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검신 89권 05화
나는 그 후 이강룡에게 천화뇌룡신공의 고급 요결을 가르침받았다.
“내공은 이미 충분하고도 넘치니 굳이 더 얘기할 필요도 없겠지. 또한 심의(心意)도 자네가 나보다 나으니 가르칠 게 없어. 허나 기교(技巧)는 이야기가 다르니 조금 첨언을 하겠네.”
“그리 겸손할 필요 없소. 내가 신역에 발을 들였다 해서 세상 모든 무공에 천재적인 자질을 발휘하는 건 아니니까.”
“허허. 이거 너무 솔직하게 말해서 내가 낯이 뜨겁군.”
이강룡은 겸연쩍은 듯 입을 쩝쩝 다시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 맞네. 자네의 경지가 높다 해서 무공의 오성도 천재가 된 건 아니지. 그러니 지금부터 가르쳐주는 걸 잘 집중해서 배우도록 하게.”
“알았소.”
“사실 천화뇌룡신공도 둔재가 배우기엔 적절치 않은 무공일세. 무려 54개의 요결과 조합에 따라 내기(內氣)에 뇌령(雷靈)을 흘려서 정묘한 운용을 골자로 하기 때문일세. 처음부터 기교위주의 무공이지.”
“음!! 이청운은 그런 거 모르던데…….”
“이광이 말 안 하던가? 천화뇌룡신공은 중원에 있을 때의 무공을 기반으로 내가 서방에서 실전을 통해 다듬은 무공일세. 나는 용병일을 하다가 백련교에 복귀하지 못하고 죽었으니 그 아이에게는 가르쳐줄 수 있을 리가 없지.”
“…….”
나는 이강룡의 말을 들으며 미심쩍어했다.
“뇌신류의 기존 무공 또한 충분히 기교가 넘치는데다 강력한데 굳이 천화뇌룡신공을 창안한 이유가 있소? 그것도 기교 위주의 무공을 만든 이유를 모르겠군.”
“당연한 거 아닌가? 서방에서 실전을 겪을 때는 더욱더 정밀한 운용이 필요했기 때문일세. 특히 마(魔)를 상대로 할 때는 말이야.”
“무슨 뜻이오?”
“알기 쉽게 설명해주지.”
우우웅!!
자리에서 일어선 이강룡이 주먹을 꽉 쥐더니 거기에 뇌령을 집중시켜서 강렬한 뇌신권(雷神拳)의 기운을 맺히게 했다. 그는 잠시 후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눈앞에 있던 거대한 바위에 일권을 내질렀고, 이 장 크기의 바위는 순식간에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콰앙!!
“어떤가?”
“어떠기는…… 훌륭한 한 수였소.”
나는 빈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방금 전 이강룡의 한 수는 심기체(心技體)가 완전히 합일되어 있어서 사실상 인간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극한의 권법경지에 가까웠다. 내가 심혈을 기울인다 해도 저것보다 더 완벽한 일격을 내지르기는 힘들 정도였다.
“그렇네. 중원이라면 이걸 제대로 한 방 맞추기만 하면 초절정고수고 뭐고 다 죽지. 호신강기 관통하는 게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고. 하지만 서방에서는 안 죽는 놈이 너무 많았어.”
“……응? 무슨 말이오.”
“무슨 말이기는. 마(魔)에 속한 놈들은 목숨이 여벌로 수십개씩 있고 초재생능력도 있고 심지어는 군체(群體)라서 핵(核)을 찾아내지 못하면 절대 못죽이는 경우도 허다했단 말일세. 나는 그것도 모르고 초반에 무공만 믿고 막 들이대다가 죽을 뻔한 적이 꽤 있었지.”
“아하……!!”
나는 이강룡의 말뜻을 깨닫고 탄성을 질렀다. 그의 말대로 [옛 지배자]와 그 수하들은 무척 사악한 괴물들이었기 때문이 인간의 상식으로는 허용될 수 없는 무식한 재생력과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놈들을 상대로는 무림에서 갖고 있던 상식이 아예 통용되지 않는다는 걸 나 또한 경험으로 미루어 알고 있는 것이다.
