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533화 (1,432/1,615)

전생검신 82권 1화

각오를 하고 준비한 순간, 나는 아수라의 무형(無形)을 느끼고는 침음성을 흘렸다.

‘…… 아무것도 안 느껴져.’

이렇게까지 기(氣)와 의념이 사라질 수 있다는 말인가?

심지어 은은하게 느껴지던 의념천주마저 그 존재가 사라진 듯해서 아무리 봐도 무예를 전혀 배우지 않은 평범한 인간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수라는 극한에 도달한 절대고수였기에 이렇게까지 무위(武威)를 숨길 수 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나 또한 내공과 기세를 최대한 누르면 일단 평범한 것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아수라 같은 수준에 이르는 건 절대로 불가능했다. 심지어는 무예를 익힌 자 특유의 버릇이나 근육의 긴장, 예리함마저도 모두 사라져 버렸기에 볼수록 믿기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경지에 이르러야 저런 무형이 될 수 있을까……?

내가 감탄하고 있던 그때 아수라가 말했다.

“초범입성(超凡入聖). 이는 범부가 깨달음을 얻어 성자의 경지에 오른다는 것으로, 실전 속에서 깨달음을 얻어 한 단계 성장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지.”

“…….”

“내가 전투에 미친 투귀(鬪鬼)였던 시절에는 그 말을 믿고 세상천지 온갖 고수들과 싸웠다. 극한의 전투를 연속으로 하며 생사를 계속 넘나들다 보면 깨달음을 얻어서 무신이 나를 신역의 경지에 받아들여 줄 거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한 아수라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러나 초범입성이란 사실 적공(積功)의 결과물일 뿐이다. 돈오(頓悟)가 한순간의 깨달음인 것처럼 보여도 그 돈오를 이루기 위한 충분한 자질과 수련이 없다면 그 돈오는 찾아오지 않는다. 달리 말하자면 자격이 없는 자에게는 절대 우연한 깨달음조차도 찾아오지 않는다는 소리다.”

스윽

아수라의 검극이 나를 향했다. 그 검에는 아무런 살기도 담겨 있지 않았지만 왜인지 나는 그 검을 마주 보는 순간 엄청난 압박감에 숨을 죽였다. 이 또한 아수라가 지닌 무형의 기세가 나를 이미 짓누르고 있다는 뜻이었는데, 이 무형의 기세는 절대 의념으로 발현되는 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지금의 내 경지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형의 기세였다.

“백웅, 너는 정말 각오를 했느냐? 너에게는 깨달음을 얻을 자격이 있느냔 말이다.”

그 순간, 나는 왠지 울컥하는 기분에 외쳤다.

“아수라……!! 그건 틀렸어!”

“왜 틀렸다는 거지?”

“그럼…… 진소청은 대체 뭔데!!”

“…….”

나는 이를 악물고는 왠지 분해져서 외쳤다.

“그 녀석은 진천(振天)의 경지 그 자체로 싸울 때마다 깨달음을 얻잖아!! 네 말이 옳다는 건 나도 알고 있지만, 그 녀석이 재능 하나만으로 모든 무술의 상식을 부수는 건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하냐고!!”

이게 문제다.

아무리 아수라의 말에 몰입하여 정신을 도야시키려고 해도 진소청의 존재 하나가 머릿속에 꽉 자리 잡아서 떠나지 않는다. 물론 나 또한 순간의 우연적인 깨달음이 존재치 않는다는 걸 무수한 전투를 통해서 깨닫긴 했지만, 진소청이라는 존재는 그 모든 깨달음을 부정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 어떠한 노력으로도 닿을 수 없는 절대적인 재능 하나만으로!!

그러자 아수라는 고요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간단한 얘기지. 진소청은 처음부터 천상의 경지에 도달할 것을 허락받은 천재이며, 너와 나는 그렇지 못한 범재라는 것뿐. 아마 진소청과 비교하면 그 어떠한 자라고 하더라도 똑같을 것이다.”

“……!!”

“하지만 이건 딱히 절망적인 얘기는 아니다. 너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나?”

“뭘 이상하다고 생각해?”

“신조차 베어 버리는 경지에 올랐던 그 진소청은 신역절기에 의존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의념 하나만으로 신을 박살 낼 정도로 강대했지. 아무리 천재라지만 진소청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겠나.”

“…….”

그 순간 나는 뭔가를 퍼뜩 깨달았다. 그러고는 아수라를 바라보았다.

“설마 아수라, 너는 그 진소청의 강함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거냐?”

“그럴지도.”

“말해줘!”

“일단 나를 상대로 싸워봐라. 네가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면 바로 알려주지.”

