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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716화 (91권 06화) (1,615/1,615)

전생검신 91권 06화

나는 이 상황을 기억하고 있었다.

‘분명, 그때 나는 구천현녀에게 강하게 반발했었지…….’

칠요의 시험이며 왕선이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말도 안 되는 난이도에, 그 난이도를 깨기 위해서 나와 내 동료들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깨고 나니까 하는 말이 꼼수라니. 내가 아니라 하더라도 다들 화를 낼만 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다만 그때 너무 열이 올랐던 탓일까? 나는 그때 내가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열을 올리는 대신에 힐끔 눈앞의 허공을 쳐다보았다.

치지직

[역사를 바꾼다 / 바꾸지 않는다 ]

아니나 다를까, 역사를 바꾸겠냐는 창이 떠올라 있었다. 나는 앞선 경우를 이미 체험해 보았기에 망설임 없이 [바꾸지 않는다]를 선택했다.

“…….”

하지만 곧장 알 카르다흐와의 바둑 대국(對局)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침묵이 이어졌다.

‘이건 설마 또 아까 용비천 때처럼……?’

확신을 할 수 없다.

지금의 정답은 침묵뿐이다.

내가 아무 말도 없이 침묵하고 있자, 도리어 나 대신에 옆에 있던 제천대성이 퉁명스럽게 구천현녀를 향해 따졌다.

“이봐. 너무하지 않아~? 꼼수든 뭐든 우리가 그쪽에서 제시한 관문을 통과한 건 사실이지 않어? 이런 식으로 말을 바꿀 거면 처음부터 꼼수는 안 된다고 적어놓든가~”

[…….]

“너희가 하찮다 하는 인간족들도 그렇게 졸렬한 시험을 인정하지는 않을 거야. 하물며 주최자가 천상의 신격이라면 격을 갖춰야지. 안 그래?”

[…… 그 말도 일리가 있군요.]

제천대성의 말에 구천현녀는 왠지 한숨을 쉬는 듯했다. 그러고는 알게 모르게 중얼거렸다.

[대성이여. 저도 저의 의지로 훼방을 놓으려 나선 건 아니라는 건 알아주시길…….]

“흐음.”

[거기 백웅이여. 이 시험이 불공정함은 우리 또한 인지하고 있기에 그대들이 간과한 이 시련의 법칙에 대해 이야기 해주겠습니다. 당신들은 왕의 소환권만 알고 있겠지만 사실은…….]

나는 그 말에 불쑥 대꾸했다.

“인연력(因然力). 왕권(王權)의 개방.”

[……!!]

“이 칠요의 시련에 한해서 왕으로 인정받은 자가 [옛 지배자]에 못지않은 기적의 힘을 쓸 수 있는 거 아니오.”

이미 다 한번 겪은 일.

하물며 이렇게 중대한 사건에 대한 건 모두 기억해둘 수밖에 없다. 언제 다시 써먹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내 말에 구천현녀는 크게 놀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 맞습니다. 그대는 이미 알고 있었군요.]

“…….”

[저는 인과율의 조각을 마주치고 나서야 사명을 깨달았습니다. 저 또한 만신전의 소속이지만 제가 연락할 수 있는 대존재는 오로지 응룡 뿐…… 황제는 만신전에 조차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 후로 구천현녀가 구구절절 어쩔 수 없이 황제의 만신전을 따르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 이유라는 건 사실 내가 다 한번 들어본 것이었고 어떤 점에서는 이 자리에서 알 수 없는 이야기까지 다 알고 있었기에 나는 건성으로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구천현녀가 본론을 꺼냈다.

[그대에게 세 가지 선택지를 드리지요.]

“…….”

[첫째. 여기서 그대들에게 왕권을 사역하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대신…….]

아 젠장…… 지루해!

나는 여기서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한 식경 후에 권능으로 우리를 여기서 튕겨낼 거고 성좌의 용과 싸우는 거겠지?”

[……?!]

“두 번째 제안은 왕권의 사역법을 알려주는 대신에 칠요의 시련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겠고. 세 번째 제안은…….”

나는 느긋하게 팔짱을 낀 채 말을 이었다.

“황제가 대안을 내놓을 때까지 여기서 무한정 대기하는 거 아니겠소?”

[……!!]

자신의 모든 생각을 읽혀 버리자 구천현녀는 놀라서 그 자리에 굳어 버린 듯했다.

‘흥. 당신은 왠지 밉상이라고.’

순수하게 악인은 아니지만 이렇게 한 번씩 놀려줘야 속이 풀린단 말이지!

나는 느긋하게 구천현녀의 반응을 즐기다가 말했다.

