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616화 (1,515/1,615)

전생검신 86권 4화

나는 세이메이에게서 동영 삼신기를 받은 후 말했다.

[세이메이. 헌데 이 쓰레기…… 아니 가짜 삼신기도 나름대로 영력이 있어서 동영을 지키는 결계에 힘이 되는 거 아니었나? 내가 가져가도 되는 거냐.]

“어차피 스사노오같은 존재가 현계해 버린 이상 가짜 삼신기가 도와주는 건 무의미해진 거나 마찬가지다. 신적 존재가 직접 강림한 적이 없는 평화로운 시대라면 의미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대재앙이 직접 닥쳐왔으니 있든 없든 상관없을 거다.”

[…… 그거 굉장히 안 좋은 상황이란 뜻 아니냐?]

“잘 알아들었군. 그러니 빨리 힘을 키워서 칠요를 부활시켜주기 바란다.”

세이메이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삼황오제가 이 세상의 명운을 제멋대로 갖고 논다 하더라도 결국은 이 세상의 균형을 유지해주는 것은 칠요. 네가 아무리 강대한 존재가 되더라도 굴레를 벗어나지 않는 한은 칠요의 힘을 빌리는 게 나을 것이다.”

[알았다. 그럼 다음에 보자고.]

파앗

나는 망량과 함께 남경성으로 귀환했다. 그러자 남경성의 어전에서 웬 서책을 읽으며 앉아 있던 미호가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돌아왔구나 백웅!”

[미호. 물어볼 게 있는데…….]

“무엇이냐?”

[백련교주는 네가 달기를 해치우고 그 힘을 흡수했는데도 여와가 움직이지 않은 게 이상한 일이 아니냐고 했었어. 너는 왜 여와가 이번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냐.]

이 문제는 당사자에게 물어보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래서 나는 미호에게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

내 의문에 미호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사실 여와도 완전히 침묵한 상태다. 대재앙이 터졌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고 화신이나 사도를 보내어 현현한 적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뭐라 할 수 있는 건 없느니라.”

[…… 으음.]

“다만…… 여와에 대한 뭔가를 알고 있다면 도리어 구천현녀겠지.”

뜻밖의 말에 나는 반문했다.

[구천현녀?]

“그래. 천계가 대재앙에 분리되던 그 당시에 구천현녀는 단독으로 서왕모 앞으로 가서 뭔가를 담판 지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왕모는 실종되었고 구천현녀는 모든 천계의 존재들을 수습해서 현세로 강림했지. 본디 두 명의 우두머리 때문에 혼란스러웠어야 했을 텐데 서왕모가 사라진 덕에 구천현녀가 손쉽게 천계의 우두머리가 되었던 셈이다.”

[그 말은…….]

“구천현녀가 여와의 가장 강력한 화신인 서왕모를 힘으로 해치웠으리라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서왕모의 입을 빌려서 여와가 구천현녀에게 뭔가 거래를 제안했고, 그 거래의 결과 여와는 은거했으며 구천현녀가 천계를 장악한 거지.”

그렇게 말한 미호는 팔짱을 꼈다.

“본녀는 그렇게 생각했기에 이 남경성에 남았던 것이다. 구천현녀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생각했기 때문이니라.”

[음…… 하지만 구천현녀는 지금 금천재에게 권능을 넘겨주고 어디론가 은거해 버렸어. 이것도 여와와 뭔가 관계가 있는 걸까?]

“본녀도 그걸 의심해서 이 성에 머물며 지속적으로 금천재를 추궁하고 압박했다. 하지만 그 자식은 정말 무능한 놈이라서 아무것도 모르더군! 현재로서는 구천현녀의 의도도 알 수 없다.”

[…….]

구천현녀 또한 의심의 대상이라는 건가.

하긴 구천현녀 또한 우주를 주름잡는 신격의 반열에 있으니 삼황오제와 뭔가 교섭을 했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문제는 그 의도를 알 수 없다면 앞으로 내가 섣불리 움직이는 건 자칫하다가는 그들에게 뒤통수를 맞을 염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안전한 상황이 아니군. 행동을 조심해야겠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옆에 있던 망량에게 말했다.

