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515화 (1,414/1,615)

전생검신 81권 3화

달마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

‘외우주에서 만났던 달마의 힘은 삼황오제에 버금갔다.’

그 때 나는 거신왕 수인의 도움으로 함께 갔었는데 그 수인이 달마와의 전투를 꺼려하여 내게 피하기를 권유했을 정도였으니, 거신왕 수인이 사실상 삼황 신농의 화신으로서 삼황오제의 힘을 갖고 있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달마의 능력은 확실한 최상위 신격 수준으로 짐작되었다. 사실 내가 그 수준의 능력자들의 힘을 정확히 측정할 방법이 없기에 모두 어림짐작일 뿐이었지만, 달마와 싸우기 두려운 점은 또 하나 있었다.

진공가향을 일으킨 전생자!

그 막대한 의식을 성공시키기 위해 도대체 얼마나 전생하며 힘을 모은 것일까? 외우주의 달마 또한 내게 전생횟수를 정확히 말해주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횟수를 전생했을 게 분명하다.

‘젠장! 이런 부정적인 생각 해봐야 뭐해!’

적을 두려워한다고 해서 승산이 오르는 건 아니다.

지금 이 자리는 이기는 것만 생각하자!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부정적인 상념을 지우며 검을 꾹 쥐고는 전의를 불태웠다. 방금 전 나일라토프를 해치웠다는 자신감 덕분인지 지금은 상당한 자신감과 투지가 내면에 충만해 있었던 것이다.

“달마, 나를 너무 얕보지 마시오! 나는 당신과 예전에 이미 겨룬 적이 있으니까!”

상대를 약간이나마 당황시키려는 한마디였지만 달마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 그래…… 메아리로 들려왔던 그 장면…… 그대는 나를 상대로 창으로 어깨를 격중시키는 데 성공했더군…….]

“……!!”

어? 외우주에서의 일전(一戰)을 알고 있다고?

설마 외우주의 기억을 갖고 있는 건가?

‘아까는 그냥 허세인 줄 알았는데 정말이었다니!’

되려 내가 놀라자 달마는 여전히 합장을 한 채 안광을 빛내며 말했다.

[ 재미있군…… 그럼 나도 그 때와 똑같은 주문을 쓸 테니 이번에도 한 번 해보게.]

우웅!

달마의 몸이 갑자기 그 자리에서 크게 비상하더니 창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달마의 몸 주위에 거대한 어둠의 기운이 갑작스럽게 몰려들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 어둠의 마력이 모이는 기세가 예전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달마에게서 울려 퍼지는 어둠의 진언(眞言)이 기시감을 느끼게 했다.

[ 구겨진 최후의 빛이여, 통로에서 머무는 태고의 혐오스러운 왕이여! 나 계약자로써 육백육십육의 낙인을 걸고 외치나니, 이 언령(言靈)이 세계의 지문(指紋)을 밝히리라.]

그때 그 주문이랑 똑같잖아!

똑같은 상황에서 파해해보라는 도발인가?

‘큭! 하지만 내 실력도 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

뇌신류 투창술을 써서 달마를 공격한다!

도발을 해온다면 그대로 맞서주마!!

파지직

신력으로 창을 만든 후 거기에 뇌신지혼(雷神之魂)을 응용하여 뇌령을 불어넣자 그것만으로도 마치 거대한 번개가 응축된 것 같은 뇌창이 만들어졌다. 이런 식의 뇌창은 처음 만들어보는 거지만, 아마도 이 정도만 해도 그 당시에 음신지력으로 형성했던 투창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위력일 것이다. 나는 눈앞의 달마가 전보다는 강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여기에 좀 더 확실히 하기 위해서 신력을 통제하여 크게 불어넣었다.

쿠구구구!!

신력을 꾹꾹 눌러담는 동시에 뇌신지혼이 그때마다 반응하여 격렬하게 뇌전을 겉으로 방출했다. ‘그릇’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보통 사물은 신력을 과하게 담으면 터지게 마련이었지만 뇌신지혼 자체가 창의 내구도를 크게 향상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나는 충분히 힘을 많이 담았다고 느끼자 안광을 빛내며 그대로 창을 내던졌다.

관천일뢰(貫天一雷)의 태세!

쩌엉 - !!

다음 순간 예전에 던졌던 것보다 몇 배 이상의 위력을 지닌 뇌신지혼의 투창이 심어창(心御槍)의 요결에 따라 뻗어나갔다. 이렇게까지 투창을 강하게 던진 적이 최근에 없었기에 어느 정도일지는 짐작이 가지 않았지만 확실한 건 이 공격 하나만으로도 지상의 웬만한 강자는 일격에 격살시킬 수 있으리라!

