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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랭커의 뉴비 생활-51화 (52/271)

51

“뭐야?”

가장 앞서 걷던 비키가 얼굴을 찌푸렸다.

희미하게 빛나는 도진의 마법회로를 보고서 그러는 것이었다.

어쩌면, 미미하게나마 흘러나오는 마나를 먼저 느꼈을 수도 있고.

“고객님, 거기 오른손이 왜 그렇게 반짝이는지 설명 좀 해 주겠어? 우리 같은 놈들은 겁이 많아서 말이야. 마법사 몸에서 뭔가 반짝이니까 오금이 저리고 자연스레 손이 칼로 가네?”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가며 하는 말.

마치 독이 바짝 오른 독사 같았다.

깔끔한 기습으로 전술적 우위를 차지하려던 도진에게는 골치 아픈 상대였다.

하지만 도진이 당황했느냐 하면, 아니었다.

‘이 정도는 다 예상했지.’

이런 곳에 굴을 파고 사는 쥐새끼들이 얼마나 촉이 좋은지는 도진도 잘 알고 있었다.

해서, 이미 다 시나리오를 짜 둔 상태였다.

본인이 짜 둔 시나리오 속 배우가 된 도진은 태연스레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었다.

“생각보다 간이 작네? 걱정 마. 이건 그냥 마법을 쓰고 남은 잔향 같은 거니까. 저쪽에 좀 실력 발휘를 했거든.”

말하면서 가리키는 곳은 열려 있는 감옥 문이었다.

“전기 고문이라고 들어봤나? 비명 지를 근육까지 쪼그라들어서 비명도 못 지르고 부르르 떨기만 하는 고문인데, 내 주특기지.”

번쩍. 순식간에 도진의 손끝에서 스파크가 일었다.

“아오 씨! 깜짝이야! 던질 뻔했잖아!”

감옥 문을 바라보던 비키는 단검을 투척하기 직전에 멈춘 자세로 눈을 부라렸다.

그런 그녀를 보며 도진은 스파크로 불을 붙인 마법사용 연초를 빨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제 의심 풀렸으면 아까운 시간 낭비하지 말고 놀이나 즐기자고. 말했듯이 좀 험하게 다뤄서 조금 있으면 몇 개는 숨이 꺼질 거 같거든. 그전에 즐겨야지. 안 그래?”

이번에는 비키도 질렸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이 동네 살면서 웬만한 쓰레기는 많이 봤지만… 넌 그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겠다. 진심이야.”

비키가 들고 있던 단검을 갈무리했다.

남자들도 잡고 있던 칼자루에서 손을 떼고는 도진이 말한 광경이 기대된다는 듯이 감옥 쪽으로, 아니 도진이 그어 놓은 가상의 선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 순간 도진은 완성해 둔 주문을 풀어헤쳤다.

퍼엉.

가장 먼저 터진 것은 포커 카드가 어지럽게 널려 있는 테이블이었다.

조악한 나뭇조각들이 비산하며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울리자 아랫도리를 부풀린 머저리들과 비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1초. 아니, 그것마저도 안 될 시간에 불과한 빈틈이지만, 충분했다.

놈들이 무슨 일인지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일을 끝내면 그만이니까.

퍼퍼퍼퍼펑.

다음으로 터진 것은 도진이 일부러 이리저리 흩어 놓은 오크통들이었다.

시간차를 두고 다섯 개의 오크통이 동시에 폭발한다.

“이익!”

이때쯤 되자 놈들도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끼고는 이 장소에서 이런 일이 가능한 한 사람을 향해 칼을 겨눴다.

비키는 이미 바닥에 몸을 붙이다시피 낮게 깔고 달려드는 중이었다.

번쩍.

그런 그녀를 위해 준비한 섬광이 터졌다.

헉, 하고 섬광에 놀라 비키와 나머지가 몸을 잠시 굳힌 사이 도진은 설계한 전투에 마침표를 찍을 마법을 시전했다.

《액체 탄환》

마법이 시전됨과 동시에 오크통에서 뛰쳐나온 대량의 액체가 그대로 작은 탄환들로 변하여 도진의 전방 범위를 덮쳤다.

「액체 탄환」은 여러 개의 수속성 마탄을 만들어 내는 것인데, 주변에 재료가 될 액체까지 대량으로 준비를 해 두었으니 생성되는 속도나 양, 위력 모두 업그레이드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도진의 특기인 고속, 연속, 중첩 시전이 겹쳐지자 좁은 감옥 구역 공터는 엄청난 수속성 마탄으로 도배가 되었다.

