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검신 89권 12화
천사왕 메타트론을 만나보라고?
나는 라파엘의 제안이 수상쩍다고 느끼고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놈을 쳐다보았다.
“내가 왜 메타트론을 만나야 하지? 무슨 의도냐.”
[정녕 자존광대하군요…… 모든 천사들의 정점이자 대신(大神)인 메타트론을 만날 기회를 준다는데 그런 태도라니.]
어이없어하는 라파엘이었지만 나는 코웃음을 쳤다.
“하…… 너희 세계에서는 메타트론이 지존(至尊)이겠지만 여기서는 아예 알려지지도 않은 존재다. 게다가 나는 사실 그놈보다 더한 놈들을 꽤 만나 봤거든.”
이건 농담이 아니었다. 아무리 메타트론이 대단하다 해도 외신에 비할 바는 아닐 것이리라.
내 말에 라파엘은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대에게 천사왕에 대한 존경심을 바라는 건 무리겠군요. 허나 그대 또한 메타트론이 필요할 것입니다.]
“왜?”
[최종위계인 10계의 문을 열 수 있는 것은 천사왕 뿐입니다. 뿐만아니라 6계 이상의 모든 고위 위계는 그의 윤허가 있어야 통과할 수 있으니, 그를 만나보는 게 나쁘진 않겠지요.]
“…….”
흐음…… 그렇단 말인가?
‘이른바…… 세피로트 체계의 최고 권력자란 거군. 고위단계에서 놈에게 밉보이면 안 좋다는 건가.’
나는 대웅제국의 황제를 겪으면서 권력체계에도 익숙했기에 라파엘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쉽게 이해했다. 하지만 나는 문득 이상함을 느끼고는 말했다.
“…… 응? 사이탄의 이름에 8계까지의 열쇠가 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왜 메타트론은 10계야?”
[뭔가 착각하고 있군요. 전대 천사왕인 사이탄 또한 과거에는 10계의 문을 열 수 있었으나 그는 타천(墮天)하여 그 권리를 잃어버렸습니다. 그리하여 그 권한이 크게 떨어졌기에 8계까지의 권능밖에 남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현재의 천사왕만이 10계의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하…… 그렇군.”
[한 번 메타트론을 만나보시겠습니까? 그대에게 나쁜 일은 아닐 것입니다.]
“…….”
나는 고민했다.
‘이 녀석이 집요하게 메타트론을 만나보라 하는 게 약간 수상한데…… 그렇다 해도 메타트론이란 놈이 어떻게 생긴 놈인지 한 번 보고 싶긴 하군.’
이 세피로트의 세계와 천사들은 내가 살고 있는 세계와 완전히 동떨어진, 외우주 바깥의 또 다른 세계가 분명했다. 그리고 메타트론은 그 세계의 지배자였으니 어쩌면 내가 전혀 모르는 비밀을 알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세피로트의 세피라를 오르는 데 놈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면 밉보여서 좋을 것은 없었다.
나는 한참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한 번 만나보지. 하지만 내게 해가 없을 것을 네 이름을 걸고 맹세하는 게 조건이다.”
[의심이 많군요.]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끌려가서 갑자기 봉인 당하면 어쩌라고? 그리고 가브리엘이란 놈이 먼저 이런 무례를 나한테 저질렀다고.”
[…… 알겠습니다. 나 라파엘의 이름을 걸고 당신에게 무해할 것을 약속하지요. 됐습니까?]
“그래, 가자고.”
눈앞의 라파엘은 천사계의 최고위 간부같으니 놈의 이름을 걸고 약속한 이상 일단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되었을 것이리라. 내 동의를 얻은 라파엘은 잠시 후 기묘한 주문을 읊었고, 그 주문과 함께 나는 라파엘과 기묘한 공간으로 이동해 있었다.
파앗!
“…… 저, 저게 다 천사인가?”
나는 이 드넓고 광대한 구름의 대지에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천사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는 기겁을 했다. 눈앞에 보이는 건 마치 지구의 성층권에서 대륙을 내려다보는 듯한 넓은 공간이었는데 그 전체가 구름대륙이었고, 그 구름대륙에 빼곡히 천사들이 날고 있었다. 그 숫자는 최소한 수억에서 수십억을 훨씬 넘어 보였으며 그 종류도 무척 다양했다.
라파엘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칠천(七天) 중 하나인 제가 지배하는 차원계이지요.]
“칠천…… 이라는 건 너를 포함한 일곱 명의 대천사를 말하는 거라고 했지. 한 명이 하나의 차원계를 지배하는 것이냐?”
