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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674화 (1,573/1,615)

전생검신 89권 04화

오딘?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좀 더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수중에서 편히 대화 할 수 있는 공간을 창조했다.

그러자 이강룡이 설명해 주었다.

“자네라면 고대신이라 불리는 질서의 신격 중에도 파벌이 있음을 알고 있을 걸세. 쉽게 말하자면 오딘은 그중 에시르 신족이라 불리는 파벌의 왕이라고 보면 되지.”

“아, 이해했소.”

이번에 [큰 굴레]를 과거로 돌리지 않았다면 이해가 가지 않았을 이야기지만 이번에 오시리스가 이끄는 영계의 만신전과 직접 마주친 적이 있었기에 쉽게 알 수 있었다.

‘응?’

나는 오시리스의 영계 만신전을 생각하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강룡에게 말했다.

“저번에 말했지만 나는 [큰 굴레]를 과거로 돌려서 수만 년 전의 지구에서도 활동하고 있소. 그런데 내가 알기로 신조문명 칼파를 이끄는 천축 3대신이 하나의 파벌, 그리고 복희를 위시한 삼황이 하나의 파벌, 그리고 영계의 만신전이 있소. 내가 아는 고대신의 큰 파벌은 이렇소. 그런데…….”

이강룡은 내 말을 짐작했다는 듯 미리 말했다.

“에시르 신족은 자네가 알고 있는 탁록시대의 그 어떠한 고대신 파벌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거군. 또한 들어 본 적도 없고.”

“……그렇소.”

“흐음. 에시르 신족은 아마 탁록의 시대에도 이미 지구에 와 있었을 건데…… 그렇다면 무언가 이유가 있어서 일부러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고 있을 확률이 크지 않을까?”

“자신들의 정체를 숨긴다고? 어째서?”

“그거야 나도 모르겠군. 허나 예전에 고대의 정령에게 들은 걸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이강룡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자들은 세계수의 뿌리에서 도래한 일족이라 알고 있네. 그게 뭔가 연관이 있을 걸세.”

“세계수의 뿌리라고?”

“이른바 거대한 물푸레나무, 유그드라실이라 불리는 세계수지. 이 유그드라실의 가지는 아홉 세계에 뻗는다고 하며 에시르 신족은 그 뿌리를 타고 이 세계로 온 특이한 존재들이라 했네. 기존의 고대신들과는 혈통 자체가 다른 존재라는 거지.”

“…….”

어……?

아홉 세계…… 뿌리……?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나는 기억을 되살리며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외우주에서 만났던 권성 이혼의 말이 생각났다.

[저 나무는 대체 누가 만들었소?]

[이 공간을 만든 것은 아홉 개의 뿌리를 이용해서 이 세계에 도달한 이계의 선각자(先覺者)들이라고 들었소. 그리고 이 공간이 남극에 출현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대략 5십만 년 전이라고 파우스트 박사가 그러던데…… 인류역사 따위보다 훨씬 아득한 과거라고 할 수 있겠지.]

[…… 뭐 나무야 그 선각자들이 만든 게 아니지. 저건 원하는 장소에 출현할 수 있었고 그게 우연히 우리 세계였다고 들었소. 선각자들은 그 나무를 찾아서 이 세계에 도달했을 뿐.]

권성 이혼이 보여주었던 남극기지의 세계수! 그 세계수의 내력을 이혼이 설명해 줄 때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

‘분명…… 그랬다. 나무의 출현에 따라 선각자들이 나무를 둘러싼 봉인결계 같은 걸 만들어냈다고 했지.’

그리고 나는 또 하나의 말이 생각났다.

[성체가 된 세계수는 겉으로는 실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물리적인 실체가 없소. 가공할 마력을 이용해서 현실계에 투영한 상(像)이 맺혀진 것에 지나지 않지. 실제로 세계수는 고위차원에 존재하고 있으며 그 세계수가 뻗고 있는 뿌리가 세계의 구획을 넘어 아홉 개의 세계에 뻗쳐서 그 세계에 존재하는 마력을 빨아오고 있는 것이오.]

