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검신 85권 13화
금천재의 말에 검마는 약간 노한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평정심을 되찾은 듯했다. 그러고는 금천재에게 반문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요? 우리가 아무것도 아닌 것과 이 난장판이 무슨 관계가 있지?”
그 말에 금천재는 웃음을 터뜨렸다.
“흐흐흐. 구천현녀가 진작 당신들에게 말하지 않았소? 세계를 뒤덮고 있는 이 말세(末世)의 ‘밤’을 없앨 방법을 찾아달라고…… 하지만 그동안 당신네가 한 게 대체 뭐가 있냔 말이오.”
“…….”
“츠쿠요미를 찾았소? 아니면 ‘밤’의 영역을 줄이기를 했소? 아니면 저 동영과 고려에서 날뛰고 있는 마신(魔神)을 제압하기를 했소.”
검마는 침묵했다. 그 대신에 옆에 있던 유정이 항의하듯 불호를 외웠다.
“아미타불.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소이다. 도리어 여기까지 버틴 게 인간에게는 말도 안 되는 기적과 같은 일! 본디 백웅의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 인류가 마왕은커녕 그 밑의 마졸이나 대요괴를 쓰러뜨리는 것조차 힘든 일이오! 그렇기에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소을성주 백웅이 되돌아올 때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모두가 합의하지 않았소이까.”
유정은 아마도 고려 유민(遺民)들의 거취를 이 남경성에 의탁하고 있기에 금천재에게 강하게 나갈 수 없을 터였다. 그런데도 항변을 할 정도면 금천재의 말이 어지간히도 말도 안 되는 트집잡기라 느꼈던 모양이다. 금천재는 유정의 말에 큭 하고 웃으며 말했다.
“웃기지 마라! 나는 이미 다 알고 있다. 너희가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속이고 있다니 대체 뭘 속인단 말이오?”
이어진 금천재의 말은 다소 뜻밖이었기에 나는 그를 더욱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 월신 츠쿠요미는 진작 찾아냈잖은가! 그런데도 백웅이 오면 공격하겠답시고 이 상황을 그냥 방치하고 있는 게 아니냐.”
“아미타불, 그 무슨…… 빈승이 알기로 그 일은 전혀 진척이 없소!”
“…….”
유정은 말도 안 된다는 듯 이야기했고 검마는 대꾸하는 대신에 침묵했다. 그는 도리어 팔짱을 끼더니 말했다.
“아까부터 푸념뿐이군. 그래서 자네가 이런 식으로 주지육림을 벌이는 게 상황에 도움이 된다는 건가?”
“왜 내가 도움이 되어야 하지?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영웅들이 태업(怠業)을 하고 있는데!”
금천재는 성난 목소리로 버럭 소리를 쳤다.
“너희가…… 진작 츠쿠요미를 쓰러뜨렸다면……!!”
그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금천재는 상당히 분노해 있었는데, 지금까지 그가 화낼 만한 이유가 없다는 걸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었다. 되레 이쪽에게 무례를 저질렀는데도 저런 반응은 이상했기에, 뭔가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다만 검마는 그 이유를 알고 있는 듯, 슬며시 손을 거두며 수어검을 물렸다.
슈웅
빠르게 검마의 이기어검이 다시 검집으로 수납되자 검마가 나직이 말했다.
“금천재. 볼 때마다 이런 식이면 더 이상 그대 감정을 참작해줄 수 없소. 지금도 살아남은 자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고, 당신은 어찌 되었든 이 남경의 성주이자 교주. 성의 기둥이 똑바로 서 있지 못하다면 다른 모든 이들이 위험해지는 법이니 나는 당신을 가만두지 않겠소.”
그러자 금천재가 말했다.
“정말 무섭군.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지? 그 잘난 이기어검으로 내 목을 벨 셈인가.”
“오늘은 아니오.”
“……용건을 말하게.”
금천재가 큰 의자에 털썩 걸터앉자 검마가 말했다.
“금천재. 만일에 백웅이 되돌아왔다면 어쩔 생각이오?”
“…….”
금천재는 어이가 없다는 듯 약간 눈을 크게 뜨고는 이윽고 미친 듯이 웃었다.
“크하하하!! 20년 이상 코빼기도 비치지 않던 놈이 이제 왔다고? 참 대단도 하시군…… 그래서 백웅은 어디 있나?”
“여기 있소.”
비아냥거리는 듯한 금천재를 똑바로 쳐다보던 검마가 나를 손으로 가리켰고, 좌중의 시선이 내게로 집중되었다.
“…….”
“…….”
아, 뭐야! 뭔가 말을 하라고!
사람들의 표정이 경악과 어이없음으로 굳어진 가운데 나는 어색한 침묵을 이기지 못하고는 입을 열었다.
