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검신 88권 05화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어안이 벙벙해져 있던 나는 문득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
“이, 이해가 안 되는데…… 어째서 종말을 보고 나서 전생하는 것만으로도 코인이 1억 배가 된다는 거냐?”
“흐음. 선물과 공매도 개념은 알아? 당신 흑요석을 보면 이미 대웅제국의 지식을 전승받아서 기억의 심처에 기록되어 있던데.”
“그…… 뭐지…… 어…… 주식…… 거 뭐냐…….”
씨발…… 잘 모르겠는데…….
내가 말을 어물거리자 이환웅이 씩 웃었다.
“역시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어도 이해하지 못하면 있으나마나군.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선물이란 미래(未來)를 다루는 금융상품이야.”
“미래?”
“그래. 쉽게 말하자면 미래를 미리 예측해서 도박을 하는 거지. 그 도박이 맞으면 도박의 난도가 높은만큼 큰돈을 벌 수 있고, 틀리면 가진 돈을 잃게 돼.”
“아하, 그런 거군.”
미래를 예측하는 도박이 바로 선물이구나!
대충 이해 한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미래에 [종말]을 보고 [전생]해서 [인과율]을 얻는다는 것 자체가 도박이고…… 그 도박에 성공하면 배율이 100만배다…… 내가 이해 한 게 맞냐?”
“그래.”
“……근데 이게 왜 배율이 100만배나 돼? 어려운 도박일수록 배율이 높다고 했는데 이건 내가 맨날 하는 일이잖아.”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이환웅이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
“결코 쉬운 게 아니야. 왜냐하면 당신, 전생자를 제외한 우주의 그 어떠한 존재도 [종말] 이후에는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야.”
“어?”
“잘 생각해 봐. 당신이 만났던 수많은 신적 존재들이 그 전생능력을 부러워하고 탐을 냈던 이유가 뭐지?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아무리 신력이 강대하고 날고기는 놈이라고 하더라도 전생능력만큼은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야. 즉, 당신은 전 우주에서 유일하게 [종말] 이후에 전생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거야!”
“……!!”
“게다가 지금까지 당신의 여정을 살펴보면, 당신은 전생할 때마다 모종의 인과율을 획득하는 것으로 보여. 그건 신적 존재들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지. 그런데 우주의 [종말]을 겪고도 살아남아서 전 우주에서 가장 귀중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인과율]까지 획득할 수 있는 존재가 전생자 말고 또 있을까?”
이환웅은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없어! 삼황오제고 지랄이고 종말을 맞이하면 다 죽잖아! 전 우주의 파멸에서도 살아남는 유일한 존재…… 전생자라는 건 바로 그런 것이지!”
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반문했다.
“그…… 그런가?”
“그래. 당신은 전생자라는 절대적인 희귀성을 자각할 필요가 있어. 그리고 그 유일한 전생자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라면…… 당연히 전 우주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니까 당연히 100만 배라는 배율쯤은 우스운 거야! 100만 배도 사실 창힐의 [상업의 권능]에 허가되어 있는 배율일 뿐 사실 여기서 1억 배를 넘어도 전혀 이상하진 않을걸?”
“…….”
“물론 이러한 전생자의 희귀성을 생각하면 금융상품 100만 배로 만족할 수가 없지. 그래서 나는 공매도를 덧붙인 거야. 공매도는 선물과 다른 제도라서 배율이 중복되니까.”
“공매도?”
“공매도라는 건 선물과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해. 결국 미래에 어떤 게 실패하거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면 내가 돈을 벌게 되어 있는 제도야.”
이환웅은 촤락, 하고 자신이 평소에 늘 보고 있던 손바닥만 한 책자를 펼치며 말을 이었다.
