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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655화 (1,554/1,615)

전생검신 88권 04화

몸을 전승한다고?!

나는 생각지도 못한 얘기에 약간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말했다.

“무슨 소리지?”

[간단한 거 아닌가? 정기신이 합일된 상태로 신역절기를 쓰기 위해서는 온전한 그대의 몸이 필요한데 [큰 굴레]를 넘기 전에는 미래세계에는 그대의 존재 자체가 없지. 그러면 이 과거의 시대로부터 수만 년 후의 미래로 그대의 몸을 전승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지 않은가.]

“……!!”

[생각해보라. 수만 년이든 수억 년이든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게 되어 있다. 정말로 이 과거와 그대의 미래가 이어지는 것이라면 당연히 몸을 전승시키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몸을 전승시키면 그대도 아난을 상대로 천둔 뇌신검명을 쓰며 대항할 수 있겠지.]

그, 그렇게 되나?

나는 아지다하카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딱히 틀린 말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 그래. 나는 원래 아난과의 대결에서 기(氣)를 쓰지 못하는 점을 지적받았었다.’

아난은 아무리 기계 몸이라 해도 기를 못 쓰는 건 이상하다면서 신역의 경지라면 충분히 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었던 것이다. 나는 생사대적이긴 하지만 아난의 말에서 진실성을 느꼈고, 그때 아난과의 대화가 생각났다.

[그러면 너는 나와의 싸움에서 왜 사신지혼을 쓰지 않는가?]

[말했잖냐. 구궁파천뢰를 근간으로 하는 것이라 동력을 중단전에서 가져오는 것인데 지금 단전 자체가 없다고…….]

[구궁파천뢰는 번개 그 자체를 혼으로 삼는다 하였다. 그러면 혼불이 된 번개에도 내공과 의념이 필요한가?]

나는 그때 아난의 말이 던져준 화두를 생각했었다.

과연 뇌혼 그 자체에 정념이나 의념이 필수적인 것인지?

그리고 기계 몸으로 기와 사신지혼을 다시 쓸 수 있다면 아난에게 이길 수 있다는 걸 다짐하며 그때의 대결을 마무리했었다. 나중에 사신지혼을 쓸 방법을 알아내기로 마음먹은 채 여태까지 지내왔던 것인데, 지금 아지다하카가 해준 말은 뜻밖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냥 몸 자체를 전승하면 된다니!

틀린 방법이 아니었고 지금의 몸을 전승 하면 분명히 다시 아난과 싸울 때는 신역의 기술도 사신지혼도 쓸 수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나는 우물쭈물하며 아지다하카에게 말했다.

“……그렇게 하면…… 기계 몸으로 사신지혼을 써본다고 하는 도전이 유야무야되는군.”

[그리되겠지. 무인으로서의 위대한 도전과제를 그냥 넘기는 셈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내게 몸을 수만 년 후로 전승하라는 거냐?”

[그렇다.]

“어째서?”

내 말에 아지다하카는 창문 밖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대는 재능이 없기 때문이지…….]

“……!!”

[기분 나쁘게 들리는가? 허나 그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나는 본디 그대가 위대한 오성(悟性)을 지니고 있기에 나와의 대결에서 뇌신검명을 깨달았다 생각했지만, 사실 그것은 수백 년의 지고지순한 노력이 응축된 결과물이며 필연(必緣)이었다. 사실 그대도 실전에서 갑자기 깨달아서 강해지는 부류와는 무척 거리가 멀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재능이 없기 때문이지.]

“으음…….”

[그대는 천재가 아니라 달인(達人)이다. 그리고 달인이 된다하여도 타고난 재능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라는 건 그 누구보다도 그대가 잘 알 것이다.]

맞는 말이다.

달인이 되면 오랜 수련과 노력으로 기술을 완성도 있게 다듬었기에 결과적으로는 천재를 따라잡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천재란 여태껏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자를 의미했다. 타고난 재능은 달라지지 않은 채 통과점만 따라잡은 것뿐이니 그런 비교는 도리어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뭣보다도 내가 실전에서 깨닫는 자가 아니라는 건 여태 살면서 몇 번이고 곱씹지 않았던가?

