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607화 (1,506/1,615)

전생검신 85권 15화

나는 용병왕 아지다하카의 말이 참 묘하다고 생각했다.

‘뭐야? 아까는 그런 기억 없다면서 왜 지금은 있는 거 같다고 그러지?’

내가 고개를 갸우뚱할 때 아지다하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 네 말도 무시할 수는 없겠군. 우선 네가 백웅이라는 건 인정하도록 하지.]

[그렇다니까.]

[허나 그것과 의뢰를 받아주는 건 별개의 이야기다. 어차피 구천현녀의 계약자인 금천재를 못이기는 건 마찬가지다.]

[…….]

단숨에 문제의 본질을 짚어 버리자 할 수 있는 말이 마땅치 않았다. 사실 그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아서 급한 대로 용병이라도 구하러 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검마가 말했다.

“금천재가 우릴 죽이려 했다면 진작 죽었을 것이오. 하지만 권능으로 우리를 추방하기만 했으니 그가 사실은 이성적이라는 증거지.”

[흠…….]

“우리는 금천재 앞으로 가서 다시 대화를 하고 싶을 뿐이오. 용병을 고용하는 것은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부하들이 우리를 막아설 텐데 그들을 뿌리치기 위해서지.”

[아까는 제압이라고 하지 않았나?]

“최악의 경우는 그럴 수도 있다 한 것뿐이오.”

[호오…….]

순간 아지다하카의 기세가 날카로워진 것 같았다.

[그대는 저 백웅이라는 자라면 금천재를 제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하고 있군.]

“……부정하지 않겠소.”

[재미있군…… 그렇다면 나도 너희의 의뢰를 받아들이는 대신 조건이 있다.]

“무엇이오?”

[너희들은 백웅의 동료로서 특별한 힘과 지식을 얻었다고 하는 세간의 소문이 있다. 나 또한 백웅에게서 그만한 힘을 얻게끔 해 다오.]

“…….”

[이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여기서 끝이다.]

검마가 힐끔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아지다하카의 말에 잠시 생각했다.

‘…… 전생동료들이 내 기억을 담은 흑요석을 받아서 빠르게 강해진 걸 얘기하는 거군.’

그렇다면 아지다하카의 요구조건을 들어주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냥 흑요석으로 그에게 기억전송을 해주면 그만이었다. 신역절기를 쓸 수 있는 강대한 동료를 손에 넣으니 일석이조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하필 흑요석을 쓸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검마나 제갈사를 설득했을 때처럼 언변으로 내가 전생자라는 걸 제 3자에게 납득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나는 한참 후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소.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좀 시간이 필요한데 양해해 주시오.]

[시간? 얼마나?]

[내가 이 세상에서 온전한 몸을 되찾을 때까지…….]

[흐음. 어찌 되었든 약속을 할 수 있으면 된다.]

[약속하오.]

[계약은 성립되었다.]

얘기를 끝마친 용병왕 아지다하카는 스윽 하고 자리에서 걸어 나가며 말했다.

[따라와라. 내가 아끼는 제자 둘을 소개해 주마.]

[어떤 자들이오?]

[하나는 무공에 있어서 가장 탁월한 제자이며 다른 하나는 술법(術法)에 달통한 제자이다.]

쿠웅 -

붉은 보석이 박혀 있는 엘레베이터를 타고 좀 더 위층으로 올라가자 그곳에는 커다란 연무장이 있었고, 두 명의 인영이 뭔가를 수련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두 명에게서는 강대한 힘의 기운이 유형화(有形化)되어 흘러나오고 있었기에 심상치 않은 수준의 고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지다하카는 연무장에 있는 두 존재를 보고는 말했다.

[듀헤이탄! 규온!]

[네!]

[사부님!]

파밧

순식간에 아지다하카 앞으로 날아오듯 부복한 두 존재는 모두 외계의 종족들이었다. 듀헤이탄은 전신이 암석으로 이루어진 암석인간이었으며 규온은 시꺼먼 가스 같은 게 굼실 거리고 있는데 인간형을 유지하고 있는 특이한 존재였다. 다만 둘의 공통점은 아지다하카 문하(門下)라는 것을 증명하듯 특수한 문양이 새겨진 도복(道服)을 입고 있다는 점이었다.

