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검신 81권 05화
치지직
달마는 바즈라를 소환해서 자신의 손에 잡으며 말했다.
[전생자여. 그대의 이름은?]
“백웅.”
[얌전히 되돌아가라고 하고 싶으나…… 그대는 이미 나와 겨뤄 본 모양이군.]
“…….
[내 전술을 이미 분석했을 테니 긴말 하지 않겠다. 내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도전하고 그렇지 않다면 되돌아가라.]
나는 달마의 말에서 지금 상황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전뇌자가 이 안에서 [큰 굴레]를 돌린 효과 덕에 달마는 방금 전 나와 싸웠을 때의 기억이 없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굴레가 돌아갔다는 사실 자체는 알아챈 모양이다.’
그리고 달마는 굴레가 되돌아갔다는 사실에서 이미 자신이 몇 번이나 나와 싸웠으리라고 짐작하면서도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사실 내가 달마를 못 이겼기 때문에 굴레를 되돌렸다는 사실은 달마 입장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마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어찌 되었든 지금 [굴레]를 되돌렸으니 나는 달마의 전술을 알고 달마는 내가 어떤 힘을 가졌는지 모른다. 겉으로는 당당한 척 얘기했지만, 대뜸 사대신기 최강의 위력을 지닌 바즈라를 소환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겠지. 내가 어떤 전술을 쓰든 간에 대응하기 위해서…….’
어쩌면 이 이점은 잘만 이용하면 엄청나게 유리하게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약간 머리를 굴리다가 일단 입을 열었다.
“달마. 사대신기 없이 싸우기로 하지 않겠나?”
[음……?]
“너도나도 사대신기를 쓸 수 있다. 하지만 신기를 사용하면 결국 누가 먼저 신기의 상성을 살리느냐로 결판이 나 버리지. 그건 재미없지 않냐?”
내 제안에 달마는 의외라는 듯 대꾸했다.
[그대의 역량은 내게 비해 한참 미치지 못한다. 사대신기를 쓰지 않으면 절대 역량차를 뒤집을 수 없을 텐데도 말인가?]
“응. 난 자신 있어.”
[…… 흐음, 좋다. 사대신기 없이 싸우도록 하지.]
“약속할 수 있나?”
[약속하겠다. 나는 사대신기 없이 싸우겠다.]
“좋아…….”
나는 검을 굳게 움켜잡고는 전투자세를 취했다. 달마도 가부좌를 틀고 공중으로 부양했고, 나는 전투의 분위기가 고조되자 재빨리 외쳤다.
“바유!”
[……?!]
후오오
사대신기 바유가 소환되자마자 달마는 흠칫했다.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난 아직 사대신기 안 쓴다고 약속 안 했어!”
[이놈이……!!]
달마는 당황하면서도 재빨리 자신의 한 손에 석장을 들었다. 역시 저 석장은 오망성의 의식이 시작되기 전에는 달마의 전용무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달마가 저 석장을 직접 든 이상 오망성을 이용한 만마합신이 시작되지 않으니 일단 나는 상대의 첫수를 봉인하는 데 성공한 셈이었다.
달마가 석장을 앞으로 내지르며 무언가 강대한 주술로 공격을 하려는 순간,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뇌신지혼을 써서 달마에게 도리어 돌격을 했다.
만상지투(萬象之偸)!
피잉
번개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 나는 그대로 만상지투를 써서 달마의 소중한 것을 훔쳐냈다. 그리고 만상지투가 성공한 순간 폭발음이 뒤에서 들려왔다.
콰과광
[큭!]
주문을 외우다가 마도구가 사라지니까 마력이 그대로 자기자신에게 되돌아간 모양이었다. 나는 팔이 피범벅이 된 달마를 보며 씨익 웃고는 내 한손에 들려 있는 석장을 쳐다보았다.
“내가 쓰고 싶지만 보나마나 달마 전용일 테니…… 바즈라!”
파직!!
나는 대신에 손에 바즈라를 소환해서 손에 쥔 후 외쳤다.
“석장을 파괴하고 그 마력을 네가 먹어라!!”
[뭣이.]
까앙……!!
다음 순간 나는 바즈라로 석장의 구슬 부분을 강하게 때렸고 구슬은 크게 반탄력있는 소리를 내었다. 그래도 [옛 지배자]의 육신을 벼려서 만든 전설적인 마도구라서인지 바즈라의 공격에도 저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석장을 치자 그대로 구슬이 깨지고 말았다.
퍼걱!
슈슈슉…….
바즈라에 시꺼먼 연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공양은 성공했군.’
