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713화 (1,612/1,615)

전생검신 91권 03화

내 말에 복희는 잠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잠시 후 대꾸했다.

[우주의 인과율이란 무한한 법…… 필멸의 고리에 갇혀 있는 한 그 윤곽을 보는 것조차 허용이 되지 않는 듯하구나.]

복희의 말은 뜬구름 잡는 것같았지만, 나는 전생자로서 그가 무엇을 느끼고 이야기한 것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피식 웃으며 말했다.

“중요한 건 ‘기회’입니다, 복희. 이 싸움의 승자만이 미래로 나아가서 진실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가. 허나 그런 말을 하는 그대의 눈에 진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는 것 같네만…….]

“하하하…… 아직 힘을 숨기고 있어서 여유로운 모양이군요. 당신들이라면 이 반고의 신좌에서 질 리가 없다는 자신감을 가질 만도 하지요.”

[…….]

“좋습니다. 그 자신감이 짜증 나니까…….”

나는 차가운 눈으로 복희를 쳐다보았다.

“진정한 전생자의 힘이라는 걸 잠깐 맛보여드리지요.”

윤회지법(輪回之法)

제일겁(第一劫)

마중활천(魔中活川)

쿠르르륵!!

내가 마중활천의 영역을 불러내자 왼손 위에는 흑색의 광구(光球)가 떠올랐고, 그 광구에는 거무튀튀한 초록빛의 영기가 흐르고 있었다. 광구 주변의 소용돌이가 내 몸을 점차 감싸기 시작하자 나는 서서히 힘이 증가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스며든다…….’

좋아.

이대로라면 신력은 계속 강해진다.

내가 기분 좋게 마중활천이 부여해주는 힘을 느끼고 있자 복희가 말했다.

[어떻게 우주의 최심부에 있는 혼돈을이곳으로 소환해올 수 있는 거지? 반고의 신좌에서 모든 혼돈의 힘이 무력화되거늘 소환의 주문을 외울 수 있다니 어찌 가능한가.]

복희의 의문은 당연했다. 혼돈의 신조차 소환되자마자 소멸해버리는 공간에 우주 최심부에 있는 극악(極惡)의 마력을 불러와서 신력(神力)으로 정제하는 내 마중활천의 술법은 이치상으로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런 복희의 의문에 느긋하게 대답했다.

“복희. 당신은 백웅을 상대하면서 전생자만이 지닐 수 있는 특별한 힘을 겪어본 적 있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아마 없을겁니다. 이 녀석은 아직까지 굴레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을 다루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수준이니까.”

[네가 쓰는 게 바로 [전생자만의 힘]이라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윤회지법(輪回之法)

제이겁(第二劫)

승령(昇靈)

후와아악!!

마중활천으로 불러온 혼돈의 신력이 갑자기 전신에서 불꽃을 이글거리며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던 복희가 흠칫하고 놀랐다.

[아니…….]

“신기하지요? 불러온 모든 신력의 성향을 단숨에 ‘질서’로 바꾸었습니다. 마중활천으로 불러온 채 몸에 가둬두기만 해도 되지만 가능하면 이 공간에 거역하지않고 모든 힘을 쓰고 싶으니까요.”

복희는 침음성을 흘렸다.

[말도 안 돼…… 반고의 신좌에서 그런 일은 불가능해! 상위계인 신좌의 법칙을 무시한다는 말인가?]

“크크큭. 신들이 권능으로 물리계의 법칙은 제멋대로 갖고 놀수 있으나, 상위계의 법칙은 신조차 거역할 수 없는 법이지요. 당신들 삼황오제를 비롯한 모든 상위신들도 신좌만큼은 거스를 수가 없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말입니다…….”

나는 놀라는 복희의 모습이 재밌어서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상위계의 법칙조차 거스를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 있지요. 바로 인과율(因果律)…….”

[설마 네 능력은…….]

“제 능력을 제대로 소개하도록 하지요.”

쿠르르륵!!

후와아악……!!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혼돈의 차원에서 불러온 모든 광대한 힘이 질서의 신력으로 바뀌면서 통째로 내 몸에 쌓이고 있었다. 제일겁과 제이겁은 단순하게 힘을 축적하고 변환하는 능력이지만 단순한 만큼 모든 전투의 근간이 되는 것이다.

