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검신 88권 12화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벌레 취급하던 자에게 벌레 취급을 당했다니?
나는 그 알쏭달쏭한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윽고 말뜻을 깨달았다.
‘아.’
아난과 수보리의 이야기로군.
내가 눈치챈 기색을 보이자 수보리는 손을 부들거리며 말을 이었다.
“……내가 오래된 [가면]이라는 건 알고 있겠지. 사실 나는 상(商)나라 시절보다 훨씬 오래 살았던 존재이며 그 창힐보다 훨씬 오래 살았네. 하(夏)나라가 성립되기보다 최소 2000년 전에 태어났다고 보면 되겠지. 내 나이를 명나라시대 기준으로 따진다면 최소 5천 살은 넘을 걸세.”
“그건 알고 있소.”
수보리는 아예 천계 초기의 대선(大仙)들과 공동으로 술법을 개발할 정도의 존재였다. 5천 살이 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다만 그 나이가 탁록시대처럼 수만 년 전까지는 미치지 못하지 못할 뿐이었다.
“나는 나 스스로 천지간에 가장 자유로운 존재라 자부했지. 그리고 내 정체성을 찾아서 이 세상의 모든 종교와 단체를 수시로 파고들었네. 그러던 중 천축에서 석가모니라는 존재가 나타나서 위대한 불법(佛法)을 떨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나는 석가모니가 혹시나 내가 간절히 찾아 헤매던 존재의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그를 찾아갔었다네.”
수보리가 갑자기 피식하고 웃었다.
“……석가모니는 무능력자(無能力者)였어. 타고난 초상능력도 하나도 없었고 위대한 존재의 혈맥을 이어받지도 못했으며 마도사로서, 술법사로서의 재능도 없었던 존재였네. 샤카국 왕실에서 전승되는 호신용 무공을 익히고는 있었으나 자네처럼 무공의 고수도 아니었어. 그저 지혜가 뛰어난 인간이었을 뿐…… 그때 이미 천계의 대라신선을 뛰어넘는 역량을 갖추고 있던 내가 볼 때는 하찮은 존재였다네.”
“……!!”
석가모니가 그냥 조금 똑똑한 인간이었을 뿐이었다고?!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얘기에 약간 놀라고 말았다. 수보리나 아난 같이 걸출한 존재들을 양성한 존재였기에 석가모니가 대단한 능력자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놀라움을 감추며 수보리에게 말했다.
“그럼 당신은 뭐하러 그런 평범한 인간인 석가모니의 제자가 되었단 말이오?”
“그가 내세우는 [굴레]의 논리 때문이었네.”
“굴레?”
“그래. 그는 위대한 고대의 지식과 혈맥을 하나도 전승받지 못했으나 오로지 자신의 지혜와 통찰력만으로 이 우주를 아우르는 [큰 굴레]에 대해 이미 추측하고 있었지. 그것도 어지간한 신격보다 더욱더 본질에 다가간 게 틀림없었으니 나는 크게 놀랐었다네. 물론 실체적 진실에 접근한 것은 아니었으나 한낱 인간이 이론만으로 거기에 도달했다는 건 듣도 보도 못했던 일이었지…… 그래서 나는 석가모니를 보호하기 위해 그의 십대제자가 되기를 자처했네.”
“…….”
나는 수보리의 말을 잠시 곱씹다가 중얼거렸다.
“석가모니를 보호해서 그의 지혜가 [큰 굴레]에서 어디까지 도달할지를 보고 싶었던 거구려.”
“맞아. 석가모니의 이론은 현묘한 깊이를 지니고 있었으며 당시 천축의 위정자들조차 감화시켰지. 그런 만큼 정치적인 이유로 그를 제거하고자 하는 인간들이 무척 많았어. 나는 석가모니를 보호하기 위해서 일부러 기원정사(祇園精舎)라는 영적인 사원을 세우고 그를 공격하는 사악한 주술을 막았으며 암살자들도 수백 명 넘게 해치웠네. 내가 아니었다면 석가모니는 금방 죽었을 걸세.”
“음…….”
“물론…… 나는 석가모니를 전혀 내 스승으로 생각지 않았어. 그를 따라다니며 불법을 공부하며 내 정체성이 불법의 가면이란 건 알 수 있었지만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영격(靈格)의 차이로 치자면 하늘과 땅 차이였으니…… 나는 언젠가 석가모니에게 내 진짜 정체를 드러내어서 내 부하나 제자로 삼을 생각을 하고 있었네.”
그렇게 말한 수보리가 먼 하늘을 바라보니 씹어뱉듯 말했다.