[촌장…… 아니 금천재, 오랜만이다. 나 백웅이야.]
“…….”
금천재는 물론이고 옆에 있던 유정, 그리고 이 연회에 참여했던 모든 인간들이 내 기계음 목소리를 듣고는 크게 당황한 것 같았다. 그리고 한참 후, 금천재는 자기 손을 부들부들 떨더니 대노(大怒)했다.
“검마……!! 내가 한낱 촌장 출신이라고 아직도 날 얕보고 있소! 이런 식으로 나를 능멸해?”
검마는 태연자약하게 대꾸했다.
“난 거짓말을 하지 않았소. 내 이름과 내 문파의 명예를 걸고.”
“정녕 미쳤군. 저게 어딜 봐서 백웅이오? 나는 이번 생에서 당신네 전생 동료 중 그 누구보다도 일찍 백웅을 봤소! 그자는 절대 저런 철인이 아니었어.”
“설명하자면 복잡하지만 백웅의 본체는 아직도 다른 세계에 있소. 명경을 통해서 그의 영혼만이 이 세상에 와 있고, 그 영혼이 지금 저 철인의 몸을 빌려서 조종하고 있소.”
“크…… 크크크크.”
금천재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러더니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 손을 홱 하고 저었다.
“헛소리 말고 썩 꺼져라. 너희는 내가 허락할 때까지 남경에 들어올 수 없을 거다!”
화악!
다음 순간 나와 검마, 유정의 몸이 난데없이 붉은 사막 위로 이동해 있었다. 말 그대로 눈깜짝할 사이에 전조도 없이 일어난 일이었고 대항조차 할 수가 없었다.
[……?!]
뭐야?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러자 검마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생각보다 더 화가 났나 보군. 설마 얘기도 안 듣고 바로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네.”
[금천재가 방금 무슨 짓을 한 거요?]
“금천재는 구천현녀의 계약자이며 저 남경 안에서만큼은 구천현녀의 힘을 절반까지 쓸 수 있네. 즉 신이나 다름없지. 신의 권능으로 우리를 강제로 공간이동 시킨걸세.”
[……!!]
뭐?! 구천현녀 절반의 힘?! 그 정도면 대라신선 따위는 가볍게 뛰어넘는 건데!
내가 놀라자 유정이 한숨을 쉬었다.
“하아…… 본디 주색잡기를 좋아하긴 했지만 저렇게 화를 내는 일은 없었소. 검마 어르신께서 뭔가 그의 기휘를 거스른 모양이오.”
[아니 뭐 그거야…… 하는 말마다 열 받더만.]
“그보다 시주가 백웅이란 게 사실이오? 사실 빈승조차 믿기 힘드외다.”
[맞소. 내가 바로 그 백웅이오. 나와 강화도에서 마주치지 않았소.]
“…….”
[내가 그때 이자나기를 쓰러뜨리며 혼절해 있던 당신과 스승인 휴정의 몸에 내공을 불어넣어 마기를 몰아내었던 기억이 나는군.]
내가 그립다는 듯이 말했지만, 유정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었다. 나는 이 정도로 정확한 기억을 말해줬는데도 유정이 납득하지 못하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문득 왜 그런지를 알아차렸다.
‘아 맞다! 그때 혹시나 싶어서 이혼대법으로 그의 기억을 흐려 버렸지…….’
왠지 남경성에 온 이래로 검마를 만난 일 외에는 생각처럼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내가 입맛을 쩝쩝 다실 때 유정이 말했다.
“어찌 됐든 다시 남경성으로 들어가야 하오. 성 밖은 위험하니까.”
[금천재 놈이 안 들여보내겠다 하지 않았소?]
“그렇소. 아마도 그의 권능 때문에 우리가 들어가는 게 막혀 있을 터…… 방법을 찾아야겠소.”
“방법은 간단하지.”
검마가 말했다.
“남경성의 네 방위를 지키는 수문장이 있는데 그들 중 하나만 쓰러뜨려도 들어갈 수 있네. 금천재의 권능이 아무리 강해도 그 방법은 어쩌지를 못한다는 걸 예전에 확인한 적이 있지.”
[남경의 사대 수문장이라. 그들은 강하오?]
“무척 강하지…… 사실 나도 그다지 자신은 없다네.”
[……!!]
“자네가 지금 어느 정도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지가 중요해.”
절대지경에 도달한 검마가 이렇게 말할 줄이야?!
도대체 수문장이란 놈들은 뭐 하는 놈들이길래…….
하지만 나는 순간 뭔가를 깨닫고는 말했다.
[설마…… 투선(鬪仙)이오?]
내 말에 검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일세. 네 명의 투선이 각기 하나의 방위를 맡아서 지키고 있지.”
