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검신 89권 02화
나는 이강룡에게 이 원륜의 비밀을 알겠냐고 물어보았지만,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모르겠네.”
“이게 외신도라는 건 보자마자 알았잖소.”
“그거야 책에서 이것과 비슷한 그림을 본 적이 있으니까…… 그런데 이 수수께끼를 푸는 건 다른 문제일세. 그리고 좀 더 본질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이게 왜 여기에 있느냐부터 이상하지 않나.”
“무슨 말이오?”
“자네의 반응을 보니 이 원륜의 수수께끼를 풀면 굉장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는 걸로 보이는군. 그 말은 이 유적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마도사, 혹은 마신이 높은 격(格)을 지닌 존재라는 뜻일 걸세. 맞나?”
“……맞소.”
“그런데 그런 존재가 여기에 원래 거주하고 있었다면 왜 이 수수께끼를 여기 놔뒀겠나? 그냥 엄청난 보상을 자기가 얻어버리면 그만일 텐데?”
“……!!”
“이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은 상태로 여기에 존재한다는 건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있네. 하나는 이 유적을 차지한 마도사조차도 이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다거나, 혹은 이 수수께끼 자체가 그 마도사에게 내려진 시련일 경우일세.”
나는 이강룡의 말이 무척 합리적이란 걸 깨닫고는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한참을 생각하다 말했다.
“전자는…… 그럴 수도 있다 치는데 후자는 어떤 경우요? 왜 시련을 내린다는 거지?”
“그 마도사가 어떤 신을 섬기는지는 모르지만 [옛 지배자]라는 존재들은 무작정 자신의 신도(信徒)에게 후의(厚意)를 베풀지 않는다네. 근본적으로 극악한 외계의 마신들인 만큼 그들에게 있어서 자신을 신앙하는 부하라고 하더라도 장난감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지. 그래서 이런 식으로 시련을 덜렁 던져놓고 시험하듯이 갖고 노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었지.”
“…….”
“즉, 이 수수께끼는 그 마도사에게 내려진 시련이며 너무 어려워서 아직 풀지 못한 수수께끼일 가능성도 높다는 걸세. 허나 이 유적에 서려 있는 마기(魔氣)를 보아하니 그 마도사는 꽤나 격조 높은 존재. 그런 마도의 소양을 지닌 자조차도 풀 수 없었던 걸 나 같은 한낱 용병이 어떻게 풀겠는가.”
“그, 그렇군…….”
이강룡의 말대로라면 상황이 쉽게 이해가 갔다.
‘[검은 산양]…… 그 외신이 자신의 신도인 시몬 마구스에게 내린 시련이자 수수께끼란 말인가!’
그 말대로라면 이건 지금 당장 풀 수 없는 문제였다. 시몬 마구스는 자력으로 인간 마도사에서 마신의 경지에 도달할 정도였으며 마법의 신인 헤르메스의 제자였는데 그런 놈조차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 그것은 이 수수께끼가 엄청난 난이도를 지니고 있단 뜻이었다. 외신의 시련이니 오죽하겠는가?
‘음…… 겉보기엔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데…… 여섯 개의 륜이 돌아갈 수 있는 톱니의 가짓수가 정해져 있으니까 시간은 걸려도 전부 다 하나하나 시도해보면 안 되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 번 살짝 원륜을 움직여 보았다. 그리고 원륜을 움직였을 때 무척 미세한 움직임도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느 정도의 움직임이 가능한지를 알아보았다.
“……!!”
이, 이런 젠장…… 무척 세밀해!!
하나의 륜에서 최소한 300여 개 이상의 단위가 존재하는 거 같은데?
그렇다면…… 륜이 6개라면…… 최소 수백조 가지나 되는 경우의 수가 있단 말인가?
그 정도로 경우의 수가 많다면…… 억겁의 시간 동안 이것만 돌려도 모자란 거 아냐?
멍해져 있는 나를 뒤에서 쳐다보던 이강룡이 말했다.
“그리고 한 번만 맞추면 되는지도 알 수 없지. 혹시나 1단계 2단계 3단계로 각각 다른 정답을 총 세 번 맞춰야 하는 경우라면?”
“…….”
“단순한 반복노동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일세. 아마 마도사가 여태 이 수수께끼를 못 푼 이유도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근본적인 공식을 몰라서겠지.”
“그, 그렇군…… 그렇다 해도 이걸 풀기만 하면 보상은 엄청날 것이오. 이건 아마 외신의 수수께끼일 테니까.”
“호오? 그 얘기 좀 해보게.”