“우리끼리 좀 대화를 해보고 나서 결정하겠소. 그러니까 구천현녀 당신은 이만 돌아가 보시오.”

[…… 백웅, 당신은 대체……?]

“안 갈 거요? 강제로 쫓아내야겠소?”

[아닙니다. 현명한 결정 부탁드리지요.]

파앗

내가 엄포를 놓자 구천현녀가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나는 한숨을 푹 쉬고 말았다.

“하아.”

이미 외신의 수에 말려든 느낌이 들지만 어쩔 수 없지.

이 시기는 용비천 때와는 달리 다른 의미로 중요한 시기니까…….

그리고 잠시 후 옆에서 나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던 일행 중에서 제갈부가 급히 말했다.

“배…… 백웅! 어떻게 왕권의 능력을 알고 있었던 거지? 그리고 어떻게 구천현녀의 생각을 한치도 틀림없이 알아맞춘 것이냐?”

“음…….”

나는 제갈부를 빤히 쳐다보았다. 내가 신기할 정도로 빤히 쳐다보자 제갈부는 상당히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만 쳐다봐라. 갑자기 왜 그러는 거냐?”

“아니 뭐.”

30번째 생에서도 현실에 복귀한 후 제갈부를 만나긴 해서 그렇게 그리움이 크진 않다. 하지만 내가 만났던 그 제갈부와 지금의 제갈부는 명백히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해 있는 상황과 각오, 겪어온 경험이 모두 다르기 때문일까?

‘느껴지는군. 지금의 제갈부는 역대 삶 중에서도 가장 총명하고 기세에 차 있었다는 게…….’

나는 그렇게 내심 중얼거리며 제갈부를 쳐다보다가 대뜸 입을 열었다.

“제갈부. 할 말이 있다.”

“뭐냐?”

“난 사실 전생 30회차의 백웅이고, 지금은 외신의 시련 중이라서 잠깐 과거로 오게 된 것뿐이다.”

“……?!”

“외신이랑 바둑을 두는 중인데 한 수 둘 때마다 무작위로 과거로 돌아가는 중이야.”

오, 되는군!

내가 미래의 비밀을 누설해도 아무런 제약이 없는 걸 확인했어!

그러자 제갈부는 물론이고 제천대성과 신공표조차도 크게 당황하는 듯했다.

“뭐…… 뭐라고?”

“뜬금없이 뭔 개소리야. 외신한테 시련받는 꿈꿨냐?”

“이놈이 미친 거냐?”

그리고 잠시 후 제갈부는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 그러면 아귀가 맞긴 해.”

나는 도리어 이 상황을 납득한 제갈부의 적응력이 놀라워서 반문했다.

“제갈부. 내 말을 바로 믿어주는 거냐?”

“그래. 네 말대로가 아니면 지금 상황이 설명이 안 되니까. 그리고…….”

제갈부가 순간 날카롭게 한마디를 한 게 나를 흠칫하게 만들었다.

“네 말이 사실이라면 너를 시험하는 외신의 의도는 결국 네가 과거를 바꾸는 선택을 할지를 보려는 거 아니겠는가?”

“……!!”

“아마 바꾸는지 바꾸지 않는지에 대한 선택지 또한 존재할 것이다.”

뭐야? 고작 한마디로 거기까지 유추했다고?!

나는 제갈부의 천재성에 놀라서 말했다.

“어떻게 알았지?”

“네가 일부러 대놓고 비밀을 누설하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누설이 가능한 시련이라면 유추할 수 있는 의도는 많이 한정된다. 거기서 추론해보면 어렵지 않게 현재 네 상황을 알 수 있었다.”

“…….”

아니, 어렵지 않을 리가 없잖아…….

‘과연 중원 최고의 천재 중 한 명…….’

나는 미래의 정보를 모른다 해서 천재가 천재가 아닌 건 아니라는 걸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천재라는 존재는 설령 전생자가 앞선 정보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생득적인 두뇌로 충분히 그 정보를 응용해낼 수 있는 자를 뜻하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의 제갈부는 전에 없이 의기가 헌앙하고 날카로운 기세를 지니고 있었으니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갈부와 일행들에게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했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나는 간략하게 30회차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하고 지금 복희, 츠쿠요미 등과 대립하다가 외신 알 카르다흐와 대국을 하게 된 상황을 말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을수록 제갈부의 표정은 심각하게 가라앉았고 반대로 제천대성과 신공표는 호기심이 가득한 듯했다.

내가 설명을 끝내자 제갈부가 입을 열었다.

“백웅. 외신이 내기에 대해 발설의 제약을 걸지 않은 이유는 너도 아마 짐작하고 있겠지?”

“……응?”

