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653화 (1,552/1,615)

전생검신 88권 02화

…….

여긴 꿈인가?

묘한 기분이었다. 꿈이라는 걸 인식하고 있음에도 꿈 특유의 부유감(浮遊感)이 가시지를 않는다. 그래서인지 현실적인 생각의 회로가 돌아가지 않고 수동적으로 이 공간에 매여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나는 왠지 전뇌자에게 받았던 미래세계의 지식에서 이런 현상이 무엇이라 불리는지 들었던 것 같았다.

자각몽(自覺夢).

꿈이라는 걸 자각하고 있는 꿈.

내가 환몽 속에서 시간관념도 없이 멍하니 있을 때 어떤 풍경이 보였다.

솨아아…….

‘저건…….’

보리수나무다. 나는 용화수(龍華樹)라고도 불리는 저 나무를 전생하면서 꽤 많이 보아왔던 기억이 났다. 용화수의 씨앗을 찾기 위해 무수한 모험을 했을 뿐만 아니라 역근세수경 내부의 세계에서도 보았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은근히 많은 삶의 장면에서 보리수나무를 봤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과거의 기억과 함께 보리수나무 아래를 내려다 보니 누군가 서 있는 게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의 음영(陰影)을 보자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달마대사……?’

내 직감으로 볼 때는 영락없이 그 인물이다. 천암비서 내부에서 피터져라 싸운 적이 있기에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그 음영을 달마대사라고 생각한 순간, 그 형태는 갑자기 일변해서 다른 인물으로 변했다.

스슷

이번에 나타난 건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칠흑(漆黑)의 마도사(魔道師).

그 존재는 보리수나무 아래에 선 채로 나를 주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 시선에서 아무런 호의도 적의도 느낄 수 없었고 무기질적인 중립자 그 자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저 존재는 뭔가 격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칠흑의 마도사가 입을 열었다.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외신(外神)이라 하는 존재는 어째서 복수(複數)인지를…….”

……?

외신이 여러 마리 있는 거……? 그게 뭐가 이상한 거지?

내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칠흑의 마도사가 말을 이었다.

“[굴레]를 벗어난 존재가 여럿 존재함은 전능자(全能者)가 사실 전능하지 않다고 자인(自認)하는 격. 그럼에도 외신은 하나가 아니며 전능자를 섬기고 있다.”

…….

“그것은 위대한 [아버지]의 일언(一言)이 삼라만상에서 가장 불경(不敬)한 이유와 같은 것…… 사실 외신이라 불리는 자들도 자신들의 한계를 여실히 알고 있으나……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전지자(全知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던 칠흑의 마도사가 문득 내 쪽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그의 눈빛이 잠시 차갑게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치우(蚩尤)의 탄생이 머지않았노라.”

***

번쩍

“크윽!”

나는 갑작스레 두통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고 이윽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났나, 백웅?”

“……이환웅이냐.”

옆의 의자에 앉아서 조그마한 손바닥만 한 책자를 읽고 있던 이환웅이 책자를 덮으며 말했다.

“경기장에서 혼절해서 레무리아 제국의 병원으로 이송됐어. 정확히 34시간 20분 만에 깨어났군.”

“하루 넘게 혼절했었단 말이냐?”

이환웅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탈진한 무림인에게 그리 드문 일도 아니지. 근데 당신은 이미 신력과 기력이 어마어마해서 생물체의 한계를 넘은 육체를 갖고 있는데도 혼절이라니 좀 신기하긴 하군. 태양 중심부에 던져도 신력이 몸을 보호해주면 뜨끈해서 시원하다는 소리만 하고 말 거면서.

“…….”

“마지막에 썼던 그 절기(絶技) 때문에 그랬던 건가?”

예리한 녀석이군.

나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이환웅은 감탄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과연…… 천외천(天外天)을 본 느낌이다. 사실 당신과 아지다하카가 절대지경 기술을 쓸 때까지는 어느 정도 분석하며 관전할 수 있었는데 아지다하카의 필살기는 분석이 되지 않더군. 물론 당신이 아지다하카에 대항해서 썼던 그 기술도…….”

“그런가.”

“그게 신역절기(神域絶技)의 경지 아닌가?”

“맞아. 신역절기다.”

나는 대충 대답하고는 문득 생각이 나서 말했다.

“분석을 못 했다고? 그럼 네 심장의 강인공지능인 메피스토도 해석을 못 했다는 소린데…… 신역절기는 천의무봉으로도 못 막는다는 얘기가 되는 거냐?”

내 질문에 이환웅은 쓴웃음을 지었다.

“맞아. 천의무봉은 천려일실(千慮一失)조차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전제로 발동하는 무학인데 해석을 못하면 그 순간 쓰레기나 다름없지.”

