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검신 86권 5화
나는 천재만재교의 교주가 되어 성주의 자리에 앉자. 실시간으로 힘이 흘러들어 오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신력(神力)! 아까 선포식을 할 때 얻었던 폭발적인 힘과는 달리 미세한 양이 천천히 들어온다. 하지만 끊기지 않아.’
내가 느낀 변화를 옆에 있던 망량에게 이야기하자 망량이 훗하고 웃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을 교주이자 신으로 믿는 자가 있다는 소리요. 그 신앙이 즉시 신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고, 신앙이란 마음이니 일상생활에서도 유지되는 것이오. 마음이 끊기지 않는 한 신력도 지속적으로 공급되겠지.”
[하지만 양이 너무 적은데…… 이런 식으로는 1만년이 지나도 내 힘의 1푼도 회복하지 못할 거요.]
망량은 선선히 부채를 부쳤다.
“그거야 당연하지 않소? 아무리 그래도 하루아침에 교주가 바뀐 것을 납득하지 못한 자도 많이 있소. 아직은 이 남경성에서 진심으로 백웅 당신을 추종하는 자는 소수일 터.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을 신앙하는 자를 늘리고 신력 또한 늘려야 하오.”
[흐음.]
“혹시나 해서 말인데 당신이 가진 마력과 신력이 충돌하지는 않소?”
나는 망량의 질문에 잠시 힘을 운용하며 충돌하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러고는 내가 생각한 걸 이야기했다.
[두 개의 힘은 전혀 충돌하지 않소. 그렇기는커녕 완전히 다른 차원의 힘이라서 처음부터 섞일 일도 없는 것 같소.]
“과연.”
[아무튼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나는 슬며시 회의석에 앉아 있던 맞은편의 제갈부를 쳐다보며 말했다.
[토벌대에 있는 제갈유룡을 찾아가는 거라 그 말이지?]
내 질문을 받은 제갈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아까 자세한 얘기를 여기와서 듣기로 했었는데, 토요를 갖고 있는 제갈유룡이라면 정말로 이 남경성의 영토를 두 배로 늘려줄 수 있는 것이냐?]
“…….”
제갈부는 미간을 약간 모으며 대꾸했다.
“잠깐. 얘기하는 걸 듣자니 지금 토요를 갖고왔다는 게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건가?”
[……?]
뭔 소리야?
내가 어리둥절해하자 내 옆에 앉아 있던 망량이 말했다.
“백웅은 귀환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동료들의 자세한 사정을 아직 모르오. 토요에 관한 일도 아직 듣지 못했소.”
“그런 거였군.”
[이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토요를 갖고 있는 게 뭐가 어때서.]
내가 질문하자 옆에 있던 망량이 차분히 말했다.
“토요가 원래 있었던 위치를 알고 있잖소? 암천향에 있는 무측천(武則天)의 황궁이었지.”
[아…….]
“이 대재앙이 터지면서 황궁의 [옛 지배자]도 지상계에서 손을 뗐소. 신의 조력도 얻지못하는 상태에서 일개 인간술법사인 아버지가 어떻게 토요를 가져올 수 있었겠소.”
[…… 으음.]
그러고 보니 그렇다. 원래 토요를 얻고자 하면 암천향으로 건너가야한다는 난관은 물론이고 측천무후가 있는 궁을 돌파해야 하며 무측천도 설득해야 하고 창힐의 수족인 팔부신중까지 상대해야 했다. 물론 창힐이 소멸된데다 팔부신중을 죄다 이계로 보내버렸으니 상대적으로 난이도는 낮아졌겠지만 그렇다 해도 암천향을 건너 무측천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대라신선조차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 것이다.
어떻게 한 거지?
내가 어리둥절해할 때 제갈부가 말을 이었다.
“정답은 바로 측천무후 본인이 이 세계로 건너오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황궁의 대표로서 무측천과 계약하여 토요를 얻은 것이다.”
[……?! 어?! 그게 되나?!]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설마 그런 경우가 있을 줄이야!
내가 경악할 때 망량이 쓴웃음을 지었다.
“무측천은 사실 창힐의 가호 덕분에 최악의 마경인 암천향에서 자기세력을 누리는 호사를 부린 거나 마찬가지요. 상관완아, 즉 팔부신중 야차가 중개해준 덕에 강대한 이족이 될 수 있었지. 허나 창힐이 소멸되고 팔부신중이 모조리 실종되었으니 모든 뒷배가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잖소? 더 이상 그녀가 암천향에 남아 있을 경우 다른 마족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었을 거요. 그래서 피해를 보기 전에 현세로 건너온 거지.”
[…….]
“어차피 현세 또한 츠쿠요미의 마력 때문에 마경인 건 마찬가지니까 도리어 무측천과 그 백성들이 살기에는 좋은 환경이오.”
