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검신 83권 08화
지금의 내 상태가 단순한 대라멸진인지 필멸일광의 상태인지는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필멸일광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예전에 한 번 해금(解禁)을 거친 후에 대라멸진 자체가 다른 기술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 나는 무쌍패에 필요한 육합의 패력(覇力)을 무공(武功)만의 힘으로 갖추었다는 것.
그리고 본디 적을 압도적인 육체능력으로 때려 부수던 대라멸진의 위력을 그저 기술의 시전에만 쓰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우우
잠시 나와 유망 사이에 차가운 바람이 한 번 지나갔다. 그리고 아까 성핵단지검의 여파로 계속해서 천공(天空)이 진동하는 게 전신을 타고 울렸으며, 어느덧 하늘에는 암야(暗夜)가 청천(靑天)과 동시에 나타나 있었다.
그 기묘한 침묵 속에서 유망은 자신의 쌍검을 잠시 늘어뜨리더니 중얼거렸다.
“백웅. 그건 분명 상대와 양패구상하는 종류의 기술일 터…… 네 자신의 의기(義氣)에 취했다 생각지 않는가?”
“…….”
“어리석군. 애송이 그 자체야.”
유망은 여전히 내 마음속의 아픈 부분을 자신의 직감으로 알아내어 건드리고 있었다. 나는 그의 말이 뼈아프게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담하게 대답할 수가 있었다.
“자신의 말에 취해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적어도 마음 없이 허무한 삶을 살아가는 것보다는 나으니.”
“전사답지 않은 말이다.”
쿠구구…….
유망이 다시금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의 검날에는 아까보다 더욱 중후하고 강렬한 우주적인 기운이 몰려들어 있었고, 이윽고 유망은 씨익 웃으며 호쾌하게 외쳤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구나!!”
번쩍 - !!
다음 순간 쌍검이 연속으로 교차하며 처음에 썼던 쌍신천룡검과는 전혀 다른 검기(劍技)가 쇄도해 왔다. 유망의 한 수는 힘을 제외하고 봐도 굉장히 고명한 경지에 이르러 있었기에 나는 한 줌의 낭비도 없는 그 완벽한 쌍검기에 일순간 현혹될 뻔했다.
‘엄청난 실력……!!’
성질은 묘검(妙劍)이자 중검(重劍)이며 환검(幻劍)!
속으로 감탄하는 것과는 별개로 나는 순식간에 상대가 펼치는 초식의 성질을 간파할 수 있었다. 별거 아닌 것 같았지만 예전과 크게 달라진 점으로, 오랫동안 검류(劍流)를 수행하다 보니 몸에 때려 박힐 정도로 각각의 검류가 가진 성질을 외우게 된 것이다. 그래서 어설프게 공격 직후에 겨우 간파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이젠 거의 선후(先後)를 따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치리리링 -
마치 옥구슬 구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유망의 청검(靑劍)은 푸른 번개로 변해 버렸고 황검(黃劍)은 적황색의 철퇴에 가까운 모양으로 변모했다. 틀림없이 저것도 내면에 깃들어있는 [옛 지배자]의 권능을 끌어내는 것이 분명했고 아마 방금 시전 했던 성핵단지검에 못지않은 위력을 지니고 있으리라. 게다가 절묘한 검초까지 가미되었으니, 본래 내 실력으로는 절대 이 일격을 당해내지 못했으리라.
그러나 나는 내 몸을 유망의 쌍검이 찢어 버리려는 순간, 삼보절기(三步絶技) 천(天)의 걸음을 내디뎠다.
삼재(三才)가 시작된다.
지화(地和)와 인화(人和)가 삼재의 각을 이룰 때 삼보절기는 균형과 함께 완전한 회피를 얻게 된다. 그러나 삼보절기는 그 삼재를 내재한 채라면 공격이든 방어든 전환이 자유로우니, 이 변화를 이용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기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변형 절학들이 삼보절기의 원리를 응용하지 않았던가?
