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633화 (1,532/1,615)

전생검신 87권 02화

나는 소을에게 좀 더 상세한 걸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건 몰라도 사신지혼에 관한 일만큼은 결코 가벼이 여기고 넘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을에게 한층 가까이 가며 말했다.

[넌 방금 ‘혼’을 바꾸는 과정에서 제대로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그렇다기보다는 그 반작용이 고스란히 되돌아오는 걸 감수하고 기술을 썼지. 그렇지 않냐?]

내 말에 소을은 약간 놀란 듯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설마 거기까지…….”

[대답을 해 줘.]

“……맞소. 당신 생각대로 지금 이 기술은 반쪽짜리요.”

소을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내 진신내공을 태워서 흑월(黑月)에서 백월(白月)으로 넘어가기 위한 동력(動力)을 발휘하는 것까지는 가능하지만 혼이 바뀔 때 덮쳐오는 그 반탄력…… 그걸 감당할 방법이 없소. 그래서 상대방과 동귀어진할 때만 쓰는 기술이오.”

[기술의 이름은?]

“역광(逆光)이오. 이 기술을 쓸 때 마치 빛이 내게 덮쳐오는 것 같아서 그리 지었소.”

나는 순간 눈을 매섭게 빛냈다.

[진소청이 기술을 가르쳐줬다고 했지. 진소청이 그런 식으로 역광을 써서 상대와 동귀어진하라고 가르친 거냐?]

“아니오.”

[그럼?]

내 추궁에 소을이 잠시 망설이다가 대꾸했다.

“진소청은 그의 절대지경인 진천(振天)을 다른 자들에게 전수해주려 부단히 노력했소. 그러나 그 누구도 진천을 전수받지 못했고 이해조차 하지 못했소. 그나마 아수라만이 진소청의 도움으로 자기의 경지를 개척한 거고…… 나 또한 진소청에게 거대한 가르침을 받았으나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그 편린만 이해한 것뿐이오.”

[그 말은 진소청의 가르침에서 일부를 떼서 멋대로 편법으로 동귀어진 기술을 만들었단 말이냐?]

“훗…… 그렇소. 진소청이 내게 흑야문의 무공인 흑야신공에 구궁파천뢰를 접목시킨 새로운 무공인 흑야파천뢰(黑夜破天雷)를 전수해주었지만 일정수준에 도달하니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더군. 모든 게 뜬구름 잡는 것 같았고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지. 나는 그중에서 내가 이해하는 부분만 떼 와서 진천의 아류인 역광을 만든 거요.”

[…….]

진소청이 그렇게 부추긴 건 아니란 소리군.

‘더 강해지고 싶은 욕심에 아류 기술을 만든 건가…….’

왠지 안도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와 동시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소을에게 말했다.

[너 스스로도 이런 기술을 쓰면 죽을 거라 생각지 않았나? 상대를 죽이건 죽이지 못하건 [그릇]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면 주화입마에 걸릴 거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알고 있었소. 하지만 시간을 두고 개량해나갈 생각이었지.”

[어떻게 개량하는지는 알고 있었나?]

“…….”

[그럴 줄 알았다. [그릇]을 이해하지 못하고 ‘위력’만을 베꼈다는 게 느껴졌으니까.]

내가 핀잔을 주자 소을은 약간 울컥하며 말했다.

“대체 뭘 안다고 그러시오? 당신은 진소청의 깨달음을 이해한다는 말이오?”

[이해하고말고. 적어도 그런 무공을 펼치다가 몇십 번이고 죽어 봤으니까.]

“……?!”

소을이 황당해했지만 사실이었다. 수련세계에서 사신지혼의 [그릇]을 바꾸는 수련을 하다가 도대체 얼마나 죽었던가? 다행히 생사의 구분이 없는 수련세계였기 망정이지 현실이었다면 이미 전생횟수가 최소 50번은 쌓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험난한 과정을 거쳐왔기에 소을이 펼친 진천아류 역광이 얼마나 위험한 자멸기(自滅技)인지도 세상에서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지금 나는 진소청을 굉장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소을에게 말했다.