[그, 그럴 수도 있는 거군.]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내가 어안이 벙벙할 때 제갈부가 말했다.
“아버지 제갈유룡은 현재 천마성(天魔城)에 소속되어 있다. 짐작했겠지만 그 천마성에 살고 있는 건 인간이 아니라 측천무후를 포함한 대당시절 그녀를 따르던 백성들이지. 그리고 그 천마성의 위치는 인간들의 성과 완전히 동떨어진 마경 한가운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쩌면 아버지라면 마경(魔境)의 영역을 순화해서 인간의 영역으로 만드는 법을 알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소리지. 오랜 기간 마경에 직접 살며 연구를 했으니까.”
[으음.]
“토벌대에 있는 아버지를 찾아가서 상담을 해보자.”
일리있는 소리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그런데…… 넌 왜 갑자기 나한테 반말이냐?]
제갈부는 히죽 웃었다.
“긴가민가했지만 내가 너의 동료라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위기로 봐서 나는 원래 네게 반말을 하던거같군.”
나는 궁시렁거렸다.
[아닌데. 넌 나를 마음속부터 존경하는 부하였고 무척 공손했다고.]
“현아, 그러냐?”
제갈부가 망량에게 질문하자 망량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오. 백웅이 거짓말하는 거요.”
나는 흥분해서 외쳤다.
[망량!! 말 좀 맞춰주시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제갈부를…….]
“어차피 나중에 흑요석으로 기억을 찾으면 다 들통날 텐데 괜히 원망사기 싫소.”
[옘병…….]
“하하하. 그런 장난은 이미 백련교주한테 쳤잖소?”
껄껄 웃던 망량이 부채를 촥 펼치며 말을 이었다.
“토벌대의 본거지는 현재 서역의 콘스탄티노플에 있소. 갈 거라면 바로 데려다주겠소.”
[…… 콘스탄티노플? 거긴 또 어디요?]
“본디 서방의 요새도시였으며 서방 최대의 제국이었던 신성로마제국의 거점이오. 물론 츠쿠요미의 대재앙은 동서를 가리지 않고 덮쳤으니 지금은 신성로마제국도 멸망했지. 지금은 그곳에 서방의 모든 전력이 집결되어서 마(魔)와 싸우고 있소.”
[흠…… 토벌대는 왜 동방이 아니라 서방의 요새를 거점으로 삼고 있는 거요?]
“천계가 그대로 중원에 현계한 덕분에 동방의 거마(巨魔)는 타락한 스사노오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제압한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오. 대라신선과 신장들이 나서서 다 쓸어 버렸지. 다만 천계의 존재들이 서방까지 가기는 힘들기에 토벌대가 서방인들을 도와서 악마들을 쓰러뜨리고 있소.”
[그렇군.]
“바로 가시겠소?”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갑시다.]
파앗!!
나는 망량, 제갈부 등과 함께 순간이동하여 잠시 후 콘스탄티노플에 도착했다. 그리고 도착하자 이국적인 서방의 건축양식의 성벽 위에 서 있었으며 길거리에 머리가 황금빛이고 눈이 서퍼런 서역인들이 가득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으음?!]
하지만 내가 정말로 놀란 것은 그런 이국적인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 도시의 상공에 웬 거대한 고래가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고래였다.
치이익 - 치이익 -
그리고 그 고래를 향해서 높게 뻗어진 수만 개나 되는 증기관!
마치 혈관처럼 이어져서 고래에게 꽂혀 있는 증기관은 마치 원형 막 같은 형태였고 내성을 감싸서 아예 보이지도 않게끔 만들고 있었다.
뿐만아니라 잘 보니 이 성벽에도 반투명한 영체의 상태로 수많은 병사들이 서 있지 않은가?
인간이 아닌 유령경비병들이 서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저, 저 고래는 대체 뭐요.]
내가 놀라서 물어보자 망량이 힐끔 나를 보더니 말했다.
“백웅 당신과는 구면일 텐데. 저런 존재를 이미 알고 있을 거요.”
[구면이라고…….]
“저게 바로 동방정교회의 총대주교요.”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기억이 떠올라서 아차했다.
[…… 베헤모스!!]
“맞소.”
동방정교회의 총대주교이자 태초에 질서의 신격이 내려보낸 신수(神獸)이자 사도(使徒)!
서방의 인류를 수호하는 수호자 중 한 명!
나는 베헤모스를 만나본 적이 있었기에 망량이 단서를 주자 바로 기억을 떠올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나라도 현실에 저렇게 베헤모스가 증기관에 꽂혀서 둥둥 떠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기에 당혹할 수밖에 없었다.
[아, 아니 베헤모스는 원래 이차원에 있었소. 현실에 나오지 않는 존재였는데 왜…… 그리고 저 증기관은 뭐요.]
