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검신 90권 02화
쿠구구구…!!
내 외침이 끝났을 때 사방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 진동은 마치 거대한 심장박동이 연쇄적으로 수십 번이나 울리는 것 같았고 북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동시에 내 옆에 있던 동방삭이 흠칫하고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큭…!! 엄청난… 마력이…!!”
우우우우!!
동방삭은 자신의 모든 진기를 끌어내어서 버티는 것 같았다. 아까까지와는 달리 동방삭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는데 나는 의아해서 동방삭에게 말했다.
[너 왜 그러냐?]
“아… 안 느껴지는 거냐?”
동방삭은 심지어 자신의 가호까지 꺼내어 주술로 자기 자신을 방어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는 말했다.
“이미… 암황마궁의 외부에는 이 태양계(太陽界)를 멸망시킬만한 마력이 소환되어 있다!!”
[……!!]
“으으으윽. 지금도 계속… 소환되고…”
그렇게 중얼거린 동방삭은 힘에 부치는 듯 털썩 하고 주저앉을 기색이었다. 사신지혼의 힘에 온갖 고대신의 문양까지 소환했는데도 겨우 버티는 게 전부인 것이다.
나는 그 모습에 당혹감을 느꼈다.
‘어? 마력이라고? 난 하나도 안 느껴지는데…’
왜 동방삭만 저러는 거지?
나는 이해가 안 되어서 어리둥절하다가 뭔가를 깨닫고는 허공을 향해 외쳤다.
[… 테스카틀리포카!! 설마 나만 마력에서 보호해주고 있는 거냐?]
내 외침에 테스카틀리포카의 신언이 화답하듯 들려왔다.
[그렇다.]
[야 인마!! 동료들도 보호해달라고 했잖아!]
나는 기겁하고 말았다. 이제 보니 암황마궁 내에서 보호되고 있는 건 나뿐이었고 나머지 녀석들은 고스란히 외부의 마력에 노출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동방삭을 포함한 모든 서방기인들이 죽을 상황이었기에 황당했다. 그러자 테스카틀리포카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벌레들을 친히 내 차원에 넣어준 것만 해도 영광이거늘… 마력으로부터 보호까지 해주라니. 너는 길가의 개미를 소중히 여기는 놈이냐?]
[아 좀 벌레타령 그만해! 동방삭은 쓸만한 녀석이야.]
[알았다…]
우우웅
그러자 동방삭의 몸 주변에 기이한 영막(靈幕)이 생겨났고 그녀의 안색은 눈에 띄게 호전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기식이 엄엄한 상태라서 정신을 차릴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동방삭 정도면 웬만한 [옛 지배자] 앞에서도 멀쩡한 놈인데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크하하하.]
[왜 웃어?]
내가 퉁명스럽게 말하자 광소를 터뜨리던 테스카틀리포카가 우습다는 듯 말했다.
[네가 저질러 놓고 모르는 척이냐? 지금 이미 50마리 이상 소환되었는데 직접 볼 테냐.]
[뭐…]
후우웅
내가 대꾸하기도 전에 갑자기 사방을 둘러싸고 있던 시꺼먼 흑암의 기운이 막이 걷히듯 사라지고 주변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막 외부를 쳐다보자, 나는 놀라운 것을 볼 수 있었다.
쿠구구구!!
우오오!!
차원이 쉴 새 없이 깨지고 있다! 시공간을 말 그대로 부숴 버리며 [왜곡]이 일어나고 있었으며 왜곡 너머에서 튀어나오는 존재들은 하나같이 형언할 수 없는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각자가 최소한 마왕을 넘어서는 마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까? 그들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시공간이 계속 일그러졌고 허공이라고 생각되는 공간들은 모조리 깨지며 부서지고 있었다.
끼기기긱
급기야는 그 빈 공간이 너무나 큰 왜곡 때문에 안정성을 잃고는 쉴 새 없이 뭔가가 창조되고 분열하는 형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게 허차원(虛次元)으로 변해간다는 걸 알아채고는 경악했다.
‘마력의 농도가 너무 깊으면 이런 일이 생기는 건가…!!’
이윽고 나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수많은 존재들의 면면을 보고는 주먹을 꽉 쥘 수밖에 없었다.
저 수많은 자들이 동시에 뿜어내는 마력이 덮쳐왔으니 동방삭도 멀쩡할 수가 없었으리라.
테스카틀리포카의 말대로 50개체를 진즉에 넘어 있었고 지금도 숨 한 번 쉴 때마다 몇 마리씩 계속 소환되고 있다. 그리고 저 존재들을 본다면 모두가 입을 모아서 얘기하리라.
