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검신 81권 07화
인드라는 뇌검으로 찌르기 자세를 잡은 후 외쳤다.
[천안(千眼)이여, 내가 부르는 것은 멸적(滅敵)! 신왕(神王)의 업(業)을 수권(授權) 하나니, 멸망의 맹위조차 잠시 빛을 잃을지어다.]
위이잉
인드라의 전신에서 일렁이는 빛이 마치 소용돌이치듯이 휘감겼다. 휘감기고 있는 무수한 광선은 마치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처럼 응축되었고, 이윽고 인드라의 두 눈이 번쩍이며 노갈성이 터져 나왔다.
[신왕의 칼날은 우주를 가른다!]
쩌엉
그 순간이었다. 마치 인드라의 전신이 폭발하는 듯 천지에 맑은 빛이 들끓어 올랐고 뇌전의 흐름은 거대한 물결이 되어 암천으로 물들어있던 우주를 완전히 백색으로 바꾸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백색의 세계에서 반투명하게 변한 인드라의 검이 그대로 날아가서 책장의 한가운데를 강타했다.
쿠와아앗 - !!
그러자 책장에서 소환되고 있던 검은 산양의 형상은 그대로 씻은 듯이 사라졌고 책장 또한 갈기갈기 찢어져서 나부꼈다.
‘해치운 건가?!’
아니 그보다 인드라 저놈이 갑자기 본체로 나타나서 날 도와준다고?!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내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인드라가 내 앞에 서서 여전히 등을 보인 채 나직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묻겠다, 전생자!]
“……!?”
[치우의 힘을 얻는 대신 단 한 번의 생에 모든 전투를 끝내야만 한다면 너는 그 선택을 받아들이겠느냐!]
무, 무슨 소리지?
치우의 힘이라고?
‘이 새끼는 대체 무슨 소리를…….’
내가 당황하고 있을 때 인드라가 다시금 버럭 소리를 지르며 나를 재촉했다.
[빨리 대답해라! 지금 막은 건 검은 산양의 화신에 불과하다. 내가 치우와의 약속을 명분으로 강림했으니 이제 곧 외신에게도 인과율이 주어질 거란 말이다. 시간이 많이 없다.]
“……!!”
그렇다면 방금 전 본체를 막은 게 아니라 화신을 막은 건가……!!
나는 시간이 많이 없다는 인드라의 말에 현실을 빠르게 인식하며 대꾸했다.
“인드라 이 개새끼야!”
[……?!]
나는 으르렁거리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전에 외차원에서 망량을 죽게 한 걸 사과해라!!”
그러자 도리어 인드라가 깜짝 놀라서 나를 뒤돌아보았다. 인드라는 번개로 가득 찬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이목구비가 사람과 달리 희미한 모양이라 표정을 잘 읽을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놈이 당황했다는 건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뭐라고? 이 미친놈이…… 외신이 오면 다 끝장이라는 걸 모르는 거냐! 지금 사과나 받을 때가…….]
나는 인드라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발악하듯이 놈에게 삿대질을 했다.
“이 개새끼야!! 난 너 때문에 저번에는 황제를 상대할 때 심장에 바즈라가 꽂혔고, 그것도 모자라서 망량을 두 번이나 내 손으로 죽였어!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탁록시대로 와서 또 나를 죽였어! 네놈 때문에 수련세계에 와서 별 거지 같은 짓을 다 했다고!! 절대 용서 못 한다!”
[아니 이런 제기랄……!! 다 끝장날 판인데도 나한테 사과받는 게 그렇게 중요하단 말이냐!]
“그래 이 씨발 놈아!! 이럴 때가 아니면 네가 사과 안 할 거 같거든!”
[……!! 개차반 같은 놈이…… 허세나 부리고 앉아 있느냐!]
“허세 같냐? 어디 한번 해보자고!!”
나는 갑자기 머릿속에서 뭔가 끊어지는 것 같은 기분에 발끈해서 욕을 내뱉었다.
“뭐 그리 잘난 사정이 있는지 몰라도 나는 너 같은 새끼한테 도움받는다고 고맙지도 않고 기분이 개 같아! 이 니미럴 새끼야! 백날 궁시렁거리면서 뒤통수나 치는 너 같은 놈한테 도움받아서 살아나갈 바에야 이 자리에서 뒤지고 만다!!”
[…… 크으윽…… 미친놈…….]
“미친놈? 말 잘했다. 어디 미친놈이랑 같이 죽어보자! 전뇌자보다 더 못된 새끼야!!”