머릿속에 수많은 무공 절학들이 스쳐 지나간다. 나는 재능이 없었기에 그동안 가장 효율적인 무공의 흐름을 외워서 몸에 붙인 후 적절하게 꺼내쓰는 방식으로밖에 운용할 수가 없었다.
‘다른 게 보여.’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본디 수련과 훈련으로 꺼내쓰고 있던 정해진 공식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가 손에 잡힐 듯이 느껴졌다. 이런 기분은 과거 절대지경에 오르기까지도 전혀 알지 못했던 기분이었다.
이것은 쾌감이 아니다. 환희가 아니다.
무한의 정적 속에 몸을 담그는 중이다.
그리고 그 기분이 절정에 오르는 순간 - 나는 지금까지 배웠던 초식을 완전히 잊어버렸다(忘).
투두둥!!
빠르게 우수(右手)가 튀어나와 상대의 선(先)을 잡는 데 성공했다. 묘검이 지니고 있는 달뜬 성질을 이해하고 있으니 미묘한 힘 차이를 간파해서 검로(劍路)를 명확히 알 수 있었고, 중검의 무거움을 알고 있으니 얼마나 가속도가 붙는지도 이해하고 있었으며, 환검이 어디에서만 변화할 수 있는지 그 가지치기의 수준을 알고 있으니 속지 않았던 것이다.
터엉 -
크다면 크지만, 속이 비어 있는 듯한 소리와 함께 내 손등치기가 유망의 청검을 튕겨내 버렸다. 푸른 번개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검의 형태를 잃지 않은 환검으로 변해 있었던 유망의 청검은 완전히 허를 찔렸기 때문인지 맥을 추지 못했다.
그리고 유망의 자세가 흐트러지는 그 순간을 노려 나는 마저 지(地)의 걸음으로 파고들며 화경(化經)을 실어 황검을 쥐고 있는 손목을 공략했다. 완벽하게 힘의 제어가 들어간 화경이 유망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자신이 자신의 힘과 싸우게 만드는 태극권의 원리! 물 흐르는 듯한 화경이 유망이 움직일 공간조차 제약하기 시작하자 유망은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타앗
“이것도 받아보라!”
유망은 곱게 물러나지 않고 그 찰나에 뛰어오르며 그대로 도끼를 소환해서 내 머리를 향해 투척했다. 나는 이 단순한 공격이 방금 전까지 나를 압박하던 쌍검의 공격보다 더 위협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깨달음이 담겨 있다.’
정확한 무공의 이름은 모르겠지만 도끼의 투척에는 유망이 지닌 절대지경의 깨달음이 담겨 있는 게 분명했다. 은근하게 숨겨져 있는 의념의 방향이 느껴졌고 내 지척거리에 오는 순간 어떤 식으로든 내 방어를 파해하는 묘식(妙式)을 담아놓았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 그리고 그 묘식은 절대 신의 권능만으로는 간파할 수 없다는 걸 알아챈 나는 기합을 내질렀다.
“핫!!”
꾸웅
마지막 인(人)의 걸음과 함께 무토도리가 펼쳐진다. 완벽한 공수입백인을 할 수는 없겠지만 무토도리는 사실 상대의 공격에 실려 있는 참격의 흐름을 미리 읽어서 선을 잡는 기술이었기에 도끼가 어떻게 파고들지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날아온 도끼는 난데없이 천지를 뒤덮는 듯한 어마어마한 크기로 변하더니 백광(白光)을 뿜어내었다.
콰르르르릉!!
쿠콰콰쾅
가공할 폭음과 함께 내가 유망과 술을 마시던 공터는 완전히 폐허가 되어 버렸으며 근처의 산이 몇 개나 날아간 듯했다. 자욱한 연기가 하늘까지 뻗어 나가면서 회오리가 쳤고 삽시간에 세상은 엉망이 되어 버린 듯한 착각이 들었다. 몇 초식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라니 싸움이 길어지면 틀림없이 이 세계가 궤멸하게 되리라.
치지지직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내 손가락을 가공할 뇌염(雷炎)의 기운으로 지지고 있는 유망의 도끼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네 손가락을 써서 유망이 던진 도끼의 날을 잡고 있었으니, 무토도리는 마지막 순간에 성공한 셈이었다.
