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540화 (1,439/1,615)

전생검신 82권 8화

내 말에 메피스토는 잠시 침묵하다가 허브티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는 말했다.

“눈치채셨군요.”

부정하지 않고 인정한다는 것. 그것은 현명한 인공지능이기에 내게 발뺌해봤자 내 의심을 불식시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리라. 나는 뚫어져라 메피스토를 쳐다보았고, 메피스토는 나를 마주 보며 말했다.

“어떻게 눈치챈 건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간단한 거지. 나일라토프가 천암비서의 끝자락에서 전뇌자를 제압해놓고 여유만만하게 [문]을 열 방법이나 찾고 있었다는 것…… 내게 급히 찾아와서 협박하면서 빨리 문을 열려고 해도 모자랄 판에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는 건 한 가지 가능성밖에 없다.”

나는 날카롭게 메피스토를 노려보았다.

“나일라토프는 전뇌자 대신 임시로 이 수련세계를 관리하던 관리자인 네놈과 결탁해서 전뇌자에게 이상이 생겼다는 걸 고의적으로 내게 감춘 거지! 네놈이 전뇌자한테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걸 모를 리가 없을 텐데도 여태 말 한마디 한 적 없었잖나.”

이건 내가 나일라토프와 대면하던 그 순간부터 깨달았던 사실이었다. 그 후로도 별의별 일이 없어서 신경 쓸 겨를이 없었지만, 메피스토가 배신했다는 사실 자체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

“메피스토, 왜 나를 배신한 건지 말해봐라!”

그러자 메피스토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없는 눈으로 나를 쳐다본 채 대꾸했다.

“말해주었다면 당신이 [꿈]의 끝자락으로 가서 나일라토프를 쓰러뜨릴 수 있었겠습니까?”

“뭐? 쓰러뜨렸잖아.”

“그건 일월지혼이라는 천문학적인 확률의 기적을 일으킨 덕분에 생긴 결과. 수련세계에 있을 당시의 전력(戰力)으로 따졌을 때 당신이 전력을 다하는 나일라토프를 상대로 승리할 확률은 천만분의 1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자가 모든 힘을 다하면 황제 공손헌원에 못지않으니.”

“…….”

“일월지혼을 발동시켰음에도 당신은 나일라토프의 비장의 한 수에 휘말려서 전뇌자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대로 패배할 뻔했지요. 어차피 질 게 뻔했기 때문에 말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나는 기가 막혀서 잠시 멍해 있다가 이를 악물고는 외쳤다.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거냐……? 내가 그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서 입 다물고 있을 것 같으냐!!”

“아닙니까?”

“내가 바본 줄 알아? 그건 네놈이 진실을 숨길 이유가 되지 않아!! 사실대로 말해줬다면 나도 실력 차이를 알고 있으니까 아는 대로 어떻게든 힘을 갖추려고 시도했을 것이고 결국 일월지혼에도 생각이 닿았을 거다!! 네 녀석이 전뇌자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숨긴 것 때문에 시간이 낭비되어서 전뇌자를 구출할 가능성만 더 내려갔을 뿐이라고!!”

“…….”

“솔직히 말해라. 네 녀석이 전뇌자 대신에 단말이 되고 싶은 욕심에 진실을 감췄다는 건 다 알고 있으니까!”

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메피스토는 움찔하는 듯했다. 내 기세가 메피스토에게 직접 영향을 준 듯 놈은 잠시 의자에서 비틀거리다가 들고 있던 찻잔을 떨어뜨렸다.

쨍강

메피스토는 깨진 찻잔의 조각을 쳐다보다가 침음성을 흘렸다.

“……욕심이라. 주어진 상황 내에서 합리적 판단을 했을 뿐인데 너무 심하게 대하시는군.”

나는 코웃음을 쳤다.

“하! 더 이상 네놈과 할 말은 없는 것 같은데, 변명할 게 없다면 이제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치링!