저들이야말로… 모두가 [옛 지배자]라고!!
한편 테스카틀리포카와 구천현녀는 한창 겨루다가 난데없는 상황변화에 전투를 멈추고 소강상태가 되어 있었다. 다만 구천현녀의 날개옷이 상당히 많이 찢어져 있고 테스카틀리포카는 멀쩡한 걸로 봐서 누구의 실력이 위인지는 명백해 보였다.
[……]
구천현녀는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적아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끼어들면 손해를 크게 볼 수 있었기에 관망하는 듯했다.
[크크크.]
테스카틀리포카는 나 때문에 일어난 전후 상황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일까? 그저 즐거워하며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는 듯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 중 하나가 눈을 번득이며 입을 열었다.
[회장이라고…? 믿을 수 없다!!]
그 외침을 내지른 자는 전신이 초록빛으로 불타고 있었으며 마치 기름 덩어리로 이루어진 용(龍)과 같은 동체를 지니고 있었다. 몸 크기가 수십 장에 이르는 기름의 용은 초록빛의 화염을 전신에서 내뿜으며 연거푸 내질렀다.
[말했잖나… 회장은 이미 돈을 들고 잠적했고… 우리는 힘을 합쳐서 대응해야 한다고!!]
오오오
그 말에 사악한 파동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파동은 직접적인 신언은 아니었지만 마치 동조하는 듯한 파장이었기 때문에 은연중에 저 기름의 용이 외치는 말에 동조하는 자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 숫자는 약 십여 명 이상이었고 출현한 [옛 지배자] 중에서도 상당한 숫자였다.
그러자 그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오더니 말했다.
[이봐. 회장이 우리를 부른 건 확실하다. 이걸 보라고.]
[수신명왕(獸神冥王)!]
수신명왕이라고 칭해진 자는 마치 머리가 셋 달린 듯한 거대한 개의 형상을 한 [옛 지배자]였다. 왠지 저 존재를 외우주에서 달마가 소환하는 걸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촤앗
은하 전체에서 고명한 명성을 지니고 있다던 그 지배자가 입을 벌리자 입안에서 웬 빛나는 둥그런 기운이 튀어나왔고, 그 기운은 짤랑 하는 돈 소리를 내었다.
[계약의 증표인 동전(銅錢)이 반응했다. 회장이 아닌 그 누구도 동전을 빛나게 할 수 없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잖은가?]
수신명왕의 그 말에 기름 덩어리 용은 불쾌하다는 듯 버럭 말했다.
[누군가가 회장을 없애고 권능을 빼앗아서 우리를 놀리려 하는 것이다!]
동시에 기름의 용이 살벌한 시선으로 테스카틀리포카를 노려보며 그를 지적했다.
[테스카틀리포카… 네놈이냐? 네가 우리 모두를 기만하려고 부른 것이냐!!]
기름의 용과 테스카틀리포카는 구면인 듯 거침없이 신명(神名)을 부르는 듯했다. 물론 테스카틀리포카의 진짜 이름은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서는 발음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지금의 내게는 누구를 지칭하는지 똑똑히 해석되어서 들리고 있었다. 그건 아마 천암비서를 갖고 있어서 누리는 특권일지도 몰랐다.
그러자 테스카틀리포카는 시치미를 떼듯 으쓱하고는 대꾸했다.
[글쎄?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그보다 네가 이들 전체를 대표하는 건가?]
기름으로 가득 찬 용은 사악한 녹색 기운을 내뿜으며 외쳤다.
[그렇다… 내가 바로… 최상급 회원인 금강석(金鋼石) 단계이자 수많은 회원들을 가입시켰다!! 이들 중에 최소 30명은 내가 직접 설득했지!]
[흐음…? 네가 대표자라 그 말이지…]
[그렇…]
그 말에 금강석 단계라고 자칭한 자가 자신 있게 대답하려는 순간이었다.
근처에서 듣고 있던 다른 [옛 지배자]들 중에 하나가 퉁명스럽게 외쳤다.
[보자 보자 하니 웃기는구나. 네가 무슨 투자자의 대표란 말이냐?]
[라운캉!!]
라운캉이라고 불린 그 존재는 두 개의 머리를 가진. 몸 크기가 십여 장에 달하는 거대한 마물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용의 머리와 호랑이의 머리를 가지고 있고 몸뚱이에는 세 쌍의 날개와 호랑이와 같은 네 발을 갖고 있는 [옛 지배자] 라운캉이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류그나트 성운에서 소일하다가 지구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네 녀석은… 주주들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핑계로 다른 놈들한테서 보물과 인과율을 더 뜯어냈지 않았느냐? 아는 놈이 나한테 말해줬다!]