나는 호기심을 느끼는 이강룡에게 이 유적이 사실 배교의 주인이던 시몬 마구스의 것임을 알려주었고 그가 모시는 신이 외신인 [검은 산양]이라는 걸 말해주었다. 이야기의 전말을 듣던 이강룡은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렇군. 확실히 쉽지 않겠어.”
“뭔가 풀 수 있는 방법 같은 거 없겠소? 당신은 마도를 좀 아는 것 같으니 당신의 감을 들어보고 싶소.”
“흠…….”
한참 동안 고민을 하던 이강룡이 입을 열었다.
“우선, 나를 살려냈던 것처럼 그 마도사 본인을 살려내는 건 무의미해.”
“어째서요?”
“그자도 못 풀었잖나.”
“아…….”
“이런 건 정공법으로 풀려면 말도 안 되는 노력이 필요해. 그럼 편법을 쓰는 게 옳을걸세.”
“편법이라면 어떤 걸…….”
“나 같으면 그냥 출제자한테 물어보겠네. 답이 뭐냐고.”
“……?!”
에에엥?!
나는 전혀 생각지도 않은 이강룡의 대답에 눈이 휘둥그레졌고 이강룡은 무심하게 말을 이었다.
“뭘 그리 놀라나? 이 세상 모든 이가 모른다 해도 출제자만은 정답을 알고 있을 거 아닌가.”
“아, 아니 그러면 시련의 의미가 없잖소?”
“그 마도사한테나 시련이지 자네한테 내려진 시련은 아니잖은가? 못 알려줄 이유는 없네.”
“…….”
“외신에게 이런 거래를 거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이겠지만…… 자네라면 왠지 가능할 거 같은 기분이 드는군. 아무튼 내 생각으로는 수수께끼를 못 푼다면 풀려고 하지 않고 답만 알아내는 게 올바른 접근법일게야.”
나는 이강룡의 생각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너무 생각이 자유로워!’
지금까지 봐 왔던 무림 출신 인간들과는 아예 발상의 틀 자체가 다른 느낌이었다. 심지어 마도에도 무척 익숙한 데다가 편견 같은 게 전혀 없어 보였다. 이런 종류의 인간은 완전히 처음 보았기에 내가 신기해하고 있을 때 이강룡이 하품을 하며 말했다.
“허엄…… 아무튼 이 수수께끼를 지금 못 푼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아. 그림의 떡을 계속 쳐다보고 있느니 다른 값나가는 걸 찾아보던가 아니면 빨리 수련하러 가보는 게 어떤가?”
“아? 그, 그게 낫겠구려.”
나는 정신을 차리고는 신전을 좀 더 뒤져보았다.
‘화안금정으로 투시하면 격조 있는 보물의 위치를 알 수 있어.’
그렇게 한참을 뒤지다 보니 나는 꽤 괜찮아 보이는 보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두 개의 신상(神像)!
흑(黑)과 백(白)으로 되어 있는 기묘한 신격의 신상이 서로 마주 보고 있었는 데 여기서 상당히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어림잡아서 최소 보패 이상의 귀물(貴物)이란 걸 짐작한 내가 신상을 거머쥐자, 아니나 다를까 이 안에는 상당한 양의 신력(神力)이 깃들어 있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신력이다. 내가 여태껏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신격인 건가…….’
아무리 못해도 전욱의 유적에 있던 전욱의 신상보다 훨씬 강력한 신력이 내재되어 있었다. 물론 지금 내가 얻어서 기뻐하기에는 별것 아닌 양이었지만 이 정도만 하더라도 지상에서는 보물 중의 보물일 것이리라.
내가 신상에 스며들어있는 신력을 느끼고 있을 때 뒤에서 다가온 이강룡이 말했다.
“그건 아후라마즈다와 앙그라마이뉴 로군.”
“이 신상을 아시오?”
“아후라 마즈다는 배화교에서 섬기는 선신(善神)이며 앙그라마이뉴는 그에 반대되는 악신(惡神)이네. 그 비슷한 형상을 마굴(魔窟)에서 봤던 기억이 나는군.”
“……그거야 나도 아는데, 이 신상들은 너무나 기묘하게 생겼소. 도저히 사람의 형상이 아니라 외계의 사악한 존재처럼 생겼는데…… 이걸 어찌 아후라마즈다와 앙그라마이뉴라 할 수 있겠소? 내가 아는 그 존재들의 신상과는 티끌만큼도 닮지 않았는데.”
아닌 게 아니라 아후라마즈다는 눈이 여럿 달린 촉수괴물처럼 생겼고 앙그라마이뉴는 생명체인지조차 의심스러운 신기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그 배화교 신상들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이강룡이 말했다.
