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705화 (1,604/1,615)

전생검신 90권 15화

황금월?

나는 제갈사의 말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아서 말했다.

[제갈사. 갑자기 무슨 말이냐? 저건 아무리 봐도 검은 구체인데 암천향의 황금월이라니…….]

“저놈이 방금 전 암천향의 달에서 얻은 힘을 언급했다. 그리고 지금 보니 완전히 소멸된 것도 아닌지라, 놈이 지금 소환한 게 암천향의 달이라는 건 쉽게 유추가 가능하지.”

[아.]

“그리고…… 네가 실종된 동안 나는 수많은 마도지식을 섭렵했고, 암천향에 존재하는 달이 황금(黃金)의 빛을 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황금월이라고 하는 것인가?

나는 저 검은 구체 주변에 휘도는 황금빛 기운을 보니 그제야 제갈사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동시에 만일에 여기에 나 혼자 있었다면 저 구체의 정체를 절대 알 수 없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제갈사만큼 유추할 능력도 없고 황금월에 대한 정보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눈앞의 황금월을 쳐다보며 말했다.

[…… 완전히 소멸되지 않았다는 건, 놈이 저 황금월을 소환하고 숨어 버렸다는 건가?]

“그래. 이혼대법으로 혼의 기운을 감지해 보았는데 신혼(神魂)이 너무나 깔끔하게 사라졌다. 신의 혼만큼 거대한 존재감을 지닌 것은 결코 간단히 사라지지 않고 주변의 시공간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데 이건 있을 수 없는 일…… 놈은 저 황금월을 매개체로 어딘가로 숨은 거라고 본다.”

나는 제갈사의 대답에 눈을 둥그렇게 떴다.

[이혼대법? 이혼대법으로 그런 것도 할 수 있어?]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수천리 안에 있는 혼의 기운을 느끼는 경지라 할 수 있지. 너도 극성에 도달한 것 같으니 연습하면 할 수 있을 거다.”

[…….]

아니, 나는 의식해서 쓰지 않으면 저절로 느낄 수는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갈사의 이혼대법 경지 자체는 나보다 몇 수는 위에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럼 이제 어떡해야 하지? 숨은 놈을 확실히 끝장내야 할 텐데…….]

“…….”

침묵하던 제갈사가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미 결판은 났다. 내 생각에 저 츠쿠요미는 바즈라를 맞았을 때 이미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었고 지금은 그저 죽어가는 중일 것 같군.”

[어떻게 그렇게 단정을 짓지?]

제갈사는 한심하다는 듯 눈앞의 검은 구체를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 우리 입장에서는 저 황금월의 소환을 취소시키거나 부숴 버리면 끝이거든. 저렇게 뻔히 대놓고 의식을 진행하는 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는 너도 알 거다.”

[아!!]

“저런 멍청한 짓을 해야 할 정도로 여유가 없는 거다. 이미 끝장나지 않고서야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지.”

나는 제갈사의 말에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소환의식은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대단히 외부의 충격에 취약한 의식!

강대한 힘을 지닌 존재라 하더라도 소환의식 중에는 거의 무방비상태나 마찬가지였고 그보다 몇백 배 약한 존재가 뛰어들어서 단숨에 소환자를 살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소환의식은 한없이 비밀스럽게 진행해야 했으며 결코 외부인에게 소환의 매개체나 의식을 들켜서는 안 되었다.

그런데 대신격인 츠쿠요미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황금월을 우리 앞에 떡하니 소환한 것은 죽여달라는 거나 마찬가지!

[좋아, 그럼 당장 바즈라를 던져서 저걸 부숴버…… 음?]

나는 곧장 바즈라를 들어서 황금월을 부수려 했지만 바즈라가 갑자기 무겁게 느껴졌다. 자세히 보니까 바즈라에 머물고 있던 신광(神光)이 사라져 있었고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젠장! 딱 한 번 만 힘을 부여해 준 거냐.’

이런 쫌생이 인드라 놈…….

[쳇. 그럼 아그니로…….]

“잠깐 기다려. 소환진을 보아하니 저 소환의식이 궤도에 오르려면 최소한 반 시진은 걸릴 것 같군.”