“전생절기(轉生絶技) 윤회지법(輪回之法). 능력은 "전생 횟수에 비례해서 윤회지법 내의 모든 인과율 사용기술이 강해진다"는겁니다.”

[……!!]

“그 낌새를보니 눈치채신 모양이군요.”

내 말에 복희가 침중하게 말했다.

[인과율을 직접 사용하기에……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격하(格下)의 모든 권능에 절대우위를 가지는 능력이군.]

“후후, 정답입니다.”

나는 승령으로 끌어낸 힘이 심중(心中)까지 들어찬 걸 느끼자 상당히 힘이 활성화된 걸 알 수 있었다.

‘좋아.’

이 정도면 원래의 힘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저 삼황 정도는 충분히 박살 낼수 있겠지?

‘복희. 너는 내가 마중활천과 승령을 쓰기 전에 공격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귀찮았을 텐데…….’

자기 원칙을 지킨답시고 내가 힘을 모을때 가만히 지켜보았던 그 선택이 얼마나 멍청한 거였는지 깨닫게 해 주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디뎠다.

“복희. 반고의 도끼를 쓰는 게 좋을겁니다. 한방에 끝나면 시시하니까.”

[지나치게 오만하군. 힘을 많이 모은 것 같지만 아직 우리 앞에서 오만할 정도는 아닌 것같은데?]

“아하하하…… 내가 백웅한테 졌다고 우습게 보는겁니까? 이것 참…….”

나는 복희의 말에 어이가 없어서 픽 웃었지만 동시에 짜증이 밀려왔다.

“분수를 알게 해 줘야겠군요.”

나는 바로 쌍장(雙掌)을 앞으로 내뻗으며 기술을 시전했다.

윤회지법(輪回之法)

제사겁(第四劫)

신성소멸(神聖消滅)

번쩍!!

[……!!]

[아, 아니?!]

그 순간, 복희와 여와는 동시에 당황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몸속에 웅혼하게 깃들어 있던 모든 신력이 단숨에 휘발되었기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전생자로서 신들을 사냥하고 다닐때 가장 많이 사용했던 기술, 신성소멸!

이 기술에 맞은 놈은 그 격에 상관없이 무조건 신성이 모조리 봉쇄되어서 신력이 무(無)가 되어버렸다. 물론 영구적인 소멸이 아니라 일시적 소멸이라서 하루 이틀 후면 원상복구되었지만, 사실 그 시간이면 충분했다.

나는 신력이 없는 신을 쥐어패서 없애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흐음, 그런데 기술위력이 굉장히 좋군. 전생횟수에 비례해서 없앨 수 있는 신력의 양이 차이가 있는데 단숨에 삼황의 신력을 다 날려버릴 줄은…….’

백웅 녀석의 신체와 영혼은 내 생각 이상의 인과율을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

촤아앗!

그리고 나는 극미한 시간 사이에 복희와 여와의 몸에 알 수 없는 권능의 보호막이 쳐지는 걸 깨닫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내 한 수에 순식간에 삼황의 신력이 무(無)가 되었지만 저건 내가 쓴 제사겁의 영역을 뛰어넘는 능력이었다.

나는 신을 사냥해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저건 신력을 넘어선 인과율의 힘이다. 저걸 뚫기 위해서는이쪽도 큰 희생을 치러야만 했다.

‘꼴에 외신의 적자인 삼황이라는 건가? 조금쯤은 굴레의 영역을 벗어난 신비한 능력을 갖추고 있군…….’

하지만 그래봤자 굴레안쪽의 존재인 건 변하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대로 끝장을 내기 위해 결정타를 준비했다.

츠츠츠츠

윤회지법(輪回之法)

제오겁(第五劫)

건곤파천장(乾坤破天掌)

합장을 하고 있는 두 손에서 시퍼런 영기와 함께 여태껏 모았던 모든 신력이 육중하게 실리기 시작했다. 나는 집중되고 있는 모든 신력을 계속해서 승령의 수법으로 정제하며 그 예기와 파괴력을 날카롭게 만들었고, 이윽고 내가 모은 기세는 말 그대로 천지를 쪼갤 정도로 강대해졌다.

