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582화 (1,481/1,615)

전생검신 84권 10화

나는 괴인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소문이라고? 날 이미 알고 있었단 말이냐.”

[…….]

지잉!

암석의 괴인이 손바닥을 위로 향하는 자세를 취했고, 그의 손바닥 위에는 반투명한 홀로그램이 떠올라서 지구의 형상을 했다. 괴인은 지구의 홀로그램을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는 언제나 지상을 보고 있지. 이 혼돈스러운 시대가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 기약 없는 희망을 마음속에 품고서…….]

“우리? 레무리아 말이냐?”

슈욱

괴인은 지구를 움켜잡는 동작을 해서 홀로그램을 소멸시켰다.

[다시 내 소개를 하지. 나는 레무리아의 황제인 레무리아 1세다. 그대들이 찾아온 용건을 말해달라.]

“……!!”

1세라고? 그럼 저놈이 레무리아 제국을 만든 창시자란 말인가?

내가 놀라서 괴인을 쳐다보자 옆에 있던 이환웅이 말했다.

“레무리아 1세여. 우리는 고대신이 봉인된 유물을 해제하는 방법을 알기 위해 여기에 찾아왔소.”

[유물?]

이환웅이 내게 눈짓하자, 나는 목갑에서 [태양신의 배꼽]을 꺼냈다. 괴인이 지그시 태양신의 배꼽을 쳐다보자 나는 그에게 말했다.

“이걸 봉인해제할 방법을 알고 있나? 만일 도움을 준다면 그만큼 보답하겠다.”

[음…….]

레무리아 1세는 침음성을 흘리다가 말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결코 해제할 수 없다. 그러나 사법(邪法)을 쓴다면 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사법이라고?”

키리릭 키리릭!!

레무리아 1세의 몸에서 기묘한 기계의 구동음이 흘렀고 그의 눈에서 빛이 번쩍였다.

[어찌 되었든 풀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내가 이 봉인을 해제해 주는 대신 그대는 나에게 무엇을 주겠는가?]

“무엇이라…….”

막상 이런 얘기를 들으니 어떤 대가를 줘야 할지 헷갈린다. 내가 고민할 때 옆에서 대신 이환웅이 말했다.

“우리 주식회사의 지분을 조금 드리지. 그걸로 어떻소?”

[지분이라고?]

“그건…….”

이환웅은 나 대신에 전반적인 설명을 다 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레무리아 1세는 고민을 조금도 하지 않고 말했다.

[필요 없다!]

“……?!”

“어?!”

이 자식 지금 뭐라고 한 거야?! 필요 없다고?!

[옛 지배자]들은 너도 나도 군침을 흘리면서 참여하고 싶어 했는데!

내가 눈이 동그래져서 레무리아 1세를 쳐다보자 그가 말했다.

[그대와 우리는 동격이 아니다. 우리는 신의 반열이라 할 수 없기에 그 지분을 받아도 다른 신에게 노려질 뿐 의미가 없으리라. 필멸자에게 어울리는 제안을 해 다오.]

“음, 다른 투자자들이 지분을 뺏으려고 너희 레무리아를 공격할 거란 말이냐?”

[당연하지 않은가. 그대의 제안은 신들만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으음…….”

레무리아 1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상대가 무척 머리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면 망설이지 않고 제안을 받았을 텐데…….’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럼 내가 너희를 보호해주마. 어때?”

[……!!]

“[옛 지배자]가 두려운 것 같은데 내가 너희를 보호해주는 것보다 괜찮은 제안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 말에 레무리아 1세는 잠시 놀란 듯 눈에서 나오는 빛이 희미해졌다. 놀란 건 레무리아 1세 뿐만이 아닌지 이환웅도 놀라서 말했다.

“백웅!! 그런 걸 함부로 약속해주면 일이 귀찮아진다!”

나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뭐 어때. 정말로 케찰코아틀을 부활시켜 줄 수 있다면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어. 내 힘이 상위 신에 못지않다면서?”

“하지만 보호라는 건 네 생각보다 훨씬 귀찮은 일이야…… 으음.”

이환웅이 끄응 하고 답답해했고 레무리아 1세는 잠시 후 목소리에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았다.

[좋다! 우리 레무리아를 앞으로 보호해준다 약속한다면 무조건 그대의 의뢰를 받아들이겠다.]

“알았…….”

