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661화 (1,560/1,615)

전생검신 88권 10화

세상에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큰 굴레]를 넘어서 동료가 소환된 일은 있었지만 설마 내가 쓰러뜨린 적이 부활할 줄이야?!

나는 약간 당황하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

“……싸울 생각은 없소!! 이야기를 좀 합시다!”

[무슨 생각으로 나를 부활시킨 건지를 물었다.]

“음…… 그게…….”

나는 주저하다가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원래 케찰코아틀을 부활시키려 했소! 근데 뭔가 꼬여서 당신이 부활한 거요.”

[호오, 케찰코아틀…… 나의 반쪽인가…… 크크.]

테스카틀리포카는 웃는 듯하더니 잠시 후 말을 이었다.

[이곳은 내가 있던 곳과 다른 세계인 듯하군. 그리고 시대 또한 다르다는 것이 느껴지는구나. 하긴 [큰 굴레]를 넘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가.]

“…….”

[그럼 부활시켜줘서 고맙다. 잘 있어라.]

츠즈즈즈

갑자기 테스카틀리포카의 몸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에 약간 당황하고 말았다.

‘엉?! 또 소멸되는 건가?’

내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흑웅이 나직이 외쳤다.

[주인! 저놈…… 그냥 도주하려는 거요! 어떻게든 막아야 하오.]

“……?! 무, 무슨 소리야. 소환했으면 나랑 교섭해야지 왜 달아나?”

[소환술에서 소환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를 그 자리에 속박하는 주술이 더 중요한 거 알고 있지 않소? 하지만 지금은 그냥 청원으로 되살아난 것뿐 우리는 저놈을 계약으로 속박할 어떠한 장치도 없소.]

“……!!”

[그걸 알고 저놈은 그냥 가버리려는 거요. 우리하고 딱히 계약할 이유가 없으니까!]

이, 이런 젠장! 그런 거였나!

암양이 청원으로 되살려주는 것까지는 해줬지만 일반적인 소환술이 아니기 때문에 소환자와 계약을 위해 대화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제약조차 없었던 거야! 그러니까 그냥 가버릴 수가 있는 거구나!

‘에잇 젠장! 케찰코아틀은 내게 은혜가 있으니 당연히 날 도와줄 거라 생각해서 이런 상황은 생각도 안 했었는데……!!’

테스카틀리포카는 근본이 악신인 데다 딱히 은혜 갚을 성격도 아니기에 얘기가 달라!

흑웅 말대로 여기서 테스카틀리포카를 놓쳐 버리면 지금까지 [태양신의 배꼽]을 찾는다고 했던 고생은 죄다 허공으로 날려버리게 되는 거잖아!

‘어떻게 하지? 지금이라도 공격해서 힘으로 붙잡아?’

하지만 나는 그 순간 완력을 써서 붙잡는 건 최악의 실책일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나와 흑웅의 합공이라면 웬만한 신들을 때려잡을 수 있지만 어째서인지 눈앞의 저놈은 그리 만만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겉으로 흘러나오는 마력이 그리 강하지 않았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힘으로 제압해봤자 진심으로 승복시킬 수는 없다.

그럼 힘이 아니라면 뭘로……?

나는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해서 테스카틀리포카에게 외쳤다.

“……이보쇼!! 갈 때 가더라도 교환을 해야 하지 않소?”

사앗!

내 말에 점차 흐릿해지고 있던 테스카틀리포카의 몸이 다시 원래의 청록빛으로 되돌아왔다. 테스카틀리포카는 약간의 호기심이 생긴 듯 대꾸했다.

[무슨 교환 말이냐?]

“그때…… 당신이 나한테 흑요석 목걸이를 줬잖소.”

[흐음. 그 일을 기억하고 있었구나.]

당연히 기억할 수밖에 없다. 그 때의 싸움은 내게도 강렬한 기억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테스카틀리포카를 쓰러뜨리자 그는 자신을 쓰러뜨린 걸 칭찬하며 하사품으로 흑요석 목걸이라는 걸 줬던 적이 있는 것이다. 아주 예전의 일이지만 나는 그 사실을 똑똑히 기억해내고는 말을 이었다.

“내가 죽어버리는 바람에 그 흑요석 목걸이는 사라지고 말았는데…… 기왕 이렇게 다시 만난 거 다시 내게 흑요석 목걸이를 줬으면 좋겠소. 물론 맨입에 달라고는 하지 않을 거고 이번에는 내가 가진 귀중품과 교환을 하자 그 말이오.”