내가 염신기 아그니를 소환하려 하자 제갈사가 나를 제지했다. 내가 제갈사를 쳐다보자, 제갈사는 황금월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말했다.

“저걸 부수는 건 그렇다 치고, 백웅 넌 혹시 이 외우주의 혼돈에서 멀쩡히 지구로 귀환하는 법을 알고 있나?”

[……?!]

어…… 어어?!

나는 예상치도 못했던 제갈사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제서야 지금 내가 있는 장소가 어딘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

이곳은 지구도 우주공간도 아닌, 우주의 끝 너머를 초월해서 세계의 장벽까지 넘은 끝에 도달하는 외우주의 혼돈 그 자체! 설령 지구보다 수백만 년이나 과학문명이 발달한 외계종족이라 하더라도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초월적 공간에 와 있는 것이었다. 사실 웬만한 인간은 이 혼돈에 몸을 담근 것만으로도 미쳐 버릴 정도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혼돈의 공간에서 비등이나 통상적인 귀환술법, 마법은 하나도 쓸 수 없으리라.

나는 잠시 입을 뻐끔거리다가 말했다.

[나…… 나일라토프의 함선 가이아를 타고 이 내부를 돌아다닌 적은 있는데…… 우리 힘만으로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어.]

“……흐음. 역시 그렇군. 츠쿠요미 입장에서는 이기든 지든 우리를 일단 혼돈의 미아로 만들 수 있었던 거다. 빈틈이 없어.”

[이런 젠장! 일월지혼이라면…… 으음…… 하지만 그것도…….]

나는 속이 답답해졌다. 과거 엄청난 위력을 보였던 일월지혼을 쓸 수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도 혼돈을 찢고 지구로 되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직감이 들었지만, 정작 그 일월지혼은 원한다고 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무척 예외적 상황에서 한 번 만 쓸 수 있었던 그런 능력인 것이다.

‘아!’

나는 갑자기 생각이 나서 말했다.

[그래, 주시자!! 주시자를 불러서 우리를 지구로 데려다 달라고 하면…….]

“할 수 있으면 해 봐. 아마 안 올 거 같지만.”

[주시자여!! 우리를 지구로 되돌려 보내 주십시오!!]

…….

…….

내가 몇 번이고 외쳤는데도 아무런 반응도 들려오지 않았다.

‘왜 안 오지?’

나는 의아해하다가 제갈사에게 말했다.

[제갈사…… 주시자가 왜 안 오지?]

“네 과거 경험을 볼 때 개입하려면 진작 개입했을 거다. 츠쿠요미와 싸우면서도 줄곧 그가 언제 끼어들지가 신경 쓰였다. 하지만 츠쿠요미와 방금 전 그 난리를 쳤는데도 개입하지 않는 걸 볼 때 지금 네 일에는 간섭하지 않겠다는 뜻인 것 같군.”

[……!!]

이런 젠장! 필요할 땐 안 오다니!

제갈사가 처음으로 약간 난감한 듯 입을 열었다.

“곤란하군. 죽어서 전생할 수도 없는 게, 여기서 죽으면 네 전생시작지점이 여기가 되어 버릴지도 몰라.”

[으윽…… 그, 그건 안 돼!!]

생각하던 중 최악의 경우다!

외우주의 혼돈에서 전생을 시작하면 잘못하다가는 영영 억겁의 시간 속에서 미쳐 버린 채 떠돌지도 몰라!

내가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제갈사가 말했다.

“백웅. 이렇게 된 바에야 저놈의 술법을 역이용하자.”

[역이용하자고?]

제갈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저 황금월은 아직 소환되는 중이다. 너와 내가 힘을 합쳐서 이혼대법으로 달의 혼백을 분리시킬 수 있다면 소환이 역행(逆行)하는 현상이 일어나지. 그 역행에 따라서 황금월이 원래 존재하던 암천향(暗天鄕)으로 가버리는 거다.”

[……!!]

“아무리 그래도 암천향이 이곳보다는 탈출하기 쉽겠지.”

나는 제갈사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소환의식을 단순히 취소시키는 게 아니라 소환에 실패할 때 달이 암천향으로 역행할 때…… 황금월의 혼(魂)과 백(魄)에 우리 자신을 동화시킨다는 말이냐?]