“서방도 대재앙 때문에 멸절의 위기를 맞이했고 더 이상 신적존재도 마냥 배후에 숨어 있을 수 없게 된 거지. 그는 동방정교회의 신앙을 매개체로 강림하였고 직접 마(魔)와 싸우게 되었소. 그리고 저 증기관들로 베헤모스의 신력을 직접 도시에 공급하여 강력한 방어결계를 펼치고 있는 것이오.”
[……!!]
“동방과 달리 서방은 천계의 지원을 받지 못하니 저런 방법을 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오.”
그때였다.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진다 싶더니 내게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대는 누구인가?]
[베헤모스…….]
나는 내게 말을 건 게 베헤모스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잠시 침음성을 흘리다가 그에게 대꾸했다.
[나는 새롭게 천재만재교의 교주가 된 백웅이다. 토벌대의 제갈유룡을 만나러 찾아왔다.]
[백웅이라고…… 말로만 듣던 신인(神人)이 바로 그대란 말인가?]
[그래.]
[듣던 것과는 몹시 다르군…… 생 제르맹이 말하길 그자는 삼황 복희와 같은 외모를 갖고 있다 들었는데 그대 같은 강철인간이 아니었다.]
나는 그의 말에 반색했다.
[생 제르맹? 너도 그 녀석을 알고 있냐.]
[그는 본회(本會)의 소속이었으며 지속적으로 동방의 소식을 우리에게 전해주었다. 백웅이야말로 인간을 구원할 자라고 굉장히 높게 평가하더군…….]
[음…… 생 제르맹도 여기에 있냐.]
[그는 현재 토벌대와 함께 토벌을 떠났다. 그대가 찾고 있는 제갈유룡도 마찬가지다.]
아쉽게도 지금은 토벌대가 콘스탄티노플에 머무르는 중이 아닌 듯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베헤모스에게 반문했다.
[여기가 거점이라고 했으니 토벌대는 다시 여기로 귀환하겠지? 기다리면 그들을 만날 수 있겠나?]
[그렇다…… 하지만 그대가 백웅이라는 걸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구나.]
[뭐? 내가 백웅이라는 걸 증명하라는 소리냐?]
[그렇다…….]
[여기에 망량도 있는데 망량이 내 신분을 보증해 줄 거야.]
[그것만으로는 믿을 수 없다…….]
[뭐? 씨발.]
잠시 후 천공에 떠 있는 초거대 고래의 눈이 잠시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확 하고 내 앞에 성스러운 빛을 뿜어내는 세 개의 존재가 떠올랐다.
파아앗
[……!!]
전신에 동방정교회의 법복(法服)을 두르고 있는 해골.
로브를 두르고 있는 성인(聖人)의 해골.
그리고 해골 독수리.
나는 그 세 존재를 보고 기가 막혀서 외쳤다.
[왜 전부 해골인데?!]
그것도 죄다 성스러운 기운을 뿜어내니까 어이가 없네!
[생과 사를 경시하지 않고 그 자체로 초탈한 자에 대한 경의라 할 수 있지…….]
이어진 베헤모스의 말에 나는 또 귀찮아질 거라는 걸 예감했다.
[백웅은 동방 최강의 무사라고 들었다…… 그 셋을 쓰러뜨려서 그대가 백웅이라는 것을 증명하라!]
[이런 옘병!!]
베헤모스 이 새끼 예전에는 안 그랬던 거 같은데 왜 성가시게 구는 거야?!
아니, 내가 지금 본체가 아니라 안드로이드의 몸을 빌려서 그런 거 같긴 하지만 왜 자꾸 시험하려고 드느냐고!
바로 그때였다.
“뭐냐.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콰광
거친 목소리와 함께 나와 해골들 사이에 누군가가 쾅 하고 떨어져서 내려앉았다. 후두둑 하는 성벽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출현한 그 존재는 거검(巨劍)을 들고 있었으며 장대한 체구의 거한이었다. 그 거한은 귀를 후비적거리더니 말했다.
“베헤모스의 화신이 출현한 걸 보니 너희가 악당이냐?”
나는 그 거한의 정체를 바로 알아채고는 말했다.
[너…… 롤랑이지?]
생 제르맹의 동료이며 나와도 몇 번이나 대련했던 놈이다!
롤랑은 자신의 정체를 바로 알아보자 씩 웃었다.
“어디서 내 소문은 들었나 보군. 그래, 내가 바로 서방 최강의 대기사이며 샤를마뉴 대제의 최강의 검인 롤랑이다!! 그리고 이 검이야말로…….”
나는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성검 듀란달이잖아. 그리고 지금은 소환 안한 것 같은데 카론의 갑주도 갖고 있지?]
“……카론의 갑주도 알고 있다니 제법이군. 넌 누구냐?”
[나 백웅인데.]
“푸하하하.”