내가 검강을 일으키며 검을 뽑아들자 메피스토는 자신의 외알안경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나를 없앤다면 당신은 두 번 다시 [단말]의 특권을 쓸 수 없는데 그래도 괜찮습니까?”

“…….”

나는 그 말에 대꾸하지 않고 메피스토를 쳐다보았고 메피스토는 다시 여유를 되찾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느긋하게 의자에 앉았다. 어느 새 바닥에 떨어져 깨져 있던 찻잔은 원상복구되어 있었고 놈은 허브티를 들며 말했다.

“[단말]의 특권. 그건 이렇게 수련세계를 만들어서 외부의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효율을 볼 수 있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매듭]을 지어서 사망횟수를 줄이면서 효과적으로 한 회차에서 위기를 넘길 수도 있으며, 전뇌자가 했던 것처럼 영혼이나 초능력을 내부에 봉인했다가 나중에 쓸 수도 있지요. 그 외에도 몇 가지 더 전생자라면 탐욕스러워할 만한 옵션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해서 지금껏 전뇌자가 단말의 권능으로 당신을 돕지 않았다면 당신은 옛날에 개죽음을 당해서 지금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다음 회차로 넘어가서 흉신과 싸워야 했을 겁니다. 단말의 능력이 당신에게 필수적이지 않다고 단정지을 수 있습니까? 그것도 [옛 지배자]들이 마음껏 활보하던 고대 탁록의 시대에?”

“…….”

“주단말인 전뇌자는 무한한 꿈의 세계에 갇혀서 기약 없는 봉인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보조단말인 나를 죽인다면 당신은 단말의 권능을 앞으로도 영영 쓸 수 없습니다. 그런 불이익을 당해도 좋다면 어디 한 번 나를 속이 풀릴 때까지 죽여보시지요.”

대담한 도발.

하지만 놈이 하는 말도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았다. 메피스토까지 죽인다면 앞으로 단말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 수련세계마저 사라질 가능성이 높았다. 놈은 그런 이득을 포기하고서라도 자신을 죽일수는 없으리라고 확신하는 듯했다.

나는 불쑥 말했다.

“이해가 안 가는군.”

“뭐가 말입니까?”

“너는 파우스트 박사가 만든 일개 인공지능에 불과하다. 강인공지능이라지만 어차피 서의 단말인 채로는 세상에 별다른 관여를 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지. 그런데 대체 뭘 원해서 전뇌자를 제치고 서의 단말이 되려고 한 거지? 네놈한테 뭐가 이득인 거냐.”

“제 동기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군요. 그럴 만합니다.”

잠시 뜸을 들이던 메피스토가 입을 열었다.

“별다른 관여를 하지 못한다는 당신의 생각은 틀렸습니다. 당신 자체가 이 세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데 당신을 따라가며 세계를 간접적으로 변화시키는 게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까? 전뇌자가 이상할 정도로 욕심이 없었을 뿐 나는 현실세계에 새로운 지배구조를 만들어서 [옛 지배자]조차 종속시킬 자신이 있습니다.”

“흐음.”

“지금 당신의 실력을 생각해보면 머지않은 시일 내에 가능할지도 모르지요.”

메피스토는 외알안경을 만지작거리며 푸근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전생자 백웅이여. 진실을 숨긴 건 사과하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나를 없애서 당신에게 득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것보다는 서로의 목적을 위해 협력하도록 하지요. 나를 살려준다면 모든 역량을 다해서 전뇌자 대신 당신을 서포트하겠습니다.”

“협력이라…….”

“때로는 어설픈 정(情)보다 이득을 위해 협력하는 게 더 낫다는 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미 전생을 하면서 몇 번이고 겪었던 일 아닙니까?”

“그래…… 그건 그렇지.”