[…….!!]
[회장이 귀환했다면 그 보물을 전부 되돌려줘야 하니까 회장의 존재를 부정하는 게 아니냐?]
라운캉의 지적에 기름의 용은 움찔하는 듯했다. 그가 잠시 머뭇거리자 마치 기름의 용을 돕듯이 근처에서 다른 [옛 지배자]가 반박하고 나섰다.
[이 녀석은 그럴 놈이 아니다! 내가 안다.]
[넌 또 누구냐?]
[나는 렐크로바우스다!!]
본디 천지를 뒤덮는 듯한, 행성보다 더 거대한 촉수가 본체인 렐크로바우스는 잠시 이 자리에 작게 현신한 듯 전신이 촉수로 되어 있는 괴생명체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촉수 한가운데에 있는 여섯 개나 되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던 렐크로바우스가 말했다.
[[혈성을 뒤쫓는 자] 라운캉이여! 회장이 정말 우리를 지금 부를 리가 있겠느냐? 지금 불러봤자 돈밖에 안 뜯기는데 뭐하러 그 악독한 놈이 자기한테 손해 볼 짓을 하겠냔 말이다!]
라운캉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우리가 그런 것까지 왜 생각해야 하지? 나도 그렇고 여기 모인 대부분은 배당금만 받으면 그만이다!! 일단 회장이 있고 배당만 받을 수 있으면 끝인데 왜 말을 돌리느냐!]
[……!!]
렐크로바우스가 대답할 말이 마땅치 않은 듯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라운캉의 말에 동조하는 [옛 지배자]들의 파장이 순식간에 장내를 장악한 것을 보면, 인간으로 치면 주주들의 웅성거림이 커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상황을 저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있던 구천현녀가 끼어들었다.
[여러분. 잠시 이곳에서 나가주실 수 있겠습니까? 지금 저와 테스카틀리포카의 대결이…]
크와아앗!!
크아악!!
그 순간 장내에 이미 100마리도 넘게 소환되어 있던 [옛 지배자]들 전원이 엄청난 살기가 흐르는 기운을 구천현녀에게 투사했다. 지금도 소환되고 있던 어딘가의 주주도 얼떨결에 구천현녀를 노려보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리고 모두의 의견을 대변하듯 한 명의 아름다운 동녀(童女)의 모습을 한 순백의 머리카락의 화신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너야말로 분위기 파악 좀 하거라. 너도 나도 창세 이래로 가장 오래된 신격이며, 그만큼 나이를 먹었는데 너는 왜그리 고지식하단 말이냐?]
[무지개뱀…]
[알겠지? 조용히 해라.]
[네…]
구천현녀는 마뜩잖은 표정을 지으며 침묵하고 말았다. 아무리 그녀라 해도 수백의 [옛 지배자]들이 동시에 겁박해 오는 데야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것이리라.
테스카틀리포카가 그런 구천현녀를 보며 이죽거렸다.
[초조하지? 삼황오제가 소환되기 전에 이 녀석들의 마력이 소환의식을 어지럽히고 있어서 진행이 안 되잖은가.]
[……!!]
[크크크.]
그가 껄껄 웃고 있을 때 구천현녀를 설득한 무지개뱀의 화신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나도 라운캉의 의견에 동감이다. 우리가 무슨 대의나 소속감이 있어서 여기 온 건 아니잖느냐? 본녀 또한 동전이 빛나는 것을 보고 소환되었으니, 이 자리에 회장이 있는지만 확인을 해보고 싶구나.]
[옳소.]
[그러하다.]
대승적 의견이 그녀의 뜻에 따르는 것으로 흐르기 시작하자 기름의 용과 렐크로바우스는 낭패스러운 듯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왠지 회장이 나타나서는 곤란해 보이는 것이다.
잠시 후 기름의 용이 머리를 굴린 듯 유들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좋지… 회장이 있다면 당연히 찾아내야지… 헌데 저 망할 물뱀 빼고는 아무것도 없으니 내가 이게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 거 아니겠나?]
[으음.]
기름의 용이 쩌렁쩌렁 외쳤다.
[회장은 없다. 이미 살해당했거나 잠적했다!! 너희 모두에게 전에 말했던 대로 내게 회비를 내면 내가 어떻게든 회장을 찾아서 너희에게 돈을 돌려주…]
그때였다.
테스카틀리포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신언을 전했다.
[가라, 백웅.]
좋아…!
번쩍!!