[맞습니다. 메타트론은 칠천을 넘어선 상위 차원계인 케테르(Keter)에 있으니 평범한 방법으로는 갈 수 없습니다. 이 칠천에서 불사조를 타고 가야만 하지요.]
“불사조……?”
라파엘은 손짓을 하는 듯했다. 그러자 거대한 천사들의 군집 속에서 두 마리의 거대한 영조(靈鳥)가 멀리에서 날아왔는데, 멀리 있을 때는 그저 점으로 보였지만 가까이 올수록 그 영조가 사실 크기가 수백 장을 넘는 미친듯한 크기의 거대 괴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현실세계였다면 저 불사조의 크기는 아마 달기의 본체에 필적할 것이리라.
‘이런 미친……!! 이 공간이 정말 넓긴 하구나.’
쿠우오오오
[타시지요.]
전신이 청색의 화염으로 불타고 있는 거대한 영조! 거신족보다 훨씬 더 커 보이는 그 영조는 우리를 목 위에 태웠고 이윽고 나는 라파엘과 함께 불사조를 타고 승천하기 시작했다.
쉬이이익 - !!
불사조는 엄청난 속도로 비상하면서 점차 빛으로 변했고 나 또한 전신이 광자(光子)로 변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눈앞의 시야가 크게 일그러지더니 총천연색의 기묘한 세계를 몇 번이고 통과하기 시작했다.
투두두두……!!
나는 그 하나하나의 막을 지나쳐 갈 때마다 차원계를 통과하는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라파엘의 말뜻이 이해가 갔다.
‘불사조의 속도로 볼 때 벌써 수백 개의 차원계를 지나왔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절대로 케테르로 갈 수 없겠군.’
내 경험상 차원계 하나를 넘는 것만으로도 웬만한 대라신선의 힘이 필요했다. 그런 장벽을 수백 개는 뚫어야 한다고 한다면 말 그대로 신의 위계에 있는 자가 아니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고, 그나마도 칠천의 지배자와 수십억의 천사들이 가로막는다면 절대로 돌파할 수 없으리라. 나는 생각보다 이 세피로트의 세계가 엄중한 통제로 관리된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다 왔습니다. 이곳이 바로 케테르의 알현실입니다.]
나는 라파엘의 말과 함께 불사조에서 내려서 거대한 궁전에 들어섰다. 이 궁전 또한 크기가 장난이 아니었는데, 수백 장에 이르는 불사조조차도 이 궁전에 비하면 무척 조그마한 개미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궁전의 크기 자체가 인간계의 거대산맥을 몇 배나 초월하는 크기로 보였다. 나는 아까부터 이 천사세계의 규모가 지나치게 장엄했기에 당황스러웠다.
‘이거 참. 내가 수많은 모험을 겪지 않았다면 압도됐을지도 모르겠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이 이상의 장대한 규모를 자주 봐 왔기에 익숙한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라파엘에게 말했다.
“저 거대한 문을 지나면 메타트론이 있단 말인가?”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내가 뒤를 돌아보자, 어느새 라파엘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중얼거렸다.
“뭐야 이 새끼…… 왜 끝까지 안내해주지도 않고 사라져?”
나는 황당하면서도 일단은 눈앞에 있는 거대한 문을 향해 걸어갔다. 나는 문이 너무 크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는데, 등 뒤의 저 불사조가 조그맣게 여겨지는 이 궁궐의 크기에서도 문의 크기가 눈에 확 들어올 정도였다. 나는 어림짐작으로 저 문까지의 거리를 재어 보았다.
‘…… 최소한 1천 리가 넘겠군. 문의 크기는 대륙에 비교해야 할지도.’
저 문까지 가는 것만 해도 보통 인간이라면 한세월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피식 웃고는 뛸 준비를 했다.
멸혼보(滅魂步)
극성(極成)
파천일보(破天一步)!!
콰아아앗……!!
나는 마치 한 줄기 빛이라도 된 것처럼 문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자 마치 한달음에 3백여 리 이상을 단숨에 뛰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한두 번 숨을 쉴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순식간에 거대한 문의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나는 문 앞에 도달하자마자 파천일보의 가속력을 그대로 주먹에 실어서 모든 힘을 실어서 문에 일 장(一掌)을 뻗었다.
사신지혼(四神之魂)
화신(火神)
공염장(空炎掌)
꾸콰콰쾅!!
다음 순간 사신지혼 중 화신지혼의 힘을 극한으로 끌어내어 공염의 기운을 손바닥에 싣고 파천일보의 가속력까지 받은 공격이 대륙만 한 문짝에 부딪혔다. 마치 눈앞의 시야 전체가 암흑으로 뒤덮인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의 거대한 문짝이었지만 내 공격을 받은 순간 기묘한 소리를 내며 뒤로 튕겨 나갔다.
