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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666화 (1,565/1,615)

전생검신 88권 15화

심수력은 내 말에 의아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뭔가에 씐 것 같다니 무슨 소리인가?”

“…….”

나는 머뭇거리다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묵안(墨眼)……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지는군. 그것도 치우의 심장에서 나온 힘이오?”

이건 단순한 심증이 아니다. 심수력은 저 묵안을 발현한 순간부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이한 기운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까는 단순히 찝찝한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도저히 알고는 접근할 수 없는 수상쩍음을 느끼고 있었다.

“이 눈 말인가…….”

심수력은 자신의 시꺼먼 눈 밑을 만지작거리며 대꾸했다.

“이 또한 백련지혼을 익히며 생긴 현상이지.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튀어나오더군.”

“……눈이 검어지고 성정이 난폭해지는 건 마공(魔功)의 특징 아니오?”

“허허. 눈이 검어지는 이유는 모르겠네만 건방진 이광을 때려죽이는 걸로 마공 소리까지 들을 일인가?”

“음…… 그건 아닌 것 같긴 하오.”

사대무류 종사라면 그럴 만하긴 하다…….

하지만 뭔가 찝찝한 것은 사실이었기에 나는 심수력에게 말했다.

“나는 이대로는 이 힘을 흡수할 수 없겠소. 백련지혼이 어떤 건지 내게 정확히 알려주시오.”

“안 될 거 없지.”

태연하게 대답한 심수력이 문득 내게 손바닥을 향했다. 그러고는 마치 도발하듯이 말했다.

“어디 한 번 나와 내공 대결 한 번 해보겠나?”

“…….”

나는 침묵하다가 조용히 그와 손바닥을 맞댔다.

“해봅시다.”

본디 내 내공은 몇십 차례 전생하면서 계속 영약과 기연을 섭취해서 얻은 것이었고 그런만큼 막대하다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었다. 인간세상에서 잴 수가 없는 수준이었으며 나와 비교할 만한 건 최소한 호법사자 이상이었다. 다만 심수력 또한 그동안 내공이 급격히 늘었으니 지금와서 겨루면 어찌 될지 호기심이 생겼다.

우우우

잠시 동안 나와 심수력의 장심(掌心)에 거대한 기운이 응축되기 시작했다. 서로의 기운이 막 도야하기 직전, 심수력이 느긋하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버겁다 싶으면 신력을 써도 좋네.”

“하……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니오?”

“해보면 알 걸세.”

나는 내심 코웃음을 쳤다. 신역의 경지에 도달하며 내공에 크게 의존 안 했을 뿐이지 내 내공은 경세적인 지경이었는데 그런 나를 상대로 내공만으로는 안 될 거라고 선언하다니? 설령 원영신을 지닌 백련교주라도 단기대결에서는 나를 누르는 게 무척 힘들 정도일 텐데!

오오오오 -

쿠궁!!

처음으로 나와 심수력이 힘 대 힘으로 격돌했다. 나는 심수력의 콧대를 눌러줄 생각으로 단숨에 내가 쓸 수 있는 거의 모든 내공을 집중시켜서 내뿜었다. 보통의 고수라면 이 기세에 닿는 것만으로도 소멸될 정도겠지만 지금의 심수력이라면 부상을 입어도 죽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거침없이 내뿜은 것이다.

“……?!”

두웅…….

하지만 나는 다음 순간 흠칫하고 놀랐다. 내가 내뿜은 순수한 내공의 힘을 심수력과 부딪히는 순간, 내 힘이 마치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내공을 흡수하는 건가?’

흡성대법의 일종인가 고민해 보았지만 나는 이윽고 더 힘을 불어넣어서 심수력의 장심에 내뿜고는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흡수하는 게 아니다.

내 내공에 비해서 심수력의 장심에 모여 있는 절대적인 힘이 너무나 거대해서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이다!

절대적인 힘의 크기 차이 때문에 내가 너무 왜소하게 느껴져서 생긴 착각!