“흐음!!”

“다만 인공지능의 연산력으로 신역의 경지 자체를 해석할 수만 있으면 어찌 될지는 모르지…….”

그렇게 말을 얼버무린 이환웅이 문득 말을 돌렸다.

“그래서? 당신은 이제 확실한 신역절기의 고수가 된 건가? 이제 신역백좌가 된 거냐고.”

“…….”

나는 이환웅의 말에 대답하기 곤란해서 잠시 웅얼거렸다. 그리고 나 스스로 말을 정리한 후 입을 열었다.

“마지막에 썼던 기술의 이름은 천둔(天遁) 뇌신검명(雷神劍鳴)이라고 지었다…… 그 기술로 확실히 신역의 원리를 발동할 수는 있는데…… 나는 아직도 신역백좌에는 속하지 못한 것 같다.”

“응? 어째서지?”

“신역백좌의 공통점을 이제 확실히 알겠어. 단순히 신역의 기술을 쓰는 것만이 아니야.”

나는 주먹을 꽉 쥐면서 말을 이었다.

“무신(武神)이란 놈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야 해! 아니면 그 존재를 느끼던가.”

아지다하카와의 대화로 확실해진 게 있었다.

‘놈은 분명히 무신과 만났어!!’

그렇지 않다면 무신을 만났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는 알 도리가 없는 것이며 내게 무신에게 대한 경외심을 단호하게 얘기할 리도 없는 것이다. 그 사실로 미뤄볼 때 백좌들은 전원 무신을 만나본 경험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흐음…… 역시 그런 건가? 그렇다면 백웅 당신은 아직 무신과 만나지 못한 거군.”

“……그래.”

“근데 그러면 이상한 게 있는걸.”

“뭐냐?”

“백련교주도 진소청도 무신을 만났잖아. 하지만 그들은 딱히 신역백좌에 속하지 않잖아.”

“…….”

어…… 그…… 그렇네?

내가 당황하고 있을 때 이환웅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마 세 가지의 조건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군. 첫 번째, 무신을 만날 것. 두 번째, 신역절기를 쓸 수 있을 것. 세 번째, 나도 잘 모름.”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세 번째는 뭐냐?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이환웅은 싱글거리며 웃었다.

“장난이 아냐. 단순히 첫 번째와 두 번째를 만족시키는 것 뿐이라면 사실 진소청과 백련교주를 신역절기의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기만 하면 간단히 신역백좌의 동료를 얻을 수 있잖아? 하지만 당신이 30번이나 전생하면서 그들을 여러 번 육성했지만, 그들은 신역백좌를 차지하지 못했다. 무공실력이야 신역백좌에 준하거나 넘어섰을지 몰라도 좌를 차지하지는 못했지.”

“……!!”

“이건 십이율주 하은천 또한 마찬가지.”

그렇게 중얼거린 이환웅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서 잘은 몰라도 3번째 조건이 또 있다고 봐. 그 조건을 나로서는 알 수 없어서 공백으로 비워뒀지만 아마도 또 다른 백좌들의 공통점이 있겠지.”

나는 그 말에 순간 멍하니 중얼거렸다.

“알 것 같아.”

“응? 알 것 같다고? 뭔데.”

“그건…….”

나는 직감적으로 떠오른 ‘그 조건’을 말하려다가 멈칫하고 말았다. 그러고는 머뭇거리며 포기했다.

“……아냐. 아직 모르겠어.”

“크크, 뭐냐고.”

“…….”

이환웅은 낄낄거리며 넘어갔지만 나는 복잡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무(武)를 수단이 아닌 목적이라 생각하며…… 그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으며 무예를 위해 모든 걸 바칠 수 있는 자…….’

과연 내가 생각한 게 맞을까?

하지만 맞다고 하기엔 [마음]이라고 하는 게 너무나 애매하고 주관적인 기준이었다. 이런 걸 말해봤자 뜬구름 잡는 얘기라는 소리밖에 더 듣겠는가? 그렇기에 나는 앞으로 계속 수련하면서 내가 생각한 게 맞는지를 증명해나가야 했다. 그래야 무신을 만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이환웅에게 말하지 못한 이유는 또 하나 있었다. 이 조건이 만일 사실이라면 한없이 ‘그 인물’의 진심이 애매해지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에 가깝기도 했다.

나는 복잡한 생각을 떨쳐내듯 침상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아지다하카도 치료받고 있나?”

“아니. 당신보다 더 빨리 회복되어서 12시간도 안 돼서 퇴원했다. 아마 그의 종족 자체가 강력한 체력과 재생력을 가진 모양이야.”

