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658화 (1,557/1,615)

전생검신 88권 07화

천하삼분지계!

나만의 독자적인 세력!

그 말에 유망은 상당히 놀란 듯한 기색이었다. 그러더니 헛웃음을 흘렸다.

“허허, 본격적이군. 확실히 그 정도 세력이라면 여느 신격의 단체에 못지않은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헌데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고 있나? 일이 잘 풀린다면 힘의 균형을 이루어 평화를 이룰 수 있으나, 자칫 잘못했다가는 모난 돌이 정 맞듯 커다란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

“세력의 크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다른 자들에게 세계의 평화를 유지시킬 수 있는지 ‘명분’이 필요할 것이다.”

명분…….

‘맞는 말이야. 과연 수억 년 이상 살아온 신적 존재답군…….’

나는 유망의 말이 옳다고 여겼다. 어차피 신들 입장에서 종말의 [계시]까지 수만 년이 남았는데 인간의 세월로는 긴 시간이지만 신들에게는 잠깐 딴짓하고 오면 끝날 시간이었다. 그 찰나에 자기만의 이득을 챙기고자 자웅을 가리는 난세(亂世)일진대 과연 세력이 크다고 해서 공격받지 않을 것인가?

유망의 말대로 새로운 세력이 출범해서 평화까지 노리려 한다면 신들의 대립을 멈출 수 있는 확실한 명분이 필요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군가와 전쟁을 하게 되리라. 어차피 [계시]에서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지금도 쉴 새 없이 신들끼리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환웅은 그 말에 씩 웃더니 말했다.

“그건 어려울 것 없습니다.”

“어려울 것 없다고?”

“백웅이니까 할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다 설명드릴 수는 없지만, 백웅이 설득에 나선다면 확실히 모든 신들이 전쟁을 멈추고 잠잠해지게 할 수가 있지요.”

그렇게 말한 이환웅이 살짝 손을 드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젠가 모든 신들과 그 수장들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이 협상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힘이 있음을 천하에 그 명성을 떨쳐야 하는 것이고, 지금 우리는 그 시작단계에 있는 셈입니다.”

“흐음. 말은 그럴듯하군.”

“유망 님, 그래서 하나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

“유망 님께서는 이 자리에 있는 탁록촌의 간부들 중에서 황제의 측근인 전욱이나 제곡에 버금갈만한 자를 양성하실 수 있겠습니까?”

유망은 이환웅의 말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 그들이 얼마나 강대한 존재들인지 모르지 않을 텐데…….”

“네. 아군 중에서 적어도 그런 존재가 하나는 더 있어야 앞으로 황제와 복희를 상대로 대등하게 교섭이 가능할 테니까요.”

“흐으음…….”

유망은 이환웅의 말을 듣고는 찬찬히 좌중을 둘러보았다. 그는 한동안 살펴보다가 한 명에게 시선이 멈추었고,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역시 그만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건 이놈뿐일 것이다.”

유망의 시선을 받은 것은 바로 열산(烈山)이었다.

탁록촌에서 가장 강력한 초상능력을 타고난 인간인 데다가 유소와 소녀의 오빠인 존재! 게다가 혼돈을 잡아먹는 능력을 타고 나서 무척 특이한 자였다. 열산의 초상능력은 내가 전생하면서 보아왔던 모든 인간을 통틀어 최고수준이라 할 만했다.

이환웅이 의외라는 듯 말했다.

“열산의 잠재력을 가장 높게 보시는군요. 그럼 어째서 청양을 제자로 삼으신 겁니까?”

“잠재력은 열산이 가장 높지만, 저놈은 무(武)의 길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허나 청양은 진지하게 무도(武道)를 걷고 있지. 내 제자가 되기 위한 소양은 무(武), 그뿐이다. 그리고 청양도 열산에 비해 잠재력이 낮을 뿐 인간 수준은 한참 전에 벗어났지.”

“그렇다면 열산을 육성하면 향후 삼황오제에 준하는 강자가 된다고 알아들어도 되겠습니까?”

“내가 그걸 어찌 알겠나? 너희들 중에서는 제일 뛰어난 잠재력을 가졌다는 것뿐이다. 게다가 잠재력만 따진다면 사실 소녀(素女)가 가장 강하겠지…… 허나 그녀의 힘은 모든 신들이 노리는 보물이나 다름없으니 빼놨을 뿐.”

