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516화 (1,415/1,615)

전생검신 81권 04화

달마와 바즈라를 부딪힌 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뇌신 인드라 이 새끼……!!’

바즈라의 소환에 응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하네?!

내가 놀라움을 느낀 이유는 사실 내가 수련세계에 들어온 이유 자체가 바즈라에게 세성의 가호를 공양하려다가 받지 않으려는 인드라와 말싸움을 하며 다투다가 놈에게 죽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나를 죽일 정도로 미워하는 인드라 놈의 입장에서 내가 바즈라를 소환하겠다고 해도 원래는 거부해야 정상이라고 생각했었다. 다만 방금 전에는 달마가 사대신기 최강의 공격력을 가진 바즈라를 이용해 공격해올 게 뻔한 상황이었으므로 선택의 여지가 없이 불러보았던 건데 바즈라가 정상적으로 소환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신기 바즈라의 소환에 응하지 않고 그냥 내가 달마의 바즈라에 죽게끔 내버려둬야 인드라 입장에서는 내게 엿을 먹이는 것인데도 소환에 응해줬다는 것! 나는 인드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우웅

그러나 인드라는 별도의 존재감을 보이지 않았고 그저 바즈라만 번개를 튀기며 휘광을 발휘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인드라가 지금은 대꾸를 할 생각이 없다는 걸 알아채고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래, 저 개새끼가 무슨 생각이든 뭔 상관이냐. 지금은 힘을 빌려준다는 게 중요하다.’

키리리링

두 개의 바즈라가 점차 강하게 충돌하면서 번개의 빛도 점차 색깔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번개 특유의 백색이 요란하다가 갈수록 연한 노랑으로 변했고 점점 주황으로 되어가고 있었는데 이대로 가면 피처럼 붉은색이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걸 지켜보던 달마가 말했다.

[ 굉장한 뇌전의 잠재력을 갖고 있구나…….]

콰앙!!

다음 순간 거대한 폭음과 함께 팔목이 욱신거릴 정도의 반탄력과 함께 나와 달마는 동시에 뒤로 튕겨났다. 그리고 튕겨난 순간 나도 달마도 거의 같은 걸 느꼈으리라.

바즈라의 위력은 완벽하게 백중세!

혹시나 했지만 역시 둘 다 사대신기의 위력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달마는 바즈라를 움켜쥐어서 자신의 가슴 앞쪽으로 갖다대더니 말했다.

[ 벌써 사대신기를 그만큼 쓸 수 있다니 놀랍다. 허나 그대가 사대신기에 이런 용법이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오오오…….

바즈라를 중앙에 두고 동서남북의 사방에 기묘한 만다라가 떠올랐다. 그 만다라는 난생 처음 보는 이계의 문양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하나하나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달마가 나직이 말하는 게 들려왔다.

[ 잠든 신(स्वप्न ईश्वर) ]

“누가 펼치게 놔둔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더 만다라로 술법이 펼쳐지면 내가 불리할 게 뻔했기에 나는 상대가 술수를 시전하기 전에 그대로 바즈라를 전방으로 투척했다. 사실 만다라는 내가 들고 싸우는 것보다 그냥 던져서 상대를 맞추는 게 훨씬 강력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쐐액

꽈앙!!

바즈라는 그대로 보이지 않는 달마의 마력장벽을 모조리 돌파해서 달마의 목에 적중했다. 역시나 바즈라는 모든 방어막을 종잇장처럼 꿰뚫을 수 있는 힘이 있는 게 분명했다.

‘아니?’

그러나 이상한 것은 분명히 달마의 목에 적중해야 할 바즈라는 허공에서 가만히 멈춰 서 있었고, 달마는 여전히 자신의 바즈라를 가슴팍에 댄 채로 만다라를 유지하는 중이었다.

[ 걸렸구나.]

달마는 웃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벽에 막혔나? 아니…… 그런 느낌은 아닌데?’