“그래.”

[그…… 그런 게 가능한가? 이혼대법으로 그런 게…….]

“이혼대법 최후의 경지, 전혼탈겁(轉魂奪劫)! 전혼탈겁의 요체가 바로 자기자신을 영혼상태에서 자유자재로 육체를 갈아타는 비술이니, 혼백에 동화되는 게 기본이다. 즉 전혼탈겁을 쓸 수 있다면 황금월의 혼백에 동기화하는 것도 가능해.”

[…….]

나는 제갈사의 말에 조심스레 말했다.

[그 말은…… 내 이혼대법의 숙련도도 전혼탈겁을 쓸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는 건가?]

“잘 알아들었군.”

[……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나는 솔직하게 자신이 없었다.

전혼탈겁!

배교 최고의 난이도를 지닌 비술인 이혼대법에서도 최종절기라 할 수 있는 전혼탈겁의 경지를 실제로 사용한 것은 인류역사상 제갈사와 수천 년 전의 전대 배교주 임소영밖에 없었다. 이혼대법을 창안한 시몬 마구스조차 전혼탈겁을 쓰지 않고 그냥 마력으로 몸을 옮겨 다녔다고 들었으니 사실상 현세에서는 제갈사만의 전용비술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과연 그런 무시무시한 기술을 쓸 수 있을까?

그러자 제갈사는 크큭 하고 웃었다.

“대체 뭘 두려워하는 거냐? 마신 테스카틀리포카의 혼조차도 봉인했던 놈이 전혼탈겁에 겁먹는 게 말이 되겠나.”

[전혼탈겁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으니까 그렇지. 하물며 지금 쓰려는 건 전혼탈겁의 요령을 다 취득하고 나서 그 요체를 응용해서 쓰는 술법이잖아…….]

제갈사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전에 내가 현세에 귀환한 너에게 말한 적 있지. 너는 전혼탈겁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아…… 그랬지.]

“그리고 네가 나에게 전혼탈겁의 경지에 빠르게 도달하는 방법을 물어보았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왜인 줄 아느냐?”

[…….]

그러고 보니 그런 일이 있었다. 나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기에 깜박하고 있었는데 제갈사가 새삼 그 기억을 되살려 준 것이다.

‘뭔가 이유가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제갈사의 말이 이어졌다.

“넌 그 시점에서 이미 전혼탈겁을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네가 말하다가 그 사실을 깨달을 거라 생각해서 일부러 대화를 유도했었는데, 끝까지 자기는 못 쓴다고 생각하는 걸 보니 어이가 없어서 그냥 말하다 그만뒀던 것이다.”

[……?!]

“설마 했는데 아직도 자기가 못 쓴다고 생각하고 있다니 어이가 없군.”

에엥?!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대답에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내가 전혼탈겁을 쓸 수 있다고?! 진짜?!]

“……백웅.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거냐?”

어이가 없다는 듯 대꾸한 제갈사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지금 네가 갈아타 있는 그 몸은 대체 뭐라고 생각하나?”

[어?]

“정말 네가 그저 신(神)으로 숭앙받기 때문에 [이름]을 얻어서 손쉽게 몸을 얻은 것인가? 아니지…… 이혼대법(移魂大法)이 없었다면 그저 네 영체에 이름이 새겨지고 끝이었을 것이다. 절대 그런 식으로는 몸을 얻을 수 없지."

그렇게 말한 제갈사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네 혼이 그 강철의 육체를 지배하는 경지…… 그건 이미 전혼탈겁이다.”

[……!!]

“너는 안드로이드인 화서현 사람 이총(李叢)의 기계 몸뚱이를 얻은 그 순간 이미 전혼탈겁을 익힌 거나 마찬가지였던 거다. 나는 배교의 종사로서 네가 영혼만으로 돌아다니면서도 이혼대법을 쓸 수 있다는 걸 느꼈기에 그걸 미리 알고 있었다.”

[이미…… 내가…… 전혼탈겁을 쓴 거라고?]

“그래. 넌 이미 전혼탈겁의 경지에 도달했어. 내가 쓰는 방식은 아니지만.”

[…….]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사실!