“……그러던 중, 석가모니의 생몰(生歿)이 다가오던 때…… 그 일이 터졌지.”
“그 일?”
“혹시 마라 파피야스라는 존재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마라 파피야스?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과거 배웠던 불교의 지식에서 생각해내고는 말했다.
“그…… 불가에서 말하는…… 깨달음을 방해하는 사악한 마왕을 말하는 거 아니오?”
“맞아. 그 존재가 갑자기 석가모니를 공격해 왔네.”
“……? 그건 그냥 비유적인 표현 아니었소? 불자의 깨달음을 방해하는 번뇌를 일컫는…….”
“아닐세. 후세에는 비유로 쓰였는지 몰라도, 당대에 천축을 지배하던 천축 삼대신의 교단(敎檀)에서 실제로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서 어둠 속에서 인신공양을 바치며 소환하던 진정한 마신(魔神)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마라 파피야스였지. 석가모니의 암살을 주도하던 것도 바로 그 천축 삼대신의 교단이었어.”
“흠?!”
엥?! 진짜 마라 파피야스라는 마왕이 존재했다고?!
내가 놀라고 있을 때 수보리가 차분히 말을 이었다.
“놈들은 마라 파피야스를 소환해서 그 힘을 이용해 물질계를 지배하고자 했지. 그리고 지배 후 인과율을 얻어서 자신들의 진정한 신인 천축 삼대신에게 바치려 했던 것이네.”
“흠…… 당신의 실력도 웬만한 하급마왕을 넘어서는데 마라 파피야스가 마왕이라면 어느 정도 상대할 만하지 않았소?”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마라 파피야스는 마왕이라 불렸을 뿐 마신(魔神)이었네.”
“엥?”
“초고대에 천축 삼대신과 맹약을 맺은, 머나먼 초은하의 심우주(深宇宙)에 존재하는 어둠의 맹주…… 말 그대로 [옛 지배자] 중 하나이며 암흑의 성좌 중 하나를 지배하는 존재가 마라 파피야스였네. 즉 [옛 지배자]가 지상에 인과율을 얻어서 현신한 거였으니 나는 절대로 마라 파피야스를 막을 수가 없었어.”
“……!!”
미, 미친…… 천축에 [옛 지배자]가 소환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수보리의 말이 이어졌다.
“소환된 마라 파피야스는 폭주해서 삼대신의 교단 수뇌부를 몰살시켰네. 교단 놈들은 일개 인간에 불과했으니 그런 존재를 통제할 수 있을 리가 없었지. 다만 놈들의 염원이 받아들여졌는지 곧장 교단의 숙적이었던 석가모니와 십대제자를 공격해 왔네.”
“그랬구려.”
“나는 최선을 다해서 막아보려 했지만, 도저히 상대도 안 되더군. 어떻게든 카필라 성의 지하까지 일행을 대피는 시켰지만 이미 세상 그 어디에도 피할 곳은 없었어…… 심지어 삼황오제조차도 마라 파피야스의 소환이 정당한 인과율에 의한 것이었기에 나서지 않아서 답이 없었지.……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하던 때였네.”
수보리는 문득 긴 한숨을 토해냈다.
“……석가모니는 갑자기 깨달음을 얻어서 [큰 굴레]를 초월하는 경지로 승천(昇天)했고, 아난(阿難)이 열반의 가면으로 각성하여 일격에 마라 파피야스를 때려잡았지. 나는 [옛 지배자]가 순수한 힘에 분쇄당해서 외차원으로 내쫓기는 걸 태어나서 처음 보았었네.”
“……?!”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냥…… 그게 현실이었네. 그때의 아난은 천상천하에 그 누구도 당해낼 수 없는 존재였지…… 나보다 하찮기 그지없는 말단 가면따위가…… 나를 지나쳐가며 무시했던 그때의 기분은 도저히 잊을 수가 없어.”
이, 이게 무슨…….
얘기가 갑자기 이렇게 급전개되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나는 수보리의 과거사를 들으며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설마 고대의 초기 불교에 그런 미친 사건이 터졌었단 말인가? 게다가 마라 파피야스라는 존재도 그저 은유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했던 강대한 마신이었으며 그 존재를 아난이 때려잡았다니!
수보리가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그때 엄청난 자신감의 상실을 겪었지. 설마 내 아래로 취급하던 존재들이 한순간에 나 따위는 벌레나 다름없는 경지까지 진화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 그래서 천지에 나 자신의 힘을 더 향상시킬 방법을 찾아서 돌아다니다가 요괴왕이라는 존재에게 집착하게 되고 제천대성도 만나게 되었던 걸세.”