내가 수락하려 할 때 이환웅이 급히 끼어들었다.

“기한은 백웅이 내킬 때까지!! 백웅이 원한다면 언제든 그대들 일족의 보호를 취소할 수 있소! 이 조건을 받아들이시오.”

[…… 알았다.]

뭔가 아쉬워하는 레무리아 1세는 잠시 후 말을 이었다.

[사법이라 해도 우리가 이 봉인을 해제할 방법은 간단하다. 성좌(星座)에게 기원하는 것이지.]

“성좌? 성좌라 하면 [옛 지배자]보다 한끗 뒤떨어지는 존재들 아닌가.”

내가 레무리아 1세에게 반문하자 그가 훗 하고 웃는 것 같았다.

[성좌에도 격이 있다. 나를 따라오라.]

후두두둑!

잠시 후 레무리아 1세의 육체가 붕괴하고 암석의 괴인이 우수수 무너졌다. 그리고 그 무너진 잔해에서 빛덩어리 하나가 마치 별빛처럼 떠오르더니 궁전의 한편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이환웅. 저게 정말 필멸자냐?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것 같은데…….”

“당신이 말했듯 레무리아는 성좌를 기반으로 한 문명이야. 아틀란티스처럼 인간들이 마도공학을 발전시킨 곳이 아니지…… 성좌의 힘을 받아들였다면 인간의 형태를 잃어버렸어도 이상하지 않아.”

그렇게 대꾸한 이환웅은 자신의 손목을 잠시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그러고는 말했다.

“확률변동 체크 완료. 따라가도 돼.”

“아까도 그러더니만 확률변동이 대체 뭐냐? 그걸 왜 하는 거야?”

저벅

나보다 앞서서 걸어가던 이환웅이 내 말에 대꾸했다.

“레무리아 코덱스에 따르면 이 레무리아 문명은 확률을 변동시켜서 현실에 아스트랄 위드(astral weed)라는 걸 소환하곤 했어. 그리고 아스트랄 위드는 언제 어디서나 성좌의 힘을 소환하는 매개체가 되어주지.”

“그래서?”

“난데없이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성좌가 소환되어서 현실을 조작하며 우리를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는 소리야. 그걸 두려워해서 인류는 한 번도 이 황궁을 탐사하러 오지 못했지.”

“……!!”

“신력을 가진 당신이라면 몰라도 나는 레무리아의 시공간 함정에 빠지면 두 번 다시 살아날 수 없을 테니까 조심하는 거야.”

여기가 그렇게 위험한 장소란 말인가?

겉보기로는 별 이상 없어보이는데?

내가 힐끔 옆에 있던 흑웅을 쳐다보자 흑웅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환웅 말이 맞소. 보이지는 않지만 성좌의 힘이 강력하게 묻어나오고 있으니 방심하면 안 될 곳이오.]

“그런가…….”

[그리고 이곳은 왠지 불길한 힘이 깊은 곳에 묻혀 있는 것 같군……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흉험한 힘의 주인이…….]

“불길한 힘?”

[아니오. 그냥 내 착각일 수도 있겠소.]

흑웅은 또 왜 이래?

나는 어리둥절 하면서도 깊게 생각하기 싫어서 입을 열었다.

“잔말말고 일단 가자고. 시간 낭비할 여유 없어.”

나는 레무리아 1세가 사라진 통로로 향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커다란 방에 도달할 수 있었다.

지지지징

레무리아 1세는 별빛의 형태에서 새하얗고 이목구비가 없는 광인(光人)으로 다시 모습을 바꾸더니 방의 중앙에 있는 거대하고 복잡한 기계를 손짓했다.

[보이는가? 이게 바로 그대가 가진 태양신의 배꼽의 봉인을 풀어줄 레무리아의 제단이다.]

“제단이라고?”

[그렇다. 우리 레무리아 인들이 섬기는 열세 성좌의 힘을 빌리는 것이지.]

“열세 성좌……? 숫자는 많은 것 같은데 그놈들이 멤피스의 고대신 수백 명보다 더 대단한 놈들인가?”

고대신 수백이 풀지 못한 봉인을 성좌 열세 명에게 의존해서 푼다는 게 말이 되는 것일까?

내가 의혹 어린 목소리로 반문하자 레무리아 1세는 말없이 기계를 동작시키는 듯한 단추를 눌렀다.

우우웅…….