아지다하카의 말이 이어졌다.

[아난과의 대결에 그대 자신의 명예만이 걸려 있었다면 굳이 이런 방법을 권하진 않았겠지. 허나 지금 아난의 손에는 그대의 가장 소중한 동료, 망량의 목숨이 걸려 있다 하지 않았는가?]

“…….”

[그대는 동료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자신의 목표에만 매달릴 수 있는 부류가 아니다. 수백 수천 번을 반복하며 사는 동안 후회만 남을 성격이지. 그렇기에 일단 목적부터 달성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을 제안한 것이다.]

아지다하카의 말은 내게 중대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래…… 아난과의 싸움에는 망량의 목숨이 달려 있다. 지금 망량은 아난의 염주에 당해서 회복이 안 되는 저주에 걸려 있고, 삼 년 후의 대결에서 이기지 못하면 망량은 그대로 소멸된다.’

과연 내가 무예의 의지와 망량의 목숨을 저울질할 수 있을까?

아지다하카는 그렇다고 보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할 말을 잃자 아지다하카가 말했다.

[그대의 말대로라면 망량선사라는 존재가 연기를 잇는다 함은, 결국 내가 볼 때는 한 가지를 의미한다.]

“뭔데?”

[즉…… 이 탁록시대의 성취를 그대의 시대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망량선사는 ‘무엇’을 전승시킬지는 그대의 자유에 맡겼으나, 내가 볼 때는 그대의 몸을 전승시키는 게 최우선일 듯하다.]

“흠!”

그런 건가!

내가 고개를 주억거리자 아지다하카가 묘한 눈으로 날 보다가 말했다.

[그대의 책사에게도 한 번 물어보라. 나는 그냥 내 상식으로만 판단했을 뿐이니.]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그래도 의견은 고맙다.”

[훗…… 그대가 기계 몸뚱이로 사신지혼을 써본다는 무학(武學)의 도전을 미루지 않을 방법도 있긴 하지.]

“어? 뭔데?”

[그것은…….]

나는 아지다하카의 ‘방법’을 듣자 얼굴이 일그러졌다.

“미쳤냐!!”

[왜? 이 또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아니 씨발…… 틀린 건 아닌데…… 그게…… 내가 그런 무식한 방법을 쓸 거 같냐고!”

[못 할 이유는 또 뭐지? 사실 지루할 뿐 불가능한 일도 아닌데.]

“…….”

[그렇군. 아직도 ‘인간’으로서의 시간관념에 매여 있는 건가…… 마음대로 하라.]

뭔가 재밌다는 듯 웃고 있던 아지다하카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만 가보아라. 나는 영감이 떠올라서 무공수련을 해야겠으니.]

“……그럼 다음에 보자고.”

[돌아갈 때는 그 마도구에 마력이든 신력이든 주입하면 된다. 좌표가 자동기억되어 있으니.]

“알았어.”

파앗

나는 다시 돌덩이 마도구에 신력을 불어넣어서 되돌아왔다. 그리고 이환웅을 만나서 아지다하카와 했던 대화를 알려주었다.

이환웅은 잠자코 듣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몸을 전승시키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하지만 나는 백웅 당신이 몸보다 우선순위로 전승시킬 게 많다고 보는데?”

“뭐? 몸을 미래로 전승시키는 것보다 더 우선해야 할 일이 있다고?”

“그래. 당신 스스로는 잘 모르는 모양이지만 일이 꽤 복잡하게 꼬여 있어서 몸뚱이 전승시킨다고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해야 할 일이 겁나게 많거든…….”

그렇게 말한 이환웅이 한숨을 쉬었다.

“하아…… 잠깐만. 우선 지금 당신이 이 탁록시대에서 해야 할 일을 크게 정리해줄게. 일단 듣고 나서 생각해.”

“…….”

나는 불길한 예감을 지었고 그 기색을 발견한 이환웅은 쓴웃음을 지었다.