설마 30회차 내내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을 줄이야!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아서 말했다.

[하, 하지만 그렇게 말해도 나는 네가 말한 것처럼 황금월의 혼백과 동기화하는 그런 방법은 전혀 몰라! 그때도 그냥 이총의 영혼과 대화했을 뿐…….]

제갈사는 고개를 저었다.

“똑같아! 무슨 무공초식처럼 복잡한 기술이 요구되는 경지라 생각하나? 언제 어디서든 어떻게든 쓸 수 있기에 배교의 최종비기인 것이다. 그저 혼백 그 자체와 순수하게 감응할 수 있는 역량만 있다면 어떻게든 되는 게 전혼탈겁이다. 오히려 그 감각을 얻는 게 몇백 년이나 걸릴수도 있는데 너는 온갖 모험을 하면서 그 감각을 취득해 버렸지.”

[……!!]

“내가 너에게 요구하는 대답은 하나뿐이다. 할 것이냐, 하지 않을 것이냐!”

[하지 않는다면…….]

“그럼 이대로 황금월을 사대신기 아그니로 부숴 버리고 천년만년 외신 주시자가 우리 앞에 나타나 주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이것도 틀렸다 할 순 없으니 모든 건 네 선택이다.”

[…….]

나는 제갈사의 제안에 곰곰이 생각을 했다.

‘제갈사의 제안은 분명히 위험을 무릅쓴 모험이다…… 하지만…… 이 혼돈의 공간에서 여태껏 안 나타난 주시자가 나타나 줄 확률…… 그건 너무나 낮기도 해…….’

게다가 내 직감이지만 그 외신은 지금의 나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뭔가 붕 떠 있는 느낌이었다. ‘전생자’ 그 자체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해야 할까? 나는 그 직감이 너무나 꺼림칙했기에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고민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하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제갈사의 말대로 해보는 수밖에!

“크크. 너무 겁먹지 말라고. 저 황금의 달이 생명체가 아니라 할지라도 혼백은 분명히 존재하니까.”

즈으으

제갈사는 자신의 손을 앞으로 뻗어서 이혼대법을 써서 상대의 혼백과 감응하는 요결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제갈사를 따라서 이혼대법을 쓰면서 중얼거렸다.

[…… 제갈사. 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왜 무생물에게도 혼백이 존재하고 멀쩡히 이혼대법 술사가 그걸 조종할 수 있는 거지?]

그건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세간의 인식으로 혼과 백이 존재하는 건 생명체밖에 없는데, 사실 내가 배운 이혼대법에 따르면 무생물조차도 술자의 숙련도에 따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제갈사는 재밌는 질문을 들었다는 듯 큭 웃으며 말했다.

“넌 이미 신과 마왕의 혼도 조종했고 기계몸의 혼백도 조종했으면서 이제 와서 그런 의문을 가질 때인가?”

[하다 보니 된 거뿐이잖아…… 왜 그게 되는지는 잘 모른다구…….]

“너와 영혼을 함께 하면서 나 또한 수보리의 설명을 들은 바가 있지. 수보리가 석가모니의 십대제자들은 팔식(八識)의 공능을 써서 무생물에게도 고통을 느낄 수 있게 한다더군?”

[그랬었지.]

“그게 의미하는 건 무일물(無一物)의 세계관이지. 이 세계의 일체가 공(空)이기에, 생명도 비생명도 사실 텅 비어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텅 비어 있다 하더라도 그 존재의 근원에는 혼(魂)과 백(魄)이라 부를만한 게 무조건 존재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우리 이혼대법 술사가 누구에게라도 이혼대법을 쓸 수 있다.”

[……!!]

“이것이 배교종사로서 내가 이해한 진리다.”

나는 제갈사의 설명에서 알 수 없는 현기를 느꼈다. 제갈사는 이미 팔식에 관한 수보리의 이론을 전부 이해해 버린 것 같았다. 나는 그의 설명을 곱씹다가 이상함을 느끼고는 말했다.

[공(空)이란 허무일 텐데 허무에도 혼백이 존재하다니 그건 이상한 거 아냐?]

“크흐흐. 상식적으로는 그렇지. 허나 음양혼백이라하는 개념의 가장 근원적인 요소는 바로 정반합(正反合)이다.”