그렇게 대꾸한 이환웅이 말을 이었다.

“사실 내가 여기 와 있는 것도 아지다하카의 전언을 말해주려는 거다. 그가 말하길 깨어나면 이 좌표로 와달라고 하더군.”

스윽

이환웅이 웬 영롱하게 빛나는 마법진이 새겨진 돌을 내게 내밀었다. 내가 물끄러미 쳐다보자 이환웅이 말했다.

“주문을 외우면 돌에 새겨진 장소로 순간이동 할 수 있는 기물이다. 주문은 내가 알고 있어.”

“…….”

비등과 비슷한 물건이지만 이상할 건 없다. 사실 우주검성쯤 되는 유명인이면 이런 마도구를 안 갖고 있는 게 더 이상할 것이리라.

“갔다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돌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이환웅이 주문을 외우자 잠시 후 내 몸은 순간이동했다.

슈욱!!

내가 도착한 곳은 만장단애가 펼쳐져 있는 절벽 위였다. 절벽 너머로는 거대한 대양(大洋)이 보였고 햇빛에 바다가 반짝이는 게 보였다.

그 고적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에서 정취를 느끼며 내가 감상하고 있을 때 아지다하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웅이여. 왔는가.]

아지다하카는 근처에 있던 오두막에서 걸어나오고 있었다. 내가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자 아지다하카가 말했다.

[이곳은 나의 고향 행성이다. 그대의 별에서는 3천만 광년 떨어져 있는 아즈다하 행성이지.]

“아즈다하…….”

[보면 알겠지만, 그대의 행성인 지구와 중력도 자연환경도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여기는 달이 3개라는 점이지.]

나는 그 말에 힐끔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 말대로 희미하게 윤곽이 보이는 달이 2개 보였다. 아마 나머지 1개는 안 보이는 시기인 듯했다.

잠시 후 나는 불쑥 입을 열었다.

“검성 아지다하카. 묻고 싶은 게 있다.”

[무엇인가.]

“……왜 백좌가 아니라고 거짓말했던 거지? 백좌를 종족 대대로 전승했을 정도인데도.”

그랬다. 아지다하카는 나와 처음 패왕으로서 투기장에서 맞닥뜨렸을 때 자신은 신역백좌가 아니라 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후에 보였던 모습은 영락없는 신역백좌의 1인이었기에 캐묻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말에 아지다하카는 피식 웃는 듯했다.

[그럼 개나소나 다 보는 상황에서…… 난생처음 보는 그대가 어떤 인물인지도 모르는데 신역백좌의 비밀을 공공연히 떠벌리겠는가? 할 수밖에 없는 거짓말이었다.]

“젠장…… 역시 속였던 거군.”

[물론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그대라면 내가 백좌라는 것 정도는 말해줘도 된다 생각하고 있지.]

그렇게 말한 아지다하카가 근처의 나무 그루터기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그대에게 백좌에 대한 비밀을 모두 얘기해주려 부른 것은 아니다. 그건 여전히 비밀로 할 수밖에 없다.]

나는 당황했다.

“뭐? 내가 신역절기를 쓸 수 있다는 건 증명됐을 건데 말해주지 못한다고? 이제 와서 그런 말을…….”

[미안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다. 무신(武神)의 제약이다.]

흠칫!

나는 그 말에 놀랐다.

“무신의 제약? 무슨 말이냐.”

[좌를 얻게 되는 자는 무한의 전투경험을 공유하고 무신의 지원을 받는 대신에 제약을 받게 된다. 좌에 대한 것을 외부로 발설해서는 안 되는 제약이지. 그래서 대부분은 철저한 비밀로 하고 있으며 설령 신적인 존재가 고문하거나 신력으로 기억을 끄집어내려 해도 무신이 보호해준다.]

“……!!”

[누군가가 우리에게 고문해서 자발적으로 토해내게 하려 해도 무신에게 염원하면 정보 노출을 막을 수 있지.]

그, 그런 건가!

나는 이제서야 잘 이해되지 않던 신역백좌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게 있어서 말했다.

“하지만 지금 너는 왠지 꽤 많은 걸 얘기한 거 같은데? 그리고 너 정도는 아니라도 다른 신역백좌들도 은근슬쩍 한두 마디씩은 단서를 줬고…… 철저한 비밀 맞냐?”

[당연히 비밀의 제약은 자율에 가깝다. 아무리 무신이라도 우리 모두의 입을 통제할 순 없다. 자율의지에 맡기되 비밀을 누설할 경우 개개인이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되어 있지.]

“손해? 어떤 손해냐. 설마 수명이 줄어든다거나…….”

아지다하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말했다.