마치 손바닥만 한 돌멩이가 일 장 크기 바위를 코앞에 두고 있을 때 이런 기분인 걸까?

하지만 지금의 내 내공조차도 인간세상에서 전설적이라 불릴 정도인데 도대체 지금 심수력이 지닌 백련지혼의 힘이 가진 단위는……?!

“그럼 한 번 밀어보겠네.”

잠시 후 심수력의 눈빛에 시꺼먼 빛이 감돌았고 심수력의 장심이 아주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빠지직!!

“크으으읍!!”

나는 그 순간 전신이 찢겨나가는 듯한 압박감에 이를 악물었다. 방금 느꼈던 완력의 격차가 사실이었던 것이다. 압도적인 체급차이로 밀고 들어오니 가벼운 밀기일 뿐인데도 도저히 내 내공만으로는 감당도 되지 않았다.

‘도, 도대체…….’

이건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다. 아니, 이 정도 되니까 사신지혼의 변화를 힘으로 억누를 수가 있는 것인가?

다만 그러면서도 이 순수한 힘의 내면에서 공허(空虛)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흐읍!!”

그래도 아직은 버틸 만하다!

‘화경(化經)으로 힘을 분산하고 내공심법으로 대지에 힘을 전달하자……!!’

내공의 기술을 쓰면 감당 가능한 선인 것 같다!

쿠구구

나는 안간힘을 쓰면서 일단은 최대한 버텼는데, 그런 나를 물끄러미 보던 심수력이 감탄한 듯했다.

“그래도 자네는 이광 보다는 훨씬 고수로군. 이광은 첫 내공대결에서 순식간에 몸이 터져 죽었는데.”

“……당연하지 않소. 이 정도 힘이면 대륙을 박살 낸다 해도 믿어지겠군…….”

“호오, 대답도 할 수 있다라? 과연 전생자일세. 그럼 좀 더 세게 해볼까…….”

“뭣?!”

이게 최대위력이 아니었어?!

내가 흠칫하는 그 순간, 심수력의 내공이 갑자기 몇 배나 더욱 강맹한 기운을 내뿜었다. 나는 이 아득할 정도의 힘을 느끼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고 동시에 머릿속에 신(神)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이…… 이 정도 힘이면…… 유망 정도나 되어야 비교가 가능한가…….’

우주를 주름잡는 투신급 상위존재를 생각나게 하는 힘이라니!

꾸구국!!

푸콱

내 팔뚝의 혈관이 짓눌려서 갑자기 피가 터져 나오는 게 보였다. 더 이상은 어떻게 기술로도 감당할 수 없는 완력의 격차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었다.

‘젠장! 본인도 그렇게 말했겠다…… 어쩔 수 없지.’

나는 지금도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는 심수력의 내공을 느끼자 눈앞이 캄캄해졌고, 잠시 후 어쩔 수 없이 내공이 아닌 다른 힘을 발현했다.

신력(神力)!!

츠아앗

내 전신에서 빛이 솟아오르며 신력이 발현되었다. 예전에 복희가 가르쳐준 방법대로 그저 생각하는 대로 힘을 몸에 두르는 형태를 상상한 것뿐이었지만 이런 원시적인 활용법으로도 충분히 신력은 발현되었다. 그리고 신력이라는 사기적인 힘이 나를 돕기 시작하자, 저울추는 순식간에 기울었다.

쿠궁!!

“으음.”

심수력이 침음성을 흘렸다. 갑자기 힘의 차이가 역전되어서 심수력이 2라면 내가 8 정도 되는 수준으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심수력이 비틀거리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당신이 쓰라고 해서 썼을 뿐이오. 신력은 너무 반칙인 거 같지만, 나를 욕하지 마시오.”