[정반합?]

“우리가 공이라고 인식하는 건 사실 비어 있지 않으며 인과율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런 성질이 있기에 시몬 마구스가 세피로트를 이용해 세계를 넘을 수 있었던 것이고.”

[…….]

“이해가 안 되는 표정이군. 뭐 상관없고 지금은 눈앞의 이혼대법에만 집중해.”

[알았어.]

나는 대화를 하면서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제갈사가 광기에 젖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가장 뛰어난 천재 중 하나라는 것을.

우우우우 - !!

잠시 후 황금의 달이 갑자기 공명하면서 서서히 회전을 하는 게 눈에 보였다. 그 회전을 본 나는 왠지 낯이 익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옆에서 함께 이혼대법을 사용하던 제갈사가 외쳤다.

“암천향에서 본격적으로 이곳으로 공간을 옮겨 온다! 바로 지금 놈의 혼백을 제어해라!”

[……!!]

나는 그 순간 나와 제갈사의 쌍장에서 동시에 새하얀 섬광이 방출되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전력으로 상대방의 혼을 통제하기 위해 백(魄)을 조종하는 작업에 들어갔다는 뜻이었다. 본질적으로 이혼대법은 백을 움직여서 혼을 끌어당기는 것이므로 시작은 언제나 백을 만질 수밖에 없었다.

쿠구구구!!

[으음!!]

나는 황금월의 혼백과 감응하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생명과는 다른 무생물만의 무기질적인 육중한 느낌과 함께, 지금은 일부만 소환된 이 황금월의 본체가 지니고 있는 가공할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시…… 실제 크기는 얼마나 큰 거지? 지구보다 더 큰 거 아닌가?’

지금 눈에 보이는 크기는 고작해야 삼 장 남짓에 불과하지만 이게 다 소환되면 이 혼돈의 공간에서도 행성급 이상으로 거대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지금 이혼대법의 제어를 놓아 버리면 눈 깜짝할 사이에 대륙보다 더 거대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룰 만하다.’

나는 아무리 그래도 황금월의 혼백이 품고 있는 잠력(潛力)이 과거 테스카틀리포카가 지니고 있던 신의 혼만큼 거대하지 않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달마의 마력 팔 같은 보조가 없어도 지금의 역량이면 충분히 이걸 다룰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물며 같은 배교의 술사인 제갈사가 도와주고 있으니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우우웅!!

섬광이 갈수록 강해진다. 그 와중에 제갈사가 강대한 힘을 연신 몸에서 뿜어내며 나보다 훨씬 더 이혼대법의 기운을 이용해서 황금월의 회전을 멈추고 있었다. 나 또한 혼신의 힘을 다해서 황금월의 회전을 멈추려고 노력했고, 그 노력이 가면 갈수록 성취를 보이고 있었다.

“으으음.”

[크으으으!!]

끼기기긱……!!

둘 다 이가 부서져라 악물고 노력한 덕이었을까? 잠시 후 기이한 소리와 함께 회전이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황금월의 회전이 멈추는 순간, 황금의 달은 소환도 함께 중단되었는지 서서히 조그마한 입자로 변해서 허공에 흩날리기 시작하는 듯했다.

파스스스

나는 제갈사의 설명 없이도 지금이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소환이 중단되어 황금월이 암천향으로 역행한다! 바로 지금 황금월의 혼백과 동기화해야 해……!!’

나는 제갈사와 한 번 눈빛을 교환하고는 그대로 전신의 힘을 다 쏟아서 이혼대법을 시전했다.

[하아아압!!]

위잉

내가 시전하는 게 전혼탈겁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내가 터득한 요령대로 상대방의 혼백과 감응하는데 전력을 다할 뿐…… 따지고 보면 이게 이혼대법인지조차 불명확할 정도로 힘으로 밀어붙이는 중이었다.

츠아아악

그러나 잠시 후 내 육체와 정신은 거대한 인력(引力)에 따라 눈앞의 황금월으로 쭉 하고 빨려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옆에 있던 제갈사를 보니 그 또한 마치 엿가락처럼 휘어져서 빠르게 흡수당하고 있었다.