“생각해 봐. 우주는 결국 [계시] 후에 [종말]을 맞이해서 멸망하는 거지? 그 우주의 운명은 정해져 있고 바꿀 수 없어. 이건 주식시장으로 치면 [우주]라고 하는 주식의 주가가 폭락해서 상장폐지 당한다는 뜻이지. 그리고 모든 이들이 이 결과를 받아들이고 순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반대로 우리는 전생자의 전생능력을 이용해서 우주가 멸망하지 않는다, 라고 하는 역 공매도를 걸어 버리는 거야. 즉 우주의 운명에 숏을 치는 것이지. 이 배팅 또한 당연히 100만 배를 넘어야 하겠지만, 창힐의 권능에는 한계가 있어서 3급 전귀단계에서는 100배밖에 적용이 되지 않은 모양이거든.”
“……?”
“잘 이해를 하지 못한 모양이군. 더 쉽게 설명해 주지.”
이환웅이 빙긋 웃었다.
“그러니까…… 당신이 [전생]한다면 이 우주는 멸망한 게 아니야. 당신이 이 우주의 운명을 짊어지고 계속 유지시켜 나가는 거지. 그렇게 한다면 우주의 멸망인 [종말]을 극복했다고 볼 수 있는 거고, 숏에 숏을 걸어서 궁극의 롱 배팅에 성공한 셈이지!”
“…….”
나는 이환웅의 말이 어려워서 무척 곰곰이 생각했다. 무척 생소한 주식개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게 설명한다는 이환웅의 말대로 어느 정도 개념은 이해되었기 때문에, 나는 잠시 후 내 나름대로 이해한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었다.
“……내가 전생하면 이 세계는 멸망한 게 아니란 말이지? 세계의 운명을 내가 짊어지고 간다고 치는 건가?”
“그래. 잘 이해했군.”
“아니, 그게 말이 돼? 억지잖아! 멸망한 건 멸망한 거지 완전히 정신 승리하는 거 아니냐고.”
나는 기가 막혔다. 이환웅의 말은 얼추 옳은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잘 따지고 보면 억지에 가까웠다. 이환웅의 말대로라면 지금까지 내가 30번이나 전생하면서 수많은 세계의 멸망을 보아왔는데, 그 멸망들은 사실 멸망이 아니었다는 얘기가 아닌가?
이환웅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상업의 권능을 다루는 정령한테 먼저 문의해봤잖아? 그게 가능한지 아닌지를. 가능하지 않다면 나도 100만 배에서 만족하고 끝낼 생각이었지만 뜻밖에 세계의 운명에 거는 공매도 또한 룰의 일부로서 인정이 되었지. 억지든 말든 이 능력의 진정한 주관자가 인정해 버리면 그만이라는 게 그 능력의 특징이야.”
“으음…….”
하긴 이건 인간의 법과 제도에 기반한 능력이 아니었다.
아득한 절대자인 외신(外神)이 그 효과를 보장하는 초상능력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환웅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하여간 당신의 그 능력은 무척 통이 큰 능력이야. [전지자]와 직접 연결되어 있는 능력이라서 그런가…… 전생자가 아닌 존재라면 결코 이 정도 배율은 얻을 수가 없을 거야. 창힐이 좋은 능력을 썩히고 있었던 이유라고도 할 수 있지.”
그렇게 중얼거린 이환웅이 말을 이었다.
“어찌 됐든 1억 배라고, 1억 배. 그만한 자산이 있으면 주주들한테 배당 주는 것 따위가 문제겠어? 당신은 앞으로 그만큼 많은 자산을 이용해서 뭐든지 할 수 있을 거야.”
“호오……!!”
“우주 제일의 거부(巨富)가 될 수 있지.”
1억 배!
말로 들어서는 잘 감이 오지 않았지만 나는 왠지 마음속이 두근거렸다. 사실 지금까지 받아놓은 [옛 지배자]들의 투자금도 만만치 않은데 이게 1억 배나 늘어난다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해지는 걸까?
‘대…… 대박인가……!!’
나는 약간 들떠있다가 문득 한 가지 맹점이 생각나서 이환웅에게 말했다.
“……야, 그런데 이건 내가 [종말]을 보고 나서 [전생]하는 거니까 일단 30번째 삶이 끝나고 죽어야 1억 배를 얻을 수 있는 거 아니냐?”
