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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547화 (1,446/1,615)

전생검신 82권 15화

전사장?

‘그건 분명, 거신족의 모든 전사중에서 가장 출중한 전사이자 장군들이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전사장은 총 3명으로서 유망, 축융, 형천이었다. 그중에서 나는 유망과 이미 싸워본 적이 있었으며 나머지 둘과는 아직 제대로 붙어보지 못했다. 어찌 되었든 그들은 상위 신족인 거신족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전사들이며 지배계급인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인간인 내게 전사장이 되어달라고 한다니?

나는 신농을 바라보며 말했다.

“신농이시여. 어째서 제게 그런 제안을 하시는지요? 저는 거신족이 아니라 전사장이 될 수 없습니다.”

“물론 자네에게 억지로 거신족이 되라고 할 생각은 없네. 그저 명예 전사장의 자리만이라도 맡아주게. 권한은 똑같이 부여될 것이다.”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내가 당혹스러워하자 신농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말했다.

“원한다면 그대에게 모든 전사장을 통솔하는 거신왕(巨神王)의 지위를 줄 생각도 있다.”

“……?!”

거, 거신왕?!

그건 신농의 화신인 수인(燧人)이 갖고 있던 지위로서 사실상 모든 거신족들의 왕이 아닌가!

나는 신농이 이렇게까지 높은 지위를 내주려는 이유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당황하는 나를 대신해서 옆에 있던 흑웅이 차분하게 말했다.

[위대한 염신이여. 지위의 고하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저의 주인께서는 명확한 이유가 없다면 타인의 뜻대로 함부로 따르지 않습니다.]

“그런가. 그대들 정도면 솔직히 말해두는 게 낫겠지.”

그렇게 중얼거린 신농이 말을 이었다.

“본제는 그동안 백웅 그대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대가 도착했으니 조만간 황제의 수중에 있는 소녀(素女)를 탈환하려는 작전을 시행할 것이다.”

“……!!”

“그대에게 우리 거신족의 전사단(戰士團)을 부하로 주어 황제세력의 일각을 공격하는 임무가 주어질 것이다.”

나는 물론 흑웅도 신농의 말에 깜짝 놀랐다.

소녀 탈환!!

나는 상황을 이해하고는 침착하게 말했다.

“거신족 전사단을 통솔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지위가 있어야 하니 제게 전사장 지위를 주려 하시는 거군요.”

“그렇다.”

“그 말은 소녀가 있는 서왕모(西王母)의 궁전을 직접 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내 질문에 신농은 아무런 감정의 변화 없이 여상하게 대답했다.

“말해 무엇하는가? 더 이상 소녀를 황제의 손에 있도록 놔둘 수가 없다. 그대의 역량을 믿고 구출하기로 했으니 이는 거신족의 총력을 기울인 전쟁(戰爭)이 되리라.”

“……“

전쟁……!!

그 말대로라면 나는 전사장의 지위를 받아들인 순간 서왕모의 궁전에 쳐들어가는 선봉대장의 역할을 맡게 되고, 거신족을 이끌어 황제의 군세와 정면으로 싸우게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황제의 군세 또한 결코 만만한 놈들이 아닐 테니 나는 정면에서 신급 적수들과 피 터지게 싸우게 되리라.

나름대로 가슴이 뛰는 제안이었지만 옆에 있던 흑웅이 눈에서 시커먼 안광을 흘리며 말했다.

[염제여! 소녀의 일은 내 주인의 일이 아닙니다. 당신의 소유물을 되찾는 전쟁에 주인을 이용해 대신 피를 흘려달라는 제안을 어찌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

[또 하나. 복희의 뜻도 함께 하는 것입니까?]

흑웅의 질문은 약간 뜻밖이었는지 염제 신농은 잠시 멈칫했다. 그러고는 여상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복희는 소녀 탈환전에 동의하지 않았다. 우리 거신족의 단독작전이다.”

“……!!”

나는 그 말이 엄청난 의미를 갖고있는 걸 깨달았기에 내심 외쳤다.

‘잘했어, 흑웅!!’

복희가 전쟁에 참여하고 아니고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었다. 복희가 참여한다면 삼황 대부분이 힘을 합쳐서 소녀를 구하려 한다는 거지만 신농만이 자신의 휘하 거신족을 움직여 소녀를 탈환하려 한다는 건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나는 흑웅과 시선으로 잠시 눈치를 공유하고는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좀 더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준비 없이 싸우기에는 저도 아직 귀환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여유가 없습니다.”