물리적 법칙대로라면 우리 둘 다 진작 죽었어야 하지만 고통이나 부상 따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종래에는 마치 실처럼 가늘어져서 황금월을 향해 흡수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쿠웅!!

잠시 후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어딘가 알 수 없는 공간에 떨어져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무예의 달인임에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부딪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된…… 건가?]

나는 내 기계 몸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방금 전 엿가락처럼 늘어났던 건 어디 가고 멀쩡히 몸이 되돌아와 있었다.

“된 거지.”

나는 육성이 들려온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제갈사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제갈사는 씩 웃으며 말했다.

“이곳은 아마 암천향일 거다. 우리는 황금월과 함께 암천향으로 들어온 것이고.”

[…… 성공했군.]

“후우. 도박이었는데 겨우 성공했군.”

[젠장, 역시 도박인 거 다 알고 나한테 권했던 거냐?]

내가 기가 막혀서 반문하자 제갈사가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너는 그렇게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으면 천년만년 망설이지 않나? 여유 부릴 때가 아니었거든.”

[…….]

하아…… 제갈사는 원래 이런 녀석이었지.

나는 내심 쓴웃음을 지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젠 암천향에서 현실로 귀환할 방법만 찾으면 되겠군.]

“아니. 내 생각은 다르다.”

[어?]

슈슈슉!

제갈사는 갑자기 기이한 능력을 발휘해서 자기 앞에 웬 검을 하나 소환했다. 그러고는 나한테 휙하고 던져주더니 말했다.

“네가 지금 해야 할 일이 뭔지 알겠지?”

[아니…….]

나는 제갈사의 의도를 알아채고는 당황해서 말했다.

[자…… 자살하라고?]

“그래.”

[아니 기껏 되돌아와서는 왜…….]

“되돌아왔으니까 자살해야지.”

제갈사가 씩 웃었다.

“츠쿠요미가 뭔가 현실에 개 같은 짓을 해놨을 확률이 너무 높아. 반전의 여지를 주지 말고 여기서 이번 생은 끝내고 다음 생으로 가라.”

[……!!]

“외우주의 혼돈과 달리, 암천향에서 자살해도 시작지점은 외양간일 거 아니냐? 죽으면 네가 이긴 거나 마찬가지다.”

제갈사의 말이 옳았다. 나는 전생자이니, 안전하게 죽으면 내가 이기는 것이다!

나는 멍하니 서 있다가 떨리는 손으로 검을 잡았다.

그러고는 마음을 다잡고는 말했다.

[다음 생에 보자, 제갈사.]

“수고했다, 백웅.”

스걱!!

나는 그대로 내 목을 검으로 찔렀다. 기계라서 고통은 없었지만, 단숨에 의념을 실어서 생명을 끊겠다고 다짐하니 빠르게 내 삶의 기운이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후…… 이번 생에는 정말 너무 많은 일이 있었군…….’

나는 눈을 감았다.

나는 그것이 내 30번째 죽음인 줄 알았다.

***

“설마 암천향으로 함께 귀환하는 수를 쓸 줄은 몰랐네…….”

낯익은 목소리.

나는 희미하게 정신이 들면서 눈앞을 쳐다보았다.

‘여긴…… 외양간이 아닌데…….’

설마…… 31번째 삶이 시작된 게 아니라고?

내가 정신을 차리려고 고개를 흔드는 사이에 또다시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너희는 대단해…… 외우주의 혼돈에 가두어서 전생을 못 하게 하려 했던 내 생각을 또다시 기책(奇策)으로 돌파하다니…… 이 정도 되면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

희미하게 꺼져가는 듯한 목소리.

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어?’

기계의 몸이 아니다.

내가 빌렸던 안드로이드 이총의 몸이 아니라 나의 원래 몸으로 되돌아와 있는 걸 발견한 나는 혼란에 휩싸였다.

‘제…… 제갈사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제갈사의 모습 또한 보이지 않았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내가 당황하고 있을 때 전방에서 꺼져가는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하지만…… 너희는…… 이 황금월 또한…… 살아 있는 고차원적인 생명체이자…… [기어오는 혼돈]이 직접 권능을 불어넣은 권속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군…… 아하하…….”