꽈광!!

쿠구구구…….

격렬한 폭발음과 함께 눈앞을 가득 메우는 버섯구름과 광대한 빛의 연쇄폭발이 일어났다. 한참 후 천공을 메우는 연기가 일어났고 그 연기 너머에서 달마의 모습이 드러났다.

뚜둑…… 뚝…….

달마의 모습은 성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합장을 하고 있었으나 전신에 자잘한 상처가 난듯 피칠갑이 되어 있었으며 전신에 두르고 있던 마력의 방어막도 한 차례 파괴된 듯 마력의 흐름이 엉망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어깨죽지가 한 뭉텅이 뜯겨나간 형상이라 내 공격을 온전히 막지 못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선혈이 그의 장포를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은 누가 봐도 큰 부상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큭!’

그러나 나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여전히 달마는 안광을 형형하게 빛내고 있었으며 그의 합장자세는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겉으로 보이는 부상이 크더라도 상대의 집중력과 준비자세를 흐트러뜨리지 못했다면 그건 실패나 다름없는 것!

달마의 입에서 마저 진언이 흘러나오는 게 들려왔다.

[ 혐오하는 우천(雨天)의 왕(王), 소환.]

슈욱!!

그 순간 달마의 몸 근처에서 마치 칠흑빛의 도마뱀 같은 게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도마뱀은 마치 평소에 보던 자연계의 정령처럼 조그마한 크기였기에 겉으로는 그리 대단치 않아 보였다. 그러나 나는 그 도마뱀이 갑자기 [외침]을 시전하자 깜짝 놀랐다.

[ 계약자의 요청에 따라 이곳이 본좌의 영지임을 선포하노라!!]

파앗

쏴아아아 -

그 외침과 동시에 갑자기 화창하던 백련의 언덕에 시꺼먼 비(黑雨)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방울 하나하나가 시꺼먼 구정물처럼 어두웠기에 천지가 삽시간에 암흑으로 물들었다. 나는 이게 무슨 일인지 감도 잡히지 않아서 멍하니 있었는데 옆에 있던 전뇌자가 급히 말했다.

“백웅. 이 비를 오래 맞으면 안 돼! 카발라로 방어해.”

“알았다!”

나는 전뇌자의 조언에 재빨리 세쓰(seth)를 끌어내어서 내 내면에 있던 세피로트의 신력을 발동시켰다. 그리고 세쓰의 나무줄기가 내 몸 전신을 칭칭 감기 시작했고 전뇌자 또한 세쓰의 범위에 넣듯이 무형의 신력으로 나무덩굴이 만들어졌다.

‘왜 그냥 신력으로 방어하면 안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유가 있겠지!’

전뇌자는 저번에 1000회차의 백웅을 움직이면서 나보다 훨씬 최상위권 강자들의 전투를 잘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전뇌자라면 지금 내 입장에서 이해가 안 가는 달마의 주문과 전술을 이해하고 있으리라.

치직!

“큭!”

순간 나는 전신에 숭숭 바늘구멍이 뚫린 듯한 짧은 격통에 움찔했다. 마치 염산 방울이 닿아서 살이 녹아내린 듯한 고통! 내가 움찔하자 전뇌자가 내게 말했다.

“혐오하는 우천의 왕은 [옛 지배자]! 달마는 [옛 지배자]를 소환해서 상대의 방어를 무시하는 범위형 공격을 함과 동시에 자신에게 유리한 필드를 만든 거야.”

방어무시!

그건 아마도 일반적인 술법 따위는 종잇장처럼 꿰뚫어버림과 동시에 일반적인 신력의 방어막으로는 막을 수 없는 흉악한 공격이란 뜻이리라. 하지만 내가 정말로 놀란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뭐? 저 조그마한 도마뱀이 신이라고?”

나는 믿기지 않는 눈으로 저만치 있는 달마 어깨 위의 도마뱀을 보았다. 아무리 봐도 [옛 지배자] 다운 위엄이나 마력 따위는 보이지 않았는데 저 쪼끄만 게 우주를 주름잡는 신격인 [옛 지배자]라고? 내가 놀라자 전뇌자가 말했다.

“자세한 데이터는 없지만 혐오하는 우천의 왕 또한 유명한 상위신격이야. 그런 신격을 소환해서 마력소모없이 부리는 것 자체가 전생자 달마만의 전투술일 거야. 마치 당신의 사신지혼처럼!”

“……!!”

“예전에 당신이 저 도마뱀의 소환을 막았던 건 정답이었어. 하지만 이미 소환된 이상 이제부터는 저걸 신경 쓰면서 싸워야 해.”

