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649화 (1,548/1,615)

전생검신 87권 18화

나는 상대의 절대지경 기술이 어떤 원리인지 아직 파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상대의 기술 수준이 그 아수라에 못지않다는 것이었고 내가 어설프게 힘만으로 밀고 들어가면 뜻밖의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탐색전부터 해야 하겠지만…….’

사실 무량단까지 쓴 시점에서 더 이상 탐색전이라고 할 게 있을까? 암야참을 제외하고 본다면 무량단보다 더 강력한 단일무공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직 상상만 해놓고 제대로 수련하지 못한 육천합일창 같은 걸 쓸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난감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문득 나는 내가 갖고 있는 걸 너무 활용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 아니지. 지금은 깡통 상태가 아니잖아. 그렇다면 당연히 써 봐야 할 무공이 있지!!’

나는 다음 순간 전신에 기운을 불어넣으며 빠르게 내 상태를 변화시켰다.

우우웅

구궁파천뢰(九宮破天雷)

수혼지혼(水神之魂)

촤아악

구궁파천뢰의 운용과 함께 사신지혼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내 몸은 빠르게 물의 형태로 변화했고 수신지혼의 변화와 함께 나는 상대에게 뛰어들었다.

‘수신지혼은 뇌신지혼의 난타조차 견뎌낸다고!!’

상대의 수법을 잘 모른다면 일단 최강의 방어력을 가진 상태로 들어(

이)대 본다!

내가 위험하지 않은 채 상대의 기술만 본다면 이보다 최선의 전략은 없어!

[재밌구나!]

완전히 물로 변해 버린 나를 보던 검성 아지다하카가 갑자기 그의 검을 교차하더니 십자(十字)로 만들었다. 그러고는 단숨에 검강을 일렁이며 절세의 기예를 펼쳐내었다.

아르겔도 검제(劍帝) 불멸외천기(不滅外千機)

제삼백칠십육식(第三百七十六式)

십자강막(十字罡幕)

투쾅!!

수신지혼의 몸을 한 차례 충돌시키며 몸통박치기를 했지만 아지다하카의 십자강막은 꿈쩍도 하지 않고 철통처럼 엄중하게 내 공격을 막아냈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 약간 당황스러웠다.

‘음…… 수신지혼의 공격력이 약한 편이긴 하지만 내 모든 내공을 실었으니 만만치 않은 물리력이 있을 텐데?!’

저 십자강막이라는 기술은 내가 알고 있는 통상적인 검막(劍幕)의 경지와 다르다!

저건 일반적인 무림인이 펼치는 검막과는 차원이 달라!

아니 그것보다 이번에는 되치기를 하지 않고 그냥 막았다고?

‘방어력이 최고지만 공격력이 뒤떨어지는 수신지혼을 상대로 방어를 해 버리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긴 하지만…… 하지만 마치 내가 쓰는 수신지혼의 성격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막다니…….’

상대의 방어절초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내가 살짝 물러서면서 수신지혼의 힘을 이용해서 물로 변한 손바닥 위에 조그마한 수구(水球)를 띄웠다. 그리고 그 수구에 화염(火炎)의 기운을 불어넣고는 기운을 회전시키며 손가락으로 튕겨내어 발사했다.

변형초식

화수강환선(火水罡環線)!

내가 수련세계에서 열심히 수련하는 동안 대충 생각해봤던 변형공격기, 화수강환선! 사실 이름은 거창하게 붙였지만, 원리는 그냥 수신지혼 상태에서 염혼화의 기운을 끌어내어서 화수의 기운을 구 형태로 뭉친 후 강기를 발사하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단순한 원리에 비해서는 생각보다 위력이 괜찮은 것이었기에 한번 검성 아지다하카의 수법을 보기 위해서 써본 것이다.

꽈앙

화수강환선이 십자강막에 부딪히자 둔중한 타격음이 났다. 단순히 수신지혼의 힘만 끌어내는 것과 달리 두 개의 기운이 교차했기에 일점파괴력은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십자강막에는 흠집도 나지 않았고, 도리어 아지다하카는 약점을 봤다는 듯 바로 나를 향해 돌격해 오기 시작했다.

파밧

‘온다!’

