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검신 84권 14화
나는 수정동굴의 안쪽으로 서서히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걸어가는 도중에 점차 으스스한 기운이 번져 나와서, 갑자기 어느 순간 확 하는 느낌과 함께 세계의 색(色)이 한차례 주홍빛으로 물드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가 봐도 명백한 이계(異界) 특유의 사특한 기운이었으므로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나도 슬슬 뭔가 느껴지는군…….’
틀림없이 이 앞은 마굴(魔窟)이다. 이렇게 명백한 마(魔)를 느낀다면 보통 인간은 미쳐 버리거나 환영을 보면서 스스로 마에 잠식되어갈 게 분명하다. 그러나 내가 불쾌감 정도로 끝나는 것은 지금의 마력 정도로는 내게 티끌만큼도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불쾌하게 하는 것은 이 마력의 근원이 흘리고 있는 사악한 악념(惡念) 그 자체였다. 이걸 인간의 기준으로 형상화할 경우 끔찍한 참극밖에 묘사될 수 없었으며, 인간 중 사악하다 하는 부류들조차 쉽사리 생각해내기 힘든 잔학한 악의가 따끔거리며 내 뇌를 자극하고 있었다. 너무나 광대하면서도 차원이 다른 악의가!
의외로 나는 이 과거에 와서 이 정도의 악의를 제대로 느껴본 적은 없었다. 사신(邪神)이라 칭하는 자들을 만났어도 그들은 너무 높은 존재라서 굳이 악의를 뿜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전생하면서 세계가 극한의 혼돈에 밀어 넣어졌을 때나 느꼈던 수준의 악의를 되새기며 잠시 후 중얼거렸다.
“……이건 신의 악의가 아니군.”
[잘 파악했소, 주인.]
나를 뒤따라오던 흑웅이 말을 이었다.
[이건 악신을 추종하는 무리들의 악의이자 마력. 다만 방금전 지나왔던 보호막으로 악의를 이 마굴에 가둬놓고 있었기에 알아채기가 힘드오.]
보호막이라면 방금 전 주황빛이 번쩍이던 느낌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면 되레 그 먼 거리에서 보호막으로 은폐되고 있던 마력을 감지한 흑웅이 대단할 지경이다.
나는 흑웅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레무리아 1세는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모를 리는 없소. 이 장소와 이어지는 차원통로는 과학기술이 깃들어있는 것 같았으니.]
“흠…….”
정말 이 장소가 레무리아 1세가 감춘 장소인 걸까?
나는 속으로 생각하며 천천히 앞으로 향했고, 흑웅이 내 곁으로 와서 말했다.
[이 앞에 잔챙이들의 소굴이 있소. 내가 먼저 가서 청소를 하겠소.]
“응? 내가 직접 해도…….”
[사악한 종자들은 무척 더러운 수법을 쓰기에 무공을 써서 맞서는 건 손해일 터! 주인은 힘을 아끼시오. 왠지 이곳은 범상치 않은 곳처럼 느껴지니 여차하면 나갈 준비를 할 필요가 있겠소.]
“흐음.”
지금의 내 힘으로도 감당 못 하는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런 엄청난 놈이 고작 이런 지저에 처박혀서 숨어있단 말인가? 말도 안 돼…….’
나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흑웅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부탁해.”
구우우우!!
잠시 후 내 힘 중에서 일부가 흑웅에게 전송되었고 지금까지 그리 크지 않았던 흑웅의 동체가 팔 척에 이를 정도로 커져서 동굴의 천정에까지 닿을 정도가 되었다. 흑웅은 덩치가 커지자마자 슈욱 하고 유령처럼 전방으로 날아갔고, 잠시 후 전방에서 무언가 비명 소리가 잔뜩 들려왔다.
[끼에에엑!]
[크아아악!!]
퍼퍼벅
콰직!!
나는 무언가가 잔뜩 터져 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앞으로 향했고, 이윽고 흑웅이 청소해놓은 잔해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대지 전체가 마력에 오염되었군.”
안쪽으로 갈수록 별세계나 다름없었다. 차마 형용할 수 없는 악취와 함께 바닥에 이계화 된 생물들이 마치 죽처럼 널브러져 있었고 안구가 벽을 타고 데구르르 움직이는 중이었다. 수많은 작은 괴물들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흑웅의 암창세례에 당해서 완전히 찢겨나간 채였다.