우우우

나는 카발라의 힘으로 만들어낸 방어막이 점차 흑우에 꿰뚫려 약해짐을 느꼈다. 혹시나 싶어서 그냥 신력으로 방어막을 쳐서 바깥에 덧씌워보았는데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카캉!

단숨에 신력의 막이 유리창 부숴지듯 깨지는 걸 보자 나는 생각보다 골치아프다는 걸 알아차렸다.

‘젠장!! 그래서 카발라로 막아야 하는 건가? 다른 세계의 신력까지 관통할 수는 없을 테니…….’

잠시동안 대치상태가 되자 저 멀리에 둥둥 떠 있던 달마가 말했다.

[ 백웅이여, 그대는 충분히 뛰어난 잠재력이 있으나 신의 경지에서 싸워본 경험이 일천한 것 같군. 필멸자로서 신에 대항한 적은 많겠지만 동등한 영역에서 싸워본 경험이 적다는 건 치명적인 단점이다.]

“뭘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지 모르겠군!”

[ 그 인공지능의 말처럼 이게 바로 나만의 전투술이다. 마(魔)의 극(極)에 도달하며 저절로 얻게 된 투법이지.]

가볍게 대꾸한 달마가 안광을 흘렸다.

[ 이름하여 만마합신(萬魔合身)의 경지! 지금부터 시작한다.]

꾸드드득!

꾸드득!!

이윽고 일어난 일은 내 상상을 뛰어넘었다.

[ 오오오오…….]

달마의 어깨 위에 떠 있던 도마뱀이 갑자기 달마의 몸에서 뻗어나온 촉수에 붙잡혀서 그대로 달마의 몸에 흡수되기 시작한 것이다! 잠시 후 도마뱀, [혐오하는 우천의 왕]이 완전히 흡수되자 달마의 어깨에 있던 장포가 터져 나오며 거기에는 시꺼멓고 딱딱한 이형(異形)의 갑주처럼 생긴 어깨가 출현했다.

‘[옛 지배자]를 흡수했다고?!’

두웅!!

그러나 그 외형변화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달마의 어깨가 강화되자마자 그에게서 번져나오던 마력의 파장이 난데없이 몇 배나 강렬해졌기 때문이었다.

휘청

“큭!”

나는 마력의 압박이 너무 강해서 순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허우적댔다. 처음부터 [옛 지배자]급 마력을 내뿜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거기서 더 강해질 줄은 예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 옆에 있던 전뇌자가 안색이 파리해져서는 말했다.

“미리 지배자를 소환해서 범위형 주문을 뿌리고 나서 지배자 자체를 흡수해 버리면 주문효과는 사라지지 않고 마력소모도 없어…… 게다가 지배자와 마체(魔體)를 융합해서 일시적으로 모든 부상과 저주를 회복하고 힘을 몇 배로 증폭시키다니! 도대체 얼마나 마(魔)의 적성을 극대화시켰으면 이런 게 가능한 거지?”

“젠장, 자세한 건 내가 모르겠고 그래서 저놈의 약점은 뭐야? [옛 지배자]와 융합했다면 분리시킬 수 있냐?”

“못 해!”

“뭐?”

이어진 전뇌자의 말은 내게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스캔해본 결과 달마의 몸 내부가 이미 13 개체나 되는 [옛 지배자]를 흡수한 상태야. 거기에 더해서 어깨 부위가 이번 전투동안 무적상태가 된 것뿐이야.”

“……?!”

이, 이게 무슨 소리야? 달마가 [옛 지배자]를 그렇게나 많이 흡수했다고?

설마 그 어마어마한 마력을 갖고 있던 원천이라는 건?!

“직접 봐.”

전뇌자는 그렇게 말하더니 내 손을 꼭 잡고는 갑자기 시야를 공유했다.

지지징 -

잠시 후 전뇌자가 분석한 달마의 몸뚱이의 데이터가 내 눈앞에 선명하게 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달마의 몸 내부를 살피는 순간 나는 순간적으로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꾸르르륵……!!

꾸르륵!

달마의 몸은 일개 육체라기엔 마핵(魔核)이 몸 곳곳에 박혀 있었으며 그 마핵을 중심으로 악령과 같은 이형(異形)의 살덩어리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간신히 인체의 형태는 유지하고 있으나 절대 저런 걸 인간이라 부를 수는 없었다. 심지어 몸의 살덩어리들이 유동(流動)하면서 간혹 어두운 눈동자들이 빛나고 있었는데 섬짓할 지경이었다.

마핵의 갯수는 총 13개였으며 그 마핵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흉험한 기운이 대해(大海)처럼 넘실거리고 있었다. 또한 마핵을 둘러싼 눈동자들은 말 그대로 우주의 공포를 형상화한 [무언가]처럼 보인다. 나는 이렇게까지 마(魔)와 철저히 융합한 존재는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아…… 아아…….”