“그건 아직 못 깨달았나 보군. 외신은 지금 네가 과거에서 어떤 깽판을 치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거나 마찬가지다.”

나는 제갈부의 말이 뜻밖이었기에 흠칫했다.

“뭐? 그게 그렇게 되나?”

“당연하지. 그렇게 해서 네가 과거를 바꾸는 즐거움에 몰입하게 되어 단 한 번이라도 [바꾼다]라는 선택을 하게 될지를 보고 싶은 것이라 생각한다.”

“……!!”

“어차피 네가 뭔 짓을 하든 [큰 굴레]에는 반영시키지 않을 테니까.”

그런 거였나!

내가 뒤늦게 상황을 깨닫자 제갈부의 말이 이어졌다.

“외신은 너의 욕망을 자극하고자 일부러 제약을 느슨하게 했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이건 네게 있어서 기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회라면…….”

“나는 네가 겪은 미래를 잘 모른다. 아마 너만이 알 수 있는 뭔가가 있겠지. 이 시기에 네가 끝내 하지 못했던 거나 아쉬운 걸 잘 생각해보아라.”

“흠…….”

제갈부의 말은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내가 일요의 시련을 하면서 뭐가 아쉬웠었지? 어디 보자…….’

나는 그 당시에 있었던 일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 이후 파천의 가호를 받아서 일요의 시련을 돌파한 후 일요를 결국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나서 지상으로 되돌아가 염제 신농을 만났는데 갑자기 황제가 모든 걸 뒤엎어버리고 세계를 멸망시켰다…….’

…… 다시 생각해봐도 어이없는 죽음이긴 하다. 이토록 판을 벌였는데 뭔가 제대로 된 걸 얻지는 못하고 찝찝하게 끝냈던 것 같은 느낌!

나는 그때의 찝찝함을 떠올리자 괜히 기분이 더러워졌지만 애써 참으며 생각했다.

‘근데 내가 그때 정말로 얻고자 했던 게 뭐였지? 내가 얻으려 했던 건…….’

그 순간, 내 머릿속에 하나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

이게 될라나?

나는 긴가민가하면서도 제갈부와 그 옆에 있던 제천대성, 신공표를 한 번씩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뭘 해도 놀라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뭘 할 생각인데 그러냐?”

“이 시련 자체가 황제의 함정이었거든. 그래서 난 시련을 진행하기 싫어. 구천현녀는 미래에 또 쓰러뜨리기도 했고.”

“…….”

“그러니까 얻을 것만 얻고 여기서 나갈 거다.”

“얻을 거라면 설마…….”

제갈부가 눈치챈 듯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얻은 칠요 다 줘봐.”

지잉 -

나는 동료들에게서 칠요를 다 받은 후 신력을 모아서 집중시켰다. 그러고는 기술을 발동했다.

신기(神技)

트리무르티!

그 순간 나는 트리무르티의 적색 보석이 박혀 있는 공간에 들어오게 되었다. 나는 평소처럼 트리무르티가 잘 발동되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동시에 앞으로 손을 뻗으며 읊조렸다.

“나는 인간의 왕으로서 왕권(王權)을 발동하겠다.”

끼긱…… 끼기긱…….

내가 선언하자 갑자기 적색 보석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떨기 시작했고, 잠시 후 번쩍하고 커다란 빛을 내었다.

콰칭!!

그리고 트리무르티의 정점에 있는 적색 보석은 잠시 후 황색(黃色)으로 변해 버렸다.

나는 저것이 황제가 이 칠요의 시련에 허용해놓은 왕권(王權)이라는 특별한 권능을 트리무르티가 수용해서 일어난 현상이라는 걸 알아챌 수가 있었다.

‘그 효과는 지금부터 확인해봐야겠지…….’

나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말을 이었다.

“왕권으로서 명하노니…… 트리무르티의 공간은 6개로 늘어날지어다!”

치치치치칭!!

그와 동시에 최대 3개까지 분할되어 있던 트리무르티의 공간은 그 2배인 6개로 불어나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이런 일은 할 수 없지만 칠요의 왕선에서는 황제의 권능조차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6개로 나눈 이유가 있지!’

나는 6개의 공간에 제각각 칠요를 하나씩 던져놓고는 합장을 하며 외쳤다.

“트리무르티…… 나 백웅은 염원하노니…… 육요(六曜)를 제물로 바쳐 가장 귀중한 칠요를 손에 넣으리라!!”

파지지직! 파지지직!!

번쩍……!!

잠시동안 번개가 번쩍이더니 번개의 구름이 사방에 감돌았다. 그리고 한참 후, 눈이 실명할 것만 같은 환한 광채와 함께 순백색의 무언가가 트리무르티의 한가운데에 출현했다. 나는 그 순백의 존재를 움켜잡았고, 다음 순간 현실로 되돌아왔다.

