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683화 (1,582/1,615)

전생검신 89권 13화

아브락사스가 투지를 발휘한 순간, 나는 놈을 상대로 어떻게 첫수를 쓸지 고민했다.

‘심상치 않은 적이다.’

무인의 직감으로 느껴진다. 놈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여유, 그리고 강대한 신력! 그것은 굳이 놈이 대천사를 처형하는 직위라는 걸 의식하지 않더라도 전 차원계에서 알아주는 강자라는 걸 의미했다. 어느 정도 강한지는 아직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적어도 이전의 시험에서 마주쳤던 5위계나 6위계의 천사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 강적을 상대로 첫 공격을 어떻게 하는지는 무척 중요하다. 어떤 종류의 적들은 첫 단추가 꼬일 경우 무척 쓰러뜨리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아니야. 망설일 필요 없어.’

하지만 나는 천사왕 메타트론이 내 생존을 보장해줬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는 상대와 생사결을 내기보다는 일단 어떤 수법을 갖고 있는지 충분히 관찰하는 게 더욱 중요했다. 나는 이번에는 섣불리 첫수부터 공격을 하기보다는 지켜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트리무르티!!

치잉 -

내가 신기(神技) 트리무르티를 발동하자 이윽고 내 몸에는 강대한 흑룡의 보호막이 소환되었다.

‘좋아. 생각했던 대로 시련 도중에 신력은 못 써도 트리무르티 자체는 써지는군. 이건 기술의 영역이라서 그런 거야.’

현실세계에서 기계의 몸으로 쓸 수 있었기에 그럴 거라고 예상했지만 확인을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 트리무르티의 방어막은 일전에 사용한 적이 있었던 조합으로 일단은 적의 공격에 일격에 사망하지 않게 대비하는 것이었다.

내가 방어막을 소환하자 집정관 아브락사스가 기괴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후효효효, 꽤나 뻔한 전술을 쓰시는군요! 소인의 미천한 기술을 보고 싶으신가 봅니다?”

“말만 하지 말고 어디 공격해보지 그래.”

“물론입지요~!”

후웅

그러자 아브라삭스가 가볍게 자신의 채찍을 휘둘렀다.

‘오냐. 네놈이 얼마나 강한가 어디 볼까?’

나는 강호에서 수많은 채찍의 고수를 보아왔기에, 아브라삭스의 편법(鞭法)을 순간적으로 관찰해서 그 궤도를 통해 놈의 실력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굼실대며 움직이는 그 채찍의 궤도가 뒤틀어지며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순간, 나는 순간적으로 경악 때문에 굳어 버리고 말았다.

‘…… 무로(武路)가 쉽게 읽히지 않아……?! 사, 살아 있구나!’

만변무애(萬變無碍)!

놈의 무예경지를 설명하자면 그 한마디로 축약할 수 있었다. 나는 채찍의 궤도에 단 하나의 일정한 법칙조차 없이 제멋대로 뻗어 나오는 혼돈(混沌)이 실려 있음을 느꼈지만, 그 혼돈 속에서 아주 희미한 살기가 스쳐 지나가며 조금도 피할 수 없는 완벽한 공격이 완성되는 걸 알아차렸다.

세상에 이런 무공이 존재했단 말인가?!

부웅

나는 [흐름]을 읽어서 미리 아브라삭스의 공격을 차단하고자 했지만, 여태껏 그 어떤 공격이라도 좀 더 빨리 차단할 수 있었던 내 반격이 쉽사리 먹히지 않았다. 그것은 아브라삭스의 편법이 무수한 혼돈 속에서 도리어 완성도를 갖추는 완벽에 가까운 경지에 이르러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나는 미처 [흐름]을 다 읽기도 전에 놈의 궤도를 일부 놓치고 말았고, 그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몸이 튕겨져 나갔다.

꽈르릉!

뇌음(雷音)과 함께 나는 무려 삼 장의 거리를 튕겨져 나갔지만, 내상은 입지 않았다. 가해지는 충격만큼 정확하게 상쇄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순간 아브라삭스의 경지를 실감하고는 등줄기에 싸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가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이럴 수가…….’

신역의 [흐름]을 읽지 않았다면 무조건 이번 공격에 죽었으리라!

내가 수십 번 전생하고 수백 년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만났던 무수한 기인고수들 중 단연 최고의 경지에 올라있는 편법! 놈과 비교할 수 있는 건 절대지경 하은천이 펼치는 천의무봉의 경지뿐이었지만, 아브라삭스의 편법은 그 구절편법과 완전히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모든 걸 완벽히 계산하는 천의무봉과 달리 놈은 뭔가를 계산하고 휘두르는 게 아니다. 그저 무의식의 흐름에 따라 휘두르는 혼돈의 궤적! 그러나 그 혼돈 자체에서 질서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니…… 도리어 천의무봉의 대극(對極)인가!’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할까?

