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검신 82권 7화
전뇌자의 말에 나는 잠시 귀를 의심했다.
“신기루……?”
그리고 잠시동안 눈을 비비고는 아수라와 천우진을 한번씩 쳐다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환영 같은 게 아니라 그들은 진짜 육체를 가지고 있었으며, 특히 아수라는 그의 영이 부탁해서 직접 내 창조의 능력으로 육체를 만들어주기까지 했다. 그들이 지금 실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기에 나는 전뇌자의 말에 반박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꿈의 주민이 되었기 때문에 못나간다니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어!”
“지금 그들이 영혼과 실체를 가지고 있어서 현실로 충분히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
“왜 안 된다는 거지? 설명이라도 해 봐.”
“…….”
전뇌자는 침묵했고 대신에 옆에 있던 천우진이 전자담배릴 피우더니 말했다.
“이 망할 놈아, 전뇌자한테 성질 좀 그만 내라. 딱 네놈도 알아들을 수 있게 [꿈]에 대해서 설명해 주마.”
“천우진.”
“아수라는 지금 네가 육체를 만들어줬지만 나는 내가 알아서 육체를 만들었지. 안 그렇냐?”
천우진이 자신의 팔을 들며 말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보이는군.”
“그럼 나는 어떻게 내 육체를 형성한 거 같냐? 너처럼 강력한 신력도 없는데.”
“……모르겠어.”
사실 천우진이 말하는 건 내가 궁금해하면서도 굳이 묻지 않았던 일이었다. 천우진이 무슨 수로 알아서 구현화했으며 자신의 육체를 만들었는지는 단 한 번도 설명받은 적 없었던 것이다. 그저 천우진이 환술의 천재인 데다 허공록의 힘을 쓸 수 있으니 그 힘을 빌렸으려니 하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이유는 대웅제국의 영혼들 중에서 오로지 나만이 [꿈]의 성질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꿈] 속에서 힘을 발휘하는 법을 알고 있고.”
쉬쉬쉭…….
잠시 후 천우진의 몸은 전자담배의 연기에 섞여서 그대로 소멸되고 말았는데, 그가 다시금 연기와 함께 나타났을 때는 무려 수백여 명의 분신이 만들어져 있었다.
“……!!”
“굉장한 분신술 같지? 하지만 이것도 분신술이 아니야. 그저 [꿈]일 뿐이지.”
“분신술이 아니라고?”
“그래. 이건 딱히 이유가 있어서 부릴 수 있는 힘이 아니야. 술법조차 아니고.”
맨 앞에 있던 천우진이 천천히 내 쪽으로 걸어오자 소환되어 있던 천우진의 분신이 순식간에 꺼뜨려졌다. 그는 훅 하고 전자담배의 연기를 불더니 귀찮은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백웅. 사람이 꿈을 꿀 때 말이지, 그 안에서 자신의 능력치가 어디까지가 한계라고 정해놓고 꿈을 꾸나?”
“어? 그러지는 않지…….”
“이 영역에서 내가 육체를 만들고 분신을 생성하고 술수를 쓰는 모든 것은 그 원리다. [꿈]이기 때문에 한계가 없다는 점을 이용하는 거야. 달리 말하자면, [꿈]을 제대로 터득한 술사라면 이 세계 내에서는 힘의 한계가 없다고 봐도 되는 거지.”
“뭣……?! 진짜냐!”
나는 천우진의 말에 일순간 경악하고 말았다.
[꿈]의 세계 내에서는 사실상 [꿈]을 터득한 꿈술사의 힘이 무한이라니!
생전 처음 듣는 얘기였고 또한 놀랍기도 했다. 천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왜냐면 [꿈]이니까. 현실세계라면 육체를 창조하려면 너처럼 신력이 있어야 하고, 분신을 만들려면 분신술을 익혀야 하고, 하늘을 날려면 술법을 익혀야 하지. 그러나 꿈이라는 이유 하나로 그 모든 인과(因果)를 면제받는 것이다. ‘왜’ 그게 가능한지는 꿈 속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논쟁이지 않은가?”
“……!!”
“나처럼 꿈의 [경계]를 다루는 자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도리어 상상력이다. 상상력의 크기가 곧 힘의 크기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지.”
“대, 대단하군…… 나도 익힐 수 있겠냐?”