츠즈즈

아수라의 안광이 더욱 검게 변했다. 나는 저게 곧이어 암야참을 발휘할 준비라는 걸 알아차리고는 지체 없이 모든 정신을 집중하여 대응하기로 마음먹었다.

츠아앗……!!

아수라와 나 사이의 거리인 삼 장의 검권(劍圈)에 보이지 않는 기세가 휘몰아쳤다. 아수라가 방금 전까지 뿜어내던 강렬한 압박감도 내가 전력을 다하자 나를 손쉽게 누를 수 없는 듯 물러난 것이다. 하지만 기세의 압박은 줄였다고 하더라도 나는 왠지 아수라의 검날이 내 살갗을 스치며 베는 듯한 섬뜩한 느낌에 몸서리를 쳤다.

‘말도 안 돼. 단순한 검기(劍氣)가 이렇게 강하다니.’

진짜 영문을 모르겠다. 절대지경 다음에 신역절기의 경지가 있는 건 알고 있지만, 나 또한 신역의 초입에 도달했다고 인정받았다. 그런데도 공손대랑이나 아수라와의 실력차이가 이렇게까지 나다니, 도대체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하지만 혼란스러워할 때가 아니다. 나는 찰나의 순간 아수라의 검에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감지했고 바로 지금이 격돌의 순간임을 알아챘다.

‘역륜(易輪)이 돈다.’

암야참끼리 부딪히게 된다면 바로 역륜의 회전이 부딪히는 것!

상대가 회전을 시킨다면 나 또한 회전을 시킬 수밖에 없다!

나는 선검을 이용해서 빠르게 암야참을 전개시켰고, 다음 순간 아수라의 암야참이 시꺼먼 잔영(殘影)을 남기고 뻗어 나오는 것을 마주 쾌검(快劍)의 초식을 빌린 암야참으로 대응했다.

슈악

그러나 나는 이윽고 아수라의 참격이 그대로 내 검로를 관통해서 내 심장으로 꺾어져 들어오는 걸 알아챘다.

“……?!”

아니…… 스치지도 못했다고?!

분명히 딱 막을 수 있는 방어의 검로를 전개했는데 어째서!

게다가 아수라의 암야참은 딱히 뇌신지혼처럼 눈으로 쫓기도 어려울 정도로 빠르지도 않았다고!

‘제길!’

나는 내게 2개의 선택지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김에 마주 찔러서 아수라와 동귀어진을 하는 공멸의 수, 그리고 또 하나는 지금이라도 전력을 다해서 아수라의 암야참을 회피하여 다음 수순으로 넘어가는 것이었다. 삼보절기를 이용하면 후자는 어떻게든 가능할 것 같았다.

츠앗

그러나 나는 후자를 택해서 다음 수순으로 넘기지 않고 그대로 암야참을 전개해서 동귀어진의 검로를 선택했다. 살벌한 검명(劍鳴)과 함께 검이 튕겨지듯이 아수라의 목을 노렸고, 사실상 나와 아수라는 동시에 맞찔러 죽을 것 같았다.

‘어디 해 봐.’

내 눈으로 아무리 봐도 지금의 이 형세는 반전시킬 수 없다. 이기는 거라면 몰라도 맞찔러 죽는 거라면 천하의 그 누구도 여기서 예외적인 수를 시도할 수 없으리라. 나보다 더 고수라고 할 수 있는 아수라가 과연 나의 동귀어진 수를 어떻게 받을지가 궁금해진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퍼억

나는 그대로 심장을 관통당해 버렸고 내 검은 아수라의 목에 닿기 전 한 끝 차이로 멈추고 말았다. 누가 봐도 명백히 내가 진 상황이었으므로 나는 믿기지 않아서 눈을 부릅떴다.

“……쿨럭……!!”

풀썩

내가 그 자리에 주저앉자 아수라는 자신의 검에 묻은 피를 바닥에 촥 떨쳐내며 말했다.

“마지막에 봤을 때보다 정말 많이 늘었군. 28회차 때였다면 너는 내 목에 칼을 갖다 대기는커녕 첫 초수에 밀려서 아무것도 못 하고 도망만 쳤을 텐데…… 깨달을 자격이 있다.”

나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커…… 헉…… 치, 칭찬은 고맙지만…… 대체 왜…….”

“동시지간(同時之間)이였는데 왜 내 검만 적중했는지 궁금한 거지?”

“…….”

내가 피를 토해내며 간신히 고개를 끄덕이자 아수라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방금 그게 귀일무극참(歸一無極斬)이다. 만일 나 또한 평범한 암야참을 펼쳤다면 동귀어진을 했겠지만 단 하나의 흠결도 없는 완벽한 암야참인 귀일무극참을 펼쳤기 때문에 너와의 대결에서 무조건 이길 수밖에 없지.”