“음…… 잠…… 잠깐…….”
나는 말을 더듬거리다가 수보리에게 따져 물었다.
“그…… 정리하자면 당신이 아난 얘기를 꺼내지 않았던 건 그에 대한 열등감이 심각해서였다…… 그 말이 되는 거겠군.”
“그렇네.”
“뭐 그런 사정이 있다 칩시다. 근데 얘기를 듣자 하니 이상한 점이 있소.”
“뭐가 이상한가?”
“아난이 융합의 가면에 도달해서 엄청난 힘을 얻은 건 눈앞에 보이는 현실이 있었으니 쉽게 납득 할 수 있소. 근데 석가모니가 [큰 굴레]를 초월한 존재가 되었다는 걸 어떻게 안 거요?”
“내가 불법(佛法)의 가면이기에 아난이 [겹쳐진 세계]를 통해서 [큰 굴레] 그 자체가 된 석가모니의 가호를 받고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일세. 그때 [큰 굴레] 그 자체가 된 석가모니에게 내 [이름]을 바치며 가면의 제약을 벗어난 덕도 있었지만.”
“그건 또 무슨 소리요?”
겹쳐진 세계?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수보리가 합장의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자네가 아난을 상대해봤으니 알겠지만, 그는 두 개의 세계를 융합하는 기술을 사용했을 걸세. 그렇지 않나?”
“……아, 그랬던 것 같군. 대라육천세계(大羅六天世界)라던가?”
“그건 말 그대로 또 하나의 대우주(大宇宙)를 소환하는 기술일세. 허나 그것은 평행세계나 일반 차원계 따위가 아니지. [큰 굴레]가 순환하는 찰나(刹那)를 소환하는 것이니, 그 기술은 사실 크샤나스트라(क्षणअस्त्र)라고 칭할 수도 있는 것이네.”
“……?”
[큰 굴레]가 순환하는 찰나를 소환한다고?
그게 뭔 소리지?
내가 어리둥절해하자 수보리가 합장한 손을 내 쪽으로 더욱 가깝게 들이밀며 말했다.
“보게. 이건 합장이 아닌가? 두 개의 경계면이 붙어 있지.”
“그렇구려.”
“쉽게 말하자면 대라육천세계는 부처의 합장을 구현화한 것일세. [큰 굴레]가 순환하는 찰나를 소환하면 경계면이 부딪히며 모든 법칙이 공(空)에 이르게 되는 현상이 생겨나지. 그리고 그 공법(空法)의 세계에서 모든 신력은 거의 다 무력화되며, 반대로 [큰 굴레]의 가호를 받는 아난은 무한대에 가까운 힘을 사역할 수 있는 걸세.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기적인 필살기를 쓸 수 있는 건 전적으로 [큰 굴레] 그 자체가 아난에게 힘을 주기 때문이야.”
“……!!”
“자네가 대라육천세계를 상대로 맞설 수 있었던 것은 신력에 의존하지 않고 자네 스스로의 무(武)로 그에 대적했기 때문일세. 엄청난 우연이긴 하지만, 어설픈 신력으로 그에게 대적하려 했다면 비슈누처럼 일격에 찢겨나갔겠지.”
그런 거였나?!
내가 대충 대라육천세계의 원리를 이해하고 놀라워하자, 수보리가 말했다.
“마신 그 자체인 마라 파피야스는 자네처럼 대적할 수가 없었기에 대라육천세계에 한번 몸이 크게 찢겨나가고 아난의 맨주먹 연타에 그대로 산산조각났네. 아난은 그 시점부터 명실공히 신격을 포함해 천상천하에서 최강의 존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네. 단지 자기 강함을 과시하지 않고 어딘가에 은둔했기에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뿐이지.”
“……그런 것 같더군. 그럼 한 가지만 더 물어보겠소.”
“뭔가?”
“사실 아난 이외에도 십대제자라는 존재를 또 만났소. 라운(羅雲)이라는 자였는데 천축 파르바티 교단의 사천왕 중 지국천 노릇을 하고있는 절대지경의 고수였소.”
내 말을 들은 수보리가 고소(苦笑)를 머금었다.
“후후, 그 코흘리개가 신의 발가락을 빠는 종놈이 되어버렸는가?”
“…….”
무척 잘 아는 말투로군…….
나는 말을 이었다.
