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검신 80권 17화
찌르기만으로 산을 깎는 수련을 한 지 벌써 50여 일째.
퉁!!
나는 정밀하면서도 회전의 이치를 담은 창격(槍擊)으로 눈앞에 있는 언덕을 때렸다. 그리고 언덕을 때리는 순간 강렬한 폭발과 함께 토사(土沙)가 뒤편으로 터져 나왔고 순식간에 언덕에 일 장짜리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쿠르르릉
언덕이 무너지면서 토사와 암석이 잔뜩 무너졌지만 나는 표정이 밝지 못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욕을 내뱉고 말았다.
“제길!”
너무 강하다!
사실 내 공력이라면 이깟 산 하나 없애는 건 여반장이나 다름없다. 창끝에 모든 공력과 의념천주의 기세를 모아 전력으로 한 방 때리면 다 날아갈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수련을 하는 이유는 바로 고행(苦行) 그 자체였으며 한계를 돌파하는 고행이야말로 나를 망아로 이끌어서 경지를 올려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고행을 하기 위해서는 공력과 의념을 최소한으로 제어해야만 한다.
최소한으로 제어한다 해도 그건 완전히 힘을 없앤다는 게 아니다. 무력(無力)의 상태에서 오로지 한 줄기에 집중된 혼신의 일념(一念)만을 담아서 이른바 창신합일(槍身合一)을 이루는 것! 극한까지 집중력이 벼려진 상태에서 창신합일으로 셀 수 없는 수련을 하다 보면 아무리 내 체력과 정신력이 막대하다 하더라도 언젠가 고갈될 것이고, 그 고갈된 상태에서 창신합일의 진정한 요체를 깨달아 내 몸에 체화(體化)시키리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 지금까지 수련을 하면서 느낀 것은 나는 힘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었다.
투웅!!
“제길!!!”
나는 또다시 창격의 위력이 너무 강해서 언덕을 손쉽게 날려 버리자 당황스러웠다.
‘전사경(纏絲勁)의 요체만 담아서 펼치면 언덕이 파괴되지 않고 심부(深部)까지 아슬아슬하게 균열이 이어져 있어야 할 텐데! 계속 언덕이 파괴가 된다는 건…….’
아무리 내공과 의념을 억제해도 한 번 투기(鬪氣)를 발현한 순간 최소한의 위력이 보장된다는 뜻! 그것은 틀림없이 내 내공이 너무 막강해서 일어나는 자동적인 현상이리라.
단순히 전투에 있어 서는 이런 현상을 싫어할 이유가 없다. 언제나 최소한의 위력이 보장된다는 건 생사결에서 큰 장점이니까. 그러나 달리 말하자면 내가 아무리 무력에 가깝게 힘을 빼도 기(技)의 정밀함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올라서지 못한다는 뜻이다.
“크아아아아!!”
나는 괴성을 지르며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허공으로 뛰어오른 상태에서 모든 내공을 모아서 창끝으로 집중시켰고, 그 상태로 그대로 투창(投槍)을 시전해서 지평선 너머를 향해서 던졌다.
번쩍
꾸콰콰콰쾅!!!
과거 긴나라가 일으켰던 핵폭발만큼 거대한 버섯구름 같은 게 지평선 너머에서 일어났고 몇십 리가 넘게 떨어진 이곳까지 진동이 일어났으며 지진도 함께 일어났다. 아마 이 일격만으로 조그마한 나라 정도는 궤멸시킬 수 있으리라. 하지만 나름대로 모든 내공을 집중시켰는데도 순식간에 내 내공이 3할 가까이 회복되어 있는 걸 알아채자 나는 아연해지고 말았다.
‘미친!! 이건 대체 무슨 회복력이냐고!’
어렴풋이 과거에 호법사자에 비할 정도의 내공이라 생각했었던 것과 달리 내 내공은 지금 상식을 아예 초월해 있었다. 말 그대로 순간적으로 막대한 내공의 3할을 회복해 버렸고 몇 번 호흡을 들이쉬고 나니 거의 만전의 상태에 가까워진다는 것!