지지징

아르겔도 검제(劍帝) 불멸외천기(不滅外千機)

제구백십오식(第九百十五式)

홍린검(虹鱗劍)

검성 아지다하카는 십자강막을 거두어들이면서 그 막에 흐르고 있던 강기를 그대로 자신의 검(劍)에 실어서 무지갯빛의 강기를 스며들게 만들었다. 나는 저런 색깔의 강기를 본 적이 없었기에 저것 또한 형태만 강기일 뿐 다른 차원의 무공이라는 걸 직감했다.

‘당연히 검강 따위보다는 훨씬 강하겠지. 그렇다 해도 수신지혼의 방어력은 그 이상이다!’

나는 상대가 반격을 노리는 걸 수신지혼으로 무조건 한 번 버텨내고는 그대로 싸 먹어 버릴 셈으로 방어를 하지 않고 마주 공격해 들어갔다. 아지다하카는 예상 밖의 대응이었는지 돌격을 하다가 한 호흡을 멈추고는 곧장 그 자리에서 회전하며 또 다른 기술을 쓰기 시작했다.

아르겔도 검제(劍帝) 불멸외천기(不滅外千機)

제십일식(第十一式)

전륜원심도(轉輪遠心刀)

웅웅웅!!

마치 벌떼 우는 듯한 소리와 함께 아지다하카는 한 다리를 축으로 하여 그 자리에서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가 들고 있던 검에서 강렬한 도기(刀氣)가 흘러나오더니 무차별적인 도풍(刀風)이 수십 겹이나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이 정도로 강렬한 전륜도법은 본 적이 없었기에 깜짝 놀랐다.

“……!!”

다르다!

인세(人世)의 고수들이 쓰던 것과는 차원이 달라!

‘수십 겹의 도풍이 단 하나도 겹치지 않고 회전을……?! 이런 정밀도가 가능한가!’

기술 하나하나가 수십 년 이상 수련한 것처럼 완벽하게 연마되어서 틈조차 보이지 않았으며 심지어 그 위력도 보통의 무공 절초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동시에 전륜원심도가 내 수신지혼의 몸뚱이에 처음으로 도풍을 맞닿는 그 순간이었다.

촤좌좌좍!

‘갈라진다?!’

놀랍게도 수십 겹의 도풍이 내 몸을 가볍게 흩어지게 만들며 형체를 유지할 수 없게 만들었다! 나는 전륜원심도의 회전 원운동이 저 안으로 빨아들이는 힘이 내 수신지혼을 유지하는 힘보다 강력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수신지혼이 갈가리 찢기는 동안에도 통증 하나 없었고 의식이 또렷했지만 이미 몸체의 4할 이상이 찢겨나갔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뇌신지혼에 당할 때와 마찬가지로 수신지혼의 핵(核) 그 자체를 찾아서 붕괴시킬수는 없어.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나는 손도 쓰지 못하고 저 기술을 쓰는 내내 무력화 당할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아지다하카의 손해일 수도 있었다. 나는 비록 무력화 당할지라도 수신지혼을 파훼 당한 것은 아니니 체력과 내공을 온존하지만 저만한 절초를 펼치는 아지다하카는 상당한 심력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아지다하카만한 고수가 그것도 모르고 나를 무력화시키지는 않을 거라는 걸 직감했다.

무조건 무력화시킨 후에 뭔가 수를 쓸 게 분명하다.

나는 이대로 당해주면 멍청한 짓이라는 걸 깨닫고 급히 전륜원심도의 범위에서 뛰쳐나왔고 그 대신 공기 중에서 수력(水力)을 모아서 여러 개의 수창(水槍)을 만들어서 허공에서 아지다하카에게 투척했다.

파삿…….

‘음.’

역시 씨도 안 먹히고 무력하게 회전도풍에 휘말려 사라지는 수창을 보자 나는 내심 곤란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아지다하카는 전륜원심도를 쓰다 말고 갑자기 한 줄기의 선명한 살의(殺意)를 내게 던졌는데, 나는 그 살의를 직감하자마자 번개처럼 손을 휘둘러서 쳐내려 했다.

퍼버벅!!

응?!

나는 살의가 날아오던 방향과 반대 방향에서 날아온 기운에 머리를 관통당했음을 알 수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수신지혼 상태였기에 즉사를 피했지만 극강한 기력이 관통해서 그런가 수신지혼의 응집력이 크게 약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관통당한 머리를 부여잡고 휘청거리자 아지다하카가 회전을 멈추며 말했다.

[제이백오십육식(第二百五十六式) 후두격(後頭擊)로도 못 죽이다니 대단한 몸뚱이구나.]