쿠르르륵
그때 허공에서 찢어지던 책장이 기묘한 어둠과 함께 다시 뭉치면서 원상복구되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책장이 복구될 때마다 저편에서 강렬한 어둠의 물결이 일렁이는 게 보였다. 인드라는 그 기색을 확인하자 약간 마음이 급해졌는지 씹어뱉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솔직히 말하지. 네놈이 사대신기의 주인이라 할 자격이 있나? 네 역량은 치우는커녕 달마 따위에게도 전혀 미치지 못한다. 전생자에게 발전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이 워낙 미천해서 횟수가 쌓이면 쌓일수록 도리어 다른 전생자들보다 약할 가능성이 높다.]
“뭐 어쩌라고?”
인드라는 뇌검을 내게 겨누며 오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같으면 너보다 못난 쓰레기 새끼한테 복종하겠나? 심지어 나는 사대신기에 봉인되기 전까지는 천하에서 삼황오제조차 두렵지 않았으며 외신을 제외한 존재 중에서 최강을 다투었다! 네놈이 나를 다루려면 그만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후…… 그렇단 말이지.”
나는 인드라의 말이 매운 것은 딱히 상관하지 않았다. 원래부터 저런 놈인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태연하게 놈의 말에 대꾸했다.
“그럼 네가 나를 가르쳐 봐라.”
[…… 뭐?]
“방금 뭔가 무공 같은 것도 쓰던데 네놈 혼자만 대단한 걸 알고 있지 말고 나한테 알고 있는 걸 다 가르쳐보란 말이다. 그렇게 다 가르쳐보고 나서도 답이 없으면 그때는 내가 순순히 뇌신기 바즈라를 포기하고 네놈을 해방시켜 주마!”
[…….]
인드라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진심이냐? 네놈 재능이 쓰레기라는 걸 다 아는데 해볼 셈이냐?]
“그래. 어차피 이런 식으로 서로 화만 내봐야 아무것도 안 되지 않느냐? 그럴 바에야 잘난 체만 하지 말고 네가 갖고 있는 능력을 다 가르쳐보라고. 어쩌면 내가 의외로 재능이 있어서 다 배울지도 모르지.”
어차피 이대로라면 인드라한테 매번 전생할 때마다 발목만 잡힐 뿐이다. 아무리 뇌신기가 강력해서 아깝다고 하더라도 중대한 시점마다 배신당하면 엄청난 손해였다. 차라리 그럴 바에야 뇌신기를 포기하고 저놈이 갖고 있는 기술만 배워서 앞으로 살아가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
“그리고 씨발, 그런 얘기를 하기 전에 네놈은 나한테 사과부터 해. 사과를 하지 않으면 그냥 이 자리에서 다 죽는 거야!!”
내가 삿대질을 하자 뇌신은 진심으로 황당해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별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그리고 사과해 주마.]
“사과해 주마? 이런 싸가지없는 새끼가…….”
[흥. 쓰레기 같은 놈.]
나는 뇌신과 서로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지만 나는 이 정도가 한계라고 생각했다. 저 싸가지없는 새끼가 일단 겉으로라도 사과를 했다는 게 중요한 것이다. 나는 고개를 까닥이며 뇌신에게 말했다.
“알았으니까 저거 좀 해결해 봐. 방금 했던 것처럼 계속 화신을 몰아내는 거냐?”
[그렇게는 안 된다. 외신은 우주를 확장시키며 지금 이곳을 먹어치우고 있다.]
“……?”
[잘 봐라.]
뇌신은 스윽 하고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렸고 그 손짓에 따라 허공에서 뇌검이 움직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어검술?”
투웅 - 콰앙!!
뇌검은 그대로 날아가서 복구되던 책장 한가운데 박혔고 다시금 책장을 쫙 찢어 버렸다. 그리고 찢겨나가는 책장 사이에서 거대한 별빛의 잔영이 장구하게 흐르는 게 보였다.
슈슈슉…….
찢어진 책장은 이번에는 다시 하나로 뭉치지 않고 조각 하나하나가 점차 커지면서 책장의 형태로 성장하기 시작한 듯했다. 뇌검을 다시 손으로 회수한 뇌신이 말했다.
[저 책장 하나하나가 우주(宇宙)다. 저 찢어진 조각 안에는 수백만 개의 별과 은하가 담겨 있지. 그걸 다 찢어서 소멸시키는 건 황제나 흉신이라 할지라도 무리다. 섭리의 경계를 찢어 버리는 뇌검으로도 한계는 있다.]
“우…… 우주라고? 무슨 황당한 소리를…….”
[외신 앞에서 상식이나 관념은 통용되지 않는다. 치우 정도라면 몰라도 외신의 강림을 원천봉쇄하는 건 지금 내 힘으로는 무리다.]