[망량. 남경성의 중요인물들을 불러 주시오.]

“알았소.”

그리고 한 식경 후, 남경성의 어전에는 검마와 유정, 사방을 지키는 투선들이 모여들었다. 그 외에도 처음 보는 얼굴들이 있었는데 아마 남경성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간부들인 것 같았다. 나는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반갑소. 나는 새롭게 이 남경의 성주가 된 백웅이라 하오.]

침묵이 감돌았다. 내 동료들은 당연하게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몇몇은 아직도 내가 성주가 된 것을 낯설어하는 듯했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앞으로 나와 포권하며 말했다.

“실례지만 한 말씀 여쭈어도 되겠소?”

[당신은…….]

나는 그 자의 얼굴을 확인한 후 뭔가 알아보고는 말했다.

[…… 제갈부? 제갈부 맞지?]

틀림없다. 나이를 네다섯 살 더  먹은 얼굴이 되긴 했지만, 저놈은 틀림없이 제갈부다!

제갈부는 자신을 알아보자 얼굴이 이채를 띄며 말했다.

“사람들이 당신이라면 나를 보고 반가워할 거라던데 그 말대로군.”

[그야…….]

내가 뭐라 하려 할 때 옆에 서 있던 망량이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것은 괜한 말을 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인 것 같았고, 그 동작과 함께 나는 뭔가를 깨달았다.

‘아!’

나는 이번 생에 적성세력인 황궁에 소속되어 있던 제갈부와 제갈유룡을 영입하는 게 늦어서 그에게 흑요석을 주지 못했어! 당연한 말이지만 이번 생에 나와 제갈부는 초면인 것이다!

‘…… 내가 흑요석을 주지도 못한 상황에서 전생자라는 걸 밝히는 건 위험천만한 일! 동네방네 소문이 나서 좋을 게 없어! 그래서 다른 동료들도 일단 제갈부를 아군으로 만들긴 했어도 그에게 자세한 사정은 밝히지 않은 거야!’

흑요석으로 상대를 납득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전생에 관한 비밀을 털어놓는 건 무척 위험하다. 내가 흑요석으로 기억을 전송하는 능력이 부활할 때까지는 일단 그에게 모든 걸 다 털어놓는 건 지양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순식간에 눈치를 채고는 침묵했고, 제갈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했다.

“그럴 거 같았소. 다들 나를 보고 뭔가 말하고 싶어 하지만 말하지 않더군. 당신도 마찬가지구려.”

[미안하군. 조만간 다 말해주겠소.]

“어차피 상관없소. 나와 아버지는 이미 당신네 진영에 합류한 지가 20년이 더 되었으니. 이제 와서는 그 비밀을 따지는 것도 사소한 일이랄까…… 아무튼 내가 묻고 싶은 건 하나요.”

[무엇이오?]

“당신이 지금 본체가 아니며 이 세상에는 영혼만이 와 있는 상태라고 들었소. 그렇다면 당신의 본체가 이 세상에 되돌아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오?”

[음.]

“당신의 본체는 천상의 신격에 못지않은 힘을 갖고 있다고 그러더군. 그 힘을 쓸 수 있다면 앞으로 우리도 당신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오.”

제갈부의 질문에 좌중의 이목이 내게로 집중되었다. 어찌 보면 그의 질문이야말로 가장 핵심에 가까운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있소.]

“어떻게? 완전히 시공간이 다른 세계에서 본체를 가져올 방법같은 건 천계의 대라신선도 알지 못하오. 천상의 신이라도 힘든 일을 어찌하겠다는 건지 듣고 싶소.”

젠장…… 내가 제일 알고 싶은 게 그건데 나보고 어떡하라고?

나는 할 말이 생각 안나서 우물거렸다.

[그거야…… 최선을 다해서…… 잘…….]

“…….”

제갈부의 표정이 썩어들어가자 옆에 있던 망량이 끼어들어서 능숙하게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하겠소. 지금으로서는 아직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태요. 애초에 백웅이 어떤 방식으로 이 세계에 왔는지도 불확실한 상태이기 때문이오.”