어떤 무(武)의 길을 걸어온 거지?

나는 충격과 동시에 엄청난 호기심이 일어났다. 미래를 계산해서 상대를 그 미래에 가둬 버리는 게 아니라 함께 혼돈으로 빠져들지만, 그 혼돈 속에서 굳이 생로(生路)를 의도하지 않아도 만들어내는 게 가능하다니!

말은 쉬워 보였지만 이런 건 통상적인 무인들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무공이라 해도 결국 몸을 쓰는 것이라 정해진 무법(武法)이 일정한 틀 속에서 조화를 이뤄야만 초식이 성립하는데, 놈은 처음부터 그 격(格)을 부숴 버린 궤도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아마 펼치는 본인조차도 언제 어떻게 공격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마지막 순간에 초식이 성립하고 마는 그 기괴한 혼돈! 이런 걸 알고 방어하거나 회피하는 건 불가능하다.

내가 내심 크게 당황하고 있을 때 도리어 아브락사스가 당황한 듯 말했다.

“후효효…… 과연 절세의 검객이군요. 천사왕의 직속이 된 이래 내 공격을 막거나 피한 자는 한 명도 없었는데 이걸 막아낸단 말입니까?”

“…… 엄청난 무예경지군. 그 무공의 이름은 뭐냐?”

“무공? 후효효…… 그런 건 모르겠습니다만.”

아브라삭스가 자신의 채찍을 쭉 땡겨서 잡으며 대꾸했다.

“소인은 수십억 년 넘게 아카나(Arcana) 너머의 적들과 셀 수 없이 싸우고 또 싸워왔지요…… 그 싸움 속에서 얻어낸 자기류(自己流) 이옵니다.”

“……!!”

나는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놈의 무공이 갖고 있는 본질을 깨닫고는 충격을 받았다.

‘수십억 년 치 경험으로 만들어낸…… 혼돈류(混沌流)!’

이론상 가능하긴 하다. 말도 안 되는 경험을 축적하고 또 축적한다면 그 와중에 수많은 무로를 경험적으로 얻어서 본능의 영역에서 휘두를 수 있다. 초극의 고수들도 실전경험에서 조금씩 성장하곤 하는 게 그 때문이었다. 눈앞의 아브라삭스는 신격이라서 상상도 할 수 없는 경험치를 얻었고 그 경험치를 이용해서 혼돈의 무술을 자기류로 완성 시킨 것이리라.

하지만 그런 게 정말 가능하단 말인가?

아무리 신이라서 이론적으로 무한에 가까운 경험치를 쌓는 게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 상상 속의 경지를 정말 구현할 수 있단 말인가?!

‘말도 안 돼…….’

이론적으로는 설명할 수 있고 정립도 가능한 경지이지만, 정작 이런 걸 무림의 고수들에게 말하면 농담하냐고 그냥 웃고 말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천 년도 살기 힘든 인간이 수십억 년이라는 시간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뿐더러 그 어마어마한 전투경험이 쌓인 경지조차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런 괴물 같은 짓을 실제로 해낸 존재가 눈앞에 있는 것이다.

아니, 사실 비슷한 경지를 본 적은 있다. 유망 또한 눈앞의 아브라삭스 같은 경지에 도달해 있긴 하리라. 그러나 유망은 수많은 무기를 다루기에 하나에만 푹 빠진 자는 아니었다. 그에 반해 아브라삭스는 다양한 병종을 다루지 않는 대신 채찍에 한해서는 우주 제일을 노릴만한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아브라삭스가 호승심을 느낀 듯 말했다.

“귀하의 경지는 소인 또한 처음 보는 것이군요…… 부디 즐겁게 해 주시지요!”

휘리리릭 -

번쩍!!

나는 아브라삭스의 공세가 다시 퍼부어지기 시작하자 이를 악물었다.

‘제기랄!! 방어막은 진작 깨졌어!’

저 편법에 잠재되어 있는 힘이 엄청났기에 트리무르티로 만들어낸 방어막은 깨진 지 오래였다. 그렇다는 말은 지금부터는 바늘구멍만큼의 실수도 없이 정확하게 아브라삭스의 공격을 막아내야만 한다는 뜻이다! 나는 모든 정신을 [흐름]을 읽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놈의 공격은 무쌍패로 막으면 안 돼! 이건 놈의 필살기가 아니라 일반공격이다!’