힘이 안 되면 욕망이다!

상대에게 이득을 제안하면 욕망 때문에 일단 멈칫거릴 수밖에 없겠지!

[…….]

내 제안에 테스카틀리포카는 자신의 동체를 꿈틀거리며 뭔가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러고는 말했다.

[지금 네 힘으로 볼 때 그 목걸이는 딱히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뭐하러 그런 교환을 하려 하는가?]

“어…… 글쎄…… 사실 뭐 당신이 소환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말했다.

“그냥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소. 그리고 당신에게서 받은 그 목걸이의 효능도 미처 실감해보지 못했기에 보낼 때 보내더라도 그걸 꼭 얻고 싶구려.”

만나서 반갑다는 건 진심이었다.

한때 목숨을 걸고 싸웠을망정 이렇게라도 옛 얼굴을 보니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 흐음…….]

잠시 후 테스카틀리포카가 말했다.

[좋아. 공짜로 달라고 하지 않는 게 마음에 드는군. 그러면 흑요석 목걸이를 네게 주는 대신에 네놈은 내게 무엇을 줄 셈이냐?]

좋았어…… 테스카틀리포카의 마음을 움직였다!

나는 이 정도면 일단 그를 이 자리에 붙잡아두는 데는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으며 손을 들어서 권능을 시전했다.

쉬쉬쉭!!

내 손 위에 황금빛 동전이 소환되자 나는 테스카틀리포카에게 말했다.

“이걸 드리겠소.”

[심상찮은 물건으로 보이는군. 그건 뭐냐?]

“내 상권(商權)으로 만들어낸 동전이오. 이 동전은 직접 인과율을 거래할 수 있는 화폐와 같소.”

[호오…….]

“사실 당신이 떠나지 않고 내가 하는 사업에 같이 참여했으면 좋겠지만 당신은 자유를 즐기고 싶은 모양이니 뭐…… 나중에라도 이 화폐를 써 보고 생각있으면 같이 일해봅시다.”

[일단 줘 봐라.]

“그럼.”

티잉

내가 손가락으로 황금빛 동전을 튕겨서 테스카틀리포카에게 날리자 그는 동전을 단숨에 받아먹어서 삼켰다. 그러자 그 순간 테스카틀리포카에게서 강력한 마력의 파장이 뿜어져 나왔다.

쿠오오오……!!

“……!!”

[음!]

순간적으로 나와 흑웅은 긴장해서 움츠러들고 말았다. 왜냐하면 당초에 예상하고 있던 그의 마력수준과 현격한 차이가 났기 때문이었다. 나는 테스카틀리포카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에 침을 꿀꺽 삼켰다.

‘…… 27회차에서 봤던 그 체급이 아니야!! 몇 단계는 더…… 강하다!!’

뭐지?! 그때는 힘을 숨겼던 건가?

내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할 때 테스카틀리포카가 말했다.

[무척 마음에 드는 물건이군…… 동전은 더 없느냐?]

나는 어물거리며 말했다.

“아니…… 더 있긴 한데…… 흑요석 목걸이는 주지도 않고 계속 받아먹으려 하는 게 좀 그렇소.”

[동전을 좀 더 다오. 그러면 흑요석 목걸이를 더 강화해서 네게 주겠다.]

“믿어도 되는 거요?”

[싫으면 말아라. 나는 갈 거다.]

“아, 알았소. 잠깐 기다리시오.”

이런 젠장…… 왠지 억지에 끌려다니는 거 같은데…….

나는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상권으로 동전을 몇 개 더 만들어서 테스카틀리포카에게 주었다. 물론 너무 많은 자산을 쓰면 나중에 이환웅이 자산을 불릴 때 곤란할 게 뻔했으므로 내가 가진 강대한 마력을 끌어내서 쓸 수밖에 없었다.

치리링

꿀꺽 꿀꺽

내 피 같은 동전을 받아 삼키던 테스카틀리포카는 만족한 듯 날개를 파르르 떨었다.

[이거 아주 맛있군…… 흐음…… 아주 영양이 풍부한 별미야…….]

…… 그렇겠지! 지금까지 니가 먹은 동전을 다 합치면 보통인간을 대라신선급으로 강해지게 할 수 있을 테니까!

‘제길, 저거 전부 [옛 지배자]들한테 투자받은 자산을 임의로 꺼내쓰는 거라 결국 다 메꿔야 하는데…….’