터엉!!
‘됐다!!’
화신류 공염의 경지에 오른 내가 펼치는 공염장이면 저 문짝에 어떤 술법방어가 걸려 있든 관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구나! 압도적인 괴력이 뒷받침되기도 했지만 모든 열(熱)을 다스려 무질서로 만들어버리는 공염의 힘이 큰 역할을 한 것 같았다.
문이 열리는 그 순간, 나는 기뻐한 것도 잠시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
우, 우주?!
아닌 게 아니라 내 눈앞에는 한 줄기의 천로(天路)와 함께 광대한 대우주가 펼쳐져 있었다. 다만 그 대우주의 한가운데에는 시야를 가득 채우는 세피로트의 나무가 있었고, 그 나무 위에 하나의 존재가 서 있었다. 그런데 세피로트의 나무도 그렇고 나무 위에 서 있는 존재 또한 너무 커서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뭐가 저렇게 커?!
세피로트의 나무 주위에는 성운(星雲)이 점처럼 찍혀 있었고 은하(銀河)들이 조그마한 소용돌이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그나마 존재감이 있는 조금 커다란 덩어리들은 아마 말로만 듣던 은하단일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압도하는 세피로트의 크기는 도저히 인간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세피로트의 위에 있는 거대한 천사 - 그 천사의 크기는 틀림없이 은하계보다 거대할 것 같았다. 주변의 사물들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상상도 할 수 없이 거대한 날개를 수십 쌍 지니고 있는 그 존재에서는 신성한 은빛의 휘광이 흐르고 있었는데 나는 그 휘광에서 압도적인 신력(神力)을 느꼈다.
동시에 그 천사의 주위에서 수많은 신성한 눈동자들이 출현하였는데 그 숫자가 수십만을 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눈동자 하나하나가 무언가 괴악한 ‘권능’ 그 자체라는 걸 느꼈고, 아마도 저 눈동자들이 힘을 발휘하는 순간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촤아아 -
물결치듯이 천사가 쓴 황금의 왕관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 또한 심상치 않았다. 저 왕관이야말로 저자가 천사의 왕임을 상징하는 것이리라.
“……!!”
신력 때문에 피부가 긁혀나가는 듯한 고통을 따갑게 느낀 나는 직감했다.
‘이, 이 놈은…… 진짜…… 고위존재다……!!’
수많은 신적 존재를 만나보며 생겨난 감. 그것은 본능적으로 존재의 격을 분류하는 직감이라 해도 좋았다. 그리고 그 직감은 지금 저 존재가 틀림없이 황제나 흉신에 필적하는 ‘무언가’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전신을 따갑게 에는 이 살벌한 신력은 내가 설령 세계수 안에서 신력을 사용할 수 있더라도 저놈을 상대로는 턱도 없다는 걸 생생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다만 그 위세가 전성기의 흉신이나 황제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나마도 저놈이 전력을 다 내뿜지 않고 있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거대한 은빛의 천사에게서 신언(神言)이 들려왔다.
[죽음과 함께 종언(終焉)을 수십 번 반복한 자여. 그대는 이미 원하는 결말을 선택할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우리의 세계에 손을 뻗어왔구나.]
“…….”
뭐, 뭐라고?
방금 저놈이 뭐라고 말한 거지?
나는 메타트론의 말에서 잠시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충격을 느꼈다. 왜냐하면 저놈이 말한 내용 자체가 한 가지를 상징하고 있었다.
‘수십 번 종언을 반복했다…… 그 말은……!!’
천사왕 메타트론은 내가 전생자(轉生者)라는 걸 알고 있다는 말이다!!
저건 모르고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야!
나는 차마 메타트론에게 시치미를 떼거나 따질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본능적으로 저 눈앞의 존재가 황제나 흉신과 같은 반열에 있는 존재이기에 그러한 쪼잔한 기만을 부릴 놈이 아니라는 걸 알아챘기 때문이다. 저 어마어마한 위엄을 본다면, 도리어 처음에 메타트론을 만났을 경우 반대로 황제나 흉신을 저 천사왕에게 비교했으리라.
‘이런 제길! 어디서 이런 괴물딱지가……!!’
칠천의 지배자라는 대천사들도 신격이었는데 그런 놈들을 통솔하는 최강자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건가?!
나는 속으로 이를 악물며 긴장했다. 그러고는 메타트론에게 말했다.
“…… 원하는 결말을 선택할 능력이라니 무슨 뜻이지? 네놈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메타트론은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에 엉뚱한 말을 했다.
[나는 ‘[옥좌]를 모시는 자’…… 승천(昇天)의 경쟁은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정해진 인과율의 인도에 따라 공정한 중립을 추구할 뿐.]