츄와아악
내가 걷고 있던 도중 암창에 찢겨 있던 거대한 촉수가닥 같은 게 갑자기 살아 있는 것처럼 날뛰더니 나를 공격해 왔다. 나는 가볍게 그 촉수가닥을 손으로 잡아챘고, 버둥거리는 촉수가닥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분명히 암창의 마력에 당했다. 그런데도 내재된 생명력이 너무 강인해서 마력이 자기를 침식하든 말든 또 부활하고 재생하려 드는구나.’
암창의 마력에도 저항해서 깨어날 수 있다니! 이렇게 강력한 마도생명체를 본 적은 별로 없었다.
퍼벅
나는 이윽고 손에 힘을 주어서 촉수가닥을 터뜨려 버렸고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흑웅에게 맡기기를 잘했군.’
아마 내가 직접 무공을 써서 뚫으려 했다면 의외로 귀찮았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흑웅같은 존재가 있는 게 이렇게나 든든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나는 둥둥 떠 있는 흑웅을 볼 수가 있었다. 이미 오 리 정도의 거리를 오면서 수만 개체 이상을 때려 부순 흑웅은 절벽 끝자락에 서서 뭔가를 쳐다보고 있었고, 나는 그런 흑웅에게 다가가다가 흠칫했다.
“이건?!”
쏴아아아 -
흑웅의 앞에는 거대한 바다가 있었다!
그것도 운해(雲海)에 휩싸여서 그 수평선의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바다가!
나는 황당해서 외쳤다.
“여기가 지저의 맨틀에 가깝다면서?! 여기 왜 바다가 있는 거지?!”
[…….]
“아공간인 건가?”
내 의문에 흑웅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아무래도 차원 전체를 통째로 붙여놓은 것 같소.]
“차원을 붙여놓았다고?”
[그것도 아주 먼 성계(星界)의 시공간과 직접 연결되도록…… 하지만 이 조그마하고 부숴지기 쉬운 현실에 그대로 접붙여놓다니 어마어마한 능력이오.]
“…….”
[저 바다는 아마 수억 광년 바깥에 있는 진짜 이계의 공간 그 자체요. 더 골치 아픈 건 저 바다의 심처(深處)에는 적색거성이 들어가 있는 것 같군.]
“엉? 방금 뭐랬냐?”
흑웅이 손가락으로 운해의 바다를 가리키며 말했다.
[잘 느껴보시오. 아주 먼 곳에…… 깊게 가라앉는 곳에 거대한 열기(熱氣)가 잠재되어 있으니.]
“음……?”
나는 흑웅의 말대로 신력을 집중해서 운해의 바다를 감지해 보았다. 그러자 흑웅의 말대로 아주 깊은 수심에 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하고 뜨거운 무언가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그 크기는 천문학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그게 적색거성이라는 걸 깨닫고는 아연실색했다.
“적색거성을 품을 수 있는 바다가 있단 말이냐? 그런 차원계가 있을 수가…….”
이런 걸 우주적인 단위라 하지 않으면 뭐라 하겠는가?
나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계를 눈앞에 두자 정신이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우주는 넓으니 가능할 수도 있는 일. 그리고 이런 짓은 신력(神力)이 아니면 할 수가 없소.]
흑웅은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아직은 더 파내지 않고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소. 만일 저 바다에 진입한다면 틀림없이 신적 존재를 마주칠 것 같은데, 판단은 주인이 하시오.]
“흐음…….”
나는 고민했다. 나는 잠시동안 생각하다가 흑웅에게 물었다.
“아까 레무리아 1세도 여기를 알고 있을 거라 했었지. 그놈도 이 장소를 만드는데 일조한 것일까?”
[…… 그럴 것 같진 않소. 그자가 정령체(精靈體)로 자신의 몸을 바꿀 정도로 고명한 마도공학자인 것 같긴 하지만, 이 장소에 관여하기엔 격이 낮소.]
“그렇다면?”
[알고는 있으되 이 공간의 주인이 현실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간절히 바라고 있는 쪽이겠지.]
“그럴듯하군.”
내가 흑웅의 추리에 고개를 끄덕이자 흑웅이 말했다.
[어떻게 하시겠소?]
나는 잠시 후 결정을 내렸다.
“들어가자.”
[괜찮겠소?]
“어차피 레무리아 대륙을 지켜주기로 약속했었지. 그리고 이 공간의 주인은 그런 레무리아 대륙을 위협할 놈일 가능성이 너무 높잖아? 기왕 이렇게 된 거 문제의 화근을 제거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 말도 맞소. 하지만…….]
흑웅은 잠시 뭔가 말하려고 망설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주인의 뜻에 따르겠소.]
