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507화 (1,406/1,615)

전생검신 80권 15화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알의 2단계 봉인을 풀자마자 외신 주시자 앞에 떡하니 놓이게 되다니!

게다가 방금 그 말은 또 뭐란 말인가?

나는 당황해서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는 질문했다.

“주시자여. 세계를 창조한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저는 금오도에 있던 알의 봉인을 2번 풀었을 뿐인데…….”

그러자 주시자는 예상했다는 듯 대꾸했다.

[또 시간축이 꼬였구나. 아니, 꼬이기 시작한 시점인가?]

“……?”

[복잡한 분기이니 굳이 조정을 하지 않겠다. 대신에 네가 몇 번째인지 말해보라.]

몇 번째……?

나는 난데없는 상황에 적응을 하려 노력하자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가 말했던 ‘조정’이 무엇인지 알아챘다.

‘저번에 주시자를 봤을 때 난데없이 내 회차를 돌려서 1회차나 1000회차로 만들려고 했던 것! 그걸 가리켜서 조정이라고 하는 게 분명해!’

그리고 지금은 어째서인지 주시자가 귀찮음을 느끼고 조정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그저 내 대답을 신뢰하겠으니 솔직히 말하라는 권유에 가까우리라. 나는 주시자의 말뜻을 알아내고는 차분히 대답했다.

“30번째입니다.”

[큰 굴레를 돌렸겠지?]

“…….”

[나는 언제나 주시하고 있으니 알 수 있다.]

역시 외신이라는 건가?

나는 다 꿰뚫어보는 듯한 주시자의 말에 별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데굴

주시자의 눈이 크게 한 바퀴 돌면서 데굴거렸다. 기괴한 모습에 내가 움찔하자 주시자는 약간의 흥미를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래를 전제로 하는 과거…… 필멸자였다 해도 인과율을 읽는 능력이 극에 달하면 이런 재주도 부릴 수 있나 보군…… 어찌하여 기어오는 혼돈이 그 내기에 수락했는지 알 것 같구나.]

“……?”

뭔 소리야?

내가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주시자가 말을 이었다.

[본디 전후사정을 모르는 자에게 세계창조의 업을 맡길 수는 없겠지. 허나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너에게 기회를 주리라.]

“기회?”

[네가 알의 2번째 봉인을 푸는 순간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겼다. 그리고 그 업은 바로 나의 힘으로 이뤄지게 되며, 그 세계는 너의 의지가 반영되어 너 자신이 영겁토록 신(神)으로서 관리할 수 있으리라. 그 세계에서 너의 신력은 무한대가 될 것이며 진정으로 우주의 관리자가 되리라.]

“……!!”

[전생자여. 세계를 창조하겠느냐?]

진짜로 세계를 창조하겠냐는 말이었다고?!

나는 생경하면서도 의심스러운 마음에 주시자에게 말했다.

“세계는 신이라면 누구든 창조하는 게 아닙니까? 차원을 창조하는 것 정도는 웬만한 상급 신격들은 다 하고 다니던데요…….”

[그깟 재주와는 비교할 수 없노라. 너는 새로운 만신(萬神)의 창조주가 될 것이며, 그 세계에 얽힌 별개의 [굴레]가 생겨나게 되리라. 또한 너만의 만신전(萬神殿)을 창시할 수 있다.]

“네? 그 말은 완전히 새로운 우주를 만든다는 말입니까?”

[그렇다.]

잘은 모르겠지만 차원창조와는 비교도 안 되게 좋은 것 같은데?!

이거 받아들이면 엄청 좋은 거 아냐?!

하지만 나는 워낙 많이 속아왔기 때문에 주시자의 말에 홀랑 넘어가기에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책사라도 있었다면 이런 상황에 내게 도움을 줬겠지만, 책사가 없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그저 ‘조심하는 것’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주시자의 눈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말했다.

“그럼 혹시 알의 3단계 봉인을 해제하게 되면 세계창조보다 더 좋은 걸 받는 겁니까?”

[할 수 있다면. 그러나 그걸 해내기에는 네 역량이 너무나 모자라 보이는구나. 하물며 666회 이내에 달성하기에는…….]

“……아니, 세계창조보다 더 좋은 게 있다구요? 그게 뭡니까?”

[그건 그대가 스스로 알아보도록 하라. 나는 내 위치에서 중립을 지키며 말해줄 수 있는 최대한을 말해주었다.]

“으음. 그러면 이 알의 정체는 대체 뭡니까? 누구의 알이지요?”

[스스로 알아보거라.]

“…….”