내가 당황하자 달마는 서서히 자신의 바즈라를 왼쪽으로 호선을 그으며 움직였고, 내 바즈라는 그대로 달마의 손 움직임을 따라서 이동했다.

“얌마!!”

내가 크게 외쳤지만 바즈라는 아무리 용을 써도 내 통제를 듣지 않는 듯했다. 배신했다기 보다는 아예 내 통제에서 벗어났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저건 대체 무슨 술법이란 말인가?!

아니, 사대 정령신이 그대로 깃들어있는 바즈라에게 통하는 술법이 있단 말인가?

[옛 지배자]의 본체도 한방에 꿰뚫어 버리는 신기에게!

달마는 술법을 유지한 채 내게 말했다.

[ 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다…… 이건 내가 바즈라와 계약을 맺은 수만 년 동안 그의 힘을 이용해 따로 개발한 술수…… 바즈라의 힘으로 사대신기 본인에게 수면을 거는 주술이다.]

“수, 수면술? 잠들었다고?”

그런 게 되나?!

“아니 그것보다 왜 그딴 술법을 개발하고 지랄이야!”

바즈라는 최강의 신기인데 자기 스스로 잠드는 술수를 뭐하러 만든단 말인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기에 내가 기가 막혀서 대꾸하자 달마가 말했다.

[ 바로 이럴 때를 위해서지…….]

“…….”

[ 그대는 몇 번 전생했는가……? 전생이 천 번을 넘기게 되면, 일반인의 상상으로는 감히 엄두도 안날 기오막측한 경우가 생기지…… 이 술수도 천문학적인 확률에도 불구하고 인과율의 장난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봐 걱정되어서 개발해본 것뿐…….]

“미친놈……!!”

[ 그리고 실제로 그 경우는 지금 일어나 버렸지…… 그대도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짐작은 갈 것이다…….]

나는 경악스러웠지만 달마의 말을 얼핏 이해할 수 있었다. 전생자의 감이 달마의 말을 긍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달마는 그냥 강한 게 아니다.

지금까지 내가 전생자로서 누리고 있던 이점을 고스란히 다 누리고 있으며, 거기서 나아가 나보다 수천 배는 많은 경험을 이용해서 무수한 해법과 전략을 이미 일체화시킨 역전의 노장인 것이다.

땡그랑

하지만 잠시 후 달마의 바즈라 또한 빛을 잃고 고철덩어리처럼 떨어져 버렸다. 내 바즈라도 마찬가지였기에 내가 헉하고 쳐다보자 달마가 말했다.

[ 문제가 있다면 스스로의 힘으로 스스로를 잠들게 하므로 내 사대신기도 똑같이 못 쓰게 된다는 거지만…….]

“…….”

[ 자아…… 무엇을 꺼내겠나?]

무엇을 꺼내겠냐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순식간에 짐작이 가능했다.

둘 다 바즈라가 봉인된 지금 피차 3개의 신기를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루나. 바유. 아그니…… 달마의 분위기를 보면, 신기를 꺼내는 순서에 따라 상성이 있다.’

당연히 나는 사대신기끼리 싸우게 한 적이 없어서 어떤 상성인지 잘은 모른다. 하지만 달마는 자기가 자기 신기를 수면에 빠뜨려서 봉인시키는 미친 술법까지 개발한 놈인 만큼, 당연히 사대신기 끼리도 싸우게 해본 적이 있으리라.

말하자면 가위바위보를 하는 건데 상대는 가위바위보의 형태를 알고 있고 나는 그 형태를 모른다는 것이다.

이 상태로는 내가 뭘 내든간에 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불리하다면 불리한 상태였지만 나는 문득 이게 내 방식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검을 고쳐잡았다.

“낼 거면 니 맘대로 내라!!”

상대에게 유리한 판에서 싸워주는 건 이기는 방법이 아니야!

내가 신기싸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걸 거부하고 검술을 택하자 달마가 흥미로워했다.

[ 호오, 사대신기의 전투에서 굳이 후수를 두겠단 말인가?]