퉁명스러게 대꾸한 유망은 갑자기 자리에 와 있던 소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소녀의 문제도 해결해야 하지 않나? 지금은 백웅 때문에 혼돈과 질서의 세력이 모두 눈치를 보고 있어서 소녀를 탈환하려 들지 않으나, 머지않아 어느 쪽 신격이 되든 소녀를 빼앗으러 올 것이다. 네놈이 책사를 자처한다면 이 문제에 대한 복안을 말해봐라.”

“하…… 사실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은 단순합니다. 탁록촌 사람들이 더욱 강해지는 것뿐이지요. 최소한 백웅의 짐이 되지 않을 정도의 강자가 한 명 더 있어야 하고 그래서 유망님께 방금 전 그 질문을 드렸습니다.”

“그래서 선배당이라는 꼼수를 써서 힘을 증강시킨 거냐?”

“네. 하지만 아시다시피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요…….”

그렇게 말을 흐린 이환웅이 잠시 눈을 빛냈다.

“유망 님. 그렇다면 저희는 열산에게 힘을 몰아주기를 하겠습니다.”

“몰아주기?”

“네. 아시다시피 오늘은 초기주주 10여 명에게 힘을 공평하게 배당했습니다. 하지만 차후 배당시기에 이걸 한 명에게 집중시킨다면…….”

“……장담할 수 없다. 나는 좀 황당하기까지 하군.”

유망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찬찬히 말했다.

“너, 이환웅이라 했던가? 네 주군인 백웅이 워낙 강한 존재라서 인지부조화라도 일어난 것이냐? 너희 필멸자와 상위신격 사이에는 네 생각보다 더욱 아득하고 절망적인 격차가 있다. 단순히 열산에게 그런 몰아주기를 한다고 해서 새로운 상위신격이 탄생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상위신격이란 본디 은하계 서너개 쯤은 좌지우지하며 전 우주에 명성을 떨칠 수 있는 존재인데 이 하찮은 작은 행성의 하위종족 출신이 그 위계에 오른다는 게 가능할성싶으냐? 저기 건달파 같은 마왕이 100명 있어도 상위신격은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눌러 죽일 수 있단 말이다.”

“…….”

“만일 그 정도의 강자를 키우려 한다면 몰아주기 정도로는 안 된다. 최소한 백웅이 뭔가를 희생하면서까지 키워주려는 각오는 있어야겠지.”

“역시 그렇군요…….”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이환웅이 힐끔 소녀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소녀. 이제 당신도 패를 깔 때가 됐소.”

흠칫!

이환웅의 갑작스러운 말에 검은 비단옷을 입고 있던 소녀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패를 깐다니 무슨 말씀이시죠……?”

“시치미 뗄 것 없소. 이미 우리는 기호지세의 전략을 취하기로 했으니 더 이상 당신을 마냥 점잖게 오냐오냐해줄 수 없단 말이지. 최소한 당신이 숨기고 있는 진실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들어야겠소.”

“진실을 숨기고 있다니 무슨…… 알고 있는 건 예전에 다 말했어요.”

“아니지. 당신은 진실을 숨기고 있소.”

“뭘 숨기고 있다는 말이죠?”

“후후…….”

이윽고 이환웅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예를 들자면…… 서왕모의 궁 내부, 백웅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당신과 유소가 서로의 능력을 열화(劣化)시켜서 쓸 수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지. 그렇지 않소?”

“그랬었죠.”

“그 말대로라면 [전능]의 능력을 갖고 있는 당신은 [전지]의 힘을 약화시켜서 일시적으로 끌어내어 쓸 수 있다는 말. 당신은 그 능력을 이용해서 단편적인 미래를 예지할 수 있었소. 그런데 그건 반대 또한 성립하지 않겠소?”

“…….”

“[전지]의 능력을 지니고 있는 당신의 자매, 유소는 반대로 [전능]을 약화시켜서 쓸 수 있다는 말이 되지.”

“그건 딱히 숨긴 적이 없는데 뭘 숨겼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거죠?”

이어진 이환웅의 말에 좌중이 잠시 충격으로 물들었다.