내가 경악한 눈으로 달마를 쳐다보자 달마가 말했다.

[ 이제야 눈치챈 모양이군.]

“미친놈!! 인간을 완전히 포기했냐?!”

설마 [옛 지배자]를 잔뜩 잡아먹고 포식해서 스스로를 강화한 전생자라니!

아마 저 마핵 하나하나가 달마가 흡수한 [옛 지배자]이리라!

‘내가 착각하고 있었어! 이놈은 처음부터 괴물이었던 거야!’

그저 달마가 마법을 높은 경지로 성취했겠거니 했던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간 상태였다. 그는 마법의 천재라기보다는 처음부터 전 우주의 마(魔)를 흡수하여 그들과 동일한 경지에 이르려 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 방법으로 포식을 선택했으며 눈앞에 있는 달마는 인간모습을 한 13마리의 [옛 지배자]가 융합된 상태나 다름없었다.

남극의 법문에 있던 그 괴물보다 몇 배는 더 사악하고 강력한 마신(魔神) 그 자체!

달마가 대답했다.

[ 보통 마도사들도 흔히 하는 방법이지. 나는 전생자의 이점을 이용해서 부작용을 줄이면서 무한반복을 했을 뿐이다. 수많은 초능력과 이능을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

“미친새끼……!!”

[ 만마합신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도전자여.]

달마는 또다시 합장을 하며 공중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으며 나직이 말했다.

[ 오망성(五望星)이 떠오를 때 그대는 죽게 되리라.]

“……!!”

나는 달마의 경고가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챌 수가 있었다.

오망성.

그것은 마도의 지식에서 마력(魔力)이 극대화되는 모양과 원리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이른바 마법계의 태극이라 할 수 있는 존재였으며 태극이 음양을 상징한다면 오망성은 순수한 혼돈 내부의 원리를 상징했다. 거기서 더욱 발전하여 육망성(六望星)에 이르면 테트라그람마톤의 힘까지 받아들여 더욱 절대자에 가까워진다고 하지만 달마는 육망성까지는 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방금 전 어깨에 [옛 지배자]를 소환해서 흡수했다…… 그 말은…… 사지(四枝)와 머리, 그 5개의 신체부위가 바로 오망성을 상징한다는 얘기!’

그렇다면 달마는 방금 전 소환해서 만마합신으로 흡수한 [혐오하는 우천의 왕]으로 오망성 중에서 일망성(一望星)을 달성한 셈이다. 어깨에 이어서 다른 쪽 어깨, 그리고 양쪽 다리, 마지막으로 머리 위에 하나씩 소환하여 합체하게 된다면 달마의 마력은 극대화되리라.

‘…… 오망성이 다 합체하면 절대 못 이긴다. 무조건 그 안에 끝을 봐야 한다.’

내가 가진 신력도 만만치 않았지만 지금 달마가 뿜어내는 마력과 신력만 해도 나를 훨씬 뛰어넘고 있었다. 여기에다가 오망성의 소환으로 힘이 극대화되고, 5마리의 [옛 지배자]가 저마다 소환하는 저주와 권능이 그 과정에서 나를 약화시킨다면 뒷일은 안 봐도 뻔한 것이다.

나는 혹시하는 생각이 달마에게 말했다.

“달마. 설마 당신은 그 수법으로 황제 공손헌원도 쓰러뜨린 적이 있나?”

[…….]

“왜 대답을 못 하지?”

[ 네 전생여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 과거의 행적과 정보는 너에게 직접 말해줄 수가 없다. 그게 바로 이곳의 시련관이 갖고 있는 제약이다.]

“그런가…….”

후오오오!!

달마의 전신에서 한층 강한 마력의 기운이 소용돌이쳤다.

[ 하지만 전생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 자를 쓰러뜨리지 못할 정도라면 결코 진공가향을 시행할 순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달마의 말에 그가 간접적으로 내 질문에 대답을 해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건 전생자로서의 직감이었다.

‘틀림없어.’

달마는 오망성을 만마합신의 극점에 이르게 하여 황제 공손헌원을 일대일로 쓰러뜨린 적이 있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위업이었지만 지금 달마는 그 정도가 되지 못하면 진공가향은 엄두도 낼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쓰러뜨릴 수 있어.’

상대가 막강한 건 확실하지만 지레 겁먹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일라토프도 쓰러뜨렸는데 전생자 달마를 못 쓰러뜨릴 건 뭐냐!

나는 도리어 호승심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옆에 있던 전뇌자에게 말했다.