안 그래도 옆에서 이환웅의 얼굴이 창백해져 있는 게 보였다. 앞으로 골치 아플거라고 생각하는 게 뻔했다.

나는 내심 아까워서 속으로 투덜거리며 말했다.

“아니…… 그만 먹고…… 흑요석 목걸이 이제 줘도 되지 않소?”

[…….]

“저기?”

뭔가 고민하고 있던 테스카틀리포카가 말했다.

[네가 하려는 사업이 뭐냐? 얘기나 좀 들어볼까.]

어? 설마!

나는 테스카틀리포카의 한마디에 내심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담담하게 말했다.

“주식회사요. 자세한 설명은 옆에 있는 이환웅이 해줄 것이오.”

나는 이환웅에게 시켜서 주식회사에 대한 설명을 시켰다. 그리고 그 설명을 모두 들은 테스카틀리포카가 말했다.

[재미있군. 신격들에게 인과율은 굉장히 중요한 자원인데 그걸 불려준다라…… 여태껏 태초부터 그런 시도를 한 존재는 단 하나도 없었다.]

“좀 솔깃하시오?”

[솔깃하겠지…… 네놈이 죽어도 되살아나는 존재라는 걸 모르고 있다면.]

어? 이 반응은…….

테스카틀리포카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아마 네놈이 말로만 듣던 전생자라는 존재겠지…… [큰 굴레]를 넘어 존재를 소환하고 그때 세계가 멸망해서 죽었을 게 뻔한데 다시 살아 있는 걸 보면.]

“……그, 그게 뭐 문제 있소?”

[있다…… 네가 죽으면 너한테 투자한 자산은 어떻게 되는 거냐. 폐업하고 죽음으로 달아나면 어찌 되냐.]

“…….”

[네게만 이득이 되도록 악용할 여지가 굉장히 크군…… 크크크.]

뭔가를 눈치챈 듯 껄껄 웃던 테스카틀리포카가 말했다.

[하지만 그 사악한 점이 마음에 드는구나. 소환계약 정도는 맺어주마.]

“……!! 정말이오?”

[어차피 네가 오래 살 것 같지도 않으니 투자 같은 거창한 짓은 하지 않겠다. 싸울 일은 무척 많을 테니 나를 부른다면 싸워주마. 대신 상권의 동전을 내놔야 한다.]

“…….”

이거…… 왠지 지금까지 만났던 [옛 지배자] 중에서 나에 대해 제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느낌인데…….

뭔가 찝찝했지만 나는 어찌됐든 손해 볼 게 없었으므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소!”

[그럼 소환계약의 증표로 흑요석 목걸이를 삼겠다. 받거라.]

쿠르르륵…….

츄와악

테스카틀리포카의 입에서 거대한 보석이 뿜어져 나왔다. 예전에는 사람의 키만큼 거대한 보석이 압축되는 과정을 거쳤다면 이번에는 그냥 평범하게 손바닥만 한 보석이 바로 튀어나온 듯했다. 그 보석은 서서히 내게 다가오더니 잠시 후 목걸이의 형태로 변했고 내 목에 걸렸다.

‘이걸 장비하는 건 두 번째로군…….’

내가 감회어린 눈으로 흑요석 목걸이를 보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는 말했다.

“……어? 이거 흑요석 맞소? 왜 칠채(七彩)를 뿜는 거요.”

그랬다. 원래 흑요석은 새까맣고 영롱한 빛을 띠고 있었는데 지금 이 목걸이는 전체적으로 까만빛이긴 했지만, 상당히 휘황찬란한 칠채의 빛을 내뿜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멀리에서 본다면 금강석 목걸이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테스카틀리포카가 말했다.

[네가 준 동전에 들어있던 힘으로 강화시킨 것이다. 또한 검은 태양신이자 [흑요석의 왕]으로서 가장 큰 가호를 불어넣었으니, 그 목걸이는 우주에서 가장 귀한 보물 중 하나라 자부할 수 있노라.]

“흐음…….”

나는 마뜩잖은 눈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래봤자 결국 이 흑요석 목걸이의 공능은 기억을 전달하는 거 아니오? 가장 귀하다기엔 부족하지 않은지.”

그랬다. 그 당시에도 테스카틀리포카가 사용법을 내 머릿속에 욱여 넣어줬는데 그때도 여러 가지 사용법은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기억전송] 그 자체가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선지자의 종족이 쓰는 기억전송과는 뭔가 많이 달랐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억을 전송한다는 게 능력의 전부였기에, 우주의 날고기는 강대한 보물들 중에 최고라기엔 손색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테스카틀리포카가 말했다.