염제 신농에게 안 좋은 시선을 받는 걸 감수하고라도 이 제안을 덥썩 물 수는 없다. 복희가 소녀탈환전에 참여하기를 거절한 건 틀림없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복희에게 거절한 이유만이라도 들어야 판단이 설 것이다.

신농은 뜻밖에 화를 내지도 않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라.”

슈욱!!

다음 순간 시간정지가 풀리며 사방에 자욱하던 운무도 사라졌다. 신농의 모습이 사라진 걸 확인한 나는 장내를 가득 채우던 압박감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다행이다.’

신농이 분노해서 싸우게 될 경우까지도 각오했는데 그가 순순히 물러준 게 얼마나 다행으로 느껴지는지 몰랐다. 아무리 내가 그동안 강해졌다 하더라도 삼황과 싸울 수 있는지는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내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수보리가 말했다.

“백웅.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그게…….”

나는 수보리에게 간략하게 방금 전 상황을 말했다. 그러자 수보리는 표정이 안 좋아졌다.

“이런…… 그럼 자네는 결국 신농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을 것일세.”

“왜? 내가 방금 수상쩍어서 거절했잖소.”

“복희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있지만 신농은 소녀를 하루라도 빨리 황제의 손에서 되찾고 싶어서 몸이 달아 있네. 그렇다면 자네가 참여하든 참여하지 않든 머지않아 자기 세력만 움직여서라도 서왕모의 궁전을 칠 것이 분명해 보이네.”

“……!!”

“그때가 되면 자네가 참여하고 아니고가 문제가 아니야. 황제세력과 삼황세력이 서왕모의 궁전에서 전면충돌하는 것이지. 그렇게 되면 승패에 관계없이 자네는 가장 커다란 역사의 흐름에 개입할 기회를 통으로 날려 버리는 셈이야.”

수보리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전생자로서 [큰 굴레]의 과거로 돌아와서 역사를 바꾸려는 내 입장에서는 좋든 싫든 그 전쟁에 참여하는 게 이득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복희를 찾아가야겠소. 그에게 전후사정을 들어야만 하오.”

“그런가. 복희는 어떻게 찾아볼 생각인가?”

“신농에게 내 존재가 감지되었으니 머지않아 복희의 귀에도 소식이 들어갈 거요. 그럼 알아서 찾아올지도 모르지…….”

나는 힐끔 박쥐동굴 너머에 있는 높은 산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 전에 탁록촌(涿鹿村)을 먼저 찾아가 봐야겠소.”

파앗!!

나는 흑웅, 수보리와 함께 내가 기억하고 있던 탁록촌의 위치로 향했다. 그리고 탁록촌의 입구에 도착했을 때 나는 예전에 내가 기억하고 있던 탁록촌의 풍경이 그대로 보이는 걸 느끼고는 감회에 젖었다.

‘다행이다. 내가 수련세계에 갔다 온 동안 탁록촌이 망하지 않았구나!’

염제 신농의 가호를 받고있는 탁록에 있으니 당연히 그렇겠지만 그래도 별 이상이 없는 걸 보니 기뻤다. 여태껏 내가 시간의 흐름에 휘말려서 귀환할 때마다 내 터전이 박살 나 있는 경우를 많이 봤던 경험 때문이었다.

‘…… 근데 이렇게 넓었었나?’

내가 기억하던 부족 군락지보다 최소한 다섯 배는 넓어 보이고 집 또한 훨씬 많아져 있었다. 심지어 이런 군락지가 저 너머에도 몇 개 있는 것 같았기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내가 탁록촌 안으로 발을 들이자 익숙한 얼굴이 나를 발견하고는 외쳤다.

“아니, 백웅이다!! 백웅이 돌아왔구나!!”

쿠르르릉

그 사내의 목소리 한 번에 탁록촌 일대의 대지가 진동하는 것 같았다. 나는 우락부락한 장골의 체력에 두꺼운 근육, 각지고 다부진 얼굴에 은안(銀眼)을 지니고 있는 그 야만인 같은 사내를 보자 반가워져서 히죽 하고 웃었다.

“열산(烈山). 잘 지냈소?”

눈앞에 있는 건 내가 탁록에서 최초로 만난 인간인 열산! 강대한 초상능력을 타고난 그는 탁록촌 최고의 전사였고 또한 유소의 오빠였다. 열산은 예전과 달리 그래도 꽤나 사람처럼 옷을 차려입고 있는 상태였고 그는 나를 보자 반가운 듯 호탕하게 웃었다.

“끄하하하하!! 도대체 어디에 갔다가 이제 온 거냐! 꽤나 오랜만에 오지 않았는가!”