호법사자에 비할 정도의 내공이 아니다.
이미 나는 천령단을 가진 것과 거의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내공의 한계치는 유한하지만, 어차피 호법사자 또한 꺼내쓸 수 있는 내공의 양이 어느 정도는 한계가 있다는 걸 감안 하면, 아예 무한을 상대로 도전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은 내 내공은 천령단과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지경에 이른 게 분명하다!
나는 내가 어째서 힘을 빼서 탈력(奪力)의 경지에 이르기 힘든지를 완벽히 깨닫고 말았다. 이 정도의 힘을 갖고 무(無)에 가까운 탈력을 시도한다는 건 사실상 세계를 떠받치는 거인이 개미를 죽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과 같은 셈이다. 내가 아무리 힘을 빼도 이 막강한 내공이 절대 최소한의 힘을 없애지 않는다.
“크아아아아!!”
나는 포기하지 않고 내공이 회복되면 회복되는 대로 그대로 순수한 내공을 응축시킨 탄알을 만들어서 지평선 너머로 쏘아냈다. 무형의 기공탄이 수십 개나 생겨나서 내 내공을 쭉쭉 빨아들이면서 날아갔고 그 기공탄이 지면에 부딪힐 때마다 거대한 버섯구름과 함께 대폭발이 일어났다. 보통 인간이 하나 만들어내다가 전신의 내공을 다 빨릴 정도의 강기탄인데 하나하나의 크기가 수십 장이나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런 미친 짓을 하다 보면 내공이 바닥을 보이겠지!!’
여태껏 내공이 바닥을 친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데 이렇게나 많이 써도 안 줄어들 리가 있을려고!
쿠콰콰쾅!!
콰과광
“제, 젠장…… 젠장하아아알!!”
그러기를 무려 한 시진이나 반복했으나 내 내공은 결코 바닥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는 기혈과 단전과 경맥 어느 것도 무리가 가지 않았고 기운을 쥐어짜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또한 내가 미친 듯이 날렸던 기탄때문에 이제 지평선 너머는 아예 불바다가 되었고 세계를 뒤흔드는 지진이 출렁였으며 하늘이 시꺼멓게 물든 게 보였다.
그러면서도 어느새 내 내공은 잠깐 한두 번 숨을 쉬니 다시 절반 이상 차올라 있었기에 미칠 것만 같았다.
아니 대체 뭐야!! 진짜 내공이 왜 안 떨어져?
내가 허탈감에 빠져 있을 때 저 먼 곳에서 번쩍하더니 번개 빛이 내 쪽으로 날아왔다. 그러고는 익숙한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백웅, 갑자기 무슨 일인가? 강력한 적이라도 나타난 겐가?”
“심수력.”
알고 보니 심수력이 뇌신지혼을 써서 이쪽으로 날아온 것이었다. 나는 울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무리 써도 내공이 줄어들지 않소…….”
“……?”
나는 심수력에게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러자 심수력은 황당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더니만 말했다.
“이보게. 자네 설마 지금까지 자기 내공이 천령단에 비해 부족하다 생각하고 있었나?”
“당연하지 않소. 어쨌든 나는 한계가 존재하는 인간의 단전을 갖고 있는 데 천령단은 [아버지]의 옥좌에서 직접 무한의 힘을 가져오는 건데…….”
“내가 천령단의 소유자를 직접 상대한 적은 없지만 호월을 상대한 적은 있어. 그리고 호월의 가공할 내공을 봤던 나로서는 그 수준에 이르렀을 때 애시당초 비교 거리가 아니란 생각이 드는군. 호월도 지금 자네 수준은 되었을 텐데 그 또한 천령단의 소유자는 아니었네.”
“음…… 그러고 보니 호월의 내공에 대해 자세히 들은 적은 없구려. 그의 내공이 정말로 내 수준이었소?”
“나는 단 한 번도 호월이 강호에서 내공 부족을 겪은 걸 본 적이 없네. 그리고 지금 자네가 했던 것처럼 내공을 무한에 가깝게 써서 십만 명을 단숨에 제압하는 것도 본 적 있고. 따지자면 자네와 동급인 게 틀림없네.”