그러자 제갈부의 표정은 한층 사나워졌다.

“뭐라고? 백웅이라면 다 해결해줄 수 있다고 말한 건 너였잖은가. 이런 식이면…… “

“물론이오. 지금도 그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소. 왜냐하면 백웅은 지금 회복기이기 때문이오.”

“회복기?”

망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 또한 백웅이 저쪽 세계에 남겨둔 힘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오. 다만 그 힘이 어느 정도이든, 백웅이라면 이 세계에서도 힘을 쌓아서 충분히 우리를 이끌만한 역량을 갖출 수 있다는 게 중요하지.”

“어떤 힘을 어떻게 쌓겠다는 거지?”

“신력!”

그 한마디에 제갈부는 흠칫했다.

“……!!”

“마침 잘 되었군. 이렇게 다 모인 김에 천재만재교의 새 교주를 선포하도록 합시다.”

제갈부는 물론이고 여러 신선들도 나를 불신의 기색으로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정말 그 자가 신력을 지닐 수 있단 말인가?”

“보면 알 것이오.”

“……알았다.”

그리고 잠시 후 남경성의 주요간부들이 다같이 외성과 내성의 경계로 향했다. 그곳에는 매우 넓은 광장이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최소 일만 명 이상을 넉넉하게 수용할 수 있는 장소였다. 그리고 그 광장에는 이미 사람들이 꽤나 많이 모여 있었고 나는 광장의 중심에 있는 제단(祭壇) 위에 올라가게 되었다.

저벅저벅

내가 단상 위에 오르자 망량과 여러 신선들이 술수를 시전했고, 그 술수와 함께 남경성 전체에는 거대한 화면(畵面)이 떠올라서 내 단상의 모습을 중계하는 듯 했다. 그리고 내 좌측에는 금천재가 서 있었고 우측에는 망량이 서 있는 구도가 되었다.

망량이 손짓을 하자 금천재가 먼저 앞으로 나와서 말했다.

“나는 오늘부로 남경성의 성주 자리에서 물러나며 천재만재교의 교주에서도 물러나며 태상호법(太上護法)이 되겠다. 또한 새로운 제 2대 천재만재교의 교주를 이 자리에서 소개하겠다.”

금천재는 옆에 있던 나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바로 여기…… 전 소을성주였던 백웅에게!!”

웅성웅성

그와 동시에 눈 앞에 있던 군중들이 당혹했는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에게 신이나 다름없던 교주가 물러나서 일개 철인에게 교주 자리를 준다고 하니 놀라운 것이다. 또한 소을성주였던 백웅이라 하니 받아들이기 힘들게 분명했다.

나는 지금이 내가 나설 때라고 생각하고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반갑다. 새롭게 천재만재교의 교주가 된 백웅이라고 한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어떻게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만 교주라는 것을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

나는 어설픈 말은 집어치우고 내 마음속에 있는 말을 토해내었다.

[너희가 믿든 믿지 않든 간에 나는 백웅이다. 또한 내가 너희에게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대재앙을 머지않은 시일 내에 퇴치하여 원래대로 인간이 살 수 있는 땅을 되찾아주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단상 밑에서 인간들이 소리를 질렀다.

“정말 그게 가능합니까?”

“못 믿겠어!!”

“씨발!! 무슨 기계쪼가리가 교주란 말이냐! 뒈지고 싶지 않으면 꺼져!”

무척 시끄럽다. 나는 그 난장판을 보면서 내심 짜증을 느꼈다.

‘아. 그냥 다 죽여버리고 싶네! 예전 같았으면 검뢰 한방이면 머리랑 몸통을 뚝딱…….’

하지만 생각은 생각이고 폭력으로 일을 해결하려 들면 결국 사악한 [옛 지배자]와 다를 바가 없다. 이걸 참아내는 것 또한 수련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물론 지금 당장은 그 대업을 이루기에 해야할 일이 많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너희에게 또 하나를 약속하려 한다.]

잠시 후 이어진 내 말에 사람들은 놀라서 눈치를 살피는 듯했다.

