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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640화 (1,539/1,615)

전생검신 87권 09화

나는 그 말을 듣자 무슨 말인가 싶어서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기억을 더듬자 비슷한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서서히 나기 시작했다.

[백웅이여, 전지(全知)와 전능(全能)은 어떻게 다른가?]

외우주에서 만났던 달마대사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때 분명히 달마대사는 [아버지]에게 진공가향의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을 연구하던 중이었던 것이다. 나는 잠시 그때의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침착하게 흉신에게 말했다.

“……[옛 지배자]의 왕, 전지자(全知者)이자 허공록(虛空錄)…… 그 존재가 전능자(全能者)인 [아버지]에게 도전한다는 말이냐?”

여태껏 해왔던 여정을 생각해보면 이걸 모를 수는 없다. 내가 대꾸하자 흉신은 아주 느릿하게 대답했다.

[그대는…… 전지와 전능이 겨루는 양상이 어찌될 거라 생각하나…….]

“……?”

뜻밖의 질문이었다. 설마 그런 추상적인 대결을 상상하리라곤 예상치도 못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거지로 상상력을 끌어내며 열심히 대답했다.

“어…… 모든 걸 아는 놈과 모든 걸 할 수 있는 놈이 싸우는 거니까…… 음…… 전지자는 전능자를 이기는 방법도 [알고 있을 것] 아닌가? 모든 걸 알고 있으니까 모를 수는 없잖아.”

[…….]

“전지자의 능력으로 전능자를 이기는 방법을 알아낸 후 실행하는 거겠지…….”

[그것 또한 이 싸움의 본질이지…… 하지만…… 그 방법 자체가 전능(全能)의 영역에 속한다면 어찌하겠는가?]

“…….”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나는 어려운 얘기가 나오자 머릿속이 엉켜서 열심히 생각했다. 그러고는 내 나름대로 쉽게 해석해보기로 했다.

“그러니까…… 방법은 아는데 너무 어려워서 하기 힘든 경우란 말이냐?”

[다르다…… 시도 자체가 전능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전지자가 아무리 전 우주에서 비교할 자가 거의 없다고 하지만 그런 그조차도 엄두를 낼 수 없을 만큼…….지(知)와 혜(慧)를 얽어매는 행위가 아무리 고도화되어도 그 편린에조차 도달할 수 없는…… 그 영역…….]

“……?”

[그렇기에…… 그는…… [광대]를 만들었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희생양을…… 원초(原初)의 우주에서 시작된 가장 심대한 외신(外神)들의 음모…….]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던 흉신이 잠시 후 날개를 펄럭였다.

후웅

바람 따위는 본래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이 암천의 우주에 커다란 돌개바람이 일어났다. 흉신은 마치 나를 심연 깊은 곳까지 관찰하는 듯 안광을 뿜어내며 쳐다보았는데 나는 그 시선이 이어질수록 전신에 크나큰 한기가 돌았다. 종래에는 손발이 얼음장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 흉신이 지닌 힘에 내 신력이 명백히 압도당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크윽……!!’

내가 흉신의 힘을 견뎌내고 있을 때 흉신의 말이 이어졌다.

[그대는 이제야 출발선에 섰다…… 그 사실을 깨닫고 있느냐?]

“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출발선이라고?”

[그렇다…… 이걸 보아라.]

흉신이 문득 자신의 손을 들어서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흉신의 손가락에 매여 있던 시뻘건 고리가 잠시동안 요동치더니 요란하게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퍼퍼펑!

퍼펑!

마치 홍옥의 반지처럼 생긴 고리가 터져 나가자 나는 그만 숨을 죽이고 말았다.

쿠우우우……!!

힘이 증폭된다. 나는 어마어마하던 흉신의 힘이 더욱 실시간으로 증강되는 것을 보니 어이가 없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

이, 이런 제기랄…… 지금까지만 해도 이미 전생하면서 봐 왔던 존재 중 최강급이었는데…… 거기서 수십 배는 더 강해지고 있다니!! 이런 놈을 도대체 어떻게 이긴다는 말인가!!