[우주의 창생과 함께 만들어졌던 고세계(古世界). 우리 연금술사들은 그 아홉 개의 고세계를 각기 아스가르드, 미드가르드, 요툰헤임, 헬, 알브헤임 등으로 칭하고 있소. 그리고 그 고세계에서부터 고신과 거인족들이 탄생했다고 보고 있소. 몇몇 엘더들의 고향이기도 하지.]

[[아홉 개의 세계]란 그저 비유적인 표현에 불과하게 되었소. 그 9개의 고신계에서만 힘을 빨아올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무한의 평행세계에서 무한의 마력을 빨아온다는 건 달리 말하면 뿌리를 통해 그 평행세계와 현실세계를 잇는 통로를 만들었다는 뜻이오. 그런데 그 뿌리를 통해 마력뿐만이 아니라 평행세계의 또 다른 매질이나 존재를 소환할 수 있다면……?]

생 제르맹이 [아홉 개의 세계]에 대해 설명해 주면서 갑자기 2명으로 분열한 십이율주에 대해서 설명해줬을 때의 말이었다.

‘생 제르맹은 세계수를 통해 또 하나의 율주가 소환되었을 거라 추측했다. 아마 그 추측은 맞겠지.’

나는 기억을 정리하면서 하나의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에시르 신족이 세계수 유그드라실을 관리하던 [선각자]인 거군.”

“응? 무슨 소린가?”

나는 과거에 들었던 정보를 이강룡에게 말해주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에시르 신족이 만일 아스가르드나 미드가르드 같은 타계(他界)에서 온 이방인이라면 그 자들은 세상에 자신들의 존재를 공공연히 떠벌리지 않을 것이오. 왜냐하면 그 타계라는 건 일반적인 이차원이 아니라 외우주(外宇宙)에 가까울 테니까.”

“……!!”

이강룡은 뭔가를 눈치챈 듯 말했다.

“그렇군…… 자네 말은, 에시르 신족이 세계수를 통해서 이 세계에 왔으나 언제든 고향으로 되돌아갈 수 있으려면 자신들의 거점이라 할 수 있는 세계수를 지켜야 한다는 말이군.”

“바로 그거요. 퇴로(退路)가 막히면 곤란하지 않겠소? 삼황이나 영계 만신전의 고대신들은 처음부터 이곳이 고향이니 별 상관없지만, 그자들은 세계수가 공격받을 경우 위태로울 테니 본격적인 신들의 투쟁에는 뛰어들지 않았던 것이오.”

“호오…… 재밌는 추측이군. 그렇다면 에시르 신족이 비교적 후기에 활동하기 시작한 것도 이해가 되는 것 같네. 탁록시대가 끝나고 삼황오제와 [옛 지배자]들의 정전(停戰) 협정이 이뤄져서 지상의 혼란이 꽤 잠잠해졌기에 가능했던 일이란 말이군.”

“훗.”

나는 간만에 머리를 잘 썼다는 생각에 득의양양한 웃음을 지었다.

‘어떠냐! 나도 머리 꽤 쓴다고!!’

설마 이런 식으로 [선각자]의 정체를 알아내게 될 줄이야!

내 말을 듣고 생각하던 이강룡이 말했다.

“그렇다면 이 신병들을 꼭 얻어가야겠군. 그래야 에시르 신족과 협상이 가능할 게야.”

“훗…… 방금 전엔 좀 당황했지만 이젠 봉인을 다 풀었으니 그냥 가져가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겠소.”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대뜸 날아가서 궁니르를 내 손에 쥐었다.

쿠구구구구!!