[아무튼 지금은 다른 자들과 합류해서 본성으로 돌아가야겠군. 너 말고도 나를 찾으러 나온 자들이 있나?]

“있소. 전선에서 철수한 토벌대가 투입되었으니 아마 제일 먼저 우리와 합류하는 건 위지혼일 거요. 그가 나와 제일 가까운 지역을 뒤지고 있었으니.”

[위지혼……?]

말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후우우웅

저만치 지평선에서 마치 섬광 같은 신형이 날아와서 우리 앞에 차분하게 구름처럼 내려앉았다. 나는 그 절세경공을 보고는 어떤 무공인지 단숨에 알아차렸다.

‘현천제운종(玄天梯雲縱)!! 무당파 최고배분에게서 직계에만 이어지는 비기……!!’

과거 현천도인에게 이야기를 들은 덕에 알고 있는 무당파 최고의 경공술 중 하나였다. 그리고 현천제운종을 극성(極成)으로 시전할 수 있는 자는 현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었다.

우리 앞에 가볍게 내려앉은 과거의 정천맹주(正天盟主)이자 무당파의 장문인, 위지혼(魏志魂)은 나를 보자마자 내게 고개를 숙였다.

“말로만 듣던 전설의 기인인 백웅이 바로 그대겠구려. 만나 뵈어 영광이오!”

나는 힐끔 위지혼의 팔죽지를 쳐다보았다. 그는 본디 외팔이였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팔이 하나밖에 없었다. 나는 기이하게 여겨서 말했다.

[위지혼. 이 시대는 마도공학이 발전해서 의수 하나 다는 건 어렵지 않을 터인데 왜 의수를 달지 않소?]

“허허. 그게 궁금하셨구려.”

껄껄 웃던 위지혼이 말했다.

“본디 그렇게 해볼까 생각했지만 갈수록 무학의 진경에 심취하게 되자 팔 하나 없는 건 큰 장애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소. 그래서 그냥 인위적인 물건을 부착하지 않고 지금 내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소이다.”

[…….]

“자, 그럼 함께 이동하십시다. 안전한 장소로 이동한 후 다른 동료에게 구조신호를 보내겠소.”

[알았소.]

이윽고 나와 소을은 위지혼을 따라서 이동하기 시작했는데, 나도 그렇고 소을도 그렇고 몸이 만신창이라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자 위지혼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쯧…… 너무 느리군. 몸에서 힘을 빼시오.”

[음?]

전륜기장(轉輪氣場)

쏴아앗!!

위지혼의 장심에서 거대한 기운이 흘러나오더니 나와 소을을 감싸는 반투명한 원구를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그 기막(氣幕)에 손을 얹은 위지혼은 거뜬하게 기막을 의념으로 들어 올리더니 더욱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쐐애액!

그러자 나와 소을은 움직이지도 않는데 마치 화살보다 더 빠른 듯한 속도로 기막 안에 갇혀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위지혼의 내공수법을 보자 적지 않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내공……!! 이 정도면 원래 위지혼이 지니고 있던 내공의 수십 배가 아닌가?’

기막이라는 건 원래 엄청난 내공 소모를 동반하기 때문에 가끔씩 적의 절초를 막아내는 임시보호막으로 쓰는 것이지 이렇게 누군가를 들어 올리는 용도로 쓰는 건 지극히 비효율적이었다. 그런데 회전하는 기장을 만들어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는 건 보통 무림인의 내공이 아니었다.

그렇게 이동하기를 약 반 시진, 상당히 먼 거리를 움직인 위지혼은 저만치에 보이는 소성(小城)을 발견하자 다행이라는 듯 말했다.

“다 왔군. 저기가 바로 운남성(雲南城)이오.”