우우우우
흑웅이 잠시 후 암창을 들어서 거대화시켰다. 수백 장의 크기로 거대화된 암창은 흑웅의 손짓에 따라 전방으로 날아갔고, 보이지 않는 장벽에 흡수되는 것처럼 보였다.
파지지직…… 콰칭!!
그리고 잠시 후 흡수된 것 같았던 암창이 공간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내었다. 차원의 봉인을 손쉽게 파괴한 흑웅이 다시 작아져서 내 곁으로 날아왔다.
[주인. 여차하면 도망친다고 약속해 주시오.]
“물론이지.”
슈슉…….
내가 차원문 안으로 들어가자 나는 이내 찰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운해(雲海)에 발을 디딜 수가 있었다. 그리고 발을 디디는 순간, 나는 신발의 밑창이 순식간에 녹아 버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헉!”
녹은 것은 신발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입고 있던 옷이 순식간에 전부 녹아 버린 것이다! 다만 몸은 멀쩡했기에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옆에 있던 흑웅이 설명해 주었다.
[이 바다의 온도는 수억 도가 넘는 것 같소. 당연히 물질적인 건 웬만해서는 다 녹아 버리지. 주인 또한 신력으로 미리 몸을 덮고 오지 않았다면 0.1초도 되지 않아 소멸했을 것이오.]
“이런 미친! 물이 그 온도에서 어떻게 멀쩡해? 이게 과학적으로 말이 되는 거야?!”
[신력으로 만들어진 공간인데 통상적인 물리법칙 따위를 따르겠소? 이 바다 자체도 진짜 물이 아니라 또 다른 우주적 존재요.]
“염병…… 어쩔 수 없지.”
촤좌좍
나는 빠르게 신력으로만 이뤄진 옷을 창조해서 걸쳤다. 보통은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데 이 공간이 워낙 괴랄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한도 끝도 없이 안개가 깔려 있는 바다의 수평선을 뛰듯이 날아갔는데, 너무나 넓어서 최대속도의 경공을 썼는데도 전혀 풍경이 변하지 않았다.
‘이런 젠장…… 거리도 우주적인 단위일 테니…… 최소 광년 단위의 거리를 경공으로 갈 수 있을 리가…….’
도대체 이 공간을 접붙인 놈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곳을 지구 맨틀 밑바닥과 연결한 걸까?
제정신인가?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쿠구구구…….
수평선 저쪽에서 거대한 어둠의 기운이 몰려오는 게 느껴졌다.
나는 드디어 뭔가가 행차한다고 생각하며 멈춰 섰고, 이윽고 암운(暗雲)이 천지를 가득 메우며 별빛이 초롱초롱 빛나는 게 느껴졌다. 지금까지는 없던 별빛이 난데없이 생겨나서 뭔가 해서 하늘을 쳐다보자, 내 귓전으로 신언(神言)이 들려왔다.
[본디 공간을 유지하는 데 방해되어서 황도십이궁의 빛을 숨기고 있었는데 그대의 신력이 간섭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성좌의 모습을 비추고 말았구나.]
덜컹
나는 그 목소리 한 번에 가슴속이 진탕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신언 한마디에 묵직하게 맺혀 있는 거대한 [힘]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이 새끼…… 강한데?’
단숨에 느껴졌다. 이놈은 [옛 지배자]가 틀림없다는 게!
나는 어둠의 운해 위에 새로이 출현한 존재를 슬며시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
“네가 이 공간의 주인이냐…… 어?”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낯익은 느낌 때문에 순간적으로 말을 삐끗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왠지 상대의 모습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시 찰나가 지난 후, 나는 그 기시감의 정체를 알아채고는 나도 모르게 외치고 말았다.
“[별을 뒤트는 자]?!”
[…….]
그렇다.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 인간과 두족류의 모습을 합친 듯한 괴이한 형상의 괴물! 그 크기가 보통의 인간과 별로 다를 바는 없지만, 덩치와는 달리 저놈이 지닌 힘은 상식을 초월할 정도라는 것!
[별을 뒤트는 자]는 새하얀 눈에서 안광을 흘리더니 말했다.
[한눈에 주를 모시는 내 정체를 알다니 역시 범상치 않은 신격이구려.]
“아니 그게…….”
나는 뭐라고 말하려고 입을 어물거렸지만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대체 왜 저놈이 여기 있는 거지!?