[어리석기는…… 네놈은 그 보물이 아까워서 죽기도 힘들 정도로 목숨에 집착하게 될 것이다. 그 정도로 가치는 굉장히 드높도다.]

“……?”

뭐지 저건……?

화를 내는 것도 아니고 나를 한심하게 여기는 걸 보면 진짜 자부심이 넘치는데?

단지 기억을 전송하는 것뿐인데 그렇게 대단한 능력이라 할 수 있나?

‘아니 물론 기억전송을 이용해서 내가 이득을 많이 보긴 했지만 사실 최고라 하기엔…….’

뭘까.

대체 뭐가 숨겨져 있길래…….

[그럼 다음에 보자.]

“어딜 가려 하시오?”

[외신도 되지 못했는데 [큰 굴레]를 넘게 될 줄은 몰랐으니, 이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고 싶구나…….]

파앗!!

말이 끝나는 즉시 테스카틀리포카는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 교섭을 옆에서 보고 있던 이환웅이 다가오며 말했다.

“전반적으로 무척 훌륭한 교섭이었어, 백웅.”

“음…… 테스카틀리포카를 완전히 동료로 끌어들이지는 못했는데.”

“아무리 신으로서 관용을 베풀었다고 해도 당신은 테스카틀리포카의 머리를 깨버린 당사자야. 이 정도만 되도 대단한 거지.”

“…….”

“근데 그 흑요석 목걸이의 능력은 정말 기억전송뿐인가?”

나는 이환웅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 저번에 내가 전송받은 사용법에 따르면 그냥 그것뿐이야.”

“……흠, 그런데 지금 당신은 흑요석으로 기억전송하는 게 허공록에 의해 금지되어 있지않나?”

“……아!!”

맞다 그랬었지?!

내가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깜짝 놀라자 이환웅은 힐끔 내 흑요석 목걸이를 바라보다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디 한 번 그 흑요석 목걸이로 나한테 기억전송을 해 봐. 될지 안 될지 시험해보는 게 좋을 거 같아.”

“어? 그런 짓을 했다가는…….”

“선지자네 왕실이 또 터지겠지?”

“그래.”

이환웅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데…… 우리가 알 바 아니잖아?”

“…….”

이 자식…… 볼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정말 사악한 놈이야…….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으므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 번 해보지.”

선지자 미안하다! 근데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어!

나는 잠시 후 사용방법에 기록된 주문을 외우며 흑요석 목걸이의 힘을 끌어내어서 기억전송을 시작했다.

우우우우우

칠채의 빛이 뿜어져 나오며 흑요석이 크게 빛나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기이한 현상을 느꼈다.

‘어?’

두쿵!!

나는 알 수 없는 공간에 의식째로 와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물리적으로 이동한 게 아니라 내 의식과 영혼이 와 있다는 건 선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공간을 둘러본 순간 어떤 장소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서고(書庫)?’

말도 안 될 정도로 드넓은 서고!

수천억이 넘어 보이는 무수한 책이 책장에 꽂혀 있었고 하늘조차도 책으로 뒤덮여 있었다. 세상천지가 책뿐인 듯했고 나는 이 서고가 어떤 장소인지 몰라서 당황했다.

왜 기억전송을 하는데 서고에 온단 말인가?

나는 주변에 널려 있던 책 중에 아무거나 한 권을 뽑아서 대충 읽어보았다. 그리고 읽으려고 첫 장을 넘긴 순간, 나는 내 머릿속에 어마어마한 정보량이 단숨에 들어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

이…… 이건…… 인생(人生)?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일생의 기록이 단숨에 내 머릿속에 들어오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내가 그 충격 때문에 잠시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허공에서 무언가가 음산한 목소리를 흘리는 게 들려왔다.

[누구냐…….]

섬찟

나는 그 목소리의 주인이 도저히 지금의 나로서는 항거할 수 없는 절대적 존재라는 걸 직감했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내 목에 걸려있던 칠채의 흑요석 목걸이가 빛나기 시작했다.

촤아앗

나는 도로 의식이 현실로 되돌아온 것을 느꼈다.

그리고 눈앞에 있던 이환웅이 어리둥절한 눈으로 날 쳐다보며 말했다.

“왜 그러는 거야?”

“…….”

내가 방금 뭘 겪은 거지?

아니…… 내가 간 것은 대체 ‘어디’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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