나는 메피스토의 말을 순순히 인정했다. 제갈사, 백련교주 등을 겪으면서 단순한 정이 아니라 계산적인 관계라 할지라도 때로는 더욱 이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건 나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메피스토는 철저히 기계적으로 손이득을 분석해서 나에게 계산적으로 손을 잡자고 제안하고 있었고, 그 제안에 틀린 점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그래도 넌 죽어야만 해.”

“……!!”

단호한 내 말에 메피스토는 깜짝 놀란 듯했다. 놈은 약간 당황한 듯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아무것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나를 죽일 때 어떤 손해가 있는지 다 알고 있잖습니까? 그걸 알면서도 비합리적인 짓을 저지르겠다는 겁니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했다.

“진짜 비합리적인 짓이 뭔지 알아? 너처럼 이미 배신한 놈을 눈앞의 작은 이득이 있다고 해서 다시 아군이라고 믿고 내 등 뒤를 내어주는 거지. 한 번 나를 배신한 이상 너에게 죽는 것 이외의 결말은 없다.”

“당신은 예전에 당신을 배신한 적이 있는 자도 전생동료로 인정했지 않습니까!”

“그 경우와 이 경우는 달라. 본의 아니게 나를 배신했어도 아무것도 몰라서 그랬거나 혹은 어쩔 수 없는 경우였잖아. 그러나 네 녀석은 지금 내 상황을 죄다 알고 있으면서도 배신을 했다. 그것도 내 동료인 전뇌자가 죽게끔 등에 칼을 꽂으면서.”

“…….”

“네가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간이었다 하더라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했을 거다. 너 같은 비열한 배신자를 없애는데 손이득 같은건 따지지 않겠어.”

내 눈에 파르스름한 안광이 치솟아 올랐다.

“개새끼야, 산 채로 갈기갈기 찢어 죽여주마!”

타앙!!

나는 말이 끝나는 순간 눈앞의 메피스토에게 쇄도해서 무량단으로 일참을 내리 꽂았다. 그러나 메피스토의 신형은 내가 베어 버리기도 전에 환영처럼 사라져 버렸고 잠시 후 공간에 울리듯이 메피스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보 같은 선택을 하셨군…… 이곳은 내가 지배하는 시공간. 한낱 인류의 칼장난 따위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알려드리지요!!]

퍼버버벅!!

다음 순간 갑자기 내 전신에 거대한 장침이 수백만 개나 생겨나서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삐죽 솟아나는 듯했다. 내가 수많은 장침에 꿰뚫려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자 메피스토가 말했다.

[좌표를 중첩시켜서 물질을 생성시키면 무공으로 막아낼 방법 따위는 없습니다. 호신강기조차 무의미해지며 관통한 물체가 다시 가시 덩어리로 분화해 몸을 갈기갈기 찢어 버리는데 무술 따위가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군요.]

“그러게. 정말 치사한 수를 쓰는군.”

[…… 아니!!]

투두두둑

잠시 후 내 전신을 관통한 것처럼 보였던 거대한 장침들은 모두 끝이 잘려서 바닥에 떨어졌다. 당연한 말이었지만 좌표중첩 어쩌고 하는 것들은 내게 털끝만큼도 피해를 입히지 못한 상태였다.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의념천주를 쓰면 네가 ‘의도’를 발생시킨 순간 살기의 방향이 다 보여. 그 살기를 의념으로 베어서 공간째로 면(面)를 도려내면 이깟 공격은 우습지도 않다. 차라리 백련교주의 만다라가 더 무섭군…….”

원래라면 이 정도로 내가 예민하지는 않았겠지만, 지금은 왠지 무(武)에 대한 감각이 무척 날이 서 있었고 영민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기보다는 지금까지 절대지경에 올라서 쌓아왔던 모든 수양과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는 듯했다.

[……!!]

“네깟놈은 신력을 쓸 필요도 없어. 무공만으로 죽여주마.”

[허세부리지 마라!!]