나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우…… 운남? 내가 그렇게 먼 곳에 떨어졌단 말이오?]

“그러게나 말이오. 남경에서 어쩌다가 운남 근처까지 왔는지 이해도 가지 않는군. 우리도 천계의 술법지원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는 건 엄두도 못 냈소.”

[…….]

생각해보니 내가 있던 카필라 성은 천축대륙에 존재하는 장소였다. 그 카필라 성에서 성층권까지 띄워진 후 다시 떨어진 장소가 운남성 근처였으니 얼추 위치는 비슷하긴 했다. 하지만 공간적으로 수천리를 순식간에 오갔다 생각하니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별로 이동하지도 않은 것 같았는데 지구 여기저기를 휙휙 다니는 것 같았다.

타닷

성벽을 가볍게 넘어서 뛰어 들어간 위지혼은 우리를 감싸고 있던 전륜기장을 해제하고는 품속에 있던 종이를 죽죽 찢었다.

“술법의 식신을 찢었으니 곧 다른 동료가 와서 공간이동 술수로 우리를 데려갈 것이오. 이제 안심해도 되오.”

나는 위지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 위지혼. 당신도 토벌대였구려.]

“어쩌다 보니 그리되었소.”

[그럼 당신도 진소청의 가르침을 받았소?]

내 질문에 위지혼은 껄껄 웃었다.

“하하. 당금 천하에서 소을성과 관계있던 무림인 중에 그렇지 않은 자가 있겠소?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진소청의 가르침을 받았소.”

[……!!]

“허나 진소청의 깨달음은 광고절금(廣高絶錦)하여 도저히 그의 가르침을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소. 가르침의 일부만으로도 뛰어난 경지를 얻었으니 그에 만족할 뿐이오.”

역시 그렇군.

진소청이 제일 먼저 절대경지에 발을 내디딘 후 다른 모든 인간 무림인들에게 자신의 깨달음을 전수했던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대재앙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나는 만나는 자마다 하는 말이 똑같으니 신경이 쓰였다.

‘진소청의 깨달음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고……? 도대체 무엇을 깨달은 거냐, 진소청.’

내가 복잡한 상념에 사로잡혀 있을 때 위지혼이 말했다.

“명룡자 어르신께서 그대에게 무당파가 크게 빚진 일이 있었다 하니 새삼 무당파의 종주로써 감사드리오. 그대가 아니었으면 무당파는 멸문했을 거라 하셨소.”

[아…… 그 일 말이군. 신경 쓰지 마시오. 내게도 이득이 되는 일이라 했던 것이니.]

“그리고, 명룡자 어르신께서 당신을 만나면 전하라 한 말이 있었소. 지금은 토벌대 최후미에 계시긴 한데…….”

[……?]

“장삼봉 진인을 꼭 만나 달라 하셨소. 그분께서 당신과의 만남을 학수고대하고 계시오.”

흠칫

나는 장삼봉 진인이 언급되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장삼봉 진인!

내 무학역사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으며 명백히 불가일세의 초고수이며 투선이었다. 신역의 일좌이기도 한 그가 나를 간절히 보고 싶어 한다니?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장삼봉 진인은 남경성에서도 낙양성에서도 볼 수 없었소. 그래서 토벌대에 있나 생각했는데 대체 어디 계시단 말이오?]

“그분께서는 검선 여동빈과 함께 낙양성에서 임무를 받고 현재 남극(南極)에 가 있으시오.”

[남극? 거긴 왜?]

“나도 잘은 알 수 없소. 허나 거기서 뭔가 엄청난 것이 있다는 정보를 들었고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사명으로 남극을 탐색하고 있는 중이오. 그걸 발견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인류의 존망이 걸려 있다 하더군.”

[…….]

남극?

남극에 그렇게 중대한 게 있었던가…….

‘여동빈과 장삼봉, 둘의 무력은 현재 무공만으로는 세계 최고에 가장 가까운 자들. 그들이 힘을 합쳐야만 할 정도의 보물이 남극에……?’