[너희는 이제부터 나와 함께 이 인간들을 호위해서 금천재 성주 앞으로 데려가는 임무를 시작한다.]

[……!!]

[가겠느냐?]

그 말에 듀헤이탄과 규온은 서로를 한 번씩 쳐다보더니 크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당연합니다!]

[사부의 명을 받듭니다.]

아지다하카는 그들의 대답을 만족스럽다는 듯 들은 후 검마에게 말했다.

[이 둘은 내가 가장 아끼는 제자들일세. 한 명은 알고 있겠지?]

검마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듀헤이탄의 무공은 마왕토벌 때 많은 도움이 되었소이다.”

[흐흐. 규온까지 도와준다면 웬만한 신선도 두렵지 않을 걸세.]

“그럼 빨리 가 봅시다.”

쿠구구…….

우리는 다시 엘레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엘레베이터가 도착한 곳은 처음에 우리가 들어왔던 뒷골목이 아니었고 도리어 상당히 높은 건물의 옥상이었다. 옥상에 내려선 아지다하카가 옆에 있던 규온을 힐끔 보며 말했다.

[규온. 내성까지 잠입할 수 있겠느냐?]

[스승님의 명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겠지요.]

츠츠츠

가스덩어리로 이루어진 듯한 규온의 몸이 잠시 출렁이며 그에게서 강한 힘의 파동이 느껴졌다. 규온은 마치 인간의 손처럼 구현화해 있는 가스덩어리를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성운(星雲)의 의지여, 모든 방해를 뚫고 내가 갈 길을 만들어내거라!]

촤앗!

다음 순간 허공에 시꺼먼 가스로 뒤덮인 통로가 생겨났고 그 통로는 순식간에 내성안쪽까지 원통형으로 뻗어 나가 있었다. 규온은 따라오라는 듯 손짓을 하며 먼저 그 통로 안쪽으로 들어갔으며 우리는 그를 따라서 같이 걸어들어갔다.

저벅

다음 순간 우리 모두는 익히 알고 있던 금천재의 내성으로 들어올 수가 있었다. 여기까지는 흔히 알고 있던 공간이동의 술법이었지만 옆에서 보고 있던 유정은 기가 막힌 듯 말했다.

“이럴 수가…… 이 내성에는 수많은 대라신선들의 보호술법이 걸려 있고 구천현녀의 기운이 초능력을 와해하는데도 이토록 간단하게 침입할 수 있다니!! 저 규온이라는 자는 대체 무엇이오?”

당혹한 유정을 왠지 득의양양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아지다하카가 으스대었다.

[규온은 나르할파 성계(星界)에서 최고의 술사로 인정받은 천재다. 또한 저 아이의 초상능력은 다섯 명이나 되는 신적 존재에게 축복을 받고 있지.]

“…….”

[은하계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술사이니 대라신선의 술수 따위 파해하는 게 어렵겠느냐!]

아지다하카의 자랑을 듣고 있던 규온이 민망한 듯 말했다.

[스승님, 저는 이제 무공으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

규온의 말에 아지다하카는 멋쩍은 듯 딴청을 피웠다. 하긴 그도 그럴것이 저 규온이란 자도 술법사로 최고의 수준을 찍었지만 무(武)의 길에 뜻이 있어서 아지다하카의 유파에 입문한 것이리라. 그렇다면 무공을 좋아한다는 건데 무공이 아닌 술법으로 인정받는 게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약간 기가 막혀서 말했다.

[이거 외계인들까지 끼어드니까 난데없이 수준이 올라가는 느낌이 드는구려…….]

이젠 하다하다 은하계 저편에서 온 가스형 외계인까지 술법천재라니!

검마가 피식 웃었다.

“언제는 안 그랬나? 자네는 [옛 지배자]들과 숨쉬듯이 싸워놓고 이런데서 놀라면 어쩌는가.”

[뭐…… 아무튼 다시 금천재한테 가야겠는데 어느 쪽으로 가야 하지?]

“일단 위로 올라가세. 금천재의 알현실로 가는 직행통로를 알고 있네.”

타다닷

우리가 위쪽으로 향하기 시작한 지 약 한 식경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싶었을 때 우리 앞을 누군가가 가로막는 게 보였다.

“흥…… 너희는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 것이냐?”

[미호!!]