그 순간 나는 창을 잡고 있는 내 손 자체가 찌릿찌릿하고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이상할 정도로 팔이 무겁고 힘들다는 느낌에 약간 괴로워졌고, 화들짝 놀라서 궁니르를 손에서 놓고 말았다.

“아니?! 뭐, 뭐야! 또다시 저주가 걸려 있나?”

내가 당황하자 이강룡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했다.

“내가 보기에 그 신창(神槍)은 자네를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네. 도리어 극도로 적대적이니 자아를 지닌 신병을 어찌 다룰 수 있겠는가?”

“……힘으로 누르면 어찌어찌 휘두를 순 있을 것 같소만.”

우우우!

내가 다시 콱 하고 궁니르의 창신을 붙잡자 확실히 내 신력으로 궁니르를 억누를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대단한 무기라지만 내 본신의 힘에는 비할 바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자 이강룡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그만두게. 그게 답이 아니란 걸 알지 않는가? 무기는 무사의 또 하나의 생명이나 다름없는데 그 무기와 무심(武心)으로 화합을 이루지 못한다면 차라리 평범한 철 막대기만도 못해.”

“…….”

맞는 말이다.

내가 슬며시 궁니르를 손에서 놓자 이강룡이 말했다.

“아무래도 궁니르의 자아는 자네를 로키라는 자로 오해하고 있는 듯하네. 그래서 적대적인 거지.”

“로키는 또 뭐 하는 놈이오?”

“내가 알기로는 에시르 신족에 있던 음모와 배신의 신격일세. 아마 궁니르의 원소유주인 오딘은 그 로키에게 배신당해 죽은 듯하군.”

“……참나, 대체 뭘 보고 나를 그런 놈으로 오해할 건덕지가 있다는 거지? 이해가 안 가는군.”

내가 떫은 표정으로 투덜거리자 이강룡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의 그 생김새는 삼황 복희를 복제한 것이라 했지?”

“그렇소.”

“그럼 생김새로 착각할 수는 없어. 아마도 자네가 쓰는 능력이 로키를 연상케 한 거라고 추측되네.”

“……?”

내가 쓴 능력?

트리무르티인가?

‘음…… 로키란 놈도 신력을 여러 개 합성해서 쓰는 능력이 있었던 걸까?’

아마 그럴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되자 약간 호기심이 생겼다.

‘…… 좋아. 어디 나중에 한 번 에시르 신족과 접촉해서 그 로키란 놈을 찾아보실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말했다.

“아무래도 여기 있는 신병들은 전부 나를 오해하고 있을 듯하니 지금으로서는 내가 제대로 쓰기 힘들겠군. 일단은 이강룡 당신이 갖고계시오.”

“그러도록 하지.”

나는 이강룡과 함께 세 개의 신병을 모두 회수하여 호수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강룡에게 말했다.

“제각각 망치, 창, 마검이로군. 당신은 어떤 무기가 제일 마음에 드시오?”

“하하!! 답은 정해져 있지 않은가?”

그렇게 말하며 빙긋 웃은 이강룡은 궁니르를 집어 들었다.

“사실 나도 이게 제일 마음에 드네. 천하제일의 창이 틀림없어.”

“후…… 그럴 줄 알았소. 우리 뇌신류의 주종은 창술이기도 하니.”

“잘 알고 있군. 이래저래 수련하러 와서 일이 많았지만, 슬슬 잡스러운 건 접어두고 한번 싸워보겠나? 나는 이 궁니르를 쓰겠네.”

“좋소.”

처억

나는 이강룡과 마주 보고 대련을 준비했다. 나는 대충 아무런 철검이나 하나 소환해서 손에 쥐었고 이강룡은 벌써 궁니르에 익숙해졌는지 무척 기세가 안정되어 있었다. 나는 그런 이강룡을 보니 괜히 질투가 났다.

‘이런 젠장…… 궁니르 녀석…… 나는 왜 안 된다는 건데?’

저 천하제일의 신창을 나도 써보고 싶었다고!

