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검신 86권 8화
망량은 진언을 외우며 부채를 휘둘렀고, 그 주문이 끝나는 순간 거대한 무저갱의 위에는 은빛으로 만들어진 기나긴 다리가 만들어졌다. 그 모습을 본 미호가 이죽거렸다.
“여러 번 봐 왔지만 시해지술이란 건 아주 편리하구나. 그 주문 자체에는 별 뜻도 없는데 그저 네 의지를 그대로 권능으로 발현한 거나 다름없지 않느냐? 세상의 다른 술법사들이 보면 너무 강력한데 너무 시전하기 쉽다고 불평할 것이다.”
망량은 씩 웃었다.
“강해서 나쁠 것 있소? 당신도 이 정도쯤은 쉽게 할 수 있으면서 괜히 놀리지 마시오.”
“그래그래. 본녀도 재주를 보여주도록 하마.”
퍼엉
잠시 후 미호의 분신들과 함께 커다란 가마가 출현했다. 미호는 고개를 숙이며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타시옵소서, 위대한 고철의 신 백웅이시여.”
[…….]
“깔깔깔.”
미호가 깔깔대며 웃는 걸 보자 나는 맥이 풀려서 피식 웃었다.
[하아…… 빨리 원래 몸을 되찾아야지 서러워서 못 살겠군.]
“기왕 명계에 가는 김에 이번엔 송옥(宋玉)과 반안(潘安)의 영혼을 찾아보자꾸나.”
[…… 복희의 얼굴이 걔들보다 잘 생겼을 텐데?]
“다양하게 잘생긴 걸 보고 싶구나.”
[…….]
미호는 정말 20년이 지나든 몇십 번의 전생이 지나든 그대로구나.
나는 왠지 이제야 고향에 돌아왔다는 기분이 들어서 괜하게 안심이 되었다.
타다닷…….
한참 동안 다리 위를 미호의 분신 가마꾼들이 달려가자 드디어 명계의 궁궐이 등장했다. 그리고 나는 정면의 거대한 지옥문이 부서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부서졌다고? 설마 침입자가 있나.]
“가능성 있소. 이만큼이나 명계가 망가진 상태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
그렇게 대꾸한 망량은 가마에서 내려서 시해지술의 다리를 해제하며 부채를 들었다.
“전투를 준비합시다.”
[음.]
지금까지는 거의 다 동료들과의 해후였다면 이제부터 만나는 적은 진정으로 새로운 위협인 것이다. 나는 살짝 긴장하며 천천히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벅…….
나는 곳곳에 명계의 관복이 널브러져 있는 걸 발견했다. 아마도 침입자에게 당해서 소멸한 명계의 옥졸이나 명판관들일 것이다. 아무래도 원래 이곳에 있던 명계의 고위존재들은 웬만하면 다 소멸한 듯했고 이곳은 폐허나 다름없었다.
‘강한 힘은 느껴지지 않는데…….’
아무래도 참사는 예전에 벌어졌고 우리는 뒤늦게 그 현장에 온 듯했다. 그리고 한참을 걸어서 진정한 최심부의 앞에 도달하자, 그 최심부의 문 또한 살짝 벌어져서 열려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곳은 바로 명경의 방이었다.
또한 전륜성왕의 방이기도 하다.
망량의 표정이 안 좋게 변했다.
“이런…… 설마 선객이 이 문까지 열 수 있을 줄은! 명계의 대부분의 고위존재가 달라붙어도 열기 힘들 정도로 견고한지라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는 내심 망량의 말에 동의했다. 아닌 게 아니라 전생하면서 내가 이 최심부, 명경의 방 안에 들어와서 이 문의 견고함을 믿고 농성했던 적도 있는 것이다. 견고하기로는 천하제일에 가깝기에 이 문이 열릴 거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할 수 있었다.
끼이익…….
문 안으로 들어가자 망량은 이곳저곳을 살펴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최심부 안의 함정들도 모조리 부서졌소. 아무래도 지혜로 풀 수 없으니 그냥 무력으로 함정을 다 박살 내버린 모양이오.”
[무식하군. 그렇게 할 수 있는 자들이 많소?]
“절대 필멸자 수준에서는 할 수 없소. 대라신선도 거의 불가능하오. 최소한 신격이 이 자리에 왔소.”
[으음.]
“예감이 좋지 않군…….”
중얼거리던 망량은 마침내 명경이 있던 장소 앞에 도달했다. 그러고는 힘이 빠진 듯 몰려오는 탈력감에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럴 수가……!!”