정말로 이 힘은 반칙이다. 필멸자가 지닐 수 있는 ‘내공’이라는 힘의 한계를 가볍게 벗어나 버리니 신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항거 불가능한 존재인지 깨닫게만 해주었다. 지금도 나는 신력을 다 쓰는 게 아니라 맛보기 수준으로 쓰고 있지만, 힘의 저울추를 순식간에 기울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후…… 욕할 리가 있겠나? 당연히 지금 내가 가진 백련지혼의 힘이 어디까지 통하는지 알아보고 싶어서 일부러 요청한 거라네.”

“뭐요? 설마…….”

심수력의 눈이 한 차례 빛났다.

“지금부터는 전력을 다하겠네……!!”

엉?! 설마…….

진짜로 신력을 이겨보겠단 말이야?!

쿠구구구구……!!

“으오오오오……!!”

다음 순간, 심수력의 눈이 한층 검어지더니 그의 장심에서 퍼져나오는 힘이 계속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 힘이 순식간에 내가 불어넣은 신력의 강화수준을 따라잡자, 나는 그에 맞춰서 좀 더 내 신력의 부여능력을 올렸다. 그리고 계속 쉽게 우위를 차지하는 동안 생각했다.

‘헛된 시도같군. 난 아직 신력을 10분의 1도 쓰지 않았는데…….’

정말이지 이 힘을 갖게 되니 어째서 삼황오제가 인간들을 벌레취급 했는지 이해가 갈 정도다. 인간이 지닐 수 있는 힘과 차이가 나도 너무 나 버리니 애초에 대결이 성립될 리가 있겠는가? 나는 아무리 그래도 심수력이 ‘내공’이라는 힘을 다룬다면 그 힘에 한계가 분명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여유를 가질 수가 있었다.

빠지직! 빠지직!

“…….”

어…… 이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데…….

계속 쫓아오잖아?

내가 불안함을 스멀스멀 느낄 때쯤 순간적으로 쿵 하고 심수력의 힘이 내 장심을 밀어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일시적으로 심수력이 내 힘을 넘어섰음을 깨닫고 급히 신력의 수준을 더 올렸는데, 이미 나는 한계에 가까워져 오고 있었기에 당황했다.

‘미친……?! 이, 이 정도라면 처음에 나와 겨룰 때 썼던 힘은 심수력도 맛보기로 보여준 수준이었단 건가?’

우드득! 우득

“크윽!!”

이윽고 내가 힘의 8할 이상을 끌어내어서 불어넣자, 심수력 또한 전력을 다하는 듯 눈을 부릅뜨고 장심에 모든 힘을 쏟아붓는 것이 보였다. 나는 설마 대결이 여기까지 이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던지라 당황했고, 심수력이 갑자기 노갈을 내질렀다.

“크아아압!!”

꿍!!

한 차례 거성(巨聲)과 함께 장내에 거대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쿠콰콰쾅

그 충격파는 순식간에 지평선 너머까지 퍼져나갔고 천재지변을 일으켰다. 모르긴 해도 대륙의 지각이 크게 한 차례 들썩거린 것 같았고 아마 이 지구의 표면을 한 바퀴 퍼져나갔으리라. 그리고 그 격돌의 결과 나는 멀쩡히 서 있었지만 심수력은 삼 장 밖에 나동그라져 있었다.

“쿨럭! 쿨럭! 허어어억…….”

“…….”

심수력이 기침을 하며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역시…… 아무리 백련지혼을 써도 자네만 한 신적 존재에게는 아직 중과부적이군.”

“……믿기지가 않는군. 방금 전 잠깐이지만 내 힘의 한계치를 넘어서려고 했소. 하지만 도중에 당신이 스스로 힘의 진행을 멈춘 것 같았는데 왜 그런 것이오?”

방금 전의 상황은 놀라운 것이었다. 심수력이 노갈을 터뜨리며 내뿜은 일순간의 힘은 잠깐이지만 내가 가진 신력의 잠재력을 넘을 뻔했던 것이다. 그대로라면 나동그라지는 것은 심수력이 아니라 나였으리라. 하지만 심수력이 갑자기 힘의 전개를 거둬들이는 바람에 힘의 대결은 내 승리로 끝난 것이었다.