“전뇌자. 오래 끌면 안 되겠는데 도와줄 수 있겠지?”

“어떻게 할 셈이야?”

“어떻게 하냐면…….”

나는 전뇌자에게 내 전략을 말해줬다. 내 말을 들은 전뇌자가 잠시 허공을 보다가 말했다.

“나는 당신에게 그 이상의 전략을 말해줄 수 없어. 이미 전투에는 달통했구나.”

“하핫.”

전뇌자에게 저런 얘기를 들었다는 건 내가 이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택했다는 뜻이었다. 나는 강인공지능에게도 인정받자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달마의 역량으로 볼 때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을 거야. 무슨 얘기인지는 알겠지.”

“알아. 하지만 방법이 없군.”

“…….”

달칵!

전뇌자가 자신의 조그마한 손에 금빛 회중시계, 히든피스를 꺼내 들고는 곧장 손가락을 튕겨 뚜껑을 열었다.

“신호하면 바로 들어갈게.”

“좋아…….”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장내에 감돌았다. 그도 그럴것이 전생자끼리 제대로 싸워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천암비서 최종의 시련, 그중에서 최초의 관문이 과연 어느 정도의 문턱으로 다가올지 실감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두렵기보다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전생자인 달마를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그런 건 모르겠지만…….’

끝이 없어 보였던 이 여정에도 끝이란 게 있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 난도가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나는 반드시 끝까지 여기로 와서 도전하게 되리라.

‘지금!’

그리고 잠시동안의 침묵 끝에 나는 아주 미묘한 흔들림을 느꼈다. 그것은 절대지경의 고수라 해도 손쉽게 느낄 수 없는 존재의 간극이었으며 상대가 아무리 뛰어난 달인이라 할지라도 잠시동안 노출하게 되는 헛점이었다. 나는 그 흔들림을 느끼는 순간 바로 뇌신지혼을 발동하며 전방으로 뛰쳐나갔고, 전뇌자는 광속이나 다름없는 내 뇌신지혼이 발동한 순간이 감응하여 히든피스를 발동시켰다.

투확

치치칭!!

뇌신지혼으로 순식간에 달마의 면전에 도달했으나 나는 광속으로 그를 난타하지 않고 그대로 양팔을 벌려서 자세를 잡았다.

‘번개의 위력으로 선공해봤자 안 통하겠지. 그렇다면 반격에 재반격이다!’

경험상 신적 존재들은 단순히 빠르기만 한 기습공격에는 거의 면역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상대를 공격하는 척 재반격을 해서 당황하게 만들고 다음 순서를 노리려는 심리전을 시도한 것이다.

뭐든 좋다.

오기만 하면 무쌍패의 태극으로 무효로 만들어 주지!

그러자 무척 찰나간이었지만 나는 달마의 이마에서 세 번째 눈이 희번득 하고 번뜩이는 걸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저 삼안(三眼)은?’

염라대왕이 지닌 삼안과는 달리 좀 더 외계(外界)의 사이(邪異)한 기운이 느껴졌다. 외우주의 달마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거지만 저것 또한 달마가 원래 갖고 있는 능력이리라. 그리고 삼안이 번쩍이는 순간, 나는 갑자기 내 몸이 3개로 분리되는 걸 알아차렸다.

“어”

“어”

“어”

이게 뭐지? 강제로 분신으로 나눠진 건가?!

아니, 그것보다는 이것들 하나하나가 전부 나인 것 같은데……?!

나는 잠시 혼란스러워하다가 내가 움직이는 동작이 하나씩 연결되는 걸 알아차렸다. 어찌 된 일인지 내가 무쌍패를 위해 태극을 잡는 기수식의 동작 자체는 전혀 방해받지 않고 있었다. 그러고는 이게 분신술이 아니라 전혀 다른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 동작이…… 끊기지만…… 인과를 가진 채 연결된다…… 그 말은…….’

쩌엉

생각이 채 이어지기도 전에 달마의 삼안이 3개의 내 몸뚱이를 크게 부릅뜨며 노려보았다. 그러자 나는 무쌍패의 동작을 취하다 말고 난데없이 뒤로 내팽개쳐지고 말았다.

슈아악

날아가면서 나는 내 옆에 있던 2개의 내 환영이 어디론가 먼 곳으로 빨려들어가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투쾅!!

‘이건 뭣이다냐…….’

나는 뒤로 날아가며 내 공격의지가 완전히 일순간 사라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행동할 이유’ 그 자체를 잊어버린 것 같았다. 내가 멍하니 있자 전뇌자가 히든피스를 발동시키며 말했다.

“백웅!! 전투의지를 억지로 되살리지 말고 멈춰. 생각을 무(無)로 만들어.”