아무래도 세계창조라는 권리 그 자체를 제외하고는 거의 알려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절대적 중립을 자처하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지만, 나는 그 순간 전뇌자의 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상관이 있어. [닫혀 있는] 외우주를 출입할 수 있는 게 전생자 뿐이라고 한다면? 그자가 어떤 모습인지 당신의 기억 속에 봉인한 것도 주시자의 의도 중 하나야. 외신은 중립인 척하지만 절대 중립이 아니란 거지.]

[이야기의 결말에 상관없이 움직일 수 있는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좋아. 그리고 그런 존재가 전생자이고…….]

[결론적으로 말할게. 전생(轉生)은 진공가향보다 더 상위에 있는 개념이야. 전생자는 진공가향 이상의 일을 해낼 수가 있어.]

전뇌자는 눈앞의 주시자가 결코 중립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주시자의 의도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으나, 적어도 주시자도 나를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순순히 주시자를 믿을 수는 없겠군…….’

그리고 또 한 가지 전뇌자의 말을 생각하면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나는 그걸 도저히 넘길 수가 없었기에 한참을 고민했고, 이윽고 주시자에게 질문했다.

“주시자여! 그러면 2단계 해방으로 세계창조의 권리를 얻은 게 나뿐입니까? 역사상 나 이외의 누군가가 그 권리를 행사한 적이 있습니까!”

[그걸 알아야 하는가?]

“알려줄 수 없다면 알려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궁금할 뿐입니다.”

[있다. 그 존재는 절대적 창세신이 되었으며…… 그 존재가 남긴 유물과 힘이 바로 너의 안에도 지금 잠들어있노라.]

“……!!”

있다고?! 그 세계창조의 권리를 행사한 존재가?!

나는 믿겨지지 않아서 말했다.

“창세신이라면 삼황오제보다 위대한 겁니까? 외신입니까?”

[그런 개념으로는 따질 수 없다…… 다른 [굴레]의 소유자가 되었을 뿐 이미 격을 비교할 방도가 없는 것…… 그의 분체(分體)가 너희 세계에도 존재하는 모양이지만 그 분체의 강약으로 격을 비교할 수 없으리라. 삼황오제 또한 이런 기회를 얻었다면 똑같은 방식으로 다른 세계에 분체를 파견했을 테니…….]

“…….”

[망설이는 듯하니 하나를 더 알려주마…… 새로운 창세신이 된다는 건…… 새로운 체계를 지닌 너만의 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네가 결말을 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나름대로의 강화수단으로 쓸 수도 있으리라.]

“으음.”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한테 이득이 된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그리고 외신만한 존재가 말하는 거라면 저게 거짓일 가능성도 별로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득히 높은 상위존재가 고작 나를 속이려고 자신의 체면과 격을 깎아가며 거짓말을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윽고 마음을 먹고는 주시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 세계창조는 진공가향보다 더 위대한 일입니까?”

[…….]

주시자는 처음으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망설이는 것조차 하지 않았고 그냥 내 대답에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다, 아니다로 대답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내 짐작이 맞음을 의미했다.

나는 확신을 가지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저는 세계를 창조하지 않겠습니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 주십시오.”

[그렇게 하거라.]

스스스스…….

천천히 내 몸이 백색의 혼돈 속에서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아마 주시자가 나를 되돌려보내는 중일 것이리라.

나는 사라지면서 생각했다.

‘전뇌자…… 고맙다.’

전뇌자가 미리 주시자에 대해서 경고를 주지 않았다면 여기서 혹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뇌자의 말에 따르면 주시자의 말은 너무 수상하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전뇌자는 전생이 진공가향의 상위개념이라고 했고, 그 이상의 일을 해낼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세계창조가 그 진공가향보다 더 나은것인지 비교해보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그리고 주시자는 내 말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대답을 하지 못했다는 건 부정의 의미일 수도 있지만, 애초에 비교할 건덕지가 없는 별개의 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주시자는 내 질문에 대해서 모르는 게 아냐. 다 알고 있어서 설명은 할 수 있겠지만 그걸 설명하는 순간 중립을 위반하기 때문에 말하지 못한 거겠지.’

틀림없다.

그리고 진공가향보다 상위의 개념이 아니라면 - 나는 굳이 세계창조를 할 필요는 없는 것이 분명하다!

사라져서 의식이 끊기기 직전 주시자의 말이 들려온 것 같았다.

[점점 기대를 하게 만드는군…….]

***

“……으윽.”

나는 두통을 느끼며 정신을 차렸고, 눈앞에는 금오도의 알이 2단계 해방되어 휘황찬란한 금란(金卵)으로 변해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나는 연무장에 서 있었으며 대귀 또한 그대로 소환되어 있었다.

나는 대귀에게 물었다.

“내가 사라진 다음 시간이 얼마나 흘렀냐?”