“어디 신기한 술수가 있으면 한 번 써봐!”

[…….]

달마는 침묵하더니 잠시 후 자신의 왼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 바유.]

후웅…….

사대신기 풍(風)의 바유가 발동하며 바람이 움직이려는 낌새가 보인다. 하지만 나는 달마의 사대신기의 위력이 발휘되는 걸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정신을 집중했다.

‘암야참(暗夜斬)……!!’

지금 내가 이길 방법은 그것뿐이다.

신기의 대결으로 머리싸움을 한다면 지혜도 경험도 딸리는 나는 몇합 겨루지 못해서 달마에게 지고 말것이라는 직감이 든다. 그렇다면 억지로 상대에게 대응해주기 보다는 어떻게든 신기의 위력을 한 번은 무시하고 다시 한번 치명타를 적에게 꽂아넣는 게 옳은 것이다. 어찌 되었든 암야참은 달마에게 큰 부상을 줄 수 있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내 선검(仙劍)이 명동하며 기세를 발휘하자 달마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 어리석군. 자기가 유리한 상황만 생각하는 게 너무나 하수같구나.]

“…….”

[ 바유의 능력이 뭔지 잊었나보군…….]

“아……!!”

나는 달마의 말을 무시하고 싶었지만 그의 말을 듣는 순간 퍼뜩 떠오르는 게 있어서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상대가 어떤 수를 쓸지 알아챘기 때문이다.

‘제길! 그럼 지금이라도!’

아니나 다를까, 다음 순간 나는 암야참의 쾌검을 뻗어내었지만 아무것도 손끝에 걸리는 느낌이 없었다.

파앗

정신을 차린 순간 나는 완전히 다른 시공간에 있었다. 주변 풍경도 달라져 있었는데 아까와는 달리 전 세계가 불끈거리는 혼돈의 세포덩어리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꾸르륵거리면서 혼돈의 마체들이 꿈틀거리는 걸 보니 여긴 마치 혼돈의 생물의 위장 속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바로 그 때였다.

[ 끝났다.]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달마의 목소리와 함께 나는 천지사방에서 셀 수 없는 혼돈의 마법진이 떠오르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갯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으며 마치 천지 그 자체가 나의 적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 백 년 동안 준비한 공격을 받아라.]

쿠콰콰콰쾅

“바, 바루나!!”

나는 어마어마한 혼돈의 겁화가 내 전신을 때리기 직전 간신히 바루나를 소환해서 장막으로 막아냈지만 여태껏 최상급 강자의 공격도 버텨냈던 바루나의 방어막이 순식간에 금이 가는 걸 알아차렸다. 그도 그럴것이 천지사방에서 쏟아지는 하나하나의 주술이 신급 주술인 것 같았고 여태까지 이렇게 어마어마한 양의 공격을 당해본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무엇을 실수했는지 알 수 있었다.

‘제기랄!! 바유는 이렇게 쓰는 거였구나!’

상대를 일단 바유의 바람을 이용해서 굴레의 미래로 날려 보내버리고, 미래에 출현할 위치에 무수한 함정과 자동공격을 설치해서 한 번에 처치하는 것! 나는 여태껏 이런 식으로 응용할 생각을 못해봤기에 허를 찔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필사적으로 바루나의 의존해서 버티고 있을 때 달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직관적인 공격력을 지닌 아그니, 직관적인 방어력을 지닌 바루나와 달리 바유는 애매하게 보이지…… 허나 쓸 줄만 안다면 신적 존재들과의 결전에서 바유보다 더 응용력이 높은 사대신기는 없다.]

“큭…….”

[ 어째서인지 그대는 사대신기를 자주 쓰지 않은 모양이군…… 전생자를 위해 놔둔 무기를 열심히 연마하지 않다니 슬플 따름이다.]