이강룡은 부숴진 바위 조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렇게 산산이 부숴도, 촉수가 갑자기 살아 있는 것처럼 뛰어들어서 기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네. 이런 걸 대처하려면 사실 경험밖에 답이 없지만 경험으로도 부족한 경우가 너무 많았네. 기오막측한 괴물들이 어찌나 많았는지…….”
“이해하오.”
나는 이강룡의 말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가 있었다. 나도 전생하면서 무수히 많은 괴물을 잡아봤기에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찌해야겠나? 아무리 절세고수의 반사신경이 인간을 뛰어넘었다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어. 막거나 피하기는 더럽게 어려운데 사악한 놈들답게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인 경우도 많지. 생전 처음 겪는 사악한 적을 상대로는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겠나.”
“그 답이 바로 기교라는 말이오?”
내가 추측을 하자 이강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처럼 그냥 순수하게 힘이 강하면 제일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기교를 이용해서 돌파할 수밖에 없지. 예를 들자면 이렇게…….”
이강룡은 옆에 있던 다른 바위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아까와 비슷하게 뇌신권을 날렸다.
투웅!!
이번에 바위는 산산조각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 순간 바위의 내면이 공동(空洞)처럼 비워졌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순식간에 날카로운 칼날처럼 숭덩 하고 안쪽공간을 뇌령으로 발라냈구나!’
파지직! 파직!
그 뿐만이 아니었다. 바위가 지직거리는 걸 보니 가격된 후에도 뇌령이 소모되지 않고 계속해서 바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이강룡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자주 쓰는 천화뇌룡신공의 수법인 절룡인(絶龍印)일세. 일단 절기(切技)로 적의 내면에 있는 핵(核)부터 발라내고 나서 뇌룡의 기운으로 적을 휘감아서 지속적으로 피해를 주고, 덤으로 감전되어서 움직임을 둔하게 만든다네.”
“……이거, 중원무림에서 인간한테 썼다면 무척 잔인한 수법일 것 같소만…….”
인간이 당한다면 깔끔하게 죽지 못할 것이다. 일단 내장이 발라진 후에도 전신이 번개에 튀긴 고통 때문에 마치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죽어나가리라. 내가 중얼거리자 이강룡이 말했다.
“인간한테 쓰면 그렇겠지. 헌데 마물한테는 이렇게 효과적인 수법이 드물다네. 마물들은 직접 베고 찌르는 공격에 무척 내성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움직임을 멈춰놓고 알아서 생명력을 소모하게 만드는 게 제일 효율적이지.”
“음, 하긴 인간한테 이렇게 복잡하게 피해를 줄 필요는 없지. 그야말로 마물 잡기 좋은 무공이구려.”
“허허, 직접 써 보면 얼마나 괜찮은지 알 수 있을 것이네.”
이강룡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손바닥을 내밀어서 뇌기(雷氣)가 복잡하게 움직이는 게 육안에 보이게끔 형상화했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윙윙거리며 손바닥을 맴도는 뇌기를 보여준 이강룡이 말했다.
“요점은 이걸세. 중원에서는 뇌공(雷功)을 단순히 공격력의 증폭에 쓰는 일이 많았지만 천화뇌룡신공은 뇌기가 지니고 있는 복잡다단한 성질을 응용하는 게 중요해. 또한 천화뇌룡신공의 모든 초식은 ‘마물을 효율적으로 잡는’ 것에 맞춰져 있으니 이걸 이해해두면 무공을 이해하기 쉬울 걸세.”
“흠…… 알았소.”
나는 그 후 이강룡에게 복잡한 천화뇌룡신공의 고급수법과 연계초식을 배웠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나 또한 이강룡에게 사신지혼의 수련을 알려주었고, 각자가 하루나절의 시간을 써서 수련을 하는 시간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약 석 달 정도가 지났을까? 나는 이강룡이 알려준 천화뇌룡신공의 요점이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초식수법의 가짓수는 무척 많다. 하지만 이 초식들은 하나같이 상대가 무한의 생명력을 믿고 설치는걸 제압하는걸 목적으로 하기에, 그 목적만 이해 한다면 의외로 쉽다.’