복잡한 기계가 서로 맞물리면서 크게 기지개를 트는 게 보였다. 뭐라 형용할 수 없지만, 그 복잡한 형태가 4차원적으로 움직이는 걸 보자 눈이 호강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홀린 듯이 기계를 쳐다보고 있자 그 기계의 위쪽에 천천히 별빛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이윽고 별빛이 13개 나타나서 하늘을 수놓는 게 보였다.

그 별빛을 지켜보고 있던 이환웅이 침음성을 흘렸다.

“……황도십이궁(zodiac)!!”

[알고 있나 보군.]

“당연히 모를 수가 없지 않소. 별자리의 시작이자 끝을…….”

나는 이환웅의 말에 깜짝 놀랐다.

“황도십이궁? 그건 달마가 썼던 비술인데…….”

틀림없다.

전생자의 시련에서 달마와 싸울 때 그자가 만마합신을 하면서 황도십이궁의 비술으로 성좌를 자기 몸의 마핵에 연동시켰던 것이다. 마지막에 13번째 암양의 힘을 끌어올린 달마한테는 도저히 당해낼 수 없어서 죽을 뻔했기에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다.

이환웅이 말했다.

“나는 그 전투의 전말을 자세히는 몰라. 다만 황도십이궁이란 전 우주의 성좌 그 자체라 할 수 있고 하나의 궁이 하나의 별자리와 같아. 그리고 그 별자리에 무수히 많은 성좌들이 배속되어 있지.”

“으음.”

이환웅은 동시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만 이런 식으로 황도십이궁 그 자체를 섬기는 일은 없어. 각 별자리에 속한 성좌 하나하나를 섬기면 섬겼지 이런 식으로 하면 그 어떠한 가호도 받을 수가 없을 텐데……?”

“왜?”

“쉽게 얘기하자면 백성들 입장에서 자기 나라의 왕을 섬기던가 다른 나라의 왕을 섬길 순 있겠지만 수많은 왕이 속해 있는 연맹 그 자체를 섬겨봤자 무슨 이득이 있겠냐고. 커다란 만큼 두루뭉술하고 권력의 실체가 없어.”

“아하.”

이환웅의 설명에 나는 황도십이궁이 뭔지 대충 알 수 있었다. 그러자 레무리아 1세가 말했다.

[그 말대로다. 보통은 성좌를 이렇게 받들지 않지. 허나 그 사실을 알고 있는가?]

치잉

레무리아 1세의 손가락이 황도십이궁 별자리의 마지막 부분, 아무것도 없는 공허(空虛)를 지목했다.

[바로 이곳에……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13번째 별자리가 있다는 사실을.]

“그런 게 있다고? 말도 안 되오.”

이환웅이 불신 어린 목소리로 말했지만, 나는 레무리아 1세의 말을 듣는 순간 번뜩 떠오르는 게 있어서 중얼거렸다.

“암양(暗陽)…… 이었던가.”

[……!!]

레무리아 1세가 깜짝 놀란 듯 나를 뒤돌아보았다.

나는 달마와의 전투경험을 근거로 무심하게 말을 이었다.

“그 암양이야말로 황도십이궁의 진짜 주인이라며?”

[어…… 어떻게 그 사실을!!]

맞는가보군!

내가 속으로 쾌재를 부를 때 옆에 있던 이환웅 또한 어이없는 듯 말했다.

“……그런 걸 대체 어떻게 아는 거지?”

“그냥 어쩌다 보니 알게 되더라고.”

“……“

이환웅이 할 말을 잊은 듯했다. 그러나 이환웅보다 레무리아 1세는 더 놀랐는지 그는 기계의 조작조차 중단하고 나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고, 나는 좌중의 시선이 나에게 한 번에 쏠리자 겸연쩍어서 말했다.

“아 뭐…… 그러니까 암양의 힘을 빌어서 봉인을 풀겠다 그 소리인가?”

[…… 그렇다.]

“그런데 고대신 수백 명도 풀지 못한 걸 암양의 별자리가 풀 수 있는 거냐? 아까 보니까 너무 확신에 차 있던데.”

내가 약간 의문을 담아서 질문하자 레무리아 1세가 대꾸했다.

[암양이 황도십이궁의 진짜 주인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 왜 그런 질문을 하는가? 그 존재는 처음부터 격이 다른 존재이니 논할 필요도 없다.]