문자 그대로 우주창조를 하면서 현신(現身)을 하고 있단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나는 경악했지만 이내 이게 바로 외신의 힘이라는 걸 깨닫고 말았다. 이런 존재와 자웅을 가린다는 건 애초에 있을 수가 없는 일이리라.
뇌신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네가 사대신기 모두를 완전히 쓸 수 있다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으로써는 도망치는 수밖에.]
“도망칠 방법이 있단 말이냐?”
[일단 기다리면 될 거다. 바깥세상에서 결판이 날 때까지.]
결판?
나는 그 말에 잠시 정신을 집중해서 이 내면세계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눈앞에 둥근 거울 형태의 염상이 떠오르자 놀라고 말았다.
“아니?!”
두웅
바깥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놀라웠다.
[크헉…… 으윽…….]
신음 소리를 내는 달마!
세상이 온통 폐허가 되어 있었으며 황무지 위로 황량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그리고 [나]의 육체는 치우의 뿔이 크게 돋아난 상태로 아무 표정 없이 달마의 목을 붙잡고 있었으며 달마의 전신은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버린 상태였다.
잠깐 신경 안 쓰고 있던 사이에 설마 [나]의 육체가 목을 잡혀 있던 상황에서 역전해서 도리어 달마의 목을 붙잡고 있을 줄이야!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누가 보아도 달마를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는 상태였으므로 나는 지금 상황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자 옆에서 같이 거울의 염상을 보고 있던 뇌신 인드라가 말했다.
[당연한 일이다. 고작 1할의 힘에 불과하지만 저건 진짜 치우의 힘. 고작해야 외신의 힘에 의지하는 외법술사 따위가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지. 무신(武神)쯤은 되어야 저걸 이길 수 있겠지.]
“1할이라고?!”
인드라는 뭔가 으스대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잘 보아라. 저게 바로…… 이 몸과 함께 우주최강을 다투었던 자의 힘이다.]
그 순간 목을 붙잡혀 있던 달마의 눈이 시꺼멓게 물들면서 크게 주문을 외쳤다.
[마법의 신 헤르메스여, 이 나에게 세계수의 과실을 부여하라! 천체를 관조하는 권능의 결실을 불합리하게 얻어내는 마도의 극예를 이 자리에서 펼치리라!!]
쿠구구구!!
다음 순간 달마의 전신에서 마치 실 같은 회로가 잔뜩 일어나더니 그의 힘이 한 차례 더 상승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주문이 뭔지 몰랐으나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전뇌자가 알려줬던 헤르메스 계열의 마도지식 덕에 알 수가 있었다.
‘자기자신의 몸에 있는 세쓰(SETH) 모두를 발화시켜서 한순간에 엄청난 힘을 얻는 금술(禁術)인가! 저렇게 하면 일시적으로 세계수의 힘 그 자체를 쓸 수 있겠지…….’
아직 내가 가진 세쓰의 수준은 달마가 가진 수준에 발끝에도 못 미친다. 달마는 세피로트에서도 상당히 높은 위계에 오른 듯 세쓰가 증폭되어서 타들어 가며 아까까지보다 더욱 거대한 어둠의 마력을 내뿜기 시작했다. 저런 ‘힘을 가진 자를 쓰러뜨리는 게 어불성설로 보일 정도였다.
쿠구구구구……!!
그러나 달마는 엄청나게 힘을 증폭시키고 있음에도 여전히 나의 몸이 그의 목을 잡고 있는 걸 전혀 떨쳐내지 못했다. 달마는 양손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내 팔뚝을 밀어내려 하고 있었으나 내 팔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크윽…… 이이익……!!]
꾸욱
달마가 버둥거리고 있을 때 나의 몸은 더욱 힘을 주어서 달마의 목젖을 옥죄기 시작했다.
[이…… 있을 수 없다…… 세계수 하나 분량의 마력을 통째로 연소했는데……!! 손가락조차 움직일 수가 없다고……?!]
달마는 점차 버틸 수 없는 듯했고 이윽고 절망하여 외쳤다.
[치우가 이렇게 강했다는 말이냐! 치우가 있던 굴레가 닫혀서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이렇게 강한 존재가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
꽈드득
[크악!]
단말마를 내던 달마는 잠시 후 비명소리를 내지르더니 혼절해서 축 늘어지고 말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 황당해서 말했다.
“달마는 마도의 육신인데 기절을 시킬 수도 있나?”
[치우의 힘에 눌려서 영혼이 압도당한 것이다. 마도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영격에서 눌리면 다른 계통보다 더욱 취약하지.]
“……지금 내 몸은 치우가 조종하고 있는 건가?”
[그저 전투본능일 뿐이다. ‘저것’은 의지가 없다.]
“전투본능만으로 움직인다고? 그럴 수도 있냐.”
[치우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종종 있었던 일이지.]