파생되는 초식수법은 최소한 천여개 이상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모든 초식을 외우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 초식들은 상황에 따라 맞춰쓰게 되어 있었으며 목적만 이해 한다면 그때그때 다른 방식으로 써도 되게끔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 초식 하나하나에는 이강룡이 만나보았던 수많은 기오막측한 이계의 마물들을 때려잡은 경험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별의별 외계괴물들이 수많은 형태로 불사(不死)를 자랑했을 테니 그걸 때려잡으려고 무척 고심한 흔적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강룡은 실전경험 속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불사를 봉인하는 법을 깨달은 거나 마찬가지구나.’
아마도 이강룡보다 불로불사(不老不死)를 잘 때려잡는 사람은 없으리라. 본인이 자랑하거나 내색하지 않아서 그렇지, 아마 아오키가하라 수해에 던져놓아도 내가 만나보았던 모든 고수들 중에서 가장 손쉽게 적들을 때려잡을 수 있는 자일 것이다.
과연 고대신의 용병!
또한 나와 함께 수련하던 이강룡은 무척이나 빠르게 사신지혼의 성취가 오르는 게 눈에 보였다. 나는 수련하던 이강룡을 보고 감탄했다.
“굉장하군. 이광이나 심수력보다 몇 배는 빠르게 사신지혼을 이루는 것 같소.”
가부좌를 틀고 사신지혼을 수련하던 이강룡이 대꾸했다.
“사신지혼을 쉽게 익히는 조건 중에 강대한 뇌령과 뇌기에 대한 이해 아닌가? 나는 그 두 가지 조건이 이미 갖춰져 있기에 빠르게 성취를 올리는 것 같군.”
“그렇구려.”
“그보다 잘 왔네. 마침 나도 자네의 천화뇌룡신공 성취를 올리는 방법을 생각해냈거든.”
“그게 무엇이오?”
“내가 보기에 자네도 수많은 괴물을 잡아본 경험이 있는 것 같네. 그래서 천화뇌룡신공의 심의(心意)를 잘 이해하는 느낌이야. 초식 그 자체의 정밀함은 좀 떨어지더라도 이 정도면 괜찮은 오성일세.”
이강룡이 눈을 빛냈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는 마물과 전투를 하면서 천화뇌룡신공을 수련하게. 그게 자네에게 가장 맞는 수련법이야.”
“……!!”
나는 깜짝 놀랐다. 세상에 마물과 전투하면서 수련하라니? 이런 수련법은 본적도 들은적도 없었다.
나는 약간 당황해서 말했다.
“아니…… 마물잡기 좋은 무공이란 건 이해했는데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오.”
“흐음. 쉽게 말하자면 전장의 용병들이 실전검술의 경지를 올리는 것과 같은 원리라 할 수 있지. 목숨을 걸고 상대와 싸울 때 그 초식을 언제 왜 써야 하며 어떤 효과인지를 생생하게 체득하는 거야. 다만 천화뇌룡신공은 대인전보다는 대마물전투에 특화되어 있으니 직접 겪어봐야 이해하기 쉽지.”
“마물이라…… 그런 걸 어떻게 준비하오?”
“별거 있나? 자네가 만나보았던 마물을 신력으로 창조하게. 그게 귀찮으면 그냥 자네의 신력에서 마(魔)를 뿜어내어서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다 보면 알아서 마물들이 탄생할 것이네.”
“흠! 그런 방법이 있었군…… 일단 해 보겠소.”
내가 이강룡이 제시한 새로운 수련법을 해 보려고 빙글 몸을 돌리자 이강룡이 나를 불러세웠다.
“아, 또 하나 주의점이 있네.”
“무엇이오?”
“자네가 만들어낸 마물과 싸우면서 자네는 신력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힘을 봉인하게. 오로지 무예만 써야 하며, 내공은 초절정고수 수준으로 제약하게. 사신지혼도 쓰지 말게. 만일에 마물에게 상처나 부상을 입더라도 신력으로 회복하면 안 된다네. 전륜성왕의 권능도 쓰지 말고 죽음에 이른다면 그냥 죽음을 받아들이게.”
나는 이강룡의 말에 깜짝 놀랐다.
“……?! 아니 왜?! 그러면 너무 위험하잖소.”