[인과율(因果律)!]

“……!!”

[신역절기란 인과율의 존재를 떼놓고는 말할 수가 없게 되어 있지. 본디 자신이 보유한 인과율과 태허의 균형을 이용해 신역절기를 펼치게 되어 있는데 무신이 지원해 주는 인과율이 줄어듬으로써 결국 신역절기를 쓸 수 있는 횟수도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그렇게 말한 아지다하카가 말을 이었다.

[너도 알고 있을 것이다. 외신이 아닌 필멸자인 한 인과율의 양에는 한계도 있고 당연히 평생 펼칠 수 있는 신역절기의 횟수도 정해져 있는 거나 다름없지…… 그 횟수가 줄어드는 건 뼈아프기에 다들 알아서 입을 다무는 중이다. 인과율은 기(氣)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서 수련을 통해서 축공(築功)하는 것도 굉장히 힘들다.]

“…….”

[무(武)에 목숨을 건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뼈아픈 제약이지.]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설마 신역백좌의 비밀유지에 이런 이면사정이 있었다니?

그 순간 나는 핫 하고 뭔가를 깨닫고는 아지다하카에게 말했다.

“아, 아지다하카. 너는 지금 굉장히 많은 것을 누설한 것 같은데…… 그럼 넌 굉장히 큰 손해를 본 거 아니냐? 앞으로 신역절기 못 쓰는 거 아니냐고?”

그렇다. 아지다하카의 말대로라면 아지다하카가 지금 비밀제약에 대해 언급한 것 자체가 엄청난 누설! 그 비밀의 심오한 수준을 생각하면 아지다하카는 인과율에서 굉장히 큰 손해를 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내 말에 아지다하카가 나직이 말했다.

[나는 별로 상관없다.]

“어?”

[우주적 종말의 시기를 생각하면 아마도 내가 마지막 아르겔도 류(流)의 종사일 것이며 이대로 살다 보면 거의 반드시 종말을 맞닥뜨리겠지. 본디 나는 그 시기에 [옛 지배자]가 불러올 종말에 대항하기 위해 충실하게 신역절기를 쓸 수 있는 인과율을 모으고 있었다.]

그렇게 말한 아지다하카는 자신의 검을 들어서 땅에 꽂았다.

쿵!

[허나 그대의 위대한 의지에 예우를 해줘야 한다 생각했다.]

“…….”

[설마 검신을 언급할 줄이야…….]

감탄한 듯 말한 아지다하카가 읊조렸다.

[설령 내가 종말의 시간에 신역절기를 많이 못 쓰더라도…… 그리하여 평생의 아쉬움이 생기더라도…… 그대의 각오만큼은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해도 나도 해야 할 일은 있으니까 더는 못 알려주겠지만…….]

아지다하카가 나를 강인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검신(劍神)이 되고자 하는 그 의지, 끝까지 관철시킬 지어다!! 그것이 오늘 그대에게 다소의 비밀을 알려준 이유이다.]

나는 아지다하카가 일부의 비밀을 알려준 것만으로도 큰 희생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새삼 내가 했던 말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검신(劍神)!

삼천세계 모든 검사의 정점이 되겠다는 내 목표는 결코 만만한 게 아닌 것이다.

검신을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나는 신역백좌에 도달하는 것 이상의 목표가 생긴 셈이었다.

나는 침묵하다가 아지다하카의 검을 들어서 뽑았다.

번쩍!

검광(劍光)이 흐르는 잘 닦인 검이었다. 나는 그 검을 들고 한동안 감회에 사로잡혀 있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 반드시 검신이 되고 말겠다.”

검신이 어느 정도의 경지를 의미하는지는 나도 아직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가 있었다.

내가 검신이 되는 순간, 무신조차 넘어설 수 있을 거라고.

“믿어도 좋아!!”

휘리릭

나는 검을 빠르게 돌려세운 후 아지다하카에게 손잡이를 내밀었다.

[후후, 기세는 좋군.]

껄껄 웃던 아지다하카가 검을 다시 받아들고는 천천히 만장단애의 절벽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더니 말했다.

[이제 내가 알고 싶군. 그대의 그 마지막 초식…… 번개의 검명은 어떻게 만들어낸 것인가?]

“그건…….”

나는 내가 천둔 뇌신검명을 깨달은 계기에 대해 아지다하카에게 얘기해주었다.

아지다하카는 그 이야기를 듣다가 한참 후 입을 열었다.

[백웅이여…… 그대의 말대로라면…….]

이어진 아지다하카의 말에 나는 약간 당혹할 수밖에 없었다.

[그대의 내면에는 아직 한 자루의 선검(仙劍)이 더 남아 있다는 뜻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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