“그게 바로 배화교 쌍신(雙神)의 진짜 모습일 걸세. 신의 진짜 모습은 절대 인간과 비슷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 않은가?”
“으음!”
“그 두 명의 신이 합쳐지면 주르반이라는 새로운 신이 된다고 들었던 것 같군. 그 신은 새로이 부활하지만 아주 옛날부터 존재했던 창세신 중 하나라고 들었네.”
그러고 보니 전욱의 동상 또한 굉장히 특이하게 생겼던 것 같다. 나는 아후라마즈다와 앙그라마이뉴의 신상을 번갈아서 쳐다보다가 말했다.
“……제갈사는 배화교 초대교주인 시몬 마구스가 [검은 산양]을 섬기고 있다 했었소. 그래서 배화교에서 섬기는 이 2명의 신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짜 신이라 생각했었는데…… 실재했었다는 말이군.”
“모든 게 진실이고 모든 게 거짓인 건 아니겠지. 적어도 내가 알기로 서방에서는 앙그라마이뉴의 힘을 빌리는 술사도 있었네. 내가 신상의 정체를 알아보는 것도 그 때문이지.”
“으음.”
나는 침음성을 흘리다가 문득 신기해서 이강룡에게 말했다.
“……당신은 이토록 어둠의 지식을 깊게 접하고도 정신오염이 일어나지 않소? 아까 신의 이름을 언급할 때도 그렇고 당신은 아무런 정신오염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구려.”
“허허. 설마 [옛 지배자]의 소굴을 토벌하는 청소부 역할을 하는데 가호 하나 안 받았겠나?”
“가호?”
“자네는 특수한 힘을 간파하는 눈이 있는 것 같으니 추가 나를 잘 보게.”
스으…….
번쩍
나는 화안금정을 써서 이강룡의 본질을 좀 더 확실하게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잠시 후 이강룡의 몸 주변에 상당히 많은 신력(神力)의 흔적이 둘러쳐져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게 가호인가?’
나는 그 흔적을 살펴보다가 약간 놀라서 말했다.
“한두 개가 아니군…… 최소 열 개가 넘는 것 같소만?”
“그렇네. 모두가 대신(大神)은 아니고 대개 중소급의 고대신들…… 아니, 정령에 가까운 자들이지만 그들이 내게 가호를 주었지. 그 덕에 나는 수많은 마도지식을 접했지만 단 한 번도 정신오염을 겪은 적이 없으며 웬만한 마기(魔氣)는 모두 저항할 수 있네. 마왕의 주문을 맞고도 거뜬히 버틴 적도 있지.”
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절대지경 고수가 이 정도의 가호를 보유하고 있다면 웬만한 대마도사 따위는 맨손으로 쳐 죽이고도 남으리라. 절대지경 그 자체가 의념천주로 인해 어느 정도의 마법저항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대신들이 이강룡을 용병으로 고용한 것은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상당하군. 그런데 이런 가호를 갖고 있는데도 노화저주에 당하다니, 대체 어떤 놈이 저주를 건 것이오?”
“아흐리만이라는 [옛 지배자]일세. 서방에서 가장 성세를 떨치는 사신교단의 주인이지. 상당한 고위신격이라 어찌할 도리도 없었네.”
“아흐리만이라…….”
나는 아흐리만이라는 이름을 들어봤던 것 같았다.
‘음…… 분명 대웅제국 때 나를 공격해오던 사교단이 아흐리만을 섬긴다고 했었던 것 같군.’
나는 그 이름을 머릿속에 기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시오. 내가 언제고 그 아흐리만이라는 놈을 때려눕혀서 당신의 복수를 해주겠소.”
“하하하!! 자네라면 정말 해낼 것 같군.”
껄껄 웃던 이강룡이 말했다.
“그 2개의 신상은 자네가 나중에 알아서 쓰고 이만 떠나세. 지금은 무공수련이 더 중요할 것 같군.”
“알았소. 시간 낭비해서 미안하군.”
파앗!!
나는 주르반의 유적을 떠나서 이강룡의 인도대로 계속해서 서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서역의 경계를 돌파해서 마침내 유럽까지 왔을 때 나는 이강룡이 정말 서방에서 많이 돌아다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지형을 제집처럼 외우면서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얼마나 용병 일을 하면서 돌아다닌 거지…….’
어쩌면 역사책을 찾아보거나 서방 조디악 멤버들에게 물어보면 이강룡에 대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잡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침내 이강룡이 한 지역에 멈춰 서 말했다.
“다 왔네. 여기일세.”
치지지지지직……!!
뇌연(雷淵)!