저 말대로라면 사실상 나는 거의 모든 힘을 봉인하고 싸우는 셈이었다. 그래서야 아무리 나라고 해도 마물에게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위험해도 그래야 수련이 된다네. 자네는 불사신의 가장 큰 약점이 뭔지 아는가?”
“무엇이오?”
“바로 방심일세. 생명체라면 조금만 부상을 입어도 전투력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늘 팽팽한 긴장을 놓지 않으나 자신이 불사신이라는 걸 자각하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긴장을 놓게 되지. 자네는 사실상 불사신보다 더한 신 그 자체라 할 수 있으니 알아서 스스로를 제약하지 않으면 아무런 수련성과도 얻지 못할걸세.”
“……!!”
“내 말 명심하게. 천화뇌룡신공의 ‘필요’를 느껴야만 해. 무(武)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걸 바치는 태도가 중요한 걸세.”
“……알았소.”
파앗
나는 이강룡이 있던 곳을 떠나서 외딴 험지로 순간이동했다. 그리고 내 몸에서 강대한 마력(魔力)을 방출하면서 가만히 앉아 있자, 이강룡의 말대로 알아서 마력에 감응해서 서서히 마물들이 탄생하는 게 여기저기에서 느껴졌다. 어느 정도 마물들이 생성되면 그때 수련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는 약간의 번뇌에 휩싸였다.
‘아 젠장…… 빡셀 거 같은데…… 꼭 해야 하나?’
내가 아오키가하라 수해나 전생모험 중에 마물을 때려잡은 적은 많지만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다. 무(武)를 겨루는 게 아닐 뿐더러 마물들 특유의 강렬한 생명력과 의외성을 찌르는 기습 때문에 무척 까다로운 상대였다. 이런 놈들을 상대로 아무리 내가 무공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집중력이 갈수록 소모되어서 자칫했다가는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주저하게 되었다.
‘예전에 마물 잡을 때도 그게 성가셔서 좀 쎈 마물이 있다 싶으면 그냥 몸을 숨기거나 도망치는 일도 많았는데 그냥 맨몸으로 다 부딪히다니. 제기랄…… 진짜 귀찮은 수련이네.’
…….
그래도 무공의 벽에 가로막혀서 수많은 번뇌를 겪었던 경험에 비하자면 삶과 죽음을 몇 번 오가는 정도는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마음을 굳게 먹은 채 천화뇌룡신공의 수련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크오오오
이윽고 내 마력 때문에 반경 수십 리 일대가 마물로 가득해졌다. 나는 잠시 후 내 신력을 잠시 봉인하고 순수한 내 내공 또한 과거 아오키가하라 수해에 갓 도전했던 수준으로 제약을 걸었다. 그리고 서서히 동굴을 나서니, 어둠으로 물든 숲속에서 여기저기서 강해보이는 마물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나는 마물들에게 달려들며 기합을 내질렀다.
“하아앗!!”
번쩍!!
순식간에 검뢰를 실은 뇌섬(雷殲)으로 근처에 있던 마물들을 단숨에 다 베어 버렸다. 나는 무려 열여섯 마리나 되는 중대형 마물들을 쓸어버린 사실에 만족하며 그 자리를 뜨려 했는데 그 순간 기습이 날아온다는 예감이 들었다.
퓨웃
“……!!”
이거……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으면 이번에 무조건 한 대는 맞았겠는데?!
아슬아슬하게 피하긴 했지만 무척 의외의 장소에서 날아온 일격이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피함과 동시에 그 마물의 공격이 날아온 살점을 검뢰로 지졌는데, 그 순간 또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푸콰콱!!
살점이 검뢰에 지져지는 순간 또다시 폭발해서 살점조각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나는 그 조각을 하나도 맞지 않고 피해냈지만 또다시 조각이 뭉쳐져서 여기저기서 마물들이 부활하는 걸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으음. 이강룡이 말했던 게 이런건가.’