촤라락

미호가 반인반요의 구미호의 모습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미호를 본 모두가 반사적으로 전투태세를 갖추었는데, 왜냐하면 미호에게서는 심상치 않은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미호의 표정은 무척 잔잔하게 가라앉아 있어서, 미호가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고 있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미호가 날카로운 눈으로 검마를 노려보며 말했다.

“금천재가 침입자를 모두 쫓아내라고 했다. 단 웬만하면 죽이지 말라 했으니, 당장 꺼진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미호. 저번에는 하지 못한 얘기가 있소만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군.”

“무슨 말을 하고 싶단 말이냐?”

검마는 슥 하고 내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백웅이 돌아왔소. 저 철인의 몸을 빌려서.”

“……?!”

당혹해하는 미호의 표정을 본 나는 때가 왔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장난스러운 태도는 버리고 다소 진지하게 미호에게 말을 걸었다.

[미호. 사실이야. 내가 백웅이야.]

미호는 잠시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더니 말했다.

“……또 헛소리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 그렇다 치자. 그럼 흑요석을 내놓거라!”

[미안하지만 흑요석을 못 쓴다는 제약이 있어. 하지만…….]

“흑요석을 못 쓰는데 네놈을 어떻게 백웅이라 믿는단 말이냐? 너 같으면 믿겠느냐?”

[너와 함께했던 시간의 기억을 말해줄 수 있어.]

미호가 코웃음을 쳤다.

“흥…… 웃기는구나. 어떤 흉악한 놈이 진짜 백웅을 납치하거나 세뇌, 고문해서 그 정보만 따로 알아낸 후 그 깡통에게 기억을 이식했을 확률이 훨씬 높지 않으냐? 너 같으면 믿겠느냐!”

[…….]

아, 안 되겠다.

역시 웬만해선 내가 백웅이라는 걸 설득할 수가 없어……!!

나는 그 사실을 깨닫자 무척 답답해졌다.

‘이런 제기랄! 흑요석을 못 쓰는 게 이렇게 귀찮을 줄이야…….’

보통 이럴 때 전생을 반복하며 얻은 비밀스러운 정보를 이용해서 전생자임을 설득함과 동시에 그들을 납득시키는 편이었지만, 문제는 눈앞의 미호는 이미 내게서 1번 흑요석을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미 전생자라는 걸 알고 있는 자에게 입으로 설득하는 건 웬만해선 통하지 않는 것이다!

‘…… 그래도 미호와는 싸울 수 없어.’

나는 답답했지만 지금 성질을 부려봤자 무의미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대신에 미호와의 전투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미호. 그렇다면 네가 지금 금천재를 따르는 이유라도 말해줄 수 있을까? 너라면 굳이 금천재를 따르지 않고도 마음대로 살 수 있을 텐데 왜 이곳 남경에 남아 있는 거냐.]

“흥…… 정체불명 깡통 놈이 물어보면 곧이곧대로 말해줄 것 같으냐.”

[말해줘.]

내가 간절하게 말하자 순간 미호가 주춤했다.

“……?!”

미호는 뭔가를 느낀 듯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삼황(三皇)…… 이다.”

[응? 삼황이라고?]

“……크으으으으!!”

미호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발을 구르며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것은 공격적인 적의라기 보다는 자기자신을 통제하지 못해서 나오는 감정의 발현처럼 보였다.

“물러나기 싫다면 어디 내 꼬리와 싸워보거라!!”

미호는 갑자기 쨍 하고 소리를 지르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슈슈슈슉!!

다음 순간 미호가 있던 자리에서 총 여덟 명의 반인반요가 나타났다. 그 반인반요들의 생김새는 하나같이 미호와 똑같이 생긴 것 같았다.

‘별로 대단치는 않아 보이는데.’

내가 볼 때는 그 반인반요들의 기운은 아까 미호가 내뿜던 것에 비하면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 반인반요들을 본 유정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런…… 미호가 자신의 꼬리에게 영혼을 나누어서 분신을 만들었구려. 이거 위험하오.”

“꼬리 분신이라. 그러면 본체인 미호보다 약하지 않은가?”

“전혀 그렇지 않소…….”

이어진 유정의 말에 좌중의 모두가 놀랐다.

“미호의 꼬리는 웬만 한 신선보다 훨씬 강하오.”