그러자 심수력이 씁쓸하게 말했다.

“자네를 이기고 싶다는 호승심에 백련지혼의 한계까지 힘을 끌어내려 했는데 내가 아닌 무언가에 먹혀 버릴까 봐 겁이 나서 그만뒀다네. 심연 저편에서 무한한 [무언가]가 나를 잡아먹을 것 같았네.”

“…….”

“허나…… 이로써 알겠지.”

“뭘 알겠다는 말이오?”

심수력은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나 따위가 백련지혼을 써도 이 정도라네. 단순히 완력 하나만 따지면 시간을 들이면 자네에게 필적할 수준으로 힘을 끌어낼 수 있어. 전생자인 자네가 백련지혼을 익히면 얼마나 강해지겠나?”

“……!!”

“이건…… 말 그대로 [무한한 힘] 그 자체일세! 내 영혼과 육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가 방금 보여준 정도였을 뿐, 그 한계가 더욱 큰 존재가 백련지혼을 얻게 되면 상상도 못 할 힘을 얻게 되겠지……!! 무한의 힘이 탐나지 않는가?”

“으음……!!”

그 말대로라면 정말 끌린다!!

나는 엄청난 유혹을 느끼고는 솔깃해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심수력 정도로 힘을 증폭시킬 수 있다면 과연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

내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자 심수력이 말했다.

“선택은 자네가 하게. 나는 백련지혼의 위력에 대해 보여줄 만큼 보여준 듯하니.”

“흠…….”

그때였다. 옆에서 나와 심수력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흑웅이 불쑥 입을 열었다.

[심수력. 한 가지 말을 하지 않은 게 있군.]

“무엇을 말인가?”

[백련지혼의 위력은 증명되었다. 그러나 그대는 백련지혼의 원리 자체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

[단순히 치우의 심장에 손을 뻗어 그 힘을 빌려오는 게 전부라면, 그걸 무공이라 할 수 있는가? 도리어 사법(邪法)에 가깝지 않나?]

아!!

나는 흑웅의 질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확실히 심수력이 능구렁이처럼 넘겨 버려서 망정이지 심수력은 아직 힘의 원리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자 심수력은 잠시 침묵하다가 씩 웃으며 말했다.

“백웅, 원리는 이전에 이야기했던 그대로일세. 사신지혼의 [회전] 그 자체를 그릇으로 만드는 것이야. 다만 각각의 축이 회전하는 걸 강제로 무한의 힘으로 멈출 뿐이지.”

“……으음.”

나는 침음성을 흘리다가 입을 열었다.

“생각해보니 이상하군. 사신지혼의 윤회(輪回)를 강제로 멈추고 회전 자체를 그릇으로 만든다는 거…… 그렇게 하면 사신지혼 하나하나가 품고 있는 고유한 능력을 하나도 못 쓰지 않소?”

그랬다. 잘 생각해보니 무론(武論)으로서는 이상한 이야기였다.

원래 사신지혼이 4속성을 넘나들며 힘을 배가(培加)시킴으로써 전례 없는 강대한 힘을 사역하는 것이 근본 원리였는데, 심수력이 말한 대로 흐름 자체를 멈춰 버리면 사신지혼 하나하나의 속성을 못 쓰는 것이다! 그러자 심수력이 대꾸했다.

“사신지혼 고유속성을 못 쓰면 뭐가 어때서 그러나? 그래도 순수한 힘 하나만으로 수십 배는 더 강해지거늘.”

“어…… 그건 그렇소만…….”

“쉽게 말해서…… 사신지혼도 근본적으로는 사대신기의 힘을 빌리는 것에 가깝네. 다만 치우의 심장이 품고 있는 힘이 더욱 강대하니 사대신기에 의존하지 않고 그 힘을 빌릴 대상을 치우로 바꾸는 것뿐일세.”

