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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668화 (1,567/1,615)

전생검신 88권 17화

나는 이광과 서로에게 무공을 전수하기로 약속한 후 말했다.

“우선 내가 먼저 천화를 배우도록 하겠다. 그다음에 적멸무극과 암야참을 알려주마.”

“당신이 스승인데 염치없소?”

“넌 왜 싸가지가 없지? 참 지랄 같군…….”

나는 못 참고 투덜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생각해봐라. 단순히 생각해서 나는 2개를 알려주고 넌 1개를 알려주지 않느냐? 순서 정도는 내가 이득을 얻어야 정상 아니냐? 최소한 내가 천화를 기초정도는 배울 정도로 연마한 후에야 내가 전수할 차례가 되는 게 맞다.”

“……알았소. 틀린 말은 아니군.”

이광은 끙하고 침음성을 흘린 후 말했다.

“우선 내가 알기로 스승은 사신지혼에서 구궁파천뢰를 빠르게 회전시키며 펼쳤을 때 [강화]되는 원리까지는 터득한 것으로 알고 있소. 맞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다만 너나 심수력처럼 속성을 복합시켜서 동시에 쓰는 방법은 모른다.”

왜냐하면 심수력과 함께 강화단계까지 이론을 발전시킨 단계에서 나는 역근세수경의 비밀을 밝히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사신지혼의 강화만 쓸 수 있어도 세상에 딱히 적이 없었기에 수련을 심화시킬 필요를 못 느낀 게 컸다.

이광이 말했다.

“그릇을 강화시키는 원리는 당신도 알다시피 간단하오. 구궁파천뢰로 사신지혼 회전의 출력을 올리면서 그 가속력(加速力)을 하나의 그릇에 몰아주기 때문이오. 반대로 복합의 원리는 회전속도를 일정하게 하는데 그 중점이 있소.”

나는 이광의 말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복합기술에서는 회전속도를 일정하게 한다고? 왜 그러는 거지?”

“회전속도를 빨리하면 결국 도달하는 그릇의 한계점도 명확하지 않소? 아무리 지금의 당신이라도 사신지혼의 윤회를 일정 수준 이상 돌릴 순 없을 것이오. 나나 심수력또한 그렇고.”

“맞다.”

이광의 말대로 사신지혼의 윤회는 회전하면 할수록 막대한 동력과 부하를 동시에 가하기 때문에 아무리 지금의 나라도 계속 돌릴 수가 없었다. 그 짓을 하다가 몇십 몇백 번이고 몸이 터진 적이 있기 때문에 세상에서 나보다 그 사실을 잘 아는 자는 없었다.

“한계가 정해져 있다면 무작정 속도를 올려서 빨리 회전시키는 게 능사가 아니오. 반대로 회전의 속도를 어느 정도 통제하면서 하나의 그릇에서 ‘속성’을 추출하는 기예(技藝)를 부리는 방법도 있다는 뜻.”

“…….”

“역시 이해 안 된 표정이군. 일단 직접 보여주겠소.”

그렇게 말한 이광이 구궁파천뢰를 운용하며 사신지혼을 발동했다.

화악

‘화신지혼(火神之魂) 상태인가.’

나는 이광의 몸에서 무형의 열기(熱氣)가 치솟아 오르자 그 사실을 감지했다. 다만 화신지혼을 끌어낼 때는 전신에서 화염이 분출되는 듯한 효과가 났는데 무형의 열기 정도로 제어하는 걸 보면 이광의 사신지혼에 대한 화후가 상당히 깊다는 게 느껴졌다. 이광은 그 상태를 유지한 채 말했다.

“지금의 화신지혼 상태에서 빠르게 다음 사신지혼으로 넘기면서 가속시키면 [강화] 상태가 되오. 특히 당신처럼 윤회를 한 바퀴 돌리는 경우 그 강화의 수준은 굉장히 높지. 여기까진 알고 있겠지?”

“당연히 알고 있다.”