쿠쿠쿠쿠

건곤파천장의 기력이 계속해서 모이고 있자 복희가 말했다.

[신력을 잃은 틈에 필살기 한방으로 끝장내겠다는 건가?]

“잘 알고 있군요.”

[그 기술은 또 뭔지 궁금하군. 방금 전에 썼던 것보다 더욱 고급기술인 듯싶은데.]

“그저 인과율을 물리력으로 바꾸는 단순한 능력일 뿐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만큼 절대적이지요.”

[…….]

눈치챘나 보군.

단순하기 때문에 윤회지법의 다른 기술보다 더더욱 힘의 증폭률이 높아서, 신력이 없는 신은 결코 건곤파천장을 맞고 살아날 수 없다는 사실을…….

‘하지만 눈치채봤자 별수없을 거다.’

사냥감의 모든 것을 봉쇄한 후 단숨에 잡아버리는 이 쾌감…… 나는 과거에 이런 재미를 느끼고 살았던 것이다.

지금!

나는 순간적으로 공격의 의지를 마음먹고는 곧장 복희와 여와에게 건곤파천장을 날렸다.

쿠콰콰쾅

[크으으윽!!]

[으윽…….]

거대한 폭발과 함께 복희와 여와는 건곤파천장에 맞아서 저 멀리 하늘까지 날아갔다.

복희와 여와의 몸에 피가 줄줄 흐르는 걸 보면 분명히 부상을 입은 듯했다.

“……?!”

하지만 나는 그걸 보고 약간 당황할수밖에 없었다.

‘절대 치명상은 아니다! 대체 무슨 맷집이?!’

오겁까지 썼을때 못 죽인 놈이라고 해봐야 내 길고 긴 전생 동안 한두 놈에 불과했는데! 죽는 것도 아니고 치명상조차 아니며 그저 경상이라니…… 설마 지금의 복희와 여와가 그 정도로 강한 존재가 되어 있단 말인가?!

삼황오제가 대체 뭐길래 우주천지의 수많은 [옛 지배자]들을 단숨에 절명시킨 이 연쇄공격을 버텨낸단 말인가!

예상보다 더 강한 삼황의 체력에 내가 당황하고 있을때 복희가 자신의 몸을 빠르게 회복시키기 시작했다.

우우웅

복희와 함께 여와가 회복되는 게 육안으로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 침음성을 흘렸다.

“존재공유…….”

저 기술을 쓰면 복희와 여와는 모든 피해를 나눠 받으며 또한 한쪽이 죽기 전까지는 절대 죽지 않는다.

저런 종류의 기술은 수도 없이 보았지만 대부분 하위신격이었는데 설마 삼황같은 고위신격이 저런 능력을 쓸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그리고 복희가 갑자기 포효를 토해내었다.

진(眞)

우주태룡후(宇宙太龍喉)

퍼버버벙!!

태초의 용이 떨쳐낸 그 어마어마한 포효와 함께 나는 내 몸에 종잇장이 바늘에 뚫리듯 수십 개의 구멍이 뚫린 걸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나는 공격에 맞은 순간 몸이 휘청거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크윽! 설마…….’

혹시나 했는데 몸 상태를보니 역시나였다.

‘신력봉인!!’

가시에 뚫린 듯 조그마한 바늘구멍 - 그 사이로 복희의 힘이 침식해 오면서 내 몸에 있는 신력을 강제로 봉인하고 있다!

나는 급히 신력봉인을 억제했지만 이미 어느 정도 힘을 봉인 당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복희는?’

나는 저 멀리에 있던 복희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복희의 몸 내면에 걸려 있던 봉인이 죄다 풀려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놀랄수밖에 없었다.

‘이럴 수가…… 우주태룡후로 나를 공격하면서 동시에 제사겁 신성소멸로 걸어두었던 신력봉인을깨버렸다고?!’

복희가 쓰는 우주태룡후라는 기술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원래 이 정도 위력은 아니었을 터였다.

기껏해야 다른 삼황오제를 약 올리고자 추방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어서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잠시 후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아…… 아니야! 복희는 창세 이래로 모든 이를 속여온 거다! 진심으로 쓰는 우주태룡후의 위력은 완전히 달랐던 거야!’