“그렇지.”
“그러면 내가 1억 배의 이득을 얻는 건 31번째 삶부터라는 소리인데…… 당장 이번 생에 주주 놈들이 정기적으로 배당을 요구하는 걸 어떻게 줘? 일단 배당을 줄 시기까지 돈을 불려야 하잖아.”
“후후. 아주 합리적인 의문이군. 아주 간단해.”
이환웅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옵션(option)을 쓸 거야.”
“옵션?”
“5천 년쯤 텀을 두고 만기에 콜옵션을 우주에서 꽤 목소리 큰 신적 존재들에게 매각하면 돼. 말이 콜옵션이지 사실상 인과율을 돈처럼 취급해서 파는 셈이니까 엄청난 프리미엄을 붙일 수가 있을걸? 당신이 전생자인 시점에서 이건 돈 놓고 돈 먹기나 다름없지…… 스왑까지 해놓으면 절대 돈을 잃을 일도 없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크크, 그럴 줄 알았어. 그러니까 당신이 해줘야 할 일이 하나 있지.”
“뭔데?”
“상업의 정령한테 계약서를 작성해달라고 해.”
“어떤 계약서?”
이환웅의 이어진 말에 나는 흠칫했다.
“나, 이환웅을 당신이 가진 [상업의 권능]을 공유하는 공동경영자로 인정한다고.”
“……!!”
“그렇게 하면 당신이 다시 미래로 가더라도 상관없어. 지난번에는 당신만의 고유능력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사가 망하는 꼴을 지켜봐야 했지만, 내게 권한을 위임한다면 그럴 일은 없지. 당신이 사라진 동안에도 내가 상업의 권능으로 자산을 불리는 식으로 인과율이 설정될 거야.”
“아니…… 자, 잠깐…….”
나는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말했다.
“그 말은 너도 내가 가진 [상업의 권능]을 쓸 수 있게 된다는 말이냐?”
“그래. 그뿐만이 아니라 당신이 맡아둔 모든 [옛 지배자]들의 자산을 마음대로 굴릴 권한도 내게 주어지지.”
“…….”
“무척 불신이 가득한 눈빛이군.”
나는 이환웅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아니…… 솔직히 우리가 그렇게까지 신뢰가 가득한 관계는 아니지 않냐? 사실 어떻게 보면 나는 네 스승인 나일라토프를 죽인 원수 아냐? [상업의 권능]은 지금 내게 있어서 무척 중요한 능력인데 어떻게 널 믿고 그 능력을 죄다 위임할 수 있겠냐.”
“후후. 뭐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겠지.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비즈니스 관계라는 거야.”
“비즈니스?”
“나는 나일라토프를 조져 버린 당신에게 별 원한이 없어. 어차피 단순히 인간의 애정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존재는 너무 위대한 신적인 존재였거든. 어쩌면 전생자에게 소멸한 것 또한 섭리의 일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
“또 하나, 현 시점에서 나 이외에 그 누구도 당신의 자산을 효율적으로 불려줄 수 없어. 그리고 당신이 없으면 나라는 존재는 아예 이 시대에서 생존하기도 힘들지. 어차피 공생해야 하는 관계라 한다면 철저히 비즈니스 관계로 동맹을 해 보자고.”
“……그런 식의 동료가 어딨냐.”
“글쎄? 당신이 흑요석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게 된 후로도 이런 협력관계는 많지 않았나? 당신은 나일라토프라는 존재에 너무 큰 의미를 두고 있을 뿐이야.”
“흠…….”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이환웅의 말이 옳다는 것을 느꼈다.
‘하긴 이런 관계가 처음은 아니지.’
서로의 필요에 따라 협력하는 관계는 아주 많이 겪어보지 않았던가? 게다가 몇몇 중요한 동료를 제외하고는 사실 대부분이 그런 관계였다. 나는 이환웅만 경원시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아채고는 이환웅에게 말했다.
“잘 부탁하지. 뒤통수는 치지 마라.”