검뢰로 뇌섬을 날리면 편하게 마물들을 다 해치우는 거 같지만 마물들은 베기 한 방에 다 죽을 정도로 만만하지 않았다. 생명력이 워낙 강한 데다 베기에 대한 내성이 어마어마한 것이다. 즉 내가 무림에서 평소에 사람을 대상으로 쓰던 무공은 마물을 상대로 할 때는 잘 통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아오키가하라 수해에서 싸울 때는 차분하게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피하다가 한대씩 치면서 마지막에 핵을 날려서 이겼는데…… 여기서 그렇게 귀찮은 싸움을 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끌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검을 들며 중얼거렸다.
“천화뇌룡신공을 써봐야겠어.”
아마 지금 내가 느끼는 ‘필요’야말로 이강룡이 의도한 수련의도일 것이리라.
파바밧
나는 마물들이 재생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달려들어서 빠르게 검을 찔러 넣었다.
천화뇌룡신공(天華雷龍神功)
절룡인(絶龍印)!
푸콰콱
절룡인에 당한 마물들은 바로 쓰러지지 않고 비틀거렸다. 그리고 거의 움직임이 멈추다시피 했고 잠시 후 하나둘씩 감전되어서 흐느적거리며 쓰러졌다.
풀썩 풀썩
개중에는 폭발하는 살점을 날리던 놈도 있었는데 그놈도 알아서 피곤죽이 되어서 쓰러졌다. 절룡인이 속을 파내버려서 핵이 바로 분쇄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오오오.]
하지만 개중에는 생명력이 몇 개씩이나 되는 놈도 있는지 이내 재생하면서 감전을 풀고 또 달려드는 놈이 있었다. 나는 그런 놈을 보며 생각해냈다.
천화뇌룡신공(天華雷龍神功)
뇌룡종(雷龍鐘)!
터엉!
쌍수(雙手)를 날려서 놈의 몸을 타격하자 마치 일렁이는 듯한 두 개의 파장이 마물의 몸을 뒤흔들었다. 그러자 마물은 비틀거리더니 그 자리에 멈춰 섰고, 이윽고 그 자리에서 피를 울컥 내뿜으며 죽었다. 그리고 죽었다 싶을 때 도로 부활해서 살아났는데 그 와중에도 파장은 계속 일렁였고 마물은 그 자리에서 죽었다 살았다를 반복하며 자기 목숨만 소모하는 게 보였다.
[끄오오.,…….]
“효과 좋군.”
나는 뇌룡종 초식의 효과에 크게 만족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이 초식은 이런 용도였던 것이다.
‘죽여도 또 살아나는 부활류 마물…… 그놈들을 뇌전의 파장으로 묶어놓고 혼자서 생명력만 소비하게 만드는 절기…… 뇌룡종!!’
천화뇌룡신공의 비급을 무림에서 얻어서 익힌다면 그자는 뇌룡종의 초식이 대체 무슨 의미인지 헷갈릴 것이다. 일단 뇌공을 상대에게 적중시키는 것부터가 중요한데 적중시키고 나서 뇌전의 파장을 조종하는 수법이라는 건 대인전에서는 별 의미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물을 상대한다면 뇌룡종이 왜 효율적인 무공인지를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단순 위력이라면 절룡인이든 뇌룡종이든 결코 검뢰난무보다 강할 수 없다. 그러나 초식을 언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그 위력은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천화뇌룡신공만 써서 마물을 잡자!’
그것만으로 충분한 데다가 사실 그게 제일 좋은 수련법이니까!
나는 한층 자신감을 얻고 열심히 마물들을 잡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천화뇌룡신공에서 그냥 겉핥기로 익혔던 초식들도 그 진짜 의미를 깨닫고 여기저기에서 응용해서 써먹을 수가 있게 되었다.
재미있다.
인간을 상대로 연마하는 무(武)는 아니지만 응용력을 살려서 다양한 마물을 잡는 이러한 ‘사냥’ 또한 무(武)가 아닐까?
나는 오랜만에 무예를 연마하며 큰 재미를 느끼며 마물 때려잡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약 3년여의 시간이 지났는데 나는 어느 날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퍼억!!
“크으윽!!”
이런 제기랄, 너무 집중력이 깎여서 못 피했어!
아니, 방심한 건가?!