“다른 자들도 무사히 잘 있소?”

내 질문에 열산은 약간 얼굴이 어두워지다가 다시 안색을 회복하며 말했다.

“……대부분 잘 있다! 지금은 다들 무공수련을 하러 갔으니 조금만 기다려라.”

“무공수련?…… 아.”

맞다! 건달파!

그러고 보니 부하로 삼은 건달파가 이들에게 무공을 가르쳐주고 있었구나!

내가 다른 세계로 갔던 동안에도 건달파는 계속해서 무공을 가르쳐주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나는 열산에게 말했다.

“오랜만에 유소(有巢)를 만나 봐야겠소. 유소도 잘 있소?”

그 재수 없는 녀석이 또 무슨 말을 할지 걱정되지만 ,이 탁록촌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유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녀를 만나지 않고서는 다음 일이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

내 질문에 열산은 그 자리에서 경직되며 그대로 낯빛이 어두워졌다. 자신의 감정변화를 전혀 숨기지 못하던 열산은 잠시 후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백웅…… 유소는…… 사라졌다.”

“……?!”

“안 그래도 네게 내 동생 유소를 찾아달라고 부탁하려던 참이었다!!”

유소가 사라졌다고?!

미래를 다 알고 있던 그 강력한 초상능력자인 유소가?!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사태에 내가 눈을 크게 뜨고 있자 옆에 있던 수보리가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딱 맞춰서 오는군. 저들이 탁록촌 사람들이오?”

휙하고 그의 말에 하늘을 쳐다보자 나는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엥?”

후우우웅

수십 명이나 되는 인간들이 하늘에서 날아서 탁록촌을 향해 오고 있었다. 나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인간들의 모습에 경악해서 외쳤다.

“날아다닌다고?!”

타닷

잠시 후 탁록촌 사람들이 하나둘씩 탁록촌에 내려앉기 시작했다.

“오늘은 쉬었다가 내일 마저 수련을…… 응?”

그리고 일행의 선두에 있던 자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경악한 듯 눈을 크게 뜨더니 바로 내 앞에 부복했다.

“주, 주군!! 건달파가 주군을 뵙니다!”

그랬다. 일행을 통솔하고 있던 것은 바로 팔부신중 건달파!

외우주에서 우연히 수하로 거두었던 건달파가 이 탁록의 세계까지 나를 따라왔고 나는 그에게 그동안 탁록촌 사람들에게 무공을 가르치라고 명했던 것이다. 건달파는 내 지시대로 내가 귀환할 때까지 계속해서 무공을 가르쳐 온 게 분명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오랜만에 봐서 반갑다. 잘 지냈나?”

“물론입니다.”

“탁록촌 사람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다니 뜻밖이군. 네가 팔부신중의 마력으로 모두를 하늘에 띄운 것이냐?”

내 질문에 건달파는 고개를 저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응? 그 말은…….”

“탁록촌 사람들의 내공은 이미 초인지경(超人之境)이라 내공만으로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 수 있습니다. 제가 도와줄 필요가 딱히 없습니다.”

“…….”

뭐, 뭐라고?

나는 그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공이 극도의 경지에 이르러 하늘을 맘대로 날아다니는 경우는 내가 원래 살던 중원에서도 아주 극소수의 절세강자만이 성취한 경지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백련교주와 삼대 호법사자정도나 그렇게 할 수 있었고 그 외의 대부분의 무림인들은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천령단과 원영신이라고 하는 [무한의 내공]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사실 인간의 내공으로는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탁록촌 사람들이 그 정도의 내공을 갖고 있다고?!

그때 또다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반갑습니다.”

“귀환했구나…….”

나는 그 쪽을 쳐다보고는 반가워했다.

“청양(青陽), 상아(嫦娥)! 너희도 잘 지냈냐.”

저 둘은 탁록촌 사람들 중에서도 탁월한 초상능력을 각성했다고 인정받은 자들! 마지막에 봤을 때와 외모 차이는 거의 없었고 단지 입은 옷이 조금 달라진 정도였다. 적발적안(赤髮赤眼)에 절세미녀의 미모를 지니고 있는 상아는 기가 막힌 듯 나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도대체 당신은 어딜 갔다 온 거야? 이렇게나 오랫동안 사라질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뭐? 오랫동안이라니…… 몇 년 안지난 거 아냐?”

청양과 상아가 여전히 청년의 모습인 걸 보면 그렇게 오래 지났을 리가 없는데?

내가 반문하자 상아가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36년이 지났는데.”

