 반문하고 있었다.

“이 밧줄로 우리 세 명 그리고 이 돌덩이까지 연결한 다음에 뛰어내리면 된다고요.”

그만큼 도진의 발언이 미친 소리로 들렸던 것이었다.

“그럼 죽잖아요.”

그렇다. 아무리 가상현실 캐릭터가 현실 육체보다 튼튼하다 한들 물에 빠져서 시간이 흐르면 죽는다. 그것도 큰 돌까지 묶고서 뛰어들면 100퍼센트 죽는다.

소소는 상식적인 사람이었고, 그런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으면 따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친구는 달랐다. 그녀는 이미 도진이 시키는 건 다 이유가 있고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신봉하는 중이었다.

“이 정도면 되는 거죠?”

그런 만큼 테레사는 도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작업에 돌입해 있었다.

소소는 자신의 허리에 밧줄을 감으려 드는 테레사를 보고는 기겁했다.

“뭐 해? 미쳤어?”

소소는 깜짝 놀라 반항했으나 그녀는 성직자고 사제였다.

힘 좋고 빠릿빠릿한 전사 클래스를 지닌 테레사에게 반항할 수 없는 처지란 뜻이다.

“걱정 마.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 마법사님이 자살하려고 여길 왔겠어? 다 뜻이 있으니까 시키는 거겠지.”

“돌에 묶여서 물에 빠지면 사람은 죽어! 그게 상식이야! 이거 안 놔?”

“괜찮아. 나랑도 묶이잖아. 이러면 물속에서도 나랑 떨어질 일 없을 거야.”

실랑이를 벌이는 둘에게 도진이 말했다.

“걱정 마요. 호수 밑바닥까지 빠르게 닿으려고 묶는 거니까. 바닥에 도착하면 바로 줄 끊고 따라오면 됩니다.”

졸지에 친구와 묶여서 물속으로 강제로 입수하게 된 소소가 다급히 물었다.

“그러다 죽으면? 이거 안전한 거 맞아요?”

“…안전합니다.”

도진이 잠시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소소는 잠시 스쳐 간 틈이 매우 불안했다.

“안전하긴! 당신 지금 잠깐 고민했잖아!”

“원래 큰 걸 얻으려면 약간의 위험은 감수해야 하는 법이에요.”

“방금 전에는 안전하다며!”

소소는 답지 않게 겁을 잔뜩 먹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런 그녀에게 테레사가 거래를 제안했다.

“주말마다 우리 집에 오면 잔소리 안 하고 놀아 줄게.”

“……!”

소소가 갈등하는 눈빛이 됐다.

그 틈을 타 테레사가 도진을 보며 말했다.

“합의됐으니까 출발하죠.”

도진은 그런 둘을 보며 생각했다.

‘신기한 조합이네.’

어쨌든, 출발이다.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셋과 돌덩이 하나가 밧줄로 연결된 채 호수에 빠졌다.

차가운 수온과 부서지는 빛을 뚫고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 세 명.

라브르 호수는 넓은 만큼 깊이도 깊었다.

마법사치고 높은 체력 스탯이 받쳐 주지 않았다면 폐활량이 부족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거의 다 내려왔나.’

호수 밑바닥은 빛이 부족했다. 하지만 도진은 「적야」 덕에 별도의 마법 없이도 물속을 훤히 볼 수 있었다.

투욱. 가장 먼저 돌덩이가 바닥에 닿았다. 그런데 줄을 끊어야 할 테레사가 허둥지둥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수중 활동 관련 스킬이 없어서 움직이기 힘든 모양이군.’

도진의 바람 칼날이 날아갔다.

수중인 만큼 위력이 형편없이 줄었지만, 그래도 밧줄을 끊어 내는 정도는 가능했다.

‘알아서 따라오길 바라는 건 욕심이겠고.’

그럼 다 끌고 가야지. 마음을 정한 도진은 마법회로를 완전히 활성화했다.

《돌풍》

그리고 바람으로 추진력을 만들었다.

훅- 하는 속도감이 도진과 일행을 덮쳤다.

순간적인 가속과 강제적인 감속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저긴가.’

어둠이 장애가 되지 않는 도진에게 물속에서 길을 찾기란 쉬웠다.

빠르게 이동한 끝에 도진은 수중동굴을 찾아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바닥을 향해 바람을 쏘아 내길 몇 번.

“푸하!”

축축하긴 해도 숨을 쉴 수 있는 공기가 있는 장소가 세 사람을 반겼다.

<라브르 호수 수중동굴>

아직 발견되지 않은 던전. 즉, 히든 던전이었다.

* * *

사방이 스스로 빛을 내는 푸른 종유석과 수정으로 가득한 곳은 전체가 정강이 높이까지 물이 차 있었다.

[히든 던전 <라브르 호수 수중동굴>을 최초로 발견하였습니다.]

[최초 발견 및 최초 입장 보상으로 체력과 지능이 각각 5만큼 올랐습니다.]

[최초 진입 파티에게 1회 한정 경험치 버프가 주어집니다.]

[최초 진입 파티에게 1회 한정 드랍율 버프가 주어집니다.]

[해당 버프는 최대 5일간 적용됩니다.]

물에 난반사되는 신비로운 빛 위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신 물을 토해 내느라 정신이 없던 테레사도 메시지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대박… 아니, 이건 초대박이야!’

다시 한번 도진의 행보에 경악하는 동시에 감탄하는 그녀.

새로운 던전 발견과 그에 따르는 부가적인 혜택은 그만큼 큰 행운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도진에게만 뜬 메시지가 있었다.

[퀘스트 등급 변경]

[<수상한 호수 조사: 일반> 퀘스트가 <호수 밑의 비밀: 히든> 퀘스트로 변경됩니다.]

[퀘스트]

호수 밑의 비밀

등급: 히든

[호수 밑에서 정령의 기운으로 가득한 수중동굴을 발견했다.

이곳의 비밀을 파헤치면 지상에서 일어나는 사태의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보상: 경험치, 골드, ???

전생에는 그냥 던전을 찾고 입장하기 위한 퀘스트에 불과했던 것이 최초 발견과 겹쳐지며 히든 퀘스트가 된 것이다.

“싸울 준비부터 해야 합니다. 이미 우린 던전 안에 있다는 걸 명심해요.”

그리 말하며 도진은 테레사에게 미리 준비한 S급 무기 「벼락 맞은 나무 도끼」를 넘겼다.

“이건……?”

너무 자연스럽게 내미는 통에 아무 생각 없이 도끼를 받아 든 테레사가 히이익 하는 이상한 소리까지 내면서 기겁했다.

“이거 S급 아이템이잖아요! 이런 거 받을 수 없어요! 아무리 그래도 너무 부담스럽단 말이에요!”

도진이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누가 준다고 했어요? 빌려주는 겁니다. 사냥할 때 쓰려고.”

딱 잘라 말하는 도진. 테레사는 민망함에 눈을 피했다.

“어쨌든 집중해서 잘 들어요. 이제부터 할 일을 알려 줄 테니까. 먼저, 우리가 자리 잡을 장소는 저깁니다.”

도진의 손이 한 곳을 가리켰다.

커다란 종유석이 뭉개져, 마치 섬처럼 자리 잡은 지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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