힘들어도 어떻게든 나도 일반 초식의 경지에서 막아내야 해!

당연한 말이지만 저건 내가 갖고 있는 어설픈 술법방어로는 못 막아!

투두두둥!!

일수천영(一手千影)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경우를 뜻하는 걸까? 모든 의념을 동원하여 [흐름]을 미리 차단하여 아브라삭스의 채찍을 튕겨내기 시작하자, 내 수영(手影)과 장인(掌印)이 허공에 무수히 새겨졌고 그때마다 아브라삭스의 공격이 튕겨 나갔다. 손뿐만이 아니라 내 전신이 기민하게 움직이며 단 하나의 낭비도 없이 삼보절기의 움직임에 따라 확실하게 균형을 잡으며 힘의 체간(體幹)을 유지했다.

“오오오!! 과연!”

아브라삭스가 자신의 모든 공격이 막히자 감탄성을 냈다. 나는 그 한 순간에 빈틈이 보였고 지체없이 잠력을 쏟아서 일장(一掌)을 뻗었다.

사신지혼(四神之魂)

뇌령인(雷靈印)!

콰앙!

촌음의 시간에 사신지혼의 힘을 실은 뇌령인이 정확하게 아브라삭스의 갑옷 위의 명치를 타격했다. 그러자 아브라삭스의 갑옷이 기이한 소리를 내며 울부짖었다.

끄아아악!!

치이이익……!!

“……!!”

뭐……?! 갑옷에 긁힌 자국조차 내지 못했다?

아니, 그것보다 방금 전의 그 귀곡음은 대체?!

나는 공격이 안 먹히자 재빨리 물러났고 뇌령인을 정통으로 맞았던 아브라삭스가 웃었다.

“후효효효…… 대충 백만 정도 소멸했나? 제 갑옷이 단숨에 영혼(靈魂)을 이만큼이나 소모하다니 이 또한 처음 있는 일이군요. 아주 훌륭한 공격이었습니다.”

“뭐? 영혼?”

“보시다시피.”

아브라삭스가 자신의 갑옷을 내세우듯이 으쓱하고 내밀며 말했다.

“제 갑옷은 모든 피해를 영혼을 소모함으로써 무효화시키지요. 이 영혼은 칠천(七天)의 천사들의 것이옵니다.”

“……?!”

“느긋하게 싸우시지요. 어차피 칠천이 멸하지 않는 한 제 갑옷은 무적이오니…… 후효효.”

뭐? 방금 저놈 무슨 소리를…….

나는 내가 뭔가 잘못 들었나 싶었지만 잠시 후 이성적으로 생각한 순간 말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 이 새끼…… 그 말대로라면 칠천의 천사들을 다 죽이기 전까지는 피해를 안 입는다는 거냐?’

아까 봤던 천사의 숫자는 수십억이 훨씬 넘었다. 아니, 내 어림짐작일 뿐 실제로는 더 많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 천사들의 영혼이 아브락사스의 갑옷에 가해진 피해 대신에 소멸되는 거라면, 이론상 나는 아무리 공격해도 아브락사스에게 유효한 공격을 하는 게 불가능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런 사기적인 걸 써도 되는 거냐? 이 치사한 새끼!”

저런 말도 안 되는 갑옷을 장비한 놈을 이길 수는 없는 거 아니냐고!

아브라삭스는 껄껄 웃었다.

“후효효! 그렇게 말씀하셔도 저의 직위는 집정관이자 대천사의 처형자. 대천사만한 신격을 죽이기 위해서 이 정도 장비는 필수이옵니다. 또한 이 갑옷은 메타트론께서 직접 제작해주셨지요.”

“……!!”

그것도 천사왕 메타트론이 수제로 만든 거라고?! 그럼 신력도 만만찮게 머금고 있다는 건가?

저딴 걸 어떻게 부숴?

내가 멍청하게 서 있을 때 아브락사스가 이번에는 두 눈을 파랗게 물들이며 말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귀하의 무예경지는 소인보다 높은 것 같소이다. 그러하니 소인, 지금부터는 신력(神力)을 써 보도록 하지요!”

쿠오오 - !!

아브락사스의 등 뒤에서 찬연한 빛을 일으키며 32쌍, 64개의 날개가 거대하게 떠올랐다. 동시에 놈의 머리 뒤편에 후광이 떠올랐는데, 그 후광에서 느껴지는 신력은 어마어마했다. 아마 내가 갖고 있던 신력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이 분명했다.