[한 달 내에 남경성의 영토를 두 배로 넓히고 너희가 넉넉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마!]

내가 이 남경성에 도착하자마자 보았던 것은 바로 영토가 비좁아서 괴롭게 살아가는 인간노동자들의 모습이었다. 살인적인 인구밀도 때문에 돈도 힘도 없는 인간들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비참할 지경이었다.

즉 땅이 부족한 게 바로 이 남경성 최대의 문제점.

그 실리적인 문제점을 해결해준다면 바로 인기가 높아질 테지!

“……?!”

“엉?!”

“진짜?!”

군중들은 다들 놀란 것 같았고 아까와 달리 저마다 눈치를 살피는 듯 했다. 심지어 내 말은 망량도 예상하지 못한 듯 망량이 나를 깜짝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나는 망량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나를 믿어라!! 나는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하노니, 너희가 날 믿어준다면 나는 무조건 너희가 바라는 걸 이루어주겠다!!]

나는 옆에 있던 금천재의 등을 툭 치면서 노려보았다. 그러자 금천재도 얼떨떨해하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외쳤다.

“시, 신임교주의 말이 곧 나의 말이다!! 그를 믿어라.”

…….

잠시 후 남경성 내에서 세상이 떠나갈 것처럼 함성이 울려 퍼졌다.

“우와아아아 - ”

“백웅 교주 만세 - ”

“백웅 교주 만세 - ”

눈앞의 광장뿐만 아니라 전역에서 함성이 울려퍼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망량은 급히 전음같은 술수를 써서 내게 마음속으로 말을 걸었다.

[배, 백웅. 이름까지 걸고 무슨 말이오? 한 달 내에 남경성의 영토를 두 배로 늘릴 방법 같은 건 나도 바로 생각나지 않는데…….]

[어차피 신뢰를 못 얻으면 말짱 꽝이잖소? 이럴 때 뻥 한 번 쳐보는 거지.]

[허어…….]

망량이 멍하니 있을 때였다.

우우우우우 -

갑자기 나는 내 몸에 힘이 충만하게 깃드는 게 느껴졌다. 그것은 지금까지 내가 오레이칼코스의 팔을 이용해서 내 몸에 붙들어두던 강력한 마력과는 완전히 다른 기운이었고, 정제되지 않은 순수한 힘의 결정체였다. 나는 이런 힘을 자주 다루어보았기에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흐흐.’

신력!

사람들이 나를 믿기 시작했다는 증거였다.

내 몸 주위에 새하얀 신력의 정수가 떠다니자 망량이 놀라운 듯 나를 바라보았다. 뿐만아니라 뒤에서 보고 있던 제갈부도 당혹한 소리를 내었다.

“설마 정말로 신앙만으로 신력을 얻을 수 있다니…… 인간도 신선도 웬만해선 불가능한 일…… 저자는 원래부터 신격이 트여있었단 건가?”

그때였다.

나는 문득 재밌는 생각이 들었기에 뒤에 있던 미호에게 말했다.

[미호. 그걸 줘.]

이윽고 미호가 갖고 있던 함을 내게 내밀었고, 나는 세이메이가 동영에서 줬던 그 함을 열어서 세 개의 신기를 차례로 단상 위에 꺼냈다.

망량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서, 설마 이 자리에서……?”

[밑져야 본전이니까 한 번 해볼 거요.]

“으음!”

망량이 긴장하고 있을 때, 나는 내 몸에 모여있던 신력을 이용해서 눈앞의 가짜 삼신기에 힘을 불어넣었다.

치지징!!

형이상학적인 차원에서 내 신력이 감응하면서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원래와는 다르지만 희미하게 내가 신력을 쓰던 감각이 되돌아오는 것 같았다. 나는 무척 희미한 이 상태에서도 충분히 기술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눈을 부릅떴다.

트리무르티(三位一體)!

가운데의 빨간 보석을 정점으로 신력이 빠르게 응축되는 게 느껴졌다. 지금은 여러가지 속성의 신력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서 분화해서 다양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았고, 그 대신에 구심점 없이 흩어져 있던 신력이 내 의지대로 쉽게 움직이는 효과가 생긴 듯했다.