여태껏 벌과 인간 정도의 차이를 느꼈다면 지금은 갑자기 벌과 코끼리급으로 격차가 커진 느낌이다!

투두두둑

흉신은 힘의 방출을 끝내자 마치 허물을 벗듯이 전신에서 새하얀 각질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잠시 후 그 허물 같은 게 다 사라지고 나자 흉신이 나직이 말했다.

[그대가 내 앞에 와서 진실을 깨닫는 것…… 그것 자체가 내 힘의 제약을 푸는 열쇠였다.]

“……뭐, 뭐라고?!”

[걱정 말라…… 아직 그대는 진실을 온전히 알지 못하고 있으니…… 아직 나의 제약은 거의 풀리지 않았다…… 허나 만일 모든 것을 알게 된다면…….]

흉신의 눈에서 흉광(凶光)이 일렁였다.

[가장 오래된 맹약이 실천되는 날…… 가장 위대한 전장(戰場)이 도래하리라!!]

“……!!”

나는 할 말을 잊고 말았다.

설마 내가 흉신의 진실을 깨닫는 게 놈의 제약을 푸는 열쇠였다니!

이런 걸 설마 상상이나 할 수 있었단 말인가?

하지만 동시에 이해가 되지 않았기에 나는 발악하듯이 외쳤다.

“이런…… 씨발……!! 대체 넌 뭐냐!! 대체 넌 뭐 하는 새끼길래 그렇게 강하냐고!! 그리고 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냔 말이다!!”

[…….]

“당장 뭔가 말해!! 안 그러면 난 작정하고 진실을 알아내지 않고 허송세월해 버릴 테니까!! 천년만년 드러누워서 놀기만 할 거다!”

나는 말하고 나서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이게 협박이 되나?’

아무것도 안 하고 탱자탱자 놀겠다는 게 과연 협박이 될 수 있는 걸까?

그것도 천하에서 가장 강력한 신격 중 하나인 흉신에게 하기에는 너무나 조악하고 허접한 협박이었기에 나는 내가 말을 하고도 당황해서 우물쭈물했다. 흉신이 당장 비웃을 것 같아서 두려워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뜻밖에 흉신은 내 말에 크게 반응한 듯했다.

[그것은 아니 될 말이다. 너는 계속 전진해야만 하는 존재이니…….]

…… 이게 통한다고?!

왜 통하지?!

나는 내심 어이가 없었지만, 쾌재를 부르며 말했다.

“……그, 그래! 뭐든 가르쳐 줘! 너도 제약이 풀렸으니까 나한테 정보를 줄 수 있을 거 아니냐고!”

[…….]

흉신이 천천히 말을 했다.

[알 카르다흐를 찾아가라…….]

“알 카르다흐?”

슈슈슉

흉신은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갑자기 시꺼먼 흑풍(黑風)으로 자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 흑풍에는 [별을 뒤트는 자] 또한 함께 말려들어 갔는데, 삽시간에 암천의 우주에는 온통 시꺼먼 소용돌이만 몰아칠 지경이 되었다. 그리고 그 어둠의 바람 속에서 흉신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놈은 너에게 선택지를 줄 터이니…….]

파앗!!

다음 순간 흉신의 모습이 사라졌고 암천의 우주 또한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나와 흑웅은 마치 방금 전까지 꿈이라도 꿨던 것처럼 괴물들이 잔뜩 죽어서 널브러져 있는 동굴 한가운데 있었다.

흑웅은 앞으로 가서 뭔가를 들여다보다가 말했다.

[주인. 르 뤼에는 물론이고 모든 차원의 기척이 사라졌소.]

“무슨 말이냐?”

[흉신이 직접 르 뤼에를 포함한 자신의 모든 본거지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버린 것 같소. 더 이상 이곳에 르 뤼에는 존재하지 않소.]

“…….”

단숨에 수백의 마신이 거주하는 르 뤼에를 머나먼 차원으로 이동시켜 버렸단 말인가?