내가 잡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이강룡이 서서히 창을 움직이며 공격을 해왔다.

퓨퓨퓽!

‘뇌령팔식인가?’

무척 정석적인 뇌신류의 창술! 간단한 초식이었지만 그에 담긴 무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창신일체(槍身一體)…… 거기에다가 정묘함 또한 천하일절이다.’

나는 그의 경지가 천뢰(天雷)의 경지를 가볍게 넘어 있음을 깨닫고는 침음성을 흘렸다. 그의 창끝에서 맴도는 강기가 아주 정제되어 있는 투기(鬪氣)의 결정체인 것만 봐도 그가 여태껏 겪어온 실전의 수준을 알 수 있었다. 이강룡 또한 틀림없이 강적을 상대로 수백번 이상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를 반복해온 백전연마의 달인인 것이다.

그가 중원에 남아있었다면 전성기의 이청운보다 한 수 위였을지도 모른다. 뇌신지혼을 쓰지 않은 상태만 이야기한다면 이강룡은 분명히 이청운보다 무예의 수준이 좀 더 높았다. 아주 미세한 종이 한 장의 차이긴 했지만, 그 차이는 실전에서 무척 컸다.

과연 뇌신류의 종사!

꽈앙!!

나는 정면에서 이강룡의 혼을 실은 일격을 받아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리 이강룡이 그만한 고수라 하지만 나는 이미 검성 아지다하카를 내 기술만으로 격파하는 경지에 올라 있었다. 인세(人世)에서 먹히는 정도로는 더 이상 내가 움츠러들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일 합을 나눈 순간 이강룡은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는 잠시 후 약간은 벅찬 듯한 얼굴로 말했다.

“과연……!! 차원이 다른 경지로군. 뭐라 표현할 수 없지만, 자네는 마치 나보다 무조건 선(先)을 잡고 있는 느낌일세!”

나는 손목이 크게 뻐근해서 휘휘 돌리며 투덜거렸다.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무식하게 강하군. 사실 방금은 나름대로 내가 전력으로 쳐낸 거였는데 내 팔이 아플 지경이오. 무슨 창술이 그리 강하오?”

아닌 게 아니라 나는 한번 이강룡을 기세로 눌러주려고 그의 창을 튕겨 버릴 셈으로 최선을 다했다. 잠력까지 끌어낸 수준은 아니지만 절대 봐주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힘]의 잠재력에서는 내가 조금 밀렸기 때문에 팔이 뻐근했다. 그렇게 친다면 지금 이강룡이 휘두르는 창의 위력은 백련교주의 호신강기를 가볍게 찢고도 남는다는 뜻이다.

그게 의미하는 바는 - 궁니르를 휘두르는 이강룡은 명백히 인간계 최강급의 고수이며 투선급이라는 뜻이다.

그러자 이강룡이 겸연쩍게 웃었다.

“온전히 나 자신의 힘은 아닐세. 이 창의 힘이 굉장히 크군.”

“역시 그런가.”

이강룡은 궁니르의 창날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마 이걸 다루는 데 익숙해지면 치사하게 느껴질 정도가 될 걸세. 아무래도 내 생각이지만 이 창은 투척(投擲)을 할 때가 가장 강할 듯싶군.”

“투척? 어디 한 번 해보겠소?”

“뭐…… 아직은 이 창이 내게 호응을 안 해주는 느낌이지만 어디 받아보게.”

그렇게 말한 이강룡은 뇌신류의 투창술을 써서 내게 빠르게 궁니르를 쏘아내었다.

쿠콰쾅

“끄, 끄으으윽.”

쿨럭!!

나는 정면에서 받아내려 하다가 전신에 고통이 닥쳐오며 급기야는 토혈을 하고 말았다.

부들부들

몸이 계속 떨린다. 무릎을 꿇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였다.

‘이, 이건 뭐야?’

너무 엄청난 파괴력이다.