그리고 트리무르티에서 가장 일반적인 효과라면 당연히 브라흐마의 계통 -

[창조(創造)!]

그와 동시에 눈앞의 삼신기와 완전히 똑같이 생긴 새하얀 빛의 환영이 내 앞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내 시도가 성공한 것을 느끼고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좋아! 무(無)에서 창조하는 거였다면 힘이 무조건 부족했을 텐데 원본이 있어서인지 아슬아슬하게 된다!’

촤아아 -

잠시 후 빛이 빠지면서 눈앞에는 새로운 삼신기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타앗

나는 그중에서 월요 천총운검을 치켜들며 좌중을 향해 연설했다.

[보아라! 내가 새롭게 신기를 창조했으니, 하늘도 내게 새로운 시대를 열라고 하는 것이다!!]

“오오오……!!”

“지, 진짜인가?”

“세상에. 저건 뭐지?”

나는 쐐기를 박듯이 말했다.

[일단 닥치고 날 믿어라!! 그럼 된다!!]

쿠우우우

그렇게 연설은 끝났고 나는 제단을 내려왔다. 그리고 새롭게 생겨난 신력의 여분을 느끼며 생각했다.

‘흠. 역시 본체가 가진 힘에 비하면 1푼의 1할도 안되는 거 같아……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웬만한 술법사만큼 싸우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

아무래도 신력을 다 되찾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맹렬한 신앙을 얻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내심 고민하고 있을 때 내 앞에 서 있던 제갈부가 말했다.

“……믿을 수밖에 없겠구려.”

제갈부는 잠시 후 무릎을 꿇으며 내게 고개를 숙였다.

“당신을 새로운 교주이자 성주로 인정하오……!!”

나는 그런 제갈부를 보며 이죽거렸다.

[후회할 텐데.]

“후회하지 않소. 당신같은 자가 새로이 인간을 이끌어준다 생각하면…….”

[아니. 그거 말고 다음번부터 이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조금 창피할걸.]

“……?”

제갈부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지만 나는 다음 생부터 제갈부를 이 기억으로 놀릴 생각을 하니 재밌어져서 히죽히죽 웃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망량이 말했다.

“백웅. 그 새로운 삼신기는 진본 월요급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오?”

[음. 아닌 것 같소. 어디 한 번 들어보시오.]

나는 망량에게 내가 신력으로 창조한 삼신기를 넘겨주었고 그걸 만져본 망량이 눈에 이채를 띄었군.

“재밌군. 아예 텅텅 비어 있소.”

[끄응. 처음 만드는 거니까 그럴 수도 있지…….]

“아니, 못 만들었다는 게 아니오. 도리어…… 아무것도 없다는 건 칠요에 본디 존재하던 제약도 다 사라졌단 거요.”

[응?]

망량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아까 말했던 새로운 칠요…… 정말로 만들기에 따라서는…… 진정으로 최강의 무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소.”

[음…… 그 정도인가?]

“그렇소. 우선은 계속 신력을 꾸준히 모아 봅시다.”

[알았소.]

망량은 문득 한숨을 쉬었다.

“그보다 아까 영토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건 내 두뇌로도 답이 없구려…… 너무 심하게 허풍을 쳤소.”

[…….]

컥!

기세를 타서 뻥을 쳐봤는데 역시 안 되나?!

내가 우물쭈물하던 그때였다.

“방법은 있을 것 같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신뢰할 생각은 없었는데…….”

좌중의 시선이 제갈부에게 모였다. 제갈부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백웅. 토벌대에 있는 제갈유룡을 한 번 만나보지 않겠느냐?”

제갈유룡이라면 분명 황궁 최대의 흑막이자 제갈부와 망량의 아버지!

동시에 중원 최강의 술사이기도 했던 그를 모를 수는 없었다. 지금 토벌대에 있다는 건 처음 알았기에 나는 반문했다.

[제갈유룡을? 그자라면 대책이 있다는 거냐?]

“그렇다.”

제갈부가 말했다.

“토요(土曜)의 현 소유주라면 방법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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