“……무조건……? 이해가 안 돼. 귀일무극참은 대체 어떤 무공인 거냐…….”

“잘 봐.”

스으으

아수라가 자신의 검을 기울여서 하단 검세를 잡았다. 검세에는 별로 대단한 게 없어 보였지만 나는 일순간 아수라의 검에 아까 같은 역륜(易輪)이 감도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점차 검의 잔광(殘光)이 강해지기 시작해서 그 빛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나는 아수라의 검극을 전혀 볼 수 없게 되었다.

파앗

“……!!”

“눈부시지?”

“이, 이게 어떻게 된…….”

“보통사람이나 수준 이하 무림인들의 눈으로 보면 전혀 눈부시다고 느끼지 못할 거다. 눈부시다고 느꼈다는 건 네가 절대지경의 고수라서 무형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 그 무형의 변화가 한순간에 급상승하여 정점에 도달했기 때문에 너는 눈이 부시다는 착각을 하게 된 거지.”

“…….”

“음, 심장이 뚫려서 그런가 곧 죽겠군. 빨리 치료나 해라.”

“알았…….다…….”

나는 재빨리 심장을 새로 창조해서 치유했다. 그러나 같은 치료가 반복된 데다가 아무리 그래도 인체 최대의 급소를 연속으로 파괴당해서인지, 나는 몸 상태가 이전같지 않다고 느꼈다. 최대의 몸 상태와 비교하면 지금은 7할에 간신히 도달하는 수준으로 힘이 떨어진 것이다.

내가 피기침을 토하며 쿨럭거리자 아수라가 말을 이었다.

“방금 전 정점의 변화 그 자체가 바로 귀일무극참의 핵심이야.”

“정점의 변화라고……?”

아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암야참이 완벽하게 펼쳐지게 되면 나는 태허(太虛)의 영역에서 흐름을 통제할 수 있게 되지. 그리고 그 흐름을 움직여서 역륜을 더욱 강력하고 빠르게 돌리는 거야. 그 응축된 역륜의 회전이 정점에 오르면 네가 봤던 것처럼 눈부시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 변화를 내 뜻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바로 귀일무극참이다.”

“……눈부시는 게 뭐가 중요한 거지?”

“자, 백웅. 이걸 봐라.”

스윽

아수라는 가볍게 좌에서 우로 검을 움직여서 허공에 원을 그렸다. 내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아수라가 말했다.

“이건 원이지?”

“……그렇네.”

“원이 시작한 곳에서 움직여서 최초의 지점으로 되돌아오게 된 거다. 그러므로 원은 시작과 끝이 같다고 할 수 있지. 그런데 말이다…….”

이번에는 아수라가 우에서 좌로 검을 움직여서 반대로 원을 그렸다. 그러고는 씨익 웃었다.

“어때? 멋지지?”

“……?”

“거꾸로 회전을 했어도 원은 원이라는 말이다.”

나는 아수라의 말에 멍해져서 더듬거렸다.

“무, 무슨 말이냐? 그게 뭐가 어때서?”

아수라가 자신 있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원]이라는 결과(果)가 정해져 있지만 그걸 그리는 과정(因)은 달라도 된다는 거야. 그리고, 시작할 때부터 거꾸로 가던 중이었다면 진행하는 단계에서는 역주행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원을 다 그린 시점에서는 똑같은 원이 되지 않느냐?”

“……?”

“으음, 아무래도 아직 암야참을 완전히 얻지 못해서 잘은 이해를 못 하는 것 같군…….”

아수라는 뭔가 난감해진 듯 인상을 찌푸리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경쾌하게 손가락을 딱 하고 마주쳤다.

“쉽게 말해서 극(極)에 이르면 역륜(易輪)은 정륜(正輪)이 된다는 거다! 이렇게 정리하는 게 낫겠구나.”

“역륜이 정륜이 된다고?”

“그래. 이 단계에 이르게 되어 귀일무극참이 된다면, 본디 신역절기와 비교하면 불완전했던 암야참이 비로소 진정으로 신역절기에 맞먹는…… 아니 뛰어넘을 수도 있는 위력을 갖게 되는 거지. 하하하.”

“…….”

모르겠다…….

아수라는 무척 뿌듯해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아수라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해서 멍한 상태였다.

‘젠장…… 아수라한테 미안하군…….’

나는 왜 이렇게 재능이 없는 걸까?

내가 스스로 민망해해서 입맛만 다실 때 아수라가 말했다.

“못 알아들었냐? 뭐 그럴 수도 있지.”