“후, 무척 떫은 표정이군.”

“무척 복잡하고 귀찮을 거 같아서 그런데…….”

“복잡한 거 맞아. 근데 당신의 자업자득이니 뭘 어떡하겠어? 일단 들어봐.”

이환웅은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손가락을 꼽으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먼저 첫 번째로 유소, 소녀 자매의 일이야. 지금 유소는 실종되었고 소녀는 탁록촌에 몸을 의탁하고 있지? 당신은 아직도 유소가 어디에 갔는지 전혀 모르고 있고 유소가 어떤 음모를 꾸미는 건지 그리고 그녀들이 지닌 [무한의 권능]이 대체 어떤 원리인지도 몰라. 이걸 알아내야 해.”

“흠.”

“두 번째로 삼황오제의 일이야. 당신은 오제의 손에서 소녀를 구출해왔고 그 결과 지금도 주시당하고 있겠지. 또한 삼황조차도 완전히 당신 편이라 볼 수 없어. 게다가 소녀는 사실 복희가 당신 편이 아니라고까지 얘기했으니 지금 믿을 놈 하나 없다고 할 수 있겠지. 그리고 반고의 도끼를 얻은 복희 또한 전에 없이 강력한 존재가 되었으니 큰 경계대상이야.”

“흠.”

“세 번째로 상업의 권능과 투자자들이야. 당신, 미래세계에 되돌아가면 그놈들한테 배당 줘야 하는데 어떡할 거야?”

“흠. 주기 싫은데…… 뭐 지들 알아서 하겠지.”

“네 번째로 인드라다. 사대신기 바즈라에 말을 걸어서 그 위험요소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할 거다. 사대신기를 써야 할 때 제대로 못 쓸 수도 있으니까.”

“…….”

어…… 뭐지…….

“다섯 번째로 천축 삼대신들이다. 브라흐마한테 삼대신 지켜준다고 약조했고 이래저래 엮였잖아? 이 시대에서 그들과의 인연을 미래로 전승하는 것도 중대한 도움이 될 것이다. 신대도시 칼파에도 한 번 가봐야지.”

“아니…….”

“여섯 번째로 태양지계에서 인온의 권능을 손에 넣는 것. 그래야 태양지계와 태음지계의 근처에 있는 무생노모의 법문을 찾을 수 있지. 다만 이건 이번 생에 꼭 해야 한다기보다는 언젠가 이뤄야 할 목표이고.”

“…….”

“일곱 번째로 탁록촌 사람들. 이 사람들은 긴히 써먹을 수 있으니 좀 있다 어찌해야 할지 말해주지.”

“아니 잠깐…….”

드, 드럽게 할 일이 많잖아?

내가 내심 경악하고 있을 때 이환웅이 계속 말했다.

“여덟 번째로 미래에 [태양신의 배꼽]에서 선신 케찰코아틀을 부활시키는 거야. 나는 그냥 악신 테스카틀리포카를 부활시켜도 상관없다 생각하지만, 당신은 선신을 부활시키고 싶다며? 애초에 이 레무리아에 왔던 것도 그 방법을 찾으려 했던 거 깜박한 거 아니지?”

“까, 깜박하지 않았어.”

“사실 이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야. 저번에 레무리아 코덱스의 힘을 빌려 [태양신의 배꼽]에 걸려 있는 봉인을 황도십이궁(黃道十二宮)의 주인인 암양(暗陽)에게 풀어줄 것을 청원했던 거 기억나? 그때로부터 13일이 아직 안 지났다는 거 알고 있나?”

“……!!”

마, 맞다!!

그거 청원했었지!

하도 일이 많아서 깜박했었네!

내가 경악하고 있을 때 이환웅이 히죽 웃었다.

“참나…… 내가 없었으면 대체 어쩌려고 했던 건가? 대책 없이 일만 너무 벌이고 다니잖아.”

“끄응…… 아, 아무튼…… [태양신의 배꼽]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는 걸 알아두면 끝이겠지?”