“모르겠다. 나는 너 같은 빡대가리는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는데 일월지혼을 성립시키는 걸 보면 언젠가는 될지도 모르겠고…… 근데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천우진은 의자 하나를 만들어서 삐딱하게 앉더니 말했다.
“한 번 현실에서 인과를 잃어버린 자들인 경우 [꿈]의 세계에 한 번 들어오게 되면 벗어날 수가 없다. 인과를 잃어버렸다는 건 쉽게 말하자면 죽은 거고, 그게 아니라도 [큰 굴레]의 흐름에서 어떤 이유로든 탈락했다는 걸 의미하지. 우리 모두는 한번 옥좌의 세계에서 소환되었을 때 이미 꿈의 세계에 종속되어 버린 것이다.”
“……뭐?!”
“예외는 없어. 우리가 현실세계로 나가려 하면 즉시 소멸한다. 우리는 이 꿈의 세계에서는 뭐든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에 가깝지만 절대 나갈 수 없게 된 거야.”
나는 멍하니 있다가 천우진에게 말했다.
“야, 천우진…… 또 나 놀리려고 괜히 농담하는 거지?”
“…….”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같이 못 간다니 말도 안 되는…….”
천우진은 평소처럼 나에게 쏘아붙이지 않고 그저 말없이 전자담배의 연기 속에서 뭔가 생각하는 표정일 뿐이었다. 나는 천우진의 모습에서 그가 절대로 농담을 하지 않고 있으며 모든 게 진실이란 걸 깨달았고 그 순간 마음속이 덜컥 내려앉았다.
진짜인가……?
기껏 28회차의 동료들을 되찾았는데 같이 현실로 귀환할 수 없단 말인가!!
나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어서 소리를 빽 질렀다.
“아니 씨발!! 그러면 다 좋은데 수련세계까지는 못 가는 거야? 왜 거기는 [꿈]이 아닌건데! 전뇌자가 천암비서 내부에 만든 가상세계 또한 충분히 꿈의 세계처럼 비현실적이잖아!”
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어찌 되었든 간에 그 수련세계의 시간 또한 현실과 연동되어 있잖아. 거기는 현실세계이지만 지독하게 머나먼 차원에 생성된 것뿐이라고 볼 수 있다. 이곳처럼 본격적으로 [꿈]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네가 수련세계에서 행했던 모든 수련의 인과가 인정되어서 네가 힘을 향상시킨 거지.”
“…….”
“쉽게 말하자면 네가 이 [꿈]의 영역으로 들어온 이후부터 현실세계는 단 1초도 흐르지 않았어. 이곳은 시공간이 무의미해지는 공간이라는 건 진작 느끼지 않았나?”
내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자 천우진이 말을 이었다.
“이 중에서 나갈 수 있는 건 너 뿐이야.”
“……우, 웃기지 마. 이대로 너희를 두고 나가라는 건 씨발…….”
나는 이를 악물고는 옆에 있던 달마를 쳐다보고는 외쳤다.
“달마!! 당신이라면 나보다 훨씬 많이 전생했으니까 어떻게 하면 꿈의 세계에서 동료를 데려가는지도 경험과 지식으로 알고 있지?”
[…….]
“당장 말해줘!! 그 대가가 무엇이든간에 일단 내놓겠다!”
나는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타개책을 찾았지만 달마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 미안하지만 나도 그런 방법은 모른다. 그대처럼 천우진 같은 강력한 허공록의 술사가 동료였던 적도 없었다. 저런 존재를 발견한 적조차 없다. 어찌 저런 존재가 있을 수 있는지 신기하기까지 하군…….]
“뭐?”
[ 그대는 이미 내 경험의 범주를 초월해 버렸다는 것이다. 아무리 진짜 실력이 아니었다 해도 쌓아온 것을 이용해서 나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는 건, 전생자로서는 나를 뛰어넘었다는 말도 되는 것이다.]
“제, 제기랄.”
칭찬은 고맙긴 했지만 지금은 칭찬 듣고 만족할 때가 아니었다. 달마도 방법을 모른다면 결국 남은 건 전뇌자였는데, 아무리 봐도 전뇌자는 그런 방법을 갖고 있지 않았다. 서(書)의 법칙에 철저히 종속당하는 단말인 전뇌자가 그 법칙을 거스를 수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내가 주춤거리자 아수라가 말했다.