“전지능력자이자 전(前) 탁록촌 촌장인 유소가 갑작스럽게 소을촌은 물론 이 세상에서 사라진 이유…… 그건 바로 유소가 [전능]의 능력을 응용했기 때문이라는 걸  말이오. 유소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당신은 아마 그 사실을 짐작했겠지만,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고.”

“……!!”

뭐, 뭐라고?!

이건 나조차도 이환웅에게 언질을 받은 적이 없는 뜻밖의 이야기였기에 깜짝 놀랐다. 놀란 건 나뿐만이 아닌지 이환웅을 제외한 모두가 깜짝 놀란 듯했다.

소녀가 놀라서 굳어 있자 이환웅이 능글거리며 말을 이었다.

“내가 이렇게 유추한 이유가 궁금하겠지?”

“왜죠?”

“단순하오. 내가 전지능력자이자 전능능력도 조금 쓸 수 있는 입장이라고 생각해 봤을 때 나 같으면 그럴 거 같거든. 인간의 욕망과 동인(動因)보다 더 강력한 근거는 의심하는 데 필요 없소. 그리고 사실 이 이상의 근거는 딱히 없다오.”

“…….”

“하지만 미리 경고해두지. 나는 지금 진실을 털어놓을 기회를 주는 거요. 지금이라면 아직 실수라고 넘어갈 수 있지만 만일 나중에 진실이 따로 밝혀진다면…… 당신은 백웅의 적이 되어 영겁토록 조리돌림을 당하게 될 거요. 어찌하시겠소?”

그런 이환웅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유망이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허허…… 그냥 감으로 음모론을 제출한 거뿐 아니냐? 정말 소녀가 적이라면 그런 어처구니없는 떠보기에는 절대 당하지 않을 거다.”

“하하. 그러게요. 적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이환웅이 너스레를 떨며 웃었지만 잠시 후 소녀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말했다.

“하아…… 당신의 말대로예요. 저는 유소가 제 능력을 따라 했을 거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어요.”

“호오. 이런 간단한 떠보기에 털어놓다니 의외구려.”

“의외라구요……? 다 계산했으면서.”

“그럴 리가~”

소녀는 곱지 못한 눈으로 이환웅을 흘겨보았지만 사실 소녀의 말대로였다.

‘이환웅, 무서운 녀석이군…….’

언뜻 허점투성이 음모론을 내세워서 의심해 버린 것 같았지만 사실 이환웅의 모든 언행은 계산된 것이었다.

소녀는 지금 내가 전생자인 것을 알고 있으며 천하에서 그녀를 보호해줄 존재는 나뿐이었기에 결코 내게 밉보이거나 의심받아서는 안 되는 입장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게 ‘의심의 싹’을 심어줄 만한 떡밥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소녀 입장에서는 몸서리가 쳐지는 일일 것이다. 하물며 내가 전생자로서 복수에 복수를 거듭할 수도 있다는 잔혹함을 강조함으로써 한층 강하게 심리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나는 이환웅이 언뜻 다른 책사들과 비슷해 보였지만 전혀 다른 놈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망량이나 제갈사는 좀 더 논리적으로 정돈되어있는 상태에서 상대를 논파하기를 좋아한다면, 이환웅은 설령 자신의 논리가 빈약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상대를 진흙탕으로 끌어들이는 자였다. 그리고 언뜻 논리적이지 않은 흐름 속에서 자기만의 논리로 이득을 취하는데 몹시 익숙해 보였다.

막말로 상대보다 논리가 딸려서 논쟁에서 지더라도 싸움만 이기면 상관없다는 주의.

이런 걸 책사라고 해도 되는 걸까?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내가 잘못 생각했음을 깨달았다.

‘아…… 아냐. 이 녀석은 애초에 책사가 아냐. 책사라기보다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간웅(奸雄)의 모습이 아닌가.’

머리가 좋기 때문에 임시로 책사를 겸하고 있을 뿐이지 이 녀석의 본질은 책상물림으로 계책을 짜는 것보다는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나서서 상황을 주도하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험난한 계교와 속임수도 서슴지 않으며 어떻게든 결과적으로 상대를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주의인 것이다. 지금만 해도 소녀가 정말 의심스러워서 의심했다기보다는 똑바로 말 안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윽박지른 것에 가까웠다.