“허나 나와 심수력은 오랜 수련을 통해 간신히 사신지혼을 일회전(一回轉)까지는 시킬 수 있게 되었으나 당신처럼 막강한 뇌령의 동력을 갖고 있지 못하오. 그래서 하나하나의 사신지혼에서 속성만 뽑아서 다음 사신지혼으로 이동하는 수법을 개발했지. 이렇게.”

츠아앗

다음 순간, 이광의 몸이 화신지혼 상태에서 수신지혼(水神之魂)으로 변했다. 그런데 나는 변화를 끝마치고도 이광의 한쪽 팔이 여전히 열염(熱炎)의 기운을 띄며 환하게 빛나고 있다는 걸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음?! 어떻게 화속성이 남아 있는 거지?!”

“일종의 요령이오. 다음 사신지혼으로 넘어가는 속도를 균등하게 제어할 수 있을 만큼 제어력이 강해지면, 넘어지는 단계에서 이전 단계의 속성만 남기고 다음 변화에 덧붙일 수가 있지. 덤으로 말하자면 이는 사법(邪法)도 아니라서 아주 안정적으로 속성을 얻어내는 게 가능하오.”

“……!!”

“이런 식으로 차례차례로 속성을 취득하면…….”

스으으으

이광의 몸은 이번에는 수신지혼에서 풍신지혼으로 변했고, 그다음으로 뇌신지혼으로 변했다. 그 단계에 이르게 되자 이광의 사지(四持)에는 마치 각각의 속성을 상징하듯 다른 색깔의 기운들이 감돌고 있었다. 이광은 자신의 양팔 양다리를 힐끔 쳐다보더니 한번 기합을 내질렀다.

“흐압!”

촤아아아

갑자기 이광의 사지에 있던 제각기 다른 기운들이 이광의 오른손 손바닥 위에 모여서 둥실하고 구(球) 형태로 떠올랐다. 색깔이 다른 4개의 구가 둥둥 떠 있는 광경은 내가 생각지도 못했을 정도로 이질적이었기에 나는 놀라서 크게 눈을 떴다. 이광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4속성을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형태가 가능하오. 당연히 2속성이나 3속성도 가능하지.”

“호오……!!”

“요점은 속성을 바꾸는 속도를 지금까지보다 훨씬 천천히, 그리고 속도를 평등(平等)하게 맞출 수 있어야 하오. 다만 사신지혼의 변화가 하나를 넘어갈 때마다 그 감각은 보다 정밀함을 요구하기에 단시간에 취득할 수는 없을 것이오.”

“그런가.”

듣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극예(極藝)!

기술만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

이광은 아무렇지 않은 듯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 복합기를 얻기 위해서는 범재의 경우 수십 년 이상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리라. 하지만 지금까지도 나는 수많은 초고난이도의 무예를 어떻게든 습득했으므로 기죽지 않고 수백 년이 걸리더라도 습득하겠다는 결심을 다졌다.

대신에 나는 방금 전 떠오른 의문점을 말했다.

“궁금한 게 있는데, 서로 다른 4속성을 취득하는 방법은 알겠다. 그런데 네가 했던 것처럼 사신지혼의 속성을 의념으로 벼려내어 창의 형태로 구현화시키는 건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냐?”

그것만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실 복합기 자체는 예전에 심수력이 나와 겨룰 때 3속성을 동시에 쓰는 투법을 본 적도 있어서 그렇게까지 새롭진 않았지만, 이광의 경지는 단순히 속성을 복합시키는 걸 넘어서 속성을 실재하는 형태로 벼려낸 것이었다. 이건 방금 이광이 설명한 복합기의 이론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자 이광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기지도 못하면서 날려고 하는군. 그건 최소한 4속성을 다 모을 수 있어야 하고 심지어 그 속도가 안정적이고 빨라서 실전에서도 무리 없이 복합기를 쓸 정도가 되어야 입문할 수 있는 단계요. 당신은 아직 입문도 하지 않았으면서 어찌 최고급 단계를 알려 하는 것이오?”

나는 이광의 말에 이죽거렸다.