이제 성질 더러운 인드라 놈이 이 공양을 받고 적어도 이 전투동안은 배신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리고 내가 바즈라로 석장을 깨는 걸 멍하니 지켜보고 있던 달마가 문득 껄껄 웃었다.
[하하하하하…… 무척 맹랑하군. 검을 쓰는 우직한 무투계 전생자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계책을 쓰는 자로구나.]
뭐지? 저 여유는?
나는 달마의 여유가 불쾌하게 느껴져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웃을 여유가 있나? 어쨌든 너는 스스로 안쓰기로 약속했지만 나는 아니라고. 너 스스로 언령으로 제약을 걸었으니 너는 사대신기를 쓰지 못할 것이다!”
[그렇군. 약속을 깰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사대신기를 안 써도 상관은 없다.]
“뭐라고?”
[사대신기를 먼저 봉인하고 석장을 먼저 탈취해 버린 걸 보면 그대는 이미 내게 사대신기와 만마합신의 술법에 호되게 당했다는 뜻. 그렇지 않은가?]
“…….
[허나…… 겨우 그 정도로 전생자의 전투에서 승패를 논할 수는 없노라. 과거의 내가 했던 실수를 그대도 똑같이 하고 있구나.]
처억!
그렇게 말한 달마가 갑자기 무예의 전투자세를 취했다. 공중부양도 멈추고 그냥 땅에 다리를 딛고 서서 정확한 권술의 자세를 잡고 있는 것이다. 내가 그 모습에 눈썹을 꿈틀거리자 달마가 도발하듯이 말했다.
[무예에 자신이 있는 것 같은데 어디 덤벼보아라.]
“진심이냐?”
[마도를 추구하여 무공은 별로 잘하지 못하지만, 그대 정도는 이길 수 있다.]
“……!!”
이 새끼가!!
아무리 수천 번 전생했다지만 [옛 지배자]와 융합할 정도로 마도에 물들어서 제대로 무공을 수행한 것도 아닐 텐데 그동안 수많은 절대고수들에게 배우고 또한 생사를 넘나드는 격전을 거듭했던 내게 도발을 한다고?!
설마 정말로 나보다 무공 또한 고수라고 자부하는 것인가?
으득
나는 자존심을 자극당했기에 도저히 달마의 도발을 피할 수가 없었다. 나는 눈에서 불꽃을 켜며 검을 들고 저벅저벅 앞으로 걸어나갔다.
“오냐. 어디 한번 받아봐라…….”
우우우우 -
나는 선검을 소환하여 역륜을 돌리기 시작했다. 암야참으로 한 방에 승부를 결정지어 버릴 생각이었다. 어차피 오망성의 의식을 진행하는 중도 아니었기에 위험부담 없이 내지를 수 있다는 점이 컸다.
‘죽어!’
그러나 내가 막 암야참을 펼쳐서 달마의 목을 베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덜컹!
“……?!”
갑자기 세계 전체가 시꺼먼 어둠으로 물들었다. 나는 달마의 모습조차 단번에 사라지고 모든 것이 칠흑같은 어둠에 감싸이자 당황했고, 이어서 달마의 목소리가 장내에 메아리쳤다.
[덤벼보라고 했지 무공으로 상대해준다고 약속한 적은 없다.]
“뭐?! 씨발!!”
[똑같이 되돌려준 것뿐인데 왜 그리 화를 내는가? 하하하하…….]
쉬쉬쉬쉭
달마의 웃음소리와 함께 나는 어둠 속에서 셀 수 없는 어둠의 손바닥이 쉴새없이 날아오는 걸 알아챘다.
[이젠 네가 당할 차례다.]
타타탕!
나는 급히 의념천주를 발동해서 검술로 그 모든 손바닥을 쳐 내었지만, 너무 개수가 많다는 걸 알고는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이건 환각이 아니야. 이것 또한 달마의 마법이구나!’
내가 어리석었다. 달마의 도발에 걸려들 게 아니라 우위를 차지한 틈에 사대신기를 이용해서 다음 수를 썼어야 하는 것이었는데!
하지만 후회해봤자 이미 늦어 있었고 나는 우위를 잃어버리고 수세에 몰렸음을 인정해야 했다. 나는 도저히 못 버틸 것 같았기에 재빨리 멸혼보를 써서 뒤로 빠졌고, 멸혼보를 써서 엄청난 거리를 이동하자 잠시동안은 어둠의 손바닥이 날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잠시 후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손바닥이 날아오자 나는 골치가 아파왔다.
어둠이 존재하는 한 이 손바닥은 무한히 날아올 게 뻔하다.
‘사대신기의 우위…… 음…… 그렇다면!’
나는 번뜩하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잠시 공세를 떨쳐낸 틈을 타서 다시 바즈라를 소환해서 손에 쥐었고, 바즈라에 대고 나직이 말했다.