수백 장이나 되는 거대하고 맑은 호수는 쉴 새 없이 번개 때문에 새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곳은 번개의 호수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였고 이 호수에 생명체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나는 수많은 모험을 했지만, 지구에 이렇게 기묘한 지형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기에 입을 딱 벌렸다.
“버, 번개의 호수? 이런 게 자연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오?”
“이곳은 고대신인 루의 성지일세.”
“루?”
“루 라바다라고 하는 신격이 이 호수 밑에 잠들어 있네. 그리고 그와 함께 몇몇 강력했던 고대신들이 함께 봉인되어 있는데, 그중 강력한 뇌력을 장기로 하는 망치의 신이 함께 있는 모양이더군. 그래서 다중신력이 작용하다 보니 이렇게 비현실적인 장소가 출현하게 된 것이네.”
“으음. 그렇군…… 그런데 인간들은 이런 장소를 못 찾아낸 것이오?”
“성지라서 허락되지 않은 자는 감지조차 할 수 없네. 차원이 격리되어 있지. 허나 나는 출입증을 과거에 가호로 발급받은 적이 있고, 자네는 아예 그런 차원격리조차 적용이 안 되는 완전한 신이라서 그런 듯하군.”
“…….”
계속 내가 신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참 기분이 묘해진다. 이러다가 정말 신이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난 별로 신이 되고싶지 않은데…….’
인간으로서 계속 성취를 올려서 검신이 되고 싶은 거지 정말로 신이 되는 걸 원하지는 않는다.
내가 상념에 잠겨 있자 이강룡이 말했다.
“그럼 천화뇌룡신공을 수련하도록 하지. 요결을 가르쳐주겠네.”
“알았소.”
나는 이강룡에게 사흘에 걸쳐 천화뇌룡신공의 운용법과 요결을 전수받고, 전수가 끝나자 한 번 소주천을 시켜보았다.
쿠궁
‘으음! 확실히 뇌기에 반응해서 기가 차긴 하는군…….’
단숨에 내공이 확 차오르는 걸 느끼자 나는 크게 놀랐다. 이 정도면 다른 장소에서 수련하는 것보다 10배 이상 내공이 빨리 쌓일 게 분명했다. 그러자 이강룡이 말했다.
“왜 호수 바깥에서 수련하고 있나?”
“응? 설마…….”
이강룡은 빠직거리며 뇌전이 실시간으로 튀겨오르는 호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당연히 저 호수에 들어가서 대주천을 하는 게 최대의 효율이 아니겠나!”
“……제정신이오?”
“허허. 농담 아닌데…… 나는 그 방법으로 순식간에 절세의 내공을 얻었다네. 뇌신류의 내공이 잘 단련된 자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걸세!”
“…….”
빠지직! 빠직!
아무리 그래도 번개가 저렇게 미친 듯이 새하얗게 타오르는 곳에 몸을 담그라니 제정신이 아니야…….
하지만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따끔하겠군…….”
나는 잠시 후 번개의 호수 안에 들어가서 하반신을 연못에 담그고는 천화뇌룡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파지지지직!!!
어마어마한 뇌전이 내 몸으로 깃드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고통은커녕 모든 뇌전이 마치 빨려들듯이 내 몸으로 흡수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내 몸에 있는 세성의 뇌령(雷靈)이 이 호수의 뇌전보다 훨씬 더 강하다.’
아무리 뇌신류 고수라 해도 고통을 느낄만한 고문같은 수련법이 내게 있어서는 그저 간질거리는 안마 수준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촤아아앗
이윽고 호수 전체의 뇌기가 내 몸에 빨려들자, 나는 보통 인간이 수백 년 이상 수련해야만 얻을 수 있는 번개 속성의 내공이 느껴지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천화뇌룡신공으로 뇌기를 흡수해서 번개의 호수를 잠시 진정시키자 지켜보고 있던 이강룡이 깜짝 놀랐다.
“어, 엄청나군. 설마 이 뇌연을 잠재울 수 있다니……!!”
“…….”
하지만 나는 호수 심처에서 다시금 막강한 뇌전이 뿜어져 나오려는 기척을 감지했다. 저 뇌전이 뿜어져 나오면 그 순간 다시 호숫가 더 막대한 뇌전에 시달릴 것이라는 걸 알아챈 나는 뇌전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옆에 있던 이강룡에게 말했다.
“잠깐 수영 좀 하고 오겠소.”
풍덩
나는 물에 잠수해서 안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그리고 저 호수의 밑바닥에서 번개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자 씩 웃었다.
‘그랬던 거군.’
바로 저곳에 잠든 고대신들의 유적이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