“거 그냥 말이라도 해주면 될 걸 갖고 야박하게 구는구나. 설마 가르침을 아끼면서 내게 거짓부렁을 하려고 드는 건 아니겠지?”

“미친…… 내가 그럴 소인배로 보인단 말이오!”

이광은 자신을 얕보았다고 느꼈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나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너는 그럴 놈이야!”

“…….”

“그럴 거잖아!!”

너무 단호하게 대답했는지 이광이 잠시 당황해서 얼어붙었다. 하지만 나는 세상 그 누구가 묻더라도 똑같이 대답할 수 있었다.

이광은 그러고도 남을 놈이다!!

나는 직접 당해봤으니까 안다!

내가 무척 수상쩍은 눈빛으로 이광을 노려보자 이광은 부담스러운지 헛기침을 했다.

“흠…… 으흠. 알았소. 알려주는 것 정도야 상관없긴 하지.”

“말해봐.”

“복합기를 한곳에 모아서 힘을 집중시키다 보면 하나하나가 ‘튀는’ 게 느껴질 때가 있소. 그 반동에 감응해서 내 의념을 불어넣으면 사신지혼이 내 의지대로 형상을 갖춰주는 것이오.”

“……?”

“나는 이걸 복합기(複合技)로 이룰 수 있는 궁극의 기술, 천화(天華)의 단계라 칭했소.”

뭔 소리야? 튄다니?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이광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했다.

“복합기를 제대로 다 수련해도 쉽게 설명하기 힘든 감각의 영역이오. 일단 가르쳐준 거나 다 수련하고 나서 다시 물어보는 게 어떻소?”

“거짓말을 한 건 아니겠지?”

“빌어먹을…… 사람을 정말 우습게 보는군. 내 이름을 걸고 거짓말하지 않았소!! 됐소?!”

이광은 화를 못 참고 버럭 노갈을 터뜨렸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이광을 쉽게 믿을 수 없어서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또 하나. 4번의 사신지혼 변성(變性)을 통해 4개의 속성을 한곳에 모았다고 치자. 그러면 5번째 시도를 통해서 윤회의 한 바퀴를 돌리면 5개의 속성을 얻는 것이냐?”

“흠!”

“사신지혼은 총 4개이니 4속성을 얻고 나면 5번째에는 뇌화수풍 중에 무엇을 얻든 간에 기존에 얻은 속성과 중복되지 않느냐?”

“생각보다 중요한 걸 지적했구려. 스승도 역시 극고의 무인이란 말인가.”

이광은 자신의 턱을 잠시 쓰다듬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당연히 그것도 시도해보았소. 내 역량으로 윤회를 한 바퀴 안정적으로 돌리기엔 조금 힘들지만 어떻게든 해보았지. 그러나 그 결과, 복합기가 사라져 버리게 되오.”

나는 이광의 말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복합기가 사라진다고? 그 말은…….”

“4속성을 모았다고 하더라도 5번째 변화로 한 바퀴를 다 돌리고 새로운 회전을 시작하면 기존에 모았던 4속성의 힘이 모두 소멸되어 버리는 것이오.”

“……!!”

“그냥 평범한 [강화]의 형질로 변해 버리지.”

그런 성질이 있었다고?

전혀 알지 못했던 일이었기에 나는 내심 놀랐다. 이광은 나를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

“이유는 불명이지만, 나와 함께 사신지혼을 연구하던 심수력은 이게 인간의 한계라고 단정지었소.”

“인간의 한계라고…….”

“그자가 치우의 심장에 목을 매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소. 그는 더 이상 기술을 연마해도 무의미하다고 여겼던 모양이오.”

왠지 비웃듯 말하는 이광이었다. 나는 그런 이광을 힐끔 바라보더니 말했다.

“그러는 너는 사신지혼의 기술을 극한으로 다듬으면 심수력이 지닌 무한의 힘을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거냐?”

“글쎄. 장담을 하기엔 심수력의 그 힘은 너무나 강하오…… 하지만 심수력이 무한의 힘을 끌어올리기 전…… 딱 3호흡 이내에 승부를 볼 수 있다면 가능성은 있소.”