“…….”

음…… 그건…….

힘을 키우려는 이치에는 맞지만…… 정말 그게 무공이 맞나?

나는 의혹을 느끼는 순간 흑웅이 제대로 잘 짚어줬다는 걸 새삼 알 수 있었다.

‘심수력은 사신지혼을 무공이 아닌 힘의 발현으로만 파악하고 있다.’

분명히 그렇게 다뤄서는 사법이나 다름없다고 하는 흑웅의 말이 틀린 게 없는 것이다. 하지만 심수력이라면 사신지혼의 묘용(妙用)을 천하에서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정밀하게 고급기법을 다듬은 자인데 어째서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일까?

나는 조심스레 말했다.

“심수력…… 그래서…… 백련지혼이란 결국 어떤 [그릇]인 것이오? 사신지혼을 벗어난 영역에 토신지혼이나 일월지혼 등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고 있소만…… 당신이 힘을 불러오는 [그릇]의 정체는 도저히 모르겠구려.”

“백련지혼은 무(無)의 그릇일세.”

“무?”

“그래…… 그 어떠한 속성조차도 범접할 수 없는…… 무속성의 그릇. 결론적으로 그것이야말로 자네가 보여줬던 일월지혼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 것일세.”

그렇게 대꾸한 심수력이 말을 이었다.

“무한의 힘이 있는데 대체 속성이 왜 필요한가? 전우주의 강대한 존재들을 무찔러야 하는데 굳이 그게 중요하단 말인가?”

“…….”

“이 세상 모든 것이 힘으로 이루어져 있네. 궁극의 힘을 추구하는 무의 백련지혼…… 그것이야말로 백련교 무공의 정점인 것이야!”

확신에 차서 이야기하는 심수력을 보자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한참 후, 나는 입을 열었다.

“심수력. 그건 내가 추구할 길이 아닌 듯하오.”

“왜인가?”

“치우의 힘에 의존해서는 치우를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오.”

“…….”

심수력은 예상치도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당황해서 말했다.

“서, 설마 백웅…… 백련교의 순수한 무공이…… 치우조차 넘어설 수 있다 생각하는가?”

그의 표정에는 여실한 당혹감이 실려 있었다.

설마 내가 그렇게 생각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조용히 말을 이었다.

“백련지종(白蓮之宗)이라 하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소?”

나는 앞으로 몇만 번을 전생해서라도 니알라토텝이든 뭐든 다 쓰러뜨려야 한다. 하지만 치우는 니알라토텝을 쓰러뜨리지 못했다.

그러므로 치우의 힘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최소한 내가 추구하는 백련지종은 치우를 넘어서야 했다.

내 대답을 들은 심수력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윽고 허탈한 듯 중얼거렸다.

“……그런가. 그렇다면 하나만 더 이야기하겠네.”

“무엇이오?”

“이 백련지혼을 얻게 되면서 나는 한 가지 진실을 깨닫게 되었네.”

“어떤 진실이오.”

“나는 자네가 탁록시대에서 별다른 이유도 없이 신력으로 인간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부활했지. 자네도 여태껏 그 이유는 전혀 몰랐을 테고 나도 몰랐었다네.”

“……!!”

흠칫

나는 심수력의 말에 약간 놀라며 말했다.

“설마…….”

“자네 생각대로일세. 나는 그때 내가 부활한 이유를 최근에 깨달았네. 치우의 힘이 나를 깨우쳐 주었어.”

정말인가?!

도대체 어떤 이유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는데…… 본인이 그 이유를 깨달았다고?!

“이유가 뭐요? 알려주시오.”

내가 그를 재촉하자 심수력은 왠지 모르게 침잠해 있는 어두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은천에게 윤회포라는 걸 맞은 후의 기억이 되살아났네. 나는 그때 알 수 없는 곳으로 가서 [계약]을 했었던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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