[이런 제기랄…… 무슨 천계의 투선이 일개 성 하나를 지키는 수문장이나 하고 있단 말이오?]
“여기는 인류 최후의 방어선인 데다 구천현녀를 따르는 천계세력이 그대로 내려와 있으니 말일세. 게다가 그 자들은 인과율이 부족해서 토벌대 원정에는 참여하지 못하니 남경의 수문장을 할 수밖에 없지. 아마 그 투선들은 전부 자네가 아는 얼굴들일 거야.”
나는 그 말에 잠시동안 고심하다가 검마에게 말했다.
[제일 약한 자를 찾아가 봅시다.]
“그렇다면야 정해져 있지. 북쪽으로 가세.”
우우웅
이윽고 유정이 술수를 써서 우리들의 걸음을 엄청나게 빨라지게 만들었고 그 신기한 술법 덕에 우리는 드넓은 남경성을 거의 반 바퀴 도는 동안 거의 힘들지 않았다. 나는 신기해서 유정에게 물었다.
[유정. 축지법은 아닌 것 같은데 이 술법은 무엇이오?]
“천릉연화법(千綾蓮花法)이라는 고대의 술법이오. 브라만교에서 우리 법승들에게 전수해준 것이지.”
[어…… 브라만?]
브라만교가 왜 나오지?
내가 고개를 갸우뚱할 때였다.
“도착했군. 저기에 북쪽의 수문장이 있네.”
두둥
거대한 남경성 북쪽의 성문의 위에 두 명의 투선이 서 있는 게 보였다. 나는 멀리서 그 신선들의 모습을 쳐다보다가 아는 얼굴이라는 걸 깨달았고 이내 불쾌감에 얼굴을 찌푸렸다.
[…… 이게 최선이오?]
“물론일세. 아마 동서남북의 모든 투선 중에 저 2명이 가장 약하네.”
음…… 그렇다면 다른 방위에는 틀림없이 이랑진군 같은 게 있겠군…….
나는 별 수 없이 납득하면서도 투덜거렸다.
[그럴거 같긴 한데…… 잘못 걸리면 죽을 위험이 제일 큰 놈들이잖소.]
“약한 소리 하기 있나? 어차피 저놈들도 쓰러뜨리지 못하면 금천재를 설득하는 건 불가능할 터인데.”
[흐음, 그것도 그렇군.]
나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는 걸 깨닫고는 어깨를 빙빙 돌리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우리의 모습을 발견한 그 두 명의 투선들이 눈을 빛냈다.
[이 놈들…… 제정신인가?]
[하계에 내려온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감히 필멸자 따위가 우리에게 도전하려 들다니!]
나는 앞으로 걸어가며 검마에게 말했다.
[검마. 나 혼자 다 죽여도 되는데 당신도 같이하겠소?]
검마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무척 호기롭군! 저자들이 최약체라고는 하지만…… 자네, 지금 예전 능력을 아무것도 못 쓰지 않는가?”
[왠지 쉬울 거 같아서.]
“……좋네. 그럼 자네의 실력을 어디 지켜보도록 하지!”
검마와 유정을 뒤로 하고 내가 북쪽 성문 바로 밑까지 오자 성문 위에 있던 두 명의 투선들이 아래로 소리 없이 뛰어내렸다. 나와 삼 장 거리를 두고 마주 선 그 선인들은 각자의 보패를 내게 겨누며 말했다.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이름을 밝히거라! 네 건방진 수급을 성문 위에 걸어놓고 그 이름을 새겨놓아야 하니.]
나는 그 말에 히죽 웃었다.
[남두성군, 북두성군! 너희야말로 유언을 미리 남겨두는 게 어떠냐?]
[뭣이?]
[내 이름은 백웅이다!]
타닷!
나는 말이 끝나는 순간 남두성군과 북두성군에게 뛰어들었다. 저 자들은 본디 명계의 고위직이었다가 천계로 온 자들로써 천계에서의 직급은 투선(鬪仙)! 명계가 지닌 죽음의 힘으로 천계의 적을 잠재우는 일을 하고 있었기에 딱 이 남경성의 수문장으로 어울리는 역할들이었다.
내가 전방으로 쇄도하자 남두성군은 자신이 들고 있던 커다란 장(杖)을 휘두르며 외쳤다.
[죽음의 신으로서 명하노니, 네 혼은 안식을 맞이하리라!!]
두웅 -
그 순간 나는 정신이 멍 해지는 느낌과 함께 몸이 멈춰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멍한 상태에서 생각했다.
‘이 새끼…… 생사부를 안 써도 즉사기를 날릴 수 있었군!’
남북두성군과 전생하며 마주친 적은 꽤 있었지만 직접 싸워본 적은 없었기에 미처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아마 이 기술만 써도 지상에 있는 대부분의 생명체들은 그 강함에 관계없이 내성이 없을 경우 즉사하게 되리라! 절대지경 고수마저도 즉사시킬 수 있기에 무척 위협적이었다.
