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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랭커의 뉴비 생활-35화 (36/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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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 골렘은 완전한 육체가 완성되자마자 분노한 거인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무수한 철가루로 만들어진 놈답게 날카로운 사철 소용돌이를 두르고 가장 가까이 있는 인간을 덮쳤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테레사의 망치와 놈의 주먹이 맞닥뜨렸다.

전사 스킬 「도발의 일격」이 놈의 어그로를 한 번에 쫙 끌어올린다.

하지만 반면 테레사는 그 대가로 골렘이 두르고 있는 「사철 회오리」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으윽!”

“이 자식, 나랑은 상성이 완전 최악이야!”

상수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는 테레사보다 훨씬 더 고전을 하고 있었다.

힘에 과투자를 했다고 해도 일단 전사는 전사.

테레사는 검사인 상수보다는 훨씬 튼튼한 편이었다.

“너희 둘! 적당히 못 해? 지금 너희 피 엄청 빨리 닳고 있다고!”

하지만 가장 바쁜 건 그들이 아닌 소소였다.

골렘과 가까이 붙는 것만으로 딜러 둘의 생명력이 밑 빠진 독의 물처럼 빠르게 줄줄 새니 파티의 힐러가 힘들어지는 건 필연이었다.

물론 도진도 편한 상황은 아니었다.

근접 딜러를 괴롭히기 위한 패턴 「사철 회오리」에 상응하는 원거리 딜러 저격 패턴 「사철 파도」가 그를 향해 몰아치고 있었다.

‘이딴 걸 원거리 딜러들보고 피하라고 하니까 욕을 처먹지.’

달리는 와중 양쪽 시야를 덮으며 수많은 철가루의 해일들이 도진을 노렸다.

이 패턴은 보스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을 타깃으로 잡고 몰아친다.

그래서 몸놀림이 빠른 도적 같은 클래스가 다른 파티원들에게 영향이 미치지 않는 외곽을 돌며 어그로를 빼는 게 원래의 공략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역할을 맡길 사람이 없는 상황.

“젠장.”

낮게 불만을 토한 도진은 그대로 앞으로 몸을 날렸다.

가속하여 디딘 곳은 어지럽게 몰아치는 크고 작은 파도들이 교차하며 생긴 안전지대였다.

카드득.

아슬아슬하게 철가루 파도가 지나가면서 소름 돋는 소리를 냈다.

손톱으로 철판 긁는 소리 따위와 비교 못 할 만큼 끔찍한 소음.

“닿으면 바로 갈아 만든 고기행이겠는데.”

실없는 농담으로 긴장을 죽인 후.

도진은 길이 트이자마자 다시 달렸다.

카드득.

다시금 방향을 선회하며 쇄도하는 파도.

도진은 다시금 파도의 경로를 읽었다.

머릿속으로 수많은 직선을 미리 그어 본다.

‘멀어.’

숱한 경험을 토대로, 도진은 안전지대를 빠르게 예측했다.

동시에 지금의 자신이 시간 안에 저곳에 도달 못 하리라는 것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지? 같은 생각을 하며 여유를 부리면 죽는다.

바로 닥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에 들어가야 살 수 있다.

‘예전 같으면 이런 방법은 절대 못 썼을 텐데.’

도진은 살길을 개척하기 위한 마법을 짜냈다.

가장 가까운 곳에 도달한 사철 파도를 향해 뻗어 나가는 손.

《암석 방패》

저주를 배울 때 함께 배운 마법들 중 하나이며, 전생에는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해 한이 맺혔던 ‘방어 마법’이 시전됐다.

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솟아올라 방패처럼 도진 앞을 가로막았다.

퍼엉.

파도가 「암석 방패」에 부딪히며 파도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엄청난 공격력을 자랑하는 보스 패턴 앞에 3성 방어 마법은 조금 두꺼운 종잇장에 불과했다.

땅을 재료로 만들어진 방패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난다.