나는 달마의 말에 한마디도 반박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상대는 사대신기를 완벽하게 응용하고 있었고 나는 상대의 전술에 발끝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콰과과광

천지에서 쏟아지는 달마의 술법은 더욱 기세를 더하고 있었다. 전방에 모습을 드러낸 달마가 안광을 빛내는 게 보였다.

[ 차라리 아그니를 첫 수순에 맞는 한이 있어도 상대가 바유를 마음대로 쓰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 점을 머리에 새기고 영겁토록 소멸하라, 백웅!!]

쿠와아앗

이제 보니 달마의 전신에서는 어마어마한 마력이 분출되고 있었으며 합장을 하고 있는 두 손은 시꺼멓게 물들어있었다. 뿐만 아니라 전에 봤을 때는 한쪽 어깨만 해방상태였는데 지금은 전신에서 강렬한 마법진이 해방되어서 일렁이고 있는 게 보였다.

‘오, 오망성이 전부…….’

당연한 얘기였다. 바유로 백 년이나 시간을 줬으니 오망성 따위는 진작 해방시켰으리라.

빠지직 빠직

나는 달마의 진신마력이 솟구쳐 오르자 단숨에 전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 마력은 내가 통상적으로 보아왔던 [옛 지배자]와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주적 존재를 많이 봐 왔던 나는 그 마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짐작 가능했다.

이건 봉인을 해금한 황제나 다름없지 않은가?!

나는 은하계조차 한 번에 씹어먹어 버릴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마력 때문에 저절로 몸이 마비되는 걸 느꼈다. 마력에 저항력이 있다지만 격외의 마력이 출현하면 이렇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 그 방식은…… 황제 공손헌원과…… 비슷…….”

내가 입술을 달싹거리며 겨우 입을 열자 달마가 대꾸했다.

[ 당연하다…… 무수한 전생을 거듭하며 황제가 어떤 방식으로 오제에게 제약을 걸었고 스스로 해방한지를 나 또한 깨달았던 바…… 당연히 나 또한 전생자의 역량을 이용하여 황제와 같은 방식의 강화술을 만들 수 있는 것.]

“황제를 따라했단 말이냐?”

[ 못할 게 뭐가 있는가? 그리고 이 방식을 쓰면 전생자 쪽이 황제보다 강화효율이 높다.]

“……!!”

[ 잘 보아라……!!]

번쩍

그 때 달마의 어깨 위에 떠 있던 그의 석장이 빛을 발했다. 그리고 석장이 끼어들자 그때까지 오망성을 이루고 있던 달마의 힘이 갑자기 변화를 일으키더니 하나의 각이 더 생겨나는 걸 볼 수 있었다. 나는 그 모양을 보자 침음성을 흘렸다.

“육망성……?!”

[ 본디 그대가 오망성을 막으려고 애쓴다면 한 번 실패한 척하면서 석장을 끼워넣어 강제로 오망성을 맞춰서 허를 찌르려 했다. 이 석장 또한 [옛 지배자]의 진신육체를 연금술로 다듬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

[ 허나 바유를 허용해준 덕에 그런 허책을 쓸 필요도 없었구나.]

도대체 한 번의 전투에 몇 번의 허실을 끼워넣는 것인가?

달마의 엄청난 전투경험이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여실히 전해져 왔기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제길…… 전생횟수의 차이라는 게…… 이렇게 크단 말인가?’

분명히 내 잠재력으로 어떻게든 쓰러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건 직감으로 느껴지는데, 경험과 전술이 너무 딸려서 도저히 그 길에 도달할 수가 없다. 나는 나 이외의 전생자를 보지 못했기에 이런 격차는 여태껏 느낀 적이 없었던 것이다.

쿠르르르르르

미증유의 마력을 모은 달마가 한쪽 손을 내게 뻗으며 말했다.

[ 내 몸에 잠들어있는 13의 이치도 깨닫지 못할 정도로 수준이 낮은 전생자여…… 니알라토텝을 쓰러뜨릴만한 그릇이 아니라면 내 직접 그대의 운명을 거두겠노라.]

“크윽…….”