츠츠츠츠

나는 수신지혼을 풀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그냥 의념으로 속임수를 넣고 반대방향에서 이기어검으로 기습한 거뿐이잖아? 그걸 굳이 필살기로 이름 지어야겠어?”

[반드시 죽이니까 필살기인 것이지. 그대도 그 물의 몸뚱이가 아니었으면 절명했을 터인데 충분히 좋은 기술이다.]

“수신지혼이라서 방심했을 뿐이야. 안 죽는다는 걸 아니까 괜히 방심하거든.”

나는 검을 거머쥐며 기운을 끌어올렸다.

“근데 이런 식으로 싸우는 건 별로 같군. 탐색전은 끝이니까 어디 이것도 받아봐라.”

파지지직!!

뇌신지혼(雷神之魂)!

나는 빠르게 사신지혼 중 뇌신지혼의 변화를 써서 내 몸에서 뇌기를 가득 일렁이게 한 후 돌격했다. 사신지혼 중에서 가장 빠른 뇌신지혼은 본디 이청운이 쓰던 것과는 미묘하게 달랐지만, 속도 하나에 있어서만은 대등하다고 봐도 좋은 것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아지다하카는 뇌신지혼에는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몇 대를 얻어맞았다.

[……!!]

콰과광!!

‘좋았어! 느낌 있다!’

나는 뇌신지혼에다가 만승검결까지 써서 기습하듯이 몇십 번이나 초식을 쓴 끝에 아지다하카에게 열 번이나 검격을 먹였다는 걸 알고는 쾌재를 불렀다. 비록 완전히 다 베어낸 느낌은 아니었지만 스친 것만 하더라도 충분히 내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교환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뇌신지혼을 써서 허공으로 솟구친 후 마저 아지다하카를 공격하려 할 때 나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멈칫하고 말았다.

‘윽, 설마?!’

나쁜 예감은 적중해 있었다. 나는 뇌신지혼의 몸 여기저기를 베였으며 심지어 단숨에 회복도 안 된다는 걸 알아챈 것이다. 게다가 그 베인 횟수는 내가 방금 전에 먹였던 검격과 거의 비슷했으므로 나는 기가 막혀서 당황했다.

‘내…… 내가 뇌신지혼으로 공격한 만큼 그대로 반격했다는 건가?!’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절대지경의 의념으로 어떻게든 뇌신지혼의 속도까지는 최소한의 방어를 가능케 한다 치더라도 너무 빠르기 때문에 정상적인 방어나 회피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아무리 대단한 고수라도 작정하고 뇌신지혼으로 때리면 무조건 맞아야 한다는 게 뇌신지혼의 최대장점이었던 것이다. 백련교주조차도 방어로 일관해도 막기 힘들 정도였고 미리 뇌신지혼의 약점을 알지 못했다면 파훼가 불가능했으리라.

그런데 뇌신지혼을 난생처음 보는 아지다하카가 그대로 다 반격하다니!

이런 게 가능하다는 건 생각조차 한 적이 없다!

내가 혼란에 휩싸였을 때 아지다하카가 견조(堅調)하게 기세를 유지하며 검술자세를 잡은 채 대기하고 있었다. 아지다하카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았지만, 도리어 그렇기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시선과 의념이 나를 사로잡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그 긴장감 속에서 아지다하카가 다음 뇌신지혼의 공격도 완벽하게 반사해내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

아까 첫 대결에서 무량단을 그대로 되치기 한 것도 그렇고 아지다하카의 절대지경은 뭔가 특이한 공능을 숨기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는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나는 허공에 뇌신지혼을 이용해 떠 있다가 갑자기 내 몸을 화신지혼(火神之魂)으로 뒤바꾸고는 일장(一掌)을 날렸다.

‘네 예상대로 해주긴 싫다!’

공염포(空炎砲)!

쿠콰콰쾅

이 세상 어떤 것이든 소멸시켜 버리는 화신지혼 최강의 기술! 공염포에 맞는다면 아무리 되치기를 한다 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없으리라!

사앗 -

바로 그때였다. 나는 바로 그 순간 아지다하카가 바로 내 등 뒤로 돌아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찌한 건지는 모르지만 아지다하카는 내 감지력을 가볍게 벗어나서 내 뒤를 점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뭐야 이건?! 속도?! 순간이동?! 어느 쪽인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대항한다!

나는 그 순간 아지다하카의 습격에 대항하여 뇌신검무(雷神劍舞)를 펼쳤고 아지다하카는 또다시 검기(劍技)를 시전했다.