“백웅. 괜히 신파극 찍지 말자. 남 보기 부끄럽다.”
“……아수라!! 무슨 소리야. 남들이 보기에 신파극이면 뭐 어때서. 동료가 그냥 허무맹랑하게 스러지는 걸 내가 가만 지켜볼 수 있을 거 같아!”
“…….”
아수라는 침묵하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 녀석아. 동료를 소중하게 여겨주는 건 좋지만 과하면 그건 약점이다. 너는 지금 전생하면서 생기는 인간성의 부재를 동료의식에 집착하면서 해결하려 들고 있는 거야.”
“……뭐?!”
아수라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건 전혀 멋있지가 않다고. 동료라는 게 하나뿐인 연인이나 가족도 아니고 보내줄 때는 그냥 보내주기도 하는 거 아니었냐? 무슨 24시간 접속해서 캐릭터 광장에 세워놓고 게임에서 클랜원들과 채팅만 하는 은둔외톨이도 아니고 그러지 마라.”
“아니 젠장할…… 멋있고말고가 뭐가 중요해. 이대로라면 너희 모두가 신기루가 되어서 하룻밤의 꿈처럼 소멸된다는데 내가 안 미치게 생겼냐고!!”
내가 목에 핏줄을 세우며 외치자 아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하지. 왜냐하면 내가 동료라고 생각하는 건 멋있는 놈들이니까.”
“…….”
“나는 멋진 놈이 아니면 동료라고 생각 안 해. 그리고 28회차에서 마무리까지 최선을 다했던 너는 바로 이 아수라가 동료라고 자랑할 수 있을 정도로 멋진 놈이었다. 그러니까 이 꿈의 세계에서도 나 또한 최선을 다해서 널 도와준 것이다.”
치링!
아수라는 어느 새 검을 뽑아서 나를 겨누고 있었고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모습은 뭐냐? 아무리 혼돈스러운 세계를 번갈아서 다니느라 혼란스럽다 하더라도 겨우 우리들의 생사에 집착해서 추한 모습을 보이는 게 과연 될 일 이냐? 그토록 그릇이 간장종지만한 게 전 우주를 제패할 전생자라고 할 수 있겠느냐 이 말이다.”
“……!!”
“끝까지 추태를 부릴거면 마음대로 해라. 나는 그 때부터 너를 동료로 생각하지 않을 테니 서로 원하는 바가 이뤄지겠군.”
아수라의 한마디는 추상과 같았기에 나는 정수리에 날벼락을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엄한 말 뒤편에서 그가 내게 얼마나 기대를 걸고 있는지도 순식간에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래…… 나는…… 이래서는 안 되는 거다.’
28회차의 동료들 뿐만 아니라 여태껏 지나쳐왔던 모든 동료의 업보를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내가 한심한 꼴을 보여줘서야 되겠는가.
나는 잠시동안 입술을 꽉 깨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일단은 여기서 탈출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나는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언제가 되었든 너희를 구하겠다.”
“후후, 맘대로 해라.”
아수라는 씩 하고 웃었다. 이야기가 약간 정리가 되자 전뇌자가 조심스레 내게 말했다.
“백웅…… 너무 걱정하지 마. 그들은 옥좌에 종속된 것도 아니니 그저 무한한 꿈의 주민 중 하나가 될 뿐이야.”
“그게 무슨 말이지?”
“……나중에라도 당신이 [꿈] 그 자체에 접속할 방법만 생기면 다시 만날 수도 있단 거…… 으윽!!”
파지직!!
그 순간 전뇌자가 번개에 튀긴 듯한 격렬한 반응을 보였고 나는 깜짝 놀랐다.
“야!! 괜찮아?!”
“…….”
치직…….
전뇌자의 몸이 마치 홀로그램이 흐려지는 듯 변했다. 물결치는 자신의 모습을 잠시 내려다보던 전뇌자가 말했다.
“내 권한을 넘어서는 말을 해 버려서 서(書)의 제약을 당해 버렸어…… 앞으로 내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으니 빨리 진행할게.”
우우우웅
전뇌자가 양 팔을 벌리자 눈앞에 거대한 어둠의 통로가 생겨났다. 그 어둠의 통로 안에는 수많은 별빛과 우주의 광대한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전뇌자는 내게 인도하듯 통로로 손짓하며 말했다.
“어서 가……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은 기회가 없어.”