“흐음.”
“아무튼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고, 내가 잠시 자네의 몸을 진맥해도 되겠나?”
“진맥도 할 줄 아시오?”
“내가 전투술만 배운 줄 아는가? 이래 봬도 불가(佛家)의 정종신공(正宗神功)을 십여 년이나 배웠고 의술도 꽤 한다네.”
스윽
심수력이 내 손목을 잡고 진맥을 시작했다. 그는 잠시 후 내 목덜미와 이마 한가운데, 그리고 단전에 한 번씩 손가락을 갖다 대더니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역시 그렇군…… 호월과 같아.”
“호월과 같다니?”
“스스로 진맥하면 알 수 없겠지만 자네의 몸 전체가 끓어오르는 용혈(龍穴)이나 마찬가지일세! 보통인간의 수십 배 이상 견고해진 맥류(脈流)가 쉴 새 없이 어마어마한 진기를 만들어내고 있지. 하단전의 경계는 옛날에 사라져 버렸고 전신이 수천 개의 단전 덩어리로 이뤄진 것과 다름이 없다는 걸세. 즉 자네의 경맥 하나하나가 일반적인 인간의 단전 이상의 내공을 내포하고 있단 얘기지!”
“……?!”
“자네가 내공의 밑바닥을 볼 수 없는 이유? 간단해. 자네 스스로는 잠력을 다 끌어냈다 생각하지만, 잠력을 끌어낸 그 짧은 순간에 이미 내공이 재생성되는 거야. 그리고 그 재생성을 하는 기혈은 무려 수천 개 이상…… 자네는 이미 무한(無限)에 가까운 내공을 갖고 있어.”
“그, 그건 이미 알고 있었소. 무진장에 가깝다는 건…….”
“아니 그러니까 무한에 가깝다고 말했지만, 그냥 무한이라고 봐도 된다는 걸세. 자네는 무슨 수를 써도 한 번에 내공을 다 쓸 수 없다 그 소리야.”
심수력은 씁쓸하게 웃었다.
“호월도 딱 이런 몸이었지. 자네와 다른 점은 자기가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 자각하고 있다는 거였고.”
“…….”
나는 멍하니 있다가 심수력에게 반박했다.
“하지만 나는 멀지 않은 과거에 내 내공을 밑바닥까지 써서 탈력상태에 이른 적이 분명 있었소! 그런 경우는 또 뭐란 말이오?”
“그건 아마 신보(神寶)에 힘을 불어넣거나 신급 존재와 격전을 벌이던 때가 아닌가?”
“……음, 그런 것 같소.”
“그것도 단순한 얘기일세. 자네가 지금 하는 것처럼 그냥 내공을 기혈에 끌어내는 방식으론 절대 다 쓸 수 없지만, 신적 존재가 단숨에 자네의 내공한계치를 수십 배 이상 넘어서는 흡수력을 발휘할 경우 다 빨리게 된다는 거지. 보통 인간이라면 진작 목내이(木乃伊)처럼 되었을 상황인데 자네가 무식하게 강력한 단전을 갖고 있어서 겨우 버틴 거 아니겠나? 헌데 그렇게 탈력상태에 이른 후에도 자네가 회복에 성공하기만 하면 그 전보다 훨씬 더 강력한 용혈의 단전을 얻게 된 거고.”
“……!!”
“자네는 죽음의 고비를 수백 번 이상 넘기면서 그때마다 자기의 단전을 성장시켜 온 것이야. 정확히는 자네의 몸이 따로 성장한 거지. 최근에는 사신지혼을 수련하면서 몇 번이나 단전을 혹사시켰는데 그걸 생각해보면 수련세계에 들어온 후 자네의 내공은 더더욱 성장했을걸세.”
세상에 그런 일이?!
나는 멍하니 있다가 심수력에게 말했다.
“그럼 나는 절대로 힘을 무(無)로 떨어뜨려서 수련할 수 없단 소리요?”
