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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693화 (1,592/1,615)

전생검신 90권 03화

내 말에 제일 먼저 반응한 것은 촉룡인 듯했다.

[어디서 그런 미친 소리를…….]

나는 촉룡이 먼저 반응할 거라는 걸 예상했으므로 바로 촉룡을 쳐다보며 음흉한 말투로 말했다.

[잠시 조용히 해주겠나? 이 중요한 배당금 이야기를 하는데 네가 자꾸 방해를 하면 나도 어쩔 수가 없어.]

[…….]

[다치고 싶지 않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일단 들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으윽…….]

그러자 촉룡은 주춤하더니 이윽고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나는 그 모습에 내심 히죽 웃었다.

‘그래. 내가 없는 틈에 호가호위해서 이득을 챙긴 너라면 내가 지금 거짓말하고 있다는 걸 제일 먼저 눈치챘겠지만…….’

동시에 촉룡에게는 다른 투자자들의 돈을 떼먹었다는 책임도 있으므로, 만일 내가 같이 죽자고 나와 버리면 촉룡 또한 이 자리에서 큰 손해나 소멸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그 사실을 주지시키듯 경고하자 촉룡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기세가 살아서 날뛰던 촉룡을 손쉽게 제압하고는 말을 이었다.

[사실 이 얘기를 하기에 앞서서 먼저 얘기할 게 있습니다. 투자자 여러분들은 제가 갑자기 수만 년 이상 잠적했던 이유가 궁금하실 겁니다.]

웅성웅성

또다시 마력의 파장과 함께 웅성거림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웅성거림이 일말의 호기심을 크게 포함하고 있다는 걸 느낀 나는 얘기해도 되는 분위기라는 걸 간파했다. 아니나 다를까 저만치에서 듣고 있던 자들 중 머리가 세 개 달린 개처럼 생긴 신격, 수신명왕이 말했다.

[이유가 뭐지? 지금 말해줄 수 있나?]

나는 수신명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지금 삼황오제가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걸 알고 계신 분도 많으실 겁니다. 저는 예전에 삼황오제 또한 투자에 끌어들이려고 설명을 하던 중, 그들의 내부체제에 변화가 생겼다는 걸 알아채고 말았죠. 심지어 그들은 힘을 모아서 다른 투자자들을 이 지구에서 추방하려고 작당하고 있었습니다.]

[……!!]

나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저는 그 사실을 깨닫고 삼황오제와 손을 끊으려고 했습니다만…… 삼황오제가 동시에 저를 겁박하며 강도 높은 협박을 해왔습니다. 자신들의 계획을 외부에 알리지 못하게 하고 제가 가진 배당과 인과율을 모조리 내놓으라고 말이지요!!]

[뭐, 뭣이…….]

그 말에 수신명왕은 물론이고 다른 [옛 지배자]들도 깜짝 놀라는 것 같았다.

내가 하는 말이 생각지도 못한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혈성을 뒤쫓는 자] 라운캉이 당혹스럽다는 듯 말했다.

[믿기지 않는군! 삼황오제가 그때부터 그런 음모를 꾸몄다고? 그 자들은 탁록의 대전(大戰) 이후 소모된 힘을 회복하려고 은거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내가 지구에 와서 많은 정보를 수집했지만 지금 회장이 했던 이야기는 너무나 생뚱맞다!!]

으음, 아무래도 저 라운캉이라는 녀석은 독단적으로 움직이는 데다 꽤나 머리가 돌아가는 녀석 같은데…… 이대로 놔두면 힘들겠는걸?

아무래도 라운캉의 의심부터 풀어야 나도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래서 재빨리 머리를 굴리면서 말했다.

[당연히 투자자분들은 알 수 없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때부터 줄곧 삼황오제의 손에 봉인되어 이 차원계에 갇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만 한 존재가 철저하게 모든 진실을 숨긴다면 당신들 같은 외부자들이 알아내는 건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계속 봉인되어 있었다고?]

[그렇습니다. 저 앞에 구천현녀가 보이십니까?]