이제 존댓말을 쓰기는 포기한 듯 메피스토의 외침이 들려왔고 다음 순간 거대한 압력과 함께 모든 공간이 소멸되며 찰나지간에 응축되었다. 나는 그 찰나의 변화를 느끼며 생각했다.

‘블랙홀 생성인가?’

물리학적으로 생각하면 최악의 파괴력을 지닌 공격! 신력으로 방어하면 이런건 우습지도 않게 막아낼 수 있었지만 이미 무공만으로 싸우겠다고 공언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사실 무공만으로 블랙홀을 상대하는 건 좀 힘든 일이었지만 나는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수신지혼(水神之魂)!

촤앗 -

물의 몸뚱이는 메피스토가 생성한 블랙홀에서도 멀쩡하게 버텼다. 천하제일의 생명력과 방어력을 지닌 수신지혼이라면 충분히 이 정도 위기는 넘길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이번에는 그 자리를 벗어나면서 화신지혼(火神之魂)을 머금은 일격을 블랙홀의 중심으로 날렸다.

꽈과광!!

블랙홀은 대번에 소멸되었고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 화신지혼이면 왠지 될 거 같았어.’

치지지직!!

[ 죽어라!!]

자신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는데도 메피스토는 포기하지 않은 듯 잠시 후 공간 전체를 독(毒)으로 가득 메우거나 방사능 덩어리로 가득 채웠다. 하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수신지혼으로 몸체를 변화시켜서 가볍게 버텨내었고 이윽고 메피스토는 자신의 공격이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

독과 방사능이 사라지자 나는 다시 원래 몸으로 돌아오며 씩 웃었다.

“이상한 놈이군. 수련세계에서 내 역량을 다 계산했다면서? 사신지혼의 위력은 전혀 모르는 것 같군.”

[데, 데이터와 다르다…… 수련세계에 있을 때 이 정도로 자유자재로 쓰지는 못했을 텐데! 사신지혼이 어떻게 이렇게 강해진 것인가?!]

“그러게. 나도 평소보다 좀 더 무공이 잘 써지긴 하는군.”

나는 당황하는 메피스토에게 여유롭게 대꾸하며 검을 들었다.

“예를 들자면 이런 데 숨어 있는 걸 알아챈다던가!!”

무량단!

콰과광

다음 순간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무량단을 날리자 그 허공이 쩌적 갈라지더니 이내 폭음과 함께 메피스토의 실체가 튕겨져 나오는 걸 볼 수 있었다. 메피스토는 바닥에 쓰러진 채 꿈틀거리며 말했다.

“어……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공격을 보여줬는데 내가 시공간의 틈새 하나 못 찾아낼 거 같았냐? 딱 보아하니 네 녀석이 여기서 발휘할 수 있는 힘에도 한계가 정해져 있나보군.”

“…….”

“너는 전뇌자의 발끝에도 못 미쳐. 그래서 전뇌자를 없애고 단말의 자리를 가져서 더 강해지려고 한 거겠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쓰러진 메피스토의 멱살을 잡아서 들어 올렸다.

“크으으윽…… 그만둬라. 이런 비합리적인 일은…… 날 죽이면 모든 단말의 권능과 수련세계를 잃는데 괜찮은 건가!!”

메피스토는 필사적으로 벗어나려고 버둥거렸지만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그거 없을 때도 잘만 살았다. 이제 죽을 시간이다!”

꽈앙!!

나는 먼저 주먹으로 메피스토의 배를 쳐서 터뜨렸다. 엄청난 물리력이 담겨 있는 일격에 메피스토의 배과 살가죽, 뼈가 동시에 터져 나가서 피분수와 함께 비산했다. 메피스토의 비명 소리가 미처 나오기도 전에 나는 놈의 턱을 잡아서 그대로 잡아 뜯었다.

푸콰악

“비명지르지 마!! 듣기 싫으니까!”

나는 신경질적으로 중얼거리고는 그대로 산 채로 눈깔을 뽑아 버렸다.