[싫은데!!]
콰앗
하지만 나는 잠시 주춤거리다가 다시 오레이칼코스의 팔에 마력을 모으며 전방으로 계속 뛰쳐나갔다.
[헉.]
그 모습을 본 남두성군이 당황한 듯 재빨리 구름으로 변신해서 내 공격을 피했는데, 옆에 있던 북두성군이 놀랍다는 듯 말했다.
[사신(死神)의 힘을 버텨내다니 꽤 영성이 강력한 놈인가 보구나. 그렇다면 이번엔 생사부(生死簿)로 제대로 끝내주겠다.]
촤라락
마치 죽간 같은 형태로 그의 손에서 지네처럼 뻗어 나온 생사부! 생사부를 소환한 북두성군이 눈을 빛냈다.
[ 죽어라!]
촤좌좍
일필휘지로 생사부에 내 이름을 적자 나는 아까보다 열 배는 더 강력한 죽음의 압력이 느껴지는 걸 느꼈다. 그래서 잠시 비틀거렸는데, 북두성군이 껄껄 웃는 게 들려왔다.
하하하. 이만 죽거라.]
지금이다!
나는 북두성군이 내게 좀 더 가까이 왔다 싶자 그제야 아픈 척을 멈추고 확 하고 오레이칼코스의 팔을 내뻗어서 북두성군의 목을 콱 하고 붙잡았다. 북두성군은 예상치 못했는지 급히 술법으로 몸을 변화시켜서 도망치려 했지만, 그의 술법은 무효화 되었는지 켁켁거리는 소리를 내며 버둥거렸다.
[컥…… 어떻게…….]
[오레이칼코스의 팔에 마력을 잔뜩 넣어놨거든. 이러면 강한 마력 때문에 둔갑술이 안 통하지!]
[그…… 그게 아니라…… 어떻게…… 생사부에 이름이 적혔는데도…….]
나는 그 말에 씨익 웃었다.
[전륜성왕이 생사부에 죽겠냐?]
[뭣…….]
[잘 가라!]
콰지직!!
나는 팔에 마력을 집중시켜서 힘을 꽉 주었고, 그 힘이 충분히 주어지자마자 북두성군은 터져죽고 말았다. 북두성군의 비참한 최후를 본 남두성군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으아악. 이건 말도 안 돼…….]
쉬익
남두성군이 어두운 빛으로 둔갑해서 날아가자 나는 내 손에 죽은 북두성군의 시체에서 이혼대법으로 혼(魂)을 탐색했다. 그러고는 그 혼을 오레이칼코스의 팔에다 연결시킨 후 빠르게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회전이 어느 정도 빨라졌다 싶자, 나는 그 회전력을 이용하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흡혼(吸魂).]
지이잉 -
이혼대법의 요결이 발동하며 백(魄)을 빨아들이는 흡착력이 생긴다. 그리고 오레이칼코스의 팔에 있는 마력으로 인해 강대해진 이혼대법의 힘은 아주 손쉽게 날아가던 남두성군의 백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슈슈슉!
덥썩
간단하게 남두성군의 목을 손에 잡은 나는 그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남두성군은 버둥거리며 필사적으로 공포에 질려 외쳤다.
[으아아아. 사, 살려줘…….]
[구차하군. 생각해보니까 너 같은 건 깨끗하게 죽이기도 싫구나.]
나는 냉담하게 말하고는 오레이칼코스의 팔에 마력을 모았다. 그러고는 안광을 번득였다.
세피로트
승화(sublimatyon)!
다음 순간, 내 손에 잡혀 있던 남두성군의 혼이 불타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마력 때문에 승화현상을 일으키며 그대로 혼이 불타 버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점차 세쓰에 반응해서 불타고 있던 남두성군의 혼은 오랫동안 불탔고, 나는 그 불을 그대로 마력으로 변환시키며 내 세쓰에 흡수시키기 시작했다.
고오오오 - !!
일련의 과정이 끝났을 때, 나는 내 몸에 감도는 마력의 양이 한층 크게 성장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잘 먹었다.’
내가 남북두성군을 손쉽게 끝장내자 저만치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검마와 유정이 급히 내게 다가왔다.
“정말 해치웠군!”
“세상에 천계의 투선…… 그것도 죽음을 담당하는 남북두를 그렇게 쉽게……!!”
유정이 경악하고 있을 때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 턱을 긁었다.
[아무래도 내 예상대로인 거 같소.]
“뭐가 말인가?”
[딱히 이 세계에서 신력은 쓰지 못하지만…….]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내가 갖고 있던 원래 속성은 이어지는 것 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