기껏해야 타 존재를 추방하는 수준이 아니라, 직접 상위신을 소멸시키며 자기자신을 봉인에서 풀 수도 있는 강대하기 짝이 없는 권능!

고오오오…….

나는 저 너머에 떠있는 복희와 여와가 힘을 완전히 되찾은 것도 모자라서 아까보다 더욱더신력이 강화되어 몸이 붉은빛을 띠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나는 침음성을 내었다.

“……강화까지 할 수 있는 권능이었나? 잘도 모든 이를 속였군요…….”

[후우. 비장의 한 수를 남한테 알리지 않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나?]

“…….”

[허나 우리가 그대를 너무 얕보았다는 사실은 인정해야겠군, 츠쿠요미…… 지금의 그대는 분명 우리 둘을 상대로 대등하게 싸울 힘을 갖고 있구나.]

그렇게 말한 복희가 뭔가를 눈치챈 듯 말했다.

[츠쿠요미였을때 그대가 약했던 이유는 그저 0회차였기 때문이었던가.]

“정답입니다.”

정말이지 불쾌한 일이다.

한때 전생자로서 우주의 모든 것을 제패했던 내가, ‘전생 횟수’에 기반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0회차에서는 원래 능력을 되찾지도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다니.

츠쿠요미로서 대신(大神)의 능력 정도는 쓸 수 있었지만, 윤회지법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껍데기만 사용할 수 있으니 내가 전생자로서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시피 했던 것이다. 전지능력이 대가로 쥐어지기는 했지만 사실 아무리 전지능력이라 해도 내가 원래 갖고 있던 윤회지법의 최대겁에 비하면 미친 듯이약했다.

‘제길. 하다못해 1회차의 인과율만 있었어도 윤회지법으로많은 걸 바꿀 수 있었건만…….’

0회차의 인과율로 쓰는 윤회지법은 차라리 안 쓰느니만 못했다. 그냥 츠쿠요미의 신력을 휘두르는 게백 배 나을 정도로.

하지만 지금은 후회할때가 아니다. 모든 것을 잃느냐 얻느냐의 갈림길에서 잡생각은 행동을 무뎌지게 할 뿐이다.

나는 눈을 파르스름하게 빛내며 말했다.

“복희. 그걸 알고 있습니까? 전생자끼리의 전투는 한없이 추하다는 사실을…….”

[백웅에게 언뜻 듣기는 했지. 그건 왜?]

“왜 한없이 추한 줄 아십니까? 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줄 아십니까? 패배한 자는 그 무엇도 남기지 못하고 잊혀지기때문입니다. 그리고 승자의 역사로 덧씌워진다는 걸 서로가 누구보다도 제일 잘 알기 때문이지요…….”

[…….]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은 전생자가 아니지만, 여기서 지면 모든 걸 잃는다는 건 변하지 않기에…… 나 또한 이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겠습니다.”

[뭘 할 셈이지?]

“이런 행동이지요.”

치치칭

잠시 후 내 몸의 전신에서 둥글고 흰 윤회(輪回)의 원(圓)이 떠올랐다.

‘위험부담이 너무 큰 기술…… 성공하든 실패하든…… 지옥에 가까워지겠구나.’

하지만 이긴다.

그래도 이긴다.

이기는 게 바로 정의다!!

나는 희생의식이 준비가 되자 각오를 하고는 기술을 시전했다.

윤회지법(輪回之法)

제육겁(第六劫)

미래지겁(未來之劫)

다음 순간, 나는 삼황의 힘을 뛰어넘었다.

***

‘무슨 소리야? 왜 나더러닥치라는 것이지?’

나는 선지자가 자꾸 나를 조용히 시키려고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 너머에 있는 새하얗고 거대한 손 때문이라는 건 알겠는데 저놈이 여기를 보면 뭐 어떻게 된다는 것인가?

‘큭…… 졸려…….’

너무 졸려서 평소처럼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내가 애써 수면의 욕구를 참으려고 혀라도 깨물까 생각하고 있을때 선지자가 말했다.

[백웅이여. 그대가 여기 오게 된 이유는 이미 알고 있다. 츠쿠요미의 가면을 썼다가 그리된거였지.]

“니가…… 그걸…… 어떻게 알어. 반고의 신좌에서 일어난 일인데…….”