“커어억!”

“끄아아악!”

“뭐, 뭐- 컥!”

퓨퓨퓨퓩 하는 소름 돋는 소리 위로 희생양들의 비명이 겹쳐졌다.

NPC의 레벨이 높다 해도 S급 무기의 깡마공을 등에 업은 마법사의 마법을 무방비하게 몸으로 받아 내고도 무사할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그 증거로, 소란이 잦아든 감옥 구역에는 바닥을 구르는 다섯 남자와 여자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놈들은 하나같이 몸에 여러 개의 구멍이 뚫린 채 그곳으로부터 새빨간 피를 쭉쭉 뽑아내고 있었다.

“무, 무슨 짓을…….”

복부가 다 드러나는 그녀의 복장 때문에 비키의 몸에 난 구멍은 비교적 잘 보였다.

대충 살펴도 복부에만 다섯 개 이상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종아리나 허벅지에도 관통상을 입은 것 같고.

그나마 비키는 상태가 양호한 편이었다.

호리호리한 체형 덕에 면을 쓸고 가는 범위 공격에 덜 노출된 것이다.

다른 놈들은…….

“끄르륵…….”

“커, 커허어-”

쓸데없이 비대한 덩치 때문에 더 많은 수탄을 몸으로 받아 내야 했고, 그만큼 꼴이 더 처참했다.

한 놈은 목 한쪽에 난 작은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아 보고 있었는데, 그래도 기도로 넘어가는 피를 어쩌지 못해 자기 피에 익사할 거 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폐나 횡경막이 뚫린 건지 숨을 제대로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고 헐떡대고 있고.

‘나머지는… 죽었네.’

전투가 사실상 끝났음을 확인한 도진은 피우던 연초를 밟아 껐다.

그 모습을 보며 비키는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 했다.

하지만 여기저기 뚫린 구멍에서 너무나 많은 피가 흘렀다.

짧은 시간에 일어난 대량 실혈은 그녀를 쇼크 상태로 몰아 갔다.

어떻게든 마법사의 목줄에 단검을 박아 넣어 상황을 역전시켜 보려던 비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어졌음을 깨닫게 되자 덜컥 겁이 났다.

죽는다. 이대로 죽게 된다. 그 생각이 떠오르자 비키는 자기도 모르게 목숨을 구걸하는 말을 쏟아 냈다.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지금이라도 안 늦었어. 나, 날 살려 주면 내가 없던 일로 수습해 볼게. 어차피 이 자식들은 조직에 중요한 놈들도 아냐. 그러니까, 나만이라도 살려 주면 다 해결할 수 있어. 응?”

비키는 최대한 몸을 웅크린 채 손과 팔로 자신의 복부를 최대한 감쌌다.

흘러나오는 피를 막아 보려는 몸짓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도진이 물었다.

“네가 두목도 아닌데 이런 상황을 수습하고 없던 일로 할 수 있다고?”

“제발… 나 하나 더 죽인다고 더 좋아질 것도 없잖아……. 네 목적이 뭔지는 몰라도 방해 안 할게. 이대로 이 도시를 떠날 테니까… 그냥 죽이지만 말고 가 줘. 피, 피를 너무 흘린 거 같아. 그러니까 이제 좀…….”

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살려 주지. 대신 밖으로 나가는 길을 좀 안내해 줘야겠어. 나랑 여자들이 무사히 밖에 나갈 수 있게. 협조한다면 네 목숨 하나 정도는 살려 줄게.”

“…지금 내 상태 안 보여? 걷기는커녕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는데 무슨 안내야? 그냥 나가는 길 알려 줄-”

반박하던 비키는 격통에 말을 잃었다.

번갯불이 머릿속을 지지는 듯한 충격.

이유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투둑.

거의 동시에 잘려 바닥을 구르는 그녀의 손 두 개가 그 이유였다.

“ㄲ…….”

그녀의 목구멍에서 준비되던 비명은 터져 나오지 못했다.

타이밍 좋게 퍽 하는 소리가 나도록 도진이 그녀의 턱을 걷어찬 것이다.

마법사의 발길질이기에 대미지는 그다지 없지만, 약해질 대로 약해진 비키의 비명을 다시 목구멍 안으로 집어넣을 정도의 충격량은 가지고 있었다.

“엄살 부리지 마. 그냥 두고 가 달라고 비는 건 혼자서 살아날 구멍이 있다는 거잖아. 힐링 포션이라도 꿍쳐 놨겠지. 적당히 회복될 정도로 마셔. 많이는 말고. 전투력이 회복될 정도다 싶으면 네 머리통이 저 손목처럼 굴러다닐 줄 알아.”