고작 하나의 존재를 차원이동시키는 데 필요한 마력도 굉장하다는 걸 생각하면 흉신의 힘은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흉신이 얼마나 강한지는 이미 질릴 정도로 체감했기에 더 이상 놀랍지는 않았다. 대신에 나는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흉신 저놈은 나를 이용해서 자기에게 걸려 있는 제약을 푼다는 목적을 이루었으니까 더 이상 내게 관여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나와의 불간섭 협정을 또다시 지킨다는 거겠지. 근데 자기가 원할 때는 꼬투리를 잡아서 협정을 맘대로 파기할 수 있다니 이런 양아치 같은 새끼…….’

아니, 지금 그런 걸 억울해할 때가 아니다.

나는 좀 더 침착하고 냉정하게 생각을 거듭했다.

‘알 카르다흐를 찾아가라고 했지. 그런데 알 카르다흐는 대체 뭐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인데…….’

나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결국 옆에 있던 흑웅에게 질문했다.

“흑웅. 알 카르다흐가 뭐 하는 놈인지 기억나냐?”

[음…… 선지자 아니오?]

여기서 선지자가 왜 나와?

뜻밖의 이야기에 나는 눈이 동그래졌다.

“선지자?”

[주인의 기억 속에서 선지자가 ‘알 카르다흐의 문’이라는 주문을 썼소. 그 주문을 이용해서 주인에게 존재하는 인과율을 측정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게 어떤 존재인지 아는 것은 선지자일 것이오.]

“……아!! 맞다. 그때!”

나는 간신히 예전의 일을 더듬어서 기억해낼 수 있었다. 정확히는 28번째 생에 항아의 [매듭]이라는 계략에 휘말려서 고생하고 있던 그 시점에 선지자를 찾아가서 상담했을 때의 일인 것이다. 그때 분명 선지자가 알 카르다흐의 문이라는 주문을 썼는데, 그 효과에만 정신이 팔려서 주문의 이름 자체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기에 기억이 잘 안 났던 것 같다.

나는 흑웅에게 말했다.

“그럼 선지자를 찾아가서 알 카르다흐에 대해 물어봐야겠군. 이 시대에 선지자는 어디에 있었지?”

[[큰 굴레]를왔다 갔다 해서 기억이 온전치 않은가 보구려. 선지자는 복희에게 제압당해서 그에게 협력하기로 약속했고 두 번 다시 허공록의 힘을 쓰지 않기로 했소.]

“아, 맞다!”

[지금 아마 그들의 모성(母星)에 있겠지.]

“그럼 선지자를 만나려면 선지자의 별로 성간이동(星間移動)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래도 되고 복희를 만나서 복희에게 불러 달라고 해도 되오.]

“흐음.”

그러고 보니 이 시대에서는 복희가 내 아군이니까 그냥 복희에게 부탁해도 되는 거네?

그게 선지자의 별까지 직접 찾아가는 것보다는 훨씬 쉽고 간편한 방법이었기에 나는 혹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왠지 잠시 후 내키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복희한테 부탁하지 말고 우리 힘으로 직접 찾아가자.”

[왜 그러시오?]

“흉신이 직접 나한테 준 단서야. 아무리 복희가 지금 내 동맹이라지만 타인과 공유해서는 안 되는 비밀 같아.”

[흠…… 그럴 수도 있겠군.]

흑웅은 내 말을 납득 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러면 레무리아 1세를 찾아갑시다.]

“레무리아 1세?”

[벌써 까먹었소? 이 초고대문명 레무리아 대륙의 황제요. 인간출신이지만, 지금은 마도생명체로 스스로를 개조한 것 같던데…….]

“아…… 맞다. 우리한테 이 동굴을 찾아보라고 했었지?”

[크크크. 정말 많이 헷갈리나 보구려. 세계를 마구 넘어 다니니 무리도 아닌가.]

왠지 즐거운 듯 껄껄 웃던 흑웅이 말했다.

[갑시다. 레무리아 1세라면 방법이 있을 거요.]