내가 먼발치에서 우두커니 이쪽의 대화를 관망하고 있던 구천현녀를 손가락으로 지목했다. 그러자 장내에 있던 수백 명의 [옛 지배자]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고, 구천현녀는 자기도 모르게 위축된 듯 움찔하는 듯했다. 나는 다소 격앙된 척 연기를 하며 말을 이었다.

[저자는 삼황오제의 가장 강력한 수족이자 측근입니다. 구천현녀가 하필 이런 오지에서 저를 막아서고 있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전부 제가 아무것도 못 하게 봉인하려 드는 것입니다!]

[으으음!]

[게다가 사방에 죽어서 널브러져 있는 저들 또한 삼황오제의 측근이란 말입니다. 이런 정황을 보고 의심하신단 말입니까?]

웅성웅성

[과연…….]

[본디 천계에 있어야 할 구천현녀가 여기 있는 게 이상하긴 하군…….]

내 말이 [옛 지배자]들에게 약간의 설득력을 가진 듯, 분위기가 또다시 바뀌었다는 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옛 지배자]들도 라운캉처럼 [계시]에 관심이 있는 자들이 많았고 나름대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기에 구천현녀가 어떤 존재인지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구천현녀가 황당하다는 듯 항변을 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당신이 마음대로 이 차원계에 쳐들어왔지 않습니까. 게다가 당신이 줄곧 와 있었다니…… 여기 온 지는 하루도 되지 않았잖습니까.]

구천현녀가 진실을 이야기했지만 나는 도리어 그것을 노리고 있었기에 내심 미소를 지으며 더욱 격앙된 반응으로 외쳤다.

[다들 지금 제 상태가 보이십니까? 다들 아시다시피 저는 수만 년 전 강대한 신력을 휘두르며 세상에 명성이 높았습니다. 허나 지금은 쥐꼬리만 한 신력밖에 없는 상태이지요.]

[그렇긴 하군…… 왜 그렇게 처참한 꼴이 된 것이오?]

[삼황오제에게 주주 여러분의 모든 배당금과 인과율을 강탈당하고 여기에 오랫동안 봉인 당했기 때문입니다. 간신히 음신(陰神)을 인간계로 보내서 그 음신을 이용해 쥐꼬리만 한 힘을 키웠습니다만 진짜 힘은 저자들이 빼앗아갔지요!]

[허어!]

[생각해보십시오. 이 쥐꼬리만 한 힘을 가지고 삼황오제의 측근들이 드글거리는 이 대지에 쳐들어온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저와 구천현녀의 말 중에 뭐가 더 진실성이 있습니까?]

웅성웅성!

웅성웅성!

[옛 지배자]들이 서로 의논하며 내 말에 대해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라운캉이 의견을 모은 듯 힘을 주어 외치는 게 들려왔다.

[회장의 말이 더욱 신빙성이 있어 보이오! 상식적으로 그 미천하기 짝이 없는 힘으로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러 여기 온다는 건 말도 되지 않는군!]

[옳소.]

[구천현녀,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구나!]

[……!!]

그러자 구천현녀는 부들부들 떨면서 기가 막혀하는 기색이었지만 뭐라 대꾸를 하지 못했다. 나는 그 모습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이름]은 걸지 못하는 것 같군.’

그건 아마 이 대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종의 의식 자체가 함정이었고 삼황오제의 대외비였기 때문에 구천현녀가 더 입을 열어봐야 무의미하기 때문일 것이리라. 스스로 구린 일을 하는 자들이 이만한 부외자들이 모인 장소에서 당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내심 히죽히죽 웃었지만, 겉으로 티는 내지 않고 말을 이었다.

[다만 여기 보이는 이 테스카틀리포카는 저의 오래된 친구…… 제가 지상에 보낸 음신을 이용해서 오랫동안 그의 봉인을 풀려고 노력한 끝에 마침내 봉인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제 봉인도 풀어주기 위해서 있는 힘껏 달려와서 싸워준 것이지요!]

[호오.]

[허나 테스카틀리포카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그래서 저는 강호(江湖)의 도리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다가 어쩔 수 없이 주주 여러분을 소환한 것입니다!]

그러자 듣고 있던 자들 중에서 누군가가 의아한 듯 말했다.