“응?”

[음……?]

“……“

[…….]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이환웅은 뭔가 눈치를 챈 듯 옆에서 끼어들었다.

“우리 백웅 님께서는 피상적인 정보만 알고 있을 뿐 황도십이궁의 진짜 주인이라는 그 의미를 잘 모르시는 것 같소. 당신이 조금 설명을 해 주시오.”

[…… 아…… 그런가…… 그런데 그게 더 대단하군…….]

뭔가 당황한 듯한 레무리아 1세는 끼긱 거리며 기계장치에 손을 넣어서 둥그런 레버를 좌우로 돌리며 말을 이었다.

[이 우주에서 성좌라는 게 탄생할 때부터 관할 했던 존재가 바로 ‘그분’. ‘그분’께서 광대한 대우주의 질료를 호흡하시고, 별의 운행을 책정하시며, 만물의 흐름을 필멸자들에게 스며들게 하셨다. 그러나 너무 거대한 존재라서 그 누구의 신앙도 받지 않으시며 심지어 그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는 자도 거의 없다. 다만 우리 레무리아 제국은 성계 과학을 연구하던 중 우연하게 그분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지.]

“그분이라는 건 황도십이궁의 진짜 주인일 텐데, 그 신의 이름이 뭐요?”

[말할 수 없다. 언급하는 순간 모든 것이 멸망할 테니.]

“……백웅이 황제나 복희 바로 다음가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도 말이오?”

[의미 없다. 그분께서는 그런 존재시다.]

레무리아 1세의 태도는 단호했다. 그리고 그 반응에서 이환웅은 뜨악한 듯한 표정을 지었고, 영문모르는 나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백웅. 아무래도 암양이 봉인을 풀어줄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너무 높은 존재같아.”

“누군데 그래?”

“최소한 전 우주에서 두 손에 손꼽히는 존재겠지.”

“……!!”

그럼 설마……!!

나도 눈치를 채고 얼굴이 무섭게 굳어지자 이환웅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괜찮겠어?”

“……아니 좀 생각을 해봐야겠는데.”

나와 이환웅이 숙덕거리자 레무리아 1세가 옆에서 듣고 있다가 말했다.

[걱정 말라. 이것은 단지 청원(請願)에 지나지 않으니 그분의 분노를 사거나 할 일은 없으니까.]

“무슨 소리요?”

[정식으로 그분과 계약을 맺고 소망을 빌어 인과율의 관계를 맺는 게 아니라, 우리 레무리아 제국은 1만 년에 딱 1번 암양을 다스리는 존재에게 우리가 원하는 것을 청원할 수 있다. 당연히 청원이기 때문에 그분께서는 진지하게 대하지도 않으시며 그저 기계적으로 대답할 뿐이지. 물론 그분께서 청원한 내용을 굳이 이뤄주실 필요도 없다.]

“호오…… 그런 관계도 있을 수 있구려.”

이환웅은 특이하다는 듯 말했다. 그러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청원이라서 소망을 이뤄줄 필요성이 없다는 건 우리가 요청한 내용이 무시당할 가능성도 있다는 거 아닌가?”

[물론이지.]

“그런데도 자신 있게 우리와 거래를 했다는 거요? 이건 사긴데…….”

[레무리아 역사상 청원을 했던 경우는 두 번. 그리고 두 번 모두 우리의 청원을 들어주셨다. 여태까지 안 들어주신 적이 없으니까 이번에도 들어주시겠지.]

“……크크.”

이환웅이 기가 막힌다는 듯 소리죽여서 웃었다. 그리고 나 또한 어이가 없어서 머리를 긁적였다.

“끄응…… 이거 별론데.”

저 말대로라면 암양에게 봉인을 해제해달라는 청원은 무시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여태껏 2번 시도해서 2번 성공했다 해서 성공률이 10할이라고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자 레무리아 1세는 기계를 조작하다 말고 우리 쪽으로 빙글 돌아앉아서 말했다.

[싫으면 지금이라도 취소하면 된다. 어차피 그대들은 알건 다 알고 있는 것 같고, 우리도 여기서 거래를 취소해도 상관없다.]

“흐음.”

나는 그 말에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뭐, 지금이라도 그냥 소녀한테 가서 무한의 힘으로 봉인을 풀어달라고 하면 되긴 하지만…….’