파앗

나는 흑웅과 함께 지상으로 나가서 레무리아 1세를 찾아갔다. 그러자 레무리아 1세는 우리에게 크게 감사했다.

[정녕 대단하구려. 정말로 이 레무리아의 지하에 있던 흉신과 르 뤼에를 몰아내다니……!! 그 누구도 이룰 수 없을 위업이구려!!]

“뭐 싸워서 이긴 건 아니고 지가 알아서 물러났소. 내가 흉신보다 강한 건 아니오.”

괜히 착각해서 더 덤터기 씌울까 봐 내가 재빨리 선을 그었지만 레무리아 1세는 여전히 감동한 듯한 모습이었다.

[설령 설득이라 하더라도 그 누가 흉신을 설득할 수 있겠소…… 그대는 진정한 영웅이오.]

“……그보다 부탁이 있는데.”

[무엇이오?]

“선지자의 별로 찾아가야겠는데 방법이 있겠소?”

내가 전후사정을 대충 설명하자 그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있던 레무리아 1세가 성좌를 다루는 기계 앞으로 가서 뭔가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 동안 끼익거리면서 허공에 떠오른 홀로그램이 움직였고, 어느 정도 조작을 한 레무리아 1세가 말했다.

[선지자의 별은 아마 이 부근으로 추측되오. 황도십이궁의 마력을 빌려서 탐지되지 않는 영역이 하나 있는데 그런 곳은 타 존재의 탐지로부터 방어 결계를 펼친 곳 뿐. 원한다면 좌표를 찍어서 순간이동시켜 주겠소.]

일이 일사천리로 풀리자 나는 레무리아 1세에게 감탄했다.

“……당장 찾아내다니 당신 생각보다 능력 있구려.”

[그대는 흉신의 위협을 물리치고 이 레무리아 대륙을 구했소. 그대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소이다.]

어떤 일이든?

나는 그 말에 왠지 재밌는 생각이 나서 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지상의 인류가 대재앙을 맞이해서 존망의 위기에 처하면 레무리아 대륙이 최선을 다해 도와줄 것을 약속해줄 수 있겠소?”

[흐음…… 좋소. 우리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도와주리다.]

그때였다.

피잉 -

갑자기 뭔가 실이 얽히는 듯한 환영과 함께 내 머릿속에서 기이한 파동음이 울려 퍼졌다.

‘어?’

이건 또 무슨 일이지?

뭔가 얽혔다?

나는 어리둥절했지만, 딱히 내 몸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멍하니 있을 때 레무리아 1세가 커다란 버튼 하나를 누르더니 말했다.

[시공간 게이트를 열겠소. 부하를 따라가면 게이트를 따라서 선지자의 별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오.]

지지징 -

이윽고 나와 흑웅은 시공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시퍼런 빛과 함께 다음 순간 정신을 차리자 완전히 낯선 행성에 도착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쿠르르륵…….

지구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이질적인 촉수식물과 이계의 건축물. 나는 이 광경을 예전 선지자와 원거리 통신할 때 어렴풋이 보았던 기억이 났으므로 확신을 할 수 있었다.

‘선지자의 행성에 오는 데 성공했다!’

사실 지구 어딘가에 있을 공간이동의 호부를 찾아도 올 수 있겠지만 지금은 인류문명이 성립되기 수만 년 전이었기에 그걸 찾는 게 더 귀찮았다. 나는 옆에 있는 흑웅에게 말했다.

“흑웅. 만일의 경우 여기서 도주할 수 있겠지?”

[확신은 할 수 없소. 선지자의 종족이 다루는 아카샤 에너지(虛空之力)라는 게 굉장히 강력한 듯해서.]

“흠…… 그런가.”

[허나 주인의 신력은 이미 대단한 경지에 이르러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흉신에 비하면 좁쌀만 한 힘인데.”

[뭘 또 자신감이 사라졌소. 그건 흉신이 규격 외일 뿐이지 않소?]

나와 흑웅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지이잉

갑자기 우리 앞에 차원문이 열렸고 선지자를 포함해 그를 수행하는 여러 수행원들이 등장했다. 선지자는 나를 발견하자 말했다.