도저히 저 힘에는 대항할 방법이 없다.

암야참을 써봤자 이미 늦었다는 게 느껴졌다. 암야참도 어느 정도 격이 맞는 상대에게 써야 효과가 있는 거지 아수라가 천마 사공린과 싸울 때 계속 죽었던 걸 생각해보면 이제 완벽한 마력을 지닌 달마에게는 씨도 안 먹히리라. 정말 오망성을 맞추기 전에 쓰러뜨리는 게 유일한 승산이었던 것이다.

끝인가……?

내가 포기하고 눈을 감으려는 순간이었다.

“친절한 설명 잘 들었어.”

딸깍

회중시계가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었고, 다음 순간 천지만물의 풍경이 갑자기 확 변하더니 이윽고 내 주변은 백련이 만발하던 조그마한 연못 근처로 뒤바뀌어 있었다.

“……?!”

내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금빛 회중시계, 히든피스에서 선명한 황금빛을 뿜어낸 채 서 있는 전뇌자의 모습이 보였다. 전뇌자는 빙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바유로만 시간을 갖고 놀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나는 그 순간 전뇌자가 무엇을 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히, 히든피스로 시간을 되돌린 거냐!”

“응.”

“그게 가능해?! [작은 굴레]는 방금 달마한테 통하지 않았을 텐데…….”

“여기에서만 가능한 트릭이야. 내 연산력을 최대한 소모하면서 히든피스의 잠재력을 각성시킨다면 우주의 끝과 끝을 맞닿는 특이점만 캐치해서 그 실낱같은 곳을 이용해 원주(圓周)를 이어 [큰 굴레]를 되돌리는 효과를 만들 수가 있어.”

“……!!”

“파우스트가 직접 우주의 끝까지 가준 덕에 쓸 수 있는 한 번 뿐인 속임수…….”

그렇게 중얼거린 전뇌자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백웅, 달마는 또 하나의 속임수를 감추고 있어…….”

치지지직…….

“전뇌자!!”

전뇌자의 몸이 갑자기 크게 지직거리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전뇌자는 사라지기 직전에 말했다.

“오망성은 가짜 약점…… 진짜는…… 13의 이치……를…… 공략해야…….”

파직!

이윽고 전뇌자는 완전히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조그마한 칩이 떠올라 있었다. 나는 전뇌자가 히든피스로 굴레를 돌리는데 너무 큰 연산력을 써서 잠시 절전상태로 들어갔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나는 황급히 전뇌자의 칩을 품속에 넣었고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13의 이치? 그게 뭐지?’

전뇌자가 내게 단서를 준 것 같지만 그게 뭔지 잘 감이 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 때 익숙한 달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놀랍구나. 설마 짧은 전생 동안에 강인공지능을 서의 단말로 삼을 수 있다니.]

“……달마.”

[ 허나 별이 바뀌고 우주가 그 계절을 바꾸는 유구한 세월이 지나더라도…… 그대는 나를 이길 수 없으리라.]

“…….”

정말 내가 저 괴물 같은 놈을 이길 수 있을까?

사대신기의 운용에서도 앞서고 수많은 [옛 지배자]를 몸에 융합시킨 저 마신을?

지금이라도 그냥 도망치는 게 맞지 않을까?

나는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지만 잠시 후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뇌자가 단서를 줬다. 충분히 이길 수 있기에 내게 도주를 권하지 않고 단서를 준 게 아닐까?’

그렇다면 일단 한 번 해보는 게 맞다.

‘젠장. 일단 전시안으로 한 번 놈의 몸을 살펴볼까.’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전시안의 능력을 발동해서 달마의 몸을 유심히 관찰했다. 혼돈의 살덩어리가 꿀럭거리는 걸 쳐다보던 나는 뭔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 별? 설마?’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가?

“후우 - “

나는 잠시 후 심신을 안정시킨 후 검을 정면으로 치켜들었다.

“어디 해 보자고.”

13의 이치가 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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