명경(冥鏡) - 저승에서 하나뿐인 진실의 거울은 처참하게 부서져 있었다.
[……!!]
동시에 나도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탁록시대와 연결되던 통로!
그 명경이 설마 부서져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이, 이제 어떡하지?’
망량선사의 말에 따르면 탁록시대와 지금을 잇는 가장 큰 매개체는 바로 명경이었다. 이 명경을 얻어야 뭐든 시도할 수 있는 건데, 명경이 부서져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설마 이대로라면 과거와 미래를 잇기 힘들어지는 것인가?
미호도 당황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것이냐? 명경은 뛰어난 보물이니 그냥 훔쳐가면 될 터인데 왜 굳이 파괴한 것이냐? 아깝게스리.”
“……!!”
미호의 말에 망량은 갑자기 뭔가를 알아챈 듯 중얼거렸다.
“……그렇소. 이 짓을 저지른 자는…… 명경을 가져가기보다는 파괴할 필요가 있었던 자. 역설적으로 그 말은 명경의 가치를 아주 잘 알고 있는 자가 되는 것이오. 또한 명경을 파괴할 자격이 있는 존재여야만 하오. 웬만한 존재들은 외력으로 명경을 부술 수가 없소.”
“누구인지 알겠느냐?”
“잠깐…… 으음…….”
잠시 고민하던 망량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백웅. 한 번 저기에 앉아 보시오. 그럼 확실해질 것 같소.”
망량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전륜성왕의 옥좌가 있었다.
나는 그 옥좌에 성큼성큼 걸어가서 앉았고, 그러자 잠시 후 옥좌에서 심상치 않은 신적인 힘이 기류처럼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스스스스……!!
옥좌에 박혀 있던 비취옥이 빛난다. 나는 그 비취옥이 빛나는 동안에 잠시 침묵이 이어지다가 이윽고 열 명의 제왕이 심상세계에서 출현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환영의 왕들은 뭔가 말하고 싶은 듯 흔들리다가 이윽고 연기처럼 꺼져버리고 말았다.
[…….]
이걸로 끝인가.
나는 방금 느꼈던 현상을 망량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망량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렇군…… 역시 그랬어…….”
[망량. 아무것도 안 나왔는데 명경을 깨버린 범인을 알겠다는 말이오?]
“아무것도 안 나온 게 바로 범인을 말해주고 있소. 원래 당신이 그 전륜성왕의 옥좌에 앉으면 옥좌에 봉인된 지옥시왕(地獄十王), 그리고 칠보(七寶)가 떠올라서 귀속되게끔 되어 있는 것이오. 허나 지옥시왕도 칠보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말이잖소?”
[…… 아!! 설마 지옥시왕이 범인인가?]
“그럴 리가 없지. 지옥시왕은 명경이 부서지는 순간 도저히 옥좌에서 풀려날 길이 없어서 존재가 인과율에서 차단된 것이고, 진짜 이상한 것은 본디 옥좌를 수호해야 할 저승 최대의 보물이 형태조차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이오. 본디 지옥시왕보다 훨씬 더 밀접하게 전륜성왕에게 연결되어 있어야 할 존재들이.”
나는 망량의 말에서 뭔가를 알아채고는 표정이 굳어졌다.
[설마…… 범인은…….]
“…….”
망량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칠보(七寶)가 자신의 의지로 명경을 깼소. 그리고 저승을 빠져나간 것 같소.”
칠보가 명경을 박살 낸 범인이라니!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추측에 경악했다.
[그놈들이 보물인데도 자기의 의지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소만…… 도대체 왜 명경을 깼단 말이오?]
“그 이유는 모르겠소. 허나 명경이란 전륜성왕 직속의 보물인지라 외력으로는 절대 깨지지 않소. 차원 자체의 근원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지. 그걸 깰 수 있는 건 동일한 전륜성왕 직속의 존재라고 보는 게 합당하고, 칠보는 그 조건에 맞는 존재들이오.”
[…….]
“아무래도 이곳에서 엄청난 일이 일어났던 모양이군. 이럴 줄 알았다면 지상의 혼란을 다소 방관하더라도 빠르게 명경을 회수해둘 걸 그랬는데…… 명계의 고위존재들과 싸울 자신이 없어서 망설였던 게 이런 결과를 불러올 줄은 몰랐소.”