[갑자기 우리 모성에 방문하다니 놀랐군. 아무리 신이라지만 이렇게 무례한 짓을 해도 되는 것인가?]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너무 섭섭하게 굴지 마라, 선지자. 너와 나 사이인데 이 정도는 할 수 있잖아.”

[대체 무슨 사이인지 모르겠네만…… 복희가 나를 겁박할 때 그대도 같이 있지 않았나?]

나는 할 말이 없어서 딴청을 피웠다.

“뭐…… 내가 여기에 방문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

[지금은 우리 종족의 왕실(王室)을 복원하는 중이다. 별을 복원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고 왕실을 복원하는 작업이 너무 중대하니 한시바삐 돌아가주길 바란다.]

“…….”

아 맞다. 내가 흑요석을 쓰려고 하니까 갑자기 선지자네 별이 폭발해 버렸었지? 그 이후로 마법을 써서 별을 복원하고 왕실을 복원하고 있는 중인 듯했다.

나는 그 사실을 기억해내고는 말했다.

“선지자. 너…… 복희한테 숨긴 게 또 있지 않냐?”

[뭣이? 갑자기 또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가.]

“내가 잘 기억이 안 나던 중이었는데 네가 헛소리를 하니까 갑자기 기억이 나 버렸지 뭐냐.”

나는 음충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너네…… 아카샤 에너지(虛空之力)를 허공록한테 공물로 바치고 있지? 게다가 허공록의 사도가 출현할 경우 그에게 몰래 에너지를 제공해서 지상의 임무수행을 돕고 있는 것 같던데…….”

수련세계에서 선지자 종족의 인공지능을 통해서 알아낸 뜻밖의 정보!

그것을 지금 써먹는 중이었다.

[……?!]

“이 사실을 복희가 알면 어떻게 될까?”

내 말에 선지자는 깜짝 놀란 듯 부르르 떨었고 그를 수행하던 수행원들도 적잖게 당황한 듯 촉수를 떠는 모습이었다. 선지자는 갑자기 눈을 번쩍이며 마법을 썼다.

츠아앗!!

그러자 갑자기 선지자의 좌우에 있던 모든 수행원들이 허공의 시꺼먼 점에 빨려 들어가서 사라져 버렸다. 어떤 마법인지 몰라도 자신의 수행원들을 죄다 치워 버린 선지자는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불길한 예감이 들더라니…… 역시…… 전생자(轉生者)였구나!]

“알고 있었어?”

[그 표식이 남겨져 있는 데 모를 거라 생각했나? 단지 별이 폭파되어 어지러운 마당에 얽히기 싫었을 뿐…….]

씹어뱉듯 말한 선지자가 말했다.

[원하는 게 무엇이냐?]

“별로 너희를 해치려고 온 건 아니야. 한 가지만 확실하게 알고 싶어.”

[무엇을 알고 싶지?]

“알 카르다흐가 뭐지?”

[…….]

내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선지자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외신(外神)이다. 되었나?]

“아니, 그런 건 나도 알고 있었어. 알 카르다흐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걸 말해. 그 존재의 특이한 점도.”

[…… 후, 알 카르다흐는 외신이지만 비신(秘神)이라서 전 우주에서 알고 있는 존재가 없다. 가장 위대한 마도사들 조차도 알 카르다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 대체 그 은밀한 존재에 대해서 누구에게 들은 것인가?]

그렇게 신비한 존재였단 말인가?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대꾸했다.

“흉신이 말해줬어. 알 카르다흐에 대해서 알아보라고.”

[……!!]

“그래서 나는 제대로 된 정보를 듣기 전에는 여기서 떠날 수가 없겠다.”

내가 엄포를 놓자 선지자는 곰곰이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한참이나 고민하다가 말했다.

[외신 알 카르다흐…… 그 존재는…….]

이어진 선지자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허공록(虛空錄)의 도서관을 관장하는 사서(司書)이며 우리 종족의 진정한 신(神)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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