[테스카틀리포카 저놈 엄청 쎄보이는데? 구천현녀보다 더 쎄보이는데 뭐가 힘이 부족하다는 거냐?]

지극히 당연한 진실을 말했지만 나는 그 또한 교묘하게 진실을 섞어서 왜곡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곳에 펼쳐져 있는 의식의 진법을 잘 보십시오…… 누군가를 소환하게 되어 있지 않습니까?]

[흐음…… 그렇군…….]

[바로 저자들이 삼황오제의 본체를 모조리 이 자리에 소환하려 드는 것입니다!]

[……?!]

[아무리 제 친구인 테스카틀리포카가 강해도 그들을 모조리 상대할 순 없습니다!]

웅성웅성

또다시 큰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그리고 [옛 지배자]들이 저마다 근처의 마력과 술수를 점검해보다가 이내 경악한 듯 말했다.

[진…… 진짜인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아니…… 삼황오제놈들! 지구 전체를 내 권속들을 시켜서 감시하고 있었는데 언제 이런 걸 만들었단 말이냐?]

그들 모두는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당황한 것 같았다. 나는 그 당황한 틈새를 놓치지 않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생각해보십시오…… 여러분 모두에게 배당해야 할 인과율과 보상이…… 삼황오제의 손에 갈취당해 있습니다……!! 저자들이 그걸 갖고 [종말]의 시기에 도달하면 얼마나 강해지겠습니까?! 그 특권을 빼앗기기 싫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와 테스카틀리포카를 제거하려 드는 게 바로 삼황오제라는 말입니다!]

[……!!]

[우리 하나하나는 삼황오제보다 약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의 힘을 합쳐야만 권리를 지킬 수가 있습니다.]

번쩍

나는 손을 하늘로 치켜들며 외쳤다.

[저 회장인 백웅이 약속드립니다. 삼황오제를 모조리 물리치고 제 진짜 힘과 육체를 모두 되찾는 그 날…… 모든 주주께 배당을 환원해 드릴 것을!!]

[오오!]

[정말이냐!]

[정말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 자리에 왜 주주 여러분을 불렀겠습니까. 저 또한 여러분의 자산을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조용히 짜져 있던 촉룡을 손가락으로 지목했다.

[저기 저 촉룡 보십시오! 촉룡도 제 명령대로 여러분들의 소중한 자산을 받았잖습니까!]

웅성웅성

[음…… 그렇지…….]

좋아, 지금이다!

나는 쐐기를 박듯이 말했다.

[촉룡도 약속할 겁니다! 받은 거 다 토해낼 겁니다!]

[호오!]

난데없는 내 말에 촉룡은 물론 그 옆에 있던 렐크로바우스도 깜짝 놀라는 듯했다.

[아니, 무슨…… 개소리하지 마라!]

[회장이 헛소리하는 거 귀담아듣지 마시오!]

나는 해 처먹어서 빼돌린 놈들이 무척 찔려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싱글싱글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이봐, 무슨 소리야? 나는 다 돌려줄 생각인데 설마 너희는 안 돌려주겠다고…… 이 자리에 모인 주주들한테 지금 그렇게 말하는 거냐……?]

너희는 딱 걸렸다.

이제는 먹은 걸 토해내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

촉룡과 렐크로바우스가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닌 게 아니라 그 말이 나온 순간 모두가 그 둘에게 의심과 살기를 띤 시선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 촉룡과 렐크로바우스의 반응은 서로 엇갈렸다.

렐크로바우스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이 멍청한 놈들!! 나는 동참하지 않을 거다! 계속 회장한테 속든가 말든가 맘대로 해라!!]

우웅!!

렐크로바우스는 곧장 차원문을 열고 이 자리에서 도망치려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순간 상황을 예리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던 누군가가 밧줄 같은 것을 던졌다.

휘리리릭

쿠콰쾅

[커억?!]

렐크로바우스의 신체(神體)는 삽시간에 포승 같은 걸로 묶여서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포승을 던진 존재가 나직이 말했다.

[이놈들…… 수상하다 싶어서 지켜보고 있었다.]