아르겔도 검제(劍帝) 불멸외천기(不滅外千機)

제구식(第九式)

검광만천(劍光滿天)

셀 수도 없이 만들어진 무수한 의념의 검강! 그것은 어검술이라기엔 순수하게 의념으로 맺힌 검강이었으며 그렇기에 더더욱 의념소모가 큰 기술이었다. 그리고 그 검강은 순식간에 빛을 내뿜더니 검광(劍光)으로 변했으며, 이윽고 그대로 직선(直線)으로 쭉 늘이며 천지를 수천만 조각으로 분단(分斷)시켰다.

쿠콰콰콰쾅!!

검광만천과 나의 뇌신검무가 충돌하며 천공에서 요란한 불빛이 터져 나왔다. 내 뇌신검무의 성취가 충분히 검광만천을 막아낼 정도는 되었지만 나는 수백 개의 검광을 쳐내면서 이 하나하나의 흐름을 도저히 읽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너무나 변화무쌍한 데다가 하나하나의 검광이 심리전을 걸어오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사실에서 이 검광만천이 어떤 기술인지를 깨달았다.

‘이…… 이건 원래 이렇게 쓰는 기술이 아니야. 이런 미친…….’

본디 그냥 검술(劍術)인데 무형지기(無形之氣)로 벼려내어 한층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검학(劍學)! 검광만천 하나만으로 아지다하카는 일대종사의 수준을 가볍게 넘어가 있었다. 나는 검광만천을 상대로 계속 검을 휘두르던 중 허공에서 크게 도약하며 아지다하카가 외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구나!!]

뭐?

투웅

그 순간 아지다하카가 자신의 검을 투검(投劍)하였고 나는 그에 맞서서 이기어검을 날렸다. 그리고 검극(劍戟)이 맞닿는 순간, 나는 아지다하카의 의념을 느끼고는 한 차례 부르르 떨었다.

“……!!”

타닷

나와 아지다하카는 그 일식(一式)의 충돌을 끝으로 격렬한 초수의 격돌을 멈추고 잠시 경기장에 내려앉았다. 이미 경기장은 폐허가 되다시피 했으며 경기장을 보호하던 방어막도 본의 아니게 꽤 찢겨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저 멀리에서 경고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대결을 멈추시오! 사상자가 나올 수 있으니 5분간 경기를 중단하겠소.]

레무리아 제국의 황제인 레무리아 1세의 목소리였다. 나는 황제가 직접 말할 정도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검을 늘어뜨렸으며 아지다하카와 눈을 마주쳤다.

먼저 말한 것은 나였다.

“아지다하카. 방금 그 말이 무슨 뜻이지?”

[그대가 아직도 수많은 기술을 숨기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대 또한 기술의 보고(寶庫)와 같은 존재라는 걸 처음 몇 번의 격돌으로 알아챘지. 아마 쓰지 않은 훌륭한 절세의 기술이 9할은 될 것이다.]

“……맞아.”

[허나, 그대는 그 수많은 기술들을 활용하여 하나의 강함을 만들기엔 역량이 모자라다. 가진 게 너무 많아서 소화를 다 하지 못하고 있으니 억지로 강함을 만들어내려다 도리어 헛점이 보이는군.]

“……!!”

나는 아지다하카의 한마디에 분함을 느끼고 주먹을 꾹 하고 말아쥐었다. 분명히 내 힘의 총합만 따지면 아지다하카를 훨씬 넘어설 텐데 그의 말을 차마 반박할 수 없다는 게 분한 것이다.

‘제길…… 저놈은…… 자기 말에 자신감이 있어.’

그렇다.

사실 아지다하카의 말에 반박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아지다하카가 내 상위호환 격이었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강력한 기술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단 하나도 겹치지 않고 하나의 숙련된 강함을 일궈낸 것!! 그렇기에 단순한 힘의 출력으로는 나보다 훨씬 뒤질 텐데도 아지다하카는 나와 호각 이상으로 싸우고 있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아지다하카에게 말했다.

“너는 도대체 무슨 수로 그 수많은 기술을 다 숙련시킨 것인가? 설마 정말로 999개의 기술을 전부 최고의 경지까지…… 종사(宗師) 수준까지 수련했단 말이냐?”

[그렇다.]

“말도 안 돼. 네가 아무리 우주인이라서 수십만 년의 시간을 갖고 있어도 시간이 부족해!”