“호오. 그렇단 말이지…….”

“내가 아는 건 일단 다 말했소. 이제는 스승이 내게 적멸무극과 암야참을 가르쳐줄 차례요.”

“뭘 이론설명만 해놓고 다 가르쳐준 것처럼 행세하는 거냐?”

“……설마.”

“아까 말했을 텐데? 적어도 내가 기초는 떼야 한다고.”

이광은 무척 불쾌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결국 마지못하고 입을 열었다.

“……알았소. 빨리 수련해 보시오.”

나는 이윽고 이광이 가르쳐준 대로 느리면서 평등한 속도로 사신지혼의 변화를 시도해보았다. 그러나 서른 번 이상 시도하면서도 제대로 속성을 얻어내지 못하자 이광이 말했다.

“너무 속도가 빠르오. 훨씬 더 느리게 해야 하오.”

“여기서 더 느리게 한다고? 그러면 실전성이 없어지지 않느냐?”

“기초단계에서는 그냥 속성부터 얻어내는 게 중요하지 그런 건 생각할 필요 없소. 속성을 얻어내는 요령부터 익힌 후 속도를 차차 올리는 것이오.”

흠, 그런 건가?

나는 이광이 가르쳐주는 대로 약 이십 시진 이상 계속해서 수련했다.

…….

하 젠장…… 아무것도 모르겠네…… 어렵네…….

그리고 이십 시진 내내 했는데도 전혀 속성을 얻어내지 못하자, 마침내 이광이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이런 제길…… 스승은 뭐 이리 재능이 없소? 길어도 한 시진 정도면 실마리를 잡고 다음 단계의 조언을 준비해 주려 했는데 어떻게 된 게 이십 시진 내내 잠도 안 자고 쉬지 않고 연습하는데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오!! 내 말을 어디로 들어 처먹고 있단 말이오!!”

아주 익숙한 갈굼이었다. 나는 전생에 수백 수천 번 당해보았던 이광의 갈굼을 아주 오랜만에 당하자 그리운 마음마저 들었다.

나는 여유롭게 능글거리면서 대꾸했다.

“꼽냐? 그래도 내가 스승인데 니가 언성을 높이면 쓰나?”

“으윽……!! 그럼 잘 좀 하시오!!”

“아니, 속도가 아무리 느리고 같은 속도로 하게 하려 해도 가속도가 자꾸 붙는다니까?”

“세성의 기운이 형성한 스승의 뇌령이 무척 막대해서 그런 것 같소. 그런 건 알아서 제어하시구려.”

“흐음.”

나는 이광의 말에 문제점이 무엇인지 살짝 알 것 같았다.

‘내 재능이 둔재인 것도 있지만…… 이광이나 심수력과 달리 나는 자체적으로 품고 있는 세성의 뇌령이 무척 강한 게 크다. 저 녀석들이 가진 구궁파천뢰의 동력(動力)이 1이라면 나는 최소 50 이상…… 동력이 너무 강하니까 속도를 늦춰서 일정하게 만드는 게 더 힘든 거야.’

생각해보면 거지 같은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재능이 딸리는데 너무 좋은 기초조건 때문에 도리어 기술을 습득하는데 방해가 되고 있다니! 하지만 세성의 뇌령은 이미 내 안에 내면화된 지 오래였기에 따로 떼어내거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 또한 기술의 취득에 힘이 방해되는 상황인 것인가?

‘대웅제국 시절의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대형열차의 엔진으로 소형차가 서행하는 수준으로 가야 한다는 것…… 그렇다고 엔진을 뗄 수도 없다…… 어떻게 해야…….’

나는 고민하고 있던 중 문득 뭔가를 깨닫고는 눈을 번쩍하고 떴다.

“아!”

“이제 뭔가 알았소?”

나는 이광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광. 너와 심수력도 사신지혼의 윤회를 한 바퀴 돌릴 수는 있겠지만…… 내가 했던 것처럼 삼재심법(三才心法)을 근간으로 하지는 않는 거겠지?”