나는 전뇌자의 말대로 해 보았다.

슈우우

그러자 방금 전까지 느꼈던 허무함과 공백이 단숨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나는 얼떨떨해서 말했다.

“방금 무슨 일이…….”

“[옛 지배자]의 권능이야. 당신이 공격의지를 가지는 시간대만 골라내서 영겁의 저편으로 던져 버린 거야.”

“……?!”

“현재와 과거와 미래를 3분해서 그중에서 공격의지가 섞여 있으면 그 평행차원의 가능성을 통째로 무효화시키는 권능. 어떤 [옛 지배자]의 것인지는 몰라도 저 삼안이 있으면 정상적으로 공격할 수 없어.”

“뭐, 뭐 그딴 능력이…… 난 무쌍패로 반격만 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공격의지냐?”

“반격으로 달마를 다치게 하려 했다면 공격의지로 치는 거겠지.”

“…….”

“저건 [옛 지배자]의 본질에 얽힌 고유능력이라 [작은 굴레]의 저항도 먹히지 않아. 아마 [옛 지배자]의 본체라 해도 몇 번 쓸 수 없는 종류의 특별한 능력.”

나는 전뇌자의 설명을 듣자 기가 막혔다. 아무리 신의 권능이라지만 뭐 그런 사기적인 능력이 다 있단 말인가? 세상에 무쌍패조차 원천봉쇄시킬 수 있는 권능이라니!

전뇌자가 말을 이었다.

“분석결과 달마는 자동으로 적에게 반응해서 13개의 마핵에서 적합한 권능을 꺼내쓸 수 있어. 시간이 있다면 그 13개의 권능을 하나하나 분석해서 대응책을 찾을 수 있겠지만…….”

츠즈즈즈

그 때 달마는 우리가 물러난 틈을 타서 이번에는 오른쪽 다리 부근에 [옛 지배자]를 소환하는 마법진을 띄우고 있었다.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달마는 여전히 가부좌를 틀고 합장한 채 알 수 없는 어둠의 주문을 웅얼거리고 있는 중이었으며 그의 전신에서 마력이 시꺼먼 번개처럼 치솟는 게 보였다.

“달마가 오망성을 띄울 때까지 다 알아내서 대응하는 건 불가능해.”

“빌어먹을.”

나는 그 말을 듣자 눈이 캄캄해졌다.

‘그 말대로라면 무량단이든 뭐든 공격의지가 있으면 하나도 안 먹힌다 그 소리 아닌가?’

심지어 저 삼안의 권능을 파해 한다 하더라도 즉시 나머지 12개의 권능 중에서 하나를 꺼내서 대응할 거라는 점이 최악이었다. 지금 달마를 상대한다는 건 13인의 [옛 지배자]가 지닌 초능력을 동시에 상대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 어떤 지혜를 갖고 있더라도 달마의 권능을 파해하는 건 불가능했다.

뭔가 답이 없을까?!

나는 난감해하다가 문득 방법을 알아내곤 전방을 노려보았다.

“아그니!! 힘을 빌려다오!!”

철컥!!

순간 사대신기 아그니가 소환되어서 내 손에 잡혔다. 그러자 전뇌자가 놀란 듯 말했다.

“벌써?!”

“이것밖에 방법이 없잖아!!”

그렇다.

이 상황에 마지막 남은 답은 사대신기다.

‘아까는 무쌍패로 재반격하면서 바로 사신지혼의 강화로 달마를 패고, 덤으로 전뇌자의 지원으로 이기려 했지만 그건 안 될 것 같다. 우선 사대신기로 놈의 방어부터 약화시켜야 해…….”

달마처럼 까다로운 자기만의 승리공식을 가진 적일 경우 그 공식을 깰 수 있는 압도적인 힘으로 제압하는 게 최선이었다. 그리고 지금 사신지혼으로 덤벼들면 ‘공격의지’에 걸려서 막힐 게 뻔하니, 차라리 권능의 위격으로 볼 때 확실히 위에 있을 사대신기의 권능을 직접 써서 격의 차이로 압도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지금 쓸 수 있는 최선의 힘을 다 해서!!’

나는 아그니에 염탄을 응축시켜서 전방을 조준했다. 그러고는 그대로 발사했다.

콰앙!!

치이이익……!!

[……!!]

“역시!!”

나는 시꺼먼 탄연과 함께 달마가 합장하던 자세가 크게 흐트러지고 그의 한쪽 팔이 시꺼멓게 불타있는 걸 볼 수가 있었다. 또한 그의 이마에 있던 삼안이 검붉은색으로 물들어서 피눈물을 줄줄 흘리는 걸로 봐서, 틀림없이 저 삼안의 권능 또한 타격을 입은 듯했다.