[무…… 무지개뱀이여! 무슨 짓이냐. 어떻게 나를 묶었지?!]

렐크로바우스를 포박한 무지개뱀은 새하얀 머리카락을 지닌 동녀의 화신의 형태였다. 그녀는 싸늘한 시선으로 렐크로바우스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이만한 세월을 살아왔는데 너 같은 애송이 하나 제압할 방법이 없겠느냐? 나 또한 반고에게 태초에 권능을 받은 존재 중 하나…… 지금 너를 묶은 것은 반고의 권능이다!]

[……!!]

뭐, 뭐지? 저건 반고의 새끼줄과는 다른 건가?

그보다 무지개뱀이 반고한테 권능을 받았었다고……?

나는 생각지도 못한 일에 약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지개뱀이 내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신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렐크로바우스가 포박당하자 근처에 있던 다른 [옛 지배자]들이 달려와서는 그를 패기 시작했다.

[이 새끼!]

[뒤지고 싶나!]

쿠콰콰쾅

콰과광

[크아아악.]

렐크로바우스는 무수한 마력에 얻어맞으며 점차 힘이 잦아들며 약해지기 시작했고 소멸 직전까지 가게 되었다. 렐크로바우스가 떡이 되어 크게 힘을 잃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촉룡은 부들부들 떨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 나…… 나는 렐크로바우스 같은 생각을 하지 않소.]

무지개뱀이 또 하나의 밧줄을 자신의 손에 거머쥐며 살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어찌 믿나? 네 녀석이 금강석 회원으로서 수많은 회원에게 직접 보물과 인과율을 받았을 텐데…….]

[나, 나도 회장의 뜻대로…… 회장이 원래 힘을 찾는 날 모든 걸 회원분들께 되돌려드리겠소!!]

[잘 생각했다!!]

오오오오 -

촉룡이 마지못해 약속하자 [옛 지배자]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흐흐흐흐.’

나는 이로써 촉룡이 내게 목줄을 잡힌 거나 마찬가지라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동시에 내가 없는 틈에 수작질을 한 촉룡에게 복수했음을 알고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주먹을 꽉 쥐고는 연거푸 외쳤다.

[자,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돈이 삼황오제의 손에 있습니다! 싸워서 되찾읍시다!!]

…….

우오오오

오오오오오!!

다음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내 연설에 반응하듯 기백 이상의 [옛 지배자]들이 엄청난 마력을 뿜어내며 공진(共振)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하나가 우주에 위명을 떨치던 마신(魔神)들이 서로 공명하여 힘을 증폭시키기 시작하자 그 결과는 심히 대단했다.

콰지지직!!

지금까지도 존재감 하나 때문에 부서져나가던 차원들이 완전히 망가져서 모조리 허차원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모든 법칙이 사라진 채 일렁이며 총천연색으로 변화한 모든 시공간 속에서 셀 수도 없이 많은 마(魔)의 권속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취이이익

크아아악!!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숫자인 것일까? 꿈에 나올까 끔찍할 정도의 악몽 같은 존재들이 무수한 종류와 무리를 이루어서 차원을 비집고 소환되는 것은 가히 장관이라 할 수 있었다. 테스카틀리포카는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즐거운 듯 웃었다.

[흐흐흐흐. 짜식들…… 종말에 대비해 아껴두고 있던 자기 부하들을 죄다 소환하는구나…….]

[…….]

[삼황오제 본체를 상대로 한다면 그 정도는 해줘야지.]

나는 잠시 마른침을 삼키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소환되는 외계의 권속 중에는 왠지 마왕급도 드글거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끔찍하군.’

본디 흉신이 수저에서 부활하고 종말이 시작되는 그날 소환되어야 할 외계의 존재들이 미리 소환되고 있다는 뜻 - 그것은 이미 이 공간 자체가 악몽으로 변했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삼황오제여…… 감히…… 너희가 우리 모두를 바보 취급했단 말이냐!]

번쩍 - !!