‘아슬아슬했군.’
무쌍패의 흐름으로 돌려서 막아낼까 조마조마하기도 했지만 어떻게든 유망의 깨달음을 간파하여 무토도리로 무효화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었다면 아마 내 손가락이 몽땅 잘리고 내 전신이 폭발해 버렸으리라.
내가 유망의 도끼를 맨손으로 잡아내자 유망은 진정으로 경악한 듯했다.
“네가…… 날 상대로 신병의 날을 맨손으로 잡았다는 거냐?”
“지금 두 눈으로 보고 있지 않으십니까?”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손에 쥐고 있던 도끼를 천천히 들어 올렸고, 이윽고 눈을 부릅뜨며 손에 힘을 주었다.
“이렇게!!”
빠가각!!
그대로 유망의 도끼는 산산이 부숴지고 말았다.
‘이 상태’의 나라면 딱히 신력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유망의 무기 정도는 부술 수 있다.
“……!!”
유망이 처음으로 눈을 크게 부릅떴다. 여태껏 유망이 저렇게나 강하게 반응한 적은 거의 없었기에 나는 왠지 모를 즐거움을 느끼며 말했다.
“자신의 힘을 믿지 못하는 자를 상대한다면 충분한 일입니다.”
유망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내가 내 힘을 믿지 못한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유망 님의 깨달음은 제가 봤던 여느 절대지경에 뒤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결정타를 가하는 순간에는 무공의 심득보다 신력(神力)에 의존하시더군요.”
“…….”
“틀립니까?”
유망은 내 반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무언가를 생각하듯 한동안 천공을 쳐다보다가 말했다.
“너 이외에는 누구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또한 내게 지적조차 할 수 없었지. 너는 진실로 내가 보아왔던 모든 고수들 중에 가장 뛰어나구나.”
“과찬이군요.”
“그래서…… 너는 목숨을 걸고 내게 그 길이 잘못되었음을 알려주려는 건가?”
“그렇습니다.”
내 대답에 유망은 처음으로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한, 무척이나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왜?”
“…….”
그것은 내게 감명받았다는 반응과는 완전히 다른 생경한 의문이었다. 그는 천천히 말했다.
“그냥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너는 대업(大業)을 앞두고 있으며, 나 또한 네게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으니, 대충 나와 어울리다가 적당한 결말을 보았으면 그만이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너 또한 알고 있지 않으냐?”
“…….”
“헌데 너는 네 목숨을 소모하여 일순간 나와 대등 이상의 힘을 지니는 자살용 기술을 시전해 버렸다. 단순히 내 잘못을 깨우쳐주기 위해.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너의 마음이 어째서 그리도 갑작스레 변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데,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인가?”
“그건…….”
유망의 의문은 당연한 거였기에 나는 대꾸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목구멍에서 울혈이 새어 나와서 잠시 말을 하지 못했고, 내 몸 상태가 천천히 나빠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 기술도 숙련도가 있나 보군. 자주 써서 그런가? 처음 썼을 때에 비하면 몸이 약화되는 속도가 무척 느리긴 하군…….’
대화를 할 정도의 시간은 있으리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유망의 말에 대답했다.
“……무(武)라는 건 좀 더 재밌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재미……?”
“유망 님…… 저는…….”
나는 잠시 입술을 달싹였다.
그리고 전생과정 내내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뿌리 깊은 열등감을 품은 한마디를 토해내었다.
“무(武)가 신의 힘에 미치지 못하여 늘 권능에 의존하게 되는 게 너무 싫습니다. 그냥 그렇단 말입니다.”
“…….”
“유망 님이야말로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수많은 이들이 있었고 위대한 고수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출신의 한계와 종족의 한계만으로 우주의 법칙에 능멸당해 ‘강함’을 당당히 주장하기도 힘들다는 것…… 그건…… 억울하지 않았냐는 말입니까.”
젠장, 잘 설명이 안 돼.