예상대로다.

복잡하고 강력해보이는 개념조작계 능력은, 자기보다 격상(格上)의 권능으로 공격하면 그 전제조건이 무효화된다!

사대신기의 격이 훨씬 높기 때문에 공격의지고 나발이고 그냥 공격이 가능한 것이다. 아무리 저 삼안의 권능의 원소유주인 [옛 지배자]가 강력한 놈이라도 우주의 4대속성을 다루는 정령보다 높은 지위일 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쿠르르르

달마의 몸이 크게 떨리며 움직이는 게 보였다. 나는 바로 지금이 달마의 가장 큰 빈틈이라는 걸 직감하고는 그에게 치명상을 입힐 방법을 재빨리 떠올렸다.

‘아그니의 출력은 다 꺼내 썼어! 그렇다면 바즈라를 쓰는 게 신력을 쓰는 공격 중에서는 최상인데…….’

그 순간 나는 인드라한테 죽었던 과거가 떠올랐다. 여태 한 번도 통제되지 않던 그 괴팍한 놈이 이런 위기의 순간에 나를 도와줄까?

‘씨발!! 개새끼!!’

절대 아니다. 황제 공손헌원과 싸울 때도 바즈라로 내 뒤통수를 쳤잖은가!

나는 절호의 기회를 잡고도 최강의 무기를 쓸 수 없다는 사실이 기가 막혔다. 그러나 그런 실망감을 재빨리 날려 버리고는 차선책을 찾아냈다.

미완성인 육천합일창 같은 걸 쓸 수는 없다.

뒤통수치는 뇌신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하찮은 초상능력이나 술법으로 승산을 얻을 수는 없다.

무량단은 강하긴 하지만 한계가 명백하다.

사신지혼을 강화시킨 효과도 뭔가가 아쉽다.

‘그러면 답은 하나지.’

우웅

나는 그대로 선검(仙劍)을 소환했다. 그리고 검법의 정자세를 잡은 채 고즈넉한 시선으로 전방의 달마를 바라보았다.

공(空)…….

‘내가 과연 깨달은 것일까…….’

깨달았다고 착각한 채 그저 깨달음의 심연을 떠돌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얻었던 그 감각을 이용한다면 이 미완성의 편법이라 할지라도 조금이나마 숙련되게 쓸 수 있으리라.

달마는 내 시선을 알아챈 듯 상당히 당황한 기색으로 외쳤다.

[ 설마!! ]

달마는 내가 뭘 하려는 건지 알아챈 걸까? 급히 대비하려는 기색이 역력했고 지금까지의 여유로운 기색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달마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선검을 검 위에 덧씌운 채 역륜을 인식했다. 그리고 륜의 회전이 가속되면서 빛조차 빨아들이는 어둠이 완연히 검신(劍身)을 뒤덮었을 때, 나는 마침내 의념이 사라진 검이 생겨났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허무를 실은 채 그대로 천천히 일 검(一劍)을 내뻗었다.

암야참(暗夜斬)

본디 암야참이 닿지 않을 거리. 그러나 나는 당연히 닿이는 것처럼 일섬을 내질렀고, 본디 의념이나 강기가 실리지 않은 암야참은 수백 장이 넘게 떨어진 거리에 도달할 수 없다. 전력을 다해 내공을 담은 거대한 검강도 닿기 힘든 거리이니 당연하다. 그러나 나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암야참을 내질렀고, 이윽고 내가 무엇을 베는지 인식하지 않게 되었다.

공(空).

비어 있는 마음의 거리.

나는 그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희미하게 느낄 수 있었고, 그걸 알게 된 순간 내가 역근세수경에서 얻게 된 게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심공(心空)이…… 암야 그 자체?’

아직까지는 완전치 못한 깨달음이었지만 나는 그 순간 암야참이 ‘어디에’ 도달하려는지를 직감하게 되었다.

그것은 마치 불현듯 떠오른 좌표를 전해받은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말로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왠지 기쁘다.

아직도 가득 끼어 있는 운해(雲海) 한가운데를 허우적거리긴 하지만 적어도 어디로 가야 할지가 보인 것이다.

그 깨달음이 감격적이라서일까?

나는 달마를 해치워야한다는 것조차 잊고 멍하니 암야참을 긋기만 했다. 그것은 내 평생에서 가장 살기(殺氣)와 적의(敵意)를 없앤 망아(忘我)의 일격이었다. 속된 말로 나는 달마를 해치우든말든 이미 상관이 없다는 기분마저 든 것이다.

스칵!!

마음의 거리가 그대로 무(無)가 되어서 모든 호흡을 끊어 버리는 절격(絶擊)을 가한다.