[네? 사라진 적이 없으십니다.]

“……그래.”

아무래도 외신 주시자의 부름은 시공간을 무시한 것이었기에 신에 미치지 못하는 성좌의 힘으로는 그 시공왜곡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렇다 해도 성좌 또한 대라신선을 뛰어넘은 상위존재인데 그런 성좌를 무시할 수 있다니 과연 외신의 힘이란 대단한 것 같았다.

나는 대귀에게 굳이 설명하지 않고 말했다.

“지금은 거대한 법리(法理)라는 게 너를 공격하고 있느냐?”

[어째서인지 멈추었습니다.]

“좋아. 그러면 일단 이 금오도의 알은 목갑에 넣겠어.”

나는 그대로 금란을 들어서 목갑에 쑤욱 집어넣었다. 금란으로 뭔가 더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주시자의 제안을 거절한 이상 당분간은 이 금란으로 알아낼 수 있는 게 별로 없으리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대신에 대귀에게 말했다.

“대귀. 상업의 권능으로 상인등급을 최대 1등급까지 올릴 수 있다고 했었지?”

[그렇습니다.]

“그러면 1등급에 올라서도 가치를 판별할 수 없는 물건이 존재한다면 모순이 아니냐? 세계 최고의 상인이 되었는데도 팔 수 없는 물건이 있다는 건데, 반대로 세계 최고의 상인은 무엇이든 팔 수 있어야 하니 모순이지.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 건지 알고 싶은데.”

[1등급인 전신(錢神)이 되었어도 방금 전 금오도의 알의 가치를 판별하지 못할 경우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래. 창힐이 없는 지금 너보다 이 권능을 잘 파악하는 놈은 없을 테니까.”

[…….]

대귀는 한동안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럴 리는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전신(錢神)이 가치를 매기지 못하거나 팔 수 없는 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니냐? 창힐도 뛰어난 놈이었지만 결국 삼황오제를 완전히 넘어서지는 못했어. 그들보다 더 위대한 존재가 만들어낸 비보(秘寶)라면 전신조차 가치를 못 매길수도…….”

[주인님께 말씀드릴 때가 온 것 같군요.]

“뭘?”

[여쭤보신 적이 없어서 말하진 않았습니다만…….]

이어진 대귀의 말에 나는 흠칫했다.

[상업의 권능은 창힐이 혼자서 만든 게 아니라 황제의 도움으로 허공록(虛空錄)에서 꺼내온 금단의 지식으로 제작된 것입니다. 능력의 기틀은 창힐이 만들었으나 그 한계치를 설정하는 것은 허공록 그 자체. 전신으로서도 가치를 평할 수 없다는 건 허공록이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는 뜻이 되므로 절대 불가능합니다.]

“허…… 허공록?! 그 말은 황제가 허공록에 도달한 존재였다는 건가?!”

[다릅니다. 통상적으로 외신에게는 공양이 불가능하다 알려져 있었지만, 황제가 창힐의 요청으로 특별히 힘을 써서 편법으로 공양을 성사시켰고, 상업의 권능을 창작하면서 그 능력의 근원이 허공록에 이어지게끔 한 것입니다. 이것은 허공록에 도달해 직접 힘을 사역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으음. 그 말대로라면 전신이 된다는 건…….”

[짐작하신 대로 이 세계의 모든 것에 가치를 매길 수 있으며 매수와 매도가 가능해진다는 걸 의미합니다.]

“……!!”

상업의 권능이 그 정도로 강력한 능력이었다니!

나는 문득 뭔가를 알아채고는 대귀에게 말했다.

“대귀. 설마 창힐이 4등급에서 멈춰선 것도 그 이유 때문이냐?”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허공록과 이어진 덕분에 능력의 한계치가 무궁무진해졌으나, 그 때문에 허공록의 기준으로 등급상승이 절대적으로 공정하게 이뤄지게 되었으며 기준도 허공록에 맞춰졌습니다. 창힐은 허공록의 기준에 맞출 수 없다고 느껴서 신(神)이 된 후에도 등급상승을 포기했습니다. 신으로서 신력을 휘둘러서 만들어내는 편법 따위로는 도저히 그 기준에 맞출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

그럴 만도 하다.

허공록의 기준이라면 말 그대로 외신의 기준이며 우주 제2인자의 기준! 그 기준이 ‘우주적’으로 가게 되면 얼마나 가혹한 조건을 요구할지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나만 하더라도 신적인 존재들이 내놓는 시련이나 기준이 얼마나 개 같은지를 몸소 느껴봤기 때문에 잘 알 수밖에 없다.