감정이 앞서서 지리멸렬하게 아무 말이나 하고 있잖아…….
나는 내 어휘력이 부족해서 창피했으나 유망의 표정이 크게 달라졌다. 그의 눈이 흔들리자 나는 쐐기를 박듯 말했다.
“내가 지금 병신짓을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수라가…… 내 전생동료들이…… 무(武)를 나 같은 둔재에게 알려줬던 그 모든 사람들이 내게 알려줬습니다. 뭐라고 한마디로는 할 수 없지만 아주 소중한 걸……!!”
무(武)에 대한 마음.
그 열정.
그리고 무(武)의 극한이 있다고 내게 이야기해왔던 수많은 자들의 한마디…….
그걸 눈앞에 있는 거신의 전사에게 알려주고 싶다.
왠지 ‘힘’만이 전부라고 주장하는 그를 보고 있으면 아수라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은 필요 없습니다.”
처억
나는 유망의 코앞까지 가서 버티고 섰다. 그러고는 무쌍패를 펼칠 준비를 하며 말했다.
“제가 삼백 년간 수련하면서 느낀 걸 유망 님께도 알려드리겠습니다.”
정적.
유망은 전에 없이 흔들리는 눈동자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눈동자에는 유망 특유의 상상할 수 없는 노회함이나 번뜩임은 존재치 않았다. 대신에 차마 뭔가 말하고 싶은데 망설이는 듯한 기색으로 바뀌었다.
“백웅…… 네가 나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건…… 단순히 내게 무인으로서 호감을 가져서가 아니겠지. 이 일전을 통해 너 자신도 뭔가를 증명하고 싶은 거구나.”
그럴지도…….
내가 대꾸하지는 않았으나 무언으로 유망의 말에 긍정하고 있을 때 유망은 눈을 빛냈다.
쿠우우
유망은 잠시 후 한 손에 도(刀)를 쥐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도에서는 혈광(血光)이 튀고 있었다.
그는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나는 오래 살며 수많은 무공을 섭렵하고 창조했으나 가장 강한 것은 바로 도법(刀法)이다. 내가 도(刀)를 썼을 때 못 죽인 존재는 아직 수십억 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름조차 따로 짓지 않은 무공이지만, 이 일격으로 이번 내기를 끝내도록 하겠다.”
“…….”
“막아내면 네 승리다. 간다.”
번쩍……!!
그 순간 나는 천지가 어두워지더니 오로지 유망의 일 도(一刀)만이 천공을 천천히 베어가르며 떨어지는 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시공간이 멈춘 것 같다.
그것은 신의 권능 같은 게 아니었으며 의념천주로 인해 유망의 도법이 극치에 이르며 생겨난 환영과 같은 신기루였다. 그리고 그 신기루가 현실을 왜곡하며 내게도 영향을 미쳤고, 나는 오감과 육감 모두가 오로지 도의 궤적에만 집중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느리다…….’
정말 느렸다. 하지만 이건 정중동(靜中動)의 깨달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게 아니다.
왜냐하면 도에 맺혀 있는 혈광의 기운이 너무 강력해서, 한 줄기 한 줄기에서 흘러나오는 힘이 별을 부수고도 남을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성핵단지검의 파괴력과 이 도혈광 하나의 기운이 비슷할 테니 이 도법의 실제 위력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아까 전까지 유망의 공격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나는 그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유망은 수많은 무예를 익혔지만, 이 도법에서야말로 무(武)의 정수(精髓)를 깨달았구나.’
본인은 그 사실을 인식하고 있을까? 신력을 의념으로 전환하는 능력을 써서 어설프게 위력을 뻥튀기시킨 거신지무보다 이 혈광어린 도법이 강력한 이유는 오로지 무예의 깨달음이 순수하게 높기 때문이었다. 그가 스스로 이름 붙이지 않은 이 도법의 수준은 어쩌면 미야모토 무사시조차 가볍게 뛰어넘을지도 몰랐다.
지잉
순간 몸이 떨렸다. 나는 이 찰나에 왠지 유망의 도법을 무쌍패로 막아내는 게 불가능하리라는 예감이 들고 말았다.