파앗

파지직…… 파지직…….

여전히 너무 강대한 힘을 머금고 있어서일까? 내 손바닥 한가운데에 둥둥 떠 있는 최종(最終)의 칠요는 선연한 광채와 뇌기(雷氣)를 뿜고 있었다.

‘어라…… 이렇게 힘이 강했던가?’

예전엔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얼핏 느껴지기에도 예전 그 칠요의 열 배 이상의 영력이 느껴지는 이유가 뭐지?

내가 내심 의아해하고 있을 때 제갈부가 덜덜 떨면서 경악했다.

“서…… 설마…… 지금 칠요를 모두 제물로 바쳐서……?”

“맞아.”

나는 씩 웃으며 손바닥 위에 소환된 것을 일행들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바로 일요(日曜) 여의주(如意珠)다.”

트리무르티의 창조의 권능과 칠요 중 육요, 그리고 이 칠요의 왕선에서만 허용되는 왕권!

이 3가지가 조합되었기에 바로 지금 이 순간만이 일요를 내 힘으로 자체 제작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것이다!

제갈부가 당황하며 말했다.

“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 일요가…… 이 시련의 최종보상으로 얻는 그 일요와 동일한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 않는가?”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꼭 같은 것일 필요가 뭐가 있겠어? 어차피 이 칠요의 시련을 하러 온 이유 자체가 육요를 해방하고 나서 생겨나는 시련이 뭔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나는 이미 시련의 내용과 결말을 다 알고 있고 이제 인간세상만 구하면 되지. 그러기 위해 마지막 보상인 일요를 얻은 것뿐이잖아.”

“……!!”

“자, 천재인 너라면 이제 내가 뭘 할 생각인지 눈치챘겠지?”

제갈부는 바로 내 의도를 알아챈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칠요의 시련은 여기서 끝내는 거군! 황제의 뜻에 더 이상 놀아날 필요가 없으니.”

“맞아. 그걸 위해서 이걸 만들어 본 거라고.”

나는 그렇게 대꾸하며 손에 있던 일요를 향해 말했다.

“일요 여의주여. 나는 왕권(王權)으로서 명하노니…… 저번처럼 내 말을 씹지 말고 똑바로 들어라. 이 칠요의 시련에서 우리 모두를 현실세계로 돌려 보내줘!”

될까?

일요 여의주의 명확한 능력은 모르지만, 여의주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사용자의 부탁을 들어주는 뭔가가 가능할 거라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칠요의 시련에서 되돌아가는 것 자체가 커다란 난관이었기에 이 일요의 힘을 빌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일요 여의주에서 강대한 빛이 흐르더니 환하게 번쩍였다.

파아앗……!!

잠시 후 우리 모두는 현실로 되돌아와 있었다. 우리는 폐허가 된 황궁에 서 있었으며 하늘에서는 맑은 빛이 내리쬐고 있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본 제갈부가 말했다.

“설마 했지만, 황제와 삼황오제의 권능으로 둘러싸인 칠요의 시련에서 우리를 멀쩡히 빼낼 수 있다니…… 그 일요 여의주의 힘은 진짜로군.”

“흠…… 그 누구였지? 초상기인 진이란 놈은 계속 칠요의 시련 하고 있겠지?”

“……아마 그럴거다.”

“혼자 열심히 하라고 그래. 난 더 이상 황제랑 놀아줄 생각 없으니까.”

나는 그렇게 툭 하고 내뱉고는 한숨을 쉬었다.

“후우, 이만하면 됐겠지? 일요의 능력도 알았겠다 더 이상 난 아쉬움이 없어. 역사를 바꾸지 않겠…….”

내가 알 카르다흐에게 말을 건네듯이 중얼거리는 바로 그때였다.

쿠우우웅!!

갑자기 허공이 열리면서 거대한 무언가가 천천히 강림하기 시작했다.

그 무언가는 황금빛의 갈기를 두르고 있는, 어찌 보면 용을 닮기도 한 - 세상에 존재한 적 없는 기수(奇獸)의 모습이었다. 그 기수는 거대한 신력을 두르며 강림하고 있었기에 제천대성과 신공표조차 절로 그 존재의 강림을 보며 긴장을 하는 모습이었다.

제천대성이 저 기이하며 강력한 존재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까 용만큼이나 강해 보이는군! 저건 대체 뭐지?”

“…….”

나는 그 기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왜냐하면 500년 후 대웅제국을 겪으며 저 존재가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마(天魔)인가.”

나는 천마의 강림을 보며 깨달을 수 있었다.

황제 공손헌원이 지금 나와 직접 얘기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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