“……?!”

“탁록촌에 사람 불어난 거 안 보여? 예전에는 백 명도 안 되었는데 지금은 외부에서 사람들이 많이 유입되어서 오백 명에 가까워졌어.”

뭐, 뭐라고?!

36년?!

난데없이 들은 얘기에 나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고 청양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뭘 그렇게 놀라십니까?”

“우, 웃기지 마! 너희 외모는 거의 안 변했는데 무슨 36년이야? 사람은 36년이 지나면 중년의 외모가 되는 법인데…….”

“……?”

청양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원래도 36년 정도로는 사람이 그렇게 안 늙었습니다만……? 무공이란 걸 익히고 난 뒤부터 더욱 노화가 멈춰 버려서 외모가 변하지 않습니다.”

“엉?!”

이게 뭔 소리야?!

그러자 당황하고 있던 내게 건달파가 다가와서 말했다.

“주군. 갑자기 떠나셔서 잘 모르시겠지만…… 이 시대의 인류는 미래의 인류와 좀 다릅니다. 기본수명이 300년 정도이고 원래부터 인간보다 훨씬 천천히 늙었습니다. 마족과 신족들의 습격 때문에 평균수명이 짧았을 뿐이라서 저도 처음엔 착각했습니다.”

“…….”

미래의 인간은 100년만 살아도 장수했다고 쳐주는 편이었는데 고대 인간들은 기본수명부터 3배는 많았단 말인가!

“게다가 주군도 아시겠지만, 이들은 혼돈의 재능을 각성한 대가로 벌모세수(伐毛洗髓)나 환골탈태(換骨奪胎)나 다름없는 강대한 육체를 손에 넣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환골탈태한 반로환동의 고수에 못지않은데 이들에게 정식으로 무공을 가르치면서 하단전과 상단전의 조화를 맞추게 되니, 이제 이들은 최소한 일천 년 동안은 늙지도 않고 살게 될 것입니다.”

“뭐, 뭐야 그게…….”

그러고 보니 혼돈의 재능을 각성한 인간은 육체부터 달라지는 법이었다. 떠나기 전에 그 사실을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그동안 까먹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감각이 아예 다른 것을 느끼고 내가 당황하고 있자 흑웅이 옆에서 웃었다.

[흐흐흐…….]

나는 그 웃음을 듣자마자 뭔가를 깨닫고 곱지 못한 눈으로 흑웅을 노려보았다.

“흑웅 네녀석! 다 알고 있었구나!”

생각해보니까 이 시대에 계속 있었을 흑웅이 이런 걸 몰랐을 리가 없잖아!

흑웅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크크크…… 미안하오 주군. 주군이 놀라는 걸 한번 보고 싶었소.]

“이런 젠장…… 사람 좀 놀래키지 말라고.”

내가 투덜거리고 있을 때 흑웅이 말했다.

[건달파가 말한 대로요. 지금 탁록촌에는 절세내공을 지닌 자가 최소한 칠십 명이 넘으며 초절정고수의 반열에 오른 자가 열 명은 되오. 36년 동안 딱히 할 거 없었던 자들이 매일 일조일석으로 건달파와 내가 가르쳐주는 절세무공을 연마했으니 당연한 일이오.]

“으음! 그래도 외부에 있는 신마족을 상대하기엔 부족하지 않을까?”

[당연히 힘은 딸리지만, 그들은 무공을 배우면서 동시에 초상능력 또한 강화되었소. 지금의 탁록촌은 그 자체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오.]

그렇게 말한 흑웅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열산이 말한 대로요. 유소가 실종된 지는 30년이 훨씬 넘었고 우리는 물론이고 거신족들까지 나서서 유소를 찾아다녔으나 그녀의 행적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요.]

“……!!”

유소……!!

나는 유소의 실종이 못내 찝찝했기에 흑웅에게 말했다.

“유소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고? 대체 왜, 어디로 사라진 거지?”

[알 수가 없소. 신농조차 당황해서 찾아다니고 있었지만 탐색한 성과가 없었소. 다만 말할 수 있는 건…….]

흑웅이 조심스레 말했다.

[유소는 주군이 사라졌을 때 뭔가 심경의 변화가 생겼던 것 같소. 그녀는 자기가 갈 길을 택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소.]

“…….”

나는 흑웅의 말을 듣고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해야 할 일이 확실해졌군.”

[주군. 어떻게 하시겠소?]

나는 허공을 보며 눈을 빛냈다.

“복희를 찾아간다.”

복희야말로 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실마리를 갖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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