나는 진정한 무아의 경지에서 암야참을 긋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나 자신을 잃어버린 채 하나의 초식을 시전한 게 얼마만일까?

콰과과곽 - !!

혼돈 그 자체가 총천연빛을 내며 폭발하는 게 보였다. 달마의 몸 근처에 씌워져 있던 수백 겹의 장막이 한꺼번에 잘려나가면서 달마의 본체마저 베여나간 것이다. 마치 날카로운 면도날에 피부가 베이고 난 후에야 핏방울이 맺히듯, 달마의 전신은 뒤늦게 터져 나가면서 전신에 붙어 있던 혼돈의 마핵이 단말마를 내질렀다.

꾸아아아아

카아아아!!

달마의 몸에서 어지러울 정도의 혼돈이 퍼져나오면서 주변은 삽시간에 흑암으로 물든 별세계로 변해 버렸다.

‘최선이었다.’

암야참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격이었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암야참에 당한 놈들은 재생능력 같은걸로 회복도 할 수 없다고 아수라에게 들었으니, 나는 확실히 승기를 잡은 것이리라.

[…….]

누가 보아도 달마는 치명상을 입은 것 같았지만 그 순간 달마는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몸에 손을 갖다대며 믿기지 않는 한마디를 했다.

[ 바루나. 힘을 빌려다오.]

뭐?

슈아아악

달마의 처참하게 넝마가 된 육체 - 당장에라도 13개의 마핵이 폭발할 것만 같던 그 혼돈의 도가니에 안온(安溫)하면서도 절대적인 힘을 지닌 우주의 수기(水氣)가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수기는 달마의 상처부위를 감쌌고 순식간에 달마의 몸은 안정을 되찾았다.

츠츠츠츠…….

“……?”

지금 달마가 무슨 말을…… 한 거지……?

내가 충격을 받고 멈춰있자 멀리 있던 전뇌자가 외쳤다.

“백웅! 이득을 봤으면 이제 빠져야 해!”

이어진 전뇌자의 말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드는 걸 느꼈다.

“그게 아니면 똑같은 사대신기로 맞대응할 수밖에 없어!”

“……!!”

…… 그래!!

생각해보면 없는 게 이상하지!!

‘외우주에서 만난 달마만 생각해서 내가 잠시 착각했어!’

그 순간 나와 달마의 눈이 마주쳤다. 서로 투지에 불타는 눈이 맞닥뜨린 순간 마치 서로의 생각이 읽히는 것 같았고, 나와 달마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의 손을 앞으로 내뻗으며 외쳤다.

“바즈라!”

[ 바즈라!]

콰앙!!

어마어마한 속도로 나와 달마가 허공에서 충돌했다. 나는 달마 또한 의념천주를 가볍게 운용하는 걸 발견하고는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지경!’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었다. 설마 달마만한 전생자가 무공을 안 익혔을 리는 없다. 그것도 수천 년 이상 익혔다면 절대지경이 아닌 게 이상하리라!

‘제기랄! 외우주에서 만났던 달마와는 너무 다른데…….’

주무기가 마도(魔道)라는 점은 같았지만 눈앞의 달마는 외우주에서 봤던 달마와 달리 ‘얻을 수 있는 힘’은 모두 얻은 존재가 틀림없다. 아마 싸우면 싸울수록 나는 그 사실을 느끼게 되리라.

그리고 충돌의 흔적에서 나와 달마의 병기(兵器)가 서로의 날을 부딪힌 채 격렬한 번개를 토해냈다. 나는 떫은 눈으로 내 병기를 노려보았다.

‘제발…… 뒤통수 좀…… 치지 마…….’

잠시동안 바즈라가 비웃듯이 번개를 파직거린 건 내 착각일까?

파지지직

나와 달마 사이의 거리는 고작해야 팔 하나 뻗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우리는 그 거리를 마주본 채 서로를 노려보았고, 나는 가까이서 달마를 보자 그가 역시 괴물의 형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괴물의 형상과는 별개로 그의 눈은 아직도 인간성을 품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달마가 나직이 말했다.

[ 아무리 내 마체가 강해도 무신(武神)의 힘에 당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설마 네가 벌써 그 길에 올라섰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나는 갈 수 없었던 그 길에…….]

“…….”

[ 임시방편으로 바루나로 진행을 멈추었지만 이미 내게 중상을 입혔구나. 훌륭하다.]

“뭘 칭찬씩이나…….”

나는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그를 노려보았다.

“피차 사대신기 바즈라를 꺼낸 이상 이제 결판을 낼 수밖에 없다고.”

그렇다.

달마도 나처럼 사대신기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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