“라운은 식(識)이라는 걸 깨우쳐서 내게 고통을 느끼게 만들었소. 나는 미래의 세계에서는 기계 그 자체인지라 고통을 느낄 수가 없는 몸인데, 이상하게도 아난과 라운처럼 부처의 십대제자라는 자들은 모두 내게 고통을 느끼게 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단 말이오. 이게 어찌 된 일인지 혹시 알고 있소?”
“호오. 과연…… 지금의 자네만 보면 절세적인 신력을 갖고 있어서 언급할 생각도 안 들었는데…… 신력도 없는 기계의 몸이라면 그게 의미있을 수도 있겠군.”
신기해하는 표정을 짓던 수보리가 문득 자신의 일 장(一掌)을 내밀어 내 가슴팍에 갖다 대었다.
투웅!!
갑자기 내공을 불어넣은 일격!
나는 그 일 장을 맞자 몸이 뒤흔들리는 걸 느꼈다. 수보리의 내공 또한 호법사자급 이상이었기에 만만하게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몸이 흔들리는 게 아니라 상당한 고통이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윽!”
“아프지?”
“……지금 당신도 설마?”
수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자네는 생체(生體)라서 별로 크게는 안 느껴질 걸세. 그냥 조금 혈맥이 아프다는 정도? 허나 팔식(八識)의 공능을 쓰면 생체뿐만이 아니라 무생물에게도 똑같은 고통을 느끼게 할 수 있다네.”
“팔식?”
“팔식은 석가모니의 십대제자 모두가 공통적으로 전승받은 능력일세. 이건 그 어떠한 초상능력에도 속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큰 굴레] 그 자체에 직결되어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지. 그 어떠한 신격에게서 내려받는 힘도 아니야. 오로지 부처의 제자만이 쓸 수 있지.”
“……!!”
“혹은 신역에 도달한 극소수의 초고수들도 쓸 수 있다고 듣긴 했다만…… 그것까지는 모르겠더군. 나는 오래 살아왔지만 그런 자를 보지 못했어.”
[큰 굴레]에 직결된 능력!
그게 결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는 건 내가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금방 알 수 있었다.
내 표정이 굳어 있을 때 수보리가 말했다.
“잘 생각해보게. 이건 단순히 고통을 느끼게 하는 능력이 아니야. 무생물에게도 생물과 같은 감각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게 무슨 의미겠는가?”
“…….”
“이는 무일물(無一物)의 세계관이 구현화된 것일세. 이 세계의 일체가 공(空)이기에, 생명도 비생명도 사실 텅 비어있는 존재…… 그 모든 것에 평등한 취급을 할 수 있다는 뜻이지. 삶은 고통이고, 고통이란 실존의 증명…… 허나 방법에 따라서는 실존조차 부정당할 수 있으나…… 팔식은 다시금 존재가 실존에 접근할 방법이 있음을 알려주는 것일세.”
…….
아 어렵다…….
“으음…… 어려워서 잘 모르겠소만…… “
“흐음. 깨달음을 주는 방식으로는 그대가 이해할 수 없는 모양이군. 그러면 깨달음의 경지를 약간 포기하고 직설적으로 설명해주지.”
수보리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이 세계의 만물(萬物)에는 사실 생명과 비생명의 구분이 없으며 모든 게 허구일세! 그러나 의념을 불어넣고 인지(認知)할 수 있다면 그 모든 것이 진실일 수도 있는 것……!! 팔식이란 단지 이 깨달음을 확실히 증명하는 기술에 불과한 것일세.”
“…….”
“일전에 내가 그대에게 머리카락의 비유를 해준 적이 있지.”
수보리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뽑았다. 자신의 손바닥 위에 머리카락을 올린 수보리는 물끄러미 머리카락을 바라보았다.
“백웅이여. 이 머리카락은 살아 있는가 죽어 있는가?”
“애초에 생명조차 아니지 않소?”
“그게 바로 인지(認知)를 지닌 자들의 인식이네. 허나…… 진실로 팔식의 세계로 접어들게 된다면…… 이 머리카락 또한 생명이 될 수 있으며, [마음]을 지닐 수 있는 것이야.”
“그게 말이 되오?”
“이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셈이면, [가면]이 마음을 가지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 것이야. 전에 한 번 말 하지 않았던가?”
“…….”
서, 설마…….
내가 뭔가를 깨닫고 주춤거릴 때 수보리의 단호한 말이 이어졌다.
“이 세계의 모든 무생물 또한 의지와 마음을 갖고 있네.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이야. 그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세계의 실체, 팔식일세. 그렇기에 팔식을 쓰면 기계에게도 고통을 줄 수 있는 것이고, 기계 또한 마음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가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