“이 개 같은 새끼야. 석장의 마력도 처먹여 줬으면 무조건 달마한테는 한 방 먹여라.”
바즈라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으랴압!!”
나는 그렇게 욕설인지 염원인지 모를 말을 중얼거리고는 있는 힘껏 허공의 아무 곳으로나 바즈라를 투척했다. 보나 마나 이 어둠 자체가 달마의 신급 마법이라서 정상적으로는 못 뚫을 게 뻔했기에 사대신기의 힘을 이용해서 쉽게 타개하려는 것이었다. 걱정되는 건 바즈라가 배신해서 도리어 나를 죽이려 드는 거였지만 아까 석장의 마력을 공양해주었으니 놈이 염치를 아는 놈이기를 바랄 뿐이었다.
투웅!
쩌엉!
한번 공간을 튕기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이윽고 바즈라가 머나먼 허공의 한 점에 꽂힌 게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칠흑같은 어둠이 단숨에 사라졌고, 바즈라가 꽂힌 자리에는 달마가 신음성을 흘리고 있었다.
[오오오…….]
파지직! 파직!
달마의 어깻죽지에는 바즈라가 꽂혀 있었다. 나는 그걸 보자마자 뛸 듯이 기뻐서 외쳤다.
“크하하하!! 해냈구나!”
[크으으…… 으윽.]
달마는 이번에는 정말 낭패를 보았는지 신음만 흘리며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나는 바로 지금이 최대의 기회라고 생각하며 서둘러 놈에게 접근하면서 암야참으로 달마를 공격했다.
써걱!!
[크학.]
“……?!”
뭐, 뭐지? 단숨에 목을 베려고 했는데 어째서 칼이 달마의 목에 절반쯤 들어가서 막힌 거냐?!
촤아아악
달마의 목에서 청혈이 뿜어져 나오며 엄청나게 진한 마력이 허공에 퍼져 나왔다. 그 마력 때문에 나조차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였고 달마는 목에 칼이 박혀 있는 채로 힘겹게 내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설마 나를 여기까지 몰아붙일 줄이야…….]
콰앙
나는 달마가 뻗어낸 일장을 맞고는 뒤로 튕겨 나갔다. 당연히 직전에 신력의 보호막과 호신강기를 모조리 써서 막았는데 한 방에 모조리 파괴된 것 같았다. 그 말은 달마의 일장에는 마왕이라 해도 한 방에 쳐죽일 수 있는 거력이 담겨 있었다는 소리였고, 그의 무공도 결코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부상은 없다. 다시 한번 베어주마.’
내가 빠르게 공중에서 회전하며 달마에게 신검합일의 기세로 돌진하자 달마는 갑자기 자신의 어깻죽지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성좌여…… 희생하라!!]
번쩍 -
갑자기 무지갯빛 같은 게 달마의 손끝에서 일어나더니 놀랍게도 꽂혀 있던 바즈라가 그대로 뽑혀 나오는 게 아닌가? 그리고 뽑힌 바즈라가 도로 내 손으로 날아왔기에 나는 나도 모르게 공세를 멈추고 바즈라를 회수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크게 당황해서 말했다.
“어떻게?”
[크흐으…… 으…… 이렇게까지 당해본 것도 오랜만이군…….]
달마는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황도궁(黃道宮)의 성신(星神)이여, 내게 힘을 주소서.]
파아아앗 - !!
그 순간 달마의 몸에서 마치 태양과 같은 열화의 빛이 번쩍거리며 튀기는 게 보였다. 마치 태양 그 자체가 된 것 같아서 쳐다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는 전시안을 발동시켜서 달마의 몸을 살펴보았고, 이윽고 그의 몸속에 있던 13개의 마핵(魔核)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서로 위치를 바꾸며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중에서 8개의 마핵은 불빛이 꺼진 듯 시꺼멓게 죽어 있었고 5개의 마핵은 여전히 마력의 빛을 빛내는 중이었다.
나는 급히 천공을 쳐다보았고, 하늘이 떨리면서 별자리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바뀌는 걸 알 수 있었다.
“……!!”
역시 그런 거였나!
‘13의 이치라는 건…… 황도십이궁(黃道十二宮)!’
13이라는 숫자에서 어느 정도 눈치를 챘지만 달마는 13마리보다 더 많은 [옛 지배자]를 흡수할 수 있었지만, 일부러 숫자를 13으로 고정시킨 것이었다. 나는 인상을 찡그린 채 달마에게 말했다.
“……황도십이궁의 성좌를 네 몸의 마핵과 연동시킨 거냐!!”
13개의 숫자로 고정한 바로 그 이유.