“자, 잠깐. 나도…….”

나도 급히 신력을 일으켜 보았다. 하지만 신력이 전혀 써지지 않았고 끌어올린 신력이 제대로 힘을 얻기 전에 모조리 분해되어 버리는 것 같았다.

‘이런 염병할!!’

세계수 세피로트가 모조리 신력을 분해하잖아! 근데 왜 저 새끼는 쓸 수 있단 말이냐!

신력도 없이 저런 놈을 이기라고?!

‘아, 안 돼! 포기하면!!’

나는 절망적인 상황이라는 걸 눈치챘지만 아직 까지는 비벼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즉시 트리무르티를 발동하려 했다.

‘저 막강한 신력을 상대로 어떤 조합을 써야 버틸 수 있지?’

신력이 한 번 발동하면 정말 답이 없다. 내가 아무리 [흐름]을 끊을 수 있어도 신력은 모든 법칙을 조작하는 능력이므로 무공으로 대항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최소한 상대의 신력을 무효화 할 수 있는 상황까지는 만들어야 버티거나 반격을 할 수 있었다.

가장 강력한 조합은 아마 오제가 줬던 3개의 가면을 융합하는 거겠지만 그 권능은 죄다 신력이었다. 아마 강대한 신력을 함유한 조합은 세피로트가 또 분해시킬 가능성이 컸다.

‘……!!’

순간 나는 번뜩이는 생각으로 빠르게 조합했다.

상업의 권능, 사이탄의 언령, 모수분신!!

어째서인지 나는 이 조합이 이 상황에서 가장 적절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내 손 위에는 상권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황금동전이 떠올랐고, 나는 그 황금동전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 모인 인과율의 동전을 소비해서 사이탄의 언령에 새겨진 기억을 사겠다……!!”

될까? 이런 꼼수가 먹힐까?

나는 불안해서 긴가민가했지만, 다음 순간, 황금동전 옆에는 상권의 정령이 소환되어서 내 말에 응답했다.

[ 가능합니다.]

“…… 그래!! 내가 사고 싶은 기억은……!!”

내가 말을 끝마치는 순간, 트리무르티의 기운이 세 가지의 힘을 조합하기 시작했다.

치지직……!!

시공간이 일그러진다. 그리고 트리무르티의 조합이 완성되는 순간, 내 주위에는 모수분신술의 기운이 형체를 갖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오오……!!

순식간에 아브라삭스의 주위에 소환된 100개의 그림자! 그 그림자는 서서히 완전한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고, 팔짱을 낀 채 오연한 눈으로 아브락사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아브락사스는 정말 놀란 모양인지 닭의 머리를 마구 흔들었다.

“아,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후…… 어떠냐.”

“도대체 어떤 기술을 쓰신 것인지……?!”

아브락사스가 경악하며 외쳤다.

“어떻게…… 사이탄을 이렇게 많이 소환했단 말입니까!!”

그랬다.

내가 소환한 것은 바로 [사이탄의 언령]에 담겨 있던 그의 기억의 잔영(殘影)!

나는 상권의 동전을 통해 인과율을 지불하고 그 대신에 사이탄의 잔영을 소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믿을 수 없군요!! 이건 가짜가 분명합니다!”

잠시 후 아브락사스가 확 하고 채찍을 크게 휘둘러서 사이탄의 잔영들을 공격했다.

콰과과광

거대한 폭음과 함께 아브락사스의 신력이 담긴 채찍이 사이탄의 잔영 중 30개체 이상을 단숨에 찢어 버렸다. 잔영은 대항조차 못 하고 순식간에 소멸되었지만, 그 순간 아브락사스가 비틀거리는 게 보였다.

“크윽!! [이름]의 계약 때문에 카르마(Karma)가…….”

카르마?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아브락사스가 잔영을 없앨 때마다 피해를 입는 모양이었다. 나는 어찌 되었든 아브락사스의 움직임을 견제하는 데에는 성공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답이 없다고 느꼈다.

‘음…… 어떻게든 버틸 수는 있겠지만 저놈의 갑옷을 어떻게든 하지 않는다면……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신력을 함유하지 않은 트리무르티로는 무슨 수를 써도 칠천의 천사들을 모조리 갈아 넣는 저런 무식한 갑옷을 뚫을 수 없다. 세계수가 방해하는 한 절대 신력을 기반으로 한 능력을 쓸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 응? 잠깐…… 저놈한테 먹힐 만한데도 세피로트의 나무 내에서 쓸 수 있는 능력이…….’

하나 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세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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