“……?”

이광은 내 말을 듣자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느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삼재심법을 왜 쓴단 말이오? 대체 무슨…….”

“흐음, 역시 그렇군.”

나는 이윽고 나와 그들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알 수 있었다.

삼재심법으로 힘을 분산시킬 수밖에 없었던 나와는 달리 이광이 삼재심법을 이용한 요령 자체를 모른다는 것 -

그것은 힘을 분산시킬 필요도 없을 정도로 힘의 증폭률이 낮다는 의미가 된다!

‘나도 이광도 심수력도 사신지혼의 윤회를 한 바퀴 돌릴 수 있지만…… 돌리는 난이도가 완전히 달라! 이광과 심수력은 가진 동력이 적으니까 힘의 증폭률이 낮아서 심신의 수양을 거치고 기술을 연마하면 무난하게 한 바퀴를 돌릴 수 있지만…… 나는 처음부터 가공할 뇌령을 갖고 돌리니까 그만큼 무식하게 어려웠던 거야!’

거대한 힘으로 거대한 윤회를 돌리면 어려울 수밖에!

그리고 지금 내 힘은 거대한 회전에 무식할 정도로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광이 요구하는 수준의 정밀한 조작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자 나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아채고 말았다.

고오오오

나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는 내 모든 힘을 잠력까지 다 끌어내기 시작했다. 내가 진신내공을 끌어내기 시작하자 이광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이광에게 말했다.

“이광. 지금부터 나는 전력을 다해서 사신지혼을 윤회시킬 거다. 말려들어서 죽기 싫으면 딴 데 가 있어라.”

“……설마.”

이광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스승은…… ‘다섯 번째’ 사신지혼의 단계까지 간 다음에 속성을 얻을 생각이란 말이오?”

“역시 천재라서 그런지 내가 하려는 걸 순식간에 알아차렸군.”

“미친 짓을 하는군. 나도 심수력도 그 단계에서 속성을 얻을 엄두도 내지 못했고 바로 힘을 해제해야 했소. 너무 커다란 힘이 몸을 터뜨릴 것 같았기에! 스승은 거대한 뇌령을 갖고 있으니 그 압박이 우리보다 수십 배 클 텐데 그걸 견뎌내겠단 소리요?”

“그래야 거대한 회전에 맞춰서 ‘평등한’ 속도로 사신지혼을 움직일 수 있지 않겠냐? 그리고 그 감각을 한 번 익힌다면 소규모의 회전에서도 적용시킬 수 있을 거다.”

“…….”

이광은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급히 고개를 돌렸다.

“제길! 청룡무관이 터지면 당신이 다시 만들어 놓으시오.”

파앗

이광이 빠르게 이곳에서 멀어지자 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같잖구나, 이광.’

너는 기술의 영역에서는 천재답게 쉽게 높은 경지를 얻었지만 심지(心志)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신역에 근접한 지금은 네가 얼마나 미숙한 무인인지 쉽게 눈에 보이는구나.

‘무(武)라는 건 원래부터 죽음을 각오해야 손에 닿을까 말까 한 것…….’

그것도 나 같은 범인은 다른 사람의 수십 배는 억척스럽게 노력하며 불합리함을 견뎌야 하는 것이다.

이번 30번째 생에서 그 사실을 몇 번이나 되새겼던 걸까?

‘하지만…… 그 불합리한 것도…… 무(武)!’

쿠우웅!!

첫 폭발이 터져 나온다.

내가 전력으로 사신지혼의 회전을 시작하자 여태껏 쌓아왔던 가공할 힘이 감응하면서 주변의 용맥에 있는 모든 기운을 빨아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륙의 지축이 흔들리고 공기 중에 있는 수많은 기력이 내게 흡수되는 게 느껴졌다.

벌써부터 혈관이 아파 오기 시작했지만 나는 내면의 불꽃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간다.’

일백 번 고쳐 죽는 한이 있더라도 사신지혼 천화의 경지를 손에 넣고, 그 너머의 경지까지 도달하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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