파앗!

다음 순간, 미호의 꼬리분신들이 우리 일행을 향해 덤벼오기 시작했다. 검마와 듀헤이탄, 아지다하카는 각자 무기를 들어서 의념을 펼치며 맞서 싸웠고 유정과 규온은 방어술법을 쓰는 것으로 보였다. 나는 그 찰나 간의 대결을 포착하는 게 늦어서 전방으로 달려오던 미호의 꼬리분신의 몸통박치기를 맞고 말았다.

꾸콰콰쾅!!

[케엑.]

나는 꼬리분신의 몸통박치기에 처맞고는 무려 삼 장을 뒤로 훨훨 날아갔다. 다시 공중제비를 돌아서 착지하긴 했지만 나는 미호의 꼬리가 가지고 있는 힘에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나는 미리 세계수의 마력을 이용해서 이 몸뚱이를 강화시켜놓고 있었다. 웬만한 강기에도 흠집 하나 나지 않을 정도의 강도였는데…….’

나는 내 가슴팍에 찍혀 있는 우그러진 자국을 보자 할 말을 잃었다. 꼬리분신의 몸통박치기가 가진 힘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저 꼬리분신 하나만 하더라도 웬만한 천계의 상선(上仙)조차 상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미호, 정말 강해졌구나.’

꼬리의 힘이 이 정도라면 미호 본체의 힘은 이미 [지배자]에 근접해 있을지도 모른다.

콰과과광

한참동안 우리 일행은 미호의 여덟 꼬리를 상대로 분전했다. 다행히 아지다하카나 검마, 듀헤이탄의 실력은 꼬리 하나하나보다 훨씬 위였기 때문에 몰아붙이는 모양새였지만 그리 쉽게 쓰러뜨릴 순 없었다. 유정과 규온은 뛰어난 술법을 이용해서 그런 전방의 고수들을 보조했고, 나도 마력을 끌어올려서 육탄전으로 치고박자 미호의 꼬리와 비슷하게나마 싸울 수는 있었다.

나는 열심히 싸우다가 문득 질려서 외쳤다.

[이런 젠장. 이게 무슨 시간 낭비요? 내가 백웅이란 걸 인정하는 게 그렇게 꼬운가?!]

이게 대체 뭔 지랄이야!

원래 세계로 되돌아온건 좋은데 왜 동료들한테 인정받으려고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 거냐고!!

내가 억울해서 외치자 뜻밖에 아무것도 없던 장소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시간 낭비라 생각하시오? 당신이 백웅이라는 걸 증명하는 게 얼마나 중대한 일인데.”

무척…… 낯익은 목소리.

덜컥

그리고 그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갑자기 기운차게 달려들던 미호의 여덟 꼬리들이 일제히 멈췄다. 절대지경 고수들이 의념으로 마구 베어내도 금방 회복해 버리던 저 괴물녀석들이 제대로 멈춘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좌중의 시선은 그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향했다.

[……!!]

또한 그 목소리에 가장 놀란 것은 아마 나일 것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떨리는 눈으로 그 쪽을 바라보았고, 출현한 자는 상선(上仙)의 증거인 기품있는 학창의(鶴氅衣)를 입은 채 천천히 자신의 부채를 부쳤다.

“흑요석의 기억전송이 봉인되었다라…… 미호와는 달리 나는 그런 상황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오. 전생자의 모험이라는 게 얼마나 예측불허일진대 그런 경우 하나 없겠소?”

[…….]

“허나 미호의 지적 또한 생각해볼 지점이 있지. 마치 과거 대웅제국 시대의 안드로이드 신승과 같은 상황이 아니겠소? 당신이 정말로 백웅인지, 아니면 자신을 백웅이라 생각하는 안드로이드일 뿐인지 대체 어떻게 알 수 있겠소? 사실 그건 당신 스스로도 속을 수 있는 위험한 문제인 것이오.”

촤라락!

그는 오화칠금선(五火七禽扇)을 탁 접어서 자신의 손바닥에 내리치며 말했다.

“당신은 지금 당장 자신을 증명해야만 하오. 당신이 백웅이라는 사실을…….”

[…….]

“그래서 미호를 말리지 않았던 것이오.”

나는 멍하니 그 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 후, 믿기지가 않아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망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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