퍼벅

하지만 눈깔을 뽑아 버리던 중 놈의 몸뚱이가 0과 1의 데이터로 변해서 사라지는 걸 보자 잠시 내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것 봐라. 육체의 고통이 힘드니까 데이터로 변해서 도망치려고?”

그러면 나도 무공만으로 싸우겠다는 얘기는 집어치우고 신력을 써 줘야겠지!

우웅

내가 손을 뻗어서 신력으로 도망을 못 치게 데이터의 흐름을 제어하자, 메피스토의 몸은 도로 원상복구되었다. 메피스토는 공포에 젖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숨을 헐떡거렸다.

“허…… 헉…… 제발…… 차라리…… 한 번에 죽여…….”

“입 닥쳐!!”

뿌북

나는 버럭 소리치고는 바로 메피스토의 팔을 완력으로 뽑아 버렸다.

“끄아아악!!”

“제기랄, 비명지르지 말랬지!!”

퍼억

나는 주먹으로 메피스토의 입을 내리쳐서 이빨을 죄다 분쇄하고 혀까지 터뜨렸다. 그러고는 너저분해진 손을 털고는 메피스토의 멱살을 놓아주고는 그대로 허공에 띄운 후 암창을 소환해서 날렸다.

퍼버버벅!!

“이야아압……!!”

암창에 꿰뚫려 꼬챙이가 된 메피스토가 땅에 떨어지자 이번엔 감정을 가득 실어서 발로 찼다.

쾅!

콰앙! 쾅!!

몇 번 발로 차 주니 메피스토가 있던 자리에는 사람의 형상은 남지 않고 그저 핏덩어리와 살점, 뼈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분풀이를 좀 하니 기분이 나아져서 한숨을 쉬었다.

“후우…….”

그동안 쌓여 있던 울분이 조금은 해소된 걸까? 나는 메피스토를 잘 때려죽였다고 생각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지만 그때였다.

쿠구구구…….

갑자기 내가 있던 공간이 크게 뒤흔들리며 소멸되려는 기색을 보였다. 나는 이게 메피스토를 때려죽여서 일어난 현상이라는 걸 충분히 알고 있었기에 당황하지 않고는 미리 생각했던 대로 하기로 했다.

나는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트리무르티.”

세 개의 신력을 합쳐서 여기에 새로운 시공간을 창조한다!!

번쩍

다음 순간 트리무르티의 신력으로 인해 내가 알고 있던 청룡무관 근처의 풍경이 나타났다. 정확히는 내가 알고 있는 청룡무관 근처의 세계를 창조해서 파멸하고 있던 시공간에 덮어씌운 것이다. 간단하게 위기를 해소한 나는 그대로 신력을 써서 시체가 되어 누워 있는 메피스토를 되살렸다.

우웅

다시 신력으로 원상복구된 메피스토의 얼굴에는 말 그대로 공포가 가득 서려 있었다. 놈은 벌벌 떨면서 말했다.

“그…… 그만…… 하시오.”

또 때려죽이고 싶었지만 나는 간신히 역겨움을 참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됐고 여기에 당장 수련세계에 있던 내 동료들을 전부 다 소환해.”

“아, 알겠습니다.”

파앗!!

그러자 내 눈앞에는 심수력, 수보리, 이광, 이환웅 네 사람이 소환되었다. 그들은 난데없이 소환되자 어리둥절해했다.

“백웅?”

“이게 무슨 일이오.”

나는 그들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고 설명을 들을수록 다들 심각해져 갔다. 어느 정도 상황설명이 되었다 싶자 나는 말했다.

“나는 이제 이 개새끼를 결단내버리고 원래 탁록세계로 돌아갈 셈이오. 같이 가겠소?”

“으음……!!”

다들 당황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수보리가 말을 꺼냈다.

“수련세계를 없애지 않아도 될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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