“아마 그렇겠지? 그냥 정상적인 내가기공인 경우만 그렇단 거지만.”
심수력이 슬며시 지평선에서 일어나는 불길을 쳐다보며 말했다.
“자네는 이미 반경 수백 리나 되는 범위를 기공만으로 파괴했고 머지않아 대륙을 쪼개는 지진이 일어나겠지. 그 말은 이 행성의 운행에 영향을 줄 정도로 막대한 힘인 게야. 그런 힘으로 극도의 미세함을 요구하는 수련을 하는 게 어불성설이긴 하지.”
“…….”
“뜻밖에 내가 하나 배우고 가는군. 너무 강대한 힘은 도리어 수련에 방해가 된다라…… 하하.”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백련교주와 여동빈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여동빈의 한마디가 기억났다.
[그대가 얻은 무한의 힘은 심득(心得)을 방해하고 있다.]
그 한마디는 나를 향해 했던 게 아니라 원영신의 힘을 사역하는 백련교주에게 했던 것이었다. 백련교주는 그 말에 별다른 반박을 하지 못하고 그저 쓴소리를 듣는 기색이었는데, 여동빈의 한마디가 일침을 찔렀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당시에 여동빈이 무슨 의미로 그런 얘기를 했는지 알 수 없었는데 지금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백련교주나 나나 똑같은 거 아닐까?’
무한의 힘이 심득을 방해한다는 건 지금 내 상황과 똑같지 않은가.
깊게 들어가면 의미가 다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는 여동빈이 했던 심득을 방해한다는 이야기가 그렇게 절실하게 공감이 갈 수가 없었다. 너무 압도적인 단위의 힘을 갖고 있으면 무술이 아닌 파괴만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을까?
나는 그 대답 또한 여동빈이 그 자리에서 해줬다는 걸 알고 있었다.
[버리고 나서 채울 수 있지 않겠는가!]
버리고 나서 채울 수 있다……?
내가 그 조언대로 하기 위해서는…….
“…….”
“백웅. 어쩐지 무척 맛없는 음식을 억지로 먹어야 하기 직전 같은 표정을 짓고 있군.”
“대체 그건 또 무슨 개 같은 비유요?”
“뭐 말이 그렇다는 걸세. 크흐흐.”
유쾌하게 웃던 심수력이 말을 이었다.
“신력을 쓰기 싫은 건 알겠지만 자네가 부순 건 자네가 되돌려놓게. 이대로 가면 대륙에 대지진이 일어나서 도저히 수련을 할 환경이 아닐 테니까.”
“알았소.”
“정말 방법이 없는 건 아닐걸세. 잘 생각해보게나.”
파앗
심수력이 다시 뇌신지혼을 써서 사라지자 나는 말 없이 지평선 너머의 불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불길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막대한 힘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래…… 이게 과거에 호법사자 용비천이 무제한으로 풍탄을 날려댔던 것과 뭐가 다른가……? 아니, 용비천도 지금 나 정도의 힘을 발휘하긴 힘들 것이다.’
난 이미 기공 하나에 있어서는 천령단을 넘어섰을지도 모른다. 무한이든 무진장이든 실전에서는 사실상 차이가 없는데 나는 초회복력을 이용해서 용비천보다 더 막대한 화력을 퍼부을 수 있는 것이다. 백련교주의 원영신 정도는 되어야 나와 기공으로 비교를 할 수 있으리라. 현실인식을 하고 나자 극한의 탈력감이 내게 찾아왔다.
‘괴물들을 상대하려고 수련을 하다 보니 나도 어느새 괴물이 되어 있었군.’
어쩌면 계속 무의식적으로 내 수준을 초절정고수들과 비교하는 이유 - 그것은 내가 아직 인간의 틀을 넘어서지 않았다고 자위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손을 전방으로 휙 하고 저었다.
“되돌아가라.”
슈아아악!!