“뭐가 끝이야. 천암비서 수련세계에 넣어둔 심수력하고 이광은 어쩔 건데. 그 사람들 얼굴 안 볼 거야?”

“…….”

“그 외에도 말은 안 했는데 할 일 엄청 많거든.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마구잡이로 파헤쳤는지 모를 정도로…….”

쩝…….

반박을 못 하겠다…….

내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자 이환웅이 말했다.

“걱정 마. 하나하나 순서대로 처리하다 보면 더 이상 복잡해질 일은 없을 테니까.”

“정말이냐?”

“그래. 게임에 비유하자면 당신은 하나의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는 도중에 수백 개의 서브 퀘스트를 같이 받아서 진행하고 있는 중이지.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 서브 퀘스트중에서 반드시 이번 생에 꼭 해야 하는 것들은 적어. 다음 생에 이어서 할 수도 있잖아?”

“흠.”

“그러니 당신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 위주로 최소한의 정리를 하고 넘어가면 그만이야. 사실 지금까지도 무의식적으로 그래왔던 것 같으니 옆에서 도와주면 그리 어렵지도 않을걸…….”

그렇게 말한 이환웅은 나를 검지로 가리켰다.

“물어보지. 지금 당신이 가장 먼저 망량선사의 연기를 이용해서 미래로 전승시켜야 할 게 뭐라고 생각해?”

나는 바보가 아니므로 지금 이환웅의 질문 속에서 [나 자신의 몸]은 절대 정답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모르겠어!”

진짜 모르겠다. 뭐 어쩌라는 말인가?

너무 일이 복잡하게 꼬여서 하나도 모르겠어!

내가 약간 성난 기색으로 대꾸하자 이환웅이 씩 웃었다.

“[상업의 권능]이다.”

“뭐?”

“말했잖아. ‘반드시’ 해야 하는 일 위주로 정리해야 한다고. 그럼 제일 우선순위라는 건 바로 주식회사의 배당 문제다.”

“……안 주면 안 될까?”

이환웅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망량선사한테 몰려가서 수백 마리의 [옛 지배자]들이 시위하는 걸 정말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해? 당신의 뒷배에 망량선사가 없었으면 진작 파국이 일어났을걸. 애초에 망량선사가 당신에게 연기로 [큰 굴레]를 오갈 수 있게 제안했던 계기도 그놈들이 배당을 독촉했기 때문이잖아?”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억울해져서 이환웅에게 화를 버럭 냈다.

“야!! 주식회사든 동전이든 다 니 제안 때문에 시작한 일이잖아! 나는 사기 칠 맘 없었다고!”

“크크. 진정해. 내 계획대로라면 당신의 [상업의 권능]으로 제작된 동전들은 복리로 인해 불어나서 당신의 미래에 큰 도움을 주어야 했어. 그런데 도중에 일이 꼬여서 빚쟁이마냥 배당 내놓으라는 식으로 사건이 변질된 이유가 뭘까?”

“……모르겠어.”

“그건 우리 주식회사가 투자받은 목돈을 굴려서 제대로 돈을 벌기 전에 회장인 당신이 갑자기 흉신이랑 마주쳐서 난데없이 미래로 가버렸기 때문이야. 자산운용사 대표가 투자받자마자 먹튀 해 버린 것으로 [과거]가 고정된 채 [미래]가 생겨나 버린 것이지. 아마도 나는 [상업의 권능]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인과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고.”

“음…….”

그런 거였나!

“그렇다면 해결책은 간단해. 이제부터 투자받은 목돈을 제대로 운용해서 돈을 불려주면 되는 거야. 돈을 정상적으로 불려준다면 그놈들이 배당을 요구하는 것에 곤란할 이유도 없지. 왜냐하면 원금이 훨씬 더 크니까.”

“호오?”

그런 방법이?

나는 솔깃한 마음이 들었지만, 회의적인 생각에 투덜거렸다.

“……나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어. 대체 [옛 지배자]들에게 그렇게 투자받은 걸 어떻게 해서 불릴 수 있다는 거야? 너도 사실 나한테 자세히 그 방법을 설명한 적이 없잖아.”