나는 머리를 굴렸지만, 너무 과거의 기억이 방대해서 바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 위지혼이 문득 하늘을 보며 말했다.

“왔군.”

파앗!!

잠시 후 하늘에서 술법의 문이 생겨나더니 그 문에서 빠르게 미호가 튀어나왔다. 미호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달려들어서 껴안으며 말했다.

“백웅!! 무사했구나.”

[미호…….]

미호는 약간 울먹거리며 말했다.

“잘못되면 어쩔지 너무 놀랐다…… 너무 위험한 일은 하지 말아라…….”

[…… 알았어. 고마워.]

“그럼 돌아가자.”

[잠깐. 망량이 카필라 성에 부상을 당해서 쓰러져 있을 거야. 망량도 구해줘야 해.]

“걱정 말아라. 우리에게 너를 구원하라고 명령을 내린 게 망량이니. 그는 진작 구해놓았다.”

[아.]

“가자꾸나.”

파아앗

이윽고 미호가 재차 차원문을 열어서 우리를 남경성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남경성에 도착하자 나는 바로 망량을 찾아갔다.

[망량. 괜찮소?]

“후후…… 솔직히 괜찮지는 않소.”

망량은 안색이 파리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몸을 보자, 나는 흠칫하고 놀랐다.

‘여, 염주에 관통당한 상흔이 아직도…….’

망량의 몸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생명체라면 이런 부상을 입고 살아 있는 게 말도 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염주에 당한 관통상에서는 피가 전혀 흘러내리지 않았고 썩지도 않았다. 내가 놀라서 쳐다보자 망량이 말했다.

“그 아난이라는 괴승과 무슨 일이 있었소……? 말해 주시오.”

내가 아난과의 격투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자, 잠자코 듣고 있던 망량이 말했다.

“그렇군…… 내 부상이 치료되지 않는 건 그 때문이오.”

[무슨 말이오?]

“나는 아난에게 인질로 잡힌 것이오. 당신이 3년 내에 아난을 찾아가서 그와 결판을 내지 않으면 염주의 힘을 해제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

“이건 사상최악의 저주나 다름없소. 당신도 봤다시피 비슈누의 본체를 물리칠 정도의 강자가 염주의 힘을 해제하지 않겠다면 아마 삼황오제조차 이 저주를 해제할 수는 없는 것이오. 당신이 겁먹고 도망칠까 봐 이런 장치를 해놨나 보군.”

이런 제길…… 나 때문에 망량이 저주로 고통받는다는 것인가?

아난과 결판을 내야만 망량이 살아난다는 말인가!

‘아난 이 개자식…… 이런 치졸한 수를.’

나는 기분이 무척 더러웠다. 나는 이를 악물고는 말했다.

[반드시 아난을 해치우겠소.]

“당신이라면 할 수 있을 것이오. 다만 이대로라면 무리겠지.”

[무리라니…… 내 원래 힘만 다 되찾으면 이길 수 있소.]

“그런 뜻이 아니오. 우선은 당신의 힘을 되찾기 위해 남은 시간 동안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지.”

망량은 잠시 몸을 움직여서 침상에 상반신을 세우고 앉은 채 말을 이었다.

“백웅. 우선 아난에게 내놓은 오레이칼코스의 팔부터 복구해야 하오. 지금 상태로 당신은 그냥 깡통에 불과하오.”

[이건 신외지물이라서 크게 필요 없소. 대충 아무 의수나 달아도 되오.]

“아니오. 당신은 그리 생각할지 몰라도 앞으로도 무공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국면은 반드시 찾아올 것이오. 만일을 대비해서 충분한 무장을 해놔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거요.”

그렇게 단호하게 말한 망량이 말했다.

“낙양성에 있는 이븐 시나를 찾아가서 그에게 오레이칼코스의 팔다리를 마저 달라고 하시오. 그리고 그걸 챙긴 후에는 칠요를 제작하시오.”