“…….”

살벌한 엄포에 비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겁지겁 자신의 품을 뒤져서 비상시를 위해 숨겨 뒀던 작은 힐링 포션을 마셨다.

양쪽 손이 잘려 나가는 바람에 바닥에 떨어뜨려 놓고 입으로 주워서 혀로 뚜껑을 열고 그대로 입안에서 굴려서 마시는 비참한 방법으로 마셔야 했지만, 비키는 살기 위해 비참함을 감수했다.

“나와서 다른 방에 갇힌 여자들 꺼내.”

그러는 사이 도진은 감옥방에 숨어 있는 여자들을 불러냈다.

시킨 대로 엘더를 세 명이 달라붙어서 질질 끌고 나온 여자들은 비키와 그녀의 옆에 쓰러진 남자들의 시체를 증오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

무섭고 징그러운 감정을 넘어선 증오. 그녀들이 겪은 일이 참으로 가혹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일면이었다.

“느릿느릿하면 두고 간다고 했을 텐데. 빨리 움직여.”

“아, 네! 얘, 얘들아 빨리 움직이자. 감옥 문부터 빨리 열고, 조용히 나오라고 전해. 절대 시끄럽게 굴지 말라고. 알았지?”

“응, 언니. 알겠어.”

살고 싶은 욕망이 커서인지, 아니면 상황이 벌어지는 동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주어져서인지 여자들은 나름 침착하게 움직였다.

다른 감옥방 안에서 귀로 그리고 쇠창살로 막힌 작은 창으로 벌어지는 일을 살핀 다른 방 여자들도 나름 빠르게 움직여 줬다.

‘단체 패닉은 안 일으켜서 다행이군.’

“조용히 따라온다. 알겠지?”

고개를 끄덕이는 눈들이 간절했다.

어깨가 괜히 무거워지는 걸 느끼며, 도진은 비키를 앞세워 어두컴컴한 복도로 진입했다.

그러나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앞쪽에 장애물들이 있었다.

어둠을 믿고 잠복한 떡대들이 이쪽을 향해 석궁을 겨누고 있는 게 보인다.

아무래도 소리를 듣고서 가까이 왔다 싶으면 냅다 갈겨 버릴 생각을 하는 듯했다.

도진은 툭툭 비키의 어깨를 두드렸다.

“저런 건 경고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서늘하게 말하며, 도진은 「암시」로 잠복한 도둑놈들 위치를 파악해 정밀하게 조준한 마법을 선물했다.

“큽.”

생각지도 못한 얼음으로 만들어진 송곳에 눈구멍을 관통당한 도적놈 셋이 동시에 억눌린 신음을 흘리며 풀썩 쓰러졌다.

소리만으로 대충 상황을 파악한 비키가 흡- 하고 공포 가득한 숨을 들이켰다.

“…아, 앞쪽에 누가 있는지 몰랐어. 정말이야, 믿어 줘.”

“내가 앞도 안 보이는 복도에서 너만 믿고 걷다가 눈먼 화살에 맞고 비명횡사하는 걸 노린 건 아니고?”

실제로 그런 기대를 품고 있던 비키는 오열이라도 하고 싶었다. 마법사 새끼들은 이렇게 어두운데 저게 보이는 거야? 사기잖아! 시발.

속으로는 있는 대로 욕을 해 대면서도 비키는 도진에게 빌었다. 목 뒤를 쿡쿡 찌르는 차고 날카로운 무언가 때문에 무서워 죽을 거 같아서.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생각해 보니까 당연히 소란이 생겼으니까 조직 애들이 움직일 거란 걸 경고해 줬어야 했는데. 이제부터라도 잘할게. 그러니까 제발 그것 좀 치워 줘. 그, 그보다 빨리 움직이자. 봤잖아? 벌써부터 매복하고 있는 거.”

“그래. 이해해. 자기 손목 날려 버린 새끼를 어떻게든 죽여 버리고 싶겠지. 그런데 그거 알아? 내 목숨이 정말 위험해질 거 같으면 네 머리부터 날려 버릴 거야.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네가 날 살리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지. 살고 싶으면 말이야.”

“…알았어. 여기 앞쪽에서 옆으로 빠지는 비밀 통로가 있어. 이 도시 지하에 있는 수로로 연결된 통로니까 거기까지 가면 추적을 피할 수 있을 거야.”

비밀 통로는 그리 멀지 않았다.