망량이 뼈아픈 듯 중얼거리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칠보가 명경을 부쉈으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미호가 옆에서 듣고 있다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망량선사가 인과율을 모아오면 백웅을 탁록시대로 잠깐씩 보내준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도 명경이 꼭 필요한 이유가 있는 것이냐?”
미호의 말에 망량이 고개를 절레 저으며 말했다.
“스승님은 그저 과거와 현재의 연기(緣起)를 이어 과거의 변화를 현재에 반영되게끔 도와주는 것뿐이오.”
“그걸로 된 거 아니냐? 뭐가 더 필요하지?”
“스승님이 해주는 건 과거의 짤막한 시점을 재현해주는 것뿐 백웅은 그 시대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소. 진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명경이란 매개물이 있고 그 매개물을 통해 인과율을 잇는 게 가장 이상적이오.”
망량의 말을 들은 미호가 그제서야 상황을 알아챈 듯 표정이 안 좋아졌다.
“즉…… 백웅이 탁록시대를 자유롭게 활보할 가능성이 명경에 있었는데 그게 깨졌다 이 말이냐?”
“그렇소. 큰일이오.”
“…….”
미호는 잠시동안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게 손해긴 손해지만 백웅이 이 시대에서 멀쩡히 활동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한 거 아니냐? 현재가 잘 된다면 굳이 탁록시대로 돌아갈 필요는 없지 않으냐?”
“그건 모르는 일이오. 과거와 현재를 연결했을 때 둘은 어느 한쪽에 귀속이 되는 관계가 아니오. 어쩌면…….”
망량은 처음으로 약간의 두려움을 담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백웅 입장에서는 탁록시대에서 활동하는 게 도리어 더 좋은 상황도…… 있을 수 있는 것이오.”
“흐음, 잘 이해가 가지 않는구나.”
“지금은 잘 와 닿지 않을 것이오. 하지만 가면 갈수록 단 하나의 패도 아쉬워지겠지…….”
나는 망량이 너무 침울해하자 그를 위로해주며 말했다.
[망량, 너무 걱정 마시오. 미호 말대로 당장 명경 하나 없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건 앞으로가 아니겠소?]
“그렇긴 하오.”
[그래서 난 이제 어떻게 하면 되지? 칠보가 명경을 부쉈다 치면 뭘 해야 하오.]
망량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칠보는 이 옥좌까지 침입한 의문의 신적 존재에게 협박 같은 걸 당했을 확률이 높소. 그들이 결코 자의로 명경을 부술 리는 없으니까. 그렇게 가정한다면 칠보는 협박으로 인해 명경을 부수고 뒤이어 그 침입자를 따라갔을 거라 생각하오.”
[으음! 그 침입자가 누구인지 모르겠군…….]
“이곳의 모든 명계의 고위존재들이 소멸해 버렸으니 그 진상을 알기는 쉽지 않소. 그러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만한 자가 있소.”
[그게 누구지?]
“바로…… 촉룡(燭龍)이오.”
촉룡!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를 부드득 갈았다.
[그…… 개자식이…… 알고 있다 그거지!!]
뜬금없이 채무자들이 수만 년의 세월을 격하고 내게 이자를 받으러 오게 만든 원흉이자 장본인!
언젠가 반드시 손을 봐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런 데서 얘기를 듣게 된 것이다.
망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촉룡은 지속적으로 명계에서 영혼을 공급받아서 잡아먹고 있었소. 당연히 명계의 근황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도 관심이 많으며 잘 알고 있는 존재. 촉룡을 찾아서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어보는 게 우선일 것 같소.”
옆에서 듣고 있던 미호가 말했다.
“그 촉룡 자체가 범인일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
“충분히 있소. 그러므로 그자의 소재를 알게 되더라도 섣불리 찾아가선 아니 되오. 최소한 촉룡급 지배자를 상대할 만한 전력(戰力)을 갖춰야 할 것이오.”
“백웅이 더 강해져야 한다는 뜻이겠구나.”
“그렇소. 지금 당장으로서는 힘들지…….”
말끝을 흐린 망량이 나를 쳐다보았다.
“백웅. 재촉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당신은 빠르게 사람들의 신뢰와 신앙을 얻어 신력을 회복해야만 하오. 당신이 신력을 회복하는 속도에 따라 모든 계획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오.”
[물론 알고 있소. 어찌 됐든 이제 여기는 볼 일 없다 그 말이지?]
“그렇소. 이만 돌아갑시다.”
조금이나마 일이 진전된 것 같다. 나는 아쉬움을 남긴 채 힐끔 부서진 명경을 쳐다보았다.