하나 애초에 도진의 목적은 아주 잠시 파도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것이었다.

파도끼리 교차하는 타이밍을 어긋나게 하여 인위적인 안전지대를 만들기 위해.

“휴우, 진짜 죽을 뻔했네.”

천지사방이 쇳가루여서 그런지 피 냄새가 진동을 하는 것 같다.

코앞을 스쳐 가는 철의 파도에 가슴이 서늘해진다.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도진은 좋았다.

착실히 몬스터를 사냥하고, 그로 인해 성장하고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역시 게임의 진정한 묘미는 짜릿함이다.

이런 순간의 짜릿함을 느끼기 위해, 더 많은 무언가를 찾고 경험하기 위해, 뇌에서 분비되는 쾌락 호르몬에 범벅이 되기 위해 꾸역꾸역 성장하는 거지.

도진의 다리가 다시 움직였다.

민첩이 부족해 속도는 안 나도, 마법사답지 못한 체력 스탯 덕에 높은 생명력과 지구력을 가진 도진은 헐떡대는 일 없이 목표한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로 새빨간 보석이 생성된 곳이었다.

도진은 재빨리 보석에 손을 가져다 댔다.

[응집된 불의 마나를 해방했습니다.]

[당신과 파티원에게 「불의 수호」가 깃듭니다.]

[지금부터 주변에 뜨거운 기운이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화악.

보석에 집중되어 있던 불의 기운을 품은 마나가 풀려났다.

변화는 바로 감지됐다.

골렘의 육체와 파도 등 사철이 뭉쳐 만들어진 것들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불의 수호」를 받는 도진 일행과 달리 놈은 폭주하는 불의 마나에 그대로 노출된 탓이었다.

“어어?”

갑작스런 변화에 도진을 제외한 파티원들이 기겁했다.

가뜩이나 힘들어 죽겠는데 갑자기 보스가 붉은색으로 달아오르니 깜짝 놀란 것이다.

“잠깐, 뭔가 이상해. 보스 움직임이 느려지는 거 같은데? 너희들 피도 안 닳아!”

그러나 당황도 잠시.

소소가 날카롭게 테레사와 상수를 진정시켰다.

그녀의 말대로 제멋대로 날뛰던 골렘이 마치 괴로워하는 것처럼 움찔대며 느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노, 녹는다!”

테레사의 말대로 쇳가루로 이루어진 거인이 녹고 있었다.

정확히는 사철이 뭉친 형태를 하고 있던 놈의 몸이 녹고 굳고를 반복하며 하나의 덩어리로 합쳐지고 있는 것이었다.

변화가 끝난 후.

검은 안개를 뭉쳐 놓은 것 같던 놈은 이제 새빨간 쇳덩이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 되어 있었다.

멀리서 그 모습을 확인한 도진은 다시 교전을 시작한 파티원들을 보며 생각했다.

‘빨리 페이즈를 넘겨야겠어.’

보스가 더 이상 사철 회오리를 두르지 않게 된 건 근접 딜러에게는 희소식이다.

다만 저 상태가 된 보스는 공격력이 대폭 상승한다.

그걸 증명하듯 망치로 방어 자세를 취한 테레사가 호쾌하게 날아가 땅바닥을 구르는 게 보였다.

탱커라면 훨씬 수월하게 버텼을 테지만, 아무리 전사라 해도 딜러를 지향하며 성장한 사람은 한계가 있었다.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니지.’

도진은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눈앞에 닥친 장애물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이쪽도 파도는 없어졌지만, 대신 불의 기운에 이끌려 태어난 ‘쇳물 정령’들이 문제였다.

한마디로 ‘쫄’이 잔뜩 나왔다는 소리다.

“쫄이 많이 나온다는 말은 들었는데… 이 레벨대에 이 정도는 해도 해도 너무하네.”

대충 봐도 50마리는 넘어 보인다.