“…….”
[이 세계에 남겨진 유일한 역할은 또 하나의 결말으로서의 미래일지어다…….]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무나 뜬구름 잡는 듯한 메타트론의 말은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동시에 저놈이 너무나 높은 위격에 있기에 일부러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진실을 숨긴 채 암시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사실은 동시에 천사왕 메타트론이 다른 천사계의 지배자들과는 달리 우리 세계의 종언과 옥좌에 대한 진실을 굉장히 깊게 알고 있음도 의미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힘을 짜내서 메타트론에게 말했다.
“뭔가 알고 있는 게 있다면 알려줘!! 아니면 나한테 도움을 줘!! 나는 그러려고 여기에 왔다!”
나는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메타트론은 전대 천사왕인 사이탄의 부활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사이탄이 부활해도 때려잡을 자신이 있는 놈이기 때문이다.’
그냥 전생자인 나를 만나보려고 이 자리에 부른 것이니, 뭐라도 얻어내서 돌아가야 내게 이득이야!
[…….]
메타트론은 나의 요청에 묵묵히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메타트론의 주변에 빛나고 있는 수십만 개의 안광(眼光)을 보자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저 수많은 눈동자는 뭔가 흉측하기 그지없는 무언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저거…… 강한 신력을 뿜어내는 거 보면…….’
나는 순간 어이없는 상상이 들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만일 내 상상이 진실이라면 천사왕 메타트론은 진짜 괴물일 것이다. 웬만한 신격은 그 누구도 메타트론과 정면승부를 해서 이길 수 없으리라.
[그대는 그대의 능력으로 정당하게 증명하라…… 그대가 종말의 시대에 새로운 아이온이 될 수 있음을…… 나 메타트론은 공정하게 시련을 뚫은 그대에게 힘이 되리라.]
나는 메타트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깨닫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 특혜는 줄 수 없으니까 그냥 세피라를 내 힘만으로 통과하라는 말이냐?”
[그대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혜택을 준 것이다…….]
“……?”
[정 그러하다면…… 경험삼아 9계의 시험관과 싸워볼 기회를 주도록 하지…… 세피라의 정점에 오르기 위해서 필히 뚫어야 하는 강자의 깊이를 느껴보도록…….]
“잠깐. 라파엘이 나한테 무해할 거라고 하지 않았나?”
[걱정마라…… 이기든 지든 그대는 무사히 되돌아갈 터이니.]
메타트론이 손을 한 번 휘젓자 무언가가 소환되는 게 느껴졌다.
쿠웅!!
갑자기 내 앞의 천로를 가로막아 육중한 크기의 무언가가 내려앉았다. 지금까지 봐 왔던 괴물 같은 크기는 아니었고 대략 삼 장 정도 크기의 적당한 거인 정도의 크기였다. 하지만 나는 그 존재에게서 느껴지는 흉험한 기세에 순간적으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가…… 가…… 강하다?!’
메타트론만큼의 압박감은 아니지만, 전신이 저릿저릿해지는 건 마찬가지였다.
놈의 생김새는 인간의 몸뚱이였지만 닭의 머리에 하체가 뱀과 같은 사인(蛇人)의 형태였다. 또한 저 닭머리의 뱀인간은 한 손에 채찍을 들고 있었는데 그 채찍이 아마도 닭머리 뱀인간의 전용병기인 듯했다.
닭머리의 사인은 나를 보자 채찍에 힘을 주어 잡아당기며 웃는 듯했다.
“후효효효…… 절세의 검술을 지니고 있다는 검객이 바로 그대요? 소문은 익히 들었소이다.”
신언이 아닌 육성으로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놈의 말 하나하나에서 신력이 흘러나오는 게 느껴졌다. 저놈이 지닌 신력은 굉장히 높은 수준이 분명했다.
“…… 너는 누구냐.”
“이리 뵙게 되어 영광이오. 소인은 9계의 시험관인 아르콘(Archon) 아브락사스(Abraxas)…… 천사왕 직속의 유일무이한 집정관이외다.”
저놈이 말할 때마다 주변공간이 일그러진다. 너무 강한 힘 때문에 차원이 왜곡될 정도인 것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집정관? 그게 뭐 하는 건데?”
“칠천의 지배자인 대천사들이 메타트론님께 반역을 일으키려 하면 심판하는 자이지요.”
“……!!”
뭐? 대천사를 심판할 수 있다고?
뭔가 안 좋은 예감에 내가 검을 재빨리 뽑아 들자, 아브락사스의 눈이 시퍼런 신광을 머금으며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강자와의 대결은 나 아브락사스 또한 염원하던바…… 한 수 부탁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