나는 언성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999개나 되는 절세무공을 하나하나 전부 종사급으로 익힌다는 건 시간이 백만 년이 있어도 부족할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무공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시간이 딱 백 년, 천년 같은 식으로 나누어떨어지지 않는다. 심득이 없다면 어쩌면 무공 하나만 갖고 수만 년 이상 수련해도 모자랄 수도 있다. 도리어 기술 하나하나를 완성시킬 때마다 서로가 심득을 방해해서 주화입마에 걸릴 위험도 높으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지다하카는 그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직접 해내보이고 있었으니 당황스러운 것이다. 설마 아지다하카는 진소청 이상의 천재라는 말인가?

그러자 아지다하카는 나직이 말했다.

[백웅이여. 왜 알고 있는 것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가?]

“……뭐라고?”

아지다하카의 눈이 매섭게 빛나는 게 보였다.

[그대는 진지하게 ‘하나의 강함’이 무엇인지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그래서는 절대지경조차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가 없으리라.]

“……!!”

[단언해두지. 이렇게 싸우는 한 그대는 결코 내게서 신역절기를 끌어낼 수 없다. 절대로.]

“뭐, 뭐라고……!!”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저놈은 대체 건방지게 내게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하지만 아지다하카의 말에서는 현기가 느껴졌기에 나는 그 말을 마냥 무시할 수가 없었다.

‘으윽…… 매번 화만 낼 순 없어! 아무리 적이라도 상대가 해주는 말을 진지하게 생각해야만 발전이 있다.’

나는 수많은 어리석은 경험 속에서 이대로 화를 내면 멍청한 짓이라는 걸 깨닫고 급히 감정을 추슬렀다. 그러고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하나의 강함……? 그래. 나는 너무 알고 있는 기술이 많아. 하나하나가 다 강력하긴 하지만 그걸 적재적소에 끌어내어서 안정적으로 조합해내는 능력이 부족해! 그렇다 보니 무량단이라는 일격필살기에 집착했지만…… 아수라의 말대로 무량단 또한 일정 수준 이상의 고수에게는 안 통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문득 얼마 전의 생각이 났다.

[백웅. 사실 나는 네가 어떻게 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지 눈치챘다.]

[하지만 안 말해 줄 거다. 혼자서 깨달아야 의미가 있거든.]

[과거로 가게 되면 반드시 아지다하카와 싸워봐라.]

[아니, 그건 안 돼. 지금의 네가 아지다하카를 상대로 싸워봤자 얻는 게 없어.]

[싸워보면 알아. 도리어 지금 싸우는 건 네게 해가 될 거다.]

아수라가 [큰 굴레]의 과거로 오기 전에 내게 해줬던 그 말.

나는 아수라가 했던 말 중에 신경 쓰이는 게 있다는 걸 알아챘다.

‘아수라는 [미래]의 아지다하카와 싸우는 것은 손해라 했다…… 반대로 [과거]의 아지다하카와 싸우는 건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고…… 대체 왜 그랬던 걸까?’

미래의 아지다하카 또한 지금의 역량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였다. 용병왕으로서 싸우는 그를 옆에서 본 적이 있지만, 현재 보고 있는 아지다하카와 무위가 별 차이점이 없는 게, 그는 딱히 큰 부상이나 저주를 입지 않았던 것이다. 즉 상대하는 데는 별 차이가 없는데도 어째서 아수라는 미래와 과거의 아지다하카를 분리시켰던 것일까?

‘아지다하카는 다른 점이 없는데…… 그럼 뭐가 다른 거…… 아!!’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를 깨닫고 말았다.

아수라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지 알아챈 것이다.

‘그…… 그런 거였나?’

내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니!

구웅 - !!

잠시 후 경기재개를 울리는 커다란 징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진다.

나는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는 아지다하카에게 말했다.

“아지다하카. 5분이 지났다.”

[그런가? 선공하겠나?]

“아니. 네가 먼저 공격해라.”

나는 아지다하카를 향해 검을 일직선으로 죽 내뻗은 채 거리를 쟀다. 그리고 그 거리를 잰 후에는 머릿속으로 확실히 간격을 계산한 후, 모든 정신을 한 번 극도로 집중해 보았다.

일련의 과정이 끝난 후 나는 검을 늘어뜨리며 자연체(自然體)를 잡으며 말했다.

“난 이제부터 이 대결에서 내공을 쓰지 않겠다.”

시간축이 바뀌어도 아지다하카는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지는 건 바로 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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