나는 저놈을 과거 해신을 토벌하던 당시에 마주친 적이 있었고 저놈을 상대로 전욱이 싸운 적이 있었다. 그때 전욱이 전력을 다하지는 않았지만 전욱조차도 [별을 뒤트는 자]를 상대로 그리 쉽게 쓰러뜨리지 못했었다. 왜냐하면 [별을 뒤트는 자]의 마법실력이 너무 고명했기 때문이었다.
뭐지……?
내가 지금 뭔가 놓친 게 있는 거 같은데?
내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별을 뒤트는 자]가 날개를 잠시 파닥거리더니 말했다.
[정중히 부탁드리겠소. 이곳에 외인이 들어오는 건 허락받지 않은 일인 즉, 귀하께서는 나가주시오.]
“…….”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동의해 주시오. 그리고 나가지 않는다면 실력행사를 하겠소.]
쿠구구구!!
그렇게 말하는 [별을 뒤트는 자]는 잠시 후 강렬한 신력을 방출하며 몸 근처에 수많은 마법진을 소환했다. 그 마법진 하나하나에는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어마어마한 힘이 맺혀 있었고, 상대가 진심이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미친……!!’
틀림없는 강적이다.
과거에 내가 보았던 대로라면 저놈도 사실 삼황오제에 필적하는 존재가 틀림없는 것이다.
심지어 원래대로라면 신력의 도움을 받지 않을 경우 내가 감히 도전할 꿈도 꿀 수 없는 천상의 존재나 다름없지 않은가?
‘게다가 마법에 특화된 신격…… 마법에 잘못 걸리면 낭패를 볼지도 모른다.’
이래저래 이 장소에서 [별을 뒤트는 자]에게 도전하는 건 위험한 일이라고 느껴졌다. 적어도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존재를 데리고 오는 게 더욱 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기세에 못 이겨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알았…….”
바로 그때였다.
“……?”
[별을 뒤트는 자]는 분명히 해신을 토벌할 때 죽을 위기의 해신을 살려내고자 출현했었다.
그렇다면 해신을 왜 살려내려고 했었던 걸까?
단순히 같은 편이라서?
…… 아니다. [별을 뒤트는 자]는 분명히 해신을 격 낮은 존재라고 깔보고 경멸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신을 살려보려고 나타났던 이유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그 도시’의 수문장이기 때문이다.
나는 거기까지 순식간에 추리해내고는 뭔가를 깨달으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르 뤼에.”
[별을 뒤트는 자]의 안광이 한층 강렬하게 빛난다.
나는 그 반응에서 약간의 확신을 가지면서 말했다.
“……르 뤼에가 여기 있는 거지?”
르 뤼에.
전설의 지저 속 도시이자 수백의 [옛 지배자]들이 잠들어있다는 전설의 장소.
그 장소는 바다 어딘가에 있다고 알려져 있었으며 나는 숱하게 비등을 쓰면서 르 뤼에의 풍경을 눈으로 본 적 있었다.
[…….]
[별을 뒤트는 자]는 내 말에 대꾸하지 않고 그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틀림없다.
나는 쐐기를 박듯이 내 발밑에 있는 어둠의 운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르 뤼에는 아직 지상에 출현하지 않은 거야. 그렇지? 왜냐하면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아주 먼 별세계에서 이곳으로 소환해와야 하는 거니까!!”
[…….]
“그리고 너는 그 소환의식이 끝나기 전까지 이곳을 지키고 있는 수문장인 거고!”
내 외침에 [별을 뒤트는 자]는 한참 후 자신의 손을 들었다.
그리고 양손을 천천히 들어서 박수를 쳤다.
짝. 짝. 짝.
마치 인간과도 같은 그 행동 - 나는 시선이 고정되어서 그를 쳐다보았고, [별을 뒤트는 자]는 처음으로 비직 하고 미소 같은 걸 짓는 것처럼 보였다.
[훌륭하오. 진실을 알아내다니 아주 훌륭하오.]
“…….”
[허나, 귀하는 본인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할 시간에 서둘러 도망쳤어야 했을 것 같소. 이로써 본인에게도 그대를 놔줄 수 없는 이유가 생겨 버렸기 때문이오.]
그리고 잠시 후 이어진 [별을 뒤트는 자]의 한마디에 나는 눈앞이 깜깜해지는 걸 알 수 있었다.
[나의 주께서 지금 강림하시외다.]
쿠구구구
황도십이궁의 별자리가 마치 무언가에 잡아먹히듯 암천(暗天)에 빨려들어 간다.
그리고 나는 - 허공의 암천 저편에서 흉신(凶神)과 눈이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