롤랑은 호탕하게 웃었다.
“개소리하고 있구나. 여자와 분간도 안 가는데다 기생오래비 뺨을 후려칠 외모인 게 백웅인데 어디서 감히 나를 속이려 하는 거냐!”
[이 새끼가 복희 외모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군…….]
나는 탐탁지 않게 중얼거리다가 말했다.
[야. 니가 의념천주를 봤던 게 살면서 딱 두 번이었지? 하나는 예니체리의 수장이었고 또 하나는 천축에서 온 달인이었잖아.]
흠칫
내 말에 롤랑이 굳어 버리고 말았다. 왜냐하면 롤랑 본인과 생 제르맹, 그리고 나 말고는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롤랑은 뭔가 눈치를 살피는 듯하다가 말했다.
“……설마 정말로 백웅이냐?”
[이거 정말 실망이군. 노예시장을 해방시키면서 세상이 끝날 때까지 미쳐 버리는 신의 저주를 내가 대신 풀어줬는데 이런 대접이라니.]
“…….”
[롤랑. 그때의 빚을 갚을 때가 온 것 같군.]
롤랑은 한참 동안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크게 외침을 터뜨렸다.
“오라!! 카론의 갑주여!”
쿠아앗
강대한 힘의 갑주가 소환되어 롤랑에게 착용되었다. 롤랑은 베헤모스가 소환한 해골에게 성검 듀란달을 겨누며 말했다.
“오랜만이오, 백웅! 당신의 검이 되어 싸울 기회가 생겨서 기쁘군!!”
[어…… 바로 믿어주는 거냐?]
“물론이오. 이 해골바가지들을 박살 내주면 되는 거요?”
[…… 좋지!!]
쿠콰콰쾅
나는 일행과 함께 해골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망량, 제갈부, 롤랑이 전투에 나서자 나는 별로 나설 것도 없이 십여 초 만에 전방에 있던 해골독수리가 부숴졌고 삼십여 초가 지나자 성인의 해골이 부숴졌다. 마지막으로 법황의 해골이 부숴지자 전투는 끝났고, 그 때가 되자 베헤모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각처럼 되지가 않는군…… 그대 자신의 힘을 확인하고 싶었는데…….]
[너무 까다롭군. 나를 그렇게 경계하는 이유라도 있나?]
[그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인과율을 품고 있는 존재…… 그대를 제어할 자신이 내게는 없다…….]
잠시 침묵하던 베헤모스가 말을 이었다.
[그러나 나의 사도 롤랑이 그대를 믿었으니…… 롤랑의 신뢰로 그대에 대한 신뢰를 대신하도록 하지. 이 도시에 체재하는 것을 허락하겠노라…….]
슈욱
베헤모스의 눈에서 안광이 사라졌다.
나는 전투상황이 끝나자 롤랑에게 말했다.
[롤랑. 우리는 제갈유룡을 만나러 왔는데 지금 토벌대가 원정을 나가 있는 모양이더군. 어디서 기다리면 되는지 알고 있냐?]
“나를 따라오시오.”
우리는 롤랑을 따라서 내성으로 향했다. 그리고 내성 근처에 가자 거대한 증기관의 막이 보였는데, 롤랑이 수신호를 하자 그 막이 쫙 하고 열려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내성 안에는 종교적인 건물이 가득했는데 그 자체로 강력한 영성이 흐르고 있었다.
“여기서 기다리시면 되오.”
롤랑은 내부로 우리를 안내한 후 내게 말을 걸었다.
“아, 그리고 백웅은 날 따라와 보시오.”
[응?]
나는 롤랑을 따라서 약간 후미진 구석으로 향했다. 구석진 통로를 조금 따라들어가자 넓은 대련장 같은 게 출현했고, 롤랑은 대련장에서 칼 한 자루를 뽑아서 내게 던져주었다.
…… 설마 이건…….
롤랑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난 당신이 백웅이라고 생각하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결국 내가 알고 있는 백웅은 무(武)로서 자신을 증명하는 자였소.”
스스스
롤랑이 성검 듀란달을 치켜든 채 내게 말했다.
“검을 잡으시오. 내게 무(武)를 보여줄 수 있다면 당신을 확실히 백웅이라고 인정하겠소.”
쿠구구구
나는 롤랑의 몸에서 강대한 기파와 더불어서 정제된 의념의 파장이 흘러나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20년 전과 사뭇 달라진 롤랑의 기세를 보자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 경지에 올랐군.]
“그렇소.”
[누가 너를 가르쳤지?]
“진소청이오.”
[…….]
나는 그 말에 지금의 시험이 아까 베헤모스가 해골을 내보냈을 때보다 더 흉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방 최강의 대기사 롤랑은 - 20년의 시간 동안 진소청의 도움으로 절대지경(絶對之境)에 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