[…… 종족의 왕으로서특별권한으로 아카이브의 열람권을 썼으니까…….]

“……?”

[이번에 우리가 무척 큰 대가를 치렀구나…… 아아…… 아깝도다…….]

뭔 소리야…….

내가 어리둥절 해하고 있을때 선지자의 말이 이어졌다.

[허나 진짜로 여기로 오게 된 이유는 바로…… 그 흑요석 목걸이 때문이다.]

“목걸이……? 이거…….”

탁록시대에서 테스카틀리포카를 소환했을때 얻어내었던 목걸이.

이걸 얻으려고 테스카틀리포카에게 꽤많은 공양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희미한 눈으로 흑요석 목걸이를 들어서 쳐다보자, 선지자가 말했다.

[그 목걸이가 [뒷문]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을 터…… 그래서 원래라면 그대가 가면을 쓴 순간 츠쿠요미와 자아를 걸고 결투를 했을 테지만…… 그대는 그대로 목걸이가 이끄는 대로뒷문을 통과해 버렸고 츠쿠요미는 저항 없이 그대의 몸을 차지했다.]

“……?!”

엥?!

뭐시라?!

나는 크게 당황해서 말했다.

“뭐…… 뭔 소리야. 그럼 지금 내 몸에 츠쿠요미가 들어가서 조종하고 있다고?!”

[그렇다. 삼황과 싸우고 있지.]

“……!! 아, 아니 그럼 지금 내가 있는 여기는 대체 어디냐고.”

내 반문에 선지자가 침묵하다가 말했다.

[위대한 지식의 요람이다…… 물론 본전(本展)은 아니고 초입이지만…….]

“……? 또 개같은 소리를…… 모르겠고 날 돌려 보내줘.”

씨발…… 의지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한계다.

이곳에서 느끼는 수마는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나는 마치 몇백 시간 이상 잠을 못 자고 지옥훈련을 했을때 느끼는 듯한 피로감 때문에 제대로 몸을 움직이는 것도 하기 힘들 정도였다.

[왜 그리 졸리는지 알고 있는가?]

“몰라…… 왜 졸리는데…….”

[이 장소는 모든 우주의 무의식마저 집결되는 장소이기때문이다…… 이성이 존재하는 게 원래 용납되지 않는 장소이지…… 사실 나조차도 특별한 보호마법을 걸어서 멀쩡한 건데 그대는 일단 살아 있다는 게 이상하긴 해…….]

“…….”

선지자는 홱 하고 몸을 돌렸다.

[아무튼…… 날 따라오라. 위대한 분께 더 이상 불경을 저지르기 전에 서둘러 나가자.]

“알았어…… 씨발…… 개소리 말고 빨리 나가자고…….”

나는 투덜거리며 선지자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씨발…… 언제…… 출구가 나오는 거야…… 너무 걷는 거 아냐?”

졸려 죽겠는데 쓸데없이 많이 걷고 있었다.

선지자는 아무 말도 없이 걸었고 나도 놈을 따라서 계속 걸었다.

나는이곳이 서고(書庫)라는 걸 알 수 있었고, 양옆의 책장에 수많은 책이 꽂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졸려서 그 책 중 한 권이라도 뽑아서 읽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

“아 씨발…… 선지자!! 왜 이렇게 출구가 안 나와?”

우뚝.

그때내 앞을 걷고 있던 선지자가 멈춰 섰다.

그러고는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아이는 돌려보냈다.”

츠아아악!!

갑자기 주변 공간이 확 하고 변했다.

넓은 원형으로 둘러싸인 서재 - 원형의 책장이 가득 둘러싼 가운데 앉을 소파와 의자가 있었다.

선지자가 소파에 앉더니 내게 자리를 권했다.

“거기 앉아라.”

“……뭐?"

나는 의아했지만, 상대방의 말은 마치 절대적인 명령인 것처럼 내 머리에 인식되었다.

그래서 나는 나도 모르게 멍하니 소파의 맞은편에 앉고 말았다.

“너는…… 누구야?”

내가 바보라도 알 수 있다.

저 녀석은 선지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뭔가 다른 존재라는 걸.

선지자의 모습을 하고 있던 그 존재는 아무런 감정 없이 냉막하게 대꾸했다.

“알 카르다흐.”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