나는 통로로 가다가 뭔가 불길함을 느끼고는 멈칫했다. 그것은 전생자의 직감이었다.
“전뇌자. 너는 괜찮은 거냐?”
“괜찮으니까 빨리.”
본인이 괜찮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지만 나는 뭔가 예감이 좋지 않았다. 나는 불안한 눈으로 전뇌자를 쳐다보다가 잠시 후 아수라와 천우진을 한 번씩 쳐다보다가 말했다.
“나중에 꼭 다시 보자!!”
“그래.”
“……흥.”
나는 전뇌자에게 가서 꼭 안으며 토닥여주었다.
“너도 고생많았어. 같이 되돌아가자.”
“…….”
전뇌자는 잠시동안 몸을 부르르 떨다가 왠지 아련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파앗
나는 잠시 후 어둠의 통로에 들어가자마자 무언가에 쭉 빨려서 당겨올라가는 듯한 기분과 함께 광대한 우주를 통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과거 전뇌자가 말했던 대로 여기는 천암비서의 [바닥] 같은 장소이고 수련세계는 비교적 수면에 있는 게 틀림없었다.
우웅!!
잠시 후 나는 수련세계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나는 수련세계에 나타나자마자 그리운 청룡무관을 발견하고는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드…… 드디어 여기 왔구나.”
아직 되돌아갈 길이 많이 남아 있지만 어쨌든 여기까지 되돌아온 것이다!
나는 기쁜 표정을 짓다가 문득 생각나서 전뇌자를 불렀다.
“전뇌자!! 내친김에 수련세계의 동료들과 함께 즉시 현실로 되돌아가겠어. 빨리 진행시켜 줘!”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지금 당장 복귀하는 게 최선이겠지!!
…….
하지만 한참을 기다렸지만 전뇌자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
심지어 존재 또한 느껴지지 않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였다.
슈슉
갑자기 내 앞의 풍경이 변화하더니 눈앞에는 고풍스러운 탁자와 찻잔이 나타나 있었고, 내 맞은편에는 외알안경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 허브티를 마시고 있던 그 노인이 내게 말했다.
“전뇌자를 찾으신다면 이제 없습니다.”
“메피스토…… 펠레스.”
전뇌자를 대신해서 잠시동안 수련세계를 관리하고 있던 강인공지능 메피스토펠레스가 눈앞에 출현해 있었다. 내가 놈을 쳐다보자 메피스토펠레스가 자신의 외알안경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전뇌자가 말해주지 않았습니까? 당신을 여기까지 올려보내주면 자신의 힘이 모두 소진된다고.”
“……뭐?”
예상치 못한 말에 내가 당황하자 메피스토펠레스는 허브티 잔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저는 [꿈]의 끝자락에 진입한 후 모든 걸 여기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난데없이 중간에 어디로 갔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달마와 싸우는 곳까지는 지켜볼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나일라토프와 달마를 상대로 잘 싸워서 이겨내셨더군요.”
“…….”
“쉽게 말씀드리자면 전뇌자의 힘은 당신을 여기에 올려보냈을 때 모두 소모된 겁니다. 그녀는 이제 당신의 동료들과 함께 반강제적으로 꿈의 세계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겠지요.”
“……!!”
뭐, 뭐라고?!
나는 메피스토펠레스의 말을 믿을 수 없었지만 짚이는 게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방금전의 그 기분나쁜 육감이 바로 그 증거였다. 내가 충격을 받아서 멈칫거리자 메피스토의 말이 이어졌다.
“어째서 그렇게 어리석은 선택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잘 된 일입니다. 이로써 제가 천암비서의 단말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군요. 후후…….”
기분나쁜 웃음을 흘리는 메피스토를 말없이 쳐다보던 나는 불쑥 입을 열었다.
“너였지?”
단 하나.
내가 천암비서의 끝자락에서 나일라토프를 마주쳤을 때부터 깨닫고 있었던 사실이 있었다.
그 사실을 잊어버릴 뻔했는데 놈의 말에 다시금 되새기게 된 것이다.
“무슨 말을 하시는지?”
메피스토펠레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나는 저 표정이 더 화가 났다. 그러나 나는 아무런 표정변화 없이 놈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네놈이 나일라토프와 손잡고 전뇌자를 구하러 가지 못하게 나를 기만하고 있었던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