그 순간 신력이 발현되면서 내가 부쉈던 모든 자연계가 원상복귀되었다. 역시 신력의 사용도 갈수록 익숙해져 있었고 딱히 수련하지 않아도 내가 마음먹은 대로 되고 있었다. 복희가 말했던 대로 나는 그저 신력에 거부감이 있을 뿐 수련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후우, 신의 힘이 아니라면 내 내공을 결코 다 쓸 수 없다니 이래서야…… 어?”
그 순간 나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니, 잊고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
그래!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창술수련만 한다고 늘 맨몸으로만 있었더니 깨닫지 못했던 건가?!
나는 뭔가를 깨닫고는 그대로 허공에서 내려가서 땅에서 다시 창을 잡고 전방을 겨누었다. 그러고는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구궁파천뢰를 먼저 발동시킨다.
고오오오!!
사신지혼(四神之魂)
수혼화(水魂化)!
촤악
사신지혼의 수혼이 내 몸에 덧씌워졌고 나는 곧장 수혼화를 이루었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굉장히 빠르게 다음 변화로 넘어갔다.
사신지혼(四神之魂)
염혼화(炎魂化)!
쿠오오오!!
‘좋았어. 변환속도가 과거보다 더 빨라졌다!’
지금의 심수력은 나보다 훨씬 빠르게 변환이 가능하겠지만, 과거의 심수력보다 더 빠른 수준에 도달한 듯했다. 이 정도면 나는 백련교의 변환비결을 완전히 체득했다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나는 신이 나서 그대로 염혼화 화신지혼에서 풍혼화 풍신지혼으로 변했고, 또다시 뇌신지혼으로 변했다.
파지직!!
뇌신지혼으로 변했을 때 나는 엄청난 내공이 빨려 나가는 걸 느꼈고, 그 소모속도는 내가 인위적으로 소모하려 할 때와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나는 그제서야 진정한 탈력이 가까워짐을 알 수 있었고 히죽 하고 웃었다.
‘사신지혼의 윤회야말로 방법인 거다!’
인간의 무공으로는 다 소모할 수 없는 내공이라면 신의 무공을 쓰면 그만인 거지!!
진작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지만 몇 년 내내 창술에만 미쳐서 사신지혼의 수련을 잊어먹고 있었기에 바로 떠올리지 못한 듯했다. 나는 내공이 극한으로 소모되어서 더 이상 기의 흔적조차 남지 않을 때까지 뇌신지혼이 유지되고 있을 때 갑자기 그 상태를 해제했다.
슈욱
모든 힘이 다 빠졌다. 전신에 있던 수백 개의 기혈이 한순간에 마비된 것 같다. 나는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하며 창을 들어서 전사경을 담은 일섬을 내질렀다.
슈쾅……!!
언덕이 무너지지 않고 그대로 전사경의 의념만이 흘러 들어가서 정밀하게 산을 깎아낸다! 나는 드디어 수련의 초기목표에 도달한 걸 알고 기뻐졌다.
“바로 이거야!!”
사신지혼의 윤회를 반복하면서 힘을 다 소모하고 혼신의 힘을 담은 찌르기를 내지르는 것!
이로써 사신지혼은 사신지혼대로 소모하면서 창술의 극한수련까지 가능해진다!!
‘이런 식으로…… 언젠가 산을 다 깎아내고 말리라!!’
휘청
나는 방금 전 사신지혼을 윤회시켰기 때문인지 어지러워서 휘청이는 걸 느꼈지만 당황스럽기보다는 기뻤다. 사신지혼을 이용해서 인위적으로 내 힘을 소모시키는 게 도리어 득이 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게 안 되었으면 일부러 신력으로 내 내공을 억제해볼까 생각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쓔욱!
나는 내공이 다 회복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똑같은 것을 반복했다.
약 반 식경에 한 번씩 찌르기를 할 수 있는 듯했다.
쓔욱!
“…….”
나는 이 수련을 수십 번 반복하다가 문득 엄청나게 정신이 피폐해짐을 알게 되었다. 나는 턱에 맺히는 땀을 닦으며 마른 기침을 토했다.
“쿨럭.”