이건 잡으라고 풀어 놓은 쫄이 아니란 소리다.

“그럼 길만 뚫어야지.”

《얼음 화살》

아쉽게도 배워 놓은 마법 중에 범위 공격에 유용한 물 속성 마법이 없었다.

해서, 도진은 아쉬운 대로 「얼음 화살」을 연속해서 날리며 접근하는 쇳물 정령을 상대했다.

삐이이-

달군 쇠에서 나는 듯한 소리를 내며 달려드는 적들은 얼음과 만나자마자 툭툭 바닥으로 추락했다.

죽지는 않아도 반대되는 속성 공격에 잠시 활동을 멈추는 것이었다.

그사이 도진은 빠르게 자신이 만든 공백을 파고들었다.

잠시라도 멈칫거리거나 멈추는 순간 사방팔방에서 덮치고 들어오는 놈들에게 잡아먹히고 말 일촉즉발의 상황.

도진은 한 치의 실수 없이 달리는 동시에 달려드는 작은 목표물을 요격하고, 피할 수 있는 건 피하는 일을 전부 해냈다.

탁.

“게임 오버다, 새끼들아.”

결국 도진의 손이 푸른 보석에 닿았다.

[응집된 얼음의 마나를 해방했습니다.]

[당신과 파티원에게 「얼음의 수호」가 깃듭니다.]

[지금부터 주변에 차가운 기운이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불과 반대되는 속성의 마나가 해방됐다.

꽈지직.

그와 동시에 끈질기게 도진을 추격해, 막 그를 덮치려고 뛰어오른 쇳물 정령들이 얼어붙어 추락했다.

쿠쿵쿵쿵쿵.

수십의 쇳덩이가 동시에 바닥과 충돌하며 소리와 진동을 만든다.

새까맣게 굳은 차가운 시체들 사이로 도진이 걸었다.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였다.

“레사야!”

집중하고 있을 때는 듣지 못했던 소리들이 귀에 꽂혔다.

찢어지는 비명. 울음 섞인 목소리는 소소의 것이었다.

한쪽 다리를 골렘의 주먹에 찍힌 테레사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

상수가 뛰어들려는 소소를 만류하고, 소소가 그런 그를 사정없이 할퀴고 때린다.

“도망치라고, 김소소! 걔 놓치면 너 죽어, 곽상수!”

본인도 잔뜩 겁을 먹은 주제에 친구들보고 도망치라고 소리치는 테레사.

한없이 현실과 닮은 세상에서 다가오는 가짜 죽음은 가짜란 걸 알아도 두려운 것이었다.

테레사는 다가오는, 가상현실에서의 죽음이 줄 정신적 충격에 대비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순간.

《암석 방패》

도진의 마법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콰앙. 허공에 나타난 암석의 방패가 골렘의 주먹에 대신 부서지며 굉음을 만들었다.

헉. 놀라는 숨소리.

돌아오는 시선들.

도진은 그들의 눈빛에 대답했다.

말이 아닌 일렁이는 황금빛 마나로.

도진이 적을 본다.

끼기기긱.

새빨갛던 몸은 순식간에 식고 있었다.

꽈지직.

과열됐던 쇠가 순식간에 식으며 균열이 생기는 게 보인다.

불과 얼음.

상반된 두 가지 기운에 노출된 보스의 방어 능력은 한없이 제로에 수렴한다.

딜 타임이란 소리다.

《대지의 창》

카앙.

땅에서 솟아 나온 「대지의 창」이 놈의 복부를 관통했다.

끝까지 테레사를 노리며 공격을 하려던 보스가 멈칫거리며 경직된다.

그렇게 경직된 놈에게, 도진의 마법이 연속으로 꽂혔다.

던전의 주인이 완전히 침묵하는 그 순간까지.

[<폐쇄된 철광석 광산>의 보스 ‘응집된 마력의 사철 골렘’이 쓰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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