꾸르륵

꾸르르륵!!

눈앞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촉수와 혈관 덩어리가 가득한 의문의 음침한 장소였다. 그리고 혈색(血色)이 진하게 피어나고 있는 이 마기(魔氣) 어린 장소에는 나 이외에 또 다른 한 사람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그자는 전신의 사지가 촉수에 결합되어 있었으며 알 수 없는 혈관이 몸뚱이 여기저기에 부풀어 올라 있었다. 전형적인 이계(異界)의 마물에게 침식당한 희생자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이미 방금 전까지 충분히 보아왔던 것이었기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츠쿠요미!!”

촉수에 붙잡혀서 죽기 직전의 상태로 숨만 붙이고 있는 저 존재는 바로 츠쿠요미였다.

츠쿠요미의 한쪽 눈에서는 쉬리릭 하면서 촉수 한 줄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이미 침식이 심각하게 진행되었다는 증거였다.

츠쿠요미가 쿨럭거리다가 말했다.

“황금월에 나 자신을 제물로 바치는 대신…… 너희를 영원토록 외우주의 혼돈에 가두고자 외신 주시자에게 소망하려 했는데…… 그것조차도 실패했나…….”

“…….”

츠쿠요미가 미친 듯이 웃었다.

“결국……, 나만 황금월에 잡아 먹혀 버리게 되었다…….아하…… 아하하…….”

언뜻 불쌍해 보였지만 츠쿠요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는 끔찍한 흉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놈의 악의가 너무나 선명해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기에 분노보다는 도리어 당황스러움마저 느껴졌다. 그리고 죽어가는 놈을 보며 말했다.

“이…… 개…… 자식아!! 아까도 물어봤지만…… 대체 뭐 때문에 나를 그렇게 증오하는 거냐!! 이건 도가 지나치잖아!!”

“…….”

“단순히…… 전생능력을 뺏기위해서 이런다고? 말도 안 돼!! 네 녀석은 나를 그 이상으로 미워하고 있잖아! 얼굴 한 번 본적도 없는 놈이 이런다는 게 납득이 안가!! 황제나 창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단 말이다!”

느껴진다.

츠쿠요미는 내가 그냥 싫은 것이었다.

그것도 순수한 악의로서.

“후우…… 후…… 후후…….”

쿨럭! 쿨럭!!

츠쿠요미가 기침을 크게 했다. 그 모습은 아무리 봐도 이미 끝장난 모습인지라 나는 더 이상 츠쿠요미에게서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놈의 알 수 없는 원념이 대체 무엇 때문에 생긴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츠쿠요미가 말했다.

“……백웅이여…… 나라는 존재가 이해가 되지 않겠지…… 갑자기 탁록시대에서…… 전지능력과 전능능력…… 천지천상에서 가장 강력한 두 개의 능력을 타고난 두 명의 자매…… 그리고 하필 그런 존재가 인간족에 출현하여 굴레를 이동한 전생자인 너를 만날 정도의 우연이…….”

“…….”

“나도…… 유소로 있을 때는 나 자신을 알 수 없었다…… 내가 유소로서 예지할 수 있었던 것은 [큰 굴레]의 미래에서 누군가가 넘어와서 내 정해진 운명을 바꿀 것이며…… 나는 그걸 잘 이용하면 미래에 대신격이 될 수 있다는 것뿐…… 그래…… 그때까지는 나는 그냥 신이 되어서 정해진 수명을 뛰어넘어 초월자가 되고 싶을 뿐이었지…….”

“츠쿠요미가 된 다음에는 아니었다는 거냐?”

“……크큭큭…… 아하하하…… 아하하하하……!!”

갑자기 츠쿠요미는 광소를 터뜨렸다.

그러고는 핏발이 선 눈으로 나를 노려보더니 말했다.

“……난…… 봉인 아닌 봉인에 걸려 있었던 거다…… 그래…… 나는 기억을 잃고 있었어…… 떠올린다면 너무나 비참해질까 봐…… 나 스스로 모든 걸 잊고 있었어……!! 그리고 신격이 되어 신의 정신을 얻은 후에야…… 비로소 내가 ‘무엇’이었는지 알게 된 거고……!!”

“…….”