아마도 아지트 이곳저곳에 이런 통로가 여러 개 있고, 이건 그중 하나인 것 같았다.

도진은 먼저 여자들을 보내고 인벤토리를 열어 기름 주머니를 잔뜩 꺼냈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화려한 방화였다.

이쪽 방면으로 접근해서 추적하는 걸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한 조치였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던 도진은 미련 없이 좁고 더러운 비밀 통로로 몸을 밀어 넣었다.

* * *

“사, 살았어……!”

비밀 통로를 통해 마르지아 자작령의 지하 수로로 나온 여자들은 서로가 서로를 끌어안고 울었다.

물비린내 가득한 수로였으나 그녀들은 자신들이 갇혀 있던 감옥에 비하면 이곳이 마치 천국처럼 느껴졌다.

“흐흑… 감동적이에요. 부당하게 납치된 소녀들을 구출하는 정의로운 기사님의 이야기를 소설책이 아닌 현실에서 볼 줄이야. 역시 제가 모르는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 와중에 우는 소녀들 사이에서 뱀파이어 엘더는 감격한 표정으로 훌쩍대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방화를 마치고 도진이 비밀 통로에서 나왔다.

시선이 모인다.

순식간에 울음이 사라졌다.

싸늘한 침묵과 적의 가득한 눈빛.

도진 때문은 당연히 아니었다.

여자들은 비키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비키는 그런 그녀들의 기색을 눈치채지 못했다.

“지, 진짜 살려 줄 거지? 뒤에서 공격하거나 그러는 거 아니지?”

그녀의 신경은 한 톨도 남김없이 전부 도진을 살피는 데에만 쓰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순식간에 자신을 포함해 조직원 다섯을 바람구멍 숭숭 뚫어서 처리하고, 어둠 속에 매복한 조직원도 아무렇지 않게 쓱싹 해 버린 사이코 마법사를 옆에 두고 다른 데 쓸 신경이 남아 있겠는가.

“그쪽에서 약속을 지켰으니 나도 지켜야지. 이제 갈 길 가. 난 내 갈 길 갈 테니까.”

비키는 도진이 가라고 손짓을 하는 데도 계속해서 경계를 하며 뒤로 걸었다.

마치 자신이 뒤로 도는 순간 도진이 바로 등에 마법을 꽂을 거라 생각하는 듯이.

그때였다.

푹.

거친 무언가가 사람의 살을 뚫는 소리가 났다.

“…뭐야?”

비키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찌른 걸 확인했다.

나뭇조각. 아니, 오크통 조각이다.

그걸 들고 있는 건…….

“이… 씨발년이!”

감옥에 갇혀 있던 여자들 중 하나였다.

비키는 화가 잔뜩 올라 그대로 여자의 얼굴에 주먹을 갈겼다.

기껏해야 심심할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고, 돈으로 바꿔 먹을 물건 따위가 감히!

“아아악!”

하지만 조금 더 신중해야 했다.

버러지 취급하던 게 자신을 공격했다는 사실에 흥분하는 바람에, 비키는 자신의 손목이 멀쩡하지 않다는 걸 잊어버렸던 것이다.

아물지 않은 절단면으로 사람을 후려쳤으니 아픈 게 당연했고, 비키는 아픈 곳을 감싸기 위해 몸을 웅크렸다.

그걸로 끝이었다.

“죽어!”

사방에서 여자들이 달려들었고, 겨우겨우 몸을 가눌 수 있을 정도로만 회복된 상태였던 비키는 겨우 ‘상품’에 불과한 여자들의 집단 린치를 견디지 못했다.

여자들은 탈출 과정에서 몰래 집어 들었던 나뭇조각, 깨진 유리, 쇳조각 등으로 비키를 사정없이 찔렀다.

“아아악! 시발년들! 꺼져, 꺼지라고! 컥!”

다 죽어가는 몸으로도, 평범한 여자보다 훨씬 튼튼하고 힘센 비키는 오래 버텼지만, 결국 만신창이가 되어 죽는 순간이 조금 미뤄졌을 따름이었다.

“살려ㅈ… 약ㅅ…….”

분노한 여자들에게 난자당해 죽음을 목전에 둔 비키는 초점 없는 눈으로 도진에게 물었다.

살려 준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그냥 보내준다고 했지 구해 준다고까지 한 기억은 없어.”

도진은 그녀의 질문에 답했으나 끝내 비키는 듣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오오……! 이것이 권선징악.”

그 광경을 유심히 관찰하는 엘더가 매우 신경 쓰였으나, 도진은 애써 무시하며 여자들을 불러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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