내가 원래 상정하고 있던 일반적인 무공의 위력과 상궤를 달리하는, 파천황(破天荒)의 위력!! 고명한 신의 일격을 대비 없이 맨몸으로 맞았나 생각될 정도의 천문학적인 위력을 준비 없이 막았으니 이런 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토혈으로 끝난 것은 그만큼 신력이 강한 덕분이었으며 순수하게 내공과 의념만으로 막으려 했으면 갈가리 찢겼으리라.

내가 억지로 참아넘기자 도리어 이강룡이 놀란 듯했다.

“……자네 진짜 초월적 존재군. 설마 그걸 정면에서 받아낸다고?!”

“허…… 허허…… 정말 궁니르가 인정하지 않은 거 맞소?”

“그렇네. 무기의 혼이 내게 감응하지 않아. 다만 적대적이지도 않군.”

“…….”

그런 애매한 상태에서 대충 던졌는데도 이 위력이라고?

‘만일…… 내가 저 궁니르에게 인정받아서 던진다면…….’

얼마나 셀까?!

갑자기 내 마음속에 욕망이 확 불을 지피는 느낌이었다. 이강룡은 그런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백웅. 다른 무기도 한 번씩 써 볼 테니 한 번씩 위력을 측정해보게나.”

콰앙!

쾅!!

나는 이강룡이 차례로 공격해오는 걸 맞받았다. 그리고 나머지 두 개의 무기 또한 상당한 위력임을 확인했다. 잠시 후 이강룡은 대련이 끝나고 무기의 검신(劍身)을 유심히 확인하더니 말했다.

“번개망치의 이름은 묠니르라고 하며, 얼음마검의 이름은 미스틸테인이라고 하네.”

나는 앉아서 쉬고 있다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했다.

“엉?! 그걸 어떻게 알았소.”

“검신에 에시르 족의 고대어로 이름이 새겨져 있었군. 작게 새겨져 있어서 이제야 발견했네.”

“아, 아니 고대신족의 언어를 어떻게 알고 있소?”

“그게 내가 받은 고대신의 가호일세. 지구에 왔던 고대신족의 언어는 모두 해석 가능하네.”

“…….”

뭐야?! 진짜 뭐가 이렇게 박식해?!

나는 기가 막혀서 말했다.

“……그냥 용병 일 같은 거 도중에 관두고 백련교에 돌아오지 그랬소. 당신이 있었다면 독고운천이 백련교를 차지할 수 없었을 거요.”

이건 빈말이 아니었다. 이강룡 정도의 실력자라면 원영신을 얻은 교주와 정면으로 싸워도 승산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고대신의 가호까지 친다면 그는 명백히 대라신선도 때려잡을 수 있는 존재였다.

“흐음, 그런가? 허나 그랬다면 자네의 모험도 꼬였겠지.”

“무슨 소리요?”

“자네의 말을 들어보니 독고운천은 백련교주로서 큰 악행을 저질렀지만 동시에 자네가 커다란 성장을 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지. 어설프게 4대무류가 균형을 이루는 백련교를 상대로 했다면 자네는 그러지 못했을 거야. 그 또한 하늘의 뜻이 아니겠나?”

나는 순간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늘의 뜻……? 당신은 악신들이 횡행하여 정의 따위는 없는 이 세상에 그런 게 있다고 믿소?”

“왜 없겠나? 우리 백련교의 역사에서 우리는 사교로 칭해졌으나 모든 종사들이 자신만의 정의를 믿어 의(義)를 실천하고 살아왔네. 자네도 그 사실은 알 것일세.”

“…….”

이강룡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적어도 자네만은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돼. 그러니 섣불리 부정적인 말을 하지 말게나.”

“왜 내가 그런 말을 해선 안 되는 거요?”

그는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말했다.

“어쩌면 자네야말로 하늘의 뜻 그 자체일 수도 있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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