천체의 성좌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강력하다는 황도십이궁의 성좌 하나하나와 자신의 몸에 있는 [옛 지배자]의 마핵을 연동시킨 후 마핵의 힘을 극대화시키고 여차할 경우 성좌의 마력을 끌어쓰는 형태인 것이다!
[눈치챘나 보군…….]
달마는 완전히 몸이 회복된 듯 몸을 꺼덕거리며 천천히 일어섰고, 그의 안광이 빛났다.
[바즈라를 뽑는 대신 성좌를 여덟 개나 소모해야 했다…… 하지만…… 천체의 성좌가 여일(如一)한 우주의 법칙에 순응하는 한…… 결코 나는 죽지 않는다!!]
“……?!”
달마가 합장을 했다.
[만마합신!!]
크오오오……!!
그 순간 나는 우주의 법칙 전체가 크게 요동치면서 달마를 중심으로 세계가 뒤흔들리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요동이 얼마나 심한지 이 별 따위는 순식간에 궤도 밖으로 튕겨 나갈 것처럼 느껴졌다.
‘만마합신이라는 건 설마…….’
나는 혹시 하는 마음에 전시안으로 달마를 보았는데 역시나 몸 안의 마핵이 원(圓)형으로 회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회전을 하는 동안에 점차 불이 꺼졌던 마핵에 빛이 되돌아오는 게 보인다!!
‘뭐?! 회전을 한 번 할 때마다 [옛 지배자]의 마력을 갖고 있는 마핵 1개를 되살릴 수 있다는 건가?!’
뭐 저런 능력이 다 있어?!
어이없을 정도의 사기능력이었지만, 저 정도니까 전생자라고 하는 것이리라. 윤회(輪回)의 이치를 무공에 대입하면 사신지혼의 윤회가 되는 것이고 마도(魔道)에서도 윤회를 응용하게 되면 만마합신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빌어먹을!! 회복하게 내버려 둘 줄 아냐!! 억 씨발.”
나는 다시 한번 바즈라를 투척하려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바즈라는 내 손에서 요지부동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바즈라가 반항하자 이게 어찌 된 일인이 알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이 새끼가!! 공양 한 번 받아먹었으니까 일 한 번 해줬다 이거냐!!’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바즈라의 공격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나는 그대로 암야참을 이용해서 달마를 베어 버렸다.
슈칵!!
아까는 목이 잘 안 베어졌기에 제대로 몸뚱이를 사선으로 갈랐다! 그리고 암야참에 크게 타격을 받은 듯 달마가 크게 휘청거렸지만, 그는 도리어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목을 베지 못한 이유가 궁금하겠지. 마력을 싫어하는 사대신기가 나를 주인으로 따르는 이유가 뭔지 궁금할 것이다.]
“……!!”
[이유는 바로 이거다.]
쿠구구구…….
그 순간 달마의 머리 뒤편에서 어둠의 후광이 일어났다. 그리고 13개의 마핵에서 시꺼먼 마력이 줄기차게 새어 나오더니 갑자기 차원이 다른 거대한 힘이 달마에게서 퍼져나오는 게 보였다. 마치 마력이 극상승에 이르렀을 때의 힘과 유사했기에 내가 순간 할 말을 잊고 있자 달마가 말했다.
[황도십이궁에는 마지막 13번째 별…… 숨겨진 어둠의 태양이 있으니…… 그 암양(暗陽)의 궤적은…… 굴레 바깥의 외신(外神)에 미치는 것이다.]
“뭐, 뭐라고…….”
[나는 오랜 만마합신의 수련 끝에 궤적의 끝에 도달하여 십이궁의 진짜 주인과 피를 나누었으니…… 사실 진공가향 당시에 니알라토텝에게 저항하려 했던 근거도 바로 이것이었다.]
“…….
[사대신기가 있고 없고 간에 그대와의 격차는 이미 명백하였으니…….]
덥썩!
달마가 시꺼먼 어둠으로 물든 안광으로 내 목을 손에 잡으며 나를 노려보았다.
[후배여. 설마 수천 번을 전생한 내가 외신과 계약을 못할 거라고 생각했나?]
쿠콰콰쾅
다음 순간 암양에 덧씌워진 외신의 권능이 내 전신을 폭발시키는 게 느껴졌다.
나는 그 폭발에 휘말려서 소멸되며 생각했다.
‘마도의 초월자…….’
어째서 나는 달마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첫 전투에서 달마가 오망성을 그리며 일부러 시간을 끌면서 나와 놀아준 것이라는 걸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애초에 내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리라.
그리고 모든 걸 포기하려는 순간.
[…… 아니?]
치우(蚩尤)의 뿔이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