츠쿠요미가 발악하듯이 외쳤다.

“나는…… 내가 무엇이었고……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게 된 순간…… 오로지 너만을 내가 타도해야 할 숙적으로 여겼다…… 나는…… 그러지 않으면 안 되니까!! 멍청한 전능의 조각과 달리…… 난 반드시 그래야만 했어!!”

“이런 젠장!! 네가 대체 뭔데 그래?! 날 왜 그렇게 죽이려 하는 건데!!”

“아하하…… 하하…… 하하하하하……!!”

미친 듯이 웃고 있던 츠쿠요미가 갑자기 미소를 뚝 하고 그쳤다.

그러고는 허공을 바라보며 냉막하게 말했다.

“내 진정한 목표는 네가 갖고 있는 서(書)를 뺏어서 꿈의 끝자락에 있는 [문]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

“외인이 전생자의 책 소유권을 강탈하는 방법은 그것뿐이니까.”

뭐, 뭐라고?

나는 갑자기 츠쿠요미가 천암비서의 비밀을 이야기하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건 내가 천암비서 내부에서 겪은 일이라서 나 이외에 세상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인데, 도대체 어떻게 그걸 안다는 말인가? 나는 당황해서 말했다.

“네 녀석…… 기억을 읽는 능력으로 내 기억을 읽은 거냐!”

“기억을 읽었다고? 정말 그럴까…….”

“…….”

순간 나는 이상함을 느꼈다.

‘잠깐…… 천암비서의 소유권을 강탈하는 방법 같은 건…….’

난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그럼 기억을 읽은 게 아니잖아?

저 녀석은 어디서 그걸 알게 된 거야?

“설마 전지능력으로 천암비서의 비밀까지 알 수 있는 거냐?”

“……후후후…… 그게 된다면 네 녀석이 나와 여기까지 대결이 성립할 수나 있었을까? 진작 [큰 굴레]를 돌리는 천암비서의 권능을 무효화시키고 영원히 굴레 너머에 가둬 버렸겠지.”

“어…….”

“네 [단말]이 이상할 정도로 유능했던 것도 네 운이었지.”

뭐지? 저 녀석…… 거짓말하는 건 아닌 거 같은데…….

‘대체 뭐야?’

기억을 읽는 것도 전지능력도 아니면 대체 어떻게 저런 걸 알고 있단 말인가?

내가 의아해하든 말든 츠쿠요미는 독백하듯 말했다.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아니…… 내가 [문]을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마도황제를 이길 리 없다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다시 수백 수천 번이고 도전하고 싶었다.”

“…….”

“끝없는 도전에도 불구하고 [문]을 넘어서지 못한 자의 말로는 비참하다. 문지기조차 되지 못한 채 그저 잡아먹혀 버리지.”

츠쿠요미가 잔잔하게 말을 이었다.

“영겁토록…… 몇억…… 몇십억…… 아니…… 몇조…… 모르겠어…… 차마 측정할 수 없는 그 억겁의 시간 동안…… 혼돈 속에서 영육(靈肉)이 버무려진 채 떠돌아다닐 뿐이지…… 혼돈의 근원에서 의식 따위는 진작 사라져 있었고…… 내가 누구인지도…… 모든 걸 잊어버렸었다…… 떠올리면 바로 인간의 정신 따위는 붕괴하니까…….”

그 순간.

나는 츠쿠요미가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말았다.

그러고는 도저히 내 예측을 믿을 수가 없어서 머릿속이 정지해 버리고 말았다.

“넌…… 설마……?”

츠쿠요미가 히죽 웃었다.

“아무리 전지능력을 갖고 있다 해서 [굴레]를 그리 쉽게 넘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나 또한 네가 했던 것을 해왔고…… 어떤 꼼수와 어떤 방법이 있는지 알고 있었어……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전지능력 외에는 아무런 기반이 없었다는 것뿐…….”

“…….”

“크흐흐…… 아…… 하하하…… 어때…… 어떤지 물어보고 있잖아. 패배자를 쳐다보는 기분이 어떤가……?”

자조적으로 웃고 있는 츠쿠요미를 본 나는 나도 모르게 말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저놈이…… 전생자(轉生者)일 리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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