‘왜지? 명경이 부서진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이건 분명 [전생자의 직감]이다.
그리고 그 직감은 동시에 말해주고 있었다.
무언가 또 다른 진실이 있고 나는 그 진실을 마주했을 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
기분 탓이겠지.
파앗
나는 동료들과 함께 지상에 되돌아왔다. 망량은 귀환하자마자 품에 있던 물고기 상을 꺼내었고, 그 물고기 상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말했다.
“역시 불안정한 명계는 위험하구려. 우리를 보호하느라 베헤모스가 준 성상의 신력이 꽤 소모되었소.”
[그 성상이 우리를 보호해줬단 말인가?]
“그렇소.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았지만 이 성상이 없었다면 우리는 차원의 함정이나 이계의 신격을 만나서 고생했을 거요. 베헤모스에게 감사해야겠군.”
[그럼 이제 우리가 할 일은 토벌대가 귀환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인가…….]
“흐음. 그 수밖에 없겠소…… 한 달 내에 아버지가 토벌대와 함께 귀환하길 바랄 수밖에.”
우리는 콘스탄티노플에서 며칠간 묵으며 제갈유룡과 토벌대를 기다렸다.
그러기를 약 열흘이 지났고, 그때쯤 이변이 일어났다.
찌지지직……!!
내성에서 차원의 문이 열리며 소환진 위로 거대한 빛이 떠올랐다. 드디어 토벌대가 귀환하는 것이다!
‘드디어……!!’
파앗
그리고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것은 세 명의 인영이었다.
제일 선두에 있던 자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빌어먹을…… 이쯤 되면 슬슬 포기해야 할 것 같은데.”
약한 소리를 하는 그 자에게 뒤편에 서 있던 자가 냉엄하게 말했다.
“우리는 최전선에서 싸우는 것도 아닌데 왜 죽는소리인가?”
“아니…… 너무 말도 안 되잖소. 대체 그 최심부에 있는 게 뭐길래.”
나머지 한 명이 귀찮다는 듯 말했다.
“그만해. 일단 보고하고 쉴 준비부터 합시다.”
나는 그 자들의 면면을 보자마자 알아차렸다.
3명 중에서 2명은 분명히 내가 아는 얼굴인 것이다. 나는 반가움에 그만 외치고 말았다.
[제갈유룡!! 베루스!!]
틀림없다! 방금 전 냉엄하게 질책한 것은 제갈유룡이고 귀찮은 듯 쉬려고 한 것은 틀림없이 베루스다!!
‘베루스는 서방최강의 술법사! 이런 데서 또 보게 될 줄이야.’
저자는 [작은 굴레]까지 되돌릴 수 있는 최강자이니 당연히 토벌대에 참여한 것이리라.
내가 그들을 호명하자 그들은 나를 쳐다보았고, 제갈유룡은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너는 누구냐?”
[나는…… 백웅이다.]
“…….”
제갈유룡의 얼굴에 불신이 떠올랐지만, 그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제갈부와 망량이 앞으로 나와서 말했다.
“진짜입니다.”
“진짜 백웅이라는 걸 보증합니다.”
두 형제가 이구동성으로 말하자 제갈유룡의 얼굴은 이윽고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는 크게 놀란 듯 말했다.
“정말인가……? 그대가 말로만 듣던…….”
[그래. 제갈유룡. 당신에게 부탁이 있어서 왔다.]
“호오, 부탁이라…….”
[그런데 베루스는 알겠는데 저 녀석은 누구지?]
내 시선이 처음에 투덜거리며 약한 소리를 하던 젊은 청년에게로 향했다. 영웅건을 쓰고 있는 그 청년은 전형적인 무림의 청년고수처럼 보였는데 특이한 점은 허리에 장검 대신에 단검을 두 자루 장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
젊은 청년은 내 시선을 받자 상황을 파악하는 듯 머리를 굴리다가 알겠다는 듯 말했다.
“당신이 그 말로만 듣던 천하제일대도(天下第一大盜)인 백웅인가?”
[음?]
“사람이 아니라 철인일 줄은 몰랐는걸. 후후.”
그는 음충맞은 미소를 흘리더니 내 쪽으로 슬슬 걸어왔다. 그러고는 히죽 웃었다.
“당신 때문에 나는 늘 천하제일의 도둑은 못 된다는 소리를 귀에 박히도록 들었어. 진소청조차 나는 절대 당신을 따라잡지 못한다 했었지. 어디 그 실력 좀 볼까!”
파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