새삼 느끼는 거지만 극한상태까지 고갈시키는 게 결코 좋은 기분은 아니다. 정신력과 체력, 의념이 밑바닥까지 떨어지는데 어찌 기분이 좋겠는가? 그러나 수련을 향한 열정과 고양감만이 나를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산을 깎아내고 말리라……!!
쿠웅
나는 산을 이런 식으로 다 깎아내려 하면 수백만 번으로도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다. 결코 제 시간 내에 못 해낼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그게 어쨌단 말인가?
지금 내가 재미있으면 그만 아닌가?
쿠웅!!
쿠웅!!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토굴(土窟) 속에서 무릎을 꿇은 채 창 한 자루에 몸을 의지해서 버티고 있다. 어둡고 축축한 땅속에서 벌레 기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한 치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 어둠이 내 몸을 감싼다. 체력과 기력이 모두 한계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나는 멍하니 생각했다.
어째서 망아는 찾아오지 않는 것인가?
내가 설마 잘못 생각했던 건가?
“…….”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이게 내 삶이 아닌가?
“씨발……!!”
아니야! 대체 언제까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거냐고!
밑바닥 인생일 때부터 지겹게 해왔던 부정적인 생각을 이제는 떨쳐내고 싶었다. 그러나 떨쳐내려 해도 부정적인 상념은 계속해서 물귀신처럼 내 정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너무 싫었고, 심지어 나와 비슷한 타인을 보기도 싫었다.
빠드득
“아아아아아!!”
나는 광기에 휩싸인 채 다시 사신지혼을 돌리면서 탈력 상태를 만들었고 비명과 함께 찌르기를 내질렀다. 그리고 찌르기와 함께 토굴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고, 나는 무너져 내린 토굴 속에서 다시 희미한 숨을 반복하며 구궁파천뢰와 사신지혼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스 - 하 -
“…….”
자기혐오.
그리고 공포.
나는 왠지 내가 어째서 외신이나 [옛 지배자]들에게 쉽사리 공포를 느끼지 않는지 알 것 같았다.
그것들은 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언제나 내 자신일 뿐이다…….
콰직
나는 덥썩 하고 손에 잡히는 손바닥만 한 토괴를 움켜잡고는 그대로 으스러뜨렸다. 나는 원독 어린 눈길로 흙더미 속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끝까지 가리라.’
이제 무엇을 얻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무엇이 되느냐가 더 중요하다.
나는 이 수련이 끝날 때 좋든 싫든 무언가를 얻게 되리라는 직감을 하게 된 것이다.
우우우우
나는 다시 사신지혼과 함께 일섬을 내지르며 흙더미 속을 뛰쳐나오려는 그때였다.
“……!!”
우웅!
토신지혼(土神之魂)이라 칭했던 쌍성(雙星)의 기운에 나도 모르게 닿인 것은 어째서일까?
극한의 상태에서 내가 실수한 것일까?
여태껏 한 번도 도전하지 않았던 금단의 길에 맞닿인 순간 나는 뇌가 녹아내리는 듯한 절망이 느껴졌다.
‘아, 아직 여긴 도전할 때가 아닐 텐데……!!’
또 죽을 게 분명해!
다섯 번째 변환을 하면 단숨에 목내이가 될 거라고!
멈췄어야 했는데 금단의 길을 가버렸다는 절망감에 당황하고 있을 때였다.
스아아아……!!
갑자기 토신지혼의 기운이 내 몸을 감쌌다. 아니, 정확히는 내 몸을 그대로 녹여 버리면서 의식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주르륵 하고 내 몸이 녹아내려서 사라졌다.
나는 그럼에도 의식이 여전히 남아 있었는데, 그 의식이 너무 선명해서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단지 이상한 점은 내 시야가 너무나 넓어져서 천지홍황을 한꺼번에 다 살펴보는 듯했다.
[어……?]
그리고 나는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한 건지 깨달을 수 있었다.
동화(同化).
나는 이 대지와 하나가 되어 버렸다.
[이건 설마?]
내가 산 그 자체가 되어 버렸다는 건 사신지혼의 수련에 비추어보았을 때 단 하나의 답밖에 나오지 않는다.
토신지혼(土神之魂)이 강화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