대수롭게 않게 대답한 뇌신 인드라가 말을 이었다.
[바깥의 전투에서 승리했으니 이제 네 몸으로 되돌아가라. 그리고 이 세계를 빠져나가면 외신에게서 무사할 수 있을 것이다.]
후웅!
인드라의 날개 한 쌍이 청홍의 빛을 내뿜으며 한 차례 날갯짓을 했다. 그러자 날갯짓과 함께 기묘한 기운이 내 앞에 딱 한 사람이 통과할 만한 이차원의 통로를 만들어내었다.
“…….”
나는 이차원의 통로로 들어가기 전 인드라를 쳐다보며 말했다.
“인드라. 넌 치우와 어떤 관계냐? 그리고 치우와 어떤 약속을 했단 거냐.”
저놈은 나를 죽이고 싶을 만큼 싫어한다. 그래서 결코 호의로 도와준 게 아니란 건 알 수 있었고, 또한 놈이 움직인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아까 말했듯이 치우와의 약속 때문일 게 분명했다.
내가 인드라에게 질문하자 놈이 대답했다.
[악우(惡友)다. 놈과 결판을 내기 전에 놈이 먼저 소멸당했을 뿐…… 자세한 얘기를 할 만큼 시간이 넉넉하지 않으니 빨리 나가라.]
“나중에는 꼭 말해줘야 한다. 약속해.”
[약속할 테니까 얼른 꺼져라.]
좋아, 약속도 받았겠다 꺼져주지!
나는 재빨리 튈 셈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통로를 통해 바깥으로 나갔다.
후웅
“……?”
어? 뭐지?
통로를 나왔는데도 또 인드라가 보였다. 방금 있던 장소에서 일 장밖에 떨어지지 않은 장소인 것 같았다. 내가 황당해서 인드라에게 외쳤다.
“야! 사람 놀리냐?!”
[크윽.]
인드라는 왠지 낯빛이 좋지 않았다. 놈은 적지 않게 당황한 듯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설마…… 소환하는 책장을 찢었던 그때부터 이미 우주 전체를 먹어치워서 굴레를 없앴단 말인가? 외신이 그렇게까지 권능을 써서 전생자를 잡으려고 할 줄은…….]
“무슨 소리야?”
[조심해라.]
이어진 인드라의 말에 나는 정신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이미 외신 [검은 산양]은 소환되었다. 이 공간에 들어와 있다.]
“……!!”
씨발! 그럼 어떡해야 해?
인드라의 힘으로도 탈출을 할 수 없으면 이제 답이 없는 거 아냐?!
내가 경악하고 있을 때 허공에서 희미한 노랫소리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치 우 는 이 야 기 의 종 결 자 가 되 고 싶 어 했 다
나와 인드라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우주공간에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상대의 목소리는 들려오는데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기척도 없다.
아니…… 아마도 이 우주 전체가 외신의 몸 속일 것이다.
승산따윈 하나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만 왕 의 왕 이 기 다 리 던 존 재 가 그 대 라 면 자 격 을 보 여 라
씨발!!
나는 필사적으로 인드라를 쳐다보았지만, 인드라 놈도 답이 없다는 듯 그저 뇌검을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의 힘으로는 절대 외신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인정해 버린 듯했다. 혹자는 인드라를 무능하다 비웃겠지만 나는 아무래도 그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공간에서 숨을 쉬면서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외신이라는 존재는 아예 격이 다른 존재라는 것을. 내가 어떤 수를 쓰든 간에 순식간에 분해 당해서 죽을 뿐이라는 사실을.
그렇기에 나는 지금 외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아낼 수밖에 없었다.
‘자격……!!’
어떤 자격을 보이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외신 [검은 산양]은 내게서 자격을 본다면 놔줄 것 같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던 중 문득 한 가지 생각에 미칠 수 있었다.
스으
나는 손을 앞으로 뻗은 채 정신을 크게 집중했다. 그리고 인드라가 뭐하는 짓이냐는 듯 쳐다보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되, 될까…….
아니…….
이건 그냥 근성으로 되겠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닌 거 같은데…….
정말 될까…….
“으…… 으으…….”
[뭐 하느냐?]
나는 난생 처음 생사를 걸었는데도 아무런 자신감이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또다시 전대미문의 행위를 시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공간에 강림해 있던 외신 [검은 산양]은 내 마음이라도 읽었는지 약간 웃는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
해 보 거 라
“…….”
나는 잠시 후 모든 내 생사의 집중력을 건 일 수(一手)를 앞으로 내뻗었다.
이 공간 자체가 외신의 몸 속이나 다름없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하다.
있을까?
있으리라고 믿는 수밖에 없다.
“만상지투!!”
외신에게도 가면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