오싹

나는 순간 실감하고 말았다. 이런 느낌을 정확히 같은 인물에게 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녀석은 틀림없이 십이율주 하은천과 동일인물이다……!!’

그동안 머리로만 알고 있던 것과는 달리 이제야 제대로 실감한 것 같다. 이 녀석이 나중에 수천 년의 경험을 쌓이며 더 노회해지고 혼탁해지면 바로 십이율주가 되는 것이다!

잠시 후 소녀가 입을 열었다.

“백웅 님. 속이려는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저로서도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말씀드리기 힘들었어요.”

“그렇다는 건 이환웅의 말대로 유소 녀석이 네가 가진 무한의 능력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냐?”

“……아마도요. 하지만 저로서도 유소가 어떤 방식으로 제 능력을 응용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어요. 서로가 서로의 능력을 따라 쓸 수는 있어도 능력을 썼다는 신호가 오진 않거든요.”

“뭔가 언질이라도 없었나? 그냥 나만 따르면 된다고만 두리뭉술하게 이야기하고 넘어간 게 다라고?”

“네. 하지만 유소가 어릴 때부터 늘 자신만만하게 하던 얘기가 있었어요.”

“뭔데?”

소녀는 잠시 숨을 고르다가 말을 이었다.

“전생자는 절대로 자기를 찾아낼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어요. 닭 쫓던 개처럼 자기가 원하는 그림만 만들어주다가 끝날 거라고…….”

“……뭐라고?”

소녀가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푹 숙였다.

“죄, 죄송해요. 진작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하지만 이런 얘기를 했다가는 저를 더 의심하기만 하고 구출해주지도 않으셨을 것 같아서.”

“이미 충분히 의심스러우니 걱정마. 그렇게 중요한 얘기를 이환웅이 추궁해야만 털어 놓다니…….”

“…….”

“후우, 계속 말 해봐. 더 이상 숨기는 게 있으면 안 돼.”

내 말에 소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에 말씀드렸죠? 유소의 예언에 따르면 저와 유소는 한날한시에 동시에 죽게 된다고…… 그렇기에 제가 아직 살아 있다는 건 유소가 살아 있다는 뜻도 돼요.”

“그건 이미 알고 있어.”

“하지만 유소는 이 전제를 깨부술 수 있다고도 얘기했어요. 본디 전지능력자의 예언은 본인의 운명조차 제한해 버리는 법이지만, 전생자가 그 제한을 파괴할 수 있게 해줄 거라고…….”

“……?”

이건 정말로 알쏭달쏭한 이야기다.

‘유소는 대체 무엇을 노리는 거지?’

유소는 황제에 버금가는 전지능력자이기에 그녀가 한 예언은 사실 예언이라기보다는 미래를 확정시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황제 공손헌원이 인과율 계산능력으로 종말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신의 승리를 성립시켰던 것만 봐도 진짜 전지에 준하는 능력자들은 격이 다른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강력한 전지능력이기에 한 번 예언을 한 순간 그 예언은 반드시 실현되는 것이며, 심지어 자기자신에 관한 것이라면 자기가 자기 예언을 벗어날 수 없는 오류에 걸리고 만다.

하지만 유소는 나를 이용해서 그 전지능력의 모순을 깰 수 있다고 말했단 말인가?

대체 어떻게?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이환웅이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건 맞는 것 같군. 자기가 방금 한 얘기의 의미도 잘 모르는 것 같으니.”

“네?”

“정말 모르겠어?”

다음 순간, 이환웅은 자신의 손에 은하구절편을 소환하더니 어마어마한 속도로 소녀를 향해 내리쳤다.

쿠콰콰쾅!!

나는 그 찰나에 재빨리 이환웅을 가로막아서 소녀를 지켰다. 소녀라 해도 능력을 쓸 틈이 없으면 평범한 인간소녀나 다름없었기에 기습에는 약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환웅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인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뭐 하는 짓이긴? 백웅 당신은 지금 소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눈치 못 챘어?”

“뭐?”

이어진 이환웅의 말에 나는 굳어 버리고 말았다.

“일단 지금 소녀를 죽여 버리면 유소의 예언에 모순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단 얘기잖아. 이렇게 쉬운 길을 놔두고 돌아갈 필요가 있겠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