눈알이 여럿 달린 촉수 같은 괴물 형상을 한 [옛 지배자] 하나가 노갈을 터뜨리며 자신의 안광에서 거대한 흑색 광선을 뿜어내어 구천현녀를 공격했다. 구천현녀는 가볍게 날개옷을 휘둘러 그자의 공격을 튕겨내었지만, 그 순간 무려 열 마리 이상의 [옛 지배자]들이 육탄공격과 마법을 써서 구천현녀를 연속해서 공격하기 시작하는 게 보였다.

[……!!]

콰과과광

개개인의 격은 구천현녀보다 훨씬 낮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하나하나가 은하계를 주름잡는 존재들이었다. 모두가 초마왕(超魔王)이라 할 수 있었으며 어딘가에서는 최종(最終)의 거악(巨惡)으로 군림하는 그들이 열 명 이상 뭉쳐서 공격해오자 구천현녀조차 낭패를 보는 듯 이내 쉴 새 없이 권능을 써서 방어하는 게 눈에 보였다.

우우웅!

구천현녀가 합공을 견디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외쳤다.

[일이 이렇게까지 꼬일 줄이야……!! 하지만 이미 스사노오를 제물로 바친 이상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나 구천현녀가 바라고 염원하노니…….]

그렇게 외친 구천현녀는 천공을 향해 손을 치켜들었다.

[츠쿠요미여!! [밤]을 거둬들이시오!]

쿠구구구

그러자 갑자기 상황이 일변하는 게 눈에 보였다. 이미 차원이 모두 붕괴되어 허차원처럼 변해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그 모든 붕괴된 차원이 원래대로 수복되어 지구의 대기로 다시 변환된 것이다! 동시에 하늘에 펼쳐져 있던 달(月)이 갑작스럽게 해(日)로 변화했는데 마치 개기일식이 일어난 것처럼 보였다.

그와 동시에 복구된 차원에서 여러 개의 좌(座)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두둥 -

그것은 바로 제관을 입은 여덟 명의 제왕(帝王)들의 환영이었다. 그리고 그 환영이 수백장 크기의 거인처럼 장내를 원형으로 둘러싸고 있다가 처음으로 제왕들 중에 한명이 환영에서 실체가 되어 현실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계획이 꼬이긴 했군.]

그리고 최초로 구현화된 그 제왕은 이윽고 본체로 화(化)하더니 거대한 암창(暗槍)을 손에 들었다. 그 암창을 든 존재는 잠시 후 정면을 향해 창을 내쏘았다.

퍼버버벅!!

[카아악.]

[크악.]

삽시간에 대여섯 명의 [옛 지배자]들이 관통당해서 큰 피해를 입었다! 자신이 마치 어중이떠중이들과 격이 다르다는 걸 증명하는 듯한 그 존재를 본 군웅(群雄)들이 주춤거리자, 그에 이어서 두 번째 제왕이 현현했다.

두둥!

[그래서 불만인가, 전욱?]

그 제왕은 한 손에 거대한 거검, 다른 한 손에는 쇠도리깨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은빛으로 불타는 순염(純炎)을 전신에서 내뿜고 있었는데 그자가 한 번 거검을 전방으로 내리쳤다.

콰과광

[크악!!]

거검에 당한 [옛 지배자] 하나가 그대로 일도양단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 제왕의 검술 실력이 그렇게 대단치는 않아 보였지만 거검에서 흘러나오는 신력의 화염이 어마어마했기에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리라.

[의식이 완결되지 않아 불완전한 상태로 현현했으니 어찌 불만이 아니겠소? 신농이여.]

[크하하하. 나는 자네와 손을 잡고 싸우는 것도 재밌군.]

[흥…….]

나는 그 두 제왕들이 현현한 것을 보자 상황이 어찌 된 건지 알 수 있었다.

‘…… 츠쿠요미가 뭔가 꼼수를 써서 삼황오제를 미리 강림시켰구나! 대신 전력이 아니다…….’

그렇다 해도 수적으로는 여전히 이쪽이 압도적 우위!

긴장할 만한 요소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저 두 제왕을 보자 역시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삼황오제가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잡았다는 현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젠장.”

살다 살다 저 둘이 힘을 합치는 걸 보게 될 줄이야…….

삼황(三皇) 신농(神農)과 오제(五帝) 전욱(顓頊)이 동시에 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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