괴물의 촉수에 팔뚝을 꿰뚫린 나는 즉시 신력을 써서 회복하고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그러나 당초에 제약을 걸어놓았던 것을 기억해내자 신력을 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츄와아악
“끄아아악.”
하지만 나는 촉수에 꿰뚫린 부분에서 격통이 이어지면서 잠시 후 눈에 보일 정도로 종양이 부풀어오르고 마물의 살점이 내 몸을 침식하는 걸 알 수 있었다. 재수 없게도 가장 악질이라 불리는 기생형 촉수에 당한 것이다!
‘씨발! 씨앗을 적의 혈관에 넣어서 강제로 성장시키는 놈이잖아! 이런 놈 아오키가하라 수해에서 봤었는데…….’
나는 고통은 그렇다 치고 이대로라면 촉수에 뇌까지 당해서 죽지도 살지도 못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 안 돼…… 여기에 내가 있다는걸 아무도 모르는데 그런 상황이면 정말 수천 년 내내 촉수에게 뇌만 파먹힐수도…….’
신력을 쓰면 이깟 마물의 침식쯤은……!!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나 자신과 한 약속을 어길 순 없어! 그러면 수련성과는 거의 날아가는 거나 마찬가지야!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등했다.
그러던 중 나는 문득 한 가지 타협안을 생각해냈다.
“……나 자신이 가진 힘이기만 하면…… 그리고 신력처럼 사기적인 힘만 아니면 되는 거잖아.”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내 몸에 퍼져 있는 세쓰(seth)의 회로를 깨웠다. 그러고는 눈을 파랗게 빛내며 세쓰의 마력을 상처부위의 종양에 집중시켰다.
이 기회에 이쪽 수련도 같이하지 뭐!
치지지직
은빛의 기운이 종양이 퍼져나가는 걸 막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당신의 몸에 떠오른 은빛 거미줄은 바로 그 3계열의 권능을 자유자재로 시전하기 위한 준비단계인 세쓰(Seth)야.]
[잘했어. 이제 세쓰를 통제하는 단계가 되었으니 삼주를 조종해서 세피로트의 마법을 쓸 수 있게 된거야.]
[삼주는 무한(infanat), 승화(sublimatyon), 지배(kontrol)의 3가지야. 술자의 머릿속에 3계의 정신세계를 별도로 만들어서 상단전을 강화시키는 식이지. 세피로트의 마법사는 이 3개를 조화롭게 연마해서 세피라라는 고급단계의 마법을 익혀. 그 10계의 세피라를 통달하면 시몬마구스처럼 하위마신이 될 수 있지.]
전뇌자가 해줬던 설명.
치잉 치잉 치잉
‘…… 지배……!! 종양을 지배해서 감염의 전파를 막는다!’
나는 내 의념과 함께 직관적으로 상처부위에 은빛 회로의 힘이 몰려들면서 삼각형을 구성하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러자 잠시 후 세쓰의 힘이 촉수의 침식을 완전히 차단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으아아앗!!”
촤악
나를 공격했던 마물을 일격에 해치워 버린 후 나는 상처부위에 은은하게 떠올라있는 은빛 삼각형을 쳐다보았다. 나는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젠장. 그래도 끝까지 무공만으로 했어야 했는데…… 방심한 내가 잘못이다.”
아무래도 편법을 쓴 건 사실이니까 나는 나 자신을 죽은 것으로 판정하기로 했다. 무공만이었다면 사실 죽었으리라.
‘3년쯤 지났겠다 다시 이강룡한테 가서 수련결과나 이야기할까.’
나는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는데 순간 멈칫하고 말았다.
“…….”
내 눈에는 촉수의 침식을 막고 있는 은빛 삼각형의 세쓰가 보였다.
[세피로트는 크게 3계열로 나뉘어져. 이걸 삼주(三柱) 혹은 샤한 크레테라고 불러. 삼주를 이용해서 분화된 10계열의 세피라를 조종해서 다양한 초능력과 마법을 쓸 수 있는 거야.]
그리고 머릿속에 다시 한번 전뇌자의 말을 되뇌인 후, 나는 믿을 수 없는 걸 깨달았다.
“……이럴 수가.”
삼주(三柱).
설마 이것 또한 삼재(三才)의 이치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