그 순간 암황마궁의 공간이 완전히 해제되면서 내 모습이 세상에 드러났다.
내가 갑자기 장내에 출현하자 모든 [옛 지배자]들이 나를 동시에 주목하는 기색이 느껴졌고, 나는 전신이 따끔따끔 해지고 상당한 압박감 때문에 움직이기가 힘들 정도였다.
‘으음….!! 기백 이상의 지배자들이 모여 있으면 이 정도란 말인가…?’
하나의 신전에 수백이 몰려있는 곳에 갔던 적도 있지만 그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다듬어지지 않는 야생의 지배자들이 여과 없이 내뿜는 마력은 가히 살인적이었고 그 숫자가 수백이니 장난이 아니었다. 아까 동방삭이 왜 괴로워했는지 알 것 같았다. 심지어 지금 나를 테스카틀리포카가 마력으로 보호해 주는데도 이 정도이니, 보통 필멸자들은 이 자리에 있을 경우 순식간에 미치고 영혼이 오염되어 소멸될 것이리라!
하지만 그래도 몸을 움직일 만했기에 나는 자신감을 갖고는 쩌렁쩌렁 외쳤다.
[회장인 나 백웅이 이 자리에 왔다!! 이게 바로 그 증거다!!]
스윽!
나는 상권의 동전을 머리 위로 크게 들어올렸다. 조금이지만 신앙으로 얻어낸 신력이 있는 몸이었기에 동전 하나 정도 구현하는 건 별로 어렵지도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내가 동전을 들어올리는 그 순간 모든 [옛 지배자]들이 갖고 있던 동전들이 짤랑거리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헉!]
[진짜란 말인가!]
웅성웅성…
대부분의 마신(魔神)들이 크게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그들 중에 누군가가 감격했다는 듯 말했다.
[이럴 수가! 회장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야!!]
… 아니 나를 직접 보지도 않았으면서 왜 투자한 거야?
나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지만 굳이 말하지는 않으며 연거푸 외쳤다.
[이 자리에 와주신 회원 여러분, 무척 반갑습니다!!]
[……]
[……]
그리고 잠시 동안의 흥분과 경악이 가신 직후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게 느껴졌다. 나는 순식간에 그 분위기가 다른 종류의 분노와 흥분, 그리고 짜증이 서려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제일 먼저 외친 것은 바로 아까부터 선두에 서서 논쟁을 하던 바로 그 기름의 용이었다.
[… 회, 회장!! 어디 처박혀 뒤진 줄 알았군! 아무튼 살아있었다니 다행이오.]
다소 점잖은 말투로 자신의 당황을 감추는 듯한 태도.
나는 그 모습을 보자 그놈의 심리를 알 것 같았기에 씨익 웃으며 대꾸했다.
[당신도 오랜만이군, 촉룡(燭龍).]
그랬다.
자칭 최고위 회원이자 금강석 회원이라는 저놈이 바로 촉룡 -
내게 다단계를 최초로 제안했던 그 [옛 지배자]인 것이다!
촉룡은 잠시 눈치를 보다가 갑자기 기가 살아서는 말했다.
[잘 됐소. 그럼 당장 배당금을 내놓으시오! 그럼 우리도 더 이상 당신에게 볼일 없소!]
웅성웅성
웅성웅성
잠시 커다란 웅성거림이 이어지더니 주주들이 다같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옳소!!]
[배당 내놔라!!]
[5천 년에 원금의 7푼!! 잊지는 않았겠지 이놈아!!]
……?
뭐?
나는 누군가가 외친 말에 이상함을 느꼈다. 그리고 촉룡을 쳐다보자, 놈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는 듯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저 새끼…’
원래 내가 제시했던 건 5천 년에 5푼이 기본이었는데 중간에 해처먹었어!!
2푼은 저놈이 빼돌린 거구나!
‘좋아. 이렇게 된 바에야 너를 제대로 나락으로 빠뜨려 주마.’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정면으로 바로 지적하는 건 아직 이르다는 걸 눈치챘다. 이런 교섭에도 꽤나 경험이 쌓였기에, 아무리 상대가 잘못했더라도 충분한 과정이 없으면 그 지적이 무의미한 경우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신에 음흉하게 웃으며 장내에 외쳤다.
[자자… 투자자 여러분, 진정하십시오. 지금부터 제가 다 설명드리겠습니다!]
[대체 뭘 설명하겠다는 거냐! 배당금이나 내놔!]
[흠… 정말 설명을 안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이어진 내 말에 장내에 있던 모든 마신들이 동시에 당황해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저도 사실 피해자이며… 모든 배당금을 삼황오제가 강탈해갔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