[칠요를?]

“그렇소. 나는 사실 비슈누가 준 천상윤회옥을 전부 챙겨왔소. 이제부터 인간들의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으니 이제부터 당신의 신력이 쌓이는 속도는 몇 배로 빨라지겠지. 그 신력을 이용하면 충분히 신생 칠요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오.”

[흠…….]

“당신이 어떤 칠요를 제일 먼저 제작하든 그건 당신의 선택에 맡기겠소. 허나 확실한 건, 새로 만들어질 칠요는 이전보다 훨씬 강한 물건이 되겠지. 그 칠요를 잘 사용하면 당신은 훨씬 빠르게 힘을 쌓을 수 있을 것이오.”

[그렇군…… 그런데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소.]

“무엇이오?”

[‘공존의 가면’인 아난은 일부러 내 앞에서 니알라토텝을 소환했지만 니알라토텝은 전혀 아난을 인식하지 못했소. 나는 그 이유를 전혀 모르겠던데 당신은 짐작 가는 게 있으시오?]

“…….”

내 말에 망량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한동안 생각을 거듭하다가 입을 열었다.

“백웅. 전에 당신의 기억을 받아보기로 [기어오는 혼돈]과 니알라토텝은 같은 것처럼 보여도 사실 다른 존재라 하였소. [기어오는 혼돈]이 본체이며 니알라토텝은 그의 전권을 대리하는 사상최강의 가면이라 보면 되는 거였지.”

[그렇소만.]

“또한 니알라토텝은 자기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불완전한 존재…… 그렇다면…… 아난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실 니알라토텝에게 걸려 있는 [제약] 때문에 아난을 인식하지 못하는 거라고 유추할 수 있소. 그 자신조차 모르는 제약인 거겠지.”

[흠. 하지만 그런 제약이 어딨소? 니알라토텝이 공존의 가면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 같은 게 따로 있어야 할 이유가 있단 말인가?]

“……어쩌면.”

망량은 이윽고 흥미롭다는 듯 입을 열었다.

“니알라토텝이 아닌 ‘아난’ 또한 [기어오는 혼돈]의 대리인이 될 자격이 있다는 뜻일 수도 있겠소. 둘이 경쟁 관계일 수 있단 거지.”

[……?! 그게 무슨…….]

“쉽게 말해서 그들은 동급(同級)일 수도 있다는 말이오. 그저 내 추론일 뿐이지만…… 확실한 건 아난과 그대가 마지막 결전을 치른 후에나 알 수 있겠지.”

그렇게 말한 망량이 말했다.

“자, 그럼 빨리 움직이시오. 3년은 금방 지나갈 테니.”

[알았소.]

“당신이 빨리 움직이기 쉽도록 미호를 호위로 붙여주겠소. 그녀는 차원문을 쉽게 열 수 있는 데다 굉장히 강하니 도움이 될 거요.”

파앗

나는 이윽고 미호의 도움을 받아서 낙양성 심처에 있는 이븐 시나를 만났다. 이븐 시나는 내게 전후 사정을 듣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젠장…… 이렇게 빨리 내 필생의 역작을 망가뜨리다니. 이러기 있나?”

[미안하군. 하지만 나도 이젠 빨리 강해질 필요가 생겨서 당신의 역작인 오레이칼코스의 팔다리가 필요하오. 내어주길 부탁드리오.]

“…….”

이븐 시나는 상당히 심통 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일단 팔다리를 붙여주지. 하지만 맨입으로는 안 돼!”

[무엇이 필요하시오?]

“전에 내가 뭘 부탁했는지 기억나는가?”

[어…… 설마…….]

이븐 시나가 팔짱을 끼고는 험악한 말투로 말했다.

“3일 내에 아나톨리아의 사룡(死龍)을 잡아 오게!! 만일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오레이칼코스의 팔다리는 고철덩어리가 될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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