“하하하…… 당신 뒤통수를 치려다가 몰락한 놈들이 그렇게 많은데 내가 그렇게 어리석은 짓을 할까? 직접 내게 전생능력을 넘겨주면 모를까.”
쓱 쓱 쓱
잠시 후 나는 정령을 통해 위임계약서를 작성해서는 이환웅과 함께 서명했다. 그러자 잠시 후 계약서가 밝게 빛나더니 상업의 정령이 말했다.
[이로써 상업의 권능은 이환웅과 공유되었으며 이환웅에게도 자산관리 권한이 생겼습니다.]
“좋았어.”
쾌재를 부른 이환웅은 잠시 후 말했다.
“이제 중요한 일은 다 끝냈고 슬슬 움직여 볼까.”
“뭘 하면 되지?”
“[태양신의 배꼽]의 봉인을 푸는 암양에 대한 청원은 아직 며칠 남았어. 그러니 지금은 빨리 신대도시 칼파부터 가자고.”
“칼파?”
“그래. 우선 동맹부터 확실히 만드는 게 우선이야.”
이환웅이 내게 계획을 설명했고, 나는 이환웅의 계책대로 하기로 했다.
“알았어.”
파앗!!
잠시 후 나는 신력으로 차원이동 능력을 써서 이환웅과 함께 칼파로 향했다. 그리고 칼파에 도착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 앞에는 비슈누와 시바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슈누가 말했다.
“무슨 일로 다시 왔지?”
“지난번에 나와 혈맹을 맺자고 했잖아. 근데 저놈의 시바가 반대해서 그냥 갔었지.”
내 말에 비슈누 곁에 서 있던 시바가 비직 하고 비웃음을 흘렸다.
“크흐…… 지금도 내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입만 산 네놈은 믿을 수가 없으니 내게 힘과 실력을 증명해 보여라.”
“그러고 싶은데 쓸데없이 힘 빼기는 싫어서 말이야.”
뭐 하려고 저런 힘밖에 없는 멍청이와 힘 빼면서 난장판을 치겠는가?
어차피 신력을 퍼부을 뿐인 의미 없는 대결만 난무할 게 뻔한데!
“이거나 봐라, 시바.”
나는 이윽고 내 상의를 위로 올리며 내 몸통을 놈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옴(ॐ)이라고 쓰인 글자를 본 시바는 크게 당황한 듯했다.
“어…… 어…… 아니?!”
“이거 있으면 너의 혈맹이자 동료로 인정하는 거 맞지?”
“……!!”
시바가 크게 당황하는 모습을 멈추지 않자, 옆에 있던 비슈누가 크리슈나의 모습으로 껄껄 웃었다.
“하하하!! 이거 참…… 시바가 자신의 진정한 혈맹에게만 주는 궁극의 문양을 갖고 오다니…… 본인조차 모르게 그런 짓을 하는 게 가능한 것인가?”
“분명 내가 말했을 텐데. 나는 우주의 끝에 있는 브라흐마도 만나고 왔다고. 이 정도는 일도 아냐.”
내가 호기를 부렸지만, 시바와 비슈누 중 누구도 내 말을 비웃거나 가볍게 여기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신격인 그들조차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직접 해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시바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를 인정한다. 우리의 진정한 혈맹으로 그대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모든 일에 전적으로 협조하마!”
“좋아!”
됐다!
미래에서 시바하고 드잡이질한 덕분에 탁록의 시대에서 쉽게 천축삼대신을 동료로 얻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이환웅이 앞으로 나서더니 말했다.
“자아, 그럼 진정한 혈맹이 되었으니 수금을 하겠습니다.”
“……?”
어리둥절해하는 천축 삼대신을 쳐다본 이환웅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저희 주식회사에 투자해주셔야겠습니다. 뭐든 제일 귀중한 신보나 보물을 내놓으십시오.”
“…….”
이것이 바로 이환웅의 계획.
앞으로 동료로 만드는 모든 [옛 지배자]와 고대신에게서 강제로 투자를 받아서 돈을 불리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