“미안하다.”

“미안할 게 뭐 있냐. 어차피 바로 깨달을 거라고 기대도 안 했어.”

아수라는 훗 하고 웃으며 자신의 검을 고쳐잡았다.

“사실 이 원리는 미래의 진소청이 절대지경의 힘만으로 신을 때려잡을 수 있는 것과도 어느 정도 통해 있을 거다.”

“……!! 진짜냐?”

“그래. 당장 한두 마디로 설명해주기는 힘든 얘기다만, 네가 귀일무극참을 언젠가 얻게 된다면 그때는 굳이 내가 설명 안 해도 그 이유를 깨닫게 되겠지.”

“으음.”

나는 아수라가 내게 귀일무극참을 가르쳐준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지금 당장은 못 얻어도 이 경험을 갖고 전생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얻을 수 있다 생각하는 거겠지.’

이렇게까지 내가 전생자라는 걸 이해하고 가르침을 준 스승이 따로 있었던가?

아수라가 지금 준 경험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고 있었기에 나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알았어. 그럼 조금 쉬었다가 다음 관문에 도전하자. 아무리 나라도 죽을 것 같은 부상을 이렇게 여러 번 입었으니 좀 힘들…….”

“아니. 쉴 틈 없어.”

“뭐?”

“귀일무극참은 가르쳐줬고 이제 다음 스승이 너한테 가르쳐줄 게 있거든.”

스스스

그와 동시에 또다시 망령 같은 희미한 영혼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윤곽이 무척 익숙했기에 흠칫하고 말았다.

“너…… 너는?”

그 망령은 힐끔 나를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굳이 창조의 권능을 써서 내 몸을 만들어줄 필요는 없다.]

파앗!

잠시 후 그 망령은 생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출현했다.

“이곳 또한 [꿈]의 일부라면 내가 허공록의 힘으로 알아서 몸을 만들 수 있으니까.”

“…….”

나는 믿기지 않아서 그를 불렀다.

“처…… 천우진?”

28회차의 천우진이 흰색 가운을 입은 채 전자담배를 물고 내 앞에 나타나 있었다.

천우진은 후 하고 전자담배의 연기를 불더니 염세적인 말투로 말했다.

“뭘 그리 놀라나? 당연히 나도 남아 있었지.”

나는 아수라와 천우진을 번갈아 보다가 자신감을 얻고는 말했다.

“……좋아!! 너희가 함께 있으면 마지막 무신궁의 강자가 누구든 간에 이길 수 있어!!”

최강의 힘을 휘두르던, 어찌보면 황제 그 자체나 다름없던 천마 사공린 마저 이 둘이 막아내어 시간을 끌었을 정도다.

마지막에 누가 출현하든 간에 이들과 함께 싸우면 절대 지지 않으리라!

그러나 천우진은 나를 한심한 듯한 눈으로 쳐다보더니 말했다.

“미친놈아. 싸우긴 뭘 싸워?”

“어?”

“나는 안 싸워. 무림인도 아니니까 무신궁에선 별 도움도 안 될 거다.”

“……?!”

뭐야?!

그럼 왜 나온 거야?

내가 당황하자 천우진이 전자담배를 자신의 가운 윗주머니에 꽂아 넣고는 말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지금 네놈의 상태로 볼 때 내가 도움이 될만한 게 있겠더군. 무(武)의 분야는 아니지만.”

“뭔데?”

“너, 복희한테 태양지계(太陽之界)의 출입권을 받았지?”

이어진 천우진의 말에 나는 상황이 뜻밖으로 전개되는 걸 알아차렸다.

“허공록의 힘으로 지금 그걸 바로 열어주마.”

“뭐?”

“동의나 해. 어차피 너도 흑웅한테 들어서 나 아니면 열 놈이 없다는 걸 알고 있을 테니.”

“알았다.”

우웅!!

천우진이 양손을 펼치며 허공에 이지러진 기운을 만들어내자, 곧장 거기에는 총천연색의 공간이 생겨났으며 공간 안쪽에는 거대한 태양이 떠 있는 또 다른 우주가 눈에 보였다.

“이게 태양지계?”

“그래. 복희가 태초에 존재했던 요람이자 신좌(神座)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갑자기 이걸 왜 연 거냐?”

갑자기 이어지는 상황이 영 이해가 안 되어서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천우진이 뭘 묻냐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전자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러고는 한 모금 뻐끔 피우며 연기를 만들어내고는 말했다.

“이길 확률이 적은 삼전(三戰)을 거르고 이 무신궁을 빠져나갈 방법을 제시한 거다. 당초의 목적이 이곳에서 탈출하는 거였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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