왠지 이환웅의 말대로 껄끄럽다. 소녀처럼 의도를 알 수 없는 녀석에게 계속 그렇게 빚을 져도 되는 것일까? 그리고 지금 이 거래 자체가 미래로 향하는 인과율의 일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그냥 계속 진행해 주시오.”

[좋다.]

키기깅! 키기깅!!

잠시 후 기계에서 격렬하게 뇌전의 빛이 흐르기 시작했다. 레무리아 1세는 감전당할 걱정도 하지 않는지 계속해서 두 손을 기계 안에 마치 집어넣듯이 쑥 넣고 있었고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기계에서 특이한 반응이 떠올랐다.

쿠구구구……!!

12개의 별자리가 격렬하게 움직이더니 그 빈자리에서 숨겨져 있던 암양(暗陽)이 드디어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그 암양이 떠오르자 그제서야 레무리아 1세는 다 됐다는 듯 한숨을 쉬며 기계에서 손을 뗐다.

[다 됐다. 이제 13일 내로 그분께서 청원에 대답해 주실 것이다.]

“뭐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려?”

[13일이 많다고 생각하는가? 전 우주적 존재께서 직접 청원에 대답하시는 건데 무척 빠른 것이다.]

“음 그렇게 말하면 그런데…….”

당장 뚝딱하고 일이 해결되지 않으니 뭔가 아쉬워서 나는 입맛을 쩝쩝 다셨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환웅이 말했다.

“당신들은 멤피스, 칼파, 바빌론과 달리 신조문명이 아닌 것 같군. 레무리아 1세 당신은 성좌에서 내려온 존재인 거요?”

[…….]

레무리아 1세는 그 말에 이환웅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아니. 나는 인간이다. 다만 [옛 종족]의 지배하에서 나를 따르는 인간들을 데리고 탈출하다가 그들에게 저항할 힘을 얻기 위해 성좌에 접촉했을 뿐.]

“성좌에 접촉했다는 건 당신 또한 마도사라는 얘기요?”

[마도의 소양도 있지만…… 나는 근본적으로 마도공학자이다. [옛 종족]에게서 직접 지식을 전수받았지.]

“……!!”

[나는 [옛 종족]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동급 이상의 외계인들의 문명과 접촉해서 그 기술과 지식을 얻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옛 지배자]의 힘을 직접 다루는 건 너무 위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성좌에게 직접 마도의 기술로 길을 여는 기술을 개발했던 것이고, 그 기술 덕분에 레무리아 제국이 성립했다.]

그렇게 설명해 준 레무리아 1세가 손짓을 했다.

[나를 따라오겠는가? 우리 레무리아 제국을 보여주지.]

“그러지 뭐.”

우웅

잠시 후 레무리아 1세가 빛의 원반 같은 걸 우리 발밑에 소환해서 걷지도 않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해주었다. 나는 그 원반이 왠지 익숙했다.

‘이건 분명 십이율주의 본거지에서 보았던…….’

쉬익!

빠른 속도로 아공간을 스치며 이동할 때 레무리아 1세가 말했다.

[그대들은 분명 인간으로 보이는 데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군…… 게다가 우리 제국을 수호해주기로 했으니 그대들에게 우리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다.]

“말해두지만 내가 원할 때까지만이야. 너무 바가지 씌우려고 하지 마.”

[흐흐흐…… 그만한 것조차도 섣불리 약속하기 힘든 시대이기에 고맙게만 느껴지는군.]

파앗

잠시 후 아공간을 빠져나오자, 우리는 광대한 문명의 도시의 창공 위에 둥둥 떠 있었다.

“호오!”

바깥세상과 다를 바가 없을 정도로 거대한 도시! 지평선 저 너머까지 펼쳐져 있는 규모였으며 심지어 초고층 건물과 하늘을 떠다니는 자동차 같은 게 보였다. 그 외에도 내 상식으로는 모르는 여러 가지 발명품들이 있었는데 더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인간이 아니라 외계인이…… 훨씬 많네?!”

그랬다. 안력을 돋우어서 그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는 자들을 보니 인간은 소수였고 각양각색의 외계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것이다! 순수인간은 저들 중에서 1할이 될까 말까였다.

내가 놀라서 외치자 레무리아 1세가 말했다.