[주인님께 조언 드릴 게 있다면, 상업의 권능의 한계치를 신경 쓰기보다는 ‘어떻게’ 상인등급을 올릴지를 걱정하는 게 나으실 듯 합니다.]

“흐음, 재밌군…….”

생각보다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데?!

나는 씩 웃고는 대귀에게 말했다.

“좋아. 마음을 정했어.”

[어떻게 하시려는지…….]

후두두둑

나는 그대로 목갑에 있던 나머지 모든 보물을 꺼냈다. 그리고 그중에서 방금 집어넣었던 금란을 손에 들고는 말했다.

“이 알을 포함해서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모든 보물을 싹 다 팔아 버리겠어!! 그리고 3등급을 찍는다!!”

그러자 대귀가 크게 놀란 듯 말했다.

[괘, 괜찮으시겠습니까? 지금 말씀하신 건 석화되었다가 다시 해제되었던 원래 세계의 보물까지 다 포함하시는 건지?]

“당연히 전부 포함하는 거지.”

[탁록대전의 시대로 귀환하셔도 다시 얻지 못하실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다 감안할 거야. 그리고 탁록시대에서만 얻을 수 있는 보물이 또 있을 거 아냐?”

[그렇겠지요.]

“잔말말고 다 팔아 버려! 책임은 내가 진다!”

[알겠습니다.]

잠시 후 보물들이 새파랗게 빛나기 시작했다. 대귀의 눈에서 안광이 일렁거리기 시작했고, 이윽고 대귀가 그 안광을 보물에게 쏘아내며 외쳤다.

[전량매도!!]

촤아아악!!

빛이 닿이는 순간 내 눈앞에 마두의 창이 떠오르면서 빠르게 숫자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치리리리리링!!

[마두 정산 중…….]

[3,283,182,663]

[…… 4,283,182,389…….]

[…… 6,991,278,790…….]

우와 엄청 빨리 쌓이네!!

내가 놀라고 있을 때 갑자기 다른 보물이 다 사라지고 금란만 남았다.

그리고 금란이 번쩍 하고 빛을 내며 사라지는 순간, 숫자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오르는 게 보였다.

치리리링!

치링!

치링!

치링!!

다, 단위가 달라진다?!

내가 기겁을 하고 있을 때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마두의 숫자상승이 멈췄다.

그리고 대귀의 무감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99,999,999,999 에 도달했습니다.]

[한계수치에 도달해서 더 이상 수치가 오르지 않습니다.]

[잔여마두가 상실되지만 상인등급을 올리시겠습니까?]

“……!!”

999억 마두?!

그것도 더 오를 수 있는데 수치의 한계 때문에 더 안 오른 거라고?!

나는 입을 쩍 벌리고 당황하다가 이윽고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올릴게!”

번쩍!!

다음 순간 눈앞에 휘광이 일어나더니 청은빛의 휘장 같은 것으로 치장된 창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상인 등급이 상승했습니다. 3급 전귀(錢鬼)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전귀가 되어서 특전이 해제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초상능력’, ‘영혼’, ‘성좌’, ‘별’, ‘은하에너지’, ‘법칙’, ‘차원’을 매매하실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계약해제’에 마두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돈 단위를 산정할 때 ‘버림’ 대신 ‘올림’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제부터 돈을 ‘영혼’으로 바꾸실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상회(商會)를 꾸릴 시 상회의 규모에 따라 능력치에 추가보정을 받게 됩니다.]

[이제부터 초심자 특전이 소멸되어 허공록에 ‘세금’을 납세하실 의무가 생겼습니다.]

[성실납세의 의무 축하드립니다.]

“……!!”

뭐, 뭔가 대단하다!

근데 뭔가 찝찝하다!

나는 당황해서 대귀에게 말했다.

“대귀!! 허공록한테 세금을 낸다는 게 무슨 뜻이야?!”

[인과율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전귀의 모든 혜택을 그대로 누리실 수 없고 순이득의 2할이 허공록에 저절로 바쳐지게 됩니다.]

“엥?! 그런 게 어딨어!!”

[납세의무 부분을 잘 보십시오.]

“아…….”

나는 대귀의 말대로 그 항목을 보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대귀의 무감정한 한마디가 현실을 인식하게 만들었다.

[초심자 특전이 이젠 소멸된 겁니다.]

“…….”

초심자 특전.

달리 말하자면 여태껏 4등급까지는 초보라서 허공록이 세금을 봐줬다는 뜻이었던 것이다.

그걸 깨달은 순간 나는 몸에 전율이 흐르고 말았다.

‘이런 미친…….’

지옥의 난이도가 시작된 건 지금부터가 분명하다.

1급인 전신(錢神)에 오르는 건 내 생각보다 더욱 험난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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