“일부러 설명 안 한 게 아니야. 당신이 그쪽 지식이 없을뿐더러 어차피 내가 당신 곁에 붙어서 보좌하면서 알아서 굴릴 거라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 하지만 배당 때문에 독촉이 일어난 이상 조금 설명할 수밖에 없겠군.”

그렇게 말한 이환웅이 미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백웅. 당신은…… 당신이 전생자로서 가진 가장 위대한 이점이 뭐라고 생각하지?”

“어? 전생을 계속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아니. 바로 [종말]에서 자유롭다는 거야. 당신에게 있어서 우주의 [종말]은 다른 존재들과 달리 공포의 대상도 아니고 그저 죽음과 동의어일 뿐이니까. 그리고 그런 당신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있어.”

“그게 뭔데?”

“바로…… 선물(先物)이야. 그것도 종말을 이용한 선물.”

“선물? 누구한테 선물 주는 건데? 나 지금 가진 보물이 별로 없을 텐데.”

“끙…… 그 선물이 아니야.”

“……?”

선물? 그건 또 뭐람?

내가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때 이환웅은 훗 하고 웃었다.

“[상업의 권능]을 써서 선물 기능을 활성화시켜 봐. 아마 주식시장 체계로 바뀌어 있으니 대가 없이 활성화될 거야.”

우웅

나는 이환웅이 시키는 대로 [상업의 권능]을 시전했고 선물 기능을 활성화시키기를 염원해 보았다.

“선물!”

치링!!

잠시 후 [선물]이라는 화면이 내 눈앞에 떠올랐다. 그리고 뭔가 알 수 없는 복잡한 숫자와 차트가 눈앞에 나열되었는데, 그걸 쳐다보던 이환웅이 말했다.

“좋아. 그럼 내가 시키는 대로 파생상품을 입력해보라고.”

“어떻게?”

이환웅이 문득 사악한 미소를 짓는 듯했다.

“삼라만상 모든 존재가 파멸하는 [종말]에 [전생자]가 [전생]하여 [인과율]을 획득하는 파생상품. 어디 한번 배율을 보자고.”

“……?”

뭐야? 지극히 당연한 얘기 아닌가? 맨날 겪은 일인데?

나는 어리둥절해하면서 이환웅의 말대로 입력해보았다. 그러자 잠시 후 상업의 권능의 정령이 눈앞에 소환되더니 숫자를 띄웠다.

[해당 파생상품의 배율은 1000000배입니다.]

“엉?”

1백만 배? 뭐가 1백만 배야?

내가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때 이환웅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했다.

“좋아. 그러면 거기에 파생을 더 추가해.”

“어떻게?”

“[세상의 파멸을 극복하고 전생자의 존재가 다음 세상에 이어진다]는 공매도(空賣渡)를 걸어. 전 우주의 운명에 공매도를 거는 거다.”

“엉…….”

공매도는 또 뭐람?

나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였지만 긴가민가하면서 이환웅의 말대로 했다.

그러자 상업의 권능의 정령이 갑자기 얼굴이 뻘게지더니 외쳤다.

[…… 추가배율 100배!! 3급 전귀인 해당 등급에서는 더 이상의 배율을 승인할 수 없습니다.]

“……?”

“크크크, 크하하하하하!!”

여전히 뭔 소린지 몰라서 어리둥절하는 나를 놔두고 이환웅은 광소를 터뜨렸다.

그는 진심으로 미친 듯이 웃으면서 외쳤다.

“바로 이거야…… 백웅!! 크하하하하.”

“아니 왜 웃는 거야? 이 배율이란 게 뭔데?”

“아주 간단히 말해줄게.”

다음 순간 이환웅이 한 말에 나는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이 파생상품에 따르자면 당신이 [종말]을 직접 목격한 후 [전생]하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 대출받아서 얻은 모든 자산이 1백만 배의 100배인 1억 배가 될 거라는 얘기다. 굉장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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