[우리 레무리아 제국은 인간만의 제국을 만드는 데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저 모든 외계인들은 대부분이 전쟁을 싫어하는 온건파들이며 혹자는 자기 행성이 파괴된 후 지구로 피신한 자들도 있지. 우리는 그 모든 교류민과 유랑민을 받아들여서 우리 레무리아의 문명을 발전시켰다.]

“……!!”

[또한 우리는 은하부족연맹과 동맹을 맺고 있지. 만일의 경우는 그들의 도움으로 다른 별으로 이주할 생각이다.]

“대, 대단하군!”

지금은 내가 살던 시대부터 최소 몇만 년 전인데 이런 제국이 지구에 있었단 말인가?!

내가 진심으로 감탄해서 놀라자 옆에 있던 이환웅이 중얼거렸다.

“대단하다면 대단하지만…… 사실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한 것 아닌가?”

그 말에 나와 레무리아 1세의 시선이 이환웅에게 향했다. 이환웅은 뭔가 불만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이런 상태라면 순수한 인간의 육체와 정신에 집착할 필요도 없을 텐데 손쉽게 인체개조를 할 게 아닌가. 그럼 그게 인간이 아니라 외계인과 뭐가 다른 거지?”

[통렬한 지적이군.]

레무리아 1세는 뭔가 즐거운 듯 큭큭 웃더니 말했다.

[그래. 우리는 인간으로 남아 있는데 굳이 집착하지 않는다. 이미 외계인의 유전자공학을 이용해서 더 강하고 뛰어난 육체로 개조한 인간들도 많이 있지. 그것 또한 자유이기에 우리는 굳이 개개인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아.]

“젠장…… 그래도 되는 거야?”

[하지만 인간으로서 남고 싶은 자에게 굳이 육체를 바꾸라고 강요하지도 않지. 모든 것이 자유다.]

“……“

[인간종족의 정체성이라는 건 자기 자신이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인간으로서 남아 있는 자들이 많으니, 그대들이 육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잘못되었을 수도 있지.]

나는 레무리아 1세의 말에 문득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측천무후…… 그리고 측천무후의 백성들…….’

측천무후 또한 자신의 백성들을 종말의 운명에서 구원하고자 사후에 이족으로 만들어서 암천향으로 데려갔다. 그러나 이족의 형태를 갖게 된 인간 백성들은 결국 이족이나 다름없게 되었고, 인간의 정체성조차 모호한 존재들이 되었다. 측천무후가 그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던 걸 직접 보았던 나로서는 지금 레무리아 제국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기가 힘들었다.

과연 인간을 인간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육체인가? 정신인가?

내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자 레무리아 1세가 말했다.

[어차피 12수의 별자리가 한 바퀴 윤회하여 암양에 도달할 때까지 13일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그대들이 괜찮다면 우리 제국을 구경하고 가는 건 어떤가?]

“흠. 그래도 되나?”

[그대들이 지켜줄 레무리아 제국이 어떤 곳인지 한번 체험해봤으면 한다.]

레무리아 1세의 태도는 매우 호의적이었다. 나는 그 말에 슬며시 이환웅을 쳐다보았고,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13일 정도 논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어. 어차피 [옛 지배자]들을 설득하는 게 그렇게 급한 일도 아니고 벌써 촉룡신한테 외주를 맡겼잖아. 당신 마음대로 해.”

“……좋아, 놀자!!”

나는 레무리아 제국을 관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동안 죽었다 살아나면서 굉장히 빡빡하게 살았던 기분이 들었기에 여기서는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가이드를 붙여 주지.]

그러자 레무리아 1세가 뭔가를 마법으로 소환하더니 내 곁에 따라붙게 했다. 나는 그것이 다섯 개의 빛이 맴도는 한 쌍의 손바닥만 한 날개라는 걸 알 수 있었고, 그 날개를 이환웅에게도 소환시켜준 레무리아 1세가 말했다.

[모르는 게 있으면 그 소환체에게 물어보면 모두 대답해 줄 것이며 각지를 안내해줄 것이다. 또한 각지에서 순간적으로 차원문을 열어서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해준다.]

“……굉장하군. 이건 마법이야 과학이야?”

[둘 다다. [옛 종족]의 직계기술이지.]

레무리아 1세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럼 13일 후에 다시 황궁으로 오시게…….]

파앗

나는 곧바로 가이드에게 말했다.

“이봐. 혹시 무예나 칼싸움을 전문으로 하는 장소가 있냐?”