‘…… 왜?’
왜 안 되는 걸까? 아무리 거대한 힘이라 하더라도 그 자체를 양(陽)이라 한다면 무조건 그 힘을 무효화시킬 수 있지 않은가? 심지어 대라멸진까지 써서 잠력을 역대최고로 뻥튀기시켰는데…… 왜 내 직감은 그게 안 된다고 외치고 있는 걸까.
설마 지금의 힘으로도 닿을 수 없을) 정도로 유망의 일격은 우주적인 수준에 이르러 있다는 걸까.
은하계가 폭발하는 파괴력이라도 담겨 있단 말인가?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번뜩하고 떠오르는 게 있었다.
‘이게 힘이…… 아니라면?’
힘 그 자체가 아니기에 힘과 기술으로 음양을 나눠봤자 소용없는 경지라고 한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나는 그 가능성을 떠올리자마자 순간 아찔해졌다.
유망의 이 절대적인 일격을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무쌍패 무위전변으로 바꿀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진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생전 처음 보는 저 절대적인 무공을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단 말인가?
저게 순수한 힘이 아니고 대체 뭐란 말인가!
나는 과거 위지혼이 했던 고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우주적인 존재가 지닌 끝 모를 권능을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무쌍패로 이겨내야 하는 것 - 그것은 하찮은 두뇌회전만으로는 되는 게 아니었다. 자기자신을 모조리 무(武)에 바쳐서 마음을 도야해야 하는 것이다.
…… 마음……?
그 순간 나는 내가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 선택을 하며 무쌍패를 전개했다.
쿠콰콰쾅……!!
최후의 일섬이 내려친 순간, 나는 피투성이가 되어서 그 자리에서 훨훨 날아서 무려 십여 장을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전신이 바위산에 처박힌 채 입에서 피화살을 쏘아내었다.
“크하악……!!”
후두둑
먼지더미가 날리고 있었다. 내가 쿨럭거리며 그 자리에 누워 있자, 어느새 내 근처까지 온 유망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그걸…… 막을 줄은…… 몰랐다!”
“…….”
“너는…… 어떻게 내 최강의 일도를 막아내었느냐?”
유망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나는 점차 필멸일광의 기운이 꺼져가는 와중에도, 내 마지막 선택이 성공했음을 직감하며 씨익 웃었다.
“[마음]으로.”
무공(武功)에 마음이 있다고 가정하고, 마음이 있는 것과 아닌 것을 음양으로 구분한 것이다.
그리고 그 덕에 유망의 일격은 무공과 신력이 혼재된 상태에서 완전히 두 가지의 힘이 분리되어서, 무쌍패에 휘말려 최소한의 위력밖에 남기지 못한 것이리라. 물론 아주 미약한 잔향까지는 막을 수 없었기에 튕겨 나갔지만, 결과적으로 무쌍패로 유망을 막아내는 데 성공한 게 분명했다.
의식이 빠르게 흐려진다.
‘아…… 역시…….’
아무리 그래도 죽음을 피할 순 없겠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몸을 덮쳐오는 나른함에 몸을 맡겼다. 왠지 이만큼 잘 싸웠으면 나머지 일은 될 대로 되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죽었다.
***
“백웅. 일어나라.”
응?
이 목소리는……?
나는 꿈인가 싶어서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믿을 수 없는 일을 볼 수 있었다.
“……어?”
익숙한 천장이다.
“…….”
나는 한참이나 눈을 끔벅였다. 그리고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거…… 꿈인가?”
눈앞에는 망량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이곳은 바로 소을촌의 촌장 집이었다.
이게 현실인가?
너무 몽롱한데…….
내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멍하니 있을 때 눈앞에 있던 망량이 입을 열었다.
“그래. 현재와 미래를 꿈으로 연결한 것이다.”
그 냉막한 말투를 듣는 순간, 나는 뭔가를 눈치챌 수 있었다.
‘아.’
눈앞에 있는 저 망량은 바로 망량선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