“……“

내 말에 옆에 있던 이환웅이 질린 듯 말했다.

“아니 잠깐…… 관광인데 왜 칼싸움하는 곳을 찾는 거냐고. 그것도 마도공학의 총본산인 레무리아 제국에서…….”

“뭐 어때? 나는 그게 제일 재밌어.”

“……미친. 외계인들이 가득한데 무슨 칼싸움을 하겠어.”

이환웅이 할 말을 잊자 날개가 뜻밖의 대답을 했다.

[레무리아 제국 최대의 투기장(鬪技場)인 데미우르고스 레덴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

나는 그 말에 반색을 했다.

“오, 거기에 가면 무인(武人)들이 많이 있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데미우르고스 레덴에 등록된 투사의 숫자는 총 127835 명이며 등급에 따라 개별 토너먼트가 치러집니다. 각 성계에서 찾아온 투사들이 참전합니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거 좋군!! 어디 가볼까!”

[차원문을 열까요?]

“그래!”

나는 이런 곳에서 무인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약간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이환웅이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니 무슨 외계인들이 무술을 쓰고 싸운단 말이냐…….”

“이환웅. 그런 편견 가지지 말라고. 정작 이 시대에 와서 만난 최강의 무인은 거신족이었으니까.”

“그렇긴 한데.”

파앗!!

우리는 잠시 후 차원문을 열고 데미우르고스 레덴에 도착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커다란 유리 돔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아늑한 의자가 마련되어 있는 관전석이었고, 관전석 바깥에는 거대한 원형 투기장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이환웅이 중얼거렸다.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 같은 형식이군. 아니, 레무리아 제국에서 전해진 지식이 로마 시대에 이어진 건가.”

날개는 우리 앞에서 날아다니며 영언으로 말했다.

[여기는 데미우르고스 레덴의 특급 관람석입니다. 부디 즐겁게 즐겨주십시오.]

하지만 나는 이 관전석에 앉아서 보라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날개에게 말했다.

“나는 앉아서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직접 싸우고 싶은데.”

[그렇게 하시려면 투사로 등록을 하셔야…….]

그때였다.

와아아아아!!

관중석에서 엄청난 함성이 들려왔다. 나는 그 말에 무슨 일인가 싶어서 데미우르고스 레덴의 안쪽을 투명한 창으로 들여다보았고, 이윽고 이 커다란 투기장에 셀 수도 없는 외계인들이 가득 들어차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투기장에는 두 명의 투사들이 나와서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날개가 뒤에서 설명하는 게 들렸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오늘은 투기장의 패왕(覇王)과 도전자가 겨루는 패왕방어전입니다.]

“패왕?”

[투기장에서 가장 강한 서열 1위의 투사를 패왕이라 하며 서열 2위가 그 패왕에게 도전하는 날입니다.]

“……“

나는 경기장을 내려다보았다.

두 대결자의 용모는 서로 이질적이었다.

한쪽은 거신족을 연상시킬 정도로 거대한 체구를 지니고 있었으며 전신에 강인한 철 갑주를 두른 채 팔이 여덟 개나 되었다. 그리고 각각의 팔에는 서로 다른 무기를 갖고 있었기에 마치 아수라를 연상시켰다. 게다가 외눈이었기에 딱 전설에 나오는 외눈의 거인인 것처럼 보였다.

반면에 그 맞은편에 있는 상대방은 체구가 작았다. 작았다기보다는 딱 평균적인 인간의 체형이었는데 상대가 너무 거대해서 작아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검은 망토를 두르고 있었으며 푸른 가면을 쓰고 있었고, 다섯 자루의 대검을 차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서 같이 보던 이환웅이 말했다.

“덩치가 크군. 저 녀석이 패왕일까?”

“……“

나는 경기장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아니. 작은 녀석이 패왕이다.”

“응?”

“경기는 패왕이 이길 거다.”

내가 단정적으로 중얼거렸을 때 경기가 시작되었다.

슈슉……!!

팔완(八腕)의 외눈거인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쇄도해서 작은 체구의 상대에게 자신의 무기를 난무(亂舞)했다. 그 모습을 본 이환웅은 경악했다.

“……강기(罡氣)!!”

그랬다. 외눈 거인은 자신의 무기 하나하나에 강력한 강기를 실어서 공격하고 있었다. 게다가 저자의 호흡이나 보법 또한 굉장히 뛰어나서 말 그대로 무(武)에서 상당한 경지를 성취한 것으로 보였다.

쿠콰콰쾅!!

여덟 가닥의 강기가 선렬(線裂)하며 대지를 폭파시키는 것 같았다. 심지어 외눈 거인이 무기를 휘두르는 속도도 일반적인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그러면서도 각 무기의 행로가 서로를 방해하지 않았기에, 외눈 거인은 상당한 고수라는 걸 즉시 알 수 있었다.

나는 외눈 거인의 공세를 보다가 이환웅에게 말했다.

“네가 저 거인을 상대하면 어떨 거 같냐?”

“……조금 힘들겠군. 굉장히 빨라. 무승부로 만들 자신은 있지만…….”

“그럼 잘 봐. 좋은 공부가 될 테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며 뚫어져라 경기장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패왕은 단숨에 저놈을 쓰러뜨릴 거다.”

잠시 후 - 유연하게 외눈 거인의 공격을 피하기만 하던 패왕은 이윽고 살짝 어깨를 추이는 듯한 형상을 취하더니 자신의 등에 있던 대검 두 자루를 허공으로 튕겨내었다. 그리고 튕겨 나온 대검 중 한 자루는 이윽고 패왕의 한 손에 잡혔고, 다른 한 자루는 허공에 둥둥 떴다.

그리고 잠시 패왕의 눈이 빛나더니, 허공에 떠있던 대검 한 자루는 순식간에 외눈 거인의 어깨를 관통했다.

푸콱!!

[……!!]

외눈 거인은 잘 훈련된 투사라서인지 비명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경악한 듯했다. 왜냐하면 그가 가진 어떤 무공으로도 방금 전 대검이 시공간을 관통하는 무예를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리라.

무공의 수준이 비교가 안 된다.

하늘과 땅 차이!

‘상대의 수준으로 볼 때 아마 저걸로 끝낼 수도 있었을 건데 신중을 기하는군.’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고 그 모습을 본 이환웅이 놀랐다.

“이기어검(以氣御劍)…… 목어검(目御劍)!!”

이기어검 중에서도 수어검 다음가는 최상승의 경지!

그걸 실제로 외계인이 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지 이환웅은 크게 경악했고, 곧 패왕은 자신의 대검을 한 손에 든 채 크게 도약하여 외눈거인에게 뛰어들었다.

치리리링 -

아르겔도 검제(劍帝) 불멸외천기(不滅外千機)

제이백사십일식(第二百四十一式)

검룡일굉(劍龍一宏)

패왕의 전신에 마치 용과 같은 형상의 용형기(龍形氣)가 실체화되어서 감돌았고, 이윽고 외계의 용으로 화한 듯한 패왕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쇄도하여 외눈 거인에게 충돌했다. 방금 전의 목어검보다 더 빠르고 강렬한 일격이었다.

꾸콰콰콰쾅 - !!

쿠구궁

거대한 충격파에 당한 외눈 거인은 그대로 기절해서 의식을 잃었고, 한참 동안 시간이 지난 후 경기장에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우오오 - !!

오오 - !!

날개가 환호성과 함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오늘도 패왕이 승리했군요. 이로써 1년에 한 번 있는 패왕방어전이 259회째 패왕의 승리로 장식되었습니다.]

“……그 말은 259년째 패왕이 이 레무리아에 머물고 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재밌군.”

나는 그 말에 비직 웃음을 흘리고는 그대로 검을 소환해서 관람석의 창문을 깼다.

콰칭!!

“배, 백웅!!”

이환웅이 뒤에서 경악하고 있을 때 나는 경기장으로 날아가서 소리 없이 착지했다.

멈칫

그리고 막 퇴장하려고 하던 패왕이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검은 망토를 휘날렸다.

그는 서서히 자신의 청색 가면을 뒤돌아보며 말했다.

[절대고수로군. 그대는 누구지?]

“나는 백웅.”

나는 검을 상대방에게 겨누며 씨익 웃었다.

“아르겔도의 검성(劍聖). 신역절기의 백좌 중 한 명과 싸워보고 싶다.”

틀림없다.

눈앞에 있는 것은 청면무사 -

28회차의 막바지에 여동빈, 신